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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2021-08-04 17:43:05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사슬처럼 이어진 폭력이 불러온 파멸’

사슬처럼 이어진 폭력이 불러온 파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Die Bad)

 

개봉일 : 2000.07.15.

 

감독 : 류승완

 

출연 : 류승완, 박성빈, 류승범, 배중식, 김수현

 

 

 

‘사슬처럼 이어진 폭력이 불러온 파멸’

 

 

 

6500만 원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지만 순식간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여전히 ‘저예산 영화계’의 전설로 불리는 영화이자, 류승완 류승범 형제의 감독, 배우 데뷔작으로 날 것 그대로 팔딱팔딱 살아 숨쉬는 그 당시 그들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영화. 그리고 “양아치 역할을 찾고 있었는데 집에 양아치가 누워있더라.”는 류승완 감독의 류승범 배우 캐스팅 비화(?)로 유명한 그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영화를 보면서 류승완 감독의 과감하고 거친 연출과 첫 출연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 류승범 배우의 힘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온갖 쌍욕과 폭력으로 점칠 되어 있지만, 그 안에 담긴 허망함과 무거운 절규가 보는 이를 깊이 찌른다.

 

 

 

류승완 감독은 최근 박스오피스를 접수하고 있는 <모가디슈>의 개봉과 함께 다시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그의 처음과 이전작들을 다시 찾아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가장 궁금했던 작품 <짝패>는 이번 주말에 꼭 봐야겠다.

 

 

 

개인적으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맨발로 차갑고 딱딱한 공사장 바닥과 거친 모래 위를 걷고 있는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거친 모래가 발바닥을 파고들 것만 같은 두려움에 힘을 잔뜩 주게 되는 것처럼, 위태로운 인물들의 처절한 무너짐을 상상하며 지레 겁을 먹고 나도 모르는 새 힘을 잔뜩 주게 되는, 그런 느낌이었달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영화로, 폭력 밑에서 새로 태어난 폭력과 그 끝에 있는 파멸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공고 졸업생인 석환과 성빈은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내다 시비가 붙은 예고생들과 패싸움을 하게 된다. 싸움을 붙인 석환을 말리던 성빈은 실수로 예고생 현수를 살해하게 되고 가깝게 지내던 두 친구의 삶은 전혀 다른 두 갈래의 방향으로 나뉜다. 하지만 둘은 여전히 어딘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성빈이 7년의 형을 살 동안 석환은 형사가 되어 성빈과 같은 범죄자들을 쫓는다. 단적으로 나누자면 석환은 사회의 선, 성빈은 사회의 악이다. 성빈은 출소한 후 석환에게 연락을 하지만 석환은 성빈의 연락을 받지 않는다. 둘의 인연은 그렇게 끝이나나 싶지만, 아직 청산되지 않은 과거에서 뻗어 나온 인연은 다시 새로운 폭력이 되어 석환과 성빈을 붙잡는다.

 

 

 

2부 악몽에서는 성빈이 현수의 악몽에 시달리며 폭력의 세계로 들어서는 모습이 나오고 3부 현대인에서는 석환이 끈질기게 태훈을 검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태훈이 검거된 후 성빈과 현수는 피할 수 없는 좋은 놈(형사) vs 나쁜 놈(조폭)의 대립구도에 묶이게 되고, 석환이 쫓는 조폭 태훈과 석환의 동생 상환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시놉시스

 

 

 

세상 참 X같지 않냐?
19살, 그 사건 이후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패싸움
 공고 졸업생인 석환(류승완)과 성빈(박성빈)은 당구장에서 예고생들과 시비가 붙는다.
 당구장 문이 잠기고 시작된 패싸움! 친구들의 싸움을 말리던 성빈이 실수로 예고생 현수를 살해하고 만다.
 
 악몽
 살인죄로 7년간 감옥에 있던 성빈이 출소했다.
 하지만 사회와 가족, 친구의 냉대 속에 현수의 악령만이 매일 밤 찾아와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폭력조직의 중간보스 태훈(배중식)을 구하게 되면서 앞으로 주먹을 쓰며 살기로 결심한다.
 
 현대인
 폭력 조직의 중간보스 태훈 VS 강력계 형사 석환
 지하주차장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의 목숨을 걸고 죽기살기로 싸운다.
 결국 태훈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석환! 하지만 거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야간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조폭이 되고자 형 몰래 성빈의 수하가 된 상환(류승범)
 폭력배들끼리의 싸움이 벌어지던 날, 자신이 희생양이 된지도 모른 채 앞서 달려간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동생을 찾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간 석환은 성빈과 둘 만의 전쟁을 시작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돈 많은 놈들은 돈 믿고, 없는 놈들은 깡다구 믿고 까부는 세상, 떡값 받을 사람은 있고 애들 사고 치는 거 막을 사람은 없는 세상. 석환과 성빈이 패싸움을 했던 당구장 주인은 세상을 이렇게 나눈다. 돈 많은 놈 / 없는 놈. 성빈과 석환은 굳이 따지자면 졸업하고도 동기들 중에 거의 유일하게 취업하지 못하고 있던 ‘없는 놈’에 가깝다. 두 친구는 같은 세상을 살아가다 패싸움을 한 날 이후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싸움을 걸었던 석환은 형사가 되었고 석환을 말리던 성빈은 사회가 인정해 주지 않는 범죄자이자 조폭이 된다.

 

 

 

 

 

 

 

 

 

 

형사와 조폭의 세계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3부 현대인에서 석환과 태훈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일에 대해 말하는 장면을 보면 사회가 말하는 나쁜 놈이든 착한 놈이든 어찌 됐든 모두가 비슷한 삶을 살고 있구나. 싶다. 석환 또한 강력범죄자들을 다루다보니 ‘내가 조폭인지 경찰인지 헷갈린다’고 생각하고, 석환과 태훈 모두 몸싸움에서 불리한 긴 머리와 넥타이를 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조폭들의 세계나 강력계 형사의 세계나 비슷한 애로사항과 불만, 그들만의 철칙이 있으며 두 사람 모두 무슨 일을 하든 결국은 비슷하다 생각하고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

 

 

 

 

 

 

 

 

 

 

“펜대 굴려갖고 돈 만지나, 주먹질해갖고 돈 만지나. 뭐가 틀려?”

 

 

 

상환은 아직 철없는 양아치 고등학생이다. 석환은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일탈을 일삼는 동생을 걱정한다. 두 사람은 상관 말라며 소리 지르면서 싸우기도 하지만 이내 “형 괜찮아?”, “밥은 먹었어?”와 같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걱정을 나누는 우애 좋은 형제다.

 

 

 

상환은 펜이 아닌 주먹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석환도 상환의 나이대엔 싸움을 일삼았다. 하지만 나쁜 역할(?)을 모두 뒤집어쓴 성빈 덕분에 석환은 폭력의 세계를 벗어나 형사가 되었지만, 상환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상환을 자비 없이 잡아먹은 폭력의 끝엔 처절한 절규와 죽음이 있었다.

 

 

 

 

 

 

 

 

 

 

석환이 시작한 폭력으로 성빈은 전과자가 되고 사회의 조롱과 악몽에 시달리던 성빈은 조폭이 되어 새로운 폭력을 만든다. 폭력을 또 다른 사회적 힘이라 동경하던 상환은 성빈 조직의 칼받이가 되어 죽는다. 분노한 석환은 성빈의 목을 조르고 피눈물을 흘린다. 자신이 시작한 폭력으로 인해 동생을 잃고, 친했던 친구를 잃고, 자신까지 잃게 된 석환은 처절한 울부짖어보지만 그의 곁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석환이 만든 폭력의 굴레는 그것이 처음 시작됐던 당구장에서 끝을 맺는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돈도, 빽도 없는 주먹만 가진 성빈, 태훈. 나름 돈도 잘 벌고 사회에서 취급 받는 직업을 가진 석환 모두 똑같이 폭력을 휘두르며 살아간다. 착한 놈, 나쁜 놈. 인정받는 놈, 무시당하는 놈. 있는 놈, 없는 놈. 따위를 나눌 필요도 없이 이들은 모두 폭력 앞에서 무릎 꿇는다. 폭력을 시작한 사람도, 폭력에 휘말린 사람도, 폭력을 동경하던 사람도. 모두 폭력에 의해 죽거나 혹은 나쁜 놈이 되어 살아남는다.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 사람이든 폭력 앞에선 다 비슷하다. 죽거나 폭력을 휘두른 나쁜 놈으로 낙인찍히거나 그뿐이다.

작성자 . 혜경

출처 . https://blog.naver.com/hkyung769/222456839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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