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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wr2023-03-27 07:52:52

제니퍼 로페즈, 연타석 안타는 무리였을까?

〈샷건 웨딩〉 리뷰

5★/10★

 

 

 

  1999년 첫 국내 개봉해, 2019년에 재개봉까지 한 〈노팅 힐〉은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과도 같은 영화다. 할리우드 톱 배우인 여성이 런던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남자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는 두 인물이 만났을 때 생기는 긴장에 멜로와 코미디를 버무려 지금 봐도 매력적인 연출로 담아냈다. 그리고 20여 년 후.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을 맡은 〈메리 미〉가 개봉했다. 〈메리 미〉는 〈노팅 힐〉과 닮은 구석이 많은 영화다. 이번에도 톱스타 여성과 평범한 남성이 있고, 시대적 감성에 맞춰 진보한 멜로·코미디 요소도 있다. 〈노팅 힐〉과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OST는 내내 귀를 즐겁게 한다. 특별히 새로운 요소가 있는 건 아니지만, 로코의 기존 공식을 탄탄히 채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음을 훌륭히 증명해낸 것이다.

 

 

 

  〈메리 미〉에 쏟아진 호평 때문일까? 제니퍼 로페즈가 또 다른 로코 〈샷건 웨딩〉으로 돌아왔다. 제니퍼 로페즈는 결혼을 앞둔 신부 달시로 분했다. 완벽주의 성향인 예비 남편 톰의 계획에 따라 필리핀의 한 휴양지 섬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둘. 그러나 시끌벅적한 전야제를 거친 후 마침내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 달시와 톰은 사소한 문제로 언쟁을 벌이고, 끝내 둘이 이 결혼에 완벽한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적이 섬을 급습해 하객들을 인질로 삼고 거액의 돈을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결혼식 직전 사실상의 파혼 상태에 다다른 예비 부부는 자신과 하객들을 구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여기까지가 〈샷건 웨딩〉이 벌여놓은 판이다.

 

 

 

 

 

 

  장르 특성상 달시와 톰이 온갖 역경 끝에 서로를 향한 진심을 확인하고 행복한 마무리를 맺을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영화의 완성도는 그 과정을 어떻게 펼쳐낼지에 달렸다. 결과는 다소 실망스럽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달시가 샷건과 수류탄을 들고 섬을 활보하는 장면은 (다소 노골적이긴 하지만) 적당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 과정에서 여성을 옥죄는 전통적인 혼례의 자잘한 규칙이 하나씩 깨지기 때문이다. 몸을 꽉 조이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어쩔 수 없이) 조신한 태도로 임할 수밖에 없는 의례들이 화끈한 전투(?) 과정으로 자연스레 대체되며(피비린내 나는 케이크 커팅 신을 보라!) 달시가 진정 행복할 수 있는 결혼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완벽함에 집착하던 남편 톰 역시 여기에 동참함으로써 평등한 결혼을 향한 여정에 함께한다. 액션과 메시지를 버무린 〈샷건 웨딩〉의 연출은 분명 칭찬 받을 만하다.

 

 

 

 

 

 

  그러나 어딘가 헐거워 보이는 장면도 많다. 더 큰 문제는 영화의 몰입을 떨어뜨리는 몇몇 장면에 제니퍼 로페즈가 있다는 점이다. 다소 과한 연기로 영화 톤을 어그러뜨리는 이 장면들은 어쩌면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일지도 모른다. 그의 의욕을 담아내기에는 각본과 연출이 그다지 탄탄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영화의 장점과 단점이 한 배우에게 공존하는 상황이다.

 

 

 

  〈샷건 웨딩〉이 〈메리 미〉로 안타를 친 제니퍼 로페즈의 차기작이라는 데서 아쉬움은 더 커진다. 로코가 ‘불가능해진’ 시대(혹은 로코의 유행이 지나간 시대)*에 홈런은 애초에 무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제니퍼 로페즈의 연타석 안타 정도는 기대한 사람들 중 실망감을 느낀 건 나뿐이 아닐 테다.

 

 

 

*https://brunch.co.kr/@cyomsc1/253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작성자 . rewr

출처 . https://brunch.co.kr/@cyomsc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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