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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2022-09-01 18:41:23

[SIWFF데일리] 파스타샤 강변에 사는 아이들

<워터 오브 파스타샤> 리뷰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관람하지 않으신 분은 읽으실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영화리뷰

 

[포스터]

 

[감독] 이네스 알베스

[출연] 에콰도르와 페루의 국경지대인 파스타사강 변에서 살아가는 아추아 부족 아이들

[시놉시스아마존 우림에서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파스타사강 줄기와 나무 꼭대기를 오가며생활하는 그들은 협동하며 자율적인 일상을 이어간다. 

 

***

 

누군가의 삶을 엿본다는 것은 참으로 묘한 일이다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때면 나는  안의 관음증적인 욕망이 해갈되는 것을 느끼곤 한다다른 사람의   자체를 살핀다는 것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파스타샤  유역에 사는 <워터 오브 파스타샤>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동북아시아의 도시인들이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종류의 삶을 산다그러므로 우리는 이를 통해 새로운 종류의 영감감회혹은 사색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이제 아마존의 열대우림으로 떠나보자에콰도르와 페루의 어느 국경지대강과 숲을 벗하며 살아가는 아추아부족의 아이들을 만나러.

 

***

 

 

우리는 열대우림에 있다거대한 파스타샤 강이 있고  옆에는 무성한 숲이 있다 숲에는 많은 식물과 곤충날짐승과들짐승이 있으며 사이로는  무리의 아이들이 지난다그들은 서슴없이 나무를 올라 열매를 따고겁도 없이 거대한칼을 휘둘러 그것을 깨먹는다어른의 도움도 없이 그릇을 빚고예쁜 목걸이를 만들고빨래를 하고 저녁을 짓는다그들의 부모가 너무 바쁜 까닭에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양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다아이들에게 부모가 없는 것도 아닌데카메라는 고집스럽게 그들만을 조명한 것은 이러한 낯선 곳에서 허물없이 자라나는 아이들을 담아내고자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도시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아이들이   없이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지저분한 옷과 진흙 위를 뒹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아동 학대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정글칼을 겁도 없이 휘두르는 아이들을 보고있노라면 '저러다 다치면 어쩌나싶어 공연히 보는 나의 간담이  서늘해진다그러나 우선은그러한 우려와 편견을 잠시 미루어 두자판단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거대한 숲은 아이들의 일터이기도 하지만 거대한 놀이터이기도 하다개구리와 풀벌레는 울고나무덩쿨과 개울은 각각그네와 수영장이 되어 그들을 맞이한다바나나 잎은 근사한 치마가 되고나무 열매는 팽이가 되는 세상강과 숲은 아이들에게 그러한 세상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때가 되면 배를 타고 학교로 향한다숲의 한복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그것에서부터 흘러나온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아이들은 결코 문명에서 아주 동떨어진 이들이 아니다우리가 흔히들 착각하는 완전한 타인이 아니라는소리다수십 명의 아이들이 노트북 화면에 출력된 영미 영화를 본다각자의 교과서를 들여다보며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다시간이 남으면 빗줄기를 뚫고서라도 공을 차고 논다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파스타샤 강변을 감히 원더랜드라고 칭하지는 않겠다이것은 그들의 삶을 단순히 낭만적으로 미화하고 그들의 노동의가치를 폄훼하는 일이  것이다그렇다고 그들이 고통스럽고 '미개한삶을 살고 있노라 비하하지도 않겠다그런 오만함을 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나는 다만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지구 반대편에는 어떤 삶이 있는지 엿보았다 어린 아이들의 세곱절은 살았는데도나로서는 감히 상상하지 못할 삶이었다.(우리의 삶의 터전이 다른 것에 기인한 것이다.)

 

나는 에리카눈크이지저스누피르위마스나이암로살리나베르톨메오라몬치아스차님슈와파멜라와인치니샤야지야기파트리샤사라셰리페인트그리고 그밖에 차마 내가 기록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갈채를 보내고 싶다그들은 너무나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것을 긍정하면서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그것을 견뎌내면서그것이 삶이기 때문에 또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삶을 엿본 것은 대단히 기쁜 일이었다.

 

아직 파스타샤의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그들을 만나러 가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존에서의 삶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워터 오브 파스타샤', 22.08.30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08/25(목) - 09/01(목)

 

 

 

 


작성자 . 토리

출처 . https://brunch.co.kr/@heatherjorules/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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