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갑자기 어느 정치인이 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법명은 '예술가 법'. 작품 안 내는 예술가를 예술가로 부르지 않는 뭐 그런 것이다. 금세 대체 이 아저씨는 뭐 먹고살까? 밥은 챙겨 먹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홍콩의 왕가위에 대한 궁금증이다. 왕가위 감독은 차기작 대본을 쓰고 있다는 말만 있지 실질적으로 뭔가 만들고 싶은 마음은 있는 걸까? 왕가위가 설마 투자 못 받아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국제적인 거장인데? 또 <헤어질 결심> 개봉 이전에 박찬욱 감독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었다. 뭐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한 사실을 좀 늦게 알아서 김이 새긴 했지만 그의 신작을 두 손 모아 참 오랫동안 바라왔다. 아. 여기에 정말 적합한 사람이 있다. 원빈 배우랑 나홍진 감독은 좀 너무한 것 같다. 농담 반 섞은 말이긴 하지만,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누가 한번 물어봐 줄 사람?
근데 이런 욕심이 작품 적게 낸다고 들거나 안 드는 것은 아니다. 어떤 영화감독은 영화를 내면 낸 대로 차기작이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드라이브 마이카>를 내고 '와 이거 뭐지' 싶었던 소름이 6개월 후의 <우연과 상상>으로 이어졌다. 6개월이면 짧은 텀이다. 그리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다른 단편도 만들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사람 분명 열일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홍상수 감독도 전작 <소설가의 영화>가 너무 좋았어서인지 일 좀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또 <탑>이 개봉 예정 아닌가? 분명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인데 나는 이 사람을 더 구박하고 싶어 진다. 이런 내 욕심이 무색하게 앞 두 감독은 굉장히 짧은 텀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거 잘 알고 있다. 영화를 만드는 건 많은 돈과 노력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홍상수 감독은 작년, 올해 해마다 두 편씩 만들었다. 이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홍콩의 왕 뭐 감독은 하나 찍는데 10년이 걸리는데 말이지. 그에 비해 2017년 데뷔, 2019년 2번째 작품, 2021년 각본 집필, 2022년 3번째 작품은 '다시 보니 선녀'가 따로 없다. 이 사람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영화를 세 편밖에 안 만든 게 아무튼 기분이 나빠서 짜증이 난다. 어쩌면 거장의 새로운 시작이 될지도 모르는 영화가 이번 주 수요일 개봉했다. 누군가에겐 어렵고 난해하지만 또 다른 어떤 사람에겐 이만한 장르영화가 없을 것이다. <놉>이다.
비극 속으로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주인공 O.J 헤이우드에게 아버지는 그런 존재였다. 아버지와 함께 말을 기르는 목장을 운영하던 OJ. 그렇게 별 볼일 없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부자에겐 자부심이 있다. 초창기 할리우드에 말을 여러 번 출연시켰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았던 헤이우드 목장. 지금 당장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여러 난관에 봉착해 있다. 그래도 어떡해. 일은 해야지. 아버지와 함께 목장에서 말을 탄 채로 일을 하고 있던 OJ.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이었다. 갑자기 수상한 구름이 나타났다. 하던 전화가 갑자기 끊기기 시작한다. 전화기 자체가 전원이 잘 안 돌아온다. 뭐지? 이상한 낌새에 뒤를 돌아본 OJ. 옆에서 다른 말을 타고 있는 아버지에 시선이 갔다. 말에 열쇠 하나가 박혔다. 말에서 피가 났다. 아버지가 쓰러졌다. 철렁 내려앉는 OJ. 구름은 온갖 것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쏟아진 것들 중 하나는 아버지의 눈에 박힌 동전이었다. 이 동전 때문에 피를 너무 많이 흘렸던 아버지. 준비도 안된 채로 OJ는 아버지를 떠나보낸다. 아버지가 떠나보내도 삶은 계속됐다. 참 야속하게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목장 운영이었다.
6개월.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빈자리에 신음하고 있었다. 늘 하던 일을 하던 OJ. 한 촬영장에 말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말 럭키를 끌고 갔다. 말을 들었으면 좋으련만. 지시에 응하지 않았던 럭키는 결국 일을 망쳐버렸다. 말을 반려당한 OJ. 그때 촬영장에 있던 촬영감독의 안면만 텄던 것 빼고는 소득이 없었다. 도통 되는 일이 없는 주인공. 이제 말을 그냥 팔고 싶어 한다. 잘 알던 주피터 파크에 말을 파려고 했던 OJ. 마음을 먹은 날에 고스트라는 말과 함께 밖에 나와있었다. 어두운 밤. 조용한 목장에 갑자기 이상한 물체가 목장 앞에 나타난다. 모든 걸 빨아들이는 미확인 생물체를 보는 OJ.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경제난에 시달리던 남매. 두 남매의 머릿속에 전구가 반짝인다. 이 영상을 팔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상이면 경제난도 해소 될 것 같았다. 남매 OJ와 에메랄드는 이 생물체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한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다. 이 UFO가 끔찍한 비극속으로 남매들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걸.
어떤 맥락에서든 읽힐 수 있는 이야기
엄청난 영화다.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어려운, 설명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가장 첫 장면에 구약성서 중 하나인 나훔서의 래퍼런스를 딴 한 구절이 나온다. 이걸 보면 종교적인 영화인가? 생각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종교적인 소재가 많이 들어간다. 특히 색깔을 활용한 암시는 극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한다. 이런 상징들이 피상적으로 픽픽 던져지는 게 아니라 영화의 서사와 딱 달라붙은 채로 작동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영화는 영화사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가장 첫 시퀀스가 흑인 기수가 말을 탄 채로 달리는 여러 사진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에드워드 머이브리지라는 사람이 탄생시킨 이 영화. 이 영화의 주요한 설정은 남매가 이 연속사진에 있는 기수가 남매의 조상이라는 점이다. 이를 기점으로 영화를 운영시키는 주요 도구들을 암시하는 소재가 제시된다. 또 극에서 모든 일의 발단이 되는 ‘돈이 되는 UFO 영상’을 찍는 행위도 사실 영화의 다른 방식일 수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주인공 중 하나인 주프는 과거에 카메라 앞에서 인기를 누리던 인물이었다. 먼 범위의 무비스타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주요 인물들의 설정과 몇몇 키워드까지 이 작품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암시하는 부분도 있다. 또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작동했던 부분은 두 사람이 남매라는 점이다. 이 지점은 영화 전체적으로 두 인물에게 충분한 서사를 부여한다. 부부, 연인이 아닌 남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가 영화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런데 이 작동 원리를 구체적으로 쓰기엔 너무 어렵다. 이 작동 원리에는 인간의 어떤 행위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 담겨있다. 단순히 쓰기도 어렵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영화의 전체 줄거리와도 관련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한다. 대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는 여러 갈래의 다층적인 이야기를 죄다 때려 박은 느낌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인공 멋있게 묘사해야지. 종교적인 상징도 때려 넣고. 성스러운 존재로 만들고. 완전 캡틴 아메리카 느낌 나게. 멋있게 영화사에 대한 이야기도 넣는 거야. 왜? 간지 나니까. 초반부에 최초의 영화를 보여주는 거지. 뭐 그런 게 아니다. 이 영화는 잘 짜인 문학작품처럼 각기 다른 결론으로 향하는 장점이 있다. 미확인된 현상에 대응하는 인간의 모습이랑 영화사, 가족애, 호러, 스릴러와 뭔 관련이 있을까? 근데 그게 또 인간의 어떤 행위와 관련이 있다고? 그걸 두 시간가량으로 만들었다는 건 사실 잘 상상이 안 될 것이다. 아마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이다. 장르적인 재미 위에 매직아이를 그려놓은 조던 필의 설계는 엄청났다. 아마 올해의 각본으로 많이 거론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야기를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어 붙였다.
솔직히 어려울 것 같긴 해
그렇게 개요가 되는 정보만 얻고 나서 관람을 추천하는 영화지만 분명하게 쓸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첫 번째. 이 영화 재미있다. 두 번째. 좀 어려울 수도 있다.
일단 왜 재미있었냐. 장르적으로도 잘 잡은 호러영화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예고편에서 UFO가 제시됐으니 이에 대한 것은 스포일러가 아닐 것이다. 이 미확인 물체에 대한 시각화와 청각화는 아주 탁월했다. 또 이 물체에 대한 질감이 몇 번 나타난다. 이 부분은 이 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한 뒷배경이 되기 충분했다. SF/호러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뭘까? 이 판타지적인 요소가 우리의 삶 속에 현실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를 위해서 영화의 배경이 관객에게 설득이 돼야 한다. 뭐 논리적인 인과관계가 탄탄한 것도 좋은 방식이겠지만 시각적으로도 잘 구현하는 것도 다른 방안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아나 데 아르마스가 연기한 인공지능 캐릭터, <어벤저스 : 엔드게임>에서 후반부 전투신을 묘사하는 방식은 우리가 몰입하기 충분한 연출이었다. 이 말은 즉슨 장면을 구성하는 CG나 인물 설정이 뭔가 작위적인 티가 나면 관객이 몰입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를 잘 알았는지 <놉>에서 묘사한 UFO의 질감은 어디서 본 것 같다. 현실성이 있는 소재(?)로 이루어진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더 기괴하다. 이 ‘현실감 있음’이라는 표현 방식은 이 UFO의 모든 행위와도 관련이 있다. 이 UFO가 만드는 이미지가 끔찍하니까 예고에서 봤던 장면을 보더라도 더 비참한 기분이 든다. 여기서 오는 끔찍함이라는 정서는 호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이끄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된다. 또 조던 필 감독이 창의성 있게 꼼꼼한 부분까지 영화에 나타난다. 그래서 다들 이 ‘창의성 있는 꼼꼼함’이 관람 후에 기억 속에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호러 영화니까 비명 소리가 들어가겠지? 어떤 비명 소리는 기억에 남을 것이다(글 쓰면서도 생각난다)
근데 장르적으로 재미있긴 하지만 좀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영화는 두 이야기가 얽힌 구성을 품고 있다. 주요 이야기는 주인공 OJ와 여동생 에메랄드의 이야기다. 또 다른 이야기는 좀 간단하다고도 느낄 수 있을 이야기다. 이 후자의 이야기는 사실 주인공 OJ의 서사와 큰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후자의 이야기에서 감독이 사용한 연출법이 굉장히 끔찍하기 때문에 ‘와 이거 호러영화 맞구나’ 싶은 분들이 아마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가 과연 왜 이야기 중간에 들어갔을까?”를 영화를 보시면서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영화의 주요 이야기의 원인이 되는 일이기도 하며 결정적으로 어떤 것을 암시하고 있다. 또 조던 필이 해석한 인간의 어떤 행위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한 이 시퀀스(들)를 삽입했기 때문에 앞에서 상기했던 ‘다방면으로 해석되는 이야기의 강점이 성립되기도 한다. 주의 깊게 보시라. 이 장면들을 넣은 건 그냥 무서운 분위기만 담기 위해서는 아니다.
또한 이 UFO의 본질적인 속성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바와 비슷하게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잘 생각해보고, 어떤 것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 대한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 UFO의 속성은 이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자연스러우며 극에서 내적인 탄력을 받는다. 그 속성에 대한 근거가 영화 전반적으로 계속 제시된다. 이 부분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한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위에서도 썼지만 영화의 엔딩에 대해서 의문부호가 생기실 것 같다. 이 영화의 엔딩은 주요 내러티브의 한 지점과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대칭을 이루는 이유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근거를 탄탄하게 쌓아 올린 전달 방식 덕에 엔딩이 갖는 내적 논리는 사실 촘촘하게 짜여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 읭? 하는 분 많을 것 같다. 근데 여기서 뭔가 엔딩을 바꾸면 오히려 이야기의 균열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공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난 것이 몇 가지 있다. 일단 두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E.T>와 <미지와의 조우>다. 또 일본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굉장히 잘 알려진 한 장면을 오마주 한 부분도 있다. 하이라이트에 히치콕의 영화가 생각나는 장면도 있다. 이거 해외 리뷰 기사들 찾아보면 좀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뭐 무조건 다 봐야 한다 이런 건 아니지만 극을 보고 나서 '아 조던 필 감독이 영화사에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구나'라고 생각하면 감상 후의 재미가 넓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영화사와 종교에 대한 부분도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일단 극에서 반복되는 몇 가지 색들 보고 나서 찾아보면 분명히 의미가 있다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영화사의 한 부분과 종교적인 소재가 엇갈리는 한 중간지점이 있다. 최후반부 엔딩 즈음에 나타나는데, 이것에 대해서도 관람 후에 찾아보면 꼼꼼하게 이야기를 설계했다는 것이 느껴지실 것이다. 또 특정 인물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설정된 지점도 눈에 들어온다. 영화 다 보고 나서 어디에 무언가를 검색하면 한 인물의 이름이 가장 먼저 들어올 것이다. 이 사람 유심히 보시라. 이 영화의 맥락을 풍부하게 만드는 좋은 캐릭터 설정이다.
또 감독의 전작 두 편도 보고 가면 좋을 것이다. <겟 아웃>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렇게 전개될 것이야'라고 예상하는 걸 뒤통수 한번 퍽 치고 전개하는 작품인 <겟 아웃>. 또 <어스>는 엔딩에서 미국인이 묻는 미국이라는 정체성에 관한 영화다. 이렇게 영화들의 핵심 키워드를 전면에 제시해도 스포일러가 아닌 신기한 두 영화. 아마 두 영화의 가치는 직접 보시면서 느껴야 더욱 선명하다. 이야기 전개 방식이 주제의식과 엔딩과도 큰 연관이 있어서 무게감 있게 단점을 찌른다는 느낌이 드는 좋은 작품들이다. 글쓴이 개인적으로는 어스를 더 좋아하는,. 문제의식을 더 잘 찌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한 방식은 <어스>때보다 더 발전했다. '미국 사회에 여전히 잔존해있는 몇 가지 병폐'에 대한 이야기는 <놉>에서도 역시 제시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얄팍하게 건드리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영화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사실 눈에 안 들어오긴 했어
사실 극에 너무 몰입하고 봐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없다. 그만큼 영화의 연기 톤을 잘 뺐다는 말이 될 것이다. 또 각본도 잘 썼으니까 크게 이물감을 못 느꼈다는 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의 설득력이 가득 차서 외적인 것들이 눈에 안 들어오는 좋은 영화였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을 적어보면, 키키 파머는 초반부에 살짝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한 러닝타임 25분을 넘어가서는 자연스러웠다. 인물 중 무서워하는 연기는 최고였다. 니머지 두 주인공 다니엘 칼루야와 스티븐 연의 퍼포먼스는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다니엘 칼루야는 기죽었지만 내면의 토양이 단단한 인물이다. 이를 위한 준비물들을 배우는 잘 이해해서 멋지게 소화했다. 또한 스티븐 연은 극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글쓴이는 이 배우가 굉장히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에서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이 영화에서 이 장점은 극에서 크게 관통하는 주요한 부분이다. 이 배우의 연기 덕에 호러, 미스터리, SF를 바탕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곁가지를 너무 잘 쳐냈다. 난 <미나리> 때보다 더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안 느낄 것 같긴 하다. 아무튼 두 배우는 감독 조던 필만큼이나 훌륭한 역량을 잘 뽐낸다.
한번 더 가자
감독 조던 필은 이미 주요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첫 작품 <겟 아웃>에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조던 필. 뭐 지금 12월도 되기 3개월이나 남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작품, 각본상에서 이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각본상은 아카데미 수상 유력할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헤어질 결심>이랑 경합일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미국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페널티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작년 <드라이브 마이카>도 <코다>보다 훨씬 훌륭했지만 상은 못 받았으니까. 암튼 이 이야기의 각본은 스필버그의 피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우주 전쟁>이나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것 보면 스필버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거나/할리우드의 영향을 많이 받은 베테랑이기 때문에 만든 영화 아닌가. 이 영화 역시 할리우드니까 상상할 수 있는 걸 넘어서 조던 필이니까 쓸 수 있는 각본이었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M. 샤말란과 비교하는 것 같다. 심심찮게 '전성기의 샤말란'이 언급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난 동의하지 않는다. 난 조던 필이 샤말란보다 더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는 그렇다. 그리고 이 감독은 같은 피를 물려준 스필버그가 생각날 만큼 뛰어난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조던 필의 4번째 신작이 기대된다. 이 사람이 성장하는 시기와 내 20대가 비슷한 게 어쩌면 내 미래 세대에게 전해줄 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