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06-03 16:20:12
유년시절 꿈꿨던 환상 속 이야기 영화 《이웃집 토토로》
엄청나게 폭신폭신할 것 같은 영화 《이웃집 토토로》. 어렸을 적 토토로 같은 거대하고 폭식한 생명체 배 위에서 굴러다녀보고 싶은 로망이 있었던지라 영화 《이웃집 토토로》는 언제나 나에게 유년시절을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 《이웃집 토토로》 시놉시스
숲속에 살고 있는 특별한 친구를 만났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 온 ‘사츠키’와 ‘메이’는 우연히 숲속에 살고 있는 신비로운 생명체 ‘토토로’를 만나 신비한 모험을 함께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병원에서 위태로운 소식이 도착하고 언니 ‘사츠키’가 정신없이 아빠에게 연락을 취하는 와중에 ‘메이’가 행방불명 된다.
유년시절의 환상을 표현하다
누구나 유년시절 숲속에서 놀아보진 않았더라도 학교 앞 운동장이나 공원에 무언가를 숨겨놓고 보물게임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놀다보면 무엇인가 만나지 않을까 하는 환상을 같기 마련이다. 실제로는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날 수 없겠지만 이웃집 토토로에서는 그 유년시절의 환상을 채워주고 있었다. 이웃집 토토로가 어린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어렸을 적 자신들의 환상을 채워주는 작품이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는 정원에서 놀다가 귀여운 작은 토토로들을 만나 쫓아가면서 나무 동굴 속에 들어가게 된다. 이 장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습이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평소 루이스 캐럴의 작품을 좋아했다는 것을 보면 아마 이 장면을 통해 오마주를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린 아이들의 불안을 다루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의 일상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영화 후반부에서는 어린아이들의 불안감을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긍정적일 것만 같았던 사츠키와 메이의 모습에서 엄마의 퇴원이 늦어지고 병원에서 엄마의 상태가 나빠졌다는 전보를 듣자 ‘싫어!’, ‘안돼’, ‘무서워’ 등 부정적인 단어를 내뱉기 시작한다.
그리고 엄마와 떨어져 있다는 것에 한계를 느끼는 듯 직접 찾으러 나가는 무모함까지 보인다. 부모의 존재가 어린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것인지 부모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분리 불안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언젠가는 부모와 분리될 아이들
메이의 불안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를 끝을 맺지 않는다. 메이를 찾은 사츠키는 고양이 버스를 타고 어마의 병원으로 향한다. 엄마의 부재로 불안감을 느끼던 자매는 엄마를 보러 바로 달려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토토로와 함께 나무 위에서 엄마와 아빠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엄마가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꽃을 창가에 선물로 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엄마의 부재로 분리불안을 느끼지만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한 자매들이 언젠가는 부모로부터 독립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렸을 적 봤던 영화 《이웃집 토토로》는 그저 귀여운 토토로를 보면서 어쩜 이렇게도 귀여운 생명체가 있을까 했었는데 다시 보니 어린아이들의 감정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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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기하지 않는 이의 우주는 얼마나 넓은가
🌏시작_지구
프랑스 외곽에 위치한 가가린 주택단지를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곳은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지며 화려한 서막을 열었지만, 현재 이곳은 주류에서 밀려난 이들의 거주지가 되었다.
가가린에 사는 10대 소년 '유리'는 단지의 이곳저곳을 고치기에 여념이 없다. 이번 검사마저 통과하지 못하면 가가린은 철거될 예정이다. 유리는 친구 디아나와 오삼과 함께 임시방편으로 복도에 조명을 달고,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부품을 찾아다니며 최선을 다해 건물을 수리한다.
가가린의 사람들은 그런 그를 응원하거나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니까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밀려난 이들을 받아준 공간이 없어지면, 그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유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가린은 철거 예정일을 받게 된다. 가가린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는 와중에도 유리는 벗어나지 못한다. 엄마는 더이상 유리를 찾지 않는다. 철거일 전에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이 무색하게 다른 친구의 집에 머물라 말을 바꾼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유리 뿐만 아니다. 갈 곳 없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들은 철거 준비를 시작하는 가가린에 머물며 삶을 이어간다. 토마토를 먹고, 춤을 추고, 음악을 듣는 평범한 이들은 가가린이란 지구가 사라지게 되면 곧바로 우주에 내몰릴 처지다.
🌌끝_우주
철거일 D-day가 다가왔다. 가가린에 살던 주민들은 그들의 추억이 담긴 단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다만, 그들은 가가린 밖에 있었고 유리는 그 안에 있었을 뿐.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같지 않았다. 모든 주민들은 가가린을 떠났지만 그럼에도 가족이란 굴레에선 함께했다. 집이란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이 역경을 이겨낼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집이며 지구니까. 그렇게 지구도 우주도 아닌, 곧 부서져버릴 가가린에 머물던 유리는 이제서야 떠날 준비를 한다. 밖에선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린다. 이 숫자가 끝나면 가가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카운트다운을 센다. 3, 2, ... 1.
··· --- ···건물이 부서지는 굉음 대신 소리없는 외침이 화려하게 우주를 수놓는다. 모스부호 SOS를 알아챈 디아나는 유리를 찾기 위해 가가린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가가린에 살던 사람들은 유리를 찾으러 떠났던 지구로 돌아온다. 유리는 그렇게 다시 지구로 무사히 착륙한다.
SF라는 장르가 무색하게 모든 이야기는 가가린에서 시작해 가가린에서 끝난다. 로봇도, 우주도, 과학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SF일까?
우주는 지구의 밖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구는 사회 공동체다. 사회 공동체에서 벗어난 이들은 밖으로 떠밀린다. 발은 땅에 닿지 않고 붙잡을 곳도 없는 공간 속, 포기하지 않고 발버둥치는 유리의 삶은 그 자체로 SF의 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결국 SF는 내쳐진 사람들의 삶과 이들을 이어주는 사랑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가가린 주택단지의 유리를 포함해 모든 이들이 우주가 아닌 지구에 머물 수 있길 소망하며 영화 <가가린>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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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걸 바꿔 놓는 사랑의 맛
SYNOPSIS.
늘 남들보다 한발 앞서는 바람에 입시도, 일상생활도, 연애도 쉽지 않은 우체국 청년 ‘하지메’. 남들보다 늘 한발 느린 템포로 사진을 찍으며 느리지만 조용한 삶을 살고 있는 ‘레이카’. 어느 날, 미모의 뮤지션 ‘사쿠라코’를 만난 ‘하지메’는 가까스로 데이트 신청에 성공하지만, 눈을 떠 보니 약속날은 지나가버리고 얼굴까지 새빨갛게 타버린다. 파출소에까지 찾아가 잃어버린 하루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하지메는 우체국에서 매일 우표를 사가던 ‘레이카’가 사라진 하루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천년 도시 교토에서 살아가는 1초 빠른 남자와 1초 느린 여자. 분실된 하루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POINT.
✔️ 대만 로맨스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의 리메이크작. 이 사실을 모르고 보면 리메이크 사실을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일본 교토라는 도시에 들어맞게 로컬라이즈가 잘 되었어요
✔️ <드라이브 마이 카>에 출연한 오카다 마사키, 허광한과 함께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에 출연한 키요하라 카야, <괴물>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히이라기 히나타의 출연작. 셋 다 각자의 역할에 위화감 없이 스며드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 설정이 매우 독특한 로맨스 영화라서, 대체 뭘까 궁금해 하면서 따라가는 맛이 있어요
걸음이 빠른 사람이 사는 도시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이름조차 한 일(一) 한 획으로 긋고, 시작이라는 뜻의 '하지메'라고 읽는다. (기본적으로 일본어에서 한자를 읽는 법은 정해져 있고, 그 방식대로라면 한 일(一) 자를 하지메라고 읽지는 않지만, 이름으로 사용될 때는 아무렇게나 읽는다. 얼마나 아무렇게나 읽냐면, 소리 음(音) 자를 쓰고 '멜로디'라고 읽어도 그런가 보다 할 정도.) 그는 언제나 남들보다 한 템포씩 빠르다. 빠르면서 야무졌다면 모르겠는데, 빠른 만큼 엄벙덤벙하다. 앞을 보고 빠르게 걸으면서 사는 사람이고, 잃는 것은 우울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머니는 그에게 늘 "진정하고 사람 말을 끝까지 들으라"고 하지만 하지메는 그 말조차 끝까지 듣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기이하리만큼 "진정한 교토"에 집착한다. 우리로 치면 사대문 안쪽만이 진정한 서울이라고 말하듯이, 진짜 교토와 교토가 아닌 곳을 딱 잘라 선 그어 나누는 사람이다. 심지어 교토는 한국으로 치면 경주처럼 천년 고도로 꼽히는 도시이기에 이 지점이 더욱 눈에 띈다. 진정하라는 말을 들어야 할 만큼 앞만 보는 사람이지만, 일직선(一)을 그린다는 건 결국 앞과 뒤가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하니까. 아무리 걸음이 빨라도 사람의 걸음은 늘 이전 걸음과 연결되어 있다. 1초 앞의 시간 또한 1초 전의 시간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라디오에 대고 조곤조곤 자기 마음을 이야기하거나 교토에 관한 노래에 매력을 느끼는 하지메 또한 그런 존재다.
다른 방향에서 보면, 언제나 다른 이야기
하지메가 앞만 보는 동안, 이 영화는 다른 각도에서 시간을 독특하게 뒤틀어서 주인공들을 만나게 한다. 하지메와 달리 이름의 획수만 해도 만만찮은 여자 주인공 '레이카'는 하지메의 반대처럼 보이는 존재다. 늘 한 템포 느리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데 그것도 고요한 정물일 때에만 찍을 수 있는 사람.
영화가 흘러가고 하지메와 레이카의 이야기가 풀어지는 방향성은 관객으로서 예측하기 어렵다. (왜 인물들은 저 설명을 납득하는 것일까? 어떻게?) 개연성보다는 톡톡한 창의성에 방점을 둔 설정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영화는 관객이 잠시 시간을 멈추고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과 방향을 비틀어 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질 수 있음을. 걸음이 느린 사람에게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임을.
그렇게 곰곰 곱씹다 보면 깨닫게 된다. 가끔은 멈춰 버린 시간이 오히려 흐르는 시간의 힘을 갖는다는 걸. 그리고 그 힘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매개체는 사진과 편지라는 걸. 영화 <러브레터>나 <연애사진>에서도 그렇게 쓰였지만, 사진과 편지는 역시나 시간을 담아놓는 아이템이다. 매개체라는 건 뭔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소재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는, 그런 소재가 된다.
이 영화 또한 기존에 우리가 알던 사진과 편지 그 이상으로 색다른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원작 영화에서 성별을 반전시킨 지점이 매우 주효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멈춰버린 시간을 풀어내는 방식에서 우리로서는 좀 불편하다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성별이 반전된 데다가 오카다 마사키와 키요하라 카야의 톤 조절을 통해, 다소 기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이 그럭저럭 중화되었다.
모든 맛을 순식간에 바꿔 놓는 것
하지메는 어머니와 소면을 먹으며, 아버지와의 추억이 서린 생강 이야기를 한다. 이들은 생강을 넣으면 모든 맛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고 말하며, "넣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이들은 사실 모든 걸 바꾸는 선택을 꽤나 잘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랑 하나가 쏙 들어와 전혀 달라져 버린 삶을 받아들인다. 걸음의 속도가 다른 사람을 기다리며, 오지 않을지도 모를 미래를 기다리며, 소소한 하루하루를 채워 나간다. 열심히 일하고, 여름 밤에 앉아 수박을 먹고, 나란히 앉아 소면을 나누면서 찬찬히 일상을 보낸다.
도시의 시간은 결코 걸음이 빠른 사람들의 시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경주나 교토처럼 오랜 고도들은 언제나 걸음이 빠른 사람들의 시간 뒤에, 그렇게 찬찬히 일상을 영위한 시간들로 채워졌을 것이다. 먹고, 일하고, 사랑하면서.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 또한 인생의 맛을 바꿔 놓는 사랑의 추억일 것이다. 나와 다른 방향에서 이 영화를 볼 누군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걸음의 속도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더 자주 듣고 싶어진다. 로맨스라는 장르에 이 마음을 웅숭깊게 담아낸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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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이란 무엇인가
임신과 출산은 인간에게 엄청난 사건이다. 생명으로 태어나 삶을 누리다가 나와 비슷한 생명을 낳고 주검으로 돌아가는 것, 그게 삶의 순환이다. 우리의 몸은 생명을 낳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인간은 임신과 출산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동물이다.
임신과 출산은 세포의 관점에서도 엄청난 사건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터지는 우주적 재난을 이겨내고, 끝없는 시련을 거쳐 다세포생물인 하나의 아기로 탄생한다. 우리는 임신과 출산을 인간의 입장으로만 바라보았지, 세포 입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생각해보진 않았다. 이전에 <마이키 이야기>와 같은 영화에서 정자를 의인화해서 표현한 적이 있으나, 그것은 완전히 나이브하게 연출되어 있다.
그렇다면 실제 세포의 관점에서는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이 벌어질까? 영화 <그래비티(Gravity, 2013)>는 임신과 출산을 세포의 관점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재난 영화다. 그리고 한 인간이 고통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과정을 임신과 출산으로 비유해, 단순하지만 절대 단순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안락한 세계로부터 이탈 - 사정
영화 <그래비티>는 허블 우주 망원경이 돌고 있는 궤도인 지상 600km의 고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지구의 대기권은 대략 100km 정도로, 600km까지 올라가게 되면 거의 공기가 없다. 인간은 지구의 표면에서 살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 따라서, 공기나 산소가 없는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 인간이 지표를 떠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임무전문가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은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러 허블 망원경 궤도에 우주왕복선을 타고 올라왔다. 임무 사령관인 우주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는 수리하는 라이언 스톤 옆에서, 괜히 우주 유영시간 기록을 늘리고 있다가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그녀를 옆에서 도와준다. 그러다 갑자기 사고가 터진다. 러시아가 자국 인공위성을 미사일로 폭파시킨 잔해-데브리스들이 연쇄반응(케슬러 신드롬)을 일으켜 라이언 박사와 코왈스키 일행을 덮친다. 재미있게도, 이 사건들은 인간이 사정하는 과정을 정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과 아주 유사하다.
그럼 정자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정자는 고환에 있는 세정관에서 만들어진다. 세정관 속에 정원세포가 있고, 이것이 제1정모세포, 제2정모세포, 정세포를 거쳐 정자로 성숙한다. 이렇게 몸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나의 정자가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74일이다. 영화 시작 때 코왈스키는 이번 임무가 기분이 좋지 않다며 자신의 아내가 바람피우던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 74년형(!) GTO를 몰고 떠나 버렸다고 한다. 이 밖에도 코왈스키는 계속해서 성과 관련된 잡담을 계속한다.
사정한다는 행위는 인간에겐 쾌락일지 몰라도, 정낭에 잘 있던 정자의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벌어지는 우주적 재난이다. 정자는 사정하지 않고 몸속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부고환에서 흡수해 사라진다. 그러나 몸 밖으로 배출되면 급격하게 수명이 줄어든다. 특히 혐기성 세포인 정자는, 인간이 산소가 없으면 죽는 것과 반대로 산소와 닿는 것이 치명적이다. 질 안으로 배출되면 정액과 질액이 있으므로 3일 정도는 생존할 수 있지만, 몸 밖으로 사정해 공기에 노출되면 1시간 안에 죽는다. 마치 <그래비티>에서 공기가 없는 광활한 우주로 조난당하는 라이언 스톤과 정반대지만 같은 이야기다. 자신이 태어난 세계로부터 타의에 의해 이탈하는 것이다. 정자의 안락한 세계는 부서지고 외계로 던져진다. 그것이 사정이다.
이제 라이언 스톤과 코왈스키는 지구와의 교신이 완벽하게 끊어졌다. 몸 밖으로 배출된 정자도, 자신을 만든 몸과 교신을 할 수 없다.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라이언 스톤과 코왈스키는 하얀 우주복에 긴 끈으로 연결된 모습을 하고,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우주정거장을 찾아간다. 정자 역시 긴 꼬리를 가지고 헤엄치며, 자신들이 살기 위해 난자를 찾아간다.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아래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주 속 새로운 보금자리 - 수정
라이언 스톤이 우주정거장에 있는 소유즈 호에 들어가기까지 다른 우주비행사들의 희생이 있었다. 사고 당시 희생된 우주왕복선의 승무원들부터, 그를 우주정거장까지 데려다준 코왈스키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왈스키는 전문 우주비행사답게, 전혀 멘탈이 흔들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생존을 계산해 라이언 스톤을 살린다. 우주정거장에 겨우겨우 도착한 라이언 스톤은, 에어락에서 자신의 우주복을 벗어던지고 에어락에서 웅크린 채로 공기의 안락함을 잠시 느낀다. 이 일련의 과정들은 마치 수많은 정자들이 죽음의 어려움을 이기고 난자에 도착해, 자신의 꼬리를 자르고 단 하나의 정자만 난자 속에 들어가 수정하는 것과 같다.
예전에는 정자가 활동성을 가졌기에 수정되기 전 인간을 정자에 비유하는 컨텐츠가 많았지만, 사실 정자에 비해 난자가 훨씬 크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세포다. 그리고 난자가 꼬리가 없다 하여 수동적으로 차례차례 하나씩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자 역시 수많은 난포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 성숙한 난자가 배출된다. 가장 먼저 성숙한 난자는 다른 난자가 성숙하지 못하도록, 난포자극 호르몬을 억제해 다른 난포들의 성숙을 방해한다. 난자는 인간의 세포 중 가장 큰 세포이며, 정자는 인간의 세포 중 가장 작은 세포다. 참고로, 알도 난자이므로 알은 하나의 세포다.
원래 <그라비티>의 재난 상황에서는 라이언 스톤보다 코왈스키가 생존할 가능성이 더 컸다. 우주유영을 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고, 무중력 상황에 훈련되어 있고 아주 익숙했기 때문이다. 자신도 자신이 당연히 살 줄 알았기에, 라이언 스톤을 구할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고, 우주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겨우 매달리게 된 끈이 버티기엔 둘의 합쳐진 운동에너지가 너무 컸다. 코왈스키는 그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고, 질량을 줄여 운동에너지를 줄임으로써 라이언스톤을 살렸다. 이 과정에서 훈련받은 우주인인 코왈스키의 냉정하고 합리적이며, 평온하게 결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보통의 우주영화에서는 이런 장면에서 눈물 콧물을 흘리며 훈련받은 대원 답지 않게 감성적이 되어버린다. 특히 작품성이 낮은 SF에서 이런 장면에 '신파극'을 넣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연출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그런 영화는 이미 시대가 지났고, 실제 우주인들도 그렇지 않다. 굉장히 담담하고 냉철하다. 아폴로 13호와 지상 나사 기지의 통신 "휴스턴, 문제가 생겼어(Houston, we have a problem)"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사고에도, 얼마나 우주인들이 냉정하게 기지와 교신하는지 보여주는 예시다. 코왈스키는 그처럼 농담을 섞어가며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맞이한다. 오히려 그래비티는 우주인의 감정을 극도로 절제해, 주인공 라이언 스톤과 관객의 감정을 더 극대화시켰다.
하나의 생명이 만들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한가. 마치 라이언 스톤이 우주정거장 에어락에 안착하기까지 코왈스키의 희생이 필요했던 것처럼. 정자 하나가 난자와 수정하기 위해, 수억의 정자들이 동시에 출발해 죽음을 쌓아간다. 정자의 죽음이 많아야 수정이 되는 이유는, 먼저 도착한 정자들이 효소를 방출해 난자의 방어막인 난구세포를 없애고 죽기 때문이다. 생명은 수많은 죽음 위에 만들어진다.
외계로부터의 교신 - 태교
라이언 스톤은 우주정거장 ISS로 피했지만, 우주정거장에선 화재와 폭발이 일어나 급하게 소유즈 호를 타고 탈출한다. 그러나 소유즈호는 펴진 낙하산에 걸려 표류하고,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날아온 파편들에 의해 우주정거장은 산산이 부서진다. 그 탈출과정에서 소유즈호는 몇 안 남은 연료마저 다 써버렸다. 그리고 라이언 스톤은 절망한다. 라이언 스톤은 중국의 우주정거장인 톈궁과 AM주파수를 통해 교신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교신은 톈궁이 아니라, 지상에 있는 영어를 못하는 남자 '아닌강'이 받게 되고 둘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각자의 이야기만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 라이언 스톤은 우주 멀리 사라진 코왈스키의 환영을 보게 된다.
라이언 스톤이 외부세계(아닌강, 코왈스키)와의 대화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살 길을 찾는 모습은, 마치 태아가 자궁 외부에서 오는 소리나 산모의 영양과 호르몬에 영향을 받아 자라나는 '태교' 유사하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게 되어 수정란이 되고, 태아가 되면 산모와 분리된 생명체가 된다. 산모와 태아는 태반을 통해 임시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그 속에 태아는 양막에 둘러싸인 채 양수 속에서 몇 개월의 삶을 살아간다. 태아는 엄마나 외부의 세계나 외부의 존재를 알 수 없다.
태아가 16주부터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태교열풍이 불기도 했지만, 사실 태교가 얼마나 태아에게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태교가 실제로 태아를 교육하는 효과가 있거나 성장하는데 직접적인 형향을 준다기보다는, '태아를 잘 키우고 있다'는 마음을 주게 해 산모를 안정시키는 데 더 효과가 있다고 보인다. 어떤 것에서 안정을 느끼는지는 평소 산모의 생활에 따라 다르므로, 사람마다 태교의 방법도 달라진다. 꼭 남들이 하는 것처럼 모차르트 음악을 듣거나, 교육적인 동화책을 읽거나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양수 속에 있는 태아는 <그래비티>에 라이언 스톤처럼, 우주공간에 있는 우주인과도 같다. 온 우주에 자신만이 고독하게 있고, 외부의 소리는 이해하기 힘든 소리들로 들린다. 외부의 사람들은 태아가 자신의 말소리를 알아듣는다며 좋아하고 불러보곤 하지만, 태아는 라이언 스톤이 아닌강의 말을 듣는 것처럼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 정도를 느낄지도 모른다.
<그래비티>에 나온 아닌강의 교신내용은,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아들이자 <그래비티>의 공동 각본가이기도 한 조나스 쿠아론이 만든 단편 <ANINGAAQ>에 잘 나와있다. <ANINGAAQ>은 라이언 스톤이 듣던 목소리가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인지, 그때 들리던 개 소리는 어떤 거였는지 알게 해 준다. 이 역시 생과 사에 대한 여운을 남기는 단편영화이다.
중력의 세계로 - 출산
코왈스키의 말을 듣고 각성한 라이언 스톤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진다. 두려워하고 포기하고 싶어 하는 상처 입은 인간에서, 냉정하고 용기 있게 살려는 의지를 불태우는 인간으로 바뀌었다. 살려고 하는 그녀의 몸부림엔 거칠 것이 없다. 라이언 스톤은 소유즈호의 착륙장치를 발사시켜 중국의 우주정거장인 톈궁으로 다가가고, 소화기를 써서 톈궁의 가까이로 간다. 톈궁도 이미 데브리스에게 많은 손상을 입어, 속력이 떨어져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중이었다. 라이언 스톤은 전혀 개의치 않고 톈궁으로 들어간다.
라이언 스톤은 ISS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톈궁에 도킹하고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는 우주선인 중국의 선저우호를 찾는다. 영화 상에서 선저우호와 소유즈호는 같은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나오지만, 모두 중국어로 쓰여있어 쉽지 않다. 점점 톈궁은 지상으로 떨어진다. 지구의 중력 때문이다. 우주의 궤도를 안정적으로 돌던 우주선은 대기권과의 마찰로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고 망가진다. 우주에서 라이언 스톤과 같은 우주인을 자궁 속 태아처럼 감싸고 지켜주던 우주 정거장과 우주선은, 이제 분해되기 시작한다. 중력이 없던 세계에서 중력의 세계로, 생명이 없던 공간에서 생명의 세계로. 출산이 시작된 것이다.
출산은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내 안락한 세계를 파괴하는 과정이다. 출산을 하지 못한다면 태아는 산모의 영양분을 계속해서 빨아먹고 사는 기생생물일 뿐이다. 태아를 감싸고 있는 양막은 일종의 알껍질이다. 이 알껍질을 깨지 못한다면 산모도 태아도 죽을 수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로 유명한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처럼.
라이언 스톤은 딸이 사고로 죽은 것을 계속 자책하며, 그 고통 속에 자신을 가둬버렸다. 상처받은 인간이 고통과 우울 속에 자신을 가두는 것은,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안락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죄책감으로 감싸고, 그 안에 숨어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주에 홀로 떨어져 나와 고립되었던 라이언 스톤처럼, 세상과 단절된다. 상처를 외면하면 치유되지 않는다. 상처는 들여다보고, 벌리고, 약을 발라야 치료된다. 라이언 스톤은 이도저도 아니고, 하염없이 드라이브를 하며 그냥 되는대로 살아갈 뿐이었다. 그때 코왈스키의 환영이 한 말은 라이언 스톤이 고통으로 자신을 감싼 세계를 깨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당신의 선택이야.
계속 가기로 했으면 그 결심을 따라야지.
편하게 앉아서 드라이브를 즐겨.
두 발로 딱 버티고 제대로 살아가는 거야.
집에 갈 시간이야."
편하게 있을 수도 있다. 세상을 외면하고 혼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죽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 집에 갈 시간이다. 딸의 죽음을 보내 줄 시간이다. 그리고 살기로 마음먹었으면, 제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라이언 스톤은 죽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딸의 죽음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고통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깨고 나오기로 한다.
톈궁은 대기권 진입으로 모든 것이 불에 타며 녹아내린다. 라이언 스톤이 알던 세계는 장엄한 음악과 함께 산산이 부서진다. 그것은 바로 숭고한 출산의 광경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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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세계인 지구로 떨어진 라이언 스톤은 마치 양막을 찢고 나오듯 선저우 호의 문을 열고, 양수 가득한 우주선에서 밖으로 나온다. 중력은 사물을 끝없이 중심으로 떨어트린다. 하지만 라이언 스톤은 그것에 굴하지 않았다.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서, 흔들거리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선다. 그녀는 고통을 깨고 나와 새로 태어났다. 고통을 이겨내고 일어선 인간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 고통을 들여다 보고, 그 고통을 깨고 나와 떠나보내고 다시 태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하기로 했으면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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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뉴먼츠 맨
모뉴먼츠 맨
전쟁은 고도의 경제행위라고 맑스(레닌인가?)는 말했다. 특히 침략국-1,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청일, 러일 전쟁과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습격한 일본-은 전쟁을 일으켜야 하는 구체적 명분을 대외에 공표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전쟁의 합리적 이유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전쟁 자체가 이미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1592년, 조선을 침략한 일본의 경우, 이미 16세기 초(1510년 경)부터 왜구들이 조선의 남해안 일대를 꾸준히 침략해 노략질을 하고 있었고, 조선관군, 수군은 왜구의 난동을 진압하느라 고생했다. 1510년 4월에 삼포왜란이 일어났고, 1555년에도 을묘왜변이 발생해 지역에 큰 피해를 입었다.
일본은 16세기 들어서면서 전국시대에서 내부적 통일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오다 노부나가가 통일을 추진했으나 통일을 완성한 인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중심으로 일본의 각 지역 영주들이 권력의 서열을 인정하고, 위계질서가 확립되며, 일본의 내정이 안정되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형식적으로 통일은 했지만, 지역 영주의 존재는 여전히 중앙 정부를 위협하고 있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권력과 권위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조선 침략의 명분은 일본이 명나라를 공격할 것이니 조선은 길을 내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이었고, 그런 말을 한 일본도 거짓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목표는 세 가지였다. 자신이 명나라를 공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명나라의 황제와 자신을 동급으로 격상하는 것, 결국 권위와 권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 조선을 침략하기 위해 내부의 문제를 전부 봉합하고, 군사를 모으려면 지방의 영주들에게 소속된 군인을 차출해야 하는데, 이는 지방 영주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지방 영주가 전쟁에 참가하도록 해 결국 자신의 명령 체계를 따르도록 하는 효과를 낳는다.
마지막으로, 조선을 침략해 마음껏 조선의 재물을 약탈할 수 있으니 당시 일본보다 앞선 문화의 조선에서 온갖 금은보화, 예술품을 약탈해 일본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일본이 조선보다 앞선 분야는 전쟁무기였다. 일본은 15세기 후반부터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유럽 상인들에게 조총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조선과 똑같이 칼, 창, 활 등 재래식 무기만 쓰던 일본의 영주들은 유럽의 조총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한 발 장전하고 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무기였지만, 활보다 먼 거리에서 적을 살상할 수 있고, 살상력 또한 매우 높다는 점에서 신무기의 위력은 대단했다.
유럽의 16세기 전쟁에서도 드러나듯, 조총부대는 2열 또는 3열로 서서 1열의 군인이 총을 쏘면, 2열의 군인이 장전된 총을 건네주고, 3열의 군인이 재장전을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따라서 총을 발사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면 적을 살상하는 공격 효과가 시간에 비례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권력의 확립, 내부 문제의 봉합, 침략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을 목표로 조선을 침략했고, 초기에는 일본의 의도대로 성공하는듯 했지만, 7년 전쟁을 통해 일본은 패배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본은 조선의 재물과 사람을 약탈해 일본으로 가져갔고, 지금도 조선의 보물 일부가 일본의 보물로 지정, 전시되어 있으며, 도자기 장인을 비롯한 많은 조선사람이 일본에서 문화, 예술의 수준을 향상시켰다.
1차 세계대전은 1914년에 발발했지만, 전쟁의 발화는 1871년 보불전쟁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이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비스마르크는 독일제국을 통일하고, 독일은 산업과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한다.
1차 세계대전의 직접 원인으로 알려진 사라예보에서의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 암살사건은 당시 유럽의 복잡한 정치, 민족 구조가 원인이었고, 전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 사건이었으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에 최후통첩을 보내고, 세르비아가 10개 항목 가운데 8개 항목을 수용했음에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전쟁을 선포한다. 이어서 러시아가 총동원령을 내리고, 독일이 러시아를 향해 선전포고한다.
이렇게 유럽에서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면서 이미 아시아에서 식민지를 넓혀가고 있던 일본은 연합군에 합류한다. 일본은 영국과 동맹을 맺고 있었고,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향해 선전포고 한다.
아시아에서 일본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얻은 이익은 상당하다. 우선 아시아에서 국제적 발언권과 영향력이 높아졌고, 중국에 있는 독일의 조차지인 산둥반도와 태평양의 독일령 남양군도를 점령해 식민지를 확대하는 이익을 봤다.
독일을 포함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 제국(터키), 불가리아 왕국은 전쟁에서 패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다. 오스만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해체되었고, 영토와 인구를 잃는다. 독일은 외국 식민지를 모두 잃고, 본토 역시 알자스, 로렌 지방을 프랑스에 빼앗겼으며, 무엇보다 연합국에 배상해야 할 전쟁배상금으로 목이 졸린 상태가 되었다.
1918년 11월 11일, 전쟁이 끝났지만 유럽에서는 약 9백만 명이 전쟁으로 죽었다. 그리고 불과 20년이 지나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데, 전쟁을 일으킨 주역이 다시 독일이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전쟁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는데, 이 비용이 너무 막대해 독일 국민의 불만이 높았고, 극우 정당인 독일사회민주당에서 히틀러가 총통으로 등장하며 독일 국민의 불만을 인종차별과 유대인 학살, 전쟁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히틀러의 전략은 16세기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쓴 전략과 같다. 내부의 불만 즉, 독일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을 프랑스, 영국 같은 주변 국가의 압력으로 돌리고, 전쟁배상금의 부당함을 역설하며, 유럽 전체에서 미움을 받고 있던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키워 나간다. 유대인은 이미 역사적으로 비유대인들의 미움을 받는 존재였으며, 유대인 학살은 여러 세기를 거쳐 크거나 작게 늘 있어왔던 사건이었다.
히틀러는 게르만 민족의 순수혈통론을 내세우며 유대인 말살 계획을 세운다. 독일 영토에 살던 유대인은 게토로 강제 이주당하고, 독일이 침공한 폴란드를 비롯해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유대인은 게토와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히틀러는 유대인들이 소유한 모든 '동산'을 압수했다. 유대인들이 게토나 수용소로 갈 때는 가방 한두 개의 단촐한 살림일 수밖에 없었는데, 집에 있던 재산 가운데 미술품, 가구, 은식기, 은촛대 등 값비싼 세간은 독일군이 모두 압수해 체계적으로 분류, 보관했다.
나중에 유대인 학살이 본격 진행하면서 유대인이 소지하고 있던 보석, 목걸이, 반지를 비롯해 심지어 금이빨까지 수집해 따로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런 물건들이 전쟁이 끝난 다음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영화에서 금괴 100톤를 발견하자 당시 최고사령관이던 아이젠하워와 브래들리, 패튼이 금괴가 있는 광산까지 찾아와 사진 찍는 장면이 나온다. 예술품을 찾는 작전에는 아무 관심이 없던 지휘관들이 금괴의 발견에 호들갑을 떨며 나타난 것은, 이 전쟁의 속성을 드러낸다.
실제, 연합국 가운데 미국과 쏘련은 독일이 유럽 여러 나라에서 뺐은 예술작품과 금괴 등을 자기 나라로 가져갔다. 영화에서는 예술품이 인류의 유산이고, 원래 있던 곳으로 온전히 반환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고 또 실제로 대부분의 예술품은 원래 있던 지역으로 돌아간 것도 사실이지만, 군인들의 개별적 약탈까지 막지는 못했다.
독일이 예술품을 비롯한 가치 있는 재산을 '전략적'으로 약탈한 것과 달리 미국과 쏘련은 2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금괴를 제외한 예술품 등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약탈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군이 유럽에서 저지른 범죄는 만만치 않다. 전쟁 시기에는 어느 나라의 군인이든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르기 마련인데, 이것은 연합군이건 추축국이건 가릴 것이 없는 전쟁범죄였다.
2차 세계대전에서 군인들이 개별적으로 약탈한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잘 알 수 있는 장면이 미국 TV프로그램인 '전당포 사나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에서 결코 볼 수 없는, 유럽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물건들이 개인의 손에 들려 전당포로 오게 된다. 전당포에서는 이 희귀한 물건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빙해 확인하고, 비싼 값으로 거래된다.
물론 모든 물건이 약탈품이라고 보긴 어렵다. 전쟁 이후 많은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이민 왔고, 그 과정에서 희귀한 물건을 소지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유럽의 희귀한 물건들이 나오는 것이 꼭 미군의 약탈로 인한 것이라는 단정은 옳지 않다. 그럼에도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이 개별적 약탈은 한 사례는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군이 본격 약탈을 시작한 건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 이후였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이 아직 독립하기 전인 18세기 초반부터 미국은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에 진출하면서 이미 약탈을 시작했다. 미국은 제대로 된 나라를 세우기 전부터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하면서 폭력으로 다른 나라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던 원주민을 살육해 멸종에 이르게 했고,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도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약탈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을 거치면서 국가대 국가의 약탈까지는 아니어도 개별적 약탈과 일부 지휘관의 암묵적 약탈 행위를 눈감아 주는 방식으로 점령국의 예술품과 금괴 등을 미국으로 가져갔다.
이후 중동에 직접 개입하면서 미국은 드러내놓고 약탈한다. 그것도 군인 개별적인 약탈이 아니라, 군의 지휘부의 통제에 따른 전략적 약탈이 벌어진 것이다. 이것은 곧 미국의 공식 입장이며, 미국 정부가 미군을 통해 약탈을 계획, 집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가장 먼저 무력으로 확보한 곳은 은행, 박물관, 미술관 등이었다. 전쟁과 동시에 이곳은 이미 약탈당하고 있었는데, 미군은 약탈을 방조, 방관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약탈의 주범이 자기 나라 국민이라는 점에서, 이라크도 할 말은 없지만, 미군 역시 많은 문화재와 보물을 약탈했으며, 특히 은행 금고에 있던 금괴를 미국으로 반출한 의심을 받는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나라다. 8천톤이 넘는 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온전히 미국땅에서 나온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 금본위제 당시 벌어들인 금이라고 해도 다른 나라와 너무 심하게 차이가 많이 난다. 금은 약탈 품목에서 최우선이었다. 미국은 17세기부터 다른 나라를 침략해 금을 약탈했으며, 이렇게 모인 금과 19세기 중반(1840년대) 미국에서 '골드 러쉬'가 일어나 금광과 사금 등 금을 캐는 사람이 캘리포니아로 몰리면서 몇 년 사이 금광에서 캔 금은 수십 톤이 넘었다.
여기에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와 영국이 미국과 캐나다에 맡긴 금이 더해졌다. 프랑스와 영국은 독일에게 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미국과 캐나다에 금을 맡겼다.
미국은 '전시무기대여법'을 시행하면서 연합군에게 무기와 피복, 식량, 각종 장비 등을 빌려주거나 팔았는데, 이때 대금의 상당 부분을 금으로 환산해 받았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은 약 2만2천톤의 금을 보유할 정도였는데, 이는 당시 세계 전체 금 보유량 2만9천톤의 약 80%에 해당하는 양이다.
금본위제를 시행하던 시기, 미국은 35달러에 30그램의 금을 교환하는 정책을 폈고, 달러를 금과 맞바꾸면서 달러는 기축 통화로 자리잡는다.
미군은 한국전쟁 당시에도 한국의 문화재를 약탈한 증거가 있다. 한국전쟁은 이념전쟁이자 강대국의 대리전쟁이라는 성격을 갖는데, 우리에게는 지금도 끝나지 않은 비극이지만, 강대국 특히 미국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려는 목적과 공산주의의 남하를 저지하려는 의도로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도 약탈을 자행했다.
이 영화는 미군의 특수부대-예술품 반환-의 활약을 그리고 있지만, 영화의 긍정적이고 감동적인 장면만 볼 수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미국은 연합군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고, 보편적 정의를 실현한 것도 분명하지만, 그들이 드러내기 꺼려하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삭제된 전쟁범죄 또한 엄청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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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승-전까지 전력질주, 결에서는 경보 '베테랑 2'
선하게 생긴 막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이다. 말 그대로 베테랑인 서도철. 오늘도 범죄자들 잡기에 여념이 없다. 팀은 그대로다. 상관은 오재평(오달수). 동료는 봉윤주(장윤주), 왕동현(오대환), 윤시영(김시후)다. 네 명의 팀원끼리 주부 도박단을 해치운 서도철의 팀. 어느 날 대학 교수가 살해됐다는 뉴스를 본다. 앵커는 살해당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이 사람은 과거에 제자를 성폭행한 전력이 있지만 의심만 남겨둔 채 무혐의로 풀려났다. 제자는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분을 샀던 교수. 하지만 교수는 보란 듯이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적절한 처벌을 받지 못한 범죄자가 살해당한 것이다. 연쇄살인이라는 직감이 문득 드는 서도철. 이미 과거에 처벌을 적게 받은 범죄자들이 연이어 살해당한 바 있기 때문에 연쇄살인마일 거라는 추측이 어렵지 않았다. 이 연쇄살인마 '해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고 했던 어느 날. 경찰 내부에서 전석우(정만식)가 출소할 거라는 말이 들린다. 전석우는 과거에 어떤 여성을 밀쳐 죽게 한 혐의가 있었다. 혐의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감옥에 있지 않았던 전석우. 한국사회가 들끓는다. 1편에도 나왔던 박승환/정의부장(신승환)이라는 유튜버는 온 사회에 미움을 뿌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화가 난 여론에 불을 붙이는 소셜 미디어와 유튜버들. 온 세상이 범죄자들에게 응당한 처벌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어수선한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한다. 과연 서도철과 동료들은 '해치'를 잡을 수 있을까?
<괴물>
글쓴이가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봉준호의 <괴물>이다. 그 이유는 <괴물>이 한강 대로변에 튀어나온 괴물만을 보여주려 했던 건 아니듯 <베테랑 2>도 서도철이 범죄자들을 잡는 것만이 핵심인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두 영화는 '어떻게'의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간다. 위에서 쓴 바와 같이 글쓴이는 <괴물>처럼 <베테랑 2>가 세계의 구성요소를 그렸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바로 빌런 '해치'의 캐릭터 세팅과 미디어를 활용한 방식 때문이다.
이 영화의 메인빌런은 '해치'라는 연쇄살인마다. 해치는 쉽게 말해 자경단이다. 자경단의 뜻은 간단하다. 경찰이 아닌데도 타인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 내지는 치안유지를 위해 시민들이 결성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해치는 이 단어의 정의에 따라 움직인다. 한국사회에서 악하지만 올바른 처벌을 받지 않았던 사람만 골라 살해하는 것이다. 이 자경단 연쇄살인마와 베테랑 형사 서도철의 대립이면 사실 '범죄도시'랑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해치를 둘러싼 환경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 환경이 이 영화가 정말 보여주고 싶었던 것 그 자체다. 이 영화를 이끄는 질문 두 가지는 '해치가 과연 누구일까?'와 '해치가 언제 잡힐까?'라는 서스펜스라고 생각한다. 후자는 영화가 메인빌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어렵지 않아 이해하기 쉬운데 전자를 놓치면 이 영화의 미덕을 잃기 쉽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가 해치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써 본다. 이 영화는 사실 거대한 속임수를 통해 해치를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의 모티브 중 하나는 자경단이 가진 딜레마인 판단이다. 판단이라는 게 뭘까? 어떤 인간이 타인 간의 사건에 대해 이거다!라고 의견을 내는 일이다. 우리 직업이 대법원장이 아닌 한 이건 실수하기 쉽다. '네가 뭔데 남을 판단해?'라는 말에는 '나 혹은 너의 판단이 매번 올바르지 않다'는 불확실성을 전제로 깔고 간다. 이 영화는 그 불확실성을 동력 삼아 질주한다. 어떤 인간이 나와서 누구를 판단한다. 그리고 그 판단에 따른 사건이 영화의 플롯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그 판단에 깔린 감정이 한국사회를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본 작은 묘사 한다. 이렇게 <베테랑 2>가 영화 안에 빼곡한 정확한/부정확한 판단으로 구성된 것은 <괴물>이 당시 한국사회라는 괴물을 묘사한 것과 유사하다. 단순히 영화가 서도철의 추격극만 담은 것이 아니라 시대상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다. 해치는 한 명이 아니다. 여러분도 눈 크게 뜨고 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영화가 '무엇을 믿을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미디어를 표현한 방식도 흥미롭다. 정의부장이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글쓴이는 정의부장이 이 영화에서 구사하고 있는 논리가 영화의 통일성을 살리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중략한다). 이것에 연장선상에서 영화 안의 정보가 어떤 도구로 통제되고 있는지가 흥미로웠다. 이게 1차원적으로 무작정 나쁘다는 식의 묘사가 있었다면 영화가 가진 깊이를 더 얕게 만드는 수가 됐을 텐데 이걸 경제적으로 활용한 덕에 논리적인 접근법에는 여지가 없다. 이 영화가 구사하는 게임 중 하나는 '이게 정의라고 생각해?'다. 이 말은 곧 '저거도 정의고 이거도 정의 같은데?'라는 양자택일의 딜레마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점을 미디어를 통해 잘 살렸다. 영화가 기본적인 설계에 있어 성실했다는 의미다.
이질감이 크다고 생각할 것 같은
이 영화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캐릭터는 바로 주인공의 아들서우진(변홍준)이다. 해치의 자경단 활동을 막는 게 영화의 핵심인데, 아들 서우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인물 역시 영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의 핵심 중 하나는 타인이 타인에 대해 쉽게 가하는 폭력이고, 이것이 온라인상에서 쉽게 유통된다는 것이 그렇다. 영화는 이 쉽게 유통되는 폭력을 우진이가 겪게 만든다. 사실 아버지 서도철은 이 문제를 근작에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형사 서도철은 직업인으로서의 자신에 취해서 이 문제를 깊게 이해하지 못했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 이야기의 해결과정에 있어 꼭 필요하니까. 이게 단지 부자간의 관계만 1차원적으로 보이면 흔히 말하듯 '기능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적어도 류승완 감독이 진단한 한국사회의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더 들여다볼까? 아예 아버지 서도철의 입에서 나오는 몇 대사와 아들 서우진이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 그 근원이 설정되어 있다. 이 부분은 영화가 시대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어쩌면 이게 원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내면의 무언가를 이 영화에서 분명하게 강조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마무리라는 측면에서도 아들 서우진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영화가 뭘까? 이 한국사회를 가로지르고 있는 수많은 분노에 대해 해부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진 역시 마찬가지로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분노를 내면에 갖고 있다. 이 인물을 둘러싼 두 가치가 충돌한다. 사회가 미디어를 통해 만든 분노 vs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지는 것의 충돌이다. 영화가 전자를 지배적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에 후자가 좀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물론 후술 하겠지만 영화가 실제로도 후반부를 갑자기 마무리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것에 대해, 그러니까 사회구조적으로 만들어진 분노에 대해 대비되는 가치로 서우진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온갖 오판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우리에게도 남아있다는 걸 강조하는 것이다.
충무로 액션 키드?
보통 류승완 감독하면 관객들이 바라는 건 액션 연출일 것이다. 우선 좋았던 것부터. 이 영화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박선우의 액션은 내내 호쾌했다. 이 인물은 이야기 전개상 액션이 굉장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용하는 액션 장르(?)상 몸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면 유치해지기 쉽다. 정해인 배우는 합을 맞추기 이전에 동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고 구사한다. 장면을 짧게 잘라서 빠른 템포로 이어 붙인 연출이 아니라 그 장면을 찍기 위해서 여기선 이렇게 움직이고 어떤 인물은 저 방향으로 빠지는 식의 동선을 잘 정립한 티가 났다. 대표적으로 박선우와 서우진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몇 있는데 이 시퀀스는 인물의 카리스마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좋은 선택이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어떤 액션 장면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여러분이 이 <베테랑 2>의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보면 눈에 띄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서도철과 박선우가 빗속에 있는 장면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생각나 류승완이라는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생각해 보면 잘 어울리는 장면인 듯하다. 물론 이 장면은 실제로 영화 안에서 처절하게 잘 구현됐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 장면 역시 이 영화가 핵심으로 다루고 있는 딜레마를 정통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은 영화가 통일성이 있다는 점에서 나름 류승완 감독이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심지어 비가 누구한텐 안 내리고 또 특정인에겐 내리고 하는 게 아니잖아?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점에서 빗속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당위성도 가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 글쓴이는 액션의 핵심 중 하나가 전달력이라 생각한다. 누가 어떻게 뭘 때리고 받고 해야 액션의 박진감이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이 영화에서 정해인, 황정민 두 배우가 보여주는 액션은 정말 온갖 고생 다 했다는 점에서 대단했지만 장르적인 특성을 잘 살린 선택이었는지는 미지수다. 화려해서 전달력이 좋은 것과 너절해서 복잡해 보이는 것이 한 영화에 다 들어가 있다.
경향성을 띈다고 봐도
언제부턴가 류승완 감독의 영화들이 올드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이 <베테랑 2>는 류승완의 올드화(?)가 두드러지는 영화였다. 아마 많은 분들이 지적할 것 같은 오프닝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모르겠다. 이 영화는 엄연히 전작이 있는 시리즈물이다. '조태오'라는 단어가 영화 전면에 등장하고, '내가 죄짓고 살지 말랬지?'라는 말이 본작에도 등장한다. 그래서 오프닝이 시리즈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등장한 것 같다. 선의로 해석하면 이렇고 사실 영화를 보고 느낀 그대로 써보자면 이게 아니어도 시리즈의 연결성은 파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또, 액션 장면이 들어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게다가 장면이 영화 후반부까지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더 나아가 오프닝이 자경단 부추기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단 조금도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건 봉윤주(장윤주)가 이상한 자세로 누워있는 것뿐이다.
그리고 어느새부턴가 류승완의 영화들이 후반부가 엉성해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정말 중요하다. 영화가 보여주려고 하는, '어떻게 악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에 집중한 연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상업영화다. '베테랑'이라는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다. 그렇다면 마무리에 있어 더 숙고했어야 했다. 사이다를 고르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더 정의의 의미에 탐구하고 싶었던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영화가 내적 논리를 지키기 위해 둔 선택이 납득이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후반부의 전개가 허점이 크다는 걸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그 단점을 가리지 못했다는 게 패착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이렇게 해야만 해!'라는 판단이 느껴지기는 하나, 영화가 '이렇게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데에는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군함도>에서 억지로 감정적인 울림을 유발했던 점이나 <밀수>에서 VFX가 엉성했던 것이 연상된다. 이 단점은 치명적이라 영화 전체적인 완성도에 태클이 들어올 수준이다. 영화가 내내 윤리 게임을 벌이다가 갑자기 대충 수습한 다음 '이거 보고 싶었지'하고 끝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의란 무엇인가>?
이 영화가 류승완 감독의 야심을 오롯이 담았다는 데에는 여지가 없다. 이 영화는 류승완 감독이 <부당거래>가 공권력의 그림자를 다루듯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가감없이 표현한 영화이기도 하고, <짝패>에서 다룬 처절한 액션을 구현한 영화이기도 하다. 또 황정민이라는 베테랑의 역량이 발휘된 영화이자 정해인의 여러 얼굴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류승완이라는 예술가가 이젠 그의 거대한 천재성을 혼자서만 발휘하기는 어렵지 않나라는 우려가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문제만 해결하면 장땡이라는 것, 그러니까 자경단의 속성으로 한국사회를 들여다보겠다는 야심은 눈에 들어오나, 그걸 잘 마무리했나?라는 관점에선 아니오라는 답이 딸려오는 영화가 <베테랑 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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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 - ‘잘못된 믿음에 묶인 소녀의 비명’
캐리 (Carrie)
개봉일 : 1978.09.17 (한국 기준)
감독 :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 씨씨 스페이식, 에이미 어빙, 윌리엄 캇, 낸시 알렌, 존 트라볼타, 베티 버클리
‘잘못된 믿음에 묶인 소녀의 비명’
“소름 끼치는 캐리다!” 영화 속 아이들은 캐리를 이렇게 부른다. 아이들의 시선이 꽂힐 때마다 두려움에 파르르 떨리는 소녀의 속눈썹이 무척 안타깝다. 어리고 나약한 소녀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고통을 겪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캐리>는 종교에 관한 그릇된 믿음을 가진 어머니 밑에서 자란 소녀에 관한 이야기다. 캐리의 엄마 마가렛은 “최초의 죄악은 성교다.”라고 외치며 딸의 모든 것을 제어하려고 한다. 그녀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조각상 밑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잘못된 믿음에 바친다.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캐리는 당연하게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이상한 믿음을 가진 집안의 아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다. 또래 아이들에겐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상들이 캐리에겐 공포와 고통이 되어 다가온다.
만일 상처 입은 약한 소녀에게 주체할 수 없는, 신과 같은 능력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 영화는 가장 나약하고 상처가 많은 인물인 캐리에게 모든 걸 다스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염력을 쥐여준다. 마음 약한 소녀는 당연하게도 그 힘으로 무언가를 지배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녀의 마음을 다시 붙일 수 없을 만큼 난도질을 해놓는다면? 그렇다면 소녀의 힘은 어느 방향을 향해 발휘될 것인가. 그 순간, 소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흐릿하게 보이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예측해보며 눈 밑이 따가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캐리 시놉시스
여고생 캐리는 병적일 정도로 독실한 신자인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의 순결 강요로 항상 내성적이고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받고 박대받고 있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염력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 친구들로부터 심한 놀림을 받은 그녀에게 동정을 느낀 어느 한 친구가 그녀를 파티에 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순결을 강요하는 어머니의 강한 반대를 무릎쓰고 멋진 남자와 함께 즐거운 파티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거기에는 또 다른 음모가 숨어있었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뿌연 연기 속에서 홀로 남아 샤워를 하고 있는 소녀, 캐리가 보인다. 갑작스러운 초경을 맞이한 소녀는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새빨간 피에 공포감을 느낀다. 여태껏 생리가 무엇인지, 여성의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같은 당연한 성교육조차 받지 못한 캐리는 동급생들의 어깨를 붙잡고 늘어진다. 어떤 것이 두려운지, 어떤 것이 무서운지 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도와달라고만 소리치고 있는 캐리의 모습이 너무도 나약하게 느껴진다.
“최초의 죄악은 성교다”
남편 없이 홀로 캐리를 키워온 엄마 화이트는 되바라진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모든 인류의 시작이라 불리는 아담과 이브조차 죄악을 저지른 것이라 칭하는 화이트는 자신의 딸이 죄악을 저지를 수 없도록 모든 걸 관리하려 한다. 그녀가 성교를 죄악이라 칭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종교에 대한 믿음과 캐리와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편의 영향인 걸로 보인다. 화이트는 화살을 잔뜩 맞은 예수상을 집안에 걸어둔다. 어딘가 음산하고 소름 끼치는 분위기가 감도는 집안. 캐리가 깬 거울에 예수상이 비친다.
캐리는 초경을 시작하면서 여느 여자아이들처럼 이성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다. 마음이 지닌 힘이자 기적이라 불리는 ‘염력’. 그것은 마치 캐리를 불쌍히 여긴 신이 ‘더 이상 세상에 휘둘리지 말라’며 하사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동급생들은 모두 캐리를 괴롭힌다.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이 캐리를 무시한다. 그나마 캐리의 담임인 콜린스 선생님이 캐리를 위로해 주는 듯 보이지만, 사실 콜린스 또한 캐리를 바라보며 위로를 전하는 게 아닌, 거울 속 자신을 향한 칭찬을 반복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었다.
이 영화에서 진심으로 캐리를 위하는 인물은 ‘수’뿐이다. 수 또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캐리를 괴롭히거나, 그것을 묵인하던 인물이었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괴롭힘을 보며 캐리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수는 졸업파티를 포기하고 자신의 남자친구 토미를 통해 캐리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수 덕분에 토미와 함께 졸업파티에 가게 된 캐리는 태어나 처음으로 첫사랑의 설렘을 느껴본다. 화이트는 여전히 자신의 딸을 마녀라 칭하며 말리려 들지만 캐리의 능력 앞에 굴복하고 만다.
“드디어 내 기도를 들어주신 걸까?”
캐리는 별 장식이 반짝이는 졸업 파티장에서 꿈같은 밤을 보낸다. 괴롭힘을 당하고 소름 끼치는 존재로 취급받던 소녀가 가장 빛나는 여왕의 자리에 앉은 순간, 소녀는 처음으로 맑은 웃음을 지어본다. 하지만 누군가의 행복을 절대 두고 볼 수 없는, 욕망이 가득한 입을 가진 아이들은 캐리의 몸에 빨간 피를 붓는다. 진한 빨간색을 띠고 있는 피는 캐리의 잠들어있던 능력과 감정들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캐리는 졸업 파티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집으로 돌아와 피를 씻어낸다. 화이트는 다시 여린 소녀로 돌아온 자신의 딸을 칼로 찌르고, 캐리는 그녀에게 반격한다. 화이트는 옷장 안에 걸려있던 예수상과 비슷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캐리의 집은 무너진다. 단단히 뭉쳐진 잘못된 믿음과 죄악이 한데 뒤섞여 무너지고 있다.
졸업파티가 있던 날 밤, 캐리를 포함해 그녀의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죽게 된다. 동급생중 살아남은 사람은 ‘수’뿐이었다. 진심으로 사죄하고, 하루만이라도 캐리가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유일한 사람. 어느덧 저주로 바뀌어버린 캐리의 능력이 휩쓸고 간 피바람 속에서 그나마 청렴했던 소녀 한 명만이 살아남게 된다. 하지만 반성하고 사과했다 하더라도 그전에 지었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는 캐리가 피 묻은 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붙잡던 순간이 반복되는 꿈을 꾼다. 그 꿈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약한 소녀에게 쥐어진 초능력은 축복이었을까, 저주였을까? 그리고 이 능력이 축복이 될지 아님 저주가 될지,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누구였을까. 나약한 소녀가 홀로 해냈다기엔 너무도 큰, 피의 파장을 만들어낸 건 바로 그녀를 바라보던 따가운 시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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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비스 리뷰 - 시대의 아이콘으로 메세지를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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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아이돌, 시대의 아이콘, 영원한 슈퍼스타
`엘비스`의 모든 것이 뜨겁게 펼쳐진다!
미국 남부 멤피스에서 트럭을 몰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19살의 무명 가수 `엘비스`.
지역 라디오의 작은 무대에 서게 된 `엘비스`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몸짓과 퍼포먼스로 무대를 압도하고,
그에게 매료된 관객들에게 뜨거운 환호성을 받는다.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일하던 `톰 파커`는 이를 목격하고
`엘비스`에게 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며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자신이 자라난 동네에서 보고 들은 흑인음악을 접목시킨
독특한 음색과 리듬, 강렬한 퍼포먼스, 화려한 패션까지
그의 모든 것이 대중을 사로잡으며 `엘비스`는 단숨에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 나간 치명적이고 반항적인 존재감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과 갈등을 빚게 되고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압박하는 `톰 파커`까지 가세해
`엘비스`는 그의 뜻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평생을 함께한 매니저 `톰 파커`와의 관계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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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5주 최신 개봉영화(007 노 타임 투 다이, 수색자, 스쿨 아웃 포에버, 서유기: 재세요왕, 용과 주근깨 공주)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4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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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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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히든페이스> 1차 예고편
실종된 약혼녀 ‘수연’의 행방을 쫓던 ‘성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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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블랙 백> 메인 예고편
"날 위해 누굴 죽일 수도 있어?" 서로를 속고 속이는 갓벽한 스파이 부부가 온다. [블랙 백]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