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혁2023-05-22 13:02:41
[집에서 봤던] 아주 NICE
<나이스 가이즈, 2016>
예전에 입에 달고 살던 말은 "재미와 흥행이 꼭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흥행을 하더라도 맞지 않는 영화가 있듯이 자신이 꼭 직접 확인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 했던 말인데, 이젠 옛말이 되는 느낌이다.
23년 1월에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20주가 되었음에도 국내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스즈메의 문단속> 역시, "사전 시사 - 무대인사"까지 합친다면 14주가 지났음에도 거론되고 있다! - 이젠, 재미와 흥행은 비례한다.
영화 <나이스 가이즈>는 국내에서 2만명 남짓한 흥행 성적을 거뒀고, 북미에서도 큰 흥행을 거둔 작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평단과 관객의 반응들은 뜨거웠다. - 실제로, 이후 88년과 99년을 배경으로 3부작으로 기획되었으나 무산되었다.
영화는 사설탐정인 "힐리"와 "미치"가 포르노 스타 "미스티"의 죽음을 조사에 기업과 정부가 얽혀있음을 알게 되는데...
※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1,평범한 오락 영화로만 봤는데?
1977년을 배경으로 삼은 영화 <나이스 가이즈>는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높은 작품이다.
'1977년'이라는 미국 당시 사회에 대한 이해가 준비되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사설탐정"이라는 설정에서 "필름 누아르"라는 영화적 이해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외부적으로 본다면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연령가에 맞춰 야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나오는 성인 오락 영화로 비칠 수 있지만 그만큼 알면 알수록 재밌는 작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이스 가이즈>는 몰라도 모르는 대로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 크게 어렵지 않아 극과 극의 캐릭터들이 부딪히는 "버디 무비"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라이언 고슬링"이 철저하게 망가지는 연기인데, 그는 어딘가 모자란 역할 "미치"를 맡았다.
극 중. 유리창을 깨다가 손목을 부여잡는다든지 나무에 기대어 담뱃불을 붙이다가 옆의 시체에 소리도 못 지르는 기존의 이미지를 뒤엎는 장면들이 이번에 개봉하는 <바비, 2023>를 기대케한다.
앞서 "라이언 고슬링"만을 언급했지만, "러셀 크로우" 역시 만만치 않는 매력을 선보이며 눈썰미가 좋은 팬들이라면 <LA 컨피덴셜>의 "킴 베이싱어"도 확인할 수 있다. - <스파이더맨>시리즈의 "앵거리 라이스"도 나온다!
이런 기라성과 같은 라인업을 갖추고도 평범한 팝콘 무비로 그친 건 아쉬운 점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재미가 보장된 것만으로도 '아주 NICE' 아닐까?
· tmi. 1 - 1977년 본편을 시작으로 1988년과 99년을 배경으로 3부작으로 기획되었으나 앞서 말한 흥행으로 무산되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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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사람이 살면서 단 한 번 밖에 경험하지 못하는 죽음에 대하여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의 크로스 아이콘 김환희 배우의 작품 <안녕하세요>. 영화 <안녕하세요> 상영 이후 액터스 토크가 예정되어 있어서 사실 작품보다 이후 진행될 액터스 토크를 기대하며 보러간 작품이었는데, 작품 자체를 보면서 너무 많이 감동을 받고 공감했던 영화였다.
영화 <안녕하세요> 시놉시스
보육원에서 자란 고3 학생 수미. 어느 한곳 기댈 데 없는 수미가 희망을 등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순간, 호스피스 간호사 서진이 이를 극적으로 막아선다. 이후 갈 곳 없는 수미는 죽는 법을 찾으려 서진이 일하는 호스피스 병원을 찾아가고, 삶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에게서 처음으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위로를 받는다.
* 해당 내용은 서울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소개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안녕하세요>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김환희의 연기력은 정말 최고였다
이렇게 꺼이꺼이 운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사실 극 중 등장인물이 죽으면 눈물 수도꼭지가 열리는 타입이라 호스피스 병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기에 당연히 울 것이라 예상을 했으나 이렇게 펑펑 울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아마 그 이유는 김환희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고아로 보육원에서 자라온 수미는 원장의 폭력과 돈을 벌어오지 못한다는 이유로 받은 핍박, 그리고 학교에서의 따돌림으로 인해 지옥같은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그런 수미 역할을 한 환희는 정말 얼굴이 암흑 그 자체여서 정말 그런 경험이 있나 싶을 정도로 그 캐릭터에 빙의돼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사랑을 받아오지 못한 수미의 모습과 그래서 소심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너무나도 잘 살렸고, 점차 수간호사 서진과 함께하고 호스피스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들의 사랑을 받으며 밝아지는 수미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그 걸음걸이 부터 달라지고 움츠리고 있던 어깨가 펴지는 모습을 보면서 김환희 배우가 정말 연구를 많이 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행복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면서 슬픔의 고통을 함께 알아가고 이별 후에도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깨우쳐가는 감정의 성장기를 너무나도 잘 풀어내고 있어서 절로 수미라는 캐릭터에 이입됐고, 그래서 대성통곡을 하면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아이들이 원하는 관심은 해결이 아닌 공감이다
서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을 보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영화 <안녕하세요>는 여기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관심은 무엇일까?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이 작품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관심은 공감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수미는 고아라는 이유로 보육원에서도 학교에서도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수미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 왜?? 왜 폭력을 당하는데 가만히 있니? 내가 어떻게 해줄까?이다. 그럴 때마다 수미는 고아이기 때문에라고 설명을 하고, 이렇게 말하는 과정에서 수미는 더더욱 상처를 받을 뿐이다.
그런 수미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준 이들은 바로 호스피스 병동의 사람들이었다.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고, 혹은 묻지 않고 그저 옆자리를 지켜줌으로써 수미가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전달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공감이 전제되지 않는 해결은 그저 피상적인 문제를 없애버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다시 이러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고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주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진실된 공감과 함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영화 <안녕하세요>는 수미가 스스로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를 호스피스 병동에서 제공해주고 있었고, 수미가 그토록 원했던 관심과 애정을 받으면서 아팠던 마음을 치료해나갈 수 있었다.
마지막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하여
죽는 법을 알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온 수미는 병원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차피 죽을 사람들인데 너무나도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나라면 시한부 판정을 받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까? 반문을 하게 만들기도 했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박노인은 수미에게 죽는 순간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지금을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이 대사는 꼭 시한부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기한이 정해지면 그 남은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무한이라면 그 가치를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 하루쯤은 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매 순간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하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해서 그 긴장을 이완하고 쉬어가는 타임이 분명 필요하지만 솔직히 열심히 해야 하는 순간에도 게으르고 나태한 자세로 임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하루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느냐에 따라서 죽을 때 얼마나 아름답게 죽을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고 말하는 박노인을 보면서 ‘과연 나는 오늘 나의 하루에 최선을 다했는가. 후회가 남지 않는 하루를 보냈는가’ 생각을 하게 됐다. 언제 맞이할지 모르는 죽음이지만 후회없는 죽음을 위해, 인생에 단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는 죽음을 아름답고 찬란하게 맞이하기 위해 이 하루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지 다짐을 할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해서 무섭고 슬픈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면서 오직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었던 영화 <안녕하세요>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한 전환을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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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남일같지 않은 인도판 쿠팡맨들의 비애
감독: 난디타 다스(인도)
출연: 카필 샤르마, 샤하나 고스와미, 투샤르 아차와르
시놉시스 : 오늘도 가정을 위해 일하는 한 배달 기사가 있다. 그는 한때 공장 관리자 였지만 해고당하고 8개월을 백수로 살다 배달앱 '지가토'의 기사가 된다. 하루의 열 건 이상의 배달을 목표로 뛰어들지만 그는 고객들의 평점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 지쳐간다. 와이프에게 사회 생활의 힘듦을 강조하며 그녀의 취직도 은근슬쩍 막는 사이에 그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점점 돌덩이 같이 무거워진다.
가난이란 굴레 마나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돈을 벌러 간다. 하지만 와이프가 일하는 것에 불만이 많다. '남자는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 '여자는 집안일에 내조를 잘해야 하는 사람'이란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답답한 사람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책임감이 참 갑갑했다. 가족을 살려야 한다는 선한 의지를 갖고 살지만 전통적인 관념에 갇혀 마땅히 다른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 영화를 보는 동안 웃픔을 넘어 점점 그가 안타까웠다. '가난의 슬픈 점은 마음이 각박해진다는 데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들에게는 취향이 사치이기에 다양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나를 보면서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살아오면서 다른 선택지를 제공받은 적이 없어 변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계층일 수 밖에 없겠구나 생각했다. 영어를 몰라 취업 계획에 대해 검색조차 할 수 없는 그를 성실이라는 단어 말고는 다른 키워드를 떠올릴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한 것은 결국 가난이 아닐까.
2. 카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도는 아직도 카스트 제도가 실질적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카스트 제도가 없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공감 포인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눈에 띄는 신분은 없어졌지만 돈으로 급이 정해지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허덕이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자리 문제가 없는 나라는 없기에 이 영화는 인도의 특수한 문제라고만 볼 수 없다. 선진화된 기업 문화처럼 보이는 수많은 어플리케이션 기업들의 고용 보장이 명확하지 않은 점,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놔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현상 등 생각보다 현실은 잘 꼬집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그랬듯이 가난한 사람들을 소재로 했을 때 파급력이 강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만큼 보편적인 소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편적인 만큼 담백하게 담아내야 하는 소재라고도 생각한다. 근데 이 영화는 유머러스함과 짠함과 동시에 그리고 직접적으로 사회를 향해 표현하는 메시지가 특징적이다. 하지만 그 메시지가 마냥 불편하지만은 않다.
3. 노골적이지만 신파는 아닌 직접적인 메시지가 불편하지 않았던 것은 왜일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골적으로 노동자의 비애를 보여주고 기업을 비판하는 입장을 표현하는 영화인데도 이 영화 속 인물들이 신파로는 보이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감정에 호소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희망은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유머러스하게 배달 기사들의 아픔을 풀어내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볍게 볼 만하지만 킬링타임용이라고 하기엔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 중간을 잘 줄다리기한 영화라고 본다. 총평 우리나라의 70년대를 겪으신 분들과 80년대를 겪으신 분들 그리고 90년대를 겪으신 분들의 사고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빗대어 체감할 수 있는 영화였다. 더 가난했던 시절을 겪었던 사람일수록 지금이 가난하지 않는데도 마음이 계속 가난하신 분들 꾸준히 봐왔던 경험이 단박에 이해가 되는 영화였다고나 할까.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큰 감동과 울림이 있어 기분 좋게 보고 나온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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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 루프 감옥에서 살아남는 101가지 방법
간만에 청량하고 화끈한 로맨스 코미디 한 편을 보았습니다. 2020 선댄스 영화제 출품작 중 사상 최고 판매가 기록(약 2,250만 달러)을 세우고, 로튼 토마토 신선도 95%를 기록하며, 2021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영화, 바로 <팜 스프링스>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 팜 스프링스 지역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한 두 사람이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타임 루프(Time loop)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포스터에서는 이 영화를 단 세 단어로 요약하죠. '타임 루프, 썸머, 로맨틱 코미디'. 이 단어들은 <팜 스프링스>를 설명하기에 조금의 과함도, 약간의 부족함도 없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살펴보시죠.
※ 8월 11일(수)에 진행된 <팜 스프링스>의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팜 스프링스>는 2021년 8월 19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팜 스프링스
Palm Springs
첫 번째 단어, '타임 루프'입니다. 타임 루프는 영화가 사랑하는 단골 소재입니다. 액션 장르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부터 로맨스 장르의 <어바웃 타임>, <이프 온리>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타임 루프 소재는 관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치트키였죠. 하지만 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의 참신함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개 '우연히 타임 루프 마법에 빠진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타임 루프를 빠져나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살아간다'는 주제를 내포하기에 관객에게 색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어렵죠. 저 역시도 큰 기대 없이 영화관에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팜 스프링스>는 여타 타임 루프 소재의 영화들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유사한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신선함이 더 컸다는 표현이 정확할 겁니다. '우연히 타임 루프 마법에 빠진 주인공'까지는 이전의 작품들과 유사하나, 이 '주인공'이 타임 루프 마법에 빠진 시점이 독특합니다. 일반적으로 타임 루프물의 주인공은 영화 시작과 함께 타임 루프의 마법에 빠지는데요. <팜 스프링스>의 남자 주인공 '나일스'는 매일 반복되는 타임 루프의 감옥 속에서 억겁의 시간을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입니다. 얼마나 오래 타임 루프 안에 갇혀 있었는지는 '나일스'도, 관객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반복되는 11월 9일, 그 하루가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자신의 원래 직업이 무엇인지조차 망각해버리고, 결혼식에서 멀끔한 정장 대신 하와이안 셔츠를 걸쳐도 아무렇지 않은 '나일스'의 모습을 통해 그저 짐작해볼 뿐이죠.
‘나일스’는 타임 루프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곳을 벗어날 생각조차 없죠. 대신 그 안에서 꽤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영화는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 속에서도 의미 있는 삶을 향유하는 법을 유쾌하게 보여줍니다. 영화 중반 즈음엔 타임 루프에 갇혀 사는 삶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문득 타임 루프에 갇힌 '나일스'의 상황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한이 생긴 우리는 집 안에서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까요. 코로나19가 우리를 타임 루프의 감옥에 빠트린 셈이죠. 하지만 이러한 삶도 향유하고자 마음먹으면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탈출할 방법이 없다면, '나일스'처럼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하죠. 참으로 시의적절한 영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나일스'로 인해 갑작스럽게 타임 루프에 빠져 혼란스러움을 겪는 여자 주인공 '세라'는 어떨까요? <팜 스프링스>는 타임 루프가 익숙한 '나일스'와 타임 루프가 낯선 '세라'의 대비를 위트 있게 풀어내기도 합니다. 타임 루프 안에 여러 명의 타임 루퍼(Time looper)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매우 신선한 접근이었습니다. 하필 술을 퍼마시고 잊어야 할 정도로 괴로운 기억이 있는 11월 9일의 아침이 매일 같이 반복되다니, '세라'는 이 타임 루프를 탈출해야만 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세라'는 주류 영화가 다뤄왔던 여성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방법을 찾을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요행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세라'는 주체적으로 이 고리를 끊어낼 방법을 찾습니다. 남성 캐릭터의 이야기에 부수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끼워 넣는 형태를 완전히 벗어났죠. 그녀는 무한의 시간이 존재한다는 타임 루프의 장점을 이용해 양자 역학을 공부하고, 시공간의 곡률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똑똑한 과학자가 등장해 주절주절 어려운 말을 늘어놓고는 툭 방법을 던져주는 SF적 설정이나 비가 내리는 날 연인과 키스를 나누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판타지적 설정에 의존하는 대개의 타임 루프 영화와 다른 지점이죠. '세라'는 과연 탈출에 성공했을까요?
타임 루프 속에서 살아남는 법부터 타임 루프를 탈출하는 법까지, 모두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확실히 달랐다'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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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어는 ‘썸머’입니다. <팜 스프링스>는 제목 그대로 '팜 스프링스'라는 지역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그게 여름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요? 팜 스프링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군에 있는 지역으로, 사막에 둘러싸인 휴양지거든요. 여름에는 최대 50도까지 기온이 오르는 더운 사막 기후라, 11월이 여행에 가장 적합한 시기인 지역이죠. 영화의 배경인 '탈라'와 '에이브'의 결혼식이 11월 9일로 설정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영화 속 배경은 '될 대로 돼라' 마인드로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결혼식장을 횡보하는 '나일스'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
같은 하루가 매일 반복되는 타임 루프의 특성을 적극 활용해 내일이 없는 것처럼 하루를 보내는 '나일스'와 '세라'의 화끈한 데이트 장면들도 뜨거운 여름과 잘 어울립니다. 마침 11월 9일에 집을 비운 팜 스프링스의 어느 가정집은 타임 루프가 계속되는 한 영원히 빈 객실과도 같죠. 그들만의 안전 가옥에서 맥주 한 캔과 함께 수영을 즐기는 모습은 지상 낙원이 따로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수영장을 놀러가기도, 피서를 떠나기도 어려운 요즘, 대리만족하기에 아주 제격이죠. 맥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영화 속에서 '나일스'와 '세라'는 끊임없이 맥주를 마십니다. 여기에도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더군요. 그들이 마시는 맥주는 '아쿠파라(Akupara)'라는 브랜드인데요. 이는 힌두교에서 세계를 등껍질에 짊어진 거북이를 이르는 말로, '무한대의, 불멸의'라는 뜻을 가진 가상의 브랜드라고 합니다. 영화의 핵심 소재를 이 커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맥주 브랜드 속에 숨겨 놓았네요.
드넓은 사막 한가운데 있는 휴양지, 시원한 맥주와 하와이안 셔츠까지. 누군가 '여름'하면 떠오르는 영화를 물었을 때, 추천할 만한 영화가 또 한 가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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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로맨스 코미디’입니다. 영화는 결국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룹니다. 타임 루프 속에서 지루한 하루하루를 지내던 '나일스'와 지나간 고통에 연연하며 괴로워하던 '세라'는 타임 루프 덕에 오직 현재에만 충실하는 법을 배우죠.
그들에겐 필요한 것은 바로 어바인(Irvine)이었습니다. 어바인(Irvine)은 '나일스' 때문에 타임 루프 지옥에 빠진 또 한 사람인 '로이'의 가족들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세라'와의 사랑에 어려움을 겪는 '나일스'가 '로이'를 찾아갔을 때, '로이'는 이렇게 충고하죠.
"We all have an Irvine."
우리에겐 모두 어바인이 있어.
<팜 스프링스>에서 딱 한 문장의 대사만을 기억해야 한다면 저는 이 대사를 택할 겁니다. 자신을 타임 루프 지옥으로 끌어들인 '나일스'를 원망하며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로이'는 문득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머무르는 어바인의 소중함을 깨닫고, 타임 루프에서의 삶에 적응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나일스'에게도 자신만의 어바인을 찾으라고 충고하죠. 타임 루프 지옥에 빠지더라도 어바인과 같은 안식처가 있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과연 '나일스'의 어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여러분의 어바인은 무엇인가요? 영화를 감상하시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 ⊙ ⊙
여름철 더위가 한풀 꺾인 모양새입니다. 날씨가 풀린 것인지, 이 영화의 청량함이 제 더위를 앗아간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코미디를 기대하시는 분도, 로맨스를 기대하시는 분도, 참신한 타임 루프물을 기대하시는 분도 모두 만족스럽게 보실 수 있는 영화일 겁니다. 참, 이 영화에는 익숙한 배우들도 다수 등장합니다. <위플래쉬> 플레처 교수 역의 J.K. 시몬스, <리버데일> 베로니카 역의 카밀라 멘데스, <슈퍼맨과 로이스> 슈퍼맨 역의 타일러 헤클린까지, 여러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함께 누려보세요.
Summary
“오늘은 어제고, 내일도 오늘이에요…”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 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맥스 바바코우
출연: 앤디 샘버그, 크리스틴 밀리오티, J.K. 시몬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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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아주 오래 전에 이 영화를 비디오테이프로 봤을 때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오늘 넷플릭스에서 다시 집중해서 봤다. 기회가 되면 이 영화를 꼭 다시 볼 생각이었고, 마침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이 작품을 만든 감독이 스티븐 소더버그라는 건 처음부터 알았지만, 그가 데뷔작인 이 영화로 곧바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모르고 있었다. 그동안 스티븐 소더버그의 데뷔작인 이 영화를 비롯해 그의 작품을 꽤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전체 작품 가운데 30% 정도에 불과했다.
스티븐 소더버그의 작품들은 진지하거나 엄숙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영화도 아니다. 그는 대중성과 예술성, 사회성을 알맞게 버무려 관객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든다. 그의 작품으로 대중적인 영화는 '오션스' 시리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실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재미도 있으면서 사회문제까지 드러내는 작품으로 '에린 브로코비치', '컨테이전', '사이드 이펙트', '시크릿 세탁소' 같은 영화들이 있는데, 나는 '사이드 이펙트'를 세 번 봤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드라마에서 반전의 묘미가 어떤가를 교과서처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극적인 결말이나 반전의 묘미는 없거나 약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들의 대화, 그 자체가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객은 네 명의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할 뿐 아니라, 대화가 갖는 함의가 무엇인가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관객을 괴롭히는 영화다.
앤은 심리치료 상담을 받는다. 그는 항공기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나, 쓰레기가 너무 많이 넘쳐흘러서 세상이 쓰레기로 뒤덮이면 어떡하나 고민한다. 자기의 의지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문제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앤은 섹스가 싫다고 말한다. 남편 존을 만진 것도 오래 전이었고, 부부이긴 해도 섹스 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앤이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그 시간에 남편 존은 앤의 여동생 신시아와 섹스를 한다. 두 사람은 앤을 속이고 있다. 존은 앤의 남편이지만,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신시아는 앤의 여동생이지만 언니에게 거짓말 한다. 거짓말은 모든 관계를 파탄내는 씨앗이자 결과이다.
존은 아직 젊은 변호사인데, 실력을 인정 받아 로펌에서 파트너로 승격할 단계에 있다. 그는 자기의 실력을 보여주어야 하고, 의뢰인에게 성실하고 유능한 변호사로 인정받아야 한다. 존은 새로 지은 주택에서 살며, 일하던 아내 앤에게 전업주부로 살도록 하고, 넉넉한 임금을 받으며, 전망 좋은 사무실을 배정받아 안정된 변호사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미국의 중산층으로, 마약도, 담배도 하지 않으며,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 건전한 시민이다. 다른 사람이 볼 때, 존은 성공한 변호사이면서, 훌륭한 미국 시민이다. 하지만 존의 내면은 어떤가. 그는 허위의식에 찌들어 있으며, 자기의 사회적 성공을 정도 이상으로 부풀려 자부심을 갖는 인물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권위적이고, 스스로를 속이는 기만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반면 앤은 중산층의 삶을 살면서도 늘 불안하고 의기소침하다. 남편은 변호사로 사회적 성공을 이루었고, 좋은 주택에서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잘 살고 있지만, 그런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불안이 그를 두렵게 만든다. 앤은 남편과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면서도 남편과 섹스를 하지 않고, 남편의 존재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앤의 내면은 공허하고 쓸쓸하다.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신시아는 앤의 동생이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인물이다. 그는 좋은 의미에서는 '외향적'이지만, 나쁜 말로는 '난잡한' 인물이다. 그녀는 언니의 남편(형부)과의 관계에서 도덕적, 윤리적 갈등을 겪지 않는다. 상식적 인물이라면 형부와 불륜의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런 이성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신시아는 존의 친구인 그레이엄이 9년만에 고향에 돌아와 집을 얻었다는 걸 알자, 언니 앤에게 그레이엄의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고, 직접 그레이엄을 찾아간다. 그레이엄이 누군지도 모르는 신시아였지만, 오로지 앤이 그레이엄이 이상한 사람이니 만나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앤에 대한 반발이자 호기심으로 그레이엄을 찾아간 것이다.
신시아는 능동적이고 즉물적 인간이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적극 행동으로 움직인다. 남성과의 관계에서 주체적 인물이기 때문에 남성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신시아가 '난잡'해 보일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반여성적 시각일 뿐이다.
오히려 앤의 태도는 수동적이고 타인, 특히 남성의 시각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앤은 남편 존과의 섹스에서 한번도 오르가즘을 느낀 적이 없다고 고백하는데, 이런 단서를 통해 앤이 성적으로 몹시 억눌려 있는 상태라는 걸 알 수 있다.
존의 친구 그레이엄의 등장으로 세 사람 - 앤, 존, 신시아 - 사이의 관계에 균열이 발생하고, 그레이엄까지 네 명이 되면서 이들 사이에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그것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현상으로, 수동적이고 자폐적이었던 앤이 그레이엄을 두번째 만난 날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앤은 그레이엄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먼저 섹스 이야기를 꺼내고, 그레이엄은 자신이 정서적 성불구라고 말한다.
그레이엄은 자신이 촬영한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을 보면서 성적 만족을 느끼는, 보통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레이엄이 녹화한 테이프에는 여러 명의 여성이 자기가 경험했던 섹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고, 스스로 원해서 자위를 하는 장면도 있다. 그레이엄은 그런 여성의 자기 고백을 보면서 오르가즘을 느낀다.
그레이엄이 9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9년 전, 어떤 사람, 아마도 그레이엄이 사랑했던 여성이었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망쳤고, 그로 인한 고통으로 고향을 떠났으며, 외지를 떠돌다 다시 관계를 회복하려고 돌아왔다고 말한다. 그레이엄이 관계를 망쳤다는 여성은 엘리자베스였고, 엘리자베스는 이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는, 맥거핀이다.
신시아는 존에게 그레이엄을 만났으며, 인터뷰를 했고, 자위도 했노라고 말한다. 존은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화를 내지만, 신시아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신시아와 존은 처음부터 육체 관계를 목적으로 만난 사이였고, 두 사람은 실제 섹스를 하는 것으로 목적을 달성하지만, 정작 대화가 필요할 때는 두 사람 사이의 소통이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섹스도 분명 '대화'의 한 갈래임에 틀림없지만, 섹스만으로는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처럼, 두 사람의 관계도 마음을 터놓는 대화 없이 섹스로 충족하는 욕구는 한계가 있다는 걸 차츰 깨닫게 된다.
처음부터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앤은 존과 여동생 신시아의 관계를 어렴풋하게 의심하고 있었고, 한번은 진지하게 존에게 사실을 말하라고 추궁하지만, 아무런 증거 없이 추궁만으로 '자백'을 받아낼 수는 없었다. 더구나 존은 유능한 변호사였고,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은 변호사라는 그레이엄의 말을 떠올린다.
앤은 더 이상 존을 의심하지 않기로 마음 먹고, 자신의 불안과 공허도 극복하려 노력한다. 그가 집안 청소를 하다 진주귀고리를 발견하는데, 그건 명백히 신시아의 물건이었다. 확실한 증거를 찾은 앤은 존에게 이혼하자고 말하고, 그레이엄을 찾아가 존과 신시아가 불륜 관계라고 말한다. 그레이엄은 신시아의 인터뷰에서 그 말을 들었다고 확인해준다.
앤은 그레이엄에게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섹스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인터뷰는 앤의 일방 고백이 아니고, 앤이 그레이엄을 인터뷰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그레이엄 역시 마음의 상처를 크게 가진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두 사람은 서로가 가진 내면의 아픔, 고통,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한다.
앤이 자신의 불안과 공허함, 외로움, 소외감, 박탈감 같은 부정적 감정을 극복하는 과정은 그레이엄과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진정한 오르가즘은 육체를 통한 섹스가 아니라, 서로의 내면을 드러내면서 나누는 대화라는 걸 소더버그 감독은 핍진한 장면을 통해 관객이 이해하도록 만든다.
앤이 그레이엄과 인터뷰를 했다는 말을 들은 존은 그레이엄을 찾아가 그를 때려눕히고, 앤이 찍힌 비디오를 본다. 그건 앤이 그레이엄과 섹스(육체적)를 했는가를 확인하려는 것이지만, 앤의 인터뷰를 다 본 존은 앤이 느끼고 있던 감정을 알게 되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존과 앤은 그동안 부부로 살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중산층의 안락한 삶의 이면에 각자 개인이 가진 어둡고 고통스러운 내면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존이 신시아와 저지른 불륜은 용서나 이해가 필요 없는 나쁜놈이고, 신시아는 자신의 욕망을 외면하지 않은 주체적 여성이었으며, 그레이엄은 마치 '파리, 텍사스'에서 트레비스가 자신의 잘못을 탓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억압하고, 고통을 감수하는 삶을 살아왔다.
앤 역시 자신의 욕망보다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되고, 존과 이혼하며 그레이엄과 가까워진다. 앤의 이혼은 존이 여동생 신시아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이 핵심은 아니다. 앤은 존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고,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믿음을 갖지 못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
반면 앤과 그레이엄은 자신의 내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거의 어리석음과 상처를 깨닫고, 서로 믿음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아갈 자신감을 갖게 된다. 앤과 신시아는 자기의 내면을 인터뷰 형식을 통해 솔직하게 드러낸 반면, 존은 끝까지 인터뷰를 부정한다. 즉, 자기 자신의 내면을 다른 사람에게 또는 공개적으로 말하고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특히,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이 가장 내밀해야 하는 '섹스'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자칫 자극적 소재를 담고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주지만, 정작 영화에서 섹스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장면도 짧다. 섹스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정도로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실제 영화에서도 신시아나 앤은 그레이엄에게 자기의 섹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그레이엄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혼은 물론 친구, 연인 사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정직함이고, 자기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며, 상대방을 신뢰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말한다. 솔직하라, 자기와 남을 속이지 말라. 그것이 인간관계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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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별은 되도록 천천히 <노웨어 스페셜>
[제목: 노웨어 스페셜(Nowhere Special) / 주연: 제임스 노튼, 다니엘 라몬트 / 감독: 우베르토 파솔리니 /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 / 제공&공동배급: ㈜인터파크]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창문 청소부 ‘존’이 혼자 세상에 남겨질 4살짜리 아들 ‘마이클’을 위해 특별한 부모를 찾는 여정을 그린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입양'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시한부인 아버지와 이별을 앞둔 아이의 이야기는 그 로그라인만 들어도 이 영화가 어떤 타겟을 노리고 있고 어떤 감정을 선사하려 할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다만 기대하게 되는 부분은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인생영화로 등극한 <스틸 라이프>(2014)의 감독인 우베르토 파솔리니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이다.
역시나, <노웨어 스페셜>은 신파적이고 뻔한 소재로 만들어진 꽤나 근사한 가족영화였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순전히 연출의 힘이다.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많지 않은 대사 그리고 느린 호흡이다. 감동을 자아내는 보통의 가족영화는 안정적인 기승전결의 구조 속에서 초반에는 가족 간의 코믹한 에피소드를 정신없이 나열하면서 이들이 얼마나 친밀한지를 역설하고 후반에는 어쩔 수 없는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며 최루가스 가득한 인위적인 대사와 함께 눈물을 쏟게 만든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러한 공식을 사용하지 않고도 잔잔한 감동을 주며 영화가 끝나 극장을 나선 뒤에도 곰곰히 영화의 여운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영화의 작법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도 하지만 윤리적으로도 적합한 선택에 가깝게 여겨진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다른 가정에 입양하는 일은 굉장히 중대한 결정이고 아이의 의사가 아닌 부모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사안인 만큼 함부로 다뤄져서는 안되는 선택의 문제다. 그런데 상업성 짙은 가족영화에서는 이러한 선택을 종종 볼거리 혹은 감동요소로서 즉, 오락으로 다루곤 한다. <노웨어 스페셜>은 입양이라는 소재에 대해 관객들이 당사자에 근접한 입장에서 충분히 고민하게끔 유도한다.
우선, 아빠 '존'과 아들 '마이클'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장면을 가만가만 따라가며 관객이 이들에게 스며들게 한다. 함께 밥을 먹고, 동화책을 읽다 잠들고, 아이의 학교를 보내는 일상은 웃음이나 감동 같은 돌출된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사건들이다. 이러한 사건을 바라보는 일은 오락이 되지는 못하지만 종종 나타나는 아빠와 아들의 다정한 눈맞춤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따뜻한 친밀감이 서서히 쌓인다.
그리고 '마이클'을 입양하게 될 다양한 가족 후보들은 아이라는 존재를 대하는 관객들의 다양한 관점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에는 아이를 자유롭게 방임하는 부모, 부부끼리 서로 사이가 너무 좋은 부모, 아이의 삶을 완성하는 일을 자신의 과제 혹은 업적으로 삼으려는 부모 등등 다양한 군상이 나온다.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나도 저런 부모들의 어떤 모습을 닮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이들의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은 반성하게 만든다. 어떤 영화적 강요나 압박의 장치에 의한 의식의 과정은 아니다.
그렇게 아빠와 아이의 감정과 경험을 관객과 서서히 동기화한 영화는 끝내 아이가 아빠의 손을 떠나 위탁 가족으로 향하기 전, 관객들로 하여금 신비한 체험을 하게 한다. 관객은 이 대목에서 손을 꼭 잡은 아빠로부터 안심을 얻은 아이의 마음과, 아이에게 괜찮다며 안심을 시키는 아빠의 마음을 모두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어느 가족으로 아이가 위탁될지보다는 아빠와 아이의 헤어짐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즉,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영화인 것이다. 좋은 작별을 다루는 영화라면 이는 특히 중요한 지점이다. 새로운 사람과 반가운 만남을 하기 위해서는 소중한 사람과의 작별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별은 되도록 천천히. <노웨어 스페셜>이 가진 소중한 미덕이다.
**해당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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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다는 것 잘 알지만 그래도
별안간에 <어벤저스 : 엔드게임>이 생각난다. 한창 마블 유행할 땐 안 보고 재개봉판이 열릴 때 봤다. 그 영화에 대한 감상이라. 다른 덕후들과 마찬가지로 가슴이 웅장해졌다. 극후반부에선 눈물 날 것 같은 울컥함이 있었다. 근데 그건 그때 이야기고.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영화에 말 안 되는 게 몇 개 있었다. 앤트맨이 그렇게 해서 시간여행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리고 그 양자역학? 다중우주(멀티버스)? 에 대한 연구가 너무 쉽게 착착 이뤄지는 거 아닌가? 아무리 브루스 배너랑 토니 스타크가 똑똑하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들여야 할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쉽게 나온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의 인구가 반으로 접힌 것 치고는 문제 해결이 싱거웠던 셈이다. 그리고 마블도 이 작품 이후에 걸핏하면 '블립'을 들고 오니 마블빠인 나는 진작에 개연성이 헐거운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 애써하는 인정에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에 대한 내 생각이 담겨있다. 우리, 살면서 시간을 몇 번이나 돌릴 수 있을까? 답은 불가능이다. 시간은 무슨 짓을 해도 돌릴 수 없다. 애써 과거의 나에게서 교훈을 얻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아로새길수록 공허함만 커진다. 내가 한국영화를 사랑하게 됐던 계기도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대사가 울림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는 비단 나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를 좋아했던 분들은 다들 공감할 것 같다. 각자가 놓쳤던 너무 많은 것들이 마음이 아프거든. 이젠 그것들을 반성할 줄도 안다고 말하고 싶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 계속해서 똑같은 일만 반복한다. 삶의 매 순간에 그것보다 나은 선택지만 고르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 여행하는 영화들을 알면서도 보게 되는 것 같다. 이 모든 게 저 여행처럼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 때문이다. <프리 가이>를 연출했던 숀 레비 감독이 바로 다음 해에 신작을 갖고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깊다. 소재는 시간 여행이다.
미래에서 온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나다
12살 소년 애덤은 별 볼일 없는 남자애다. 친구도 없어 보이고 아버지는 돌아가셨으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매일 같은 반 급우들을 두들겨 패거나 맞는 게 일상인 애덤. 여느 때와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던 도중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어딘가 부상을 입은 듯한 아저씨에게 말을 거는 애덤. 몇 마디 나눠보고 나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이 아저씨는 2050년의 나 자신이다.금세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한다. 저 여자랑 자게 되나요? 미래에는 이렇게 몸짱이 되나요? 누가 과거의 나 아니랄까 봐 쓸데없는 말이 많다. 어른 애덤은 금세 과거로 돌아온 이유를 말하게 된다. 시간 여행이란 게 생겼고 이것 때문에 현재의 많은 것들이 꼬여있다고 한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과거의 애덤과 현재의 애덤이 힘을 합쳐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성인 애덤과 어린이 애덤이 각자(애덤)의 삶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가는 내용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몇 개 있을 것이다. 모두의 마음 속에 있을 법한 감정들이다. 영화 안에서도 이에 대해 묘사가 있다. 당하기만 했던 나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 사랑하는 이에게 전해지 못했던 마음. 더 받고 싶었지만 허무하게 날 떠났던 사람. 뭐 그런 미련들이 영화 안에 제시된다.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주가 된다. 영화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동시에 등장시킨다. 이런 감정을 떠나보내지 못했기에 후회와 자기혐오로 가득 찼던 지난 세월에 대해 주인공이 코멘트하게 만든다. 이 코멘트 역시 영화의 주요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전개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던 것들이 맞다. 기존의 시간 역행영화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냐고 물으면 솔직한 대답은 아니오다. 그러나 영화 안에서 이런 소재들이 숀 레비 특유의 유쾌한 감성과 잘 맞는 편이라 특별한 개성이 있다.
어떤 영화로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후회와 자기혐오에 관한 영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자기혐오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간단히 자아를 싫어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자기혐오는 미련과도 관련이 있다. 하지 못한 말이 그 사람에게 돌아와서 미련으로 남으면 그게 자기혐오로 변하는 것이다. 청년 애덤은 사람들에게 하지 못한 말이 많았다.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특히 어머니에게 하고픈 말이 많았던 것 같다. 청년 애덤이 소년 애덤에게 어머니에게 꼭 무언가 하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영화 전부를 관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인물을 배치한 이유는 사실 되게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이에 이입하라고 만들어놓은 장치이다. 근데 이런 감정이입의 결말이 어떤 식으로 향하는가도 영화를 관통하는 주요 메시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 다 좋다 이거야.시간여행을 해서 과거의 나의 멍청함을 무찌를 수 있다고 쳐보자. 그래서,'과연 어떤 선택지를 골랐으면 무언가 달랐을까?'라고 자신에게 물을 수 있다.이 영화가 보여주는 인물 간의 처지를 통해 우리는 그 질문의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뭐 이런 귀결이 기존의 영화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하면 사실 크게 할 말은 없다. 어느 정도는 클리셰를 따라간 게 맞으니까. 그런데 주인공 청년 애덤을 맡은 라이언 레이놀즈가 밝고 유쾌하지만 마음에 그늘이 진 인물을 훌륭하게 소화해내서 영화를 보는데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다른 장르물과 특별한 차이점을 갖는 영화
첫 번째. 영화 색감이다.전작 <프리 가이>에서는 게임을 영화로 옮겼었다. 그에 맞게 화사하고 비비드 한 색감이 기억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살짝 다르다. 소재의 특성상 좀 생각이 많아 보여야 하는 효과가 꼭 들어가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에 맞게 겨울에 찍은 듯한 시각적/시간적 배경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미장센이 잘 뽑혔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두 번째.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의 퍼포먼스다.이 인물 애덤은 내면에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어렸을 때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고, 유년시절이 그렇게 밝지도 못했다. 근데 사람 자체가 근본적으로 밝은 구석도 있어서 유머감각도 탑재해야 한다. 이거 어렵다. 뭐 보편적으로 있는 인간형인 것도 맞지만 이 인물은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에 이걸 다 보여줘야 한다. 그에 맞는 눈빛 연기, 대사 치는 톤, 제스처 하나하나까지 사람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난 <데드풀> 시리즈도 안 본 사람이라 이 배우의 연기가 낯설었는데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아. 액션 연기도 좋았다.
세 번째. 균형감각이다.각본이 균형을 잘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가령 소년 애덤의 어머니와 청년 애덤이 술집에서 대화하는 신이 있다. 여기서 감독은 아이가 괴롭힘 당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또한 남편이 세상을 떠났던 이유에 대해서도 깊게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당신은 어머니로서 최선을 다했다'식의 말을 던지고 홀연히 사라진다. 뭐 시간여행이라고 하는 것의 암묵적 룰을 지키기 위해 이랬다고 하기엔 역시 감독의 연출 의도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2번에서 언급한 것과 닿아있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과거의 부채의식에 '그게 무엇이든 괜찮아'라고 위로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사실보다 그게 더 중요했기 때문에 청년 애덤이 그 대사를 한 것이겠지. 그리고 그게 곧 감독의 연출 의도일 것이고. 영화는 이렇게 드라마틱한 처지 변화보다 적당히 선을 긋는 스탠스를 보인다.
극의 개성을 살리는 좋은 퍼포먼스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정도다.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는 3번에서 적었기에 더 쓸 필요 없을 것 같다. 다른 역의 조 샐다나나 마크 러팔로도 탁월했다. 조 샐다나는 뭔가 레이놀즈보다 나이 더 들어 보이는 비주얼인데 은근히 어울려서 놀랐다. 또 마크 러팔로는 멀티버스 유경험자다운 연기가 보였다. 지금 저 역할이 브루스 배너라고 해도 이질감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봤던 느낌이긴 해도 실제 있을법한 아버지이자 과학자 느낌이 나서 좋았다. 다음은 소년 애덤을 맡은 워커 스코벨이다. 이거 데뷔작이라고 하던데, 어색한 티가 안 났다면 거짓말이지만 나쁘지 않았다. 대사 많았는데 외우느라 어려웠을 듯.
적당히 얕은 영화의 농도
감독의 전작 <프리 가이>나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사실 가벼운 영화다. 그러라고 만든 영화기도 하고.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게 가볍지는 않다. 적당한 농도의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쉬운 것도 있다. CG 액션 연출을 좀 더 멋있게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너무 뿅뿅하는 시각효과에 엔딩부도 슬로모션이라던가 예전 티 나는 연출을 쓴 게 아쉽기는 하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대사의 톤이나 청년 애덤의 행적이라던가 중후반부까지 끌고 가는 메시지가 생각을 많이 하게 해서 너무 밝고 유치한 느낌은 아니다. 20대 중반의 남성이 보기에 무리 없었다.
누가 이 영화를 봐야 할까?
무난한 액션/SF물이다. 넷플릭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떠나보내지 못했던 마음의 부채의식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난 이 영화를 보고도 다 보내지 못했다. 아직도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근데, 조금은 그 생각에서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러분도 그런 것들을 좀 지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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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비스 리뷰 - 시대의 아이콘으로 메세지를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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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아이돌, 시대의 아이콘, 영원한 슈퍼스타
`엘비스`의 모든 것이 뜨겁게 펼쳐진다!
미국 남부 멤피스에서 트럭을 몰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19살의 무명 가수 `엘비스`.
지역 라디오의 작은 무대에 서게 된 `엘비스`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몸짓과 퍼포먼스로 무대를 압도하고,
그에게 매료된 관객들에게 뜨거운 환호성을 받는다.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일하던 `톰 파커`는 이를 목격하고
`엘비스`에게 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며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자신이 자라난 동네에서 보고 들은 흑인음악을 접목시킨
독특한 음색과 리듬, 강렬한 퍼포먼스, 화려한 패션까지
그의 모든 것이 대중을 사로잡으며 `엘비스`는 단숨에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 나간 치명적이고 반항적인 존재감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과 갈등을 빚게 되고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압박하는 `톰 파커`까지 가세해
`엘비스`는 그의 뜻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평생을 함께한 매니저 `톰 파커`와의 관계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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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리그 : 축구의 몰락 - 축구 카르텔의 실체와 민낯 l 지금 바로 왓챠에서 감상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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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동안 유럽 대형구단주 12개팀이 유럽축구연맹과 프리미어리그에 대항해 수퍼리그를 결성하려다 팬들의 반발로 무산되기까지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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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보타지 1941> 메인 예고편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10대 소녀 ‘조야’
어느 날, 그녀는 전쟁에 참여했던
사랑하는 남자 ‘진’의 죽음을 알게 되고
자원입대로 사보타주 대원이 된다.
하지만 작전을 수행하던 중
나치군에 붙잡히게 되는데…
그들에게 결코 굴복하지 않은
‘조야’의 역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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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실 : 인연의 시작> 메인 예고편
열두 살에 만난 첫사랑 '렌'과 '아오이'. 한눈에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보듬어주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함께 있어 즐거웠던 시간도 잠시 '아오이' 가족이 쫓기듯 떠나면서 헤어지고 만다. "운명의 실이 있다고 생각해" 아오이가 준 소원팔찌를 8년 동안 간직한 '렌' 어느 날 소원팔찌가 끊어지고 두 사람은 운명처럼 재회한다. 그 후 우연한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지만 그때마다 서로의 곁에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 엇갈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