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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작가2023-05-10 10:14:02

세상의 모퉁이에 사는 이들의 삶

영화 [토리와 로키타] 리뷰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하며 만난 토리와 로키타.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애틋한 사이지만, 실제 남매인 것처럼 꾸며내서 말을 하는 것은 로키타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아동 학대를 인정받아 체류증을 발급받은 토리와 실제 남매라는 점을 강조해 자신도 체류증을 발급받고자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로키타. 체류증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마약 배달뿐이다. 그 과정에서 생긴 돈마저 이주 브로커에게 강탈당하자 로키타는 대마 재배 시설에서 일하게 된다.

 

 

이 과정은 아주 자연스럽게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영화는 그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그저 시선을 따라감으로써 보여준다. 특히 토리가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건너는 모습은 너무나 아슬아슬해 관객 모두가 숨을 죽이게 된다. 혹시라도 차에 치일까 봐서. 이렇게 위태로운 삶을 연명하는 것에 비해 남매가 소망하는 것은 참으로 소박해서 더욱 슬프다. 학교에 다니고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것. 평범한 삶을 원해서 범죄에 물들어버리는 현실이다. 

 

 

남매는 마약을 빼돌려 직접 거래하고자 한다. 자신들을 압박하고 통제하는 무리로부터 벗어나 위치를 뒤바꿔보려는 시도이다. 들통나면 목숨을 잃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끝끝내 로키타가 체류증을 발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잠시간의 일탈은 성공하는 듯했으나 한순간의 실수로 실패하고, 결국 로키타는 죽임당한다. 토리는 로키타의 시신을 붙들고 서럽게 울며 이름을 외친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현실. 토리는 누나와 함께 부르던 노래를 장례식에서 홀로 부르며 영화가 끝난다. 

 

 

결국 체류증을 발급받지 못한 아이의 삶은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끝나 버렸다. 남은 아이의 삶이 위태로울지라도 끝끝내는 살아남아 어른이 되는 모습을, 단단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가 세상의 모퉁이, 가장 어두운 골목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금씩 가운데로 끌어줄 수 있길 바란다. 

 

 *이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작성자 . 담작가

출처 . https://blog.naver.com/shn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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