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6-21 17:27:57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개봉_역대 스파이더맨 순서 알아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오늘 21일 개봉했습니다!
전작들이 궁금하실 독자분들을 위해 역대 스파이더맨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작품을 관통하는 명대사와함께 역대 스파이더맨 성격과 특징을 같이 알아볼까요?
스파이더맨 1/2/3
Spider-Man

정보
개요: 액션, SF | 미국
개봉: 2002 ~ 2007
감독: 샘 레이미
출연: 토비 맥과이어
배급: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시놉시스
평범하고 내성적인 학생 피터 파커, 그는 우연히 유전자가 조작된 슈퍼거미에 물린다. 그 후, 피터는 손에서 거미줄이 튀어 나오고 벽을 기어 오를 수 있는 거미와 같은 능력을 갖게 된다. 다가오는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초감각과 엄청난 파워까지. 피터는 짝사랑하던 '메리 제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멋진 스포츠카를 구입하는데 초능력을 처음 사용한다. 그러다 사랑하는 벤 아저씨의 죽음을 계기로 엄청난 파워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CINEPICK
개봉후 로튼토마토 평론가 지수 90%를 기록하며 크게 호평을 받았고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제작비 1억 3900만 달러인데 미국 개봉 첫째 주에 1억 1484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대 북미 주말 흥행 기록을 세웠습니다.토비 맥과이어 등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레이미의 감각적인 연출이 어우러진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2
The Amazing Spider-Man

정보
개요: 액션, 스릴러 | 미국
개봉: 2012 ~ 2014
감독: 마크 웹
출연: 앤드류 가필드
배급: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
시놉시스
어릴적 사라진 부모 대신 삼촌 내외와 살고 있는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는 여느 고등학생처럼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며 일상을 보내고, 같은 학교 학생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와 첫사랑에 빠져 우정과 사랑, 그리고 둘 만의 비밀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사용했던 비밀스러운 가방을 발견하고 부모님의 실종사건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 그는 그 동안 숨겨져 왔던 과거의 비밀을 추적하게 된다. 아버지의 옛 동료 코너스 박사(리스 이판)의 실험실을 찾아가게 된 피터는 우연한 사고로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고, 뜻밖의 피터의 도움으로 연구를 완성한 코너스 박사는 자신의 숨겨진 자아인 악당 ‘리자드’를 탄생시킨다. 세상을 위협하는 세력앞에 피터는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 버릴 일생일대의 선택, 바로 ‘스파이더맨’이라 불리우는 영웅이 되기로 결심하는데… 2012년 6월 28일, 스파이더맨의 숨겨진 비밀이 마침내 밝혀진다!

CINEPICK
체내에서 스스로 생체거미줄을 합성하여 뿜어낸다는 설정으로 간 기존 영화 시리즈와는 달리, 초기 스파이더맨이 웹 슈터를 만들어 사용하던 설정을 그대로 차용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전작에 비해서 스파이더맨의 재치있는 모습이 훨씬 늘어났으며, 기존 스파이더맨과 달리, 어메이징 시리즈는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수다스러운 대사들을 잘 살렸다는 면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 노 웨이 홈 / 파 프롬 홈
Spider-Man: Homecoming /Far From Home / No Way Home

정보
개요: 액션, 모험 | 미국
개봉: 2017 ~ 2021
감독: 존 왓츠
출연: 톰 홀랜드
배급: 소니 픽쳐스
시놉시스
시빌 워’ 당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발탁되어 대단한 활약을 펼쳤던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 그에게 새로운 수트를 선물한 ‘토니 스타크’는 위험한 일은 하지 말라며 조언한다. 하지만 허세와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피터 파커’는 세상을 위협하는 강력한 적 ‘벌처’(마이클 키튼)에 맞서려 하는데… 아직은 어벤져스가 될 수 없는 스파이더맨 숙제보다 세상을 구하고 싶은 스파이더맨 그는 과연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CINEPICK
세계를 지키며 그에 따라 일어나는 문제들 때문에 고뇌하는 일반적인 모습의 히어로가 아니라, 히어로 이전에 한 명의 청소년인 피터 파커이자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으로서 주인공의 캐릭터성을 살렸습니다. 아직 어리고, 미숙한 스파이더맨이 본격적으로 스케일이 큰 히어로의 세계에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위기와 성장 스토리를 잘 연출한 리부트라는 평입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정보
개요: 애니메이션, 액션 | 미국
개봉: 2018.12.12
감독: 밥 퍼시케티, 피터 램지, 로드니 로스맨
출연: -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시놉시스
평범한 10대 ‘마일스 모랄레스’는 우연히 방사능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 능력을 가지게 된다. 혼란스러워하던 ‘마일스’는 악당과 싸우고 있는 ‘피터 파커’를 마주치게 되고 ‘피터 파커’는 ‘마일스’가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여러 개의 평행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마일스’와 ‘피터 파커’는 이후 스파이더우먼 ‘스파이더 그웬’, ‘스파이더맨 누아르’, ‘스파이더햄’ 등 평행세계 속 공존하는 모든 스파이더맨들을 만나게 되는데… 하나의 유니버스에서 만나 팀을 결성한 스파이더맨들은 과연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 스파이더맨들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CINEPICK
전편의 가장 큰 특징이였던 코믹스 스타일의 영상미는 이번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멀티버스 소재를 확장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현란해졌으며 동시에 엄청난 양의 각종 스파이더맨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과도한 현란함을 지적했지만 대다수의 관객과 평론가는 전편을 넘어선 실험적 시도에 높은 평가를 주었습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

정보
개요: 애니메이션, 액션 | 미국
개봉: 2023.06.21
감독: 조아킴 도스샌토스, 켐프 파워, 저스틴 톰슨
출연: -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시놉시스
스파이더맨 VS 스파이더맨?! 여러 성장통을 겪으며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된 ‘마일스 모랄레스’. 그 앞에 다른 평행세계의 스파이더우먼 ‘그웬’이 다시 나타난다. 모든 차원의 멀티버스 속 스파이더맨들을 만나게 되지만, 질서에 대한 신념이 부딪히며 예상치 못한 균열이 생기는데… 상상 그 이상을 넘어서는 멀티버스의 세계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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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한편의 영화를 만드려고 했으나 내용이 너무 방대해져서 결국에는 2부작으로 만들기로 결정하여 만들어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개봉 첫날 21일 관객수 7만여명을 동원하면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더빙을 맡은 샤메익 무어는 사랑과 용기를 보여주며 우리가 생각해야할 도덕과 윤리, 삶을 살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감정을 조명해 주는 영화라고 소개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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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우산과 마르지 않은 마음 사이의 우리
여름의 시작에서 바라본 영화 '어제 내린 비'. 윤혜리 배우님의 열연이 돋보이는데 아쉬울 만큼 여운 깊었던 영화였다. 분명 삶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데, 억지로 손아귀에 쥐려고 하는 우리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얼굴을 찡그리게 만든다. 청량한 여름의 시원함보다 뜨겁고 끈적끈적한 현실을 보여주듯.
비가 와도 시원하지 않은 그때 여름의 민조는 아침엔 곤계란이, 점심엔 냉면 위의 계란과 남자친구가 뉴스에 나오는 일까지 겪게 된다. 혼돈 그 자체의 민조는 결혼을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이별 통보, 예식장 취소, 신혼여행 취소, 캐리어 환불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하기 시작한다. 달력의 5월 18일을 가리듯 어쩔 수 없는 일들을 지우려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 비는 이미 내렸고 마른 우산은 집으로 들고 들어와야 했다.
불안정한 마음이 가져다주는 갈등 사이에서 들려오는 어떤 말이 주는 영향력이 있었던 걸까.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던 민조가 마른 우산 대신 접을 수 없는 영환을 들여 시원한 바람에 시원한 수박을 먹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을 스쳐지나 보내며 그저 스치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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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이여 영원하라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아주 오래 전부터 주술이나 의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였다. 주술사들은 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주술에 음을 실어 종교적 의미를 공고히 하였고 부족민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저마다의 소원을 실어 불꽃에 올려보냈다. 음악은 우리가 상상한 그 이상으로 불멸의 개념이었던 것이다. 이는 비단 한 나라의 종교적 특징이 아니다. 특정 부족의 독특한 풍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래는 시간을 타고 우리에게까지 오게 되었으며 다양한 장르에 그 혼을 실어 여전히 미래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뱀파이어와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영화를 소개하는 글의 시작이 왜 음악이냐 묻는다면 단연코 이 영화는 음악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겠다.
1930년대 미시시피 델타 지역. 악명 높은 쌍둥이가 고향으로 돌아와 노래 주점을 차리고자 한다. 때는 대공황의 여파를 겪는 격변의 시기였기에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빈곤에 시달렸다.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클락스데일도 마찬가지다. 마을 공동체는 노래와 주점, 교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나름대로 자신들을 지켜내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 초반부, 주인공인 '스모크와 스택'을 비롯해 인물들을 통해 강조되는 것이 바로 이 터프함과 그들을 결속시키는 한 가지. 바로 블루스이다. 마피아, 강도 ... 쌍둥이의 배경은 뚜렷하게 알 수 없으나 아버지를 살해하고 달아난 두 형제를 모르는 이는 없었고 주점 개장을 위해 고향에 돌아와 만나게 되는 이들은 모두 그들이 내미는 돈과 술에 요구를 들어주지만 자신의 프라이드를 결코 굽히지 않으며 형제를 대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씨너스> 만의 간지가 탄생하게 된다. 이제 막 대도시 시카고에서 돌아온 의문스러운 과거의 쌍둥이 그리고 자신들만의 공동체에서 음악을 안주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의 재회는 세계관이 되어주고 더 나아가 그 안으로 관객을 초대하는 문이 되어준다.
그렇게 술과 음악, 춤과 민속이 얽히는 주점에 초대받은 관객은 감독인 라이언 쿠글러가 보여주는 마술에 빠지게 된다. 특히 쌍둥이의 사촌인 '새미', 음악적 재능이 있는 소년은 초중반부에 걸쳐 세계관 형성에 기여할만한 노래들을 들려주고 그 블루스가 이끄는대로 영화의 본무대인 음악 주점의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그곳은 이미 미래에 앉아있는 관객들과 어울려 노는 장소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음악이 주술과 의식에 있어서 효능을 보였던 것은 바로 그러한 지점이다. 영화에서도 역시 강조되는 지점인데 음악은 다름 아닌 시간의 개념을 아우르는 매개로 존재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무시하는 지속성과 연결성 더 나아가 불멸성을 가진 예술로써 소개된다. 쌍둥이의 음악 주점은 새미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순간 시간의 절대성을 무시하게 되는 그야말로 대통합의 현장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고 영화는 결코 해당 시퀀스에서 관객의 손을 놓치 않은채 춤을 권하게 된다. 하지만 음악은 다수에게 치유를 안겨주는 동시에 선과 악을 모두 불러모으는 교차로가 되어버리는데 이때 그 음악에 감응한 악으로 뱀파이어가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그야말로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로 초대해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악으로 나타난다.
KKK단 부부를 습격하여 동료로 만들고는 쌍둥이의 음악 주점을 습격한 대장 '렘닉'은 영화 러닝타임 중 더블린을 언급하는 아이리쉬 포크 음악을 부르며 주점 안 생존자들을 유혹한다. 이미 다수의 주점 손님들이 뱀파이어로 변모하고 이들의 노랫소리가 더욱 강해짐에 따라 관객은 다름 아닌 배척과 차별의 역사를 깨닫게 된다. 램닉의 출신지로 추측할 수 있는 아일랜드 역시 유럽에서의 박해를 피해 미국 남부로 건너온 이주민이며 꽤 긴 시간 동안 백인으로 인정 받지 못한채 배척받은 역사가 존재한다. 차별과 배척의 대상이 되었던 공동체에서 불려졌던 노래들은 서로를 서로에게 이끌게 되었고 그렇게 두 진영간의 고립과 일원이 되기를 강조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흔한 장르성 짙은 크리쳐물처럼 이 대립의 구도를 길게 가져가지 않는다. 처절한 전투나 승리를 묘사하는 대신 영원의 음악에 모여든 뱀파이어 공동체를 보다 압도적으로 묘사하며 그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것 마저 캐릭터성 짙은 쌍둥이 주인공이 아닌 새미의 기타임을 강조하길 택한다. 기타에 아로새겨진 역사로 렘닉을 처치한 새미는 스모크의 가호 아래 안정적이고 올바른 목사 아들의 삶보단 악을 꾀어낼지언정 음악으로써 저항하고자 한다. 새미가 후반부에서 보여준 것은 음악의 저항성이기도 하다. 이와 동시에 새미를 집으로 보낸 스모크 역시 한 순간 벌어진 상실에 저항한다. 렘닉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KKK단의 습격을 받을 예정이었던 술집이었기에 보다 직접적으로 그 복수를 행하고자 한 것이다. 뱀파이어마저 배척하는 백인의 시대적 횡포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다 확실히 그림으로 영화에선 간접적으로만 등장했던 역사의 차별을 응징함으로 메세지 역시 확고히 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사실 영화는 한 차례 블루스라는 장르가 뿌리깊은 인종 차별의 역사를 한 순간 멈춘 것과도 같은 과거 묘사가 등장한다. 음악이 지배한 공간 안에서는 유대가 강해진다. 그렇기에 음악 주점의 묘사 뿐 아니라 뱀파이어가 된 이들도 렘닉을 따라 포크 음악을 부르며 몸을 움직인다. 영화는 음악을 매개로, 유대로 설명한다. 더 나아가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영원을 살며 자신의 동족을 늘려가는 뱀파이어라는 특정 크리쳐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그런 음악의 영원가능성, 즉 불멸을 나타낸다. 스모크가 놓아준 동생 스택이 이미 노년의 뮤지션이 된 새미에게 찾아와 그의 음악을 논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해진다. 중반부 영화 내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가져간, 시간이라는 절대성이 무너진 시퀀스에서 새미의 노래와 일렉트로닉 기타, 디제잉 장비들이 얽혀 연주되어지는 것과 같이 이미 노래로 한 차례 저항했던 새미는 음악으로 그 시간을 관통한다. 여전히 그 날의 그 모습이었던 뱀파이어들처럼 새미의 연주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악 역시 초대하는 음악 그 자체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음악은 언제 어디에서나 흘러나오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노래를 불렀고 이것에 매혹된 것은 비단 인간 뿐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현대에 와서는 이름조차 잊혀진 것들이 우리와 같은 저항의 영원의 초대의 노래를 불렀을지 모른다. 장르의 매력으로 음악이라는 주제를 극대화시킨 영화 <씨너스: 죄인들>의 노래 역시 불리어졌기에 분명 시간을 타고 영원으로 향할 것이다. 영화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관객들 역시 음악 아래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음을 체험했고 그 순간만큼은 일리노이 클락스데일의 위치한 한 쌍둥이 형제의 주점이었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도 누군가는 그것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 모습은 뱀파이어와도 같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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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작이 3개 이상인 배우 모아보기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차기작이 세 개 이상인 배우를 한번 살펴볼까 하는데요!
벌써 차기작이 세 개 이상이 뜬 배우에는 과연 누가 있을까요?
그럼,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준혁
ⓒ 에이스팩토리
차기작 목록
<소방관>
<범죄도시3>
<비질란테>
차기작 관련 소식
<범죄도시3>
광역수사대 괴물형사라고 불리우는 '마석도'의 범죄 소탕 작전을 담은 영화로 2편의 개봉과
더불어 3편 제작 확정 기사가 났다. 이준혁 배우는 <범죄도시3>의 메인 빌런을 맡았고,
일본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도 빌런을 연기한다고 한다.
<비질란테>
올해 공개 예정인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준혁 배우는
DK 그룹의 부회장이자 '비질란테'의 설계자인 '조강옥' 역을 맡았다.
임지연
ⓒ 넷플릭스
차기작 목록
<더 글로리 파트2>
<마당이 있는 집>
<국민사형투표>
차기작 관련 소식
<더 글로리 파트2>
3주 연속 넷플릭스 전 세계 TOP 10 TV(비영어) 순위권에 등극한 더 글로리의 파트 2가 3월
10일 공개된다고 지난 18일에 공개했다. 파트 2에서는 본격적인 동은과 연진의 싸움이
시작되며, 모든 떡밥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사형투표>
드라마 <국민사형투표>는 2023년 5월 SBS에서 방영 예정인 드라마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임지연 배우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국 5년 차 경위 '주현' 역을 맡았다.
장동윤
ⓒ 동이컴퍼니
차기작 목록
<롱디>
<내 남자는 큐피드>
<악마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오아시스>
차기작 관련 소식
<롱디>
영화 <롱디>는 사회초년생 도하와 인디 뮤지션 태인이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박유나 배우가 상대역으로 출연한다. 영화는 2021년에 크랭크업하였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감독이 연출하는 드라마로 정신건강의학과로 처음 오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장동윤 배우와 더불어 박보영, 연우진, 이정은 배우가 출연할 예정이다.
전여빈
ⓒ TVING
차기작 목록
<너의 시간 속으로>
<거미집>
<하얼빈>
차기작 관련 소식
<너의 시간 속으로>
<너의 시간 속으로>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대만 드라마 <상견니>의 리메이크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돌아가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을 만나며 벌어지는 타임슬립 로맨스이다.
<거미집>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감독이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 일들을 그리는 영화이다. 전여빈 배우는
영화 <거미집>을 제작하는 '신성필림'의 재정 담당을 맡은 일본 유학파 여성 '신미도'역을
맡았다.
전종서
ⓒ 데이즈드
차기작 목록
<모나리자와 블러드문>
<웨딩 임파서블>
<발레리나>
차기작 관련 소식
<모나리자와 블러드문>
배우 전종서의 할리우드 첫 진출작이자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은
<모나리자와 블러드문>은 핏빛처럼 붉은 달이 뜬 어느 날, 위험한 힘을 지닌 '모나'가 병원에서
탈출하고 새로운 자유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판타지이다.
<발레리나>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는 이충현 감독의 영화로 전종서 배우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추며
화제를 모았다.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가 가장 소중했던 친구 ‘민희’를 위해 펼치는
아름답고 무자비한 복수극을 그린 넷플릭스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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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드림] 누구나 가지고 있을 잃어버린 추억
로봇 드림
앞뒤 가면
영화 시작 전에 영화사 진진에서 가면을 주셨다. 가면 한 쪽은 도그가, 다른 쪽은 로봇의 얼굴이 있었다. 두 주인공이 한 몸처럼 깊은 우정을 나누는 의미가 숨어 있었다. 영화는 뉴욕을 배경으로 혼자 조용히 살아가는 주인공 ‘도그’를 비추며 시작한다. 도그는 별다른 문제 없이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내며 살아간다. 고독과 외로움에 지칠 때, 친구 로봇을 주문하고 직접 조립한다. 세상에 처음 눈을 뜬 로봇은 도그를 따라 동네를 돌아다니며 경이로운 체험을 경험한다.
우울한 도그와 달리 영화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색감과 아이들 동화책 같은 분위기를 품고 있다. 어린아이들의 시선으로 동네를 돌아다닐 때, 관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많이 들렸다. 워낙 많은 사람이 시사회에 모여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유독 관객들이 많이 즐거워했다. 생각해 보니 이번 작품 같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신작이 반가웠던 것 같다. 여하튼 굉장히 익숙해 반가운 곡,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가 주제가로 나올 때면 몸을 들썩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시각을 포함해 음악적인 부분까지! 영화 관계자분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서만 고민한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안정감을 가진 영화였다.
문제는
문제는 어설픈 도그가 해변으로 로봇을 데려가면서 발생한다. 물에 닿은 로봇은 일어나지 못하고 같은 자리에 계속 누워 있는다. 여기서부터 갈라진 둘의 이야기가 별도로 진행한다. 도그는 도그대로 로봇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단, 다음 해수욕장이 열리는 6월 1일까지만. 로봇은 로봇대로 같은 자리에서 줄곧 도그를 기다린다. 단, 꿈속에서도 만날 수 없는 도그를 찾아 여행을 떠나지만. 난 영화 줄거리, 스토리 라인을 만든 최초의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이라고 느꼈다. 여름철 휴가로 해수욕장을 갔고, 그곳에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놓고 왔던 기억을 활용한 것 같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항상 아끼고 품에 두었던 장난감이나 인형, 남들에게 별것 아닌 작은 아이템을 잃어버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어설픈 인간은 해변에서 잃어버린 것을 쉽사리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라일리의 상상 속 친구 빙봉처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에서 희미하게 변한다. 결국 남는 것은 친구와 함께한 시공간 속 따뜻했던 햇빛과 짠 내 그리고 일렁이던 공기뿐이다. 대상은 사라졌지만, 감각만이 살아 있는 아이러니함을 영화는 잘 표현한다.
엠비티아이 잠시 내려놓고
영화가 끝나고 훌쩍이는 사람, 주인공을 욕하는 사람, 어떤 부분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하는 사람 등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거대한 여운을 체감하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 나 또한 그랬다. 영화 ‘Her’의 호아킨 피닉스가 생각나기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러브, 데스, 로봇’도 보였다. 특히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임슨 카메론 감독님은 이 영화를 보시고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 궁금했다. 그만큼 SF, 판타지, 로봇,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관람하시길 추천하고 싶다. 처음에는 두 주인공에게 공감을 해야 영화가 재밌을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가며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이과생, 극 T인 분들도 충분히 재밌게 즐기실 것이다. 영화는 편 가르기도, 유행하는 MBTI도, 누군가의 잘잘못도 말하지 않았다. 이 작품을 보고 어떤 생각과 어떤 감정, 평가를 할지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긍정적인 세 가지
영화가 재밌던 점이 세 가지 정도 있다. 첫 번째는 이 작품은 대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말을 하지 않는다. 놀람, 행복, 즐거움 같은 탄성이 나오는 부분 말고는 전부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말로 사람을 해치는 인간 세상보다 좋아 보였다. 말을 못하니 오해 아닌 오해도 발생하고 의도에 맞지 않는 의미도 담기도 한다. 하지만 오해를 풀기 위해 더 부단히 노력하고, 새로운 의미에 반응하고 적응하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제주도에서 제주에어 항공사를 타고 이륙할 때가 생각났다. 매번 제주에어 관계자분들이 일렬로 서서 손을 흔든다. 그 모습은 비행기에 앉아 있는 승객들에게 ‘잘 가라’는 인사처럼 보인다. 당사자들은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매번 ‘잘 가’라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준다. 어떤 순간은 말보다 행동이 더 간결하고 아름다운 표현 방법인 경우가 있다.
두 번째는 도그와 로봇 둘 다 각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아마 감독님은 영화 ‘라라랜드’ 마지막 씬을 좋아하심이 틀림없을 것이다. 결말이 그렇다는 뜻이 아니다. 도그는 도그대로 로봇이 없어진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당연히 로봇을 잊지 않고 악몽을 꾸기도 한다. 그럼에도 새로운 인연을 내치거나 충동적인 삶을 살지 않는다. 의연하게 고독한 자신의 삶을 마주한다. 그런 면에서 로봇은 도그에게 이별을 통해 더 많은 가르침을 주었는지 모른다. 방식이 어떻든 도그는 도그대로 성장하는 삶을 살아간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바닷가에 홀로 누워 있는 로봇에게도 예고한 적 없는 손님들이 찾아온다. 움직일 수 없기에, 로봇은 그저 그들을 지켜볼 뿐이다. 할 수 있는 것이 누워있는 것뿐인 삶일지라도 로봇은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
세 번째는 등장인물 모두가 동물과 로봇이라는 점이다. 주인공 일행만 특별히 개와 로봇이 아니다. 아기 돼지삼형제도 있고, 공포 영화 패러디를 좋아하는 박쥐도 있고, 날름거리는 혀가 정말 미운 개미핥기도 나온다. 시사회라 그런지 아이들은 별로 오지 않았는데, 단연코 이 영화는 어린이날 개봉해도 좋았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른 동화이기 전에 아이들이 상상하고 사고하고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좋게 만들었다. 현실에도 있음 직한 재치 있는 그림체를 가진 동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즐거웠다. 관계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를 알맞게 넣었다.
사람들은
그렇다고 특별하게 둘을 바라보지 않는다. 혼자라고 해서, 로봇과 함께 돌아다닌다고 해서 이상하게 도그와 로봇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등장하는 모든 동물은 도그를 도그로, 로봇을 로봇으로만 대할 뿐이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 도그와 로봇이 함께 공원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둘의 환상적인 춤을 바라보며 함께 즐거워한다. 조롱과 비난, 비판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문화적 차이가 있겠지만, 동양에서 자라 전통적인 사회 구조 속에 머물고 있는 내게는 큰 충격을 주었다. 지나친 거리감은 사회가 고독으로 좀 먹게 하지만, 꼭 ‘정’으로만 밀어 부치는 것도 필요 없었다.
영화 시사회에 초대해주신 영화사 ‘진진’과 ‘씨네랩’ 관계자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13일 개봉 후 재밌는 이벤트를 많이 준비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셨죠. 그만큼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영화였습니다. 어린이날 특별 상영도 꼭 했으면 합니다.
P.S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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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수히 생산되는 '나' 속에서 진정한 내 이름을 찾기.
자본과 번호, 이름과 사랑
퇴근하고 잔뜩 지친 몸을 이끌어 지하철에 오른다. 각자의 온도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의 뜨끈한 등과 어깨를 꾹, 꾹 밀며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가 본다. 한 정거장 지나자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순간, 당신의 눈이 드물게 번쩍 빛난다. 그러나 옆에서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던 중년 여자가 당신보다 훨씬 빠르게 엉덩이를 붙여버린다. 당신은 미간을 팍 구기고 다시 고개를 숙여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다. 유해한 도파민이니, 뇌세포를 파괴한다느니의 말들은 쓸모없다. 무의미한 작은 직사각형의 세상으로 당신은 있는 힘껏 오늘로부터 도망친다.
결국, 21 정거장 내내 서서 온 당신은 길거리에서도 핸드폰에 눈을 떼지 않는다. 아무리 편한 운동화를 신어도 언덕을 오르는 종아리는 풍선처럼 부풀어 터질 것만 같다. 당신은 길고도 긴 여정 끝에 엘리베이터를 타 버튼을 누르다가 무심코 거울 속 자신과 마주한다. 그 속의 사람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당신의 자리가 아닌) 당신의 자리를 뺏은 중년 여자와 얼굴이 겹쳐지면서, 핸드폰으로 겨우 외면했던 질문이 불쑥 얼굴을 들이민다.
"내가 원래 이런 표정이었나?"
나는 정말 '나'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름 모를 여자와 비슷하게 생긴 거울 속 나는 몇 번째 '나'일까?
블랙 코미디 + SF + 우화의 공식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지독히 사실적이면서도 어쩐지 동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블랙 코미디 + 우화' 공식으로 성공한 작품을 말하자면 당연히 <기생충>(2019)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자본과 계급으로 분명하게 나뉜 두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 속이 울렁거리면서도 어쩐지 헛웃음이 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폭싹 젖는 감각이 생생한 동시에 몽롱한 동화 같으니 말이다. 한국 SF 장르와 봉준호 감독 세계관에 한 획을 그은 <설국열차>(2013)도 디스토파이 세계관에서 아주 긴 열차 칸으로 나뉜 계급 이야기다. 위와 아래, 앞과 뒤. 뒤집으면 언제든 서로가 될 수 있는 구조. 그는 열과 행의 이미지로 끊임없이 자본주의에 잠식된 현재와 미래를 그리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그의 대표적인 크리처 무비인 <괴물>(2006)과 <옥자>(2017)도 전체적인 세계관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빠질 수 없다. 이렇게 계승한 블랙 코미디 + SF + 우화로 더욱 견고해진 봉준호 감독의 작가 주의 세계관을 통해 <미키 17>(2025)이 세상에 나왔다.
<미키 17>은 지구가 멸망을 앞둔 디스토피아적 근미래 배경이다.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자고 주장하는 이들과 망가진 지구를 어떻게든 고쳐서 쓰자 주장하는 정당의 대립이 이루어지는 혼란함 속에서, 친구 '티모'와 차린 마카롱 가게가 쫄딱 망해 거액의 빚을 진 주인공 '미키'는 빚쟁이를 피해 지구를 떠나려고 한다. 얍삽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티모와 달리 자존감도 낮고 기술도 없었던 미키는 어떻게든 영토 개척 프로젝트 우주선에 탑승하기 위해 모두가 기피하는 '익스펜더블'에 지원한다. 접수를 받는 직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지원서를 제대로 읽었는지 몇 번이나 물어봤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익스펜더블은 진짜 '극한 직업'이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모두 미키를 앞세운다. 우주선을 고치는 줄 알았더니 사실 방사능 실험이었고 끔찍한 고통 속에서 어떻게 몸이 망가지는지 설명해줘야 한다. 4년의 항해 끝에 도착한 얼음행성 '니플하임'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있을 수도 있으니, 당연히 미키가 먼저 땅을 밟고 있는 힘껏 공기를 마신다. 그리고 피를 토한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몇 번이고 죽음은 미키'들' 덕분에 다른 요원들도 마음껏 차가운 입김을 볼 수 있게 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사랑은 꽃핀다. 주변 사람들의 무시와 일상에 도사리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미키를 버틸 수 있게 해 준 건 다름 아닌 '나샤'의 사랑이다. 미키는 어떤 상황에서도 늘 곁을 지켜주는 나샤를 사랑하면서도, 최고의 요원인 그녀가 왜 하찮은 자신을 사랑하는지 의문을 품으며 그녀를 내조한다.
그날도 17번째 미키는 추락사로 몸이 반토막이 나 죽었어야 했는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얼떨결에 살아남아 지나가던 티모에게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티모는 떨어진 무기만 챙기고 다친 그를 향해 재수 없는 질문만 툭 던진다.
"죽는 건 어떤 느낌이야?"
그렇게 덩그러니 남은 미키는 행성의 주인인 '크리퍼'에게 잡아 먹히며 최후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크리퍼는 잡아먹긴커녕 미키를 질질 끌고 가 얼음 동굴 밖으로 내보낸다. 크리퍼가 자신을 눈밭에 던져 얼려 죽일 작정이라고 생각한 미키 추위에 떨며 힘겹게 함선으로 돌아온다. 잔뜩 지친 몸을 침대에 내던지는 순간, 어떤 인기척에 이상함을 느끼고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또 다른 자신, 미키 '18'과 마주한다.
복제의 사이클
'익스펜더블'은 사뭇 다른 원작과 영화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지금까지의 '복제 인간'과 다른 점은 미키가 자신이 익스펜더블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이것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징그럽고 코믹한 정치인 마샬 부부의 영토 개척지 정책의 핵심은 좋은 유전자로만 구성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몇 번이나 복제된 미키는 불량품에 불과하다. 나샤와 카이, 과학자 도로시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도 미키가 느낄 고통과 죽음을 경시한다. 죽음에 대한 무례한 질문을 던지고, 누구도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살피지 않는다. '그게 네 쓸모고 직업이야.'라는 폭력적인 말 한 마디면 미키마저도 고개를 끄덕이니까. 과학자와 의료진도 처음엔 프린팅 되는 몸을 잘 받아줬지만, 나중에는 바닥으로 꼴사납게 떨어져 구겨진 몸에 주사 바늘을 꽂을 뿐이다.
시체, 쓰레기 등 자본과 사회의 찌꺼기는 모두 '사이클러'에 던진다. 용광로처럼 생긴 사이클러는 단순히 쓰레기를 소각하는 게 아닌, 단백질을 다시 분해하고 재생산해서 다음 미키를 만들어내고 선원들의 식사가 된다. 익스펜더블이 아닌 인물들도 자기도 모르게 이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셈이다. 미키는 끊임없이 소각되고 다시 출력되며, 권력에 의해 멸시받는 노동자들의 응집된 몸이 된다.
꼭 프린터기에 들어가야만 복제 인간의 의미를 갖는 건 아니다. 마샬 부부는 특히 우수한 가임기 여자 요원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들이야말로 자신들의 원대한 계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궁, 아니 열쇠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샬 부부를 향한 카이의 날카로운 질문처럼 그들에게 여성은 다른 의미의 '인간' 프린터다. 인류 번식과 자신들의 부를 위해 끊임없이 노동자를 출산할, 인간이지만 프린터의 역할을 해줄 존재들인 것이다. 그래서 크리퍼와 인간의 첫 대면에서 미키가 아닌 제니퍼가 죽었을 때 추악한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카이와 제니퍼가 연인 사이인 줄도 모르고, 여성이라면 당연히 남성과 결합해 아이를 생산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거란 편견도 끼얹으며 말이다.
다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일파 마샬은 이상하리만치 '소스'에 집착한다. 살아있는 베이비 크리퍼의 꼬리를 잘라 바로 믹서기에 갈아버리는 장면은 경악스럽다. 굳이 손가락에 찍어 맛을 보라고 권유하고, 배양육인지도 모르고 게걸스럽게 고기를 먹는 미키에게 메인 디쉬가 아닌 소스 맛이 어떤지 묻는다. 이렇듯 소스는 일파가 강력하게 표현하는 권력의 상징이자 일개 노동자들과 자신의 차이다. 효율을 위해 정해진 칼로리 안에서 구역질 나는 음식을 먹는 게 아닌, 맛과 건강을 추구하고 음미하는 삶이 최고의 권력인 것이다. 미키를 공개적으로 무시하긴 하지만, 마샬 부부의 눈에는 다른 노동자들도 비슷하다. 노동자 1, 노동자 2, 비위를 잘 맞추는 노동자, 말을 안 듣는 노동자. 선원들은 자신들을 미키와 달리 분명한 이름과 존엄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겠지만, 부부의 시선에선 언제든 대체 가능하고 휴지 조각 같은 존재들일뿐이다. 생존을 인질로 잡고 있는 자본의 힘이 있는 한 사이클러는 무엇보다 뜨겁고 부지런히 권력을 위해 움직인다.
인간보다 나은 크리퍼
’Creepy’에서 유래된 이름인 ‘크리퍼‘는 마마 크리퍼를 중심으로 완전한 공동체 생활을 한다. 인간의 시선에선 낯선 외형이 두렵고 징그럽긴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니플하임에 마음대로 정착해 들쑤시고 다니는 인간이야 말로 외계인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 이름도 꽤 무례하게 느껴진다.) 애초에 크리퍼들은 인간을 잡아먹는 생명체도 아니었고, 유일한 친구인 티모마저 외면한 위험에 빠진 미키를 구해준다. 미키는 크리퍼의 의도를 완전히 오해하지만, 이야기를 들은 나샤는 '크리퍼가 구해줬다'라고 정확하게 짚어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2000)를 본 사람들이라면 크리퍼를 보자마자 ‘오무’가 떠올랐을 것이다. 자연과 인간, 나라와 나라의 대립을 그린 영화로 주인공 ‘나우시카’가 전쟁을 멈추기 위해 오무 무리들과 소통하는 장면은 미키가 통역기를 사용해 크리퍼에게 곧 가스가 살포될 테니 도망치라고 알리는 장면과 비슷하다. 크리퍼가 본격적으로 서사에 등장하는 시점부터 영화는 어쩐지 애니메이션처럼 보인다. 이러한 지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장르 믹싱 기법이 눈에 띈다.
크리퍼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소통하며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미키의 이름도 잡혀있는 베이비 크리퍼 ‘조코’를 통해서 들었을 것이다. 마마 크리퍼는 외형이 똑같은 두 베이비 크리퍼의 이름을 정확히 구분한다. 죽은 아이는 ‘로코’, 잡혀 있는 아이는 ‘조코’. 마마 크리퍼를 중심으로 하나의 정신을 공유하지만, 그들은 명확하게 각자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으며 공동체가 힘을 합쳐 움직여야 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잘 알고 있다. 외형도 전부 다르고 고유한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치환되는 인간들이, 정작 동료가 위험에 빠진 순간 힘을 합치는 이들은 지극히 소수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아마 미키가 크리퍼였다면 마마 크리퍼는 단순히 그의 이름에 번호를 붙여 구분하는 단순하고도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익스펜더블이라는 비윤리적인 직업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더 앞서 삶의 터전인 행성을 그렇게 오염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간이 역사를 넘나들며 과학적,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으니 당연한 대가라는 말은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받은 만큼만 되갚고, 선의를 보이는 이에게는 관용을 베푸는 태도. 이러한 크리퍼의 자세에서 우리는 진작 갖추어야 할 인간성을 배운다.
나를 마주하기
영화는 미키 ‘17’과 미키 ‘18’이 대면하면서 본격적인 위기에 닥친다. 미키 18은 지금까지 누적된 미키의 정보를 다운로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키 17과 완전히 반대의 성격이다. 뭐만 하면 죽여버린고 말하며 높은 폭력성을 띄고, 대책 없이 충동적이며, 엄청 밝힌다. 17은 자신을 가차 없이 죽이려는 18과 몸싸움을 하면서 나샤에게 전해 들었던 지금까지의 미키와는 차원이 다른 녀석이라는 걸 실감한다.
시간을 앞당겨 익스펜더블이 윤리적 논란에 휩싸였을 때로 돌아가본다. 악용하는 사람이 생길 거라고 주장하자마자 한 미친 과학자가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멀티플'을 만들어 노숙자를 죽인다. 둘도 아니고 셋이나 만들어 무고한 이들을 잔인하게 죽인 사건을 계기로, 익스펜더블은 공식적으로 지구 안에서 시행이 금지되며 멀티플은 중범죄가 된다.
다시 돌아와 미키 18을 죽이려고 나름 노력해 보는 미키 17의 눈을 보자. '또 다른 나'와 처음 마주한 그는 이제 곧 세상에서 사라지고 죽을 거란 공포와 자신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다는 놀라움, 혼란 등에 빠져 제대로 대항하지 못한 채 몸이 반쯤 사이클러 속에 들어간다. 반면, 미키 18은 17에 대한 확실한 반감이 있다. 거울을 보듯 겁에 질린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모습에 17은 더 혼란스럽다.
비슷하지만 미세한 차이점이 있는 얼굴로 나란히 서있는 둘의 모습은 마치 자아 분열의 가시화된 것 같다. 얼음 동굴에서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듯 던진 티모의 질문은, 실험쥐처럼 수없이 이용당하는 미키의 내면에 잠들어있던 자기 방어와 누적된 폭력성을 발현시킬 트리거로 작용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미키 17이 처음으로 욕하고 분노하는 존재가 18이라는 점이다. 처세술에 강하고 얍삽한 티모를 비꼬는 발언은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부당함을 주장하거나 무례함에 대응한 적 없던 미키 17은 나샤에게 접근하는 또 다른 '나'를 향해 화를 참지 못한다. 심지어 마샬 부부와의 만찬에서 입에 올리지도 못할 끔찍한 고통과 대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7이 씩씩 거리는 대상은 다름 아닌 18이다.
어린 시절, 자신이 호기심에 빨간 버튼을 눌러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미키는 죄책감에 모든 우선순위에서 자신을 제외한다. 17의 이러한 위축된 태도는 18의 화를 키운다. 만찬에 초대해 놓고 실험 중인 배양육을 먹인 것도 모자라, 타인의 목숨보다 카펫이 소중한 부부에게 뭐라고 하고 나왔냐는 질문에 17은 작은 목소리로 답한다.
"저녁 식사 감사하다고... 하고 나왔어."
그런 수모를 겪고도 감사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냐고 불같이 화를 낸 18은 당장이라도 케네스를 죽이겠다며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정말 그를 향해 망설임 없이 총구를 겨눈다. 폭발하는 공격성이 온전히 '나'를 지키기 위해 표출될 때, 관객은 17을 향한 18의 반감이 애증이었음을 깨닫는다. 생각해 보면 미키 18은 17과 대치하던 중 티모를 보자마자 사이클러에 던져 죽이려 든다. 비록 분열된 두 사람이지만 미키가 처음으로 자신을 지키려고 시도한 순간이었다.
내가 너라서 알 수 있는 열등감과 자기혐오, 그리고 트라우마. 빨간 버튼 따위로 사고가 날 만큼 자동차를 엉망으로 만든 회사 잘못이라는 18의 말은 평생 미키가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그는 무모하고 폭력적인 또라이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 '용기'의 다른 이름이었다.
뻔해도, 결국 우리를 구하는 건 사랑
서로 으르렁 거리는 17과 18 사이에서 혼자 신난 사람은 다름 아닌 연인 '나샤'다. 지금껏 다양한 미키를 봐온 나샤는 정반대 성격의 두 미키를 보며 굉장히 흥분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신날 수 있냐는 미키 17의 질문에 그녀는 '반대 상황이라면 너도 나처럼 좋아할걸?'하고 가볍게 받아친다. 멀티플인걸 숨겨줄 테니 미키를 나누자는 카이의 말에는 불같이 화를 낸다. 16이든 17이든 18이든, 나샤에게 미키는 오로지 단 한 명이니까.
나샤는 엉뚱한 면이 있지만, 인정받은 소수 정예 엘리트 요원으로서 단단한 내면과 외면을 갖춘 인물이다. 미키는 다방면에서 월등한 그녀가 대체 왜 가장 낮은 계급인 자신과 사랑을 나누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바이러스와 각종 실험으로 죽어가는 미키를 두고 볼 수 없던 그녀는 직접 진공복을 입고 실험 캡슐 안으로 들어간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자는, 자신을 사랑할 수 없어서 희생하는 자를 돌본다.
베이비 크리퍼를 구하기 위해 몸이 묶인 채 이로 밧줄을 잡은 나샤는 미키에게 신호를 받고 'C3' 전략을 펼친다. C3는 아기를 안는 것 같은 자세로, 미키와 나샤의 섹스 체위 중 하나이다. 칼로리마저 철저히 계산하고 먹어야 하는 우주선 안에서 섹스는 가장 비효율적인 에너지 활동이다. 마샬 부부는 생존을 빌미로 니플하임에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 섹스를 금지시키지만, 그들은 장난으로 체위를 그려가며 계속 몸을 겹친다. 나샤가 미키의 전략으로 베이비 크리퍼를 구해 눈밭을 달리는 장면은, 그들의 섹스가 결여된 존중과 냉소적 자본주의로 만들어진 노동과 권력보다 더 가치 있음을 증명한다.
케네스와 대치하던 18은 기어코 죽음의 순간을 마주한다. 그의 눈에서 두려움을 읽은 케네스는 그런 감정이야 말로 인간성의 증거라고 자극한다. 그러나 미키 18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나샤와 함께 서 있는 미키 17을 보며,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이름을 불러줄 사랑이야말로 지금 모두에게 필요한 본성이라는 것을. 뒤에 붙는 거지 같은 숫자 따위는 집어치우고 미키 '반스'라는 이름을 되찾기 위해, 지금까지 그들을 괴롭혔던 동그란 버튼을 꾹 누른다.
거대한 스케일의 SF 영화로 봉준호 감독은 사랑을 말한다. 너무 큰 서사와 화제성에 비해 작은 주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번만 더 고민해 보자. 사랑이 조금 뻔하긴 해도, 작았던 적은 없다. 우리는 언제부터 나를 사랑하는 것도, 너를 사랑하는 것도 식상한 말처럼 느껴져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나? 무수한 호칭에 짓눌려 더미 속에 묻혀버린 내 이름을 건져 먼지를 툭툭 털어주고, 어쩐지 낯선 내 얼굴도 한 번 바라보자. 그리고 힘이 남는다면 아끼는 이들의 이름도 찾아 숫자는 치워버리고 광이 나게 닦아보자. 미키와 나샤, 크리퍼의 사랑으로 우리는 그 가치를 배웠으니까.
무수히 생산되는 '나' 속에서 진정한 내 이름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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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가장 정의로운 선택일 마지막 선택, 심판(Aus dem Nichts, 2017)
우리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맞이하고, 이를 해결해야 할 때 때론 법보다는 자신의 선택이 더욱 타당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기에 상황에 따른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는데, 법이 내린 결정이 부당하다면, 내가 직접 심판을 내리는 것은 어떨까?
갑작스러운 상황을 나타내는 독일어 원제(Aus dem Nichts)와 같이, 영화는 약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을 구사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카디아는 네오나치의 공격으로 한순간에 일상을 잃어버리게 된다. 폭발 사고로 남편과 아들이 곁에서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영화 오프닝 신에서 이 모든 일이 발생하는데, 폭발음이 들린다던가 배경 음악이 깔리는 등의 장치적 요소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중, 예고 없이 시작되는 비극을 제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이를 데리러 다시 찾아온 건물은 무너져 있고, 앞에는 경찰차와 구급차가 즐비하게 늘어나 있다. 뒤이어 이어지는 절규를 시작으로 모든일이 벌어진다.
전체적인 화법은 사건 자체보다는 그 일을 기점으로 변화하는 증인이자 또 다른 직접적인 피해자인 카티아의 시선으로 올곧게 직진한다. 제일 소름이 돋았던 점은 남편이 일하는 건물 앞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던 여성이 용의자라는 사실. 여성이 건물 앞에 세운 자전거 안의 폭탄으로 가족은 처참하게 희생된 것이다. 수사 초반 남편은 마약 밀매를 했다는 오명을 받고 희망을 잃어버렸던 카티아는 좋지 않은 선택을 시도하지만, 어느덧 사건에 윤곽이 잡히며 다시 의지를 일으켜 본다. 이상적으로 모든 일이 일사천리에 해결되는 모습들보다는 실제 상황에 기반하여 끝없는 법정 공방을 보여준다. 관객에 입장에 서 있는 우리는 최대한 빠져나갈 구멍이 없도록 옥죄어 가는 변호사의 변론에 안도하면서도, 작은 꼬투리를 잡고 공격적으로 늘어지는 검사의 반론에 함께 분노하게 된다. 판이 점차 카티아의 승소로 기울어져 보이지만, 도무지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재판들은 지침과 새로운 불안감을 조성한다.
이렇게 생생한 현장감과 더불어 색다른 카메라 워킹은 영화의 또 다른 감각을 불어넣는다. 그동안 봐왔던 재판 현장을 다루는 영화들은 주로 발언이나 표정들을 강조하기 위해 인물들의 얼굴을 위주로 클로즈업하는데, 카티아가 증인석에서 발언석으로 이동하는 동선을 부감 샷(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샷)으로 잡는다. 상황을 생각지 못한 시점으로 내려다보면서 엄숙한 법정의 분위기에 더 집중하고, 압도당하게 된다. 또한 분명 유리하게 작용하던 재판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이했을 경우를 잘 보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을 떠올리게 하는 카메라 기법(카메라를 뒤로 빼면서 렌즈를 줌인)을 사용한다. 이런 섬세한 연출들을 통해 인물의 복잡하고 절망적인 심리를 강조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더욱 피부로 와닿게 표현한다.
무엇보다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불도저같이 끝을 보는 카티아의 태도이다. 특히 가족을 다루는 경우에 종종 등장하는 신파 장면 없이, 가해자의 손을 들어준 법정과는 또 별개로 그는 자신만의 심판을 준비한다. 아마 이 장면이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영화는 파격적인 엔딩을 맞이한다. 법이 정당하지 않은 판결을 내렸을 때 진정한 정의구현의 방식을 카티아 스스로 만들어감으로써 딜레마를 깨버리고,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는 해결 방식을 해낸다.
<심판>은 지금까지 봐왔던 법정 공방을 다루는 영화 중에서도 진솔함이 잘 묻어나고 피해자 위주의 입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윤리와 정의를 구현하려는 진중한 시도가 돋보인다. 게다가 독기 어린 시선을 끝까지 지켜내는 다니앤 크루거의 눈빛을 보고 있자면, 복수만큼 용서를 재촉하는 것은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카티아는 자신을 파멸로 이끌면서까지도 결국엔 법 앞에 승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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