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03-25 00:00:00
소재가 아동학대인건 알겠는데 주제는 뭘까?
김남길의 팬으로서 하정우와 함께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클로젯>에 대한 기대감이 낭낭했었다. 아무리 내가 팬이라지만 마냥 좋다고 평할 수 없을 정도로 말문이 막히는 작품이었다. 심지어 영화 평점을 후하게 주는 친구가 왓챠에 2.5점을 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클로젯 시놉시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은 상원과 그의 딸 이나. 상원은 소원해진 이나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 상원은 이나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긋난 사이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이나가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며 웃기 시작한다. 하지만 평온도 잠시, 이나의 방 안에 있는 벽장에서 기이한 소리들이 들려오고 이나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 그리고 상원마저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 지 얼마 후, 이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나의 흔적을 쫓는 상원에게 의문의 남자 경훈이 찾아와 딸의 행방을 알고 있다며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이나의 ‘벽장’. 10년간 실종된 아이들의 행방을 쫓고 있는 경훈은 믿기 힘든 이야기를 꺼내고 상원은 딸을 찾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어서는 안 될 벽장을 향해 손을 뻗는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조했습니다.
하정우에게서 어색함을 느낄 줄이야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하정우에게서 왠지 모를 어색함이 느껴졌다. 무당이 자해를 하는 비디오 테이프 영상 이후 상원과 이나 차를 타고 이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서 상원이 이나에게 아빠가 어쩌고~ 저쩌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정말 어색했다. 전혀 아빠같은 느낌이 아니라 삼촌인데 조실부모한 조카와 어색한 대화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상원이 없어진 이나를 찾는 이유도 잘 와닿지 않았다. 나를 찾아줘의 이영애나 박해준과 같은 모성과 부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대뜸 경찰한테 화를 내거나 방송사에 출연하며 아이를 찾는 노력이 분명 아빠인데도 내가 느끼기에는 굳이?? 이런 감정이 들었다. 이나를 찾으러 이계를 향했을 때도 이나를 찾아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용서를 구했을 때도 전혀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정우에게 아빠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어울리지 않았던 것인가? 하는 의문점이 들었던 작품이었고, 하정우식 특유의 유머 없이 시종일관 진중함으로 영화를 끌고가다보니 어울리지 않는 옷을 계속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회수하지 못한 떡밥이 있는데?
영화 <클로젯>을 보면서 물음표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막판에 엄청난 떡밥을 던지고 회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영화 초반에 떡밥을 하나 둘 뿌려놓고 마지막 절정에서 파바박 회수를 하고 결말이 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상원이 이나를 찾으러가는 절정 부분에서부터 이상한 떡밥들이 나오더니 결국 설명해주지 못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도대체 왜? 상원의 아내는 이계에서 상원을 죽이려 하는 것일까? 그리고 명진의 엄마는 어쩌다가 나타난 것이고, 왜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인가? 상원의 아내는 사고사였고, 명진의 엄마는 남편의 살인이었는데 명진의 엄마는 이계 속 괴물로 남지 않고 상원의 아내만 괴물로 남았을까? 도통 이해를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뒤 이렇게 찝찝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가지고 있으면서 설명은 제대로 안되고 굉장히 허무하고,, 루즈하고,, 영화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빨리 끝나면 저 떡밥들을 회수할 수 없을 것 같고, 걱정만 하다가 결국 회수하지 못하는 영화를 보며 굉장히 안타까워했습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어렵게 풀어내야 했을까?
영화 클로젯의 전체적인 소재는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들이 벽장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이유는 명진이라는 아이가 벽장 속에서 아빠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 억울해 어둑시니가 되었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 집에 나타나 한 명씩 자신의 세계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부모에게 당한 폭력, 언어적 모욕, 방치, 무관심 등과 같은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이 존재하고 있으며 명진이라는 아이가 성불을 했음에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또 다른 아이가 벽장으로 들어가려는 듯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아동학대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걸 왜 이렇게 어렵게 풀어내야 했을까? 어둑시니라는 우리나라의 토속적인 괴담과 연결을 하려는 시도는 좋았다. 그러나 어둑시니와 이계라는 설정이 더욱 부각이 되고 하정우의 모험이라는 테마가 전방에 먼저 제시되다 보니 오히려 아동학대라는 큰 주제는 묻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막판에는 김남길이 그냥 대사를 통해 “다들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들이었네요.”라고 퉁쳐서 얘기를 하는 바람에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절박했던 그 마음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이 영화의 주제가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 주변에 많으니 관심을 기울여라 인건지 당신도 모르게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김남길 배우를 좋아하기도 했고,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던 영화 <클로젯>. 하지만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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