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2023-03-31 15:40:03
뮤지컬 영화 Just the Two of Us 조이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가족애가 묻어나는 영화
영화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며 극이 진행되는 뮤지컬 영화는 보고 있노라면 흥겹고 즐거운데요.
마음 안에서 노래가 울려 퍼진지 오래된 이들에게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장르 중 하나일 수도 있겠어요.
그동안 뮤지컬 음악을 싫어한다고 여겨왔던 올리비아였지만, 최근 들어 '드림 걸즈'를 인상 깊게 보았던 기억이 떠오르며 '사운드 오브 뮤직', '헤어 스프레이', '시카고', '레미제라블' 등을 재미있게 보았던 일들이 상기되었습니다.
오늘 포스팅 해드리는 '조이의 특별한 크리스마스'는 성탄절을 배경으로 하고는 있으나, 배우들이 부르는 곡들은 크리스마스와는 무관한 노래들도 섞여 있답니다.
영화배우와 영화배우 겸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들은 영화 스토리를 대변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 조이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
개봉 - 2021년
국가 - 미국
관람등급 - 12세 이상
장르 - 코미디, 뮤지컬, 드라마, 판타지
러닝타임 - 99분
줄거리
어느 날 어떠한 사고로 인해 주인공 조이는 다른 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영화 '왓 위민 원트'에서는 상대방의 마음 자체를 텍스트처럼 읽을 수 있었다면, 조이에서는 노래로 표현됩니다.
그러한 능력은 조이에게 있어 상대방의 마음속 어려움과 고통까지도 알게 되어 독심술 같은 이 능력이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조이가 듣고 있는 상대방의 마음이나 그녀의 마음을 음악으로 나타내기에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혹은 음악과 함께하는 연말연시 행사에 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녀는 작년에 하늘나라로 간 아버지를 대신해 늘 가족이 함께 해 오던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합니다.
좌충우돌 여러 어려움들은 있었지만, 더 이상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는 조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영화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가족의 모든 크리스마스가 행복하고 마냥 좋기만 했던 것으로 추억하지만, 사실 그들은 서로 다투기도 하고 불완전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떠한 과거의 기억들은 늘 좋았던 것만 있었던 것 같지만, 막상 그때로 돌아가 보면 그 때 나름의 힘듦이 있었음을 깨닫곤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공감이 되더군요.
'제인 레비'와 '알렉스 뉴웰' 배우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99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 타임으로 몰입을 할 만큼의 작품성 있는 영화는 아니라 보아 지지만, 가족의 소중함과 어느 누구나 힘든 부분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마치 오래된 친구가 내 곁에서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을 나눠주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Just the Two of Us 단지 우리 둘만이
크리스마스 날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어 하는 조이에게 남자친구는 'Just the Two of Us'를 열창하며 그녀와 단둘이 보내고 싶다고 합니다. 영화 내에서 단연 돋보였던 음악 중 하나라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덧붙이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이 노래는 R&B 가수 '빌 위더스 (Bill Withers)' 씨가 1982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그는 가스펠과 퓨전 재즈에 기반을 둔 탁월한 음악성을 통해 많은 흑인들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한을 해소시켜 주었고, 소울풀한 창법은 백인계 팝팬들에게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 가사 >
수정 같은 빗줄기가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네
그 아름다움은 태양이 그 빗방울들을 통해 투명하게 빛날 때이지
내 마음에 무지개를 띄우면서
때때로 너를 생각할 때면 나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네
단지 우리 둘만이
우리가 노력한다면 할 수 있다네
단지 우리 둘이서
단지 우리 둘이서
단지 우리 둘이서
하늘에다 성을 지을 수 있다네
단지 우리 둘이서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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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물려준 삶을 대하는 태도
흙바닭 위에 파란 방수천으로 세워 둔 큰 천막이 있고, 그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노래 하는 어린 아이가 있는 낡은 사진이 있다. 그 사진 속에는 5살의 내가 웃고 있다. 내 뒤에 세워진 그 천막은 우리 집이었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된 집이 아닌, 흙 바닥 위에 스티로폼을 깔고 지냈다고. 부부는 참 지독히도 가난했다. 당시 엄마의 가계부에는 콩나물 몇 십 원조차도 외상으로 샀던 일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기억하는 아주 어린 시절의 집은 방 하나가 전부였다. 그야말로 단칸방. 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이 있고 ㄷ자로 작은방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집의 방 한 칸이 우리 집이었다. 여러 가족들이 화장실 하나를 쓰던 집이었다. 월세를 낼 수가 없어서 흙바닥에 파란색 천막을 쳐놓고 산 적도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난 기억이 없지만, 그 천막 앞에서 해 맑게 노래하는 나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증거처럼 남아있다.
어릴 때 아빠는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가난했기에 돈을 쓸 수 없었겠구나 싶었지만, 지금까지도 전혀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빠의 의지였던 것 같다. 학벌이 좋지 않아서, 부모가 나빠서, 가난해서…불행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아픔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딸과 한 번 더 웃겠다는 아빠의 강력한 의지.콩나물을 외상으로 살 정도로 가난했다는데, 아빠는 내가 태어나고 며칠 뒤 카메라를 샀다. 미놀타 수동 필름 카메라. 오빠를 3년 동안 키워보니, 이렇게 이쁜 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게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들어 덜컥 값비싼 카메라를 샀다는 것이다. 엄마는 “너희 아빠는 그런 사람이지.”라고 말했다. 생활은 팍팍했지만, 오늘의 행복을 놓치지는 않는 사람.
아빠는 그 카메라를 들고 헤헤하고 입을 활짝 벌리고 웃으며, 나와 오빠와 엄마를 담았다. 그 파란색 천막집 앞에서도, 벽지가 다 벗겨진 단칸방에서도, 가난한 배경과 관계없이 우리는 노래했고 춤을 췄다. 아빠는 늘 재미있었고, 장난기가 가득했다. 나는 웃음이 많은 아빠 얼굴 그대로 자주 웃었다. 그 시절 가난한 집 아이들이 그렇듯 미미 같은 인형은 산타 할아버지 선물로 크리스마스에나 한 번쯤 가질 수 있었고, (그것도 이모와 외삼촌의 선물이었다고) 그 흔한 그림책 같은 것도 없었지만, 아빠는 우리 가족을 둘러싼 모든 것이 놀이가 되게 했다. 지도 한 장을 펼쳐놓고, 온 세상으로 상상 여행을 떠난다거나, 어려운 한자를 공부해 서로 맞추는 게임을 한다거나. 흡사 대국을 펼치는 것처럼 진지하게 오목을 둔다던가. 돈과 상관없이 일상의 작은 순간을 행복하게 즐길 수 법을 알려 주었다.
그래서였을까? 흙바닥 위에 파란 방수 천막으로 간이집을 만들어 살았던 때를 지나, 꽤 오랫동안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도 내 기억 속에 남은 것은 결핍으로 인한 서글픔이나 두려움, 걱정, 욕망이 아니라 ‘웃고 있는 표정들’이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며, 나는 내내 아빠를 생각했다. 현실이 괴로워도 살아 숨쉬는 순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 그런 삶의 방식과 사랑을 자녀에게 고스란히 남겨 준 아빠. 영화의 주인공 ‘귀도’의 삶은 나의 아빠의 삶과 너무 닮아 있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1997년에 상영된 이탈리아 영화이다. 로마에 갓 상경한 시골 총각 ‘귀도’는 운명처럼 만난 여인 ‘도라’에게 첫눈에 반한다. 넘치는 재치와 유머로 약혼자가 있던 그녀를 사로잡은 ‘귀도’는 ‘도라’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분신과도 같은 아들 ‘조수아’를 얻는다. ‘조수아’의 다섯 살 생일, 갑작스레 들이닥친 군인들은 ‘귀도’와 ‘조수아’를 수용소 행 기차에 실어버리고, 소식을 들은 ‘도라’ 역시 기차에 따라 오른다. ‘귀도’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무자비한 수용소 생활을 단체게임이라 속이고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불안한 하루하루가 지나 어느덧 전쟁이 끝났다는 말을 들은 ‘귀도’는 마지막으로 ‘조수아’를 창고에 숨겨둔 채 아내를 찾아 나서지만, 끝내 독일군에게 들켜 잡히게 되고, ‘조수아’가 안심하도록 마지막까지 코믹한 모습을 보이며 시야에서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 ‘조수아’는 아빠가 당부했던대로 모든 사람이 없어졌을 때 숨은곳에서 나오고 되는데, 밖엔아빠 말대로 진짜 탱크가 ‘조수아’ 앞에 와 있었다.
"이건 내 이야기이며
날 위해 희생한
내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이것이 아버지가
내게 남긴 선물이다."
주인공 귀도를 연기한 로베르토 베니니는 이 영화의 감독이며, 도라역의 니콜레타 브라스키는 실제 그의 아내이다. 감독의 아버지는 실제로 수용소에서 3년을 버틴 생존자로, 아들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때 귀도가 어린 조수아에게 그랬던 것 처럼 게임에 비유했다고 한다.
돌아보면 부모가 되기 전에 나의 삶엔 현재와 미래만 있었다.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목표를 향해 있던 시선에서, 아이를 낳아 길러보고 나서야, 부모에게 받은 과거의 경험이 고스란히 아이와의 일상에 투영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잠자리에 누워 끝도 없는 세계로 이야기를 뻗어 나가는 시간을 갖는 것, 매일 오늘 발견한 예쁜 말을 기록하는 것, 책을 선물할 때면 꼭 날짜와 짧은 편지를 쓰는 것, 별것 없는 식사 한 끼에도 케첩으로 하트를 그려 넣는 것, 작은 꽃들을 관찰하고 그리는 것, 우리의 귀여운 시간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록하는 것, 매일 일어나는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까지 …부모에게 받은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나를 발견하고서야 어린 시절과 그 시절의 아빠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아픈 과거에서 배움을 얻지만 얽매이지 않고, 큰 미래를 꿈꾸며 나아가지만 그 때문에 현재를 저당 잡히지 않는 사람. 오늘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균형 있는 삶을 꾸려온 아빠를 통해 나 역시 괴로워도 아파도 매일의 행복을 발견하는 삶의 태도를 갖게 된 것 같다. 아름다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사람과 그를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영화가 내 곁에 있다는 것 또한 오늘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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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 스프링스>, 여름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영화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팜 스프링스>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팜 스프링스>는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나일스(앤디 샘버그)와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세라의 여동생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 팜 스프링스 리조트는 사랑과 신나는 열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혀 '오늘'만을 살아가는 나일스는 이미 셀 수 없을만큼 많은 결혼식을 겪은 상태이다. 수많은 '오늘 결혼식'의 경험으로 앞으로 이어질 모든 사건들을 아는 나일스는 능숙하게 결혼식 축사를 얘기하고, 파티를 즐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인해 세라가 이러한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우연히 나일스의 타임루프에 함께 갇히게 된 세라는 '오늘만 살게 된 시공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여러 시도를 해보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나일스도 '오늘'에서 벗어나고자 많은 시도를 하였지만 결국 실패하였고, 현실에 순응해서 살아가고 있던 것이었다.
현실을 인정한 세라는 나일스와 함께 파란만장하고 유쾌한 '오늘'을 살아나간다.
많은 '오늘'을 함께한만큼 둘이 나눈 이야기도 많았는데,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도 이 중 하나였다.
'오늘 하루가 반복되는 일'의 영향을 받은 나일스는 '현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도 흘러가고 있고, 결국 남는 것은 '현재'이기 때문이다.
반면 세라는 그 사람에 대해 더 알 수 있기에 다른 사람의 '과거'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이 장면을 보고, 이 대사를 들은 순간 잠시 나는 영화의 내용에서 벗어나 '나는 과거와 현실 중 어느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이 생각은 계속되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누군가의 '과거'에 더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이 이야기의 또다른 주요 인물은 나일스와 함께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로이(J.K. 시몬스)이다.
로이는 세라가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히기 전, 여러 번의 '오늘'을 겪고 있던 나일스와 파티에서 만났다.
나일스와 함께 술을 마시며 신나게 놀던 로이는 '오늘 같은 날이 계속되었음 좋겠다'라는 말을 했고, 나일스는 술김에 오늘만 살게 해줄 수 있다면서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히게 되는 동굴 속으로 로이를 안내했다.
술이 깬 로이는 이 사실에 분노했고, 여러 번의 '오늘'이 반복되는 동안 계속 나일스를 죽이면서 복수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죽으면 또다른 '오늘'이 시작된다. 빠져나갈 수 없는 무한의 굴레인 것이다.
세라가 타임루프 세계관에서 빠져나가기로 결심하고 떠난 후, 혼자 남은 나일스는 세라의 빈 자리를 크게 느끼고 상실감을 겪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동안 자신을 죽이기 위해 찾아왔던 로이를 '직접' 찾아간다.
로이는 현실에 적응하고 본인만의 '안식처'를 찾아 살고 있었다.
로이의 안식처는 바로 아내와 두 딸이었다. 하지만 두 딸이 커 가는 모습을 로이는 영영 보지 못한다.
왜 이제 자신을 죽이러 오질 않느냐는 나일스의 질문에 로이는 이렇게 답한다.
- 상황은 변하는거야. 우선순위도 변하는거고.
그리고 세라의 빈 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는 나일스에게 말한다.
너의 안식처를 찾아보라고. 사람은 누구나 안식처를 가지고 있다고.
이러한 로이의 대사는 영화 속 상황에도 적합하지만, 동시에 우리 현실에도 적용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타임루프'라는 소재 자체는 현실과 어울리지 않지만, 영화 속 인물이 건네는 대사들은 대부분 현실과 매우 어울렸고 적합했다.
이 점이 이 영화의 여러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세라가 다시 나일스를 찾아온다. 그리고 함께 이 타임루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한다.
사실 그 동안 세라는 이 타임루프가 양자물리학과 관련있다고 생각하여 이를 공부하러 간 것이었다.
'오늘이 무한히 반복되는' 타임루프의 이점을 이용하여 세라는 전문가보다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되었고, 직접 실천하기 전 실험까지 마친 상태였다.
(세라가 영화 속에서 나일스에게 이것저것 설명했지만 사실 나는 한 번에 명확히 이해하진 못했다.
세라는 이과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세라와 나일스의 의견은 갈린다.
세라는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나일스는 현재의 타임루프 굴레에 남으려고 한다.
나일스가 계속 남아있으려는 이유는 '진짜 현실'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었다.
이 점에서 나일스가 '과거'와 정상적인 시간 속에서 펼쳐질 '미래'들을 회피하려고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 모습은 마치 과거나 미래, 혹은 현실마저도 회피하려는 내 모습 같다고도 생각하였다.
나는 가끔씩 지난 일들, 혹은 내가 마주한 현실이나 마주할 일들이 두려워서 무작정 회피하곤 한다. 숨곤 한다.
사실 회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없는데 말이다.
그 일이 무엇이든 일단 부딪혀보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일이든, 내 눈앞에 펼쳐진 일이든, 앞으로 일어날 일이든, 뭐든.
결국 나일스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세라를 따라 이 세계관에서 벗어나고 '진짜 현실'을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진짜 이 타임루프에서 벗어나기 전, 계속 자신을 보면 질릴 수도 있다는 세라의 말에 나일스는
이미 우린 질릴만큼 봤다고, 난 괜찮다(좋다)
라고 대답한다.
나는 이 나일스의 대사가 유독 더 좋았다. 그냥 좋았다.
그리고 당신(나일스)과 함께라면 덜 지루할 것 같다는 세라의 말에 나일스는
기준점이 낮으니 됐다
라는 대답을 한다.
상대방의 기분까지 좋아지는 긍정적인 말을 한다는 것이 바로 나일스의 장점인 것 같다.
그가 가진 긍정적인 분위기는 스크린 바깥의 관객인 나에게도 와 닿았다.
참 밝고 무해한 인물이다.
정말 '밝고 무해한 웃음'을 주는 영화였다.
웃음코드가 나랑 엄청 잘 맞았는데, 특히 나일스와 세라가 함께 무한히 반복되는 '오늘'을 즐기며 살아가는 장면이 다 웃겼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영화관을 빠져나온 내게
과거와 현실 중 나는 어느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혹시 나는 지난 과거를 회피하고 있진 않은지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남겼다.
영화가 끝나고 집을 가는 길에서 계속 이 두 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예측할 수 없는 내용이 펼쳐지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 <팜 스프링스>는 다가오는 19일에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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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 없이는 못 사는 여성이 수학에게 버림받는다면
- 7★/10★
수학 없이는 못 사는 여성이 하루아침에 수학에게 버림받았다. 그녀는 살 수 있을까? 살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수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생인 마거리트는 3년간 연구해온 주제를 발표할 세미나를 앞두고 있다. 1742년 제기된 후 여전히 증명 불가능한 명제로 남은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만한 연구다. 수학자로서의 재능을 인정받는 마거리트는 이 세미나를 계기로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수학의 신비에 한 걸음 다가갈 생각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자료를 검토하고 또 검토한다.
드디어 운명의 날. 마거리트는 훌륭히 발표를 마친다. 청중들도 매우 흥미롭다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그때 한 남자가 질문을 던진다. 그 하나의 질문에 모든 게 무너진다. 마거리트가 미처 검토하지 못한 중대한 오류로, 지난 3년간의 모든 연구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질문이었다. 하필 질문자가 루카라는 점도 문제다. 루카는 마거리트와 연구 주제가 겹치는 대학원생으로, 최근 그녀의 지도교수가 지도 제자로 받아들여 마거리트가 불편한 긴장감을 느끼던 사람이었다. 수학에 대한 사랑이 지독하게 컸기 때문일까? 괴로워하던 마거리트는 단 한 번의 커다란 좌절 이후 학교를, 수학을 떠난다. 표면적으로는 그녀가 수학을 버린 거지만, 실질적으로는 수학이 그녀를 버린 것이다. 그 상처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에 마거리트는 의연한 척 ‘미련 없이’ 수학을 떠나는 척한다.
그 이후의 마거리트가 항상 우울한 것은 아니다. 수학 말고는 모든 게 서툰 마거리트의 엉뚱한 모험은 예기치 못한 웃음을 자아낸다. 마거리트는 수학 바깥의 세상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점을 만들어간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오르가슴을 탐색하는 장면이 압권인데, 클럽에서 만난 남자를 무작정 따라가 감정적‧육체적 관습을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섹스하는 그녀는 결코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기묘한 젠더 전복을 이뤄낸다. ‘여성스럽지 않은’ 수학에만 매달리는, ‘수학계에 흔치 않은’ 여성 수학자 마거리트. 마거리트는 곧잘 성적 매력이 소거된 숙맥, 이른바 너드(‘여성 너드’를 표현하는 엘라 룸프의 연기는 정말 흘륭하다)로만 여겨졌다. 그런 그녀가 오히려 그 ‘약점’을 무기 삼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은 기묘한 쾌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마거리트는 수학을 완전히 떠날 수 없다. 그녀 마음 한편에는 늘 수학이 꿈틀거린다. 단지 다시금 이 열정에 불을 지필 계기가 필요할 뿐이다. 마거리트에게 그 계기는 마작이었다. 룸메이트가 방세를 날려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향한 마작 도박장에서 게임을 하다 영감을 얻은 마거리트는 자신이 회피해오던 오류를 마주할 용기를 낸다. 순수한 마음으로 마거리트 연구의 취약성을 지적한 루카와 협력해 다시금 수학을 시작하고, 자신의 연구에 도움이 될 젊은 학생을 지도 제자로 둔 후 착취하는 지도교수에 맞설 용기 말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마거리트는 수학이 세상, 감정과 분리된 무언가가 아니라는 점을 배운다. 남을 경계하고 혼자서만 연구했던 과거에 마거리트는 넘어지고 부러졌다. 그러나 때로는 갈등하고 마음 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누군가의 부대끼며 소통하고, 호흡하고, 사랑하자 자신을 버린 줄만 알았던 수학으로 향하는 길이 다시 열린다. 마거리트는 깨닫는다. 수학을 향한 그녀의 첫 번째 사랑은 그녀를 고양하지 않고 잠식하고 소진시키기만 했다는 것을. 어쩌면 삶에는 수학보다 더 커다랗고 소중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렇게 마거리트는 자신만의 정리定理를 완성한다. 수학을 초과하는 삶의 영역을 기분 좋게 가늠해보게 되는 영화다.
덧. 이 영화는 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수학영재 형주〉와 닮은 구석이 많다. 비슷한 주제 의식을 전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완전히 다른데, 모두가 각각의 방법으로 사랑스럽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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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제목의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께 또 어떤 영화를 추천드릴까 하다가
최근에 봤던 흥미로운 제목의 영화가 있어,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영화를 추천드려볼까 합니다!
흥미로운 제목의 영화! 이 영화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한번 살펴볼까요?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흥미로운 제목의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전쟁 중에 결성된 외딴 섬의 북클럽. 런던의 작가가 그들을 찾아 떠난다.
유쾌하고 용감하게 나치의 점령을 견딘 사람들. 그들을 통해, 그녀의 삶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cine pick!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영 인디아나 존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연출한 마이크 뉴웰이 감독을 맡은 작품입니다. 원작보다 로맨스에 조금 더 중점을 뒀으며, 영화 속에 나오는 풍경이 매우 매력적이다.
런던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Man Up, 2015
ⓒ 네이버 영화
synopsis
매번 실패하는 연애에 어느덧 연애지수 제로가 되어버린 ‘낸시’는
부모님 결혼기념일 파티에 가던 중 우연히 만난 ‘잭’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낸시는 얼떨결에 잭의 가짜 소개팅녀 행세를 하게 되고,
두 사람은 런던에서 생애 최고의 유쾌한 데이트를 즐긴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낸시 앞에 나타난 옛 친구덕분에
거짓말로 시작된 데이트는 위기를 맞게 되는데..cine pick!
판타지에 가까운 사랑 이야기를 담았고, 사운드트랙이 무척 매력적인 영화이다.
대사 보는 재미가 있으며, 뻔하지만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When I Get Home, My Wife Always Pretends to be Dead,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어느 날부턴가 ‘준’이 집에 돌아오면 항상 ‘치에’가 죽어 있다.
어제는 악어에게 잡아먹혔고, 오늘은 외계인에게 납치당했고,
내일은 공동묘지를 떠도는 귀신이 될 예정이다.
도대체 왜! 치에는 매일 죽어 있는 걸까?cine pick!
조금은 당황스러운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매일 죽은 척을 하는 아내를
맞이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굉장히 신선한 소재의 영화이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나간다.cine pick!
원제와 번역된 제목 모두 굉장히 흥미를 자아내는 제목이다.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주인공의 성장에 조금 더 초점을 둔 영화이다.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잡으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Let Me Eat Your Pancreas ,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드는 ‘나’, 학교 최고의 인기인 ‘그녀’
어느 날, 우연히 주운 [공병문고]를 통해 나는 그녀와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다.
“너 말이야, 정말 죽어?” “...응, 죽어”
그날 이후, 너의 무언가가 조금씩 내게로 옮겨오고 있다.cine pick!
2016년 일본 서점에서 2위를 하고,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당시에도 파격적인 제목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제목과 상반된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
진한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The Tokyo Night Sky Is Always the Densest Shade of Blue ,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낮에는 간호사, 밤에는 술집에서 일하는 ‘미카’.
일용노동직으로 일하며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살지만 막연한 희망을 꿈꾸는 ‘신지’.
이들은 화려함과 고독함이 한 데 섞인 도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서로를 이해하는 진정한 사랑은 없을 것 같던 도쿄의 밤하늘 아래,
방황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며
삶에 대한 희망을 함께 품기 시작한다.cine pick!
원작은 시집으로, 시의 내용을 재구성한 영화이다.
일본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영화 전문 잡지인 키네마 준보에서
선정한 2017년 일본 영화 1위이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Turtles Swim Faster Than Expected, 2005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평범하다 못해 어중간한 삶을 살고 있는 주부 스즈메는 무서울 정도로 단순한 일상 속에서
어느 날, ‘스파이 모집’ 광고를 발견한다. 무심코 전화를 해버린 그녀는 뻔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cine pick!
일본 특유의 감성과 개그 코드가 가득 담긴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평범했던 일상을 조금은 특별하게 보내게 될지도...?!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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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보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 상탈 에커만
출연진 : 델핀 세리그
잔느 딜망
이 영화의 주인공은 1970년대의 벨기에 어느 동네에 사는 주부 잔느 딜망이다. 가정주부인 잔느. 하는 일이라곤 정해져 있다. 밥하고. 빨래하고. 요리하고. 아이들 챙기고. 딱히 치열하거나 게으를 것도 없이 하루가 간다. 밖으로는 잘 안 나가는 것 같은 잔느. 하지만 이 모든 게 당연하다는 듯 잔느의 관심사는 집이다. 아들 아들도 딱히 지루해하는 구석이 없는 것 보니 엄마를 좋아하는 것 같다. 평화로운 일상. 겉보기에 잔느의 안분지족 하는 일상은 그녀에게 안성맞춤이다.
이런 그녀에게도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사실 잔느의 집은 집안일과 매춘이 동시에 벌어지는 장소였다. 별다르게 일을 하지 않는 잔느. 이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같은 일만 계속 반복하려니 지겹다. 갑자기 잘 깎이지 않는 감자. 신경질적으로 감자를 깎는다. 또 아들의 시답잖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무너지는 일상. 잔느는 더 끔찍한 비극을 받아들여야 한다.
No.1
이 영화는 작년 2022년에 발표한 ‘사이트 앤 사운드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 1위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영화가 고전 영화 중 하나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 건 합리적으로 보인다. 사실 영화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주인공 잔느가 집안일하거나 밖에 잠깐 외출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의 이야기가 잔느의 집안일에 기반한 탓에 일반적인 극영화랑은 거리가 있다. 하지만 영화(를 비롯한 모든 창작물)가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작품의 정교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카메라의 구도부터 이 영화는 특별하다. 영화는 지겨울 정도로 특정 구도를 반복한다. 눈높이는 잔느와 비슷하다. 인물 양옆에 물건들이 있다. 영화의 위-아래도 잔느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는 물건들이 배치되어 있다. 영화는 이 구도를 20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전부 적용한다. 심지어 이 구도는 잔느가 외출하는 장면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화면에 비해 인물이 작아 보인다. 외출을 끝내고 잔느가 집으로 돌아올 때 엘리베이터를 탄다. 다시 잔느의 부피가 커진다. 다시 답답해진다. 이 구도는 잔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더 의미가 명확해진다. 잔느는 마치 철문을 열고 감옥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실내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이 영화의 촬영구도는 집 안 / 집 밖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집 밖에선 고립감을, 안에선 폐쇄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영화가 여성들에게 있어 ‘집안일=감옥’과 유사하다는 걸 은유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모든 상황을 통제하듯
잔느가 집안일이라는 감옥에 있기 때문에 서서히 미쳐가는 인물을 묘사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주인공 잔느가 감자를 깎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잔느는 손목이 다쳐도 두렵지 않은 것 같이 감자를 깎는다.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있다. 한 번 마시고 그냥 다 버린다. 후반부에 아이를 돌보는 장면이 있다. 얼굴에 단 조금의 미소도 품지 않고 정색한 채로 아이를 달랜다. 달래려고 하면 할수록 아이는 더 크게 운다. 이젠 아예 아기가 울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는 잔느. 인물에게 누적된 스트레스를 체감하게 한다. 이 감옥은 다른 의미로 치환되기도 한다. 우선 집안일과 성노동이 같은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은 가사노동의 본질적인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성노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는지를 극후반부에서야 그나마 보여주는 편이다. 이 말은 즉슨 성노동이 인물의 생계와도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생략했다는 뜻이다. 이는 여성의 일상이 얼마나 피폐한가를 묘사하는 것과 대치되기 때문에 감독이 고의적으로 분량을 없애버린 것이다. 일상에서 서서히 벌어지는 균열이 후반부의 선택과 이어진다는 것이 플롯의 핵심이다. 그런데 (충분히 자극적인) 잔느가 누구와 잤는지가 영화에서 중요할까? 오히려 잔느의 일상에 더 개입한 변태적인 카메라가 되는 건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물건이 등장하는 방식도 미묘하다. 이 영화는 물건을 일상으로 비유하고 있다. 잔느의 첫째 날은 평화롭다. 두 번째 날부터 이야기에 광기가 서려있다. 아들이 ‘엄마 단추 떨어졌어요!’라고 말한 후부터 잔느가 온 동네를 뒤져 단추를 찾는다. 사건의 선후관계를 생각해 보면 ‘잔느가 집안일하다 밖으로 나오는 것 마저 가사노동의 일부’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영화에서 누군가가 선물을 보낸다. 집안일과는 다른 무언가가 나올 법도 한데 잠옷이 나온다. 잠옷은 집에서 입는 옷이라는 점에서 ‘일상의 마무리’를 의미하고 있다. 잔느가 구두를 수선하려고 어딘가로 들어간다. 주인장인 남자는 잔느에게 ‘아들 잘 지내고 있나요?’라고 묻는다. 구두가 잔느 본인 것이 아닐뿐더러 주인장이 하는 말까지 아들에 대한 것이다. 영화가 느릿느릿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단지 지루하게 하려고 이렇게 이야기를 연출한 것이 아니다. 느릿느릿해야, 더 상황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섬세한 부분까지 캐치해야 이 영화 이면의 깔려있는 어마무시한 광기를 이해할 수 있다.
합리적인 엔딩
이 영화의 엔딩은 특별하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전 세계의 여성들을 바라보는 방식’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잔느는 엔딩에서 흰 옷을 입고 있다. 러닝타임 내내 색이 흐린 옷만 입었던 잔느. 잔느는 일상 속에서 깔끔함을 추구한다. 이렇게 강박적인 성격이 강한 잔느이지만 성노동과 가사노동을 거부하듯 살인을 저질렀고 흰 옷에 피가 묻었다. 금기를 어긴 잔느. 표정이 명확하지 않았던 잔느는 200여 분동 안 처음으로 혼자 웃는다. 하지만 이 모습을 찍는 구도가 흥미롭다. 집 안이다. 사실 혼자 멍하니 웃는 장면을 실외에서 찍어도 이야기의 논리관계에는 어떤 악영향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장면을 굳이 실내에서 찍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또 옆에 있는 주전자 던져버릴 수도 있는 건데 그대로 놔뒀다. 이는 잔느가, 그러니까 여성이 스스로 주체성 있게 우뚝 섰다 하더라도 가부장제라는 감옥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감독의 탄식처럼 보인다. 실제로 엔딩 후반부에 러닝타임 중반부쯤에 등장했던 생활소음이 삽입된다. 또 심지어 조명까지 어둡다. 이 두 요소를 굳이 넣었다는 점 역시 촬영 구도와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1970년대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사실 2023년을 살아가면서 여전히 가부장제의 무언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13일까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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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 The Fall
<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 The Fall >
올해 두번째 '못 일어나겠어' 작품입니다.
(= 만점영화)
일단 이 영화 진짜 좋습니다.
좋은 이유:
1. No CG, 올 로케이션이 주는 미적 쾌감
영화를 보면서, 씨지로 구현할 수 없는 질감들이 보이길래 '아 설마 올 로케?' 했는데.. 역시나 였다..
진짜 이 영화는 카메라 구도나 미장센 등 이게 현실로 가능하다고?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많은데.. 정말 놀랍다.
2. 현실과 이야기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슬픔
이게 내가 이 영화를 극찬하는 포인트다.
물론 미장센, 연출 다 좋지만, 난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주인공이 아이를 통해 모르핀을 구해 자살을 하기위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를 지어내는데,
이 이야기와 주인공의 현실이 묘하게 맞물리나 그 사이 간극이 너무나도 커서 마지막에 그것들이 잘 맞물리지 않고 헤매게 된다.
난 이 장면이 진짜 내가 올 해 본 모든 장면 중 세 손가락에 든다고 생각한다.
(이게 그 장면인데 진짜... 너무 슬프다..)
3. 이 세상 모든 '로이'들에게
가장 마지막 장면은 알렉산드리아가 영화들에서 스턴트를 하는 로이를 찾는 나레이션과 함께 여러 고전 액션 영화들의 장면들이 지나간다.
이 장면은 마치 영화 뒤의 이 세상 모든 '로이'들에게 헌사하는 장면 같아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나만 그런건가.. 마지막에 다같이 모여 영화를 보고, 영화의 장면장면들이 흘러가는 엔딩을 보고있으니 문득 '시네마 천국'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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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장면
(이 장면도 앞서 말한 장면의 연장선이다. 같은 파트)
이 색감도 너무 좋고, 모든 것을 포기한 로이의 모습이 너무 가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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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엘라 영화 후기 / 엠마 스톤이 아니면 누가?! / 미친 연기 / 디즈니애니의 빌런 탄생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크루엘라” 후기입니다.
캐스팅 소개 후 엔드크레딧 전에 쿠키영상이 있습니다!!#디즈니, #범죄드라마, #코미디, #엠마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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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립 투 그리스] 개봉 기념 씨네픽 특별 EVENT!!!
[트립 투 그리스]의 개봉주 주말인 7.9(금) ~ 7.11(일)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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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러브 앤 몬스터스>
[2021년 4월 14일, 넷플릭스 공개]
돌연변이 괴물들이 지구를 덮치고 7년이 지났다.
살아남은 인류는 지하에 숨어 목숨을 부지해야만 했다.
그렇게 버텨온 조엘 도슨(딜런 오브라이언).
그가 무전을 통해 고등학교 시절 여자 친구 에이미와 다시 연결된다.
그리고 여전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녀와의 거리 135킬로미터. 이 지하 벙커에 그를 붙잡을 거라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에이미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렇게 조엘은 해안을 향해 떠난다.
사랑을 찾아, 희망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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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배틀로얄: 러버스> 예고편
눈을 뜨면, 죽음의 게임이 시작된다!
납치된 학생들이 낯선 건물에 감금당한 채 죽음의 게임을 강요 받는다.
더 복잡해진 게임의 룰 속에서 학생들은 하나 둘 희생되고
게임을 운영하는 운영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 학생들은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된다.
하지만 죽음의 게임에서 벗어 날 수는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