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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LAB2021-03-25 00:00:00

[영화x책] 우진은 복수 후에 행복했을까? ;감정을 읽는 시간.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마!! 내애가 임마!! 간짜장이라도 갖고 온나!

 

공포와 무서움은 동의어로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구분해야 한다. 무서움은 구체적인 사건을 향하며 즉각적 도피, 회피, 방어 태도를 유발하는 기초 상태다. 따라서 무서움은 '실제 공포'라고도 칭한다. 반면 공포는 더 복잡한 부정적 감정으로 가상의 위험을 향한다.-56P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라고 붙인 이름을 가진 남자, 오대수는 이유도 모른 채 거나하게 취한 기억을 마지막으로 어딘 가에 감금된다. 대충이라도 수습해야 할 그 오늘이 언제 인지도, 몇 평 남짓한 이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로. 늘 같은 시간에 주어지는 군만두 만이 어쩌면 자신이 세상과 완전히 멀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절박한 안식처였을 것이다. (군만두만 줘서 고문인 게 아니라 짜장, 짬뽕, 탕수육이랑 같이 안 줘서 고문인 게 팩트) 그런 대수의 몸과 마음을 지배했던 가장 큰 두려움은.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위인 자살 마저도 "선택"할 수 없는 자신이라는 존재의 무능력 감이었을  것이다.

그때 그 들이 십오 년이라고 말해 줬다면 조금이라도 견디기 쉬웠을까

 

복수심은 은밀히 자라나다가 결국 그 사람을 완전히 집어삼킨다.-210P

그 영겁의 시간과 감정과 체력을. 대수는 복수라는 이름으로 살기등등하게 채우기로 결정한다. 문신으로 시간을 체크하고, 벽에 그린 사람을 향해 주먹을 꽂는 것으로 자신이 피우기로 작정한 불을 마음껏 피워 댄다. 그러다 마치 마법처럼. 혹은 너무도 허무하게. 대수는 그토록 그리던 바깥세상으로의 탈출 역시도 스스로가 선택할 수 없이, 엉겁결에 이루게 된다.

 

 

15년.

그의 인생에서 가장 황금기 같으면서 치열했을 중 장년의 허리를 베어간 그 놈을 위한 복수심 하나로 이뤄진 대수는 자신의 기억과 실낱 같은 단서들을 근거로 그 놈의 그림자 끝을 자박자박 밟아 나간다. 15년이나 먹은 사료 같았던 군만두의 기억을 시작으로, 대수는 그와 대척점에 있는 그 놈 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 나간다. 그와 함께 그 녀석을 잘근잘근 씹어 먹어야겠다 는 마음속의 분노와 복수심도. 더더욱 커져간다.

일 더하기 일은 귀요... 귓방맹이다 이놈아.

 

한 가지 명확한 결과는, 정의에 대한 믿음이 강할수록 복수심도 강하다는 사실이다. -219P

 

그것이 정의라 생각했다.

나를 아무 이유 없이 가둬 둔 녀석의 시체를 동서남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도록 하는 것. 그 놈의 시체를 잘근잘근 씹어 먹어버리는 것. 존중받고 싶은 마음을 그 녀석에게 표현하는 방법이 바로 복수라고 생각했기에(213P), 대수는 그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렇게 험난한 기억의 끝에는, 자신이 스스로 지워버린, 혹은 외면해 버린 기억의 가련한 연인, 우진과 우진의 누나가 있었다. 고작 말 한마디로 자신을 15년 동안 가두었다니. 대수는 괘씸했다.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도, 살 권리는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우진이 내민 앨범의 끝에, 점점 성장해 온 자신의 딸이자 연인인 미도의 모습을 본 순간. 대수는 깨달았다.

내가 노래를 부르면. 그게 신호야 아저씨.

 

복수가 가장 달콤할 때는 언제일까? 복수를 당한 사람이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다. 그가 후회의 뜻을 비치고 복수 행위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경우 말이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복수란 상대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메시지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상대에게 가 닿았는지의 여부이다. -223P

 

대수 자신은 존중받고 싶은 마음으로 복수를 시작했지만.

또 다른 복수를 하려는 사람인 우진은 대수가 근거 없이 고통 당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신이 의도적으로 복수를 감행했다는 사실을 대수가 알아채는 그 순간이야 말로 우진의 복수가 완성되는 시점이었다.(213P)

우진과 대수의 복수가 부딪치는 그 순간에, 그렇게 대수의 하루는 영원히 수습되지 않을 것처럼 정점으로 치닫는다. 대수는 혀를 잃었고 우진은 복수를 얻었지만, 돌아오지 않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마음과 억울하게 죽음을 선택한 누이이자 연인이었을 것이다.

과연 너희는 그럴 수 있었을까?

 

감정은 극히 개인적인 삶과 연관 짓지 않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한 사람이 겁을 먹었는지, 슬픈지, 화가 났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 감정이 그 사람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혹은 어떤 경험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 아무리 자세한 뇌 영상도 알려줄 수 없는 것이다-12P

 

복수의 방점을 찍을 카타르시스는 안타깝게도 그 두 사람 중 어느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다. 혀를 잃은 아픔과, 딸을 만난 기쁨, 그리고 미도에 대한 사랑이 뒤섞인 지옥에서 울부짖는 짐승이 된 대수를 뒤로한 채 돌아선 우진은, 이내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스로의 머리를 권총으로 날려버린다. 이토록 성공적인 복수를 뒤로한 채로. 대수의 복수 과정 중에서 그의 연인을 떠올리고, 그리고 복수의 완성 지점에서 그녀의 최후 역시도 만나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녀의 죽음을 방조했던 최후였기에 더더욱 쓰라렸을 것이다.

과연 이 길고 긴 복수를 계획한 우진은. 단 한순간이라도 기뻤던 적이 있었을까? 그가 결국 복수하려던 대상은 어쩌면 자신이 아니었을까?

 

 

참고

1.감정을 읽는 시간(Chapter8 복수심;누구도 나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

2.올드보이

추신. 솔직히 개봉한 지 7년이나 지났는데 스포일러라고 하지 말자.

복수 후에 행복했을까? ;감정을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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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블로거 Rigo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작성자 . CINELAB

출처 . https://blog.naver.com/virgonmalta/22208852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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