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브리 정주행 특집 네번째 영화 -
"Le vent se leve. Il faut tenter de vivre."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바람이 분다, 2013
바람결에 흘러가듯 날아온 한 소년의 꿈과 사랑!
당신의 마음에는 아직 바람이 부나요?
<바람이 분다>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안노 히데아키, 타키모토 미오리
개봉: 2013. 09. 05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SYNOPSIS
하늘과 비행기를 좋아하는 소년 지로.
근시를 가진 지로는 시력 때문에 비행기 조종을 못하는 대신 비행기 설계사라는 꿈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
어느 날, 지로는 기차에서 바람에 날아간 자신의 모자를 잡아준 소녀 '나오코'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 날 대규모의 지진이 일어나 서로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지게 된다.
그 후 비행기 설계사로 취직하여 계속해서 꿈을 좇아가돈 지로는 10년 뒤, 어느 바람 부는 언덕에서 나오코와 우연히 다시 재회한다.
나오코는 지로에게 자신이 결핵에 걸렸다는 사실을 고백하지만, 이미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린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다.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두 사람은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짧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지로는 마침내 자신의 염원과도 같았던 전투기 '제로센'을 완성시킨다.
▶ REVIEW
1. 1930년대 일본 풍경
1930년대의 일본 풍경을 보고싶다면? 이 작품을 보시길!
6-70년대도 아니고 30년대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작품은 그 나름대로 희소성이 있지 않나 싶다.
일본 전통 의상과 나막신을 볼 수 있고,
삼등칸, 이등칸으로 나뉘어진 기차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등급별 칸으로 나뉘어진 기차를 타 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기차를 타고 가다가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씬이 가장 예뻤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라는 작품 속 가장 좋아하는 대사도 이 때 나오고! :-)
2. 비행기는 꿈, 설계사는 꿈을 만드는 사람
미야자키 하야오는 비행기를 참 좋아한다.
그의 은퇴작이라고 발표한 작품에 비행기를 사랑하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만든 것도 그렇고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비행기는 꿈이고, 비행기 설계사는 그 꿈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대사가 참 좋았는데,
어느 분야든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꿈을 꾸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지 않을까 싶다.
좋아하는 대상을 향한 애정이 많이 담긴 대사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에서는 현실세계와 주인공이 꾸는 꿈의 세계가 자주 번갈아 등장하는데
꿈 속에서의 비행기는 사람들을 태우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행복한 비행기고,
현실에서의 비행기는 전쟁을 위해 쓰이는 수단으로 나온다.
나는 그 모습이 냉정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꿈을 좇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있는 것 같았다.
행복한 모습만 보고 싶고, 내가 하는 일은 옳은 일이라고, 최선이었다고 믿고 싶은 마음.
어쩌면 그런 마음이 무언가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달려갈 원동력을 만들어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3. 한 사람의 일대기? 친절하지 않은 설명방식
이 작품은 전투기 제로센의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어쩌면 그의 일대기를 다뤘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 한 사람의 인생을 관찰하는 것처럼 이야기는 딱히 정형화된 주제를 가지고 있지 않고,
장면 전환이나 내용 전개에 있어서 꽤 불친절한 설명 방식을 보여준다.
갑자기 꿈을 꾸고, 갑자기 몇년의 시간이 흘러가버리며
사건 중심으로 내용이 펼쳐지기보단 시간의 흐름에 충실한 이야기같은 느낌이다.
작품을 보면서도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보고 있다기보단
그저 저 인물들을 흘러가듯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봤을때와 비슷했다.
4. 전쟁 미화의 아쉬움
아무리 비행기를 꿈에 비유하고, 그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해도
전쟁을 미화하여 그린 점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남았다.
아무리 예쁘게 포장을 해도 지로가 설계하는 비행기는 사람을 태우는 비행기가 아닌
사람을 죽이러 가는 전투기, 살생무기이기 때문이다.
작품 속 지로가 동경의 마음을 가지고 비행 설계에 대한 도움을 받으러 간 나라 역시 독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전쟁을 일으킨 나라들에 대한 미화와 은연 중 제국주의에 대한 동경을 떠오르게 한다는 점은 반박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애니메이션' 장르 자체가 작품 내 등장하는 모든 것을 현실과 한 발자국 떨어져 보이게 만들고,
그로 인한 미화의 기능을 가지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자체가 전쟁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가직 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감독의 다른 작품인 <붉은 돼지>는 전쟁과 파시즘에 대한 회의감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 BEST QUOTES
1.
Le vent se leve. Il faut tenter de vivre.
바람이 분다. 어떻게든 살아야겠다.
2.
비행기는 아름다운 꿈이고
설계사는 그 꿈을 형태로 만드는 사람이다.
3.
감각은 시대를 앞서가지. 기술은 그 뒤에 따라가는 거야.
4.
인생의 창조적 시간은 10년이지
예술가나 설계가나 똑같아
자네의 10년을 최선을 다해 살게.
5.
살아있다는 건 멋진거예요.
당신은 살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