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4-07 10:26:33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실화 바탕 스포츠 영화 모음
<블라인드 사이드>, <우. 생. 순>, <국가대표> 외 5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스포츠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요즘 영화계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을 필두로 다양한 스포츠 영화가 극장가를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며칠 전 개봉한 <리바운드>와 <에어>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스포츠 영화 8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감동적인 서사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들이랍니다.
미식축구, 핸드볼, 레슬링부터 스키점프, 마라톤, 야구, 복싱, 농구까지! 전부 다른 스포츠를 다뤘지만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묵직한 감동만큼은 서로 같은 8편의 실화기반 스포츠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블라인드 사이드(2010)
The Blind Side

감독: 존 리 행콕
출연: 산드라 블록, 퀸튼 아론, 팀 맥그로, 릴리 콜린스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서로의 인생을 바꾼 따뜻한 인연
어린 시절 약물 중독에 걸린 엄마와 강제로 헤어진 후, 여러 가정을 전전하며 커가던 ‘마이클 오어’. 건장한 체격과 남다른 운동 신경을 눈여겨본 미식축구 코치에 의해 상류 사립학교로 전학하게 되지만 이전 학교에서의 성적 미달로 운동은 시작할 수도 없게 된다. 급기야 그를 돌봐주던 마지막 집에서조차 머물 수 없게 된 마이클. 이제 그에겐 학교, 수업, 운동보다 하루하루 잘 곳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날들만이 남았다. 추수감사절 하루 전날 밤, 차가운 날씨에 반팔 셔츠만을 걸친 채 체육관으로 향하던 ‘마이클’을 발견한 ‘리 앤’. 평소 불의를 참지 못하는 확고한 성격의 리 앤은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마이클이 지낼 곳이 없음을 알게 되자 집으로 데려와 하룻밤 잠자리를 내어주고,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낸다. 갈 곳 없는 그를 보살피는 한편 그를 의심하는 마음도 지우지 못하던 리 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이클의 순수한 심성에 빠져 든 리 앤과 그녀의 가족은 그를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리 앤 가족의 도움으로 성적까지 향상된 마이클은 본격적으로 미식축구 훈련을 시작하며 놀라운 기량과 실력을 발휘하고, 리 앤은 그의 법적 보호자를 자청하며 마이클의 진짜 가족이 되고자 한다. 주변의 의심 어린 편견, 그리고 마이클이 언젠가 자신을 떠나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뒤로한 채...

명예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그것은 진정한 자신이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다.
의미 있는 목표를 위해 죽는다면
명예와 용기를 모두 갖게 된다는 점이 좋다.

제가 그 아이의 인생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Forever The Moment

감독: 임순례
출연: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한국 여자 핸드볼 성공 신화
대한민국 올림픽 2연패의 주역인 최고의 핸드볼 선수 미숙(문소리 분). 그러나 온몸을 바쳐 뛴 소속팀이 해체되자, 그녀는 인생의 전부였던 핸드볼을 접고 생계를 위해 대형 마트에서 일하게 된다. 이때 일본 프로팀의 잘 나가는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던 혜경(김정은 분)은 위기에 처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감독대행으로 귀국한다. 팀의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오랜 동료이자 라이벌인 미숙을 비롯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노장 선수들을 하나 둘 불러 모은다. 혜경은 초반부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전력 강화에 힘쓰지만 그녀의 독선적인 스타일은 개성 강한 신진 선수들과 불화를 야기하고 급기야 노장 선수들과 신진 선수들 간의 몸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되는데...

나 포기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지 마.

우리 약속 하나 합시다,
만약 지더라도 울지 않기로.
결과가 어떻게 되든 오늘 여러분은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여줬습니다.
저에게도 지금이 생애 최고의 순간입니다.
당갈(2016)
Dangal

감독: 니테쉬 티와리
출연: 아미르 칸, 사크시 탄와르, 파티마 사나 셰이크 등
장르: 드라마, 전기, 액션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61분
딸들에게 레슬링을 가르친 아버지
인도 하리야나에 사는 전직 레슬링 선수였던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은 아버지의 반대로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레슬링을 포기한다. 아들을 통해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은 내리 딸만 넷이 태어나면서 좌절된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딸이 또래 남자아이들을 신나게 때린 모습에서 잠재력을 발견하고 레슬링 특훈에 돌입한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첫째 기타(파티마 사나 셰이크)와 둘째 바비타(산야 말호트라)는 아버지의 훈련 속에 재능을 발휘, 승승장구 승리를 거두며 국가대표 레슬러로까지 성장해 마침내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기만 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슬럼프로 연이은 패배만 이어지는데…

내일 이기면 너 혼자 이기는 게 아니야.
수백만의 여자들이 너와 함께 이기는 거다.
그건 모든 여자들의 승리야. 남자보다 열등하다고 평가받고
가사 노동을 강제로 하고 자식을 낳기 위해 시집보내지는 여자들 말이다.
내일 시합은 아주 중요한 거다.
왜냐하면 내일 너는 상대방 선수뿐만 아니라
여자를 하찮게 보는 모든 사람들과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메달리스트는 나무에서 열리는 게 아니야.
그들을 키워내야지. 사랑으로, 성실로, 열정으로.
국가대표(2009)
Take Off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등
장르: 드라마, 코미디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동계스포츠 불모지 대한민국의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이야기
1996년 전라북도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식 종목 중 하나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된다. 이에 전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 방종삼(성동일 분)이 국가대표 코치로 임명되고, 그의 온갖 감언이설에 정예(?) 멤버들이 모인다. 전(前)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다가 친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인 밥(하정우 분), 여자 없으면 하루도 못 버틸 나이트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분), 밤낮으로 숯불만 피우며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살아온 고깃집 아들 재복(최재환 분), 할머니와 동생을 돌봐야 하는 짐이 버거운 말 없는 소년 가장 칠구(김지석 분), 그런 형을 끔찍이 사랑하는 4차원 동생 봉구(이재응 분)까지! 방 코치는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엄마와 같이 살 집이 필요한 밥에게는 아파트를, 사랑 때문에 또는 부양가족 때문에 그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흥철, 칠구-봉구 형제, 그리고 재복에게는 군 면제를 약속한다. 단, 금메달 따면! 스키점프가 뭔지도 모르지만 한때 스키 좀 타봤다는 이유로 뽑힌 이들이 모이면서 대한민국 최초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결성된다. 그러나 스키점프(Ski Jump)의 스펠링도 모르는 코치와 경험 전무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은 험난 하기만 한데...

뛰어 이 새끼야
니가 뛰어야 내가 군대를 안 갈 거 아니야!

나 귀화했어요, 나 버린 나라에.
근데 또 버렸네요, 대한민국이.
말아톤(2005)
Malaton

감독: 정윤철
출연: 조승우, 김미숙, 이기영, 백성현, 안내상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서브쓰리를 달성한 발달장애 마라토너 이야기
몸은 20살이지만 마음은 5살 아이처럼 순수한 청년 초원. 어린 시절 자폐증을 진단받은 후 여러 가지로 부모님 걱정을 사는 게 일상인 초원에게는 얼룩말과 초코파이, 그리고 마라톤이 그의 전부이다. 어머니 경숙은 아들의 코치로 정욱이라는 전직 마라토너에게 부탁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아들이 힘들어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데...

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
몸매는?
끝내줘요!

제 소원이 뭔지 아세요?
초원이가 저보다 하루 먼저 죽는 거예요.
퍼펙트 게임(2011)
Perfect Game

감독: 박희곤
출연: 조승우, 양동근, 최정원, 마동석, 조진웅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7분
전국이 주목한 전설적인 한국 투수들의 맞대결
대결을 원한 세상 속으로 꿈을 던진 두 남자, 최동원 선동열의 고독하고도 치열한 맞대결!! 불안과 격동의 1980년대,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전 국민을 사로잡고 있었다! 노력과 끈기로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로 자리 잡은 롯데의 최동원! 그리고 최동원의 뒤를 이어 떠오르는 해태의 천재 투수 선동열! 세상은 우정을 나누던 선후배였던 두 사람을 라이벌로 몰아세우는데... 전적 1승 1패, 그리고 1987년 5월 16일, 자신들의 꿈을 걸어야 했던 최동원과 선동열의 마지막 맞대결이 펼쳐진다! 선동열 앞에서만은 큰 산이고 싶었던 최동원. 그 산을 뛰어넘고 싶었던 선동열

한 물 갔던, 두 물 갔던 끝날 때까지 던집니다.
내한테는 그게 야굽니다!

일구일생, 일구일사
공 하나에 죽고, 공 하나에 산다.
신데렐라 맨(2005)
Cinderella Man

감독: 론 하워드
출연: 러셀 크로우, 르네 젤위거, 폴 지아마티 등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44분
경제 대공황 시기의 미국인들은 전율케 했던 복서 짐 브래독 이야기
1936 미국의 최고 암흑기였던 경제 대공황 시기... 전도유망했던 라이트 헤비급 복서 브래독(러셀 크로우)은 잇단 패배와 부상으로 복싱을 포기하게 되고, 아내(르네 젤위거)와 아이들을 위해 각종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하지만 복싱에 대한 꿈을 단념하지 못한 그는 결국 다시 링 위에 오르고,. 왜소한 체구, 끊임없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연승행진을 이어간다. 이미 2명 이상의 상대를 사망 직전까지 몰아간 악랄한 챔피언 맥스 베어와의 결전을 눈앞에 둔 브래독...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경기를 위해 링에 오르는데... 스스로를 '헝그리 복서'라 칭하며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던 미국인들에게 큰 희망을 선사한 전설적 복서 짐 브래독... 그의 진실된 이야기와 함께 가슴 벅찬 가을의 감동이 시작된다.

당신은 뉴저지의 자존심이고 우리 아이들의 영웅이고
나에게는 최고의 챔피언이에요.

링 위에 오르게 해 줘.
적어도 누가 날 때리는지는 알 수 있잖아.
리바운드(2005)
Rebound

감독: 장항준
출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2분
최약체 고교농구팀이 써 내려간 기적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은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의 첫 경기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 팀워크가 무너진 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낳고 학교는 농구부 해체까지 논의하지만, ‘양현’은 MVP까지 올랐던 고교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선수들을 모은다.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 농구 경력 7년 차지만 만년 벤치 식스맨 ‘재윤’ 농구 열정만 만렙인 자칭 마이클 조던 ‘진욱’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최약체 팀이었지만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써 내려간 8일간의 기적 모두가 불가능이라 말할 때, 우리는 ‘리바운드’라는 또 다른 기회를 잡는다.

명심해라,
농구는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

누구한테나 처음이란 게 있다.
이번 대회가 네 통산 기록 시작이 될 거야.
이렇게 총 8편의 실화 기반 스포츠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이번 주말은 씨네랩이 추천드린 영화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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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호 감독의 진짜 얼굴!
연상호 감독이 돌아왔다. 염세적인 세상을 그리는 연상호 감독이 돌아왔다. <얼굴>을 보면 감독의 초기 애니메이션 작품인 <돼지의 왕> <사이비>가 생각날 정도로 지옥 같은 한국 사회와 그 안에서 양심과 도덕성을 버리고 오로지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부산행> 이후 종종 거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정작 놓쳤던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이 다시 살아온 듯한 느낌이랄까. 제작비도 2억원이 들었다고 하니 여러모로 기적 같은 영화다!
시각 장애인이자 국가가 인정한 전각 장인 임영규(권해효).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않았던 그는 세상을 본 적 없지만, 아름다운 글씨를 새긴 도장을 만든다. 더 대단한 건 40년 전 아내가 사라진 후, 홀로 아들 동환(박정민)을 키웠다는 것. 그 인생도 참 예술이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촬영이 있었던 어느 날, 동환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사라진 엄마 영희(신현빈)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것. 그 자체로 놀라운데, 살해 가능성이 있다는 경찰의 말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 일을 알게 된 다큐 PD 수진(한지현)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알아봐 주겠다며, 동환과 함께 과거를 추적해 나간다.
<얼굴>은 제목 그대로 얼굴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차례대로 진행되는 인터뷰 형식을 빌려 영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진행될수록 관객들은 영희의 얼굴을 궁금해한다. 신현빈이 연기를 했지만, 정작 얼굴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독은 관객과 밀당 아닌 밀당을 하는데, 그럴수록 그녀의 얼굴이 궁금해진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못생겼다’고 말한다. 장례식장에 찾아온 일가친척은 물론, 청계천 방직 공장에서 일했던 동료들 모두 그녀를 못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공장 사람들은 ‘똥걸레’라는 그녀의 악의적인 별명까지 전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영희는 정말 못생긴 사람이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영희는 정말 못생긴 사람일까?
아름다움에 환호를 보내고 추함을 혐오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고 자유라고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라도 남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영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는 영희를 추하다고 말하는 이들의 얼굴을 비춘다. 예상은 했겠지만 그들이 더 추하다.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진실과 옳은 것을 말하는 영희와 대척점에 선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1970년대 산업화가 가속화가 되는 시점에서 방직 공장 사장에게 착취당하고, 그의 권력에 무릎 꿇은 이들은 영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문제만 일으키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마치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인권이 말살됐던 그 시절을 보여주듯 영희는 잘못된 인간의 욕망과 순간적으로 표출되는 사람들의 얼굴을 오롯이 담는다. 그리고 인간이 가진 수치심과 공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도 보여준다. 물론,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끌어와 풀기에는 영화가 너무 작아 표현하는데 한계는 있지만,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충분하다.
복잡하지 않게 스트레이트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주는 흡입력이 대단한데, 배우들의 연기가 계속해서 관객을 끌어 당긴다. 1인 2역을 맡은 박정민은 마치 인간이 가진 선과 악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신현빈은 목소리와 움직임만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너무나 잘 표현한다. 후반부 권해효가 말아주는 연기 내공, 여기에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한지현과 임성재의 연기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렇다면 영희의 얼굴은 아름다웠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추했을까?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전 관객은 이 물음에 가닿을 것이다. 왜 우리는 얼굴, 그것도 아름다운 얼굴에 집착하는가? 그리고 나의 얼굴은 아름다운 것인가? 극장을 나오면 자연스럽게 거울을 보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한 사람의 인생을 새기는 전각(영규), 한 사람의 인생을 담는 카메라(주상, 수진), 한 사람의 인생을 기억하는 경험(그 외 사람들). 이 모든 게 그 대상이 아닌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나오는 자기 결과물이라는 아이러니함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어쩌면 아름다운 얼굴은 우리가 판단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사진출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평점: 3.5/ 5.0
한줄평: 우리의 얼굴을 돌아보게 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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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리듬 속에 담긴 블랙 스토리
[JIFF 데일리] 리듬 속에 담긴 블랙 스토리
영화 <웨스트 인디스> 리뷰감독] 메드 혼도
출연] Cyril AVENTURIN, Roland BERTIN, Gerard BLONCOURT, Fernand BERSET
시놉시스] 수모리타니 출신 감독 메드 혼도의 가슴을 울리는 영원한 걸작이다. <웨스트 인디스>는 카운터 시네마 양식을 채택한 뮤지컬 영화로 대서양 노예 무역의 역사와 유산을 추적하고 유럽의 식민지 제국주의에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감독은 전통적 콜 앤드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 음악의 리드미컬한 구조를 뮤지컬 형식으로 완벽하게 재창조했으며, 부패와 위선, 이기심으로 가득찬 교회/국가, 그리고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산발적 독립 혁명 세력 사이의 편향된 갈등을 폭로한다. 파리 외곽의 버려진 르노 공장에서 촬영된 작품으로, 인공적인 촬영 과정을 여과 없이 노출시킴으로써 프랑스 산업 부흥의 기반이 된 노예 제도에 대한 메타 비평 수단으로 삼는다. 여기에는 영화 산업도 포함된다. 하버드필름아카이브(Harvard Film Archive)가 <웨스트 인디스>의 촬영감독 프랑수아 카토네와 협의하에 오리지널 35mm 프리프린트 필름을 바탕으로 복원했다.
#스포일러 주의#
청각보다 시각에 더욱 집중되었던 뮤지컬 영화뮤지컬 영화라는 사실만 알고 관람을 했기에 전형적인 뮤지컬 영화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산이었다. 멜로디가 주를 이루는 일반적인 뮤지컬과 달리 영화 웨스트 인디스는 박자와 리듬감이 주를 이루는 작품이어서 인상적이었다. 물론 배우들이 넘버를 부르는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대부분의 장면들은 리드미컬한 젬베 사운드에 얹혀지는 캐릭터들의 나레이션이었다. 대부분의 넘버들 역시 다채로운 음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음을 사용하다보니 기존 뮤지컬 영화를 볼 때와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멜로디가 중심이 되는 뮤지컬 영화의 경우에는 솔직히 넘버의 가사보다는 멜로디의 유려함과 화려함에 압도되어서 영화의 분위기를 따라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화 웨스트 인디스는 귀를 사로 잡을 만한 멜로디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덕분에 이들이 지금 어떠한 상황인지 그 객관적인 정보에 관객들은 집중을 할 수 있었고, 흑인 노예들이 끌려갈 때부터 이주한 아메리카에서의 현대 모습까지 그들의 역사를 정보 위주로 따라가며 공감할 수 있다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과연 박자와 리듬감이 주를 이루는 작품을 뮤지컬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지점에서 메드 혼도 감독은 화려한 군무를 영화 곳곳에 삽입하면서 이 작품이 일반적인 영화가 아닌 뮤지컬 영화임을 드러낸다. 반복되는 박자와 리듬감 속에서 처절한 군무를 선보이는 흑인 노예들, 앞으로의 또 다른 희망을 생각하며 화려한 파티를 여는 흑인들까지 역사적인 순간 마다 분위기에 맞는 군무를 선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화려하게 췄던 그들의 안무 동작은 생각나지만 그 배경에 깔렸던 음악은 기억에 없어서 뮤지컬 영화지만 굉장히 시각적인 정보에 강했던 작품이었다.
이 한 순간만 무마하면 된다는 얄팍함
영화 웨스트 인디스는 유럽 제국주의로 인해 아프리카 대륙이 발견되고, 백인과 흑인이 조우하면서부터 발생한 다양한 사건들을 시간 순서대로 풀어내고 있다. 당시 흑인들보다 압도적인 군사 체제를 가지고 있었던 백인들은 자신들의 군사적 우위를 앞세워 아프리카를 점령했고, 그 과정에서 흑인 노예 제도가 만들어졌다. 나름의 체제를 유지하며 살았던 그들은 한 순간에 노예가 되어 유럽, 아메리카로 흩어졌고, 보다 원할한 플렌테이션을 위해 더위에 강한 흑인 노예를 달에 2,000명 씩이나 아메리카에 공급했다. 그저 그 한 순간의 돈을 더 벌기 위해 차후에 벌어질 일들은 생각하지 않고. 흑인들을 여기저기 실어 나른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공급은 과잉을 불러왔고, 전 세계에 전반적으로 안정이 찾아오면서 유럽 전역에서는 공금 과잉된 흑인들을 다시 내쫓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흑인들 때문에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영화 속에서 백인 사회복지사는 이런 말을 한다. “이제 그냥 돌려보내면 안되나요? 이주를 시키는 것만이 답니다.” 이제까지 그들의 노동력을 열심히 이용만 하다가 더이상 필요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떠나온지 수백년도 더 된 사람들을, 사실 고향이 더이상 아프리카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아프리카로 보내버리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국주의 사상이 남아있던 근대에서도 지배층은 사회적인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보다는 그저 이 순간만을 무마하면 된다는 가장 단순하고도 얄팍한 수를 쓴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필요하다는 이유로 잡혀오고 ,이젠 더이상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내쳐지는 흑인들의 이주 역사를 보면서 유럽 제국주의의 폭력적인 모습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 웨스트 인디스는 독특한 구조의 뮤지컬 영화 속에서 흑인들의 이주 역사에 내재된 유럽 제국주의의 폭력을 잘 그려내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상영시간표]
2023. 04. 30 14:00 CGV전주고사 3관 (324)
2023. 05. 02 14:30 CGV전주고사 3관 (514)
2023. 05. 05 17:00 CGV전주고사 2관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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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독일] <타인의 삶>을 보면서 배우는 정치
<타인의 삶>을 보면서 배우는 정치
- 감시자의 눈으로 본 인간의 본성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국가를 위해 감시하고, 의심하고, 고발한다. 인간의 숨결까지 탐지하려는 국가의 냉혹한 눈, 바로 슈타지의 비밀요원 게어트 비슬러. 그의 존재는 사람을 들여다보는 듯하지만 정작 인간의 마음은 닫힌 채 살아온 그림자다. 그러나 그가 감시하던 한 예술가 커플의 삶, 그 속의 자유와 사랑은 서서히 그를 흔들게 된다.
이 영화는 감동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역사적 증언이 된다. 배경은 1984년 동베를린. 철의 장막 이편, 동독은 사회주의라는 이념 아래 국가가 개인의 삶을 철저히 지배하던 곳이었다. 슈타지(Ministerium für Staatssicherheit), 국가보안부는 그런 통제의 최전선이었다. 이들은 말 그대로 '국민을 보호하는 척, 국민을 감시한' 조직이었다. 1950년부터 90년까지 존재한 이 기관은 소련의 KGB를 모델로 창설해 서방 세계의 자유주의를 '적대적 사상'이라 규정하고, 이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시민들의 일상까지 침투했다. 이 조직은 이웃, 연인, 가족의 신뢰까지 파괴해버린다.
이 냉혹한 국가 장치는 바로 냉전의 부산물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미국과 소련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독과 동독으로 분단됐다. 서독은 마셜플랜과 NATO의 보호 아래 자유주의 진영의 전진기지가 되었고, 동독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일원이자 소비에트 블록의 전초기지가 되었다. 이념은 경계를 만들었고, 경계는 인간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밀어냈다.
영화 <타인의 삶>은 냉전기의 동베를린이라는 단절된 시간 속에서 감시라는 절대적 권력 아래 무너져 가던 인간성을 기적처럼 다시 일으켜 세운 이야기다. 이 영화는 한 비밀경찰의 ‘변화’나 ‘감동적 회개’를 그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감시라는 구조적 억압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포위하고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며 그 틈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인간적 연민의 가능성을 직조해간다.
<타인의 삶>이 보여주는 비극은 총성이아닌 침묵 속에서 벌어진다. 그것은 독재가 강요한 '침묵의 사회'며 감시가 개인의 내면까지 잠식한 체제의 결과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은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은 사람을 위해 변한다. 비슬러는 감시를 중단함으로써 처음으로 누군가의 삶에 진심으로 '참여'한다. 이것이야말로 정치가 놓친 인간의 가능성이다.
동독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붕괴의 길을 걷는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는 숨겨진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결국 독일은 1990년 10월 3일 통일을 이뤄냈다. 이 통일은 국경이 아니라 체제와 기억, 억압과 저항의 통합이기도 했다.
출처 : 나무위키
이 영화는 국가와 체제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역사서다. 동독이라는 나라는 소련의 영향 아래 세워진 ‘작은 전체주의’였고, 감시는 단지 정치적 기술이 아닌 일상적 감각이자 언어였다. 믿음은 분해되었고, 관계는 해체되었으며, 침묵은 권력이 되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한반도를 생각하게 된다. 독일은 수십 년 간 동서독 정상회담과 베를린 협약 등 정치적 협상을 통해 꾸준히 준비해왔고, 주변국 특히 프랑스의 협력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Asia Paradox’의 그림자 아래 있다. 경제적으로는 상호의존이 깊지만 정치와 안보는 대립의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균열을 극복하지 못한 민족주의, 그리고 '존재론적 안보'에 집착하는 주변국들의 태도는 탈냉전의 기회를 아시아에서는 아직 꽃피우지 못하게 한다.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부상, 미중 체제경쟁과 일본의 군사적 재무장까지 지금의 동아시아는 냉전의 유산 위에 여전히 군림하는 긴장 상태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까. 혹은 들여다보는 그 순간 우리는 여전히 우리 자신일 수 있을까? 우리는 체제의 감시자이면서 동시에 양심의 증인이 될 수 있는가?
비즐러는 이 질문에 대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응답한다. 침묵하는 감시자에서 말없이 도운 구원자로의 여정은 곧 인간이 시스템을 넘어설 수 있다는 희망의 변주다.
여전히 감시의 언어가 살아있는 북쪽, 그리고 여전히 분단을 일상의 배경으로 삼고 있는 남쪽. 우리는 아직도 역사 속에 머물러 있다. <타인의 삶>이 동독의 폐허 속에서 조용히 속삭이는 ‘양심’의 존재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한반도 분단 현실에서도 중요한 울림을 남긴다. 우리는 언제쯤 타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함께 살아낼 수 있을까?
감시의 균열에서 피어난 양심. 그 서사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은 이제 우리의 서사가 되어야 한다. 그런 가능성을 우리가 믿는다면 언젠가 이 땅에도 장벽이 무너질 수 있으리라
<영화에서 보는 정치> 교양 수업에서의 영화 <타인의 삶>을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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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어버린 삶을 위한 환대의 공간
이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증명하는 삶의 고달픔
언제나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삶은 얼마나 고달픈가. 토리(파블로 실스)는 도로를 위험하게 건넜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주의를 듣는다. 여기까지는 어린이를 염려하는 경찰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경찰관은 토리와 로키타(졸리 음분두)에게 신분증을 요구한다. 아이들은 위축된 상태로 신분을 증명하기 위한 카드와 종이를 내보인다. 아프리카에서 함께 배를 타고 건너와 벨기에에 정착하려 하는 11살 토리와 16살 로키타에게 이것은 익숙한 일상이다. 자신이 이 땅에 머물러도 괜찮은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하는 이들에게 체류증은 중대한 문제다. 토리는 아동학대 피해자라는 것이 인정되어 체류증을 받을 수 있었던 반면, 로키타는 토리와 가족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어려워 체류증 발급 인터뷰에 번번이 실패한다. 두 사람은 가족 그 이상의 관계지만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 자격이 인정된다.
로키타는 가짜 체류증이라도 얻기 위해 마약을 재배하는 폐쇄된 창고에서 일하게 된다. 이 나라에 머무를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은 불법적인 루트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로키타는 체류증을 얻기 위해서 마약을 키우고 팔며 성추행과 성폭행과 같은 온갖 무례함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이 일의 자격조건은 ‘얼마나 처리하기 쉬운가’에 달려있고, 사라져도 누구도 찾지 않을 로키타는 이 일에 적합한 인재였다. 로키타의 쓸모는 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만 빛을 발한다.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
체류증을 받지 못해 절망하는 로키타에게 “우리는 환영 못 받잖아”라고 토리는 말한다. 아이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토리의 살아남는 방법은 ‘숨기’다. 눈에 띄지 않는 것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길이다. 김현경 작가의 책 <사람, 장소, 환대>에서는 환대를 이렇게 정의한다.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혹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행위”.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에게 허락된 자리는 없다.
이탈리아 사람에게 배웠다는 노래의 가사처럼 토리와 로키타는 고양이에게 먹히는 생쥐의 신세다.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먹히는 먹이사슬의 가사처럼 끊어낼 수 없는 불행의 고리가 아이들을 잡아먹는다. 로키타가 궂은일을 견디며 얻은 돈은 밀입국 브로커와 엄마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로키타를 착취하는 것은 유럽 땅의 사람뿐만이 아니다. 교회에서 나왔다는 흑인 밀입국 브로커도 아프리카 땅에 있는 엄마도 로키타를 착취하는 사람들이다.
어느 땅 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로키타의 잔인한 현실 속 유일한 안식처는 토리다. 석 달 동안 토리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 대마초 키우기를 로키타는 독한 마음으로 견뎌낸다. 체류증을 얻어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토리와 함께 살고 싶다는 꿈 때문이다. 때때로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로키타에게 텔레비전보다 토리의 사진이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 두 사람은 피를 나눈 가족보다 서로를 아낀다. 누구도 돌봐주지 않고 친절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에게 다정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살아갈 희망 그 자체가 된다.
작은 친절과 환대
누구나 무조건적인 환대를 받으며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환대가 그가 있을 공간을 인정해 주는 것이라면 햇빛 한점 없는 마약 재배 창고와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는 뒷골목은 환대의 저편에 자리한 공간이다. 영화는 이들에게 공간을 허락하라고 외치지 않는다. 인물들의 행동을 한 박자 뒤늦게 따라가는 카메라는 현실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이들의 삶을 관조하며 다르덴 형제는 환대의 공간을 만들었다. 로키타의 얼굴을 중심에 가득 채운 화면 구성은 감독이 마련한 환대의 공간이며 적어도 영화 안에서 토리와 로키타는 그 세상의 중심이 된다.
영화는 우리에게 어떤 태도를 강요하지는 않지만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는 분명하다. 토리는 밖에 나올 수 없는 로키타를 대신해 은행에 송금을 하려 한다. 미성년자라 송금을 할 수 없는 토리는 은행에 있는 어른들에게 대신 송금해 줄 것을 부탁한다. 한 남자는 “대가로 무엇을 해줄 것이냐”라고 묻는다. 토리는 지체 없이 다른 어른을 찾는다. 이번 어른은 그저 호의로 토리를 도와준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대가를 바라고 이용할 것인지, 대가 없는 친절을 베풀 것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토리와 로키타를 걱정하고 염려했지만, 영화 밖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누군가의 절망을 기회로 삼지 않고 대가 없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을까. 로키타를 궁지로 몰고 방아쇠를 당기게 만든 힘은 한 사람의 악의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작은 외면과 무례 그리고 욕심이 모여 방아쇠를 당겼다. 소리 없이 죽어간 수많은 로키타들을 위해, 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토리들을 위해 작은 친절과 환대의 노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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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갈린 총구, 그리고 신념
엇갈린 총구, 그리고 신념
영화 <헌트>
감독] 이정재
출연]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김종수, 정만식
시놉시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라! 사냥꾼이 될 것인가, 사냥감이 될 것인가!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와 국내팀 김정도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 동림 색출 작전을 시작한다. 스파이를 통해 일급 기밀사항들이 유출되어 위기를 맞게 되자 날 선 대립과 경쟁 속, 해외팀과 국내팀은 상대를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조사에 박차를 가한다. 찾아내지 못하면 스파이로 지목이 될 위기의 상황, 서로를 향해 맹렬한 추적을 펼치던 박평호와 김정도는 감춰진 실체에 다가서게 되고, 마침내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게 된다.
#스포일러 주의#
끊임없이 의심을 하다
영화 헌트에서는 해외팀 박평호와 국내팀 김정도의 끊임없는 대립과 의심을 강한 텐션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연 나라면 저기서 버틸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서로에게 도감청과 미행을 붙이고, 지인들을 안기부로 데리고 와 고문을 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화는 박평호의 편도, 김정도의 편도 들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관객의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들이 나올 때마다 박평호가 동림일 가능성, 김정도가 동림일 가능성을 끊임없이 재고 따지게 된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꼭 수사관이 된 것처럼 양측에서부터 나오는 다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관객 나름대로 퍼즐을 맞춰가면서 두 캐릭터를 의심하면서 영화에 더욱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만들었던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실 영화 속 캐릭터 중 한 명 정도는 관객이 공감을 하고 그의 감정선에 따라 같이 동조하며 흘러가야 작품에 집중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스파이를 색출해내는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스파이일 수 없는 한 명의 탐정, 혹은 수사관이 대부분 영화 속에는 있기 때문에 그들의 감정선에 따라 사건들을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대립되는 두 인물이 서로를 수사하다 보니 관객으로써는 이 두 캐릭터를 모두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영화 속 어떤 인물들에게도 공감한다기 보다는 이들을 의심하는 태도를 가지면서 양 측으로 부터 오는 모든 정보를 조합하려다 보니 그 집중도가 높아진 케이스였던 것 같다.
내 신념에 따라 선택한 과정은 올바른가?
영화 헌트는 국정원 속에 숨어든 ‘동림’이라는 존재를 통해 신념의 존재와 그 이유, 수단에 대해서 관통하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해외팀 박평호는 동림으로, 국정원에 잠입한 북한의 간첩이었다. 그리고 국내팀 김정도는 육군 출신으로서 전두환 정권에 대해 강력히 반대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둘의 목표는 같다. 대한민국 1호를 암살하는 것이다. 동림으로써 박평호는 1호를 암살한 후 북한에게 평화적으로 정권 이양의 단계를 거치길 바라는 사람이고, 김정도는 1호를 제거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이 땅에 세우고자 하는 사람이다.
사실 이 명제만 보자면 한국 사람으로써 김정도를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박평호는 어찌되었던 북한 간첩이고 북한에게 남한을 넘기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오히려 빌런은 김정도가 아닐까 하는 감정이 들고는 하는데, 아마 그 이유는 신념의 존재 이유를 알고 그 방향성을 지키고자 했던 박평호에 공감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박평호의 신념은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동림으로써 자신이 1호를 제거하고, 최소한의 희생을 통해 북한에 정권 이양을 해야 많은 국민들이 다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이 1호를 제거 후 전쟁을 통한 적화통일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자 박평호는 방콕에서의 대통령 암살 작전에서 어떻게든 이 암살을 막으려고 갖은 애를 쓴다.
하지만 김정도의 경우에는 민주주의를 이 땅에 다시 뿌리내려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이 신념을 지키기 위한 1차적인 수단인 1호의 제거에 더욱 집중한다. 그래서 박평호가 동림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이미 죽은 자신의 부하를 동림으로 만들면서 1차적인 목표가 같은 박평호를 이용해서 1호를 제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박평호가 1호 제거를 반대하자 기어코 쫒아가서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행동을 보인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동지를 배신한 박평호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1차적인 수단이었던 암살을 수행하려는 김정도. 하지만 박평호는 북한의 간첩이고 김정도는 남한의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이다. 남한 사람으로서 이 엇갈리는 방향성에 어느 누가 과연 옳았는가?라는 질문에 쉽사리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박평호와 김정도가 내린 선택의 순간마다 잣대가 기울면서 두 캐릭터를 보는 마음이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있는 집단과 그리고 신념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의 선택의 방향성에 대해서 이 상반된 두 캐릭터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헌트는 생각보다 두 인물이 서로를 의심하며 쌓아가는 서사가 상당히 탄탄했고, 그 과정에서 신념과 집단이라는 엇갈린 방향성을 나름대로 잘 보여주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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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마찰로 드러나는 감정의 단면들
마이크 리의〈내 말 좀 들어줘>는 “사람을 바꾸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려 애쓰는 시선에 대한 영화였다. 그는 주인공 팬지를 단죄하거나 구원하지 않는다. 대신 팬지의 거친 말투와 편협한 판단 뒤에 웅크린 불안과 슬픔, 그리고 오래 방치된 상처의 결을 오래, 가까이, 꾸준히 바라본다. 그 집요한 응시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의 독설을 ‘악의’로만 읽지 못하게 만든다. 말이 쌓일수록 표정이 마모되고, 단언이 커질수록 마음이 더 작아지는 사람—팬지는 그런 감정의 고갈 상태를 견딜 줄 모르는 인물이다.
영화의 정서는 팬지의 집과 동생 샨텔의 집이 지닌 공기의 온도 차에서 명확해진다. 팬지의 공간은 밀폐된 방처럼 차갑고, 샨텔의 공간은 숨 쉴 구멍이 난 듯 따뜻하다. 마이크 리는 이 두 공간을 빠르게 대조하지 않고, 대화의 리듬과 숨 고르기로 조금씩 체감하게 한다. 그러다 문득, 사소한 말 한마디나 작은 몸짓이 팬지의 확신에 미세한 금을 낸다. 영화는 바로 그 금이 벌어지는 소리를 들려준다—고함 대신 침묵과 머뭇거림으로. 이 과정에서 우리는 “왜 저렇게 말할까?”에서 “어떻게 저렇게 말하게 되었을까?”로 질문을 바꾸게 된다.
인상 깊었던 건, 이야기의 굴곡을 큰 사건이 아니라 작은 사물과 미묘한 제스처가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말라붙은 꽃다발 하나, 열린 창문 하나가 관계의 체온을 대변하고, 누군가의 무심한 취기 같은 말이 하루의 방향을 바꾼다. 그래서 이 영화의 ‘드라마’는 플롯의 전진보다 감정의 진폭에 가깝다. 그 진폭은 종종 불편하고, 때로는 우습고, 가끔은 뼈아프다—그러나 무엇보다 정직하다.
〈내 말 좀 들어줘〉를 보고 난 뒤 오래 남는 감정은 연민도, 희망도 아닌 견딤의 윤리였다. 상대가 틀렸다는 사실보다, 그 사람이 왜 그 자리에 머물렀는지 끝까지 듣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견디는 시간이야말로 관계를 조금 움직인다는 사실. 마이크 리는 관객에게 “이해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보는 연습, 듣는 연습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할 뿐이다. 그리고 그 제안이 조용히 스며드는 순간, 우리는 타인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내가 듣는 방식만큼은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본 영화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관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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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큐!! 극장판 / 쓰레기장의 결전 / 많이 보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 / 쇼요와 켄마의 매력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끝나고 제대로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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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당신이 여름에 보면 좋을 영화
** 영화 우리집의 스포일러가 담긴 콘텐츠입니다.
대사로 알아보는 영화 두 번째 이야기는, 작년 여름에 개봉한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입니다.
영화 우리집은 아래 링크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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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메인 예고편
올해 가장 독창적인 로맨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감독 테무 니키, 핀란드) ? 2022년 3월10일 개봉 확정??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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