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4-07 10:26:33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실화 바탕 스포츠 영화 모음
<블라인드 사이드>, <우. 생. 순>, <국가대표> 외 5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스포츠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요즘 영화계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을 필두로 다양한 스포츠 영화가 극장가를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며칠 전 개봉한 <리바운드>와 <에어>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스포츠 영화 8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감동적인 서사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들이랍니다.
미식축구, 핸드볼, 레슬링부터 스키점프, 마라톤, 야구, 복싱, 농구까지! 전부 다른 스포츠를 다뤘지만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묵직한 감동만큼은 서로 같은 8편의 실화기반 스포츠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블라인드 사이드(2010)
The Blind Side

감독: 존 리 행콕
출연: 산드라 블록, 퀸튼 아론, 팀 맥그로, 릴리 콜린스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서로의 인생을 바꾼 따뜻한 인연
어린 시절 약물 중독에 걸린 엄마와 강제로 헤어진 후, 여러 가정을 전전하며 커가던 ‘마이클 오어’. 건장한 체격과 남다른 운동 신경을 눈여겨본 미식축구 코치에 의해 상류 사립학교로 전학하게 되지만 이전 학교에서의 성적 미달로 운동은 시작할 수도 없게 된다. 급기야 그를 돌봐주던 마지막 집에서조차 머물 수 없게 된 마이클. 이제 그에겐 학교, 수업, 운동보다 하루하루 잘 곳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날들만이 남았다. 추수감사절 하루 전날 밤, 차가운 날씨에 반팔 셔츠만을 걸친 채 체육관으로 향하던 ‘마이클’을 발견한 ‘리 앤’. 평소 불의를 참지 못하는 확고한 성격의 리 앤은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마이클이 지낼 곳이 없음을 알게 되자 집으로 데려와 하룻밤 잠자리를 내어주고,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낸다. 갈 곳 없는 그를 보살피는 한편 그를 의심하는 마음도 지우지 못하던 리 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이클의 순수한 심성에 빠져 든 리 앤과 그녀의 가족은 그를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리 앤 가족의 도움으로 성적까지 향상된 마이클은 본격적으로 미식축구 훈련을 시작하며 놀라운 기량과 실력을 발휘하고, 리 앤은 그의 법적 보호자를 자청하며 마이클의 진짜 가족이 되고자 한다. 주변의 의심 어린 편견, 그리고 마이클이 언젠가 자신을 떠나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뒤로한 채...

명예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그것은 진정한 자신이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다.
의미 있는 목표를 위해 죽는다면
명예와 용기를 모두 갖게 된다는 점이 좋다.

제가 그 아이의 인생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Forever The Moment

감독: 임순례
출연: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한국 여자 핸드볼 성공 신화
대한민국 올림픽 2연패의 주역인 최고의 핸드볼 선수 미숙(문소리 분). 그러나 온몸을 바쳐 뛴 소속팀이 해체되자, 그녀는 인생의 전부였던 핸드볼을 접고 생계를 위해 대형 마트에서 일하게 된다. 이때 일본 프로팀의 잘 나가는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던 혜경(김정은 분)은 위기에 처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감독대행으로 귀국한다. 팀의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오랜 동료이자 라이벌인 미숙을 비롯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노장 선수들을 하나 둘 불러 모은다. 혜경은 초반부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전력 강화에 힘쓰지만 그녀의 독선적인 스타일은 개성 강한 신진 선수들과 불화를 야기하고 급기야 노장 선수들과 신진 선수들 간의 몸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되는데...

나 포기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지 마.

우리 약속 하나 합시다,
만약 지더라도 울지 않기로.
결과가 어떻게 되든 오늘 여러분은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여줬습니다.
저에게도 지금이 생애 최고의 순간입니다.
당갈(2016)
Dangal

감독: 니테쉬 티와리
출연: 아미르 칸, 사크시 탄와르, 파티마 사나 셰이크 등
장르: 드라마, 전기, 액션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61분
딸들에게 레슬링을 가르친 아버지
인도 하리야나에 사는 전직 레슬링 선수였던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은 아버지의 반대로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레슬링을 포기한다. 아들을 통해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은 내리 딸만 넷이 태어나면서 좌절된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딸이 또래 남자아이들을 신나게 때린 모습에서 잠재력을 발견하고 레슬링 특훈에 돌입한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첫째 기타(파티마 사나 셰이크)와 둘째 바비타(산야 말호트라)는 아버지의 훈련 속에 재능을 발휘, 승승장구 승리를 거두며 국가대표 레슬러로까지 성장해 마침내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기만 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슬럼프로 연이은 패배만 이어지는데…

내일 이기면 너 혼자 이기는 게 아니야.
수백만의 여자들이 너와 함께 이기는 거다.
그건 모든 여자들의 승리야. 남자보다 열등하다고 평가받고
가사 노동을 강제로 하고 자식을 낳기 위해 시집보내지는 여자들 말이다.
내일 시합은 아주 중요한 거다.
왜냐하면 내일 너는 상대방 선수뿐만 아니라
여자를 하찮게 보는 모든 사람들과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메달리스트는 나무에서 열리는 게 아니야.
그들을 키워내야지. 사랑으로, 성실로, 열정으로.
국가대표(2009)
Take Off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등
장르: 드라마, 코미디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동계스포츠 불모지 대한민국의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이야기
1996년 전라북도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식 종목 중 하나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된다. 이에 전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 방종삼(성동일 분)이 국가대표 코치로 임명되고, 그의 온갖 감언이설에 정예(?) 멤버들이 모인다. 전(前)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다가 친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인 밥(하정우 분), 여자 없으면 하루도 못 버틸 나이트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분), 밤낮으로 숯불만 피우며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살아온 고깃집 아들 재복(최재환 분), 할머니와 동생을 돌봐야 하는 짐이 버거운 말 없는 소년 가장 칠구(김지석 분), 그런 형을 끔찍이 사랑하는 4차원 동생 봉구(이재응 분)까지! 방 코치는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엄마와 같이 살 집이 필요한 밥에게는 아파트를, 사랑 때문에 또는 부양가족 때문에 그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흥철, 칠구-봉구 형제, 그리고 재복에게는 군 면제를 약속한다. 단, 금메달 따면! 스키점프가 뭔지도 모르지만 한때 스키 좀 타봤다는 이유로 뽑힌 이들이 모이면서 대한민국 최초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결성된다. 그러나 스키점프(Ski Jump)의 스펠링도 모르는 코치와 경험 전무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은 험난 하기만 한데...

뛰어 이 새끼야
니가 뛰어야 내가 군대를 안 갈 거 아니야!

나 귀화했어요, 나 버린 나라에.
근데 또 버렸네요, 대한민국이.
말아톤(2005)
Malaton

감독: 정윤철
출연: 조승우, 김미숙, 이기영, 백성현, 안내상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서브쓰리를 달성한 발달장애 마라토너 이야기
몸은 20살이지만 마음은 5살 아이처럼 순수한 청년 초원. 어린 시절 자폐증을 진단받은 후 여러 가지로 부모님 걱정을 사는 게 일상인 초원에게는 얼룩말과 초코파이, 그리고 마라톤이 그의 전부이다. 어머니 경숙은 아들의 코치로 정욱이라는 전직 마라토너에게 부탁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아들이 힘들어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데...

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
몸매는?
끝내줘요!

제 소원이 뭔지 아세요?
초원이가 저보다 하루 먼저 죽는 거예요.
퍼펙트 게임(2011)
Perfect Game

감독: 박희곤
출연: 조승우, 양동근, 최정원, 마동석, 조진웅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7분
전국이 주목한 전설적인 한국 투수들의 맞대결
대결을 원한 세상 속으로 꿈을 던진 두 남자, 최동원 선동열의 고독하고도 치열한 맞대결!! 불안과 격동의 1980년대,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전 국민을 사로잡고 있었다! 노력과 끈기로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로 자리 잡은 롯데의 최동원! 그리고 최동원의 뒤를 이어 떠오르는 해태의 천재 투수 선동열! 세상은 우정을 나누던 선후배였던 두 사람을 라이벌로 몰아세우는데... 전적 1승 1패, 그리고 1987년 5월 16일, 자신들의 꿈을 걸어야 했던 최동원과 선동열의 마지막 맞대결이 펼쳐진다! 선동열 앞에서만은 큰 산이고 싶었던 최동원. 그 산을 뛰어넘고 싶었던 선동열

한 물 갔던, 두 물 갔던 끝날 때까지 던집니다.
내한테는 그게 야굽니다!

일구일생, 일구일사
공 하나에 죽고, 공 하나에 산다.
신데렐라 맨(2005)
Cinderella Man

감독: 론 하워드
출연: 러셀 크로우, 르네 젤위거, 폴 지아마티 등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44분
경제 대공황 시기의 미국인들은 전율케 했던 복서 짐 브래독 이야기
1936 미국의 최고 암흑기였던 경제 대공황 시기... 전도유망했던 라이트 헤비급 복서 브래독(러셀 크로우)은 잇단 패배와 부상으로 복싱을 포기하게 되고, 아내(르네 젤위거)와 아이들을 위해 각종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하지만 복싱에 대한 꿈을 단념하지 못한 그는 결국 다시 링 위에 오르고,. 왜소한 체구, 끊임없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연승행진을 이어간다. 이미 2명 이상의 상대를 사망 직전까지 몰아간 악랄한 챔피언 맥스 베어와의 결전을 눈앞에 둔 브래독...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경기를 위해 링에 오르는데... 스스로를 '헝그리 복서'라 칭하며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던 미국인들에게 큰 희망을 선사한 전설적 복서 짐 브래독... 그의 진실된 이야기와 함께 가슴 벅찬 가을의 감동이 시작된다.

당신은 뉴저지의 자존심이고 우리 아이들의 영웅이고
나에게는 최고의 챔피언이에요.

링 위에 오르게 해 줘.
적어도 누가 날 때리는지는 알 수 있잖아.
리바운드(2005)
Rebound

감독: 장항준
출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2분
최약체 고교농구팀이 써 내려간 기적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은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의 첫 경기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 팀워크가 무너진 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낳고 학교는 농구부 해체까지 논의하지만, ‘양현’은 MVP까지 올랐던 고교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선수들을 모은다.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 농구 경력 7년 차지만 만년 벤치 식스맨 ‘재윤’ 농구 열정만 만렙인 자칭 마이클 조던 ‘진욱’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최약체 팀이었지만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써 내려간 8일간의 기적 모두가 불가능이라 말할 때, 우리는 ‘리바운드’라는 또 다른 기회를 잡는다.

명심해라,
농구는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

누구한테나 처음이란 게 있다.
이번 대회가 네 통산 기록 시작이 될 거야.
이렇게 총 8편의 실화 기반 스포츠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이번 주말은 씨네랩이 추천드린 영화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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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레베카> 뮤지컬과 비교해본다면?
인생 뮤지컬 중 하나인 레베카. 그런 레베카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개봉해 보게되었다. 1940년대 원작 영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접해보지 않은 관계로 나에게 있어서 레베카에 대한 비교 대상은 뮤지컬 밖에 없었다. 그런데 뮤지컬과 주인공의 초점/시점이 분명히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 레베카 시놉시스
영화 레베카는 갓 결혼한 젊은 여성이 남편 드윈터 가문 소유의 저택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황량한 해안과 대비되는 웅장한 저택.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다. 그녀는 남편의 전처인 레베카의 그림자와 싸우게 된다. 이미 세상을 떠난 레베카이지만 그녀의 흔적이 집안 곳곳에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름 붙여지지 않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
영화의 이야기는 영화 속 인물들 중 드 윈터 부인의 초점에 맞춰서 진행된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드윈터 부인이 영화 속에서 단 한번도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속 모든 캐릭터, 하다 못해 하인들도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드 윈터 부인은 절대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여행 비서로 일할 때에는 고용인의 매니저로서 불리다가 호텔에서 만난 막심 드 윈터의 부인이 되면서 드 윈터 부인이라고 명명될 뿐 여자 주인공 캐릭터의 원래 이름은 알 길이 없다.
이렇게 캐릭터의 이름을 등장시키기 않는 이유는 아마 영화 속에서 단 한번도 그 실체가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를 강조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의 이름은 일부러 지우고 등장하지 않는 인물의 이름을 계속 노출시킴으로써 보이지 않는 존재를 계속해서 호명하며 레베카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뮤지컬보다는 덜 했던 레베카의 존재
영화가 드 윈터 부인에게 개인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명명하지 않았고, 집안의 물건들을 통해 레베카의 존재를 계속해서 드러냈지만 개인적으로는 뮤지컬보다 레베카의 존재는 크게 각인되지 않았다.
아마 이것은 시점의 문제인 듯 싶다. 뮤지컬은 그 시점이 레베카를 모시던 댄버스 부인에게 맞춰져 있었다.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를 끔직이도 사랑했던 감정이 관객들에게 공유가 되고 광기 어린 집착을 통해서 레베카가 아직도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시점이 댄버스 부인이 아니라 드 윈터 부인에게 맞춰지면서 드 윈터 부인과 레베카의 대립적인 구도가 형성된다. 즉, 관객의 입장에서는 드 윈터 부인의 감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편에 있는 레베카보다는 드 윈터 부인의 존재가 더 쉽게 각인이 된 것 같다.
그 이후 삶의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다
레베카의 존재감이 뮤지컬보다 덜 했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라는 이 그로테스크함이 크게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엄청나게 흡입력이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가 충분히 좋았던 이유에는 2가지가 있다. 먼저 드 윈터 저택의 화재 이후의 삶을 다뤘다는 점과 드 윈터 부인이 굉장히 주체적인 인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려냈다는 점이다.
뮤지컬에서 드 윈터 부인은 댄버스 부인에게 거의 농락당하다 싶이 결정권도 없으며 힘도 없어 본인의 삶이 타인에게 휘둘리는 가녀인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의 드 윈 부인은 막심과 레베카의 관계를 파악한 후 그 사건을 덮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판을 짜는 인물로 성장한다. 더불어 저택의 화재 이후 그 저택을 나와 아직 악몽에 시달리긴 사지만 새 보금자리를 얻기 위해 남편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드 윈터 부인의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영화가 끝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후반부의 내용 덕분에 뮤지컬과 그 주제를 달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뮤지컬이 댄버스 부인의 광기 어린 집착을 나타낸 작품이라면 영화는 드 윈터 부인이 레베카라는 과거의 흔적을 지워내고 사랑을 쟁취하는 것을 그린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드 윈터 부인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제시됐다면 훨신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약간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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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스 오브 막시> 여성 영화의 자기 파괴적 발전
<걸스 오브 막시>
여성 영화의 자기 파괴적 발전
새로운 학년을 맞이한 '비비안(해들리 로빈슨)'은 절친인 '클라우디아(로런 차이)'와 등교 첫날부터 학기마다 여학생들을 품평하는 리스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불쾌한 기분을 애써 떨쳐내려고 한다. 그런 그녀 앞에 전학생 '루시(알리시아 파스칼 페냐)'가 나타난다. 자신을 포함해 여자라면 일단 집적대는 미식 축구부 주장 '미첼(패트릭 슈왈제네거)'에게 명확히 거부의사를 표하는 루시. 그런 그녀를 보면서 비비안은 왜 여태까지 쌓이던 분노를 당당히 표현할 용기를 내지 못했는지 생각에 잠기고, 여성 운동을 펼쳤던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된 후 교내 여성 운동, '막시 Moxie(용기)'를 시작한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할리우드는 물론 국내 영화계 주류를 강타한 트렌드가 있다. 바로 페미니즘이다. 여성 인권 향상의 기치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은 <스타워즈>나 <터미네이터>처럼 오래된 프랜차이즈를 리모델링하고 <원더우먼>과 <캡틴 마블>처럼 영역을 넓혀가며 많은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언론사의 성 불평등을 고발하는 <밤쉘>, 능동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여성상을 조명한 <작은 아씨들>과 <벌새> 같은 작품들은 평단의 호평 속에 시상식을 휩쓸었다.
그러나 모든 빛에는 필연적으로 그림자가 따르듯이, 영화계의 새로운 방향성은 짙은 어둠을 만들기도 했다. 여성 인권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여성에는 백인이나 중산층만 포함하며 여성이라는 범주 안에 존재하는 사회적, 경제적 차이를 무시하거나, 역으로 남성 차별을 정당화하는 작품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메시지 전달 방식에 있어서는 페미니즘을 '영화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걸캅스>와 같은 몇몇 영화는 개연성이나 장르의 문법과 같은 최소한의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페미니즘 철학을 전달하는 데 급급했다. 그 결과 여성 영화에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 내지는 강제하는 프로파간다라는 이미지가 덧입혀지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제니퍼 마티유의 소설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걸스 오브 막시>의 초중반부는 이러한 여성 영화의 부정적 전철을 착실히 뒤따라간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여성 운동을 다루는 이 영화는 상당히 작위적이고 직접적인 연출로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교내 모든 여학생들에 대한 품평이 전체 메시지로 뿌려지고, 남학생들은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전학생 루시는 이유 없이 미첼로부터 조롱을 당하고, 이 문제를 알고도 교장은 무조건 사건을 덮으려고 애쓴다. 운동 장학생 선거를 앞두고서는 여성 후보인 '키에라(시드니 박)' 대신 미첼에게만 교내 방송 출연이 허가된다. 이러한 장면들은 개연성과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 이전에 무조건적으로 영화의 메시지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장치다.
이에 더해 페미니즘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도덕적인 선악의 범주로 치환시키며 영화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주입한다. 비비안이 막시 운동에 소극적인 클라우디아를 일방적으로 다그치는 장면이나, 미첼에게 독립적인 서사를 주는 대신 필요한 모든 악역을 떠안기는 연출이 대표적이다. 영화의 메시지에 동의하지 않으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고, 동의하면 도덕적으로 선하다는 이분법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출은 결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다. 왜 백인 중년 남성이 쓴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야 하느냐는 루시의 질문이 그 사례다. 이 질문은 그녀의 의견에 설득력을 더하기보다는 소설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젠더의 이분법으로 무리하게 치환한다는 비판을 낳으며 연출 상의 한계를 드러낸다.
등장인물들을 설정, 활용하는 방식 역시 인종 차별을 방패 삼아 페미니즘의 메시지와 전달 방식에 대한 비판을 도덕적으로 봉쇄하는 듯 보인다. 백인 남성 교사는 여성 운동을 지지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지만, 비비안의 애인이자 동양계 남학생인 세스는 적극적으로 교내 여성 운동인 막시를 지지하며 대조를 이룬다. 운동 특기생 장학금을 두고 경쟁하는 미첼과 키에라의 구도, 가장 먼저 교내 성차별 이슈로 대립하는 루시와 교장의 구도가 모두 흑인과 백인으로 짜인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비비안 외에 막시를 주도하는 캐릭터의 다수는 유색인종으로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걸스 오브 막시>는 언뜻 보기에 일부 여성 영화들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답습한다.
그러나 <걸스 오브 막시>는 멋진 반전을 선사하면서 점점 짙어지던 그림자를 단숨에 빛으로 전환시킨다. 절친인 비비안이 익명으로 팸플릿을 만들고 캠페인을 계획하며 막시 활동을 이끌고 있음을 눈치챈 클라우디아는 그녀를 돕기 위해 막시를 교내 단체로 정식 등록한다. 그러나 막시를 좌시할 수 없었던 교장은 클라우디아를 비비안 대신 정학시킨다. 소식을 뒤늦게 듣고 찾아온, 자신이 적극적으로 막시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던 비비안에게 클라우디아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백인이라서 내 입장을 몰라." 뒤이어 미국으로 이민 온 동양인의 입장에서 교육과 대학 진학은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며, 따라서 학교에서 쫓겨날 각오를 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 대화를 기점으로 비비안은 큰 충격을 받고 자신의 신념과 행동이 잘못되어 있었음을 반성한다. 본인이 옳다고 믿었던 일이 모두를 위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불의에 저항하는 일은 같은 여성이라 할지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정작 익명 뒤에 숨은 자신이 가장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녀는 익명을 벗고 사람들 앞에, 연단 위로 당당히 나서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저항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공간을 열어준다.
그녀의 변화와 함께 영화의 스탠스도 180도로 달라진다. 앞서 보여줬던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상황과 분위기 연출, 여성 운동은 무조건 옳다는 신념에는 제동이 걸린다. 인종과 젠더의 대립 구도도 허물어진다. 그 빈자리는 정체성에 관계없이 자신이 받은 차별에 함께 저항하는 연대의 정신이 자리 잡는다. 일부 여성 영화가 초래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답습하던 초반부 연출과 설정을 역이용한 결과 여성 운동과 미투 운동이 현실에서 보여줬던 영향력은 영화 내에서 성공적으로 재현된다.
사실 <걸스 오브 막시>가 반전을 선사할 것이라는 점은 오프닝에서부터 암시된다. 숲에서 쫓기다가 쓰러져 버린 비비안은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하려는 찰나에 악몽에서 깨어난다. 이후 영화는 하이틴 영화의 클리셰를 충실히 재현하며 예상치 못한 오프닝을 잠시 잊게 만든다. 방학 동안 몰라보게 달라진 이성을 향한 호감과 관심, 운동부 주장과 치어리더 팀 주장 간의 연애와 같은 가십, 전학생의 등장과 그로 인한 기존 친구들과의 갈등, 주인공들의 인생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교사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모범적인 하이틴 영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비비안이 여성 운동과 시위를 펼쳤던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되고, 'Rebel Girl'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막시를 만들기로 결심하는 대목에서 오프닝은 잊혔던 의미를 되찾는다. 꿈이 무의식의 통로라는 고려 하면, 숲에서 헤매는 비비안의 악몽은 모든 여성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경험하지 않아도 공통된 불안함을 느끼다는 것, 그리고 그 악몽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묻어두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클리셰처럼 평범하게 이어지는 일상의 이면에 항상 불안함이 숨어 있고, 이를 직시하고 고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다소 갑작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비비안의 변화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는 홀로 어두운 숲 속에 쓰러져 있던 비비안과 대낮의 밝은 학교에서 친구들 앞에 나서 목소리를 높이는 비비안의 모습이 멋진 대조를 이루는 이유다.
이처럼 <걸스 오브 막시>는 영화 앞 뒤로 예상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에게 쓰인 여성 영화의 부정적인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난다. 여성 영화들의 잘못된 선례를 바로잡고, 자칫 일방적인 프로파간다로 전락할 위험을 영리하게 피해 가며, 이를 원동력 삼아 영화를 접하는 모든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여성과 남성, 백인과 유색인종이라는 이분법 대신 여성 문제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각자 처한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해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그 결과 <걸스 오브 막시>는 여성 영화의 몇몇 부정적인 전철과 이미지를 직접 파괴하면서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데 성공한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모든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법한 반성, 공감, 연대의 여성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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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기예르모 델 토로가 연출한 <프랑켄슈타인>의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오스카 아이작이 연기한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첫 모습이 공개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올해 11월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예정인 해당 작품은 델 토로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작품이라고 밝혀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델 토로는 2008년 ComingSoon과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프랑켄슈타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으며, 보리스 칼로프의 프랑켄슈타인 관련 수집품을 소장하는 등 오랜 시간 이 프로젝트를 구상해 왔습니다. 2018년 유니버설 픽처스가 해당 프로젝트를 취소하며 무산될 뻔했으나, 이번에 넷플릭스를 통해 마침내 실현되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에는 오스카 아이작을 비롯해 제이콥 엘로디, 크리스토프 왈츠, 미아 고스, 찰스 댄스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이며, 촬영 감독 댄 로스텐이 <미믹>, <크림슨 피크>, <셰이프 오브 워터>, <나이트메어 앨리>에 이어 다섯 번째 협업을 이어갑니다.
로버트 로드리게스 <패컬티> 리메이크 확정
1998년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연출했던 <패컬티>가 리메이크를 확정 지었습니다. 새로운 <패컬티>는 장편 데뷔작 <컴패니언>으로 현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드류 핸콕이 각본을 쓸 예정입니다. 제작은 <바바리안>의 제작사인 볼더라이트(BoulderLight)가 맡습니다.
<패컬티>는 어느 한 고등학교의 교사들이 외계 기생 생물에 의해 조종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이, 학교가 완전히 점령당하기 전에 힘을 합쳐 저항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조다나 브류스터, 클리어 듀발, 일라이저 우드, 조쉬 하트넷, 셀마 헤이엑 등이 출연한 바 있습니다.
미이케 다카시 <오디션>, 할리우드 리메이크되나
포커스 피처스가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오디션> 리메이크 제작을 추진 중입니다. 공포영화 <스픽 노 이블>로 호평받았던 덴마크 감독 ‘크리스티안 타프드럽’이 각본과 연출을 맡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디션>은 무라카미 류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아내를 잃은 한 남성이 새로운 배우자를 찾기 위한 가짜 오디션을 열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공포영화입니다.
선댄스영화제, 2027년부터 볼더로 이전 유력
@sundanceorg
영화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영화제 중 하나인 선댄스영화제가 유타를 떠나 2027년부터 유타를 떠나 콜로라도 볼더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볼더 측은 약 3,400만 달러에 달하는 세금 공제와 토론토, 칸 영화제처럼 보다 중앙 집중형 영화제 운영 방안을 제시한 것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오래된 소규모 극장들과 영화제를 오가는 셔틀
버스가 선댄스의 매력이었기에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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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가 되지 못한 프롬 퀸
승자가 되지 못한 프롬 퀸
<피어 스트리트:프롬 퀸> 영화 후기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벌여놓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영화 속 대사이자 내가 영화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이렇게 만들고 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피어 스트리트 시리즈를 재밌게 보았기에 프롬 퀸이 나온다는 소식을 매우 기대했다. 심지어 티저 이미지가 아주 아름다웠고, 기괴하면서도 힙했다. 영화도 그럴 줄 알았다. 피어 스트리트는 통일된 요소와 장르를 각 시대별로 다루면서 재미를 준다. 특히 슬래셔와 스릴러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거기에 캐릭터들의 서사가 긴장감을 견디고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피어 스트리트"라는 이름을 단 이 영화는 그런 장점을 다 버린 영화이다.
탈락 후보 1. 긴장감 (연출)
1시간 30분 동안 지루했다. 슬래셔 영화를 보는데 지루했다. 리뷰를 쓰고 있는 글쓴이는 공포영화를 잘 보는 타입이 아니며, 혼자 보면 소리 없이 겁에 질리는 사람이다. 근데 이 영화는 그럴 필요도 없었고, 심심할 정도였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첫 번째는 긴장감있는 연출이 없다. 그냥 피가 낭자할 뿐. 사운드 연출과 장면 연출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게 이 영화의 장르 특성이다. 그런데 연출이 아주아주 실망스러운 나머지 긴장감이 사라져 버렸다. 뻔할 대로 뻔한 연출로 어느 타이밍에 뭐가 날아올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악역이 연출감이 부족한 상태로 등장해서 "나오고 들어가고" 정도로 끝난다. 재빠르게 나와서 재빠르게 죽이고 퇴장한다. 두렵고 무섭지가 않다. 마지막에 강당으로 뛰어들 때는 바보 같기도 하다.
탈락 후보 2. 캐릭터
거기에 캐릭터 서사까지 빠졌다. 피어 스트리트의 장점은 캐릭터 서사를 깊이 있게 다뤘다는 것이다. 캐릭터들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이 프롬 퀸은 재밌는 프롬 파티 퀸 대회를 가지고 그 후보들을 빠르게 소비해 버렸다. 서사와 캐릭터가 생겨나기도 이전에 죽여버렸다. 허무할 수도 없다. 정도 안 쌓이고 알지도 못하니까 그냥 죽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주인공마저도 설명이 부족해서 이 프롬 파티에 대한 목표가 흐려진다. 한 편으로 끝낼 생각이라 줄이면서 빠진 건지 아니면 아예 고려도 안 하고 만든 건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지금 방식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탈락 후보 3. 스토리
캐릭터가 설명도 안 된 채로 이야기가 흘러가면 이야기도 무너진다. 1988년 셰이디 사이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프롬 퀸을 선정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들. 이 줄거리를 텐션있게 끌고 가려면 주인공이 프롬 퀸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시청자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유가 영화에서 너무 약하다. 주인공을 괴롭히던 그룹에게 복수하고 싶은 건지, 그들과 같은 부류가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남자를 가지고 싶은 건지, 바뀌고 싶은 건지 모호하기만 하다. 그리고 배경이 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건은 대화로만 힌트가 주어진다. 이런 것은 오히려 흥미롭게 작동할 수 있었으나 다른 스토리가 연약해지며 함께 연약해졌다. 결말부로 가면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건이 반전의 꽤 영향을 미치는데 그 힌트가 너무나도 미묘하다. 잘 숨겨서 안 보이는 느낌보다는 그냥 뭐가 없어서 안 보이는 느낌이다. 이런 장치들도 얕디얕아 스토리는 빗물로 만들어진 웅덩이만큼의 깊이를 가지게 되었다. 왜 피어스트리트를 달고 피어스트리트의 저주를 활용하지 않았을까, 의문이다. 왜 피어 스트리트라는 이름을 달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무엇도 닮은 구석이 없다. 셰이디사이드라는 지역 빼고는 없다.
최종 퀸. 포스터
이 영화에서 가장 잘난 부분은 포스터다. 포스터는 힙하고, 패러디를 적절히 써서 예쁘게 잘 뽑았다. 그 덕에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과거의 영화들을 떠올리는 포스터와 각 캐릭터의 성격이나 파트너를 알 수 있는 적절한 정보도 담겨있다. 포스터는 화제가 되어 SNS에도 돌아다녔다. 영화와 관련된 유일한 승자는 포스터다.
이 영화 내에서 그나마 남는 게 있다면 배우들이다. 수재나 선 배우는 부족한 서사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매력적인 캐릭터다. 주인공은 미친 듯이 답답하니 수재나 선이 맡은 메건만이 영화의 희망이다. 오컬트가 가득한 영화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여서 더욱 그랬다. 배우가 연기를 잘 해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배우들은 다 괜찮았다.
한 줄 코멘트
피어 스트리트 3까지만 보는 자가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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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9일 토요일의 팜 스프링스, 여름이었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니 귀신같이 아침의 하늘색이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래졌고, 저녁의 풀벌레 소리가 ASMR로 자동 재생된다. 24절기의 정확함에 이번 환절기도 소름이 돋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팜 스프링스는 사막 지역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여름 기간은 너무 덥다. 대신에 11월부터 5월까지의 날씨가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하와이안 셔츠와 찢어진 청반바지, 그리고 시원한 물놀이가 잘 어울리는 11월 9일 토요일에 탈라와 에이브의 결혼식이 이곳에서 행해진다. 포스터의 단서들을 보며 영화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도록 하겠다.
영화 <팜 스프링스> 한국어 포스터
위에서부터 살펴보면,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95%의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다. 그리고 2020년 공개된 미국 영화와 드라마를 대상으로 하는 제78회 골든글로브의 작품상과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아쉽지만 수상에는 실패하였고, 둘 다 <보랏 속편>에 영광이 돌아갔다. 이 외에도 제37회 선댄스 영화제의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 대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이는 <미나리>가 수상하게 되었다.
'타임 루프 썸머 로코'라는 친절한 설명처럼 포스터 속의 두 주인공은 11월 9일 토요일에 갇혀버린다. 신랑 하객인 나일스가 먼저 끝도 없이 반복되는 11월 9일 토요일을 지겹도록 겪는다. 나일스가 걱정되었던 신부의 언니 세라는 그를 따라 동굴로 들어가다가 함께 시간의 웅덩이에 빠져버린다.
'내일을 원하는 여자' 세라는 양자역학을 마스터하며 11월 10일 일요일로 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늘만 사는 남자' 나일스는 반복된 날들 속에서 안전한 일탈을 하며 작은 변화를 만끽한다. 세라는 날짜가 제대로 넘어가는 세상에서 나일스 없이 지루할 것을 두려워하고, 나일스는 세라가 없는 11월 9일 토요일 속에서 아무런 기쁨을 얻지 못하여 괴로워한다. 또한 왼쪽에 있는 표지판에 그려진 염소는 세라의 꿈을 이루는 것을 도와주고, 오른쪽에 있는 경비행기는 안전한 일탈의 최고점을 선사해준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수영장은 이들이 겪어온 11월 9일 토요일의 시간을 의미하는데, 무한대를 의미하는 기호가 개봉 날짜 옆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앉아있다.
'여름이었다'라고 해도 캠핑하는 밤에는 겉옷이 필수이다.
'wake up'
영화밖에 살고 있는 우리도 휴대폰 알람의 성화에 번쩍 눈을 뜬다. 지금처럼 특히 일상이 제약된 환경 속에서 보이지 않는 창살에 갇혀 반복된 일과를 해내다 보니 매일매일 달력의 숫자는 넘어가도 마치 유사 타임 루프에 빠져버린 것 같은 착각을 느낄 때가 많다. 어제와 오늘이 너무 똑같아 지루함을 떨쳐내 버리려는 몸부림으로 끊임없이 놀거리를 탐색하고 실행하지만, 이내 의미 없다는 허무로 마무리해 본 적도 많다. 나일스와 세라가 11월 9일 월요일을 가장 진심으로 대한 날은 마지막이라는 각성이 있을 때이다. 그 각성은 놀만큼 충분히 놀아봐야 비로소 찾아오는 얄궂은 손님이다. 머물다가 금세 또 떠나면 다시 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영화 <팜 스프링스>는 OTT 서비스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적절한 재미와 일상에 대한 명상이 훌륭하게 배합되었다는 칭찬을 이렇게 간단한 말로 표현해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마침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는 훌루(Hulu) 오리지널 영화이기도 하다.
2021년 8월, 영화 <팜 스프링스>를 보았다. 여름이었다.
* 해당 리뷰는 씨네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 원본 글 및 더 많은 글은 브런치 삐뚜로빼뚜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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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네모난 세상이 존재한다면...?
온통 네모로 가득한 세상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영화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네모 세상을 스크린에 훌륭하게 구현해 내 북미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은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과연 국내 관객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그럼 우리도 한번 떠나봅시다!
A MINECRAFT MOVIE 마인크래프트 무비
A MINECRAFT MOVIE
개요: 모험 | 미국 | 101분
감독: 자레드 헤스
주연: 제이슨 모모아, 잭 블랙, 다니엘 브룩스, 엠마 마이어스, 세바스찬 한센
개봉: 2025.04.26.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웰컴 투 오버월드’ 네 모든 상상이 네모난 현실이 된다!
왕년의 게임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폐업 직전의 게임샵 주인이 된 '개릿'과 엄마를 잃고
낯선 동네로 이사 온 남매 '헨리'와 '나탈리' 그리고 그들을 돕는 부동산 중개업자 '던'.
이들은 ‘개릿’이 수집한 ‘큐브’가 내뿜는 신비한 빛을 따라가다 어느 폐광 속에 열린 포털을 통해
미지의 공간으로 빨려들어간다. 산과 나무, 구름과 달, 심지어 꿀벌까지 상상하는 모든 것이 네모난 현실이 되는 이곳은 바로 ‘오버월드’.
일찍이 이 세계로 넘어와 완벽하게 적응한 ‘스티브’를 만난 네 사람은 지하세계 ‘네더’를 다스리는 마법사 ‘말고샤’의 침공으로
‘오버월드’가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실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살아남아야 하는 법!
다섯 명의 ‘동글이’들은 ‘오버월드’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되는데…
수없이 쌓아 올린 네모난 세계, 상상을 초월하는 모험이 펼쳐진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All We Imagine as Light
개요: 드라마 | 인도 | 118분
감독: 파얄 카파디아
주연: 카니 쿠스루티, 디브야 프라바, 차야 카담
개봉: 2025.04.23.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어둠 속에서는 빛을 상상하는 게 어려워요”
시간을 훔치는 대도시 뭄바이,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프라바, 아누, 파르바티에겐
해결되지 않는 사정들이 있다. 그러나 세 여자의 우정은 작은 빛을 만든다.
곤돌라
Gondola
개요: 멜로/로맨스 | 독일 | 82분
감독: 바이트 헬머
주연: 니노 소셀리아, 마틸드 이르만
개봉: 2025.04.23.
배급: (주)플레이그램
줄거리
조지아의 조용한 산골 마을. 유일한 교통수단인 곤돌라의 새로운 승무원 ‘이바’는
반대편 곤돌라의 승무원 ‘니노’와 자꾸만 눈이 마주친다.
농부와 아이들, 가축과 와인을 실어 나르며 두 사람 사이에 오가던 시선은 장난스러운 몸짓, 체스 한 수, 멜로디 한 조각이 되고
곤돌라가 교차할수록 ‘이바’와 ‘니노’의 관계도 점점 깊어져 가는데…
드롭
DROP
개요: 스릴러 | 미국 | 95분
감독: 크리스토퍼 랜던
주연: 메간 페이, 브랜든 스클레너
개봉: 2025.04.23.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몇 년 만의 데이트에 나선 싱글맘 ‘바이올렛’. 데이트 상대인 ‘헨리’와 즐거운 식사를 하던 도중 같은 레스토랑에 있는 누군가로부터
의문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며 넘기려는 그녀에게 ‘헨리’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의 아들이 죽는다는 협박이 이어지고
이내 공포에 빠진 그녀는 익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이 안에 있는 모두가 용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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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끝장리뷰 | 결말해석 | 사슴, 모자 상징 | 이미지와 사운드, 상류와 하류, 자연과 도시 | 시점쇼트 분석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시선의 주인, 사슴과 모자, 결말해석
Chapter 2 상류와 하류, 사운드와 이미지
00:00 하마구치 류스케
01:26 시점쇼트
03:12 사슴과 모자
05:43 결말해석
08:01 상류와 하류
10:58 사운드와 이미지
12:32 별점 및 한 줄 평
12:50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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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대가 조국> 티저 예고편
사냥이 시작됐다!
언젠가는 '내'가 될 수 있는 갈등과 저항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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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타인의 친절> 메인 예고편
모두가 꿈을 안고 찾아오지만,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는 뉴욕.
그곳에서 서로를 발견한 여섯 사람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