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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2021-03-21 00:00:00

<맬컴과 마리> - ‘사랑과 분노, 그것이 전부인 밤’

맬컴과 마리 (Malcolm & Marie)


감독 : 샘 레빈슨

출연 : 젠데이아 콜먼, 존 데이비드 워싱턴

 

사랑과 분노, 그것이 전부인 밤


흑백의 화면 속에서 파티 의상을 쫙 빼입은 한 커플이 날카로운 말들로 서로를 찌르고 있다. 여자는 울분을 토해내고 남자는 발까지 구르며 여자와 평론가들에 대한 분노를 쏟아낸다. 영화 <맬컴과 마리>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게 정리된다.

<위대한 쇼맨>과 <스파이더맨>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젠데이아 콜먼과 <테넷>의 주도자 역할을 연기하며 큰 인기를 얻은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100여 분의 러닝타임 동안 한 커플의 싸움을 긴 호흡으로 담아낸다. 막 새로운 영화를 개봉한 영화감독 맬컴과 연기를 하고 싶었던 그의 여자친구 마리는 영화 개봉 기념 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두 사람은 집이라는 공간을 돌아다니며 여러 주제로 싸움을 이어간다.

 

 

이 영화의 중심 주제는 ‘연인의 싸움’과 ‘과대해석 평론가들에 대한 일침’이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 크게 느낀 감정이 없었다. 남는게 없었다고 해야 할까. 나쁜 뜻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 정말 막 연인과의 싸움을 마치고 난 후 공허한 상태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영화를 볼 땐 확 와닿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나서야 알았다. 이 이야기의 짜임새가 생각보다 훨씬 더 치밀했다는 것을 말이다.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 한마디의 부재로 시작된 연인의 싸움은 파티가 끝난 늦은 밤 시간부터 검은 하늘이 슬슬 물러날 때까지 계속된다.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은 강한 힘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먼저 입 밖으로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서로 아끼는 사이라면 더욱 힘을 줘 꺼내놓아야 하는 말이지만 그 한마디가 어찌나 힘든지. 맬컴과 마리는 새벽이 물러가고, 아침이 올 때까지 서로에게 날카로운 말을 뱉어낸다.

 

감정이 모두 닳아 마지막엔 남은 것이 없었을 만큼 예상보다 감정의 소모가 많은 영화였다. 엄청난 에너지를 딱 과하지 않을 만큼 적절하게 응축하여 담아낸 샘 레빈슨 감독과 배우들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맬컴과 마리 시놉시스

 

영화 개봉은 성공적이었다. 모두가 감독을 칭찬했다. 그런데 그의 여자 친구는 왜 못마땅한 걸까. 화려한 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후, 둘 사이에서 긴장이 끓어오른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파티가 끝나고 맬컴과 마리가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새벽 2시쯤이었다. 맬컴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며 한껏 신이 나있는 상태였고 마리는 한껏 가라앉은 마음을 숨기고 있는 상태다. 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돌아왔지만, 마치 각자 다른 방에 들어 앉아있는 듯 둘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쳐져 있는 느낌이 든다.

 

“당신은 달라. 영화계 사람이 아니니까.” “난 다르지.”

 

맬컴과 마리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한편으론 이해하지 못한다. 맬컴은 연설로 기분이 상한 마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마리는 맬컴이 자신을 관찰하며 영감을 얻었으면서도 모르는 척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싸움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 연설에서 마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 하지만 어느 연인 사이가 그렇듯 모든 문제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가.

 

감정이 격해진 맬컴과 마리는 서로의 아픈 부분을 사정없이 찔러댄다. 맬컴은 마리가 연기를 포기한 것, 약에 중독돼 헤매었던 것, 마리와 만나기 전 여러 여자를 만났던 것 등 온갖 상처가 될 말을 끌어와 마리를 더욱 강하게 누른다. 마리는 그럴수록 자신을 모른채 한 맬컴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함께해서 영화가 더욱 빛났다는 말, 그 한마디면 충분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꼬여버린 걸까.

 

 

하지만 이 싸움은 ‘빌어먹을 진정성’이 담긴 한마디로 빠르게 정리된다. 사랑해, 마리.”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맬컴과 마리는 이 한마디를 위해 그리도 전투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후벼팠던 걸까. 맬컴과 마리의 관계가 말하고자 한건 ‘진정성의 필요성’이었던 것일까.

 

<맬컴과 마리>는 연인 사이에서 진정성이 가지는 무게와 일부 진정성 없는 평론가들의 모습을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의 58분쯤뷰터 맬컴이 거의 10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일부 평론가들에 대해 분노를 쏟아내는 장면이 있다. 맬컴은 정치적인 프레임을 씌운 채 ‘흑인 감독’을 바라보며, 되지도 않는 과대해석을 늘어놓는 평론가들에 대한 욕을 쏟아낸다.

 

맬컴은 그들을 진정성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맬컴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진정성’이었는데, 그런 그의 눈에 일부 진정성 없는 평론가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일 리가 없다. 맬컴은 영화의 초반부에선 평론가들이 다 극찬을 쏟아냈다며 신나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자신의 진심을 꺼내놓는 과정에서 그들에 대한 진짜 속마음을 뱉게 된다.

 

<맬컴과 마리>는 맬컴이 말하는 일부 정치색과 과대해석으로 물든 평론가들을 비틀어 꼬집는다. 작은 트러블로 시작된 현실적인 연인의 싸움. 영화적이기보단 완벽하게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낸 두 사람의 밤은 하고 싶었던 말들을 가감 없이 쏟아낸 후 끝이 난다.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은 연인의 싸움과 진정성의 필요. 그리고 진정성이 없는 평론가들에 대한 일침. 그게 전부다.

 

작성자 . 혜경

출처 . https://blog.naver.com/hkyung769/222282007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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