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2023-04-03 15:07:33
40대여 일어나라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특정 연령대가 아닌 모든 연령층을 타겟으로 아직도 롱런 중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 영화 '슬램덩크'가 올해 1월 4일 개봉해 현재까지 상영 중으로 롱런 중이다. 그다지 관객몰이를 하지 못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박스오피스 1위, 상영 3개월이 되는 시점에서는 3위이다. 관객 수는 435만 명으로 스크린에 함께 걸렸던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들보다 관객 수가 많은 편이다. 유명 배우를 기용한 몇 편의 한국 영화가 100만 명을 넘기지 못하는 기간 동안 추억의 애니메이션은 400만 명을 넘어섰다.
40대를 타깃으로 한 작품일 것이라 여겨졌지만, 10대 만족도는 9.65, 40대는 9.35로 오히려 만화책이 아닌 애니메이션을 통해 만난 이들의 만족도가 더 높다. 코믹스에서 다 그려내지 못했던 가드 송태섭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연출된 작품이지만, 북산과 산왕 간의 대결이라는 그리고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향해 가는 북산 팀의 이야기가 담긴 만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알지 못하는 관객 층에게도 충분한 어필을 한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만화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감독을 맡았고, 상영 시간 124분, 평점 9.27이다.
슬램덩크 만화책의 주인공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강백호, 송태섭 중 앞의 4인의 스토리는 충분히 그려졌으나, 송태섭의 이야기는 충분치 않아 그에 관한 스토리를 쓰고 싶었다던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바램이 담긴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이다.
만화책에서는 하나 누나를 좋아하고 귀에 피어싱을 낀 다소 껄렁껄렁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가드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자신만의 필라소피를 농구 안에서 풀어내는 모습이 매력적이던 송태섭의 성장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하지만 영화는 송태섭의 성장 과정뿐 아니라 산왕과 북산과의 경기를 통해 강백호만이 가진, 그리고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안경 선배, 하나 누나, 안선생, 강백호의 친구들, 그들 자신만이 가진 특유의 캐릭터를 살아있는 듯 발하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이 애니메이션 원독자들은 2023년 이 시대의 40대 들일 것이다.
그들은 X 세대라 불리며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문화 가운데 컸으며, 그들은 새로운 물결을 만든 세대들이다. 자신들이 학습되고 부모 세대로부터 받은 익숙함들은 그들이 접하게 된 새로운 문화나 교육들과는 이질감이 생겨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층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기존 문화와 흐름에 아무것도 모르고 편승하기에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은 그러한 자신들의 위치 때문에 수많은 어려움과 고민 가운데 봉착하게 되었다.
그들은 새로운 물결을 만들며 마치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듯 거대한 기존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지만, 세상 가운데 이미 존재하고 있던 물결은 무척이나 넓고 깊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타협하지 않고 계속해서 거슬러 올라가는 이들과 그 물줄기 안에서 편승하는 듯 보이지만, 마음 안에 담겨 있는 열정을 무시할 수 없는 이들이 되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 가운데서 무력감을 느끼고 우울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누워 있는 자들에게 이 영화는 일어서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단지 추억을 회상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그 추억을 딛고 일어나 마음속의 열정으로 다시 그 거센 물줄기 안에서 새로운 물꼬를 틀라고 촉구하는 듯 보인다.
OST는 비트 있게 생동감을 주며 움직이고, 북산고 선수들의 호흡과 관객의 호흡은 정확히 일치한다.
더빙과 자막 중 자막을 선택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것이 살아 움직이는 영화의 흥미를 더해줄 것이다.
40대여,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길 바란다.
Relative contents
-
- 넷플릭스 왓챠에서 볼만한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들 BEST 7
넷플릭스 왓챠에서 볼만한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들 BEST 7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볼만한 영화시리즈입니다. 요즘 벌어지는 '학교폭력 폭로사태'라는 테마에 맞춰서 '피해자' 관점에서 학교폭력을 다룬 영화들을 모아봤습니다.
 ̄
■소년시절의 너 (少年的你·2019)
[줄거리] 빚쟁이 어머니와 떨어져 홀로 대입을 준비하는 고3 천니엔(주동우)와 어린 시절부터 홀로 길거리에서 생활한 샤오베이(이양천새)는 둘 다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사랑을 키워가지만...
<소년 시절의 너>는 20세기 홍콩영화처럼 학원폭력을 과잉된 정서로 전시한다. 과잉된 연출 방식이 노리는 것은 ‘입시제일주의’를 주입하려는 어른들을 정 조준한다. 교육의 목적이 자기 계발이 아니라 지위 상승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어른들은 중국 아이들에게 ‘계층에 대한 욕망’을 주입한다. 그 아이들은 친구를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보다는 자신이 밟고 올라서야 할 ‘경쟁자’로 취급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청소년이 전 세계에서 행복도가 가장 낮은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
■돼지의 왕 (The King Of Pigs·2011)
[줄거리]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히 먹고 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하는데...
소위 ‘일진’, ‘짱’, ‘캡’, ‘학교 통’이 폭력으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돼지의 왕>은 힘 센 학생의 횡포에 침묵으로 동조하는 아이들은 ‘돼지’라고 묘사하며 학교 폭력의 이면에 대한 성찰을 다뤘다.
 ̄
■파수꾼 (Bleak Night·2010)
[줄거리] 한 소년이 죽었다. 평소 아들에게 무심했던 소년의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의 갑작스런 공백에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뒤늦은 죄책감과 무력함에,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뒤쫓기 시작한다. 아들의 책상 서랍 안, 소중하게...
10대 소녀보다 더 예민하고 섬세한 소년들의 갈등과 균열을 이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 <파수꾼>은 명확한 해답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래 집단 내의 암묵적인 권력관계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예민하고 복잡하다. 단순해보였던 역학관계의 복잡성과 통제불능성을 보여주면서, 견고해보였던 권력구조가 생각보다 허술하고 붕괴되기 쉬움을 드러낸다.
 ̄
■고백 (告白·2010)
[줄거리] 자신이 근무하는 중학교에서 어린 딸 ‘마나미’를 잃은 여교사 ‘유코’(마츠 다카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학생들 앞에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이 이 교실 안에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한다...
<고백>은 피해자의 부모가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이야기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가해자로 드러나는 학생들은 결국 부모들의 무관심 또는 과도한 관심에 의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학교 폭력'이란 게 결국 기성세대가 떠안아야할 문제라고 확언한다.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Our Twisted Hero·1992)
[줄거리] 40대의 한병태는 회사를 그만 두고 시작한 지 1년 된 학원 강사다. 사회 속의 권력, 암투에 적응하지 못하고 폐쇄된 학원 공간에서 소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병태에게 어느날 국민학교 동창생인 황영수로부터 최선생(신구)의 부음 소식을 듣는다. 그런 그에게...
"일진"인 엄석대와 그 패거리가 한병태를 "왕따"로 만들고, 복종시킨 다음에는 "빵 셔틀"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은 수십년 전 작품임에도 오늘날 교실 내에서의 폭력의 본질이 무엇인지 매우 정확히 바라보고 있다. 집단따돌림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가 아니라 결국 어른들과 공권력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영화는 원작보다 훨씬 더 현대사에 빗대어 어떤 대상을 비판한다. 영화가 비판하려는 대상은, 엄석대 밑에서 부조리에 순응한 자들이 때때로 그 앞잡이 노릇까지 하면서 질서를 수호하려 했던 ‘독재에 순응한 구성원’들이 일말의 반성도 없이 끈 떨어진 권력에 손가락질 하는 군중심리이다. 이때 가장 모자라 보이는 친구 영팔이 ‘니네들도 나쁘다’며 울먹인다. 부조리는 엄석대가 옳지 못함을 알면서도 대항하기를 포기해버렸던 ‘이름 모를 녀석’들에 의해 유지되었던 것이다.
 ̄
■말죽거리 잔혹사 (Spirit Of Jeet Keun Do - Once Upon A Time In High School·2004)
[줄거리] 1978년 말죽거리의 봄, 현수(권상우)는 강남의 정문고로 전학온다. 정문고는 선생 폭력 외에도 학생들간 세력다툼으로 악명높은 문제학교. 이소룡 열혈팬이라는 이유로 금새 죽고 못사는 친구가 된 모범생 현수와 학교짱 우식(이정진). 하교길 버스안에서 올리비아 핫세를 꼭 닮은...
<말죽거리 잔혹사>는 <비트>나 <친구>처럼 남학생들의 폭력세계를 다뤘지만, 사내들의 의리와 우정을 찬양하는 영화가 아니다. 내적으로는 영웅(역할모델)이 필요한 십대 사고방식을 탐구한다. 청소년기에 유독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기 때문이다.
외연은 어떠한가? 독재 체제는 모든 국민들이 독재자 개인을 위해 움직여주기를 바라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자기 자신을 위해 행동한다. 권력에 저항하는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불합리와 불의가 횡행한다. 교실 내의 권력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은 비겁한 어른들을 닮아가거나 폭력에 호소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라는 대사가 유달리 사이다로 다가온다.
 ̄
■목소리의 형태 (映画 聲の形·2016)
[줄거리] 초등학생 시절 그 애를 정말 많이도 괴롭혔다. 청각 장애가 있던 그 여자애는 늘 웃기만 했지. 그때의 잘못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용서받을 자격 따윈 없겠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사과할게. 너무 늦지 않았다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할까? 관객들은 가해자 이시다의 사과를 지켜보면서 타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 본 콘텐츠는 블로거 영혼아이 TERU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번아웃 왔을 때 마음을 밝혀줄 명대사들
-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쳐있다면, 혹은 너무 달려왔다면
쉬어가며 보기 좋은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 림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이곳에 7일간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골라야 한다. 림보의 직원들은 그 추억을 짧은 영화로 재현해 그들을 영원으로 인도하는데… 영원히 머물고픈 순간, 당신 인생엔 있습니까?
대학 강사인 가장 리차드는 본인의 절대무패 9단계 이론을 팔려고 엄청나게 시도하고 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 쉐릴은 이주째 닭날개 튀김을 저녁으로 내놓고 있어 할아버지의 화를 사고 있다.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는 15살 손자에게 섹스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들 드웨인은 9개월째 자신의 의사를 노트에 적어 전달한다. 이 콩가루 집안에 얹혀살게 된 외삼촌 프랭크는 게이 애인한테 차인 후에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한 프로스트 석학이다. 마지막으로 7살짜리 막내딸 올리브는 또래 아이보다 통통한(?) 몸매지만 유난히 미인대회에 집착하며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브에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쟁쟁한 어린이 미인 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 출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딸아이의 소원을 위해 온 가족이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1박2일 동안의 무모한 여행 길에 오르게 된다. 좁은 버스 안에서 후버 가족의 비밀과 갈등은 점점 더 커져만 가는데.. 할아버지와 올리브가 열심히 준비한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의 마지막 무대는 가족 모두를 그들이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과연 후버 가족에겐 무슨 일이 생긴 것 일까?
테헤란 시 외곽의 톨게이트. 라디오에선 끊임없이 지진의 비극이 흘러나오고 있다. 집과 가족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구호물자를 기다리고 있으며 부모를 잃은 수많은 아이들을 입양해줄 것을 호소한다. 1990년 이란을 할퀸 대지진 소식에, 황급히 돌아온 키아로스타미. 그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했던 소년들의 생사를 확인 못해 초조하다. 하지만 코케마을로 가기 위한 도로는 자동차의 행렬로 꽉 막혀있고 길은 어렵기만 하다.
샛길을 돌아 마주치는 사람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포스터를 보여주고 아이들이 살아있는지를 물어보지만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채 그 날의 삶조차 힘겨운 사람들은 아무도 답변해주지 않는다. 감독의 차 뒷 좌석에 앉아 여정을 함께 하던 어린 아들은 지친 나머지 잠이 들고... 바위 더미에 묻힌 집들, 가족을 몽땅 잃고 고아가 되어버린 아이들, 가족이 전부 죽었다고 말하면서 물지게를 지는 할아버지. 이들이 만난 생존자들은 그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눈물은 이미 말랐고 그들은 또 다른 삶을 꾸려간다.
차는 점점 더 코케마을에 가까워지고 그들은 우연히 [내 친구...]에 할아버지 역으로 출연했던 루히씨를 만난다. 그들을 반기며 자신의 집으로 이끄는 노인. 그 지진 속에 노인은 살아남았고 집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마드는? 네마자데는? 그 사랑스런 눈동자의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어려서부터 뒤만 돌아보면 졸졸 따라오는 남자…는 없어도 고양이는 있었다! 남자들은 모르는 마성의 모태묘녀(猫女) 사요코. “올해야 말로 결혼! 얼굴은 보지 말자!”라는 목표를 세워두고 씩씩하게 생활하지만 햇볕 드는 툇마루 너머로 보이는 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같이 살아준 고양이들의 다재다능한 특기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며 고양이 렌트와 돌아가신 할머니 불상 앞에서 대화하는 것이 그녀에겐 일상의 전부이다. 감히 모태묘녀에게 전생이 매미였다느니, 여자가 키가 커서 남자에게 인기가 없다느니 느닷없이 나타나 상처만 주고 사라지는 이상한 이웃집 아줌마 때문에 사요코는 인간 남자에 대한 욕구가 불쑥! 하지만 혼자여도 외로움에 사무치지 않을 수 있는 건, 바로 마음의 ‘구멍’을 쏙 메워주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 늘 옆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요코는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리어카에 고양이들을 싣고 돌아다니며 외친다.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 빌려드립니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마틴과 골수암 말기의 루디는 같은 병실에 입원한다. 시한부 판결을 받아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공통점 외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남자. 단 한번도 바다를 보지 못한 루디를 위해 마틴은 그와 함께 바다로 향하는 생애 마지막 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여행을 위해 그들이 훔친 차는 100만 마르크가 들어있는 악당들의 스포츠카였던 것. 뜻밖의 돈을 얻게 된 이들은 천국의 문턱에서 그들이 평소 하고 싶었던 소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악당과 경찰의 추격 속에 그들의 여행은 위태롭게 흘러 가는데… 15년 만에 스크린에 재현된 90년대 최고의 명작과 20세기 최고의 음악! 생의 마지막 순간, 천국을 향한 두 남자의 뜨거운 여행!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그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탄생 전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 ‘조’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멘토되길 포기한 영혼 ‘22’ 꿈의 무대에 서려면 ‘22’의 지구 통행증이 필요한 ‘조’ 그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
- 나 자신을 믿을 수 있을 때까지
새로운 이야기가 주는 힘은 정말 강하다. 순수하게 즐길 수도 있지만, 힘이 아주 센 이야기는 자신의 세계 속으로 듣는 사람을 끌여들였다가도 성찰을 가능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주변에 있었지만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인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영화의 호흡과 주인공의 조그마한 목소리와는 달리 힘이 센 영화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내내 서울을 누비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유는 첫 대사가 중국어여서도, 평소에는 가까이 볼 기회가 많이 없는 관광통역사라는 직업이 전면에 등장해서도 아니다. 주인공 한영은 중국을 거쳐 탈북한 후 서울에 자리를 잡으려 여행사 취직에 도전한다. 그가 경력을 쌓기 시작하면서 중국에서 함께 지낸 소녀 ‘샤오’와 동생과 함께 살자던 약속은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동생이 이따금씩 달라는 목돈과 브로커를 통해 고향의 어머니께 보내는 생활비가 지출의 대부분이다. 한영은 불평을 늘어놓지도 않고, 서툴지만 일터에서도 부지런히 성장한다. 영화에는 엄청난 불행이나 드라마틱한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심지어는 탈북자라는 성격에 방점을 찍어 약간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쉬운 길조차 택하지 않는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한영의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친절하고도 세심한 연출을 동력 삼아 성장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영화에 감도는 공허나 근심의 분위기는 묘연해진 동생의 행방이나 불법체류로 시작해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샤오가 서울 투어 도중에 사라지는 사건, 갑작스러운 실직과 같은 사건으로부터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고민은 현실의 고단함보다 해결하기 어려운, 정체성의 문제와 맞닿아있다. 한국인이지만 여전히 ‘탈북자’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한영과 그의 주변인들은,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 즉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과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 사이에서 헤맨다. 한영의 이야기는 불투명한 미래라는 보편적인 요소와 동시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동시에 전달한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관객에게 다가가 우리 주변에 언제나 있었지만 한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객의 성찰을 가능케 한다. ‘모습만 같지, 한국 사람들한테 외국인들보다 못하다’라는 극중의 대사처럼, 같은 땅을 밟고 같은 모습을 한 채로 살아가는 한국인 관객으로서, 더 나아가서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는 관객들로서는 일상 속에서 가 닿을 수 없었던 고민을 곽은미 감독의 이 세심한 영화는 찬찬히 들려준다.
한편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제목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무언가를 믿는’사람이라는 두가지 뉘앙스로 읽힌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탈북민으로 살며 자신의 담당 경찰관이 ‘감시자’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조금은 의심받는 존재라고 생각해오던 한영을 그리던 영화가 종국에는 멋진 성장영화로 거듭나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영의 친구 정미는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선택한 한국 국적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결정하고 이민을 준비한다. 그리고 같은 고민을 가진 존재로서 ‘너를 위해서 살아라’라는, 단순한 것처럼 들리지만 쉽지 않은 조언을 던진다. 한국에 오기 전에 꿈꿨던 것들, 다시 말해 돈을 많이 벌어 가족과 모여 살리라는 한영의 목표는 ‘최종적인 것’이었지만 이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 되기 시작한다. 방언에서 표준어로 조금씩 변화하는 억양, 상심과 고민에 찬 얼굴을 거뜬히 소화해내는 배우들, 그리고 존중과 따스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쓰고 촬영해낸 곽은미 감독의 솜씨에 이러한 도약까지 더해지면서 관객은 영화 말미에 관객이 바라보는, 긴장되고도 결의에 찬 한영의 걸음을 벅찬 마음으로 따라간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그런 조용한 용기,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용기를 관객석까지 가져다 준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 및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
- 기대를 안 하고 보니 나름 재밌었던 '젠틀맨'
-
눈 떠보니 범죄자
일이 들어왔다. 흥신소 사장인 현수. 흥신소라 함은 보통 사람을 찾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좀 다르다. 개를 찾아달라고요? 의뢰인은 현수에게 전남자친구에게 자기가 기르던 개가 있으며, 이 반려견을 다시 데려오고 싶다고 전했다. 구시렁대는 현수. 현수는 의뢰인을 차에 태운다. 네가 먼저 가서 그 남자랑 대화하고 있어. 네가 안 나오면 내가 바로 들어갈 테니까. 사인을 주고받는 현수. 전남친이라고 해봤자 무슨 무술 유단자고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현수와 의뢰인. 의뢰인이 약속장소에 들어갔음에도 나오지 않자 차에서 내린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현수. 뭐지? 느낌이 이상한데? 산 중턱으로 들어간다. 시야에 의뢰인이 신었던 신발을 발견한다. 어? 뭐지? 갑자기 누군가가 야구방망이로 현수의 뒤통수를 때린다. 기절하는 현수.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 정신이 돌아왔다. 하산하는 현수. 산에서 내려오니 어떤 검사가 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사의 이름은 강승준. 초장부터 반말하는 강 검사. 강 검사는 의뢰인 이주영과 관련한 범죄사건이 있었고, 그 흑막에는 지현수가 있다고 100%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나 아니라니까요? 아니라는 항변을 줄기차게 했지만 강승준에게 ‘혹시’는 없다. 그렇게 차에서 옥신각신 하던 도중이었다. 느닷없이 한 덤프트럭이 승준과 현수가 있는 차로 돌진한다.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아수라장이 된 사고 현장. 그러나 현수가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일어났다. 강승준은 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이 큰 상처를 입었고, 검사의 신분증이 훼손돼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게 됐다. 어? 이 상황이라면? 주인공 지현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검사가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 현수는 자기 이름 앞에 있는 누명을 벗겨내야만 한다. 과연 현수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부럽지가 않아
영화를 보면서 전체적으로 느낀 건 왠지 모를 기시감이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맛을 반복한다. 일단 영화 제목은 젠틀맨이다. 또 포스터에 지현수 역을 맡은 주지훈 배우가 ‘나쁜 놈 잡는데 예의가 필요해?’라는 말을 하는 듯한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전달되고 싶었나?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나쁜 놈을 착하지 않은 방식으로 때려잡는다’라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있던 시리즈물과 공통점이 느껴진다. 바로 <범죄도시>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마석도(마동석)의 시원한 맨몸액션이다. 나쁜 놈을 죄다 묵사발 내는 마석도. 이 시리즈물의 가장 큰 장점으로 발현되면서 2022년 극장가에서 1270만 명 관객 동원이라는 스코어를 냈다. 영화는 힘을 쓰는 물리력 액션을 구강 액션과 센스로 치환하는 영화 전개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액션 신이 아예 안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주인공 화진과 현수는 대부분 말과 상황판단으로 일을 해결한다. 일단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세팅이라고 볼 수 있는 ‘일주일간의 검사 체험’은 현수가 말로 설계한 것이다. 이 설정을 바탕으로 구강액션이 신선하지 않으면 영화가 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미 말로 상황을 해결하는 영화는 우리가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지점에서 구강액션의 밀도로 보면 영화가 그렇게까지 신선한 편은 아니다. 이야기를 몇 번 뒤집기는 한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 뒤집기가 뭔가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기존에 있던 것을 살짝만 변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영화 자체적으로 뭔가 시리즈를 만들고자 했던 시도는 돋보인다. 영화 내적으로 소재를 하나하나 쌓은 방식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내릴 수 있다. 일단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나름 선명했다고 생각한다. <범죄도시>에서 마석도 캐릭터에 힘을 빡 주는 연출을 보여준 것처럼 주인공 현수의 흥신소 동료들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수의 오른팔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이 있다. 이 영화에서 코미디는 거의 기능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 인물이 등장하면 재미있다. 또 현수보다 더 흥신소 식구들과 김화진 검사를 챙긴다. 실질적으로 행동력이 좋아 극의 이야기 전개에 그냥 단지 조연 1이 아닌 셈이다. 다른 한 명은 해커 캐릭터다. 이 해커 캐릭터를 스타일링하는 방식, 배우의 개성 있는 외모, 따뜻해 보이는 성격까지 세 주인공이 아닌 인물 중에서는 가장 빛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해커 캐릭터가 설명되는 방식이 엄청나게 식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합격점을 주고 싶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레이션 깔리고 이미지 재현하는 거 많이 보기는 했다. 그러나 세계관 최강자급 해커의 능력치를 묘사하는 방식으로는 무난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또 다른 흥신소 멤버는 운동을 잘하고 늘 잘 웃는 인물이다. 이 인물은 이야기에서 늘 웃고 다녀서 시각적으로 제일 튀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영화에서 핵심 키포인트가 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인물의 특성들을 잘 살렸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인물 간의 설정을 구체적으로 세팅한 것은 영화의 장점으로 작동한다(물론 김화진, 권도훈 대표는 살짝 아쉽긴 하다). 이렇게 이 인물들을 만든 건 당연히 의도가 있다. 이 ‘젠틀맨’ 시리즈가 웨이브가 오리지널로 만든 콘텐츠라고 한다. 이 말은 이 영화의 후속작이 만들어질 확률이 굉장히 높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다. 실제로 엔딩이 이를 암시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처음부터 시리즈물로 기획해서 만든 영화인 셈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게끔 지현수 역을 맡은 주지훈 배우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영화에서의 지현수는 가벼워 보이는 톤에 비해 좀 피곤해 보인다. 이 피곤해 보이는 특성은 후반부에서 이야기가 전복되며 극과 어울리는 인물 설정임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 전복은 무작정 가볍지도 않고 나름 적절한 선을 탔다. 주지훈 배우의 좋은 연기가 캐스팅의 이유가 된 것이다.
그냥 쓰지 않은 소재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소재의 힘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는 스니커즈(신발), 주식, 마약, 그리고 성접대다. 일단 네 번째 소재 '성접대'는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겪었던 한 일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마약'이라는 키워드는 현재 2022년의 대한민국이 연상되는 부분이 있다. 소재의 힘으로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사는 현실을 나름 반영한 듯하다.
대한민국의 현재 세태를 반영한 것은 다른 소재에도 적용된다. 2022년 초인가? 비트코인, 주식 열풍이 불었다. 일단 주식이라는 키워드는 영화에서 후반부에 굉장히 큰 스포일러가 된다. 흑막이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보면 이를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또 스니커즈라는 소재가 있다. 글쓴이도 스니커즈들을 좋아한다. 지금이야 노예 생활이 6개월 남았기 때문에 쇼핑을 못한다. 그러나 만약 이 지리한 시기가 끝나면 쇼핑을 하고 다닐 의향이 있다. 왜 이 스니커즈가 유행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크림’을 위시한 중고거래 앱들이 접근성을 올렸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활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속성 상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아르바이트를 해서 금전적으로 10대 때보다 지출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필연적이다. 인스타그램의 유행도 그것에 기름을 붓는 셈이 됐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서로 영향받는 20대들의 생리를 영화를 잘 구현한다. 그냥 툭툭 던지는 듯한 대사가 이와 관련된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럴 수도 있지’ 싶은 동기부여를 시킨 것이다. 이 스니커즈라는 소재는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벌어지는 범죄와 아주 큰 연관이 있는데, 이의 인과관계를 잇는 좋은 수였다.
꼼꼼하지 못한 느낌
영화는 그렇게 소재도 잘 챙겼고 잘 살린 캐릭터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서는 꼼꼼하지 못한 것이 느껴진다. 우선 김화진, 권도훈 캐릭터는 힘이 부족했다. 최성은 배우가 맡은 김화진 캐릭터는 별명이 있다. 바로 '미친년'이다. 별명이 왜 '미친년'이면 그냥 욕 아닌가 싶다. 이런 건 둘째로 차치하고 나서라도 이 인물의 설정을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건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영화들에서 그대로 갖고 온 느낌이 있다. 또 영화를 보면서 느낀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인물이 왜 ‘미친년’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설득력이 부족한 느낌이다. 똑똑하고 똑 부러지고 일 잘하는 여자는 다 ‘미친년’인가? 당연히 이 영화를 제작한 분들이 그런 분들을 다 깎아내리거나 혐오표현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돌아이’라는 말을 들을 거면 극에서 그만한 광기가 느껴져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의 각본이 이를 보여줬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극에서 김화진은 굉장히 정의로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담당 배우였던 최성은 배우가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라 그렇지 만약 원래 계획이었던 한소희 배우가 맡았다? 그럼 이 영화의 평가가 굉장히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걸핏하면 떨어질 영화의 독특함이 좋은 캐스팅으로 만회한 것이다.
또 권도훈 역을 맡은 박성웅 배우의 캐스팅도 살짝 아쉽다. 박성웅 배우 물론 연기 아주 잘했다. 이 분이 연기 잘하는 거야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이 배우가 흑막 캐릭터를 맡았다는 포스터만 봐도 예상되는 패턴이 있다. 이때 이쯤에서 악랄한 본성을 보여주겠지. 또 의외로 허술한 무언가가 있어서 무너지겠지. 그대로 이어진다. 배우가 연기를 굉장히 잘했으니 망정이지 죄다 예상가는 패턴이 캐릭터의 매력을 깎아먹은 느낌이다.
또 각본을 쓰는 데 있어서 이야기의 전복이 많은 분들에게 먹힐지는 미지수다. 영화에서 크고 작은 반전이 중반부 기점 찍고 몇 번 반복된다. 글쓴이는 후반부에서 전개되는 반전은 나름 괜찮았다. 그러나 제일 첫 번째 반전을 보고 작위적인 느낌이 살짝 들었다. 이 반전을 설계하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엉성한 부분을 나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희생되어야 할 디테일이 몇 개 있다. 이 디테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관객분들이 영화를 '그래도 재미있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부수적으로는 코미디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것은 살짝 아쉽다. 일단 영화 포스터만 봐도 강아지가 주지훈 배우와 함께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강아지라는 소재가 극에서 아예 안 쓰이는 것은 아니다. 몇몇 코미디 신에서는 나름 좋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글쓴이는 강아지가 귀여웠다는 것 말고 이 영화에 투입되어야 할 이유를 못 느꼈다. 이렇게 생기다 만 코미디는 극 중에서 몇몇 대사가 의미 없게 느껴질 정도다. 이는 확실히 아쉽다. 누가 봐도 코미디로 설계했는데 재미없으면 김새기 때문이다. '형 나 오줌 마려워' '저기 가서 싸고와'는 그냥 흐름을 끊는 대사였다.
-
- 복수라는 이름의 덫
[더 글로리]라는 작품을 보기 전에도, 다 보고 난 후에도, 이게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는 게 새삼 놀랍다. 내가 제대로 챙겨 본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시크릿가든'에서 멈춰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꾸준히 봐온 사람들이라면 변신이랄 것도 없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촘촘하게 짜인 스토리 속에서 '복수'라는 단어가 더 빛을 발한다. 자극적인 이야기와 양산형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칠수록, '복수'의 무게감은 점점 줄어만 갔다. 본디 복수란 '원수를 갚는다'라는 뜻. 그리고 원수란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원한이란 '억울하고 분한 일을 당하여 응어리진 마음'.
살면서 우리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일이, 물론 생겨서도 안 되지만, 몇 번이나 될까. 때때로 마음속에 어떤 분노가 응어리지려고 할 때마다, 나약한 우리 자신은 주변의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을 받아서 그것을 덜어내며 살아간다. 그래서 복수라는 단어는 흔하지만, 결코 흔한 일은 아니어야만 한다.
누군가 '복수'를 다짐했다면, 그 무게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너무 묵직하고 무거워서, 누군가 덜어내주길 바랐지만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더 글로리]가 좋았던 이유는 '복수'라는 단어를 결코 쉽게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작품 속의 주인공이 복수를 다짐할 때를 보라. 소중한 사람이 죽임 당했을 때, 자신이 공들여 만들어 온 것들을 망가뜨렸을 때. 요즘은 사회적으로 그 시선이 한 층 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학교폭력은 다른 고통에 비해 별것 아닌 듯 취급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와중에 학교폭력과 복수라는 단어가 만나다니. 그렇게 씁쓸하고 안타까울 수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고 짓밟혔지만, 누구도 그 원한을 덜어줄 수 없었기에, 결국 동은은 복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복수를 하지 않으면, 동은의 인생은 의미가 없을 테니까.
"세상 사람들은 다 알아도, 내 딸은 알면 안 돼."
[더 글로리]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삶을 극명하게 대조시켜 보여준다. 물론 피해자가 고통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가까스로 살아남을 때, 가해자는 편하게 호의호식한 것만이 대조는 아닐 것이다. 박연진에게는 문동은이 가지지 않은 딱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그간 살아온 삶에 대한 '책임'.
돈이 많고 백이 있다고 해서 그 책임이 무효화되지는 않는다. 회피할 순 있지만, 영영 책임을 소멸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 증거가 바로 박연진의 딸, 하예솔이다. 연진은 예솔이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이는 가해자 역시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결코 마음의 짐을 완전히 덜어낼 수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용서는 없어, 그래서 영광도 없겠지만."
[더 글로리], 영광이란 뜻이다. 영광은 '빛나고 아름다운 명예'라는 뜻인데 여기에서 명예란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를 말한다. 명예란 결코 보편적이지 않다. 인간은 개개인의 존엄을 인정받고 살 권리가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건축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던 동은은 존엄성을 잃고 땅에 뒹굴었다. 김은숙 작가는 학교폭력의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한 삶의 회복, 즉 잃어버린 존엄성을 되찾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연진을 비롯한 가해자들은 동은의 존엄을 돌려줄 생각이 없다.
동은의 말은 반대로도 성립한다. 그 영광을 돌려받지 못할 테니 용서도 없는 것이라고. 김은숙 작가는 '동은의 복수를 옹호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긴다. 그 말인즉슨, 동은이 바라는 복수는 곧 가해자들이 누리고 있는 영광을 처참히 부수고 그들의 존엄성도 꺾어버릴 예정이란 뜻. 그렇게 되면 어느 쪽에도 영광은 남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면, 가해자들의 존엄성은 이미 동은에게 폭력을 가하던 그 순간 사라져버린 것은 아닐까? 인간은 자신의 존엄성을 지워버린 후에야 타인의 존엄성을 앗아갈 수 있다. 인간이 좀비처럼 타인을 물어뜯을 수 없는 이유는 상대의 고통을 통해 나 역시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남의 존엄성을 짓밟으며 내 존엄성을 지킬 수는 없다.
외적으로 반짝이는 것은 꾸며낼 수 있다. 하지만 내면의 반짝임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법이다. 메인 포스터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글로리'라는 단어는 다 타고남은 재처럼 하늘을 향해 날아가며 사라지고 있다. 모두의 이름에서 빛나는 영광은 이미 지워지고 있다. 폭력을 다짐한 동은에게도 더 이상의 존엄성과 영광은 남지 않을 거라는 비극적인 결말이 예상된다.
OTT 시장에 유명한 작가와 감독이 내놓은 작품이 학교폭력에 대해 심오하고 진지하게 다룬다는 것이,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찝찝한 마음을 들게 하는 작품이라서 시즌 2 역시 기대된다.
-
- 의구심과 배덕감 사이의 스릴러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이 디셈버'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을 가리키는 영어의 관용구이다. 영화 <메이 디셈버>는 이 관용구를 그대로 가지고 와 실제로 인생에서 초여름에 놓인 남자와, 겨울에 놓인 여자 그리고 그 둘을 관찰하는 제삼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13살 소년 조와 사랑에 빠진 36살 여자 그레이시는 복역 후 결혼을 하고, 무려 23살이나 차이가 나는 둘의 러브스토리는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이들의 사랑이 영화화가 결정되고 주연을 맡은 엘리자베스는 이들의 삶을 관찰하여 연기에 도움을 얻고자 한다. 엘리자베스는 과연 대중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그들의 사랑을 볼 수 있을까. 아니, 그 들의 사랑을 애초에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23살의 나이차이를 뛰어넘은 사랑의 대상이 아동임을 부정할 수 없기에, 그레이스와 조의 사랑은 이성애로 아무렴 시간이 지나고 둘 사이에 자녀가 있음에도 쉬이 인정받지 못한다. 2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장성한 청년이 된 조와 여전히 아름다운 그레이스를 보자면 그저 나이차이가 나는 커플일 뿐이라 생각되지만 그 들의 시작이 아동성범죄자라는 얄팍한 토대 위에 세워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엘리자베스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레이스라는 캐릭터를 깊이 탐구해 보고자 하지만, 실제 그녀가 얻은 것은 입체적이라기보단 단편적인 것에 가깝다. 그레이스를 연기한 엘리자베스가 결국 그녀를 고뇌하는 한 명의 인간이 아닌, 색욕을 지닌 인물로 그리니 결국 그녀는 조와 그레이스에게 그저 질문하는 이의 역할만을 하고 떠난 것이다.
그러나 엘라지베스가 던진 질문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는 조와 그레이스 삶의 큰 파동이 되었기에, 무시할 수 없다. 동년배임에도 불구하고 한 명은 아이를 대학교에 곧 입학시키는 부모이지만 한 명은 이제 결혼을 앞둔 미혼이다. 얼핏 보면 어른의 세계로 진입한 이는 아이를 가진 아버지 쪽에 가까워 보이지만 그는 아들보다도 여리고 어릴 뿐이다. 엘리자베스에게 '제가 원해서 그랬어요'라는 말을 24년이 지나도 똑같이 내뱉는 조의 말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 뿐이다.
그레이스를 변호했던 변호사는 엘리자베스에게 그녀는 스스로를 그저 잘생긴 소년과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정도로만 여겼다고 말했지만 이전에 조에게 보낸 그레이스의 편지에서 이미 그녀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을 인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겉으로는 과거를 뒤로하고 현재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레이스이지만 매일밤 불안함에 눈물바람으로 조에게 안긴다. 할머니와 손녀뻘이라는 나이차이를 이기지 못해 자식과의 불화도 겪으니 오히려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반면 조는 성장한 3명의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른의 화법을 알지 못한다. 그레이스 몰래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는 여성과 마치 소꿉놀이에 신난 아이처럼 함께 공통의 관심사인 나비를 보러 가자며 해맑게 묻지만 이내 돌아오는 것은 결혼하지 않았냐는 물음뿐이다. 일반적인 연애를 하고, 관계를 가져본 30대 중반의 기혼남성이라면 자신의 물음이 어떠한 파장을 가지고 올 것임을 알기에 쾌락을 위해 행동하거나, 혹은 자중할 것이다. 조는 그조차도 알지 못한 채로 마치 엄마와 몰래 친구와 약속을 잡는 어린아이처럼 문자를 주고받았을 뿐이다.
그리하여 조와 엘리자베스의 섹스는 이 영화에서 큰 변곡점을 가진다. 자신을 좋아해서 섹스한 줄 알았다는 조의 처연한 질문에 엘리자베스는 그저 어른의 일이었음이라 말한다. 그 의미 없는 섹스를 통하여 조는 자신이 미처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연히 깨달았고, 늦게나마 그레이스에게 그동안 차마 묻지 못한 질문을 건넨다. '어쩌면 당시 나는 어렸고,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을지도 몰라'라는 의구심. 이에 그레이스는 어렸던 조에게 책임을 돌리며 먼저 시작한 사람은 조임을 주입시키지만 알맹이 없는 그 외침은 그레이스의 묵혀둔 배덕감을 채 가리지 못한다. 조는 아이들의 졸업식 날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들을 보며 눈물이 고인다. 그 눈물에 담긴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처럼 보인다.
<메이 디셈버>를 굳이 하나의 장르로 분류해야만 한다면 스릴러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보다도 진실에 대해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이를 애써 마주 보지 않는 이의 배덕감과 자신이 보호받았어야 할 존재였음을 뒤늦게 깨달은 이가 품은 의구심. 그 둘 사이에서 질문하는 자는 그저 어떠한 답도 가져가지 못한다. 평범한 사람의 비도덕적인 면을 깊이 탐구해보고 싶었던 엘리자베스에게 남겨진 것은 혐오일 뿐이다. 애당초 엘리자베스의 질문은 중요하지 않았기에, 영화는 그녀의 물음에는 명쾌한 답을 내린다.
다만 남겨진 이들이 서로의 진실을 외면할지 혹은 마주 볼지에 대해선 오로지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미처 질문하지 못한 진실과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과거에 사이에서 과연 진실됨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 토드 헤인즈는 <메이 디셈버>를 통해 자극적인 소재 안에 숨긴 철학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 듯 보인다.
-
- 내일의 기억 영화 후기 / 논란의 여주인공 / 나름 객관적인 감상평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내일의 기억”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습니다~
-
-
- 디즈니+ <아이스 에이지 : 벅의 대모험> 티저 예고편
와일드하다'의 정의를 물으신다면..? ??? 공룡 사냥꾼 '벅'으로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 [아이스 에이지: 벅의 대모험] 디즈니+ 3월 단독 공개
-
- 영화 <웨이 다운>
세기를 뛰어넘는 두뇌 대결, 200년 전 공학자들의 금고를 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