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5-04 21:13:33
[JIFF 데일리] 인생은 찾는 즐거움의 연속이니까요
동네책방 폴란
<동네책방 폴란>의 주인 교스케씨가 말했듯, 인생은 찾는 즐거움의 연속이고, 이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찾은 이 보물 같은 작품에 들어맞는 말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던 2021년 2월, 도쿄의 작은 서점 '폴란'(Polan) 역시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35년이라는 세월을 뒤로하고 '폐점'을 결심했다. 2021년 2월, 영업 종료를 한 달밖에 남겨두지 않은 않은 시점에서도 언제나처럼 '새' 중고책을 선반에 채워 넣던 주인 부부는, 35년이 넘는 세월 동안의 그들의 일상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낸 것이다.
처음 헌책방의 영업 등록을 하러 갔을 때, '교스케' 씨의 머릿속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자주 하던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챠란포란'(ちゃらんぽら). 이 헌책방은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하는 방식을 뜻하는 이 단어처럼 시작되었을지 몰라도, 35년간의 세월을 거치며 점차 '다양성'을 존중하는, 편중되지 않고 모든 걸 수용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에 따라 운영되어왔다. 심지어 폐점이라는 마지막 순간까지 '교스케' 씨는 팔다 남은 책만 두는 것 대신, 새로운 '헌책'으로 선반을 채워 넣으며 손님들에게 찾는 즐거움을 안겨 주었으니 말이다.
주인 '교스케' 씨는 계산대 옆에 자리 잡은 고릴라 인형, 일명 고리쨩을 보러 매일 가게를 찾는 손님을 보며 '헌책방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말한다. 팬데믹이라는 재앙으로부터 자신의 '폴란'은 지키지 못했지만, 종이책은 지키고 싶다는 그에게 있어 '종이책'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전자책은 종이책을 대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종이책과의 대결에서 참패하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재앙 이후, 사람들은 OTT로 인해 극장에 가야 할 이유를 굳이 찾지 않고 있다. 많은 감독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작품은 '극장'에서 보아야 한다 설파하지만,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조차 관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극장이 마주한 현실이다. VR 놀이기구가 대체할 수 없는 롤러코스터의 스릴, 전자책은 가질 수 없는 종이책의 질감. 영화도, 극장도 결국 "Cinema"의 의미를 다시 찾아야 할 것이다.
"책은 돌고 돈다"라는 3부 제목처럼, 책방에서 주인 부부와 직원 '유키' 씨의 사랑을 듬뿍 받던 책들이 폐지 처리장에서 푸대접 받을 때, 이 책들은 더 이상 '책'으로써의 가치는 남아있지 않지만, 결국 다시 제 역할을 찾아갈 것이다. 마치, 직원 '유키'씨가 '폴란'의 폐점 이후 자신의 취향을 담은 '책방'을 연 것처럼 말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누군가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반추할 수 있는,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그리고 평양냉면보다 슴슴한 이 영화는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었으며, 최후의 보루로 '푸대접' 받던 이 작품을 전주에서 만났다니, 정말 인생은 찾는 즐거움의 연속이지 아니한가?
동네책방 폴란(Polan)
나카무라 코타
일본 | 2022 | 75min | DCP | Color/B&W | Documentary | G | International Premiere
시네마천국 - <동네책방 폴란> -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시간표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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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북미 인디영화 흥행 1위 등극한 <롱레그스>
영화는 한 FBI 요원이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연쇄살인범 롱 레그스를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역대급 살인마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평단의 찬사를
받고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피그>, <렌필드>, <드림 시나리오> 등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에 출연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니콜라스 케이지는 새로운 장르와 도전을 통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영화 <롱레그스>가 58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기생충>을 제치고 북미 독립 배급사 네온의 역대 흥행 1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이는 최근 10년간 북미 독립 호러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기록한 것입니다. 제작비 1000만 달러로 제작된 <롱레그스>는 2억 3000만 달러가 투입된 <퓨리오사>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롱레그스> 줄거리
FBI 요원 리 하커는 찾기 힘든 연쇄 살인범의 미해결 사건에 배정된 재능 있는 신입 요원이다. 사건이 복잡하고, 오컬트 관습과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증거가 사라지면서, 하커는 무자비한 살인범과의 개인적 연관성을 발견하고, 그가 다시 공격하기 전에 그를 막기 위해 시간과 경주해야 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영화화 전효성 주연
전효성 배우가 영화 <악마가 될 수밖에> 주연 배우로 캐스팅되었습니다. 살해 협박에 시달리던 묻지마 폭행 피해자 ‘민아’가 보복 범죄를 응징하기 위해 악마로 살 수밖에 없었던 광기와 집념의 시간을 그린 액션 영화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김태곤 감독의 차기작 <더 웨이킹> 주연으로 캐스팅
배우 최우식이 김태곤 감독의 차기각 <더 웨이킹> 주연으로 낙점되었습니다.
<더 웨이킹>은 거인이 등장하는 크리처 물이며 냉동 창고를 정리하는 일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 거대한
힘을 주는 돌을 우연히 갖게 되고 사건에 휘말리는 준호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해당 작품은 내년 상반기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파일럿> 200만 관객 돌파
<파일럿>이 개봉 9일차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올여름 개봉 영화 중 최단기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뜨거운 입소문으로 흥행 기록을 경신중입니다.
영화는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주인공 한정우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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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최고의 영화 TOP10
베니티 페어(Vanity Fair)는 미국의 연예정보 월간지로, 지난 2020년 1월 봉준호 감독이 커버를 장식하며 화제를 모은 잡지인데요. 1995년 이후, 세계적인 포토그래퍼인 애니 리버비츠 작가가 찍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커버로 쓰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잡지입니다.
베니티 페어에선 매년 말, '올해 최고의 영화 TOP10'을 발표해왔는데요. 해외 유력 매체인 만큼, 이 리스트는 오스카 시상과 비슷한 결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2020년도 리스트에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과연, 올해는 어떤 작품들이 선정되었으며, 국내에는 언제 소개될 수 있을지 함께 확인해볼까요?
잇츠 CINE PICK!!
10. <베르히만 아일랜드> (Bergman Island)
멜로/로맨스 |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독일 | 105분
감독 : 미아 한센-러브 | 출연 : 비키 크립스, 미아 와시코브스카, 팀 로스
? IMDb 6.7/10 ? Tomatometer 86%
? 제74회 칸 영화제(2021) 황금종려상 경쟁후보작
개봉 : 2022.01 예정
어떤 여름. 전설적인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거주하면서 수많은 걸작을 만들었던 스웨덴의 작은 섬 파뢰에 한 미국인 커플이 도착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감독인 크리스와 토니는 여름휴가 동안 이 평화로운 섬에서 각자 새 시나리오를 집필할 계획이다.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팬들에 따르면 <결혼의 풍경>(1973)의 영향으로 실제 많은 부부가 이혼을 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촬영지인 파뢰섬에서 부부가 함게 창작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야생의 풍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크리스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관객의 눈앞에 생생하게 재현되고, 현실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이면서 영화는 또 다른 차원으로 도약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9. <그린 나이트> (The Green Knight)
모험, 드라마, 판타지 | 아일랜드, 캐나다, 미국, 영국 | 130분
감독 : 데이빗 로워리 | 출연 : 데브 파텔, 알리시아 비칸데르, 조엘 에저튼
? IMDb 6.6/10 ? Tomatometer 89%
? 2021년 한국 평론가 투표 1위
개봉 : 2021.08.05 (한국)
"녹색 기사의 목을 잘라 명예를 지켜라"
크리스마스 이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
"가장 용맹한 자, 나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와 재물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단, 1년 후 녹색 예배당에 찾아와 똑같이 자신의 도끼날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이 도전에 응하고
마침내 1년후, 5가지 고난의 관문을 거치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전설이 될 새로운 모험, 너의 목에 명예를 걸어라!
8. <매스> (Mass)
드라마 | 미국| 111분
감독 : 프란 크랜즈 | 출연 : 제이슨 아이삭스, 앤 도드, 마샤 플림튼, 리드 버니
? IMDb 8/10 ? Tomatometer 95%
?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2021) 플래시 포워드상 수상
총격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부모와 사건 가해자의 부모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자식을 잃은 사람들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화해까지, 그들의 짧지만 강렬한 대화를 통해 비극적인 과거를 가슴 아프게 그려낸 이 작품은 미국 배우 출신 프란 크랜즈의 데뷔작이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충격적인 주제와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부모들을 연기한 네 배우 모두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감으로 손색이 없다 할 정도로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든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올해의 화제작.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7. <더 휴먼스> (The Humans)
드라마 | 미국| 108분
감독 : 스티븐 카람 | 출연 : 스티븐 연, 비니 펠드스타인, 에이미 슈머
? IMDb 6.2/10 ? Tomatometer 92%
? 토니상 4관왕의 연극을 각색한 작품, A24 신작
전쟁 전, 맨하탄 시내의 복층 주택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영화는 블레이크 가족이 추수감사절을 기념하기 위해 모이는 저녁의 과정을 따라간다. 무너진 건물 바깥에 어둠이 내리자, 밤새 신비로운 것들이 부딪치기 시작하고 가족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6. <수베니어 파트 II> The Souvenir Part II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107분
감독 : 조안나 호그 | 출연 : 오너 바이언, 로버트 패틴슨, 찰리 히턴, 틸다 스윈튼
? IMDb 7.8/10 ? Tomatometer 94%
? 영국 독립영화상 3관왕 수상,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
불투명하기만 했던 앤소니와의 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한 줄리는 그를 잊기 위해 다시 학교 프로젝트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경험했던 앤소니와의 과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지만, 그 둘의 범상치 않았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스텝과 배우들 때문에 난항을 겪기 시작한다. 전작 <수베니어: 파트 I>이 앤소니와 줄리와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후속작인 <수베니어: 파트 II>에선 줄리의 험난한 제작과정에 비중을 둔다. 예술가의 길을 걷고자 했던 한 젊은 여성의 삶을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전작 <수베니어: 파트 I>에 못지않은 찬사를 받았다. 줄리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모든 캐스트의 환상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5. <나의 집은 어디인가> (Flee)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가족 |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 90분
감독 :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 출연 : 라시드 아이투가노프, 베로즈 비그델리
? IMDb 8.2/10 ? Tomatometer 98%
?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심사위원대상
감독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은 10대 중반 아프간 난민 출신의 아민을 처음 만났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친구의 탈출 뒤에 숨겨진 진실을 듣고, 그가 고향을 떠나 덴마크에 홀로 정착하기까지의 여정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과 아카이브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영화는 주인공이 자신과 가족을 부인하는 인고의 세월을 지나, 마침내 스스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그린다. 특히 아민이 처음으로 클럽에 들어서는 순간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커밍 홈' 장면이 될 것이다.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 왈츠를>(2008)을 기억하고 있다면, 영화가 지닌 힐링의 힘을 믿고 싶다면, 혹은 그저 누군가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싶은 경험이 있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박가언 프로그래머]
4. <컴온 컴온> (C'mon C'mon)
드라마 | 미국 | 108분
감독 : 마이크 밀스 | 출연 : 호아킨 피닉스, 가비 호프먼, 우디 노만
? IMDb 8.1/10 ? Tomatometer 96%
? 2021년 에너가카메리마쥬 시상식 2관왕. A24 신작
개봉 : 2022년 봄 예정
주인공의 여동생이 자신의 아들을 돌봐달라고 하자, 라디오 기자인 그는 그의 활기찬 조카에게 로스앤젤레스와는 다른 삶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대륙횡단 여행에 나선다.
3. <파워 오브 도그> (The Power of the Dog)
드라마, 멜로/로맨스, 서스펜스, 미스터리 | 영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 126분
감독 : 제인 캠피온 |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 IMDb 7/10 ? Tomatometer 96%
? 아카데미 수상 제인 캠피언 신작, 넷플릭스 작품
개봉 : 2021.11.17 (한국)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가 로즈와 그의 아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2. <드라이브 마이 카> (Drive My Car)
드라마 | 일본 | 179분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 출연 :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오카다 마사키, 박유림
? IMDb 7.9/10 ? Tomatometer 100%
?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
개봉 : 2021.12.23 (한국)
누가 봐도 아름다운 부부 가후쿠와 오토.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가후쿠는 이유는 묻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2년 후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청되어 작품의 연출을 하게 된 가후쿠.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나게 된다. 말없이 묵묵히 가후쿠의 차를 운전하는 미사키와 오래된 습관인 아내가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대사를 연습하는 가후쿠. 조용한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가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눈 덮인 홋카이도에서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서로의 슬픔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1.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멜로/로맨스 | 노르웨이,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 128분
감독 : 요아킴 트리에 | 출연 : 르나트 라인제브, 앤더스 다니엘슨 라이
? IMDb 8.1/10 ? Tomatometer 100%
? 제74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내일 모레면 서른이 되는 줄리는 옷을 갈아입듯이 직업과 애인을 바꾼다. 의학을 공부하는 모범생이었지만 '몸보다는 마음을 치료하고 싶어'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공부보다는 예술이 적성에 맞을 것 같아' 사진 찍기를 시작하고, 연애의 고충에 대해 쓴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얻자 이제는 작가에 도전해 볼까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줄리는 점점 초조해지고 임박한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중반 즈음, 세상이 멈춘 가운데 줄리 혼자서 오슬로의 길거리를 누비는 장면이 있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삶의 무게를 벗어 던진 그녀는 환하게 웃음 지으며 행복을 만끽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어른아이, 무언가를 하고 싶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세상의 모든 줄리들을 위한 영화는 신예 레나테 라인스베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겼다.[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박가언 프로그래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되어 화제를 모은 작품들이 더러 보이네요.부디, 2022년엔 위 작품들을 볼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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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선형적 세계로의 첫걸음
* 스포일러 주의
* 지극히 개인적인, 횡설수설한 감상
1. '사피어-워프 가설'https://pixabay.com/images/id-1418613/
'사피어-워프 가설'이란 사람은 그 언어를 바탕으로 사고한다는 가설이다.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눈(雪)'은 지구 어디에서나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 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체(출처: 표준국어대사전)'를 일컫는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그것을 함박눈, 싸리눈, 진눈깨비 등으로 정의내릴 때, 에스키모인들은 수십가지의 다양한 단어로 표현한다. 비슷하게, 인간이 볼 수 있는 '색(色)'의 스펙트럼은 동일하지만, 영어에서 각각 green과 blue라고 칭하는 범주의 색들을 한국어에서는 이 범주의 색을 '푸른색' 하나로 통칭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신호등의 녹색불을 파란불이라고도 하고, 초록불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영어권에서는 언제나 green light지, blue light가 아니다. 즉, 사람이 사고하는 방식에 언어가 관장하는 것이다. 사피어-워프 가설이 아직까지 '가설'에 불과하기는 하지만(인간의 인지 능력을 직접적으로 측정할 길이 아직까지는 확고하게 개발되지 않았으므로), 그럼에도 우리는 많은 언어 현상에서 이런 '언어가 우리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체험하곤 한다.
이 가설은 작중 인물인 루이스가 헵타포드들에게 접근하는 가장 근원적인 밑바탕이 된다.
2. 인간과 외계인의 소통 방식은?인간과 전혀 다른 삶과 사고 방식을 가졌을 외계인들과 어떻게 소통을 할까? 인간이 인간의 언어를 바탕으로 사고를 한다면, 외계인은 그들 나름대로의 사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루이스는 언어학자답게 가장 단순하지만 성실한 방법으로 그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바로 우리의 언어를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 사피어-워프 가설에 기반하여 생각하자면, 이는 즉 인간의 사고방식을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된다. 그리고 동시에, 이는 인간이 헵타포드'어'를 학습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인간의 언어가 선형적이라면 헵타포드어는 비선형적이다. 일련의 원으로 그려진 그들의 언어는 그 자체가 하나의 문장이다. 작중에서 이안은 이들 헵타포드들이 수초만에 이러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을 경이로워하는데, 이는 작품의 후반부에서 모습을 드러나듯, 헵타포드들의 '비선형적인 시간'에 기인한다. 인간이 과거와 현재, 미래로 규정하는 시간이 그들에게는 동시에 일어나는 어떤 현상이므로, 인간에게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장은 동시다발적이며 즉각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헵타포드 어는 또한 비음성적이다. 헵타포드들의 언어는 왜 음성(소리)과 유리되어 있는걸까? 그것은 아마 음성이라는 것은 선형적 시간의 차원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소리는 언제나 처음과 끝이 있다. 그러나 문자는 동시적이다. 인간의 문자에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헵타포드어는 다르다. 그들은 그들의 언어를 한 눈에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들은 별다른 도구 없이도 그러한 문자를 자유롭게 쓰고 지울 수 있으니 음성은 그들에게 그다지 필요한 언어수단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헵타포드들은 대체 왜, 인류에게 왔는가.
3. 새로운 언어의 힘: 불안정함의 극복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 애봇과 코스텔로는 '인류에게 '무기'를 전해주러 왔노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무기란, 인간이 사로잡혀 있는 선형적 시간의 틀을 깬 새로운 언어를 전수하는 것.
언어를 전수받는 것이 왜 무기가 될 수 있나?
루이스는 헵타포드어를 익히면서 끊임없이 잔상을 본다. 영화 속에서는 마치 회상을 하는 것처럼 보여지던 장면들은 사실 루이스가 앞으로 겪을 일들이다. 즉, 헵타포드어를 학습함으로써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어떤 초월적인 시간관념을 가지게 된 것. 코스텔로는 이러한 전수가 3000년 후의 미래에 인류가 그들을 도울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어렵다. 헵타포드어를 배운 것은 루이스 개인이 아닌가. 심지어 루이스는 본인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눈치다. 다수가 아닌 개인이 배운 언어가 과연 인류 전체라는 거대한 집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단편적 장면들을 살펴보면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은 yes가 될 것이다. 섕 장군과의 만남에서의 휘장, 헵타포드어 책을 낸 장면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우리는 루이스가 결국 헵타포드어를 완전히 해독해내고, 이런 성과를 통해 헵타포드어를 인류에게 전수하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자, 다시 헵타포드어가 어떤 무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헵타포드어를 인류에게 전수한다는 건, 인류가 헵타포드어를 배운다는 것은 인류가 선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비선형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먼 미래에, 모든 인류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알고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애봇과 코스텔로가 말하듯, 인류는 헵타포드들을 돕게 될 것이다.
왜? 지구 상에 떠있는 미확인 비행물체에 그토록 벌벌 떨며 저희들끼리 다투었던 인류가 과연? 이란 질문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크린 너머의 인류는 어떤 미지의 존재의 등장으로 인해 혼비백산하여 혼란에 빠진다. 사람들은 불안해 한다. 왜냐고? 그들이 대체 뭐하는 존재들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12개의 서로 다른 국가들이 서로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얼마간 통신이 두절되었을 때, 전세계는 혼돈에 빠지지 않았던가.
이렇듯 불확실성은 인류에게 공포와 절망, 그리고 혼란을 야기한다.
선형적인 삶에 놓여있다는 것은 미래에 어떠한 사건이 발생할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며, 이는 곧 눈을 가리고 돌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은 일이다. 두려운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헵타포드어의 전수는 인류가 가진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한다.
이미 예정된 삶이라는 것은 한편으로는 절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루이스가 앞으로 태어날 자신의 딸이 죽음을 맞이할 것, 남편은 끝내 그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며, 그와는 결국 이혼할 것이라는 것 등의 사실을 미리 알아버리는 것처럼 미래는 때론 절망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루이스는 기어코 그녀의 삶을 받아들인다. 어쩌면 피하지 못해 받아들인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미래의 한켠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딸과 남편이 있고, 그녀는 그러한 삶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이러한 운명에 대한 순응은 루이스에게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토록 독불장군처럼 굴던 섕이 단 한 통의 전화로 마음을 바꾼 것이 그러하다. 선형적인 시간을 벗어난다는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던 불안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작품이 보내는 메시지는 희망적이다. 인류는 헵타포드어를 익힐 것이고, 우리가 본디 가지고 있던 시간적 흐름에서 벗어난 다른 차원의 사고를 영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관용과 포용이라는 것 또한 싹트리라. 헵타포드가 3000년 후에 인류가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알지 못함에서 오는 고통에서 해방되어 평안을 찾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무척 불교적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미 예정된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칼뱅의 예정설이 떠오르기도 한다. 현자의 돌을 접한 연금술사의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벗어나 원형적인 삶을 살았다던 고대인들의 사고방식(이집트의 미라, 한국의 조상신 숭배 등)이 머릿속을 스치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산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 선형적 세계를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거대한 불가사의 앞에서 인류는 한 없이 작고 초라하며, 나약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루이스를 비롯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헵타포드어를 해독해내고,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루이스가 지구 반대편의 중국까지 전화를 건 것, 이안이 루이스의 해독을 돕는 것, 루이스가 헵타포드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자 발벗고 나서는 것. 그러한 소통의 장면들이 그를 보여준다.
어쩌면 헵타포드들은 인류에게 있는 어떤 '씨앗'같은 걸 본 것은 아닐까? 말하자면 그들의 접촉은 인류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발화점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작중 나오는 '논제로섬 게임'이라는 개념은 루이스왈, 윈윈(win-win), 협력 등과 유의어인데, 이는 결국 이 작품이 소통에 대해 가지는 개념과 일치한다. 소통은 어떠한 이득을 갈취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루이스와 애봇, 코스텔로가 서로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자 했던 태도와 그를 통해 서로의 사고를 이해하고 알아가게 된 일련의 과정들은 소통이란 것이 어떠한 성질의 것인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쯤에서 작품의 제목을 다시 돌아보자. 'Arrival'. 이는 도입, 또는 도착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다. 시작과 끝. 말하자면, 낯선 외계 생명의 방문은 ufo의 도착이자, 새로운 인류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재미있는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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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토록 찾고 헤매던 퍼즐 한 조각
이 글은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시사회에 씨네랩크리에이터로서 참석 및 관람 후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원작을 읽고 감상하시면 좀 더 재밌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제공:씨네랩
연말에는 힘이 있다.
생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어느덧 흘러버린 시간 앞에서 허탈함을 안겨주는 힘. 한 해를, 혹은 인생 전체를 돌아보게 하는 힘.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꿇은 무릎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힘.
심장이 뛰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이 손님은 두리번거리다 손아귀를 뻗어 이번엔 빌 펄롱(킬리안 머피)을 잡아당겼다. 하릴없이 공허한 눈으로 굽이굽이 걸어온 열두 장의 달력을 톺아보는 내내. 그의 숨소리는 마치 그를, 그리고 그의 인생을 대변하는 듯했다. 작고 유약했으며, 필사적이었다. 비록 미미할지언정 이렇게 삶의 증거를 뿜어내고 있건만. 그는 어쩐지 자신이 그저 살아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수녀원에서의 그 일 이후 더 강해졌다. 석탄 창고에 물건을 채우는 내내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새겨지고 있는 일을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곁눈질조차 눈치가 보이는 것처럼. 그는 시선을 내리깐 채로 밭은 숨을 몰아쉬었다.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자신이 숨소리가 거슬린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은.
사진제공:씨네랩
새벽이야.
석탄 창고에 갇혀있는 세라의 물음에. 펄롱은 그렇게 대답했다.
석탄 가루를 뒤집어쓴 채 떨고 있는 아이에게서, 문득 펄롱은 자신의 어머니를 보았다. 그리고 어머니를 떠나보내던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약했던 자신도 보았다. 소녀를 바라보는 그때만큼은, 펄롱의 시선이 아래로 가라앉지 않았다.
펄롱은 어머니와 어린 자신의 모습을 만나는 동안, 숨죽여 가만히 다가온 윌슨 부인의 기억을 마주했다. 비록 그는 아이였지만.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 어떤 비난도 들은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말이 윌슨 부인을 비롯한 어머니와 자신에게 눈총이 쏟아지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리라. 그저 그 손가락질들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윌슨 부인이.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가 보호해 준 것임을 펄롱은 세라라는 거울을 본 순간 깨달았다.
세라에게는 펄롱의 등장이 새벽의 신호가 되었으리라. 해가 뜨기 전 가장 어둡지만. 이제 밝아지는 것 외에는 남지 않은 상태. 감히 희망이라 불러도 될까. 자신의 어둠이 다 물러갈 수 있을지 점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세라가 펄롱을 보며 큰 숨 한 번은 쉬게 할 시간을 벌어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펄롱은. 자기 자신에게 그 순간이 새벽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밤의 시작이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한번. 목소리 가득 용기를 실어 내뱉었다. 마치 자신에게 다가올 모든 먹구름들도 사라지기를 바라는 듯한 마음으로.
새벽이야.
사진 제공:씨네랩
펄롱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직소 퍼즐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받은 것은 보온 물주머니였다. 왜 그런 것 하나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인지. 어린 펄롱은 이해할 수 없어 억울하고 분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제대로 걸을 수 조차 없이 지친 소녀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이 길목에서, 펄롱은 깨달았다. 자신은 인생이라는 퍼즐을 이미 선물로 받았음을. 삶의 그 모든 여정마다 숨어 있는 조각조각들을 자신의 손으로 다 찾아 퍼즐을 채웠음을. 그리고 지금 자신이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마지막 조각이 자신의 품 안에서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음을.
새벽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가는 두 사람에게 꽂히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겨울 추위만큼이나 날카로웠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이 되어서야 펄롱은 자신이 내쉬는 숨이 자신의 인생과도. 마음의 울림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지대로 살아쉬는 순간을 어쩌면 처음으로 맞이했을 펄롱은 그 시선들에게서 눈을 돌리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펄롱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마지막 조각으로 인해 퍼즐이 맞춰지고 나면. 다음 퍼즐판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또다시 산산조각 난 채 쌓여있는 조각들을 맞추느라 자신의 인생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때가 되어 또 한 번 연약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이제는 내리깔던 턱을 조금은 더 당당하게 치켜들 수 있을 것이며. 그 작은 것들이 모여 결국은 또 지긋지긋한 인생의 퍼즐을 완성할 것임을.
펄롱은 투박하지만 진실된 손을 세라에게 내밀었다. 파들파들 떨던 퍼즐의 손을 잡으며 느낀 온기는. 다시 한번 그의 숨소리가 그의 마음과 동일한 색임을 알게 해 주었다. 그토록 황망하게 찾던 것을 손에 쥔 채. 펄롱은 그제야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마음처럼. 따스하고. 온화하게.
마치면서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고. 용기는 한 번에 생기지 않는다. 언제나 그것을 생각하고 실천하려는 자에게만 찾아온다. 영화에서 이런 사소함이 쌓이는 장면은 펄롱이 손을 씻는 행위로 표현된다.
석탄회사에 종사하기 때문에 더러움을 씻어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사회적인 모습을 벗은 자신의 본모습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렇기에 펄롱은 그토록 정성 들여 손 씻는 도구들을 관리하고 공들여 손을 씻는 것이겠지.
분명히 영화 뒤편의 모습이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다. 또한 펄롱이 세라를 제외한 나머지 소녀들을 (불타는) 수녀원에서 탈출시키는 일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펄롱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세라의 인생 전체를 바꾸었다. 한 사람의 세상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큰일이 과연 있을까.
[이 글의 TMI]
1. 킬리언 머피의 연기가 너무 섬세해서 좋았음.
2. 내복 입으면 덥고. 벗으면 춥고. 어쩌란 말이냐. 날씨야.
3. 푸바오 아프지 마.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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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군 해녀는 잃어버린 물꽃의 추억을 떠올리고
이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여름 휴가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바다가 파랗게 넘실거리고 까만 현무암이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 제주도 특유의 독특하고 시원스러운 풍광에 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많은 관광객들의 파도에 휩쓸려 이런저런 관광 상품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돌하르방과 감귤 말고도 눈길이 가는 몇몇 물건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해녀를 모티프로 한 여러 캐릭터 상품들이었다.
해녀가 어디 제주도에만 있겠냐마는, 예로부터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기로 소문난 그 제주 땅에서 또 해녀만큼 잘 알려진 직업도 드물지 않나. 까만 잠수복에 동그란 물안경을 쓴 채 산소통도 없이 바다로 뛰어드는 그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해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아도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에 대해서 깊이 알아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기껏해야 잠수를 오래할 줄 알고 바다 밑바닥에서 전복 따위를 따다가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라는 얄팍한 정보만을 알고 있을 뿐일까. 하지만 세상은 꽤나 살기 좋아졌고 대미디어의 시대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해녀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아래에서 소개할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도 그 중 하나이다.
1. 상군 해녀와 애기 해녀
도시에서 미용 일을 하던 채지애 씨는 어느날 생업을 때려치우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연 선언했다. 나는 해녀가 되겠노라고. 이런 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는 기어코 자신의 어머니와 이웃, 선배들이 그러했듯이 애기 해녀가 되었다. 바다 속을 누비는 일이 어디 쉽겠냐마는, 답답하고 꽉 막힌 것만 같던 도시에는 비할 바가 못 되었을 것이다.
험난한 바다 생활을 가르쳐 준 것은 다름 아닌 선배 해녀들이었다. 영화는 채지애 해녀의 여러 멘토 중 가장 베테랑인 현순직 씨를 조명한다. 팔순이 넘은 나이, 칠십여 년이 넘도록 제주 바다 곳곳을 누벼 온 그 대장 상군 해녀의 머릿속에는 삼달리의 채 알려지지 않은-일부만이 아는- 비밀 지도가 있다. 선배 해녀의 눈과 귀로 파악되고 입으로써 전해져 내려온 그 머릿속 지도 속에는 드넓은 바다 아래의 협곡과 언덕, 들판이 있고, 그 사이사이엔 가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할 보물이 숨겨져 있다. 그 지도 속에서 바다는 엄하면서도 자비롭고, 거칠면서도 풍요로운 세계다. 그에 대해 논하는 해녀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일련의 모험담을 듣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물질로 말미암아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이들의 열정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나이 차가 한참나는 상군 해녀와 애기 해녀 사이의 세대를 초월한 우정 역시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이다.
2. 잊혀져 가는 어느 삶의 터전에 대해
그러나 이러한 해녀들의 삶이 녹아 있는 바다는 점점 잊혀가고 있다. 나이든 대장 상군 해녀의 머릿속과 달리 바다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와 공장 오염수, 지구 온난화 따위로 인해 바다는 병들어가고, 그에 말미암아 바닷속의 생태계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촬영되는 5~6년 사이에도 바다는 빠르게 황폐화됐다. 현순직 해녀가 꿈꾸듯 이야기하던 그 웅장한 물꽃과 바다 풀들의 세계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다 아래에서 자연의 '물건'을 빌려오는 것을 업으로 삼는 해녀들은 이러한 바다의 변화를 가장 기민하게 알아차리지만, 인간이 낳은 대재앙 앞에서는 그저 무력해질 뿐이다.
이 영화는 해녀들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우리가 몰랐던 해녀라는 직업과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계기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터이자 삶의 터전이기도 한 바다의 실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누군가가 가볍게 아끼고 마는 바다를 누군가는 온 열정을 다해 사랑한다. 우리가 시원찮게 생각하는 환경 오염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생계적 위협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비단 해녀들만의 일일까? 당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고 중금속과 미세플라스틱 따위로 오염된 참치가 식탁에 오르는 요즘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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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적 사랑의 풍경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멜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대개 진득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과 클레멘타인,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철수와 수진, (멜로 영화는 아니지만 터무니없을 정도로 낭만적이어서 매력적인) 〈베이비 드라이버〉의 베이비와 데보라 등등. ‘운명’으로 엮인 두 개인이 여러 역경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랑을 쟁취해내는 이야기 말이다. 이들 영화는 현대인들이 사랑을 통해 갈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대변한다. 서로에게서 최후의 위안을 얻는 두 개인의 관계에는 사랑으로 구원받고자 하는 지친 현대인들의 욕망이 깃들어 있다. 영화적 재미의 측면에서도 낭만적‧운명적 사랑이 더 매력적이다. 어딘가 심심한 사랑은 각본가가 이야기를 전개하기가 어렵고, 드라마틱한 구석이 없는 멜로 영화는 관객에게 어딘가 찜찜한 구석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멜로 영화가 그리는 사랑과 현실의 사랑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저 영화의 소재가 되지 않았을 뿐, 현실 속 사랑의 빛깔은 영화보다 훨씬 더 다채롭다. 영화 〈파리, 13구〉는 그동안 영화가 담아내지 않은/못한 현대적 사랑의 풍경을 그린다. 중심 없이 부유하여 혼란스럽기에 사랑이라 부르기는 뭐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이 아닌 것도 아닌 그런 두루뭉술한 감정의 모습을 띠는 사랑 말이다.
영화가 주목하는 현대적 사랑의 풍경은 청년들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못하는 시대 조류와 관련이 있다. 그 이유에 관한 자세한 분석은 차고 넘치니 생략하자. 핵심은 불안이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회적 존재로 생존하기 위해, 삶에서 의미를 길어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동안 사랑이 사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경제적 조건이 가장 심층에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불안은 정신적 공황으로 이어지고 그럴수록 사랑은 점차 멀어진다. 영화의 네 주인공 에밀리, 카미유, 노라, 앰버도 마찬가지다. 접촉하지만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하지는 않고, 미련은 있지만 사랑이라 부르기는 머뭇거리며, 그마저도 복잡하게 뒤엉키는 감정들. 〈파리, 13구〉가 ‘낭만의 도시’라 불리는 파리를 흑백의 질감으로 담아냄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건 바로 이 혼란스러운 감정의 궤적이다.
아시아계 여성인 에밀리는 프랑스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대학을 졸업했지만 콜센터에 다닌다. 콜센터에서 일하기로 결정하자 오히려 부모님이 좋아했다는 그녀의 말은 유럽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여성이 마주한 현실을 단적으로 포착하여 전달한다. 그러나 자그마한 반전이 있다. 에밀리는 알츠하이머로 요양원에 있는 할머니 집에서 생활한다. 게다가 그녀의 언니는 의사로 일한다. 즉, 에밀리가 가난 때문에 콜센터에서 일하는 게 아니란 소리다. 그녀는 어떤 공허, 외로움의 상태에 있다. 어쩌면 콜센터도 이 감정을 달래기 위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콜센터는 '대화'가 가능한 공간이니 말이다. 이는 에밀리가 룸메이트를 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모색하지는 않지만 혼자 있고 싶지는 않은 상태. 아마도 파리의 에밀리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의 수많은 청년의 모습이 이와 같을 것이다.
룸메가 되고 싶다고 에밀리를 찾아온 사람은 카미유라는 이름의 남자다. 에밀리는 남자와는 룸메이트가 될 수 없다며 거절하지만, 카미유의 사정을 듣고는 그를 룸메로 받아들인다. 사실 카미유가 여자인 줄 알았다는 에밀리의 말도 의심쩍은 구석이 있다. 이왕 친밀성을 나눌 사람을 찾는다면 육체적 친밀성까지 나눌 수 있는 남자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그녀가 적극적으로 카미유를 욕망한다는 점도 정말 에밀리가 카미유의 성별을 몰랐는지를 의심케 한다. 어쨌든 둘은 동거를 시작하고 종종 섹스를 하며 조금씩 관계를 맺어간다.
그러던 중 화면이 바뀐다. 새로운 주인공은 노라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간 그녀는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그녀를 인터넷 성인방송 진행자로 착각한 사람들이 이를 악용해 엉뚱한 소문을 퍼뜨렸기 때문이다. 결국 노라는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학교를 그만둔다. 에밀리의 공허함이 그러하듯, 노라의 경험 역시 ‘보편적’인 데가 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여성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심지어 자신이 피해자인 섹스 스캔들로 조직을 떠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밀리에게 그러했듯, 노라에게도 반전이 있다. 노라는 호기심과 분노, 체념이 뒤섞인 상태에서 자신의 닮은꼴이라는 인터넷 성인방송 진행자 앰버의 방송을 시청한다. 그러고는 홀린 듯 돈을 내고 일대일 영상통화를 시작한다. 앰버는 동성 고객을 자주 만나봤다는 듯 원하는 것을 말해달라며 능숙하게 노라를 대한다. 그러나 노라가 고객으로 자신을 찾은 것이 아님을 알고는 조금씩 대화를 이어가며 에밀리‧카미유처럼 관계를 쌓아 나간다.
따로따로 진행되던 두 이야기가 만나는 건 파리의 한 부동산에서다. 학교를 나온 노라는 부동산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그곳은 박사 준비 중 돈을 벌기 위해 친구의 부동산을 대신 맡아 운영하는 카미유가 일하는 곳이었다. 에밀리와 몸을 섞으면서도 마음을 주지는 않았던 카미유는 노라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노라 역시 카미유에게 끌린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장벽이 있다. 노라는 카미유와 만날 때마다 분위기에 맞춰 억지로 자신의 몸과 감정을 연출한다. 앰버와 대화를 나누며 진정한 위안을 얻기 시작한 그녀에게, 카미유와의 인위적 만남은 점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새 카미유를 사랑하게 된 에밀리, 에밀리와는 쾌락을 나누고 싶을 뿐 마음은 노라에게 가 있는 카미유, 그런 카미유에게서 답답함을 느끼는 노라,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 노라와 앰버. 이것이 세 명의 여성과 한 명의 남성이 맺은 관계의 지형도다. 저게 사랑인가 싶을 정도로 가볍지만 무시할 만한 무게는 아닌 감정, 인터넷으로 만난 관계는 진지할 수 없다는 통념을 조금씩 벗겨내는 감정, 희미한 호감이 있지만 적극적 구애로 전환하기는 애매한 감정. 이것이 바로 〈파리, 13구〉가 포착한 현대적 사랑의 풍경이다. 이 영화를 해피엔딩을 곁들인 로맨틱 코미디로 소개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인터뷰*도 인상적이다. 그는 자칫 가볍고 무의미해 보이는 청춘의 감정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그 안에도 행복의 가능성이 있음을 절제되었으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영화에는 넘치도록 강렬한 여성‧퀴어 캐릭터를 창조해온 셀린 시아마 감독이 각본에 참여한 흔적도 잘 묻어난다. 청년이 사랑하는 방식이 궁금한 사람 혹은 내 경험이 사랑이 맞는지 헷갈리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서 날카로운 통찰이 전하는 잔잔한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다시 한번, 파리는 낭만의 도시가 되었다.
*http://www.segye.com/newsView/20220428514629?OutUrl=naver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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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의 보디가드2」 데드풀 닉 퓨리가 서로 죽이려는(?) 액션영화
? "킬러의 보디가드2 -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 보기 전, "킬러의 보디가드"
결말포함 스토리 요약 그리고 영화 속 메시지, 속편 정보- 킬러의 보디가드 영화정보
감독: 패트릭 휴즈
제작: 마크 길, 데이나 골드버그, 매튜 오툴, 존 톰슨, 레스 웰던
각본: 톰 오코너
출연:라이언 레이놀즈, 새뮤얼 L. 잭슨 외
장르: 액션, 코미디
음악: 아틀리 외르바르손
제작사: 밀레니엄 픽처스, 크리스털 픽처스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 JNC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2017년 8월 18일 한국 2017년 8월 30일
상영 시간: 118분
제작비: $30,000,000
북미 박스오피스: $75,468,583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176,586,701 (최종)
대한민국 총 관객수: 1,721,757명 (최종)-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킬러의 보디가드2) 영화정보
장르: 액션, 코미디
감독: 패트릭 휴즈
각본: 톰 오코너
제작: 크리스타 캠벨, 라티 그로브맨, 매튜 오툴
주연: 라이언 레이놀즈, 새뮤얼 L. 잭슨, 셀마 헤이엑 외
촬영: 테리 스테이시
음악: 아틀리 외르바르손
제작사: 밀레니엄 미디어, 서밋 엔터테인먼트, 캠벨 그로브맨 필름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
개봉일 미국 2021년 6월 16일
#킬러의아내의보디가드 #킬러의보디가드2 #킬러의보디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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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화녀> 재개봉 예고편
작곡가 동식은 양계장을 운영하는 아내에 의지해 살고 있다.
어느날 명자가 하녀로 집안에 들면서 가정의 평온은 깨지게 된다.
아내가 집을 비운 새 동식은 명자를 겁탈하고,이후 임신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명자의 아기를 강제로 유산시킨다.
이에 명자는 쥐약으로 가족을 몰살시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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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한여름밤의 재즈> 메인 예고편
어느 화창한 여름 날, 휴양 도시 뉴포트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들을 반기는 낭만 가득한 여름 바다와 감미로운 재즈 선율.
루이 암스트롱, 마할리아 잭슨, 셀로니어스 몽크, 척 베리, 아니타 오데이…
해가 지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즈 페스티벌의 막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