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3-07-31 22:03:37
가장 건전한 먹방 그리고 외로움에 대한 담론
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뷰
요즘 먹방은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먹방을 보진 않는다. 항상 안 봤던 것은 아니고, 어느 순간부터 보게 되지 않았다. 특히 먹방이 인터넷 영상의 한 장르를 넘어 공중파의 소재로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컨텐츠가 아닌, TV 채널을 돌리다가 무심코 보게 되버리는 순간들이 축적되며 점점 찾지 않게 된 장르다.
하지만 공중파의 탓만 하기엔 다른 이유가 있다. 언젠가부터 많이 먹는 행위가 보기 좋고, 복스럽게 보여 음식을 더 먹고 싶어지게 만든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이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많이, 그리고 과도하게 빨리 먹어버리는 행위는 복스러움을 넘어 탐욕스러워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많이 먹는 행위가 보기 좋다는 것은 너무 단순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며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결핍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음식을 먹는 양과 상관없이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어느날 갑자기 이미 봤던 영화이지만 '리틀 포레스트'를 다시 정주행했다. 아, 물론 처음은 일본판으로 시작해 한국판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음식들이 다 맛있어 보여서 내가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의 요리들은 전부 다 따라해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은 수제비였는데, 그 수제비를 먹으면서 '리틀 포레스트' 시즌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먹방이 아닐까 생각했다. 가장 건강한 형태로 식욕을 유발하는, 그래서 더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먹방 말이다. 물론 내 입맛이 토속적인 편이기에, 영화 속 음식이 다 맛있어 보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소식좌가 생겨나는 것을 보아, 많은 사람들도 이제 나처럼 많이 먹기만 하는 먹방은 질린 것 같다. 오히려 많이 먹지 않아도 천천히 먹는 것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오늘도 생겨나는 수많은 먹방 방송들 중에서 오늘도 나는 이 영화를 다시 켜보는 것은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먹방러들보다 이제는 음식을 천천히, 온전히 먹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고파진다는 것은 결국 나는 먹방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질려 버렸다는 반증인 것 같다. 수많은 퓨전 음식들이 있어도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은 음식 본연의 맛이고, 그 본연의 맛을 구현해 내고, 맛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내 것이 있는 독립적인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내가 내 요리를 만들어먹을 줄 아는 사람은 혼자 먹고 있어도 외로워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배달음식에 의존하며 오늘도 먹다남은 플라스틱통을 냉장고에 우겨넣으며 현타가 올지는 몰라도. 내가 먹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성과도 있고 희로애락이 담겨있기에 외로움에 침잠해있을 틈이 없다.
나의 엄마가 한 말 중에
"외롭다고 난리치는 사람들은 참 할 일도 없나 싶더라. 취미도 없고, 좋아하는 것을 지속할 끈기들도 없어서 계속 남한테 뭘 해달라고 조르기만 해. 외로울 시간이 어딨어, 내 할일만으로도 신경쓸 일이 얼마나 많은데, 외롭다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 싶더라고."
물론 내 엄마는 좀 독립적인 스타일이라 매정한 사람일 때도 있지만 이 말에 공감했다. 내 것을 나를 위해 만드는 삶은 나를 외롭게 할 틈을 주지 않고 여유를 가져다주기에 먹방러들처럼 급하게 먹을 필요도 없다. 남에게 애정을 갈구하지 말고, 남에게서 바라는 애정을 내가 나에게 해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영화 속 김태리도, 일본판 주인공도 혼자 살지만 외로워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게 내 눈에도 멋있어 보였고 말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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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NE1, 블랙핑크
2NE1, 블랙핑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블랙핑크 : 세상을 밝혀라'을 봤다.
한국의 대중가요에서 특히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세계로 퍼져나가는 음악을 K-POP으로 부른다. 많은 아이돌 그룹이 세계 순회공연을 다니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BTS와 블랙핑크가 단연 돋보인다.
나는 아이돌, 아이돌 그룹에 거의 관심이 없다. 내가 '꼰대'이라서 그렇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음악 취향과 음악성이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고, 지금도 항상 듣는 음악이 2NE1이다.
투애니원은 이미 공식 해체한 그룹이다. 그룹 리더인 '박봄'도 이제 30대 중반이 되었으니, 이들도 나이 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투애니원의 음악이 참 좋다. 여느 걸그룹과 확실하게 다른 음악, 음악 자체가 일단 좋고, 멤버 네 명 - 박봄, 산드라박, 씨엘, 민지 - 의 개성도 뚜렷하고, 노래, 춤, 의상 모두 훌륭하다.
투애니원이 처음 등장할 때를 기억한다. 그때가 데뷔였다는 건 몰랐지만, 2009년, 아내와 영화를 보러 코엑스에 있는 메가박스에 가서 영화관 자리에 앉아 있었고, 곧이어 광고가 나왔다. 그 광고 가운데, 빅뱅과 네 명의 여성 그룹이 나왔고, 이들이 부른 노래는 '롤리팝'이었다. 나는 그 광고가 투애니원의 데뷔곡인지 몰랐지만, 매우 감각적이고 인상 깊은 노래여서 지금도 좋아한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투애니원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노래를 듣게 되었다. 투애니원의 노래는 강렬하고 통쾌하다. 여성 아이돌 그룹 가운데서 거의 유일하게 '걸크러시' 모습을 보여주었고, 네 명의 보컬과 춤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투애니원은 7년 동안 활발하게 활동했고, 지금은 각자 따로 활동하지만, 다시 뭉칠 가능성도 있다고 들었다. 지금 유튜브의 '투애니원 공식 계정'에는 구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고,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나 역시 '2NE1'의 팬이다.
블랙핑크의 등장은 투애니원보다 더 화려하고 완벽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들이 연습생 때부터 데뷔, 데뷔 이후의 월드투어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사람들이 말하듯 블랙핑크는 '2NE1'의 '럭셔리 버전'이라고 봐도 좋겠다. 같은 YG 소속이고, 2NE1의 음악을 프로듀싱한 '테디'가 블랙핑크의 음악도 프로듀싱했다는 점에서, 블랙핑크는 2NE1의 유전자를 거의 그대로 복제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들이 연습생 시절에는 함께 연습하던 동료들이 20-30명 정도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탈락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결국 지금의 블랙핑크 네 명 - 지수, 제니, 로제, 리사 - 이 남았다. 이들의 가창력과 안무는 당연히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미모도 빼놓을 수 없는데, 노래, 춤, 외모까지 완벽하게 갖춘 아이돌 그룹 가운데 블랙핑크는 단연 톱이라고 생각한다.
블랙핑크가 보여주는 성과는 정말 대단하다. 2NE1도 훌륭했고, 여전히 훌륭하지만, 블랙핑크는 선배인 2NE1의 어깨 위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지금 세계를 주름잡는 K-POP의 물결을 타면서 블랙핑크는 실력과 함께 운도 좋은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2NE1이 '걸크러시'의 모습을 조금 더 강하게 드러냈다면, 블랙핑크는 화려하고 '럭셔리'한 컨셉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힘 있는 춤과 도도함, 강렬한 사운드와 화려한 안무는 팬들을 매혹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2NE1과 블랙핑크의 음악은 매우 비슷하다. 강렬한 비트를 배경으로 깔고, 네 명으로 구성된 멤버, 메인 보컬, 서브 보컬, 메인 힙합, 메인 안무를 담당하는 멤버가 있고, 격렬하면서 힘찬 안무, 네 명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당당하고 자신 있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 등, 프로듀서가 같고, 지향하는 음악이 일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블랙핑크는 2NE1의 모습을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킨 걸그룹이다.
블랙핑크는 아이돌 걸그룹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기록은 모두 '세계 최초'이자 '세계 최고'들이다. 한국의 대중음악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건 기분 좋고 자부심을 가질 일이다. 한국의 예술가들이 이제는 세계를 향해 더 활발하고, 멋지게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가능성이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
2NE1, 블랙핑크 - 2
블랙핑크가 만들고 있는 놀라운 기록들은 분명 긍정적이다. 한국 대중가요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그로 인한 유무형의 자산이 확대, 확산하고 있는 건 분명 우리나라에게도 좋은 현상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있다.
2NE1이나 블랙핑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연예산업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이기도 한, 기획사와 아이돌, 걸(보이)그룹의 소비, 성상품화 등에 관한 문제 의식이다.
'기획사'로 불리는 연예 기획회사는 아이돌 뿐 아니라 연예인들과 계약을 하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회사를 말한다. 연예 기획사는 장르에 따라 구분되는 특징이 있어서, 가수들만 관리하거나, 영화배우만 관리하는 방식으로 특화되어 있다. 대형 기획사는 장르에 관계 없이 가수, 배우, 탤런트, 개그맨 등과 계약을 맺기도 한다.
대중연예인이 이름 있는 기획사에 소속된다는 것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형 기획사에 유명 연예인이 많이 소속되어 있으면, 기획사의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명 연예인이 기획사를 먹여 살기기도 한다. 작은 기획사에 소속한 무명 연예인이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되고, 많은 돈을 벌면 작은 기획사는 스타가 된 연예인 한 명의 힘으로 성장해 중형, 대형 기획사로 성장할 수 있다.
연예기획 사업은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투기적 성향을 갖는다. 연예인이 되려는 사람은 많지만, 이들 가운데 스타가 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설령 유명한 연예인이 된다 해도 아이돌, 아이돌 그룹의 경우, 활동 기간이 길지 않아 연예기획사는 아이돌(그룹)이라는 상품을 최대한 활용하게 된다.
모든 자본주의의 상품이 그렇듯, '아이돌' 역시 하나의 '상품'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상품도 있지만, 특수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상품도 있다. 공장에서 만드는 상품은 노동자의 '노동'이 투입되면서 잉여가치가 생산된다. 즉, 노동자의 노동이 잉여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반면 연예산업은 노동자의 역할이 사라지는 대신 - 기획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당연하고 - 연예인은 그 자신이 '상품'이 된다는 점에서 특수한 형태의 '상품'이다. 기획사는 자신이 고용한 특수한 형태의 노동자에게 투자한다. 기획사는 건물, 토지, 돈을 가지고 있으며 이 자산을 바탕으로 자신의 '상품'이 될만한 대상을 찾는 것이다.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는 연예인은 특수한 형태의 노동자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임금을 받으며 일하지 않지만,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거나, 연극, 연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면 그에 대한 일정한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자신이 '자본'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노동자다.
이들이 '특수한 형태의 노동자'인 이유는, 자신의 재능으로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노동자가 아닌, 자본가(건물주), 부르주아가 될 확률이 다른 노동자보다 높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되고픈 청소년은 수도 없이 많지만, 이들 가운데 스타가 될 확률은 0.1%도 안 된다. 그렇기에 더욱 '스타'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것이다.
기획사(자본)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이들은 재능 있는 청소년을 발굴해서 혹독한 연습생 과정을 거쳐 데뷔시키는데, 이 과정이 짧게는 몇달이지만 길게는 십년도 걸리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통 2-3년에서 5-6년 사이에 연습생 과정을 마치고 솔로 또는 그룹으로 데뷔하는데, 데뷔부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그들의 노래가 많이 팔리고, 아이돌(그룹)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는 또 시간이 필요하다.
기획사는 자신의 '상품'인 아이돌(그룹)을 대중에게 알리려고 다양한 방식의 홍보, 마케팅, 로비를 펼친다.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하고, 유튜브 채널을 만들며, 오프라인의 다양한 행사-대학, 잔치, 지역 등-에 출연해 얼굴과 이름, 노래를 알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뉴페이스 '상품'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연예기획사의 요구와 주문에 따라 일정을 소화한다.
기획사에서는 새로운 상품이 충분히 '판매'될 것인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판매'는 방송출연, 음반(디지털 포함) 판매, 대중의 소구력, 인지도, 각종 행사 스케줄의 종류와 양 등을 말한다. 즉, 기획사가 아이돌(그룹)에 투자한 총비용와 이윤을 합한 매출 이상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면 아이돌(그룹)은 계속 활동할 수 있으며, '스타'가 될 확률이 높다.
반면 기획사의 예상보다 반응이 낮은 아이돌(그룹)은 일찍 폐기해 지출을 가능한 적게 만든다. 기획사는 '상품(아이돌(그룹))'은 꾸준히 만들고 있으므로, 상품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 미련없이 폐기한다. 오로지 자본의 논리만이 '연예 시장'에서 통용되는 건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돌'은 인간으로의 존엄과 권리가 종종 침해당하게 된다. 단적으로 기획사와 아이돌 사이의 계약조건이 불공정하게 이루어져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고, '갑'인 기획사의 의도를 '을'인 개인이 반박하거나 항의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많은 청소년들이 불공정한 계약과 처우,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연예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성공했을 때 받는 결과가 극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예시장이나 스포츠시장은 그런 점에서 같다.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상품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혹독한 반면, 성공 가능성은 낮고, 성공하지 못하면 아무런 대가가 없지만, 일단 성공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부와 명예를 누리기 때문이다.
연예 시장에서 기획사의 역할은 재능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시장의 상황에서 자본을 투입해 홍보, 마케팅을 동원해 성공하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재능만 있다고 성공하지 못하는 연예시장에서 홍보와 마케팅은 결국 자본을 대량으로 투입해야 하고, 자본의 규모에 비례해 아이돌(그룹)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아이돌(그룹) 가운데 여성이 많은 이유는 가부장 사회와 깊은 관련이 있다. 남성 중심,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늘 '대상화'된다. 여성은 '사회적 소수자'이면서 '사회적 약자'이기에 남성보다 더 많이 '성적'으로 소비되는 대상이 된다.
더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더 많은 비율로 '성 상품'으로 판매되는데, 이것은 가부장,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서 안정된 직업이나 직장의 자리를 남성들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는 불공정, 불평등한 구조가 원인이다. 즉, 여성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성'을 판매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는 것이 사회적 불평등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해야 하고, 성 착취와 성별 불평등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여성의 '성 상품화'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여성도 나타난다. '성'을 상품화 하는 것이 평범한 노동을 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편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한 일부 여성은, 체제의 한계 - 가부장제, 남성 우월주의 사회 - 를 빠르게 인정하고, 그 체제 안에서 순응하며 자신의 재능이나 '성'을 상품으로 판매하려는 전략을 세운다.
연예기획사에 수많은 청소년이 몰려드는 것도 이런 이유와 맞물려 있다. '스타'로서의 성공과 막대한 부를 거머쥘 수 있다는 장미빛 미래와 자신의 재능을 상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 이런 욕망을 부추기는 자본의 논리, 평범한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등이 결합해 연예 시장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진다.
아이돌(그룹), 특히 여성 아이돌(그룹)의 경우, 그들의 노래와 춤이 경쟁적으로 선정성을 띄는 것은 명백히 자본의 논리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남성 아이돌도 어느 정도 선정적이긴 해도, 그들이 '남성'이라서 '성적대상화'는 여성 아이돌에 비해 덜 하다.
여성 아이돌(그룹)은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데, 이것을 남성 아이돌(그룹)과 비교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남성 아이돌(그룹)도 옷을 벗고 맨몸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드문 경우고, 여성 아이돌(그룹)은 거의 예외 없이 짧은 치마, 짧은 바지, 배와 배꼽이 보이는 짧은 옷, 속옷처럼 보이는 바지와 상의를 입고 노래하고 춤춘다.
이 현상은 두 가지 이유가 변증법적으로 결합한 결과인데, 연예기획사에서는 여성 아이돌(그룹)을 '상품'으로 판매하기 위해 가장 보기 좋은 디자인으로 만든다. 그것은 기본이 되는 노래와 춤을 제외하면, 외모, 화려하고 개성 있는 의상, 대중의 선망과 욕망을 자극하는 패션과 화장, 이미지 메이킹을 만들어간다. 여기에 아이돌 자신도 연예인으로 성공하고픈 욕망과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한 노력, 선망의 대상이 되려는 의지, 대중의 욕망을 충족시켜야 하는 압력 등의 기제를 통해 스스로 몸을 드러내게 된다. 즉, 아이돌의 노출은 기획사의 이윤추구를 위한 목적, 대중의 욕망, 아이돌 자신의 욕망을 위한 의지가 결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쯤에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자발적 성매매', '자발적 성상품화'에 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우리 모두(여성과 남성)는 이 문제에 대해 속고 있거나 무지하기 때문에, 본질을 모른 채 피상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걸 볼 수 있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섹스, 임신, 출산에 있어서 여성 스스로 주체적으로 판단, 결정하는 걸 말한다. 즉, 외부의 힘에 의해 압력을 받아서는 안 되며, 법과 제도에 의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자신의 '성'을 외력(폭력)에 의해 유린당할 수 있으므로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사회에도 있다.
반면, '자발적 성매매'나 '자발적 성상품화'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의미도 다를 뿐 아니라, 본질에서 매우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어떤 여성이 스스로 몸을 노출할 권리는 있다. 또한 자기의 '성'을 판매할 권리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오로지 여성 자신의 판단과 결정인지는 사회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천년 전, 예수가 활동하던 시기에도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즉, 체제를 불문하고 여성이 '성'을 판매한 것을 두고 여성은 자신의 '성'을 파는 것을 좋아하고, '성'을 팔아서 쉽게 돈을 번다고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무지한 발언이다.
여성이 '성'을 팔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 사회가 되면서 여성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차별당하면서 발생한 불평등에 원인이 있다. 이 차별은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하고, 농사를 지으면서부터다. 농사를 짓는다는 건, 인류가 집단생활을 시작하고, 가축을 기르며, 정착해서 안정적 거주지를 확보하고, 농산물의 수확을 통해 잉여생산물이 발생했다는 걸 뜻한다.
잉여생산물은 필연적으로 계급의 발생으로 이어지고,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뉜 집단은 생산성이 높아지고, 잉여생산물이 늘어나면서 집단화, 도시화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소유물은 남성이 차지하고, 여성은 남성의 보조적 관계 또는 피착취 관계로 전락한다.
이런 양상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더욱 첨예하고 격렬하게 드러나는데, 자본주의는 자본이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해서 이윤을 확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존의 사회질서에서 소외된 여성은 자본주의에서 소외와 착취라는 이중의 고통 속에 놓이게 된다.
여성의 인권과 처우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자본주의 체제에서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며, 남성에게 소외당하는 존재이고, 자본에 착취당하는 노동자이면서, 남성 우월의 불평등 구조에 억눌린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여성이 주체적으로 '성'을 판매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오로지 여성의 주체적 결정인가는 의문이다. 사회 속 여성, 특히 가부장, 남성우월주의, 자본주의라는 두 개의 거대한 바위에 짓눌린 여성이 선택하는 결정이 '주체적'일 수 있을까. 여성은 태어나 자라면서 자기도 모르게 남성의 세계관을 주입당하고, 남성의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훈련을 받는다. 그것이 여성의 잘못은 아니지만, 여성이 불평등의 피해자라는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왜곡된 결론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남성도 '성'을 판매하기는 한다. 여성과 마찬가지 이유로. 그것은 쉽고 빠르게 돈을 벌려는 목적이다. 즉 남성이나 여성이 '성'을 파는 것은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압력에 의한 행위이며,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없는, 개인을 착취하는 구조에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자발적 성상품화' 역시 같은 구조를 갖는다. 스스로 자기의 성을 상품화한다고 생각하는 개인은, 자기의 선택과 결정으로, 주체적 행위를 한다고 믿지만, 자신의 능력과 개성을 표현하는 것과는 달리, 성상품화는 거의 모두 사회적(자본) 압력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단지 개인은 자신의 욕망과 사회적(자본) 압력을 구분하기 어렵고, 그 둘의 이해가 상충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으로 여길 뿐이다.
많은 아이돌(그룹)이 노출이 많은 의상으로 무대에 서서 선정적인 춤을 추는 것은, 그들 자신의 의지라기 보다는 사회적(자본) 압력, 대중의 욕망, 그리고 그 압력과 욕망에 조응하는 아이돌 개인의 욕망과 자기최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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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감이 되거나 사냥꾼이거나 둘 다 아니거나
굉장히 오래전 일이다. KBS의 <해피 투게더>에 나와서 모 래퍼가 어떤 분에게 랩을 한다. "인생의 진리지!" 이 한 줄은 많은 커뮤니티를 오고 가며 밈이 된다. 약간 모든 게 완벽한 너. 너는 인생의 진리지!라는 식의 가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랩을 했던 사람이 자기 계발에 진심인 분이었어서 그 분 특유의 오그라드는 감성과 잘 맞았다.이 깔끔한 캐릭터성은 지금 봐도 웃긴 코미디 소스다. 그런데 코미디는 코미디고 완벽한 건 참 부러운 일이다. 비단 나만 해도 머리가 안 좋고 키가 작다. 그리고 소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과는 머리가 먼 느낌이다. 나도 다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노력은 하는데 이상과 현실이 괴리가 있는 느낌.. 하하..
이정재 배우 역시 찾아보면 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의 인생사가 편하게만 전개되지는 않은 것 같긴 하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았던 적도 있으니 지금까지도 유효한 비판일 거라 생각한다. 근데 이 이정재 배우는 작년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중년 운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관상>으로 재기의 시발탄을 쏘아 올리면서 그의 커리어가 다시 시작됐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포스 있는 액션 연기로 무비스타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그다음 작은 <오징어 게임>이었다. 국제적으로 가장 흥한 드라마인 이 작품. 미국의 어느 에이전시와 계약했고 마블과의 링크도 뜨고 있는 건 정말 신기하다. 엥? 더 잘 될 수가 있나? 우리나라에선 이미 탑스타가 된 이정재 배우. 이 이정재 배우가 연출에 도전한다. 그리고 엄청 성공적인 것 같다. 웰메이드 스릴러 한 편이 등장했다. <헤어질 결심>과 <소설가의 영화>에 이은 올해 한국영화의 발견이 되지 않을까 싶다. <헌트>다.
복잡한 1983년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킨 지 4년이 지났다. 1983년 워싱턴. 두 안기부 차장이 대통령을 엄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래 대통령이 오기로 했던 건물 밖에는 성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 어수선한 건물 밖 분위기. 건물 위층에는 CIA 인사와 안기부 부장 강 부장이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과열되는 시위. 하지만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하는 일정에 차질은 없다. 그런데 CIA에서 연락이 왔다. 대통령을 노리는 저격수가 있다는 소식이다. 어디에? 안기부 국내팀/국외팀 차장 박평호와 김정도는 무장하고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건물 안에 모든 신경이 집중됐다. 긴박한 지금. CIA와 안기부는 테러범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임무 도중 박평호가 인질로 잡히게 된다. 고민하는 안기부. 그렇게 전전긍긍하던 때 김정도는 테러 용의자를 사살한다.
뭔가 안 맞는 것 같은 둘. 사실 테러범을 생포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조사하고 싶었지만 김정도가 가차 없이 사살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긴 어렵게 됐다. 김정도의 발령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호흡이 영 안 맞는 둘. 두 사람이 이끄는 안기부에 제보 하나가 들어왔다. 안기부 안에 북한과 내통하는 스파이가 있다는 소식이다. 이름은 동림. 이 스파이가 주요 정보들을 그동안 북측에 정보를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파이를 놔둔다는 것은 한국의 안보에 거대한 구멍을 만드는 셈이 됐다.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동림. 안기부의 윗동네가 아니라면 유출이 안 될 정보들이 퍼지고 있다. 과연 동림의 정체는 누구일까? 두 남자는 처절하게 대립하며 스파이의 정체를 점점 알게 된다.
독보적인 느낌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정재 감독은 보통 배우로 유명하다. 작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이 그의 대표작이다. 드라마로 국제적인 인기를 끌기 이전에 사실 충무로에서 굵직하게 이름을 날리던 게 이정재 배우였다. <도둑들> <암살>로 천만배우 주조연도 해보고 <관상>의 수양대군이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신세계>의 이자성 역으로 개성 강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특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역이 아주 인상 깊었다. 그 처음 등장할 때 ‘그것이 나의 방식이야’하던 장면을 글쓴이는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정말 이정재 배우의 팬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닌 건 아닌 것이다. 뭔가 스타성이 강하지 예술가적 창의성이 뛰어나다고는 생각 안 해봤다. 맡는 역할도 왠지 제한된 느낌?
그러나 이 영화는 그동안의 영화를 봤던 분들에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이 신인 감독의 연출기법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다. 일단 이 영화는 세 작품과 비슷하다. <원스 어픈 어 타임 할리우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공작>이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 역사를 살짝 비틀었다는 것이 아마 세 작품과의 유사점이 될 것이다. 근데 유사점을 떠나 세 작품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살짝 다른 느낌이다. <원스 어픈 어 타임 할리우드>보단 어둡고 빠르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첩보물의 형태를 가져왔지만 주인공의 입장 처지가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 <공작>과도 비슷하지만 더 처절하고 끈적끈적하다는 지점이 세 영화와 같지만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액션신 연출 방식이 여태까지 나왔던 다른 장르물과 다르다. 이 <헌트>에서의 액션신은 분출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시퀀스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박평호와 김정도가 내면에 품고 있는 특정한 감정으로 영화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짜여있다. 가령 첫 번째 도입부를 보면 그렇다. 김정도는 그냥 사살하는데 박평호는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인물 간의 입장 차이를 위해 장면 장면을 넣은 것이다. 또 하이라이트 신에서의 총격전은 어수선하고 난잡하면서도 장르적인 특성과 하고 싶었던 말을 분명하게 삽입했다. 불필요한 장면 삽입 없이 시퀀스를 경제적으로 활용한 이정재 감독의 뚝심이 돋보였다.
이렇게 이야기와 드라마 사이를 잘 조절해서 빠르게 전개하다 보니 보는데 이물감이 없다. 굉장히 빠른 이야기 전개에 변박을 부여해서 정서와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까지 한다. 또한 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인물 간의 차이점을 부각하는 연출에도 유효한다. 극 중 김정도와 박평호는 비슷한 점이 많다. 같은 안기부 차장이라는 점, 부하 직원이 있다는 점, 또 뭔가 약점이 있다는 점 이런 것들에서 비슷하다. 이렇게 비슷한 게 두드러지도록 잘 짜여있기 때문에 엔딩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구멍이 없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하면 '아 이래서 그랬겠구나'이해가 쉬울 것이다. 일부러 두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목표로 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로 만들었기 때문에 하이라이트 신의 쾌감이 잘 느껴진다. 이런 방식은 어디에서도 못 봤다. 신인 감독의 독창성이 그대로 묻어 나온 영화였다.
엄청난 퍼포먼스
이정재와 정우성은 충무로의 큰 이름들 중 하나다. 그만큼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는 뜻이다. 이에 호응하게 둘의 인맥은 넓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정재 배우의 '방위 시절'에 만났던 유재석,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이미 모델로 월드클래스였던 정호연 배우, 송강호 배우 등 충무로 마당발 중 하나가 이 영화의 감독이다. 마찬가지로 정우성 배우 역시 곽도원 배우나 주지훈, 전도연 배우 등등 청담동 부부는 덕을 잘 쌓았는지 인맥이 넓다. 이를 보여주듯 이 영화에선 씬스틸러들이 잘 나온다. 그리고 이 씬 스틸러 중 몇몇 배우는 물리적인 분량이 짧아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일단 어떤 카메오들은 잠깐 샤샥하고 스쳐 지나간다. 초중반부쯤 총격전 신에서 양 갈래로 나뉜 국정원 요원들의 얼굴을 잘 확인해보시면 누가 나왔는지 파악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상기했던 '엄청나게 중요한 카메오'에 대한 이야기다. 네 배우다. 일단 ~장 전문 배우 송영창 배우는 극에 보이는 대로 이해해도 뭐 큰 스포일러가 아니다. 중요하긴 하지만 이 배우의 출연 사실만으로도 반전이 있거나 이러지는 않다. 나머지 세 배우다. 이 세 배우중 두 사라는 주체적인 연기를 잘 소화했다. '주체적인 연기'라고 하는 것은 인물이 수동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인물의 처지를 결정짓는다는 이야기다. 회사 대표로 나왔거나 안기부 요원 중 한 사람으로 나온 두 사람은 자기 몫을 충분히 잘 해냈다. 극 중 인물들이 '이래서 이렇게 행동했다'를 설명하기 위해 굉장히 중요했던 두 사람은 눈빛과 표정으로도 그 개연성을 성립시킨다. 아. 세 신스틸러 중 나머지 한 배우가 있다. 이 배우에 대해서는 어떤 역을 맡았는지 서술하지 않겠다. 이 배우는 극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리고 등장하자마자 천재성을 선보이며 극의 휘발유를 부었다. 이 인물이 이야기 전개에서 핵심이 되는 두 번째 발화점이라는 점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압도적인 긴장감을 조였다가 푸는 광기 어린 퍼포먼스를 소화해낸다. 금세 이 배우가 출연했던 다른 영화들이 떠오를 것이다.
아. 카메오들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디렉팅이 깔끔했다는 느낌이 든다. 전혜진 - 허성태 배우는 박평호 - 김정도의 곁에서 조수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두 배우는 성격이 극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혜진 배우가 맡은 방주경 역은 비교적 덜 감정적이면서 여유가 있다. 이 여유가 있는 일처리 방식은 주요하게 작동한다. 또 허성태 배우가 맡은 장철성 역은 들끓어 오르는 인물이다. 이 인물의 내면 역시 극에서 중요하게 작동되며 이야기에 영향을 끼친다. 두 배우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두 남자에게 신뢰관계를 형성하며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두 배우가 워낙 경험이 많아서인지 이 두 과제를 잘 이해하고 수행한 듯 보인다. 둘 다 정말 좋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또 정우성 배우는 이 영화에서 경력의 최고점을 찍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난 이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를 보여주듯 불안에 떠는 내면과 많은 임무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드러냈다. 김정도와 박평호에게 중요했던 것은 거리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두 사람 사이에도 그게 느껴져야 하고 관객들 입장에서도 멀리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글쓴이는 두 인물이 어떤 사람인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정재 배우는 뭐 본인이 감독이니만큼 극의 배경이자 설정이 되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또 고윤정 배우와 임성재 배우가 기억에 남는다. 임성재 배우가 어떤 역을 맡는지는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난 이 배우가 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어딜 갖다 놔도 어울리는 비주얼과 연기를 보여준다. <언프레임드>에서 찌질한 느낌도 잘 살리고 이런 역도 잘하는 거 보면 연극 판에 오래 있던 분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다. 뭐 지금 제일 인기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나온다고 하던데 잘 되셨으면 좋겠다. 또 고윤정 배우는 이름만 몇 번 들어보고 실제로는 처음 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배우 역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정재 감독이 좋은 원석을 잘 섭외했다.
알고 가면 더 효과적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그리고 실제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기도 했다. 일단 전두환 누군지 모르는 사람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10.26 사태로 박정희가 암살당하고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독재자다. 1980년 광주를 위시한 수많은 학생운동을 탄압하며 많은 분들을 희생시킨 인물이다.
다음 두, 세 번째는 '장영자 사기사건'과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이다. 일단 전자. 장영자 사기사건은 1980년대 초반 장영자라는 인물이 전직 안기부 요원이었던 이철희와 함께 도합 6천억 원가량의 어음사기를 벌인 일이다. 이 사건으로 관련된 5 공화국 인물이 많이 구속됐다. 이 사건이 극에서 어떤 사건으로 치환된다. 그리고 후자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 역시 극에서 나름 중요하다. 북한의 공군이었던 이웅평 대위가 자기가 소유하고 있던 제트기와 함께 남한으로 무작정 투항한 사건이 이 일이다. 1983년 이 일이 있고 나서 남북관계가 불안정했다고 전해진다. 다음은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다. 이근안은 5공화국 당시 유명했던 고문기술자다. 주로 심문하는 사람들에게 팔을 꺾거나 사람을 통닦처럼 묶어 고문을 하는 등 현재까지도 많은 영화에서 사용한 방식 몇 개를 이근안이 고안해냈다고도 한다. 이 이근안이 암시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다음은 조총련이다. 간단하다. 북한의 사회혁명 단체다.
또 가장 중요한 아웅 산 묘소 테러사건이다. 전두환 정권은 1983년 아시아를 순방 중이었다. 이때 미얀마를 방문해 이 나라의 민주투사들에게 참배하는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당시 북한군은 폭탄을 설치해 아웅 산 묘소에 있던 13명의 정부 관료를 사살했다. 전두환을 목표로 한 테러였지만 주요 행정부 관료가 사망했기 때문에 5공이 무너지진 않았지만 엄청난 치명타를 가한 셈이 됐다. 전두환은 묘소에 도착하기 이전에 차가 고장 나서 수리하는 바람에 도착이 지연됐다. 이 일은 전 대통령에게 행운으로 돌아왔다. 이 덕에 전두환 대통령은 생존해서 1987년까지 정권을 이끌게 된다.
여름 극장가의 승자가 될 듯
한 3주 지났다. <외계+인> 1부로 시작한 여름 빅 4 레이스가 <헌트>를 끝으로 마무리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이 <헌트>가 최종 승리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2부를 위한 준비물이었던 <외계+인>, 깔끔하지는 않았던 <한산>,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비상선언>은 뭔가 아쉬운 지점이 있다. 그런데 이 <헌트>는 강강강의 템포가 강점으로 발휘돼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스릴러 장르영화로서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뭔가 오그라드는 느낌도 없고 위험한 지점도 없으며 결과를 이미 알고 있지도 않는 좋은 영화다. 한국의 현대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가장 티켓값을 할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 중 높은 순위권에 안착할 작품이 나타났다.
총성으로 되묻다
우리나라는 참 상처가 많은 역사를 갖고 있다. 전쟁 이후 70여 년 동안 독재자 세 명이 등장한 탓에 많은 분의 희생을 감내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영화화될 소재가 많아졌다. 그리고 이 <헌트>도 이를 반영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 <헌트>는 사실 관객에게 질문하는 영화다. '동림'이 누구라고 생각해? 와한 문장이 더 있다. 후반부에 주요 등장인물의 입에서 나오기도 하고,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짜인 장르적 특색이 메시지와도 이어지는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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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키즈 크리에이티브 2
클린턴은 기숙사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10살인 어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크리켓 골든 트로피를 얻었던 만큼 크리켓을 잘했다. 기숙사에서 키가 큰 아이가 자신을 괴롭히고 비하하는데 클린턴은 자신의 화를 참으며 과거에 트로피를 손에 쥐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클린턴은 기숙사 학교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아이이다. 식당에 빌린 돈이 많아 갚지를 못해 밥도 못 먹고 선생님도 클린턴을 소외시키고 만다. 이런 극악의 상황에서 자신과 같은 전학생을 본다. 그 전학생도 말수가 적고 소외당하는 아이지만 클린턴은 그 애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기숙사에서 힘든 시간을 겪은 클린턴에게 기회는 있을까?
제인은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8살 어린이다. 하지만 그녀를 키우던 엄마가 우울증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게 되어 할머니 집에 맡겨지게 되자 싫은 감정을 내보인다. 할머니는 그런 제인에게 양파 파이를 만들어주고 레시피도 공개하지만 싫증이 난 제인은 집 뒤뜰에 있는 숲에 가게 되고 길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눈을 뜨자 자신 앞에 보이는 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고 거대한 몸집의 큰 거인이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도망치려 하는데... 이 거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아의 소수 민족인 아제리 민족은 유목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여성들과 아이들은 글자를 못 읽기에 학교에 가지 못한다. 그러던 중에 파샤의 딸인 귀네쉬는 글자를 읽고 공부를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귀네쉬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파샤의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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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싫어서 | 철 지난 신조어를 생생하게 되살리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한 20대 후반 '계나'(고아성). 필사적으로 일해서 학자금 대출도 다 갚고, 남자친구 '지명'(김우겸)과의 미래도 계획 중이던 그녀에게 고민이 하나 생겼다. 바로 한국이 싫다는 것. 회사에서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부품에 불과하고,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더 큰 꿈을 꾸지 못하는 그녀는 결국 결단을 내린다. 한국을 탈출하기로.
뉴질랜드로 건너 가 대학원 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계나. 어딘가 이상하면서도 믿음직한 친구 '재인'(주종혁)도 만나고, 자유롭게 연애도 하며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한국을 떠나 마침내 낙원에 도착한 듯 보이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 편은 여전히 헛헛하다. 이에 그녀는 또 한 번 여행길에 오른다.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
스크린 위에 펼쳐진 스토리텔링 저널리즘
스토리텔링 저널리즘. 근래 몇 년간 해외 언론에서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사다. 주요 정보를 중요도 순서로 나열한 스트레이트 형식에서 벗어나 독자가 사건에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정보의 홍수인 21세기에 정보 전달만으로는 언론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의 산물이기도 하다.
스토리텔링 기사의 핵심은 '보여주기'다. 사건을 장기간 관찰한 후 생동감 있는 글로써 보여주는 데에 집중한다. 당사자, 전문가 인터뷰만 따는 게 아니라 취재원의 일상을 같이 따라다니며 그 일상을 소설처럼 긴 흐름에 담는다. 독자 스스로 사건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즉, 글로 만드는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자연히 분량이 상당하다. 뉴욕타임스의 스토리텔링 기사는 A4 30페이지를 훌쩍 넘는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한국이 싫어서>는 스토리텔링 기사 한 편을 스크린에 띄운 것 같은 작품이다. 소재는 새롭지 않다. '헬조선'이라는 말 자체가 2010년대 후반 이후로는 잘 안 쓰일뿐더러, 2030 청년의 고통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였으니까. 그런데도 <한국이 싫어서>는 흡입력이 강하다. 뻔하지만, 107분이 지루하지는 않다. 그 이유는 '생생함'에서 찾을 수 있다.
철저한 보여주기
사실 <한국이 싫어서>의 첫인상은 좋지 않다.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이 싫고, 한국에서는 못 살겠어서 한국을 떠난다는 계나의 첫 내레이션만 들어도 직설적이고, 상투적이기 때문. 인천에서 강남까지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까지만 보면 한국의 흔한 사회 고발 영화를 보는 듯하다. 한국이 서열, 계급 사회라고 비판하는 대목처럼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지 않게 튀어 나가는 순간도 종종 있다.
하지만 장건재 감독은 충실히 '보여주면서' 단점을 상쇄한다. 계나가 한국에서 버터내야 했던 일상의 여러 단면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한다. 혜나와 엄마는 멸치 똥을 따면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대화를 나눈다. 참고 견디면 보상이 올 테 결혼해서 안정적인 삶을 꾸리라는 엄마. 미래에 보상이 있을 거라는 희망 자체가 없는 계나. 중간중간 멸치를 집어 먹는 현실적인 대화를 보다 보면 이 모녀의 충돌을 그저 남 일 취급할 수가 없다.
그 외에도 2030 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겪었을 에피소드가 쏟아진다. 매뉴얼대로 일하는 계나와 그녀가 융통성이 없다며 혼내는 직장 상사. 부유한 남자친구 가족과의 식사 후 서러움과 분노 때문에 눈물을 터뜨리는 계나. <한국이 싫어서>는 그녀의 삶을 다각도로 비추며 관객과의 교집합을 가능한 많이 만든다. 근래 한국 영화 중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장강명 작가가 기자 출신이라는 사실이 새삼 떠오르기도 한다.
한국은 싫지만, 여전히 한국인이다
균형 감각도 인상적이다. 단순히 한국 사회를 비판하거나 헬조선과 탈한국을 긍정하며 사회 담론을 일차원적이고 단편적으로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더 넓은 시점에서 헬조선이라는 현상을 조망한다. 어휘 너머에 있는 현실을 포착하려 애쓴다. 일례로 영화는 계나의 선택을 무조건적으로 긍정하지 않는다. 뉴질랜드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 사례를 거듭 보여준다.
계나의 정착을 도운 일가족은 정작 본인들이 뉴질랜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낙원 같아 보이던 오클랜드에는 갑자기 지진이 발생한다. 인종차별을 비롯해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도 계나를 덮친다. 이처럼 카메라는 한국만 떠나면 행복할 것 같지만, 마냥 달콤하지는 않은 탈한국의 현실을 놓치지 않는다. 즉, 한국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발버둥 치는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 셈이다.
물론 차이는 있다. 서울 시퀀스가 무채색톤인 반면, 뉴질랜드 시퀀스는 더 포근하고, 따뜻하다. 그저 버티기 바쁜 서울과 달리, 뉴질랜드에서는 자기 삶을 돌아볼 여유가 있다. 따라서 <한국이 싫어서>는 한국이 싫지만, 한국인이라는 소속감을 놓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어디에도 닻을 내리지 못한 소속감이 어떤 의미인지를 반추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한국이 싫어서>는 주인공의 얼굴을 정면으로 자주 담는다. 대화를 나눌 때도, 영상 통화를 할 때도 인물의 표정과 인상을 보여주려 한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막걸리를 같이 마실 관계가 있는 반면, 타지에서는 아무리 행복해도 무언가를 놓친 그 얼굴을 대조하려고 노력한다. 이 지점에서 고아성은 유달리 빛난다. 그녀가 2030 세대 중 누군가의 삶을 자기 얼굴에 모두 녹여낸 것처럼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진짜 탈한국과 행복
그 과정에서 <한국이 싫어서>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특히 한국을 떠났지만, 뉴질랜드에 끝내 정박하지 못한 계나를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는다. 다른 한국인들처럼 대학원 학위를 딴 뒤 취업해서 영주권을 얻을 계획인 계나. 영화는 그 선택조차 정답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지명만 하더라도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대학원을 포기한다. 대신 아르바이트 중 흥미를 붙인 요리를 배워 셰프가 되기로 결정한다.
계나도 마찬가지다. 회계학 학위를 딴 그녀는 뉴질랜드를 떠난다. 뉴질랜드에서 계획한 삶조차도 행복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을 떠나서도 방황을 거듭하는 두 청년을 보다 보면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의 진의가 얼핏 보이기도 한다. '한국이 싫다'는 말은 길이 잘못됐다고 느꼈을 때, 선택한 길 위에서 행복할 수 없다고 직감했을 때, 길을 자유롭게 바꾸지 못하는 '한국이 싫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계나의 대학 동기인 '경윤'(박승현)이 오리지널 캐릭터로 추가된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어찌 보면 그는 가장 한국적인 20대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 특히 계나가 공무원 시험 N수생인 경윤과 꿈속에서 나누는 대화가 가슴에 꽂힌다. 학원가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계나와 경윤. 그는 모두가 불안해하는 이곳에서 벗어나 전망이 탁 트인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 시험이 마지막 기회라고도 덧붙인다.
그런데 계나가 꿈속에서 그를 만날 때 그는 거듭된 불합격 때문에 이미 목숨을 끊은 상태다. 그는 한 번 선택한 경로가 잘못되었을 때 그것을 쉽사리 돌리지 못하는 현실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계나가 뉴질랜드에 정착하는 대신 떠나기로 선택한 것도 꿈속에서나마 그와 나눈 대화를 기억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칫 한없이 비관적으로 흐를 수 있는 현실 인식을 영화적으로나마 치유하려는 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위화감이 없다는 씁쓸함
사실 <한국이 싫어서>는 끝맛이 씁쓸한 영화다. 만듦새가 마냥 매끈하지는 않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은 일장일단이 있다. 계나의 일상을 극적으로 변모시키지만, 한편으로는 불친절하다. 정확한 시간대를 알려주다가 점차 건너뛰는 대목이 많아지기 때문. 벌린 일을 감당하지 못하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이 싫어서>의 끝맛이 씁쓸한 진정한 이유는 완성도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영화의 원작이 10년 전이라는 사실 자체가 씁쓸하다. 이 작품은 시간대가 상당히 모호하다. 그나마 계나와 뉴질랜드에서 만나 친구가 트럼프와 김정은에 관해 대화한다는 점에서 2018년이나 19년 언저리로 추정할 수는 있다.
그런데 2024년이 배경이라 해도 영화 내용은 위화감이 없다. 굳이 '헬조선'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아도 10년 전이나,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년들이 체감하는 문제점과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2024년인데도 10년 전 신조어와 이야기에 공감하는 아이러니만으로도 씁쓸함이 혀끝까지 가득 맴돈다.
Acceptable 무난함
10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다는 비극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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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션 임파서블 8 | 그의 액션에는 서사와 감동이 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디지털상의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엔티티. 엔티티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등 강대국의 핵무기 시스템마저 순차적으로 장악하며 핵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마친다. 이에 CIA와 IMF의 모든 정보원은 '에단 헌트'(톰 크루즈)를 찾아 나선다. 그는 엔티티를 파괴할 수 있는 열쇠를 확보한 뒤 잠적한 엔티티를 악용하려는 국가와 세력을 경계하며 잠적했기 때문.
'슬론'(안젤라 바셋) 대통령의 절박한 메시지를 받은 뒤 에단은 결국 엔티티를 파괴한다는 조건으로 작전을 개시한다. 북극해에 가라앉은 러시아 잠수함에서 엔티티의 소스 코드를 빼내고, 이를 미끼로 핵전쟁 발발 직전에 엔티티를 속인 후 제거하겠다는 것. 엔티티는 아픈 과거를 공략하며 에단을 방해하기 시작하고, 그는 오랜 동료 ‘루터’(빙 제임스)와 ‘벤지’(사이먼 페그), 그리고 새로운 팀원 ‘그레이스’(헤일레 앳웰), ‘파리’(폼 클레멘티에프), ‘드가’(그레그 타잔 데이비스)와 함께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한다.
명성에 걸맞은 최종장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로 명성이 높았다. 첩보 액션 스릴러의 정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리즈의 7번째 작품 <데드 레코닝>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인공지능 엔티티와의 갈등이 첩보물에 어울리지 않고, 긴 러닝타임에 비해 액션씬도 빈약하다는 혹평이 있었기 때문. 국내에서 400만 명, 해외에서는 6억 달러를 간신히 돌파한 흥행 성적은 실망감의 방증이었다.
그렇기에 시리즈의 8번째 작품이자 최종장으로 알려진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하 <미임파 8>)의 어깨는 무거웠다. 전편을 향한 미적지근한 반응을 열광과 환호로 바꿔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떠안았으니까. 예고편에 중점적으로 등장한 톰 크루즈의 잠수와 맨몸 비행 스턴트 액션, '데드 레코닝 PART TWO'에서 '파이널 레코닝'으로 변경된 부제에는 8편에 쏠린 관심과 기대, 부담과 각오를 함축되어 있었다.
언제나 불가능한 임무를 달성하는 에단 헌트처럼 <미임파 8>은 맡은 바를 다해냈다. 전편에서 혹평받은 엔티티와의 대립은 오히려 에단의 지난 30년을 복기하는 기회가 됐고, 바닷속과 공중을 배경으로 펼쳐진 액션 시퀀스는 전편의 아쉬움을 만회할 뿐만 아니라 8편의 서사를 총망라하여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렇게 <미임파 8>은 시리즈와 배우의 이름값도, 최종장의 역할까지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전편에서 한발 더 나아가다
<미임파 8>의 전반적인 전개나 줄기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편에서 보여준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다. 애초에 1부와 2부로 나눠서 기획된 작품이니 당연한 일이다. 엔티티는 강대국의 핵무기 통제 시스템을 장악한 뒤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멸종시키려 하고, 이 묵시록적 세계를 달성할 도구로서 에단을 이용하려 한다. 그에 반해 에단은 엔티티가 계산에 넣지 못한 변수를 찾아 엔티티의 결정론적 세계에 맞선다.
다만 <미임파 8>의 스토리텔링은 전편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주안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편은 인간의 가능성, 아날로그적 미덕을 긍정하는 서사가 핵심이었다. 아무리 엔티티가 디지털 세계를 모두 장악했다고 하더라도 철저히 아날로그적 장비와 작전으로 무장한다면 인간이 인공지능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즉, 일견 완벽해 보이는 인공지능이 만든 결정론적인 세계에도 분명히 균열이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미임파 8>은 전편이 입증한 명제를 더 구체화한다. 엔티티의 맹점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과 희망을 현실화하는 방법도 보여주고자 한다. 그 방법은 명백하다. 엔티티의 계산에 포함된 외적 행위와 높은 확률의 가능성이 아니라, 낮은 확률과 한계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바로 그 답이다. 에단 헌트의 서사를 총망라하며 '불가능한 임무'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그의 마음 그 자체를 인간의 가능성이자 희망으로 제시한다.
자책과 함께 침전하다
물론 엔티티는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을 매개체로 삼아 에단의 굳은 의지를 무너뜨리려고 애쓴다. 실제로 엔티티는 그가 언제나 필연적으로 지고 있어야만 했던 부담감과 자기 의심, 죄책감을 자극하고, 그를 자신의 결정론적 세계 속에 가두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수백만 명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렸던 그의 과거 선택이 낳은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그가 애써 무시하던 죄책감과 불안감을 상기하는 식이다.
일례로 엔티티는 3편의 맥거핀을 재언급한다. 전처 '줄리아'(미셸 모나한)를 살리려고 에단이 찾아야 했던 '토끼발'이 생화학 대량살상무기가 아니라 엔티티의 프로토타입이었음을 알려주면서 그의 죄책감을 자극한다. 이에 더해 에단이 1편부터 함께한 친구이자 동료인 루터의 죽음을 못 막도록 유도하면서 그를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다음 임무에 다른 팀원들을 투입해야 하는지 고민하도록 유도하려는 것.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여 온 에단의 어두운 내면은 첫 번째 하이라이트인 잠수함 액션 시퀀스에서 단적으로 상징화된다. 에단은 침몰한 러시아 잠수함 세바스토폴 호에 들어가 엔티티의 소스 코드를 꺼내 온다. 흥미롭게도 이 시퀀스는 침전하는 이미지로 가득하다. 에단은 잠수함에서도 더 깊숙하고, 어뢰 발사구처럼 좁은 공간으로 밀려들어 간다. 잠수함 선체 역시 무게 중심이 흔들리면서 더 깊이 가라앉는다.
심지어 그가 잠수함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이후에도 침전의 이미지는 유지된다. 수면 위로 올라가려는 에단을 보여줄 때 화면 위아래를 뒤집어 버리기 때문. 그 결과 빙하가 마치 바닥인 것처럼 연출되고, 에단도 해수면 위로 떠오르는 대신 바닷속에 침전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렇게 그는 엔티티의 탄생, 애인과 친구의 희생에 대한 자책감과 함께 가라앉는다.
비상(飛上)하는 이단 헌트
하지만 에단은 물속에서 죽지 않는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잠깐이나마 줄리아의 환상을 본 뒤 이단은 계획대로 깨어나는 데 성공한다. 전편에서 그가 가능성만 보고 기회를 주거나 살려줬던 그레이스, 파리, 드가가 0%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임무를 수행한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것. 이를 계기로 에단은 확신한다. 과거의 선택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희생을 초래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결국 옳았다는 믿음을 되찾는다.
비록 아내를 수차례 죽을 위기에 빠트렸고, 애인인 '일사'(레베카 페르구손)도 눈앞에서 못 구했고, 루터도 잃어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롭게 만난 팀원들이 그에게 엔티티를 파괴할 기회를 다시 한번 줬으니까. 그렇기에 에단은 자기 의지력과 팀원의 능력을 믿고 다시 한번 불가능한 임무에 나선다.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순간에 전 세계가 핵전쟁에 휘말릴 수 있는데도.
두 번째 하이라이트인 비행기 액션 시퀀스는 이처럼 죄책감과 의구심을 딛고 일어선 에단의 의지를 담아내려 한다. 그렇기에 6편 <폴 아웃>의 헬리콥터 액션과 유사해 보이면서도, 세부적인 전개나 묘사가 다르다. 6편에서는 에단과 '어거스트 워커'(헨리 카빌)가 지상으로 내려와 결판을 냈지만, 이번에는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에단이 공중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잠수함 시퀀스와는 정반대로 비상하는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함이다.
그 덕분에 모든 고통을 딛고 일어난 에단의 서사는 관객의 뇌리에 직관적으로 각인될 수 있다. 발 디딜 곳도 마땅치 않은데 그는 도저히 못 막을 것 같은 핵전쟁이라는 미래를 끝내 막아 세운다. 운명처럼 보이는 미래에 굴복하지 않고,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완수해 내면서 인간의 자유의지가 얼마나 아름답고 강력하며 위대한지를 온몸으로 증명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비행기가 등장하는데도 <미임파 8>의 클라이맥스가 <탑 건: 매버릭>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한 번의 질주가 감동적인 이유
에단의 서사를 총망라하는 두 액션 시퀀스는 <미임파> 시리즈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전력 질주로 연결되어 있기에 더 감동적이다. 각각의 씬이 구체적인 함의는 다를지언정,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으니까. 실제로 루터를 구하려고 런던 시내를 가로지르는 질주는 침전하는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가브리엘의 비행기를 쫓는 질주는 자기 자신과 동료들이 극악의 확률도 뚫을 수 있다는 신뢰를 함축한다.
이에 더해 <미임파 8>은 같은 메시지를 변주해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슬론 대통령은 전 세계가 핵무기에 의해 파괴될지 모르는 상황에 몰린 와중에도 넓게는 인간에 대한 믿음, 좁게는 에단 헌트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지 않는다. 엔티티의 계산과 예측을 피하고자 말도 되지 않는 작전 계획을 브리핑했는데도, 그의 임무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그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는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항공모함 단장도, 잠수함 함장도, 1편에서 그와 악연으로 얽힌 '던로'(롤프 색슨)와 '브릭스'(셰이 위검)까지도 무모해 보이는 그의 계획에 믿음을 보낸다. 작위적으로 보이는 순간도 있지만, 이러한 전개는 액션씬에 담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준다. 그렇기에 <미임파> 시리즈만의 매력이자 정체성인 톰 크루즈의 현실감 넘치는 스턴트 액션은 그저 눈만 즐거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뭉클하게 만들어준다.
마지막이라 이해할 수 있는 욕심
다만 <미임파 8>의 완성도는 액션 시퀀스의 쾌감을 온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 욕심이 과한 나머지 도리어 짜임새가 엉성한 지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초반부는 엔티티를 파괴할 임무를 설명하는 분량이 너무 긴 나머지 다소 맥이 빠진다. 또 임무의 난이도를 강조하려고 여러 캐릭터가 돌아가면서 설명하는 장면을 교차 편집한 대목은 다소 어색하거나 올드하게 느껴진다.
캐릭터의 활용법도 매끄럽지 않다. 특히 바다에서 익사할 뻔한 에단을 그레이스가 구해내는 장면에서는 그의 마지막 사랑이었던 일사의 부재가 크게 느껴진다. 특히 <미임파 8>이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더욱 크다. 5편 <로그네이션>에서 그녀가 수중 탱크에 잠입했다가 죽을 뻔한 에단을 이미 한 번 살린 전적이 있는 만큼, 시리즈의 연계성과 완결성을 높일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에 더해 전편에서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중 그레이스를 제외한 이들의 활용도 또한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파리의 경우 가브리엘에게 직접 복수하지 못한 결말 때문에 그녀의 역할도, 가브리엘과의 관계성도 애매해졌다. 드가도 마찬가지다. 그가 에단의 팀에 합류하게 되는 과정은 관객의 유추에 맡겨졌다. 그러다 보니 그의 활약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어정쩡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데서 그쳤다.
다행히도 과욕이 빚은 몇몇 단점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다. 무려 30년에 걸친 에단 헌트의 서사를 총망라하는 명(明)이 암(暗)을 압도해 버리기 때문이다. 잠수 액션과 활공 액션 두 시퀀스만으로도 169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은 것이 그 방증이다. 액션 첩보 영화의 정석이자 톰 크루즈라는 스타를 상징하는 시리즈의 최종장으로서 <미임파 8>에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가 결코 과언이 아닌 이유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침전과 질주, 비상 끝에 도달한 최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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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둘째 주 개봉작 소개 with 씨네랩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매 주 화요일!
한 주의 개봉작 중에서 여러분께 소개드리고 싶은 작품을
씨네랩이 직접 큐레이션하여 소개드리는 콘텐츠를 시작합니다!
씨네랩에서는 영화/OTT의 모~~든 콘텐츠 정보를 아주 쉽고 편리하게 제공받으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그럼 씨네랩과 함께하는 1월 둘째 주의 개봉 신작을 소개하겠습니다!
1. 특송
범죄 | 한국 | 108분
감독 : 박대민 | 출연 : 박소담, 송새벽, 김의성, 정현준, 연우진, 염혜란 등
개봉 : 2022년 1월 12일 개봉
배급사 : (주)NEW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 어쩌다 맡게 된 반송 불가 수하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까지!
경찰과 국정원의 타겟이 되어 도심 한복판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데…
NO브레이크! FULL엑셀! 성공률 100% 특송 전문 드라이버가 온다!"
*관전포인트* : 기생충의 주역인 배우 박소담의 차기작품입니다.
박소담 배우는 속도감있고 화끈한 범죄액션 오락영화로 돌아왔는데요.
먼저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카 체이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라고 알려져있습니다.
극의 주된 소재가 되는 자동차 추격신등을 남자 배우가 아닌 박소담 배우의 모습으로 그려내는 점 또한 대단히 설레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예고편을 보면 박소담 배우의 파워풀한 액션과 화려한 드라이빙 실력 등 새로운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줄 예정이어서 박소담 배우님의 팬분이라면 더욱 더, 팬이 아니신 분들도 입덕할 수 있는 매력적인 모습에 흠뻑 빠지실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양각색의 배우진들인데요.송새벽, 김의성, 염혜란, 연우진 그리고 기생충에서 선생과 제자로 만났던 제자 '다송' 역을 맡았던 정현준 배우와의 또 다른 케미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송새벽, 김의성 등 국내에서 장르불문 독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2. 하우스 오브 구찌 (House of Gucci)
스릴러 | 미국 | 158분
감독 : 리들리 스콧 | 출연 : 레이디 가가, 아담 드라이버, 자레드 레토, 제레미 아이언스, 알 파치노
개봉 : 2022년 1월 12일 개봉
배급사 : 유니버설 픽쳐스
"처음부터 사랑에 빠졌던 그 이름 구찌.
내 것이 될수록 더욱 갖고 싶었던 이름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었던 그 이름 구찌를 갖기 위해 구찌를 죽이기로 했다."
*관전포인트* : 누구나 알법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하
지만 일반 대중들은 잘 알지 못했을 수도 있는 구찌일가의 욕망과 탐욕, 스캔들 등을 다룬 스릴러 영화인데요.
실제로 구찌의 수장이었던 '마우리찌오 구찌'를 청부살인했다고 전해지는 그의 전 아내 '파트리치아'의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 감독의 최신작입니다.말이 필요없는 거장 감독인 리들리 스콧이 오랫동안 만들고 싶어했다는 구찌 가문의 이야기인만큼 어떻게 영화를 그려냈을지 기대되는 포인트입니다.
마지막으로 실화의 인물을 연기한 초!초초화 캐스팅인데요.레이디 가가는 물론 아담 드라이버, 자레드 레토, 제레미 아이언스, 그리고 알 파치노 등 말 그대로 할리우드에서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영화입니다. 그들이 각자의 역할에 맞게 분장을 하고 체중도 증량하고 온갖 노력을 했다고 전해지는 바, 그들의 인생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일 것 같습니다.
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드라마 | 미국 | 156분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 안셀 엘고트, 레이첼 지글러, 아리아나 데보스
개봉 : 2022년 1월 12일 개봉
배급사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예전과는 다르게 살고 싶어” 뉴욕 변두리를 장악한 제트파의 일원 ‘토니’(안셀 엘고트)는 어두운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나도 멋지게 내 인생 살아보고 싶어” 제트파의 라이벌 샤크파의 리더 ‘베르나르도’의 동생 ‘마리아’(레이첼 지글러)는 고향인 푸에르토리코를 떠나 정착한 뉴욕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에 부풀고 오빠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인생을 찾고자 한다. “널 본 순간 다른 건 무의미해졌어” 무도회에서 우연히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 마리아와 토니. 하지만 뉴욕의 웨스트 사이드를 차지하기 위한 샤크파와 제트파의 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마리아’와 ‘토니’는 자신들의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함께 하기로 하는데…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관전포인트* :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뮤지컬/코미디 부문)과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86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촬영상)을 수상한 2022년 최대의 화제작입니다.
2022년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다관왕을 차지할 강력한 후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그만큼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말이 필요없는 할리우드 거장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최초로 도전하는 뮤지컬 영화라는 점과 최고의 안무가, 최고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등의 제작진이 참여했다는 점도 작품의 완성도가 엄청나다는 예상이 들게 합니다.또한 30,000:1의 경쟁률을 뚫고 여주인공을 연기한 할리우드 신예 배우 '레이첼 지글러'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배우입니다.
배우들의 완성도 있는 연기와 가창력, 그리고 극의 주 뼈대가 되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선율, OST와 배우들의 안무 등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영화로 평가받습니다.4. 프랑스 (FRANCE)
드라마 |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 133분
감독 : 브루노 뒤몽 | 출연 : 레아 세이두, 블랑쉬 가르딘, 벤자민 비올레이
개봉 : 2022년 1월 13일 개봉
배급사 :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진짜일까? 당신이 보는 나.” 24시간 뉴스채널 간판스타 ‘프랑스 드 뫼르’,
그녀가 있는 뉴스라는 논픽션의 세계에 픽션들이 넘쳐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그녀의 세계가 무너진다.
*관전포인트* : 2021년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그리고 프랑스의 권위있는 정통영화 매거진 '카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2021년 베스트 5에 선정된 평론가들이 인정한 영화입니다.
또한 프랑스의 거장 감독인 브뤼노 뒤몽 감독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배우인 레아 세이두가 만난 작품으로 충분히 영화의 기대 포인트입니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한 바 있는데요. 많은 영화팬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부산국제영화제 월드와이드 프로그래머는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선정작 중 가장 여운이 길었던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프랑스 영화를 보고싶어하는 영화 관객들이 보시면 실망 안하실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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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이 추천하는 1월 둘째 주 개봉신작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에는 정말 거장 감독의 작품들이 대거 기다리고 있는데요.
극장가가 한 장르 혹은 한 영화가 독식하는 환경이 아닌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각자의 취향에 맞는 각자가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보실 수 있는
한 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씨네랩은 다음 주에 돌아오겠습니다!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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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이런 영화가 있다고?! 지구의 미래를 예언한? 그 영화!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보이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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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박 공포, 소리내면 튀어나온다! 콰이어트 플레이스2 리뷰!
콰이어트 플레이스 2편이 지난 주 개봉했습니다.
아무 소리도 없는 장면이 공포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1편에 이어 이번 2편에도 소리를 활용한 공포가 잘 표현되어 있어요.
소리내지 않게 걷고 행동해야하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그들이 실수로 소리를 낼 때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공포심은 정말 심장을 튀어나오게 하는데요.
2편은 청각장애를 가진 딸의 모험과 성장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소리를 듣는 괴물들도 열연을 펼치고 있죠. 소리만 나면 엄청나게 빠르게 뛰어옵니다. :)
영화에 대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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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퍼펙트 스틸> 30초 예고편
비슷한 일상에 지쳐 있는 국선 변호사 ‘캐시’.
어느 날, 그의 클라이언트인 ‘리아’가 찾아와
경매에 나온 수상한 SUV의 이야기를 해준다.
SUV에는 1,500만 달러 어치 마약이 숨겨져 있다는 것.
이에 ‘캐시’는 아무도 모르는 새에 마약을 챙기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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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피노키오>
140년 간 전세계 사람들을 꿈꾸게 만들었던 명작
동화 ‘피노키오’가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