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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별2023-04-10 22:48:23

아이의 눈으로 담아낸 모순의 그 날

영화 리뷰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아이의 눈으로 담아낸 모순의 그 날
영화 리뷰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감독] 마크 허만
출연] 에이사 버터필드, 잭 스캔론
시놉시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나치 장교의 아들이었던 소년 브루노가 아빠의 전근으로 베를린에서 폴란드로 이사를 가게 되는데 그의 아빠는 그저 군인이 아닌 나치의 최고 엘리트 장교 중 한 명. 농장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의 학대를 받은 아우슈비츠다. 숲 속을 거닐던 브루노는 철조망을 발견하게 되고 슈무얼이라는 동갑내기 유대인 소년을 만나 친구가 된다. 전쟁, 학살이라는 말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순진무구한 소년들의 우정은 끔찍한 결말을 가져오게 된다.

 

 

 

 

 

 

 

 


 

 

 


#스포일러 주의#

 

 

어린 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다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면은 주인공 브루노와 슈무얼의 눈과 얼굴이다. 다른 영화였다면 짧은 컷 정도 할애되었을 장면일텐데 상대방이 말을 하고 있을 때에도 브루노와 슈무얼의 얼굴과 눈이 클로즈업 되면서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을 자신 나름대로 이해하고 해석해보려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은 어리고 모험심이 강한 브루노는 폐타이어 그네를 타고 놀다가 다치게 되고, 그 상처를 집에서 일하던 줄무늬 죄수복을 입은 할아버지 파벨이 치료해준다. 파벨은 아우슈비츠에 끌려오기 전까지 유대인 의사였지만 이곳에서는 감자를 깎으며 지내고 있는데, 이런 파벨을 보면서 브루노는 할아버지에게 의사면서 왜 감자만 깎고 있냐며 천진난만하게 말한다.

 

 

 

이렇듯 브루노의 눈에는 줄무늬 파자마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왜 그 옷을 입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들은 그들이 가졌던 직업이 아닌 농부로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철장 밖을 나오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슈무엘 역시 자신이 왜 갇혀 있는지, 그리고 옆에 있었던 친구들, 그리고 아빠가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전혀 이해를 할 수도, 이유를 알 수도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 특히, 나치의 모순적인 행동이나 대화가 오갈 때 브루노 혹은 슈무엘의 눈을 비추면서 그들의 대화나 행동을 듣게끔 화면이 구성되는데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서 관객들도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나치를 보게 된다. 이를 통해서 나치의 행동이 얼마나 무자비하고 야만적인지 깨닫게 해주고 있었다. 독일인 사이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들을 수용소라는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반인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어린아이의 눈을 강조함으로써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있었다.

 

 

 

 

 

 


교육과 사랑의 잘못된 시너지

 

 

 

교육과 사랑이 과연 아이들의 가치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 대답을 단적으로 해줄 수 있는 영화 속 장면이 있다. 브루노의 누나 그레텔은 인형을 가지고 놀기 좋아하는 소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아우슈비츠 근처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학교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없었고, 아버지는 그녀와 브루노에게 가정교사를 소개해준다. 그 가정교사는 뼈 속까지 나치로, 독일인이 얼마나 위대하고 현재의 나치가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해 남매에게 가르쳤다. 어려운 책에 관심이 없었던 브루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레텔은 선생님이 가르친 내용을 온몸으로 흡수하기 시작한다. 더불어 집에 자주 방문하는 잘생긴 코틀러 중위를 사랑하게 되면서 나치즘 신봉자인 그에게 영향을 받은 그레텔은 교육과 사랑의 시너지로 완전히 변화한다. 방 한쪽을 가득 채웠던 인형들이 지하실로 다 옮겨지고, 그 자리에는 나치의 위대함을 나타내는 포스터들이 가득 붙여진다.

 

 

 

나치를 접하지 않았던 그레텔이 교육과 사랑을 통해 나치즘을 접하면서, 게다가 자신의 가치관이 자리잡을 청소년 시기에 접한 나치즘은 그녀에게 우상이 되고 말았다. 이사를 가기 전까지는 브루노를 챙겨주는 자상한 누나였지만, 그 이후부터는 거칠어져가면서 순진무구한 브루노를 못마땅해하고 무시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레텔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청소년 시기 교육과 사랑이 청소년의 가치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사람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죽일 줄은 몰랐지

 

 

 

영화는 마지막 클라이맥스 전까지는 굉장히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러던 어느날 슈무엘은 자신의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것을 브루노에게 알리고, 브루노는 슈무엘을 모른척해서 슈무엘이 곤란해졌던 과거의 일을 반성하는 의미로 그의 아버지를 함께 찾아주기로 약속한다.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었던 브루노와 슈무엘은 땅을 파서 브루노가 수용소 안으로 들어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보는 계획을 짜고, 결국 브루노는 이사를 가기로 한 날 몰래 집을 빠져나와 슈무엘을 만나러 간다. 그들의 계획대로 브루노는 땅을 파서 철조망 사이로 들어가고, 슈무엘이 준 줄무늬 파자마를 입고 수용소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그렇게 아버지를 찾아 들어간 막사에서 갑자기 군인들이 들이닥치면서 어디론가 다같이 끌려간다. 그들이 끌려간 곳은 바로 샤워실. 샤워기를 통해 독가스를 뿌려 유대인들을 학살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브루노와 슈무엘은 ‘샤워를 시켜주나봐’라고 말하면서 두려운 마음을 잠재운다. 어린아이들의 시각에서 샤워실에서 독가스가 나올 것이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그렇게 브루노와 슈무엘은 샤워실에 갇혀 죽고 만다.

 

 

 

브루노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아빠와 엄마는 부리나케 수용소로 달려오고, 근처 철조망에 남겨진 브루노의 옷과 이미 가스실로 들어간 것을 알게 된 아빠와 엄마는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오열을 한다. 단 한번도 샤워실에 널려진 옷들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 아버지 랄프. 그는 처음으로 샤워실에서 죽어간 자신의 아들을 생각하며 자신이 그동안 행해왔던 일들이 얼마나 반인륜적인 행동이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사람을 죽이던 공간에서 자신의 아들이 살아있길 바라는 랄프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나치가 모순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제목처럼 소년의 눈으로 모순적인 나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결말로 꽤나 충격을 안겨 주었던 작품이었다.

 

 

 


 

 

작성자 . 세라별

출처 . https://blog.naver.com/shkwon1128/22307068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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