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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2023-08-28 18:08:14

정체성을 찾기 위한 네 친구의 모험

-<조이 라이드>(2023)

*개봉 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십 대 시절을 지나면서 조금씩 만들어진다. 부모과 가족의 영향을 받고, 더 크게 보면 국가의 영향을 받는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성장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은 한국 부모 밑에 자란 한국 사람이 된다. 너무나 당연한 정체성 인식과정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가족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을지 몰라도 국가적인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다가 다른 나라로 간 경우나 다른 나라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온 경우에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생기게 된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다른 나라인 미국으로 건너갔다면 그 사람은 한국 사람일까. 아니면 미국 사람일까. 과거와 달리 다른 나라로 간 이민자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그 이민자의 자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확립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이도저도 아닌 자신에 대해서 더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끝에, 결국에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지 찾아가게 된다.

 

아시아계 미국 입양인 오드리의 이야기

 

영화 <조이 라이드>는 어린 시절 미국 부모에게 입양된 오드리(애슐리 박)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오드리는 아주 어린 시절 중국에서 미국 부모님에게 입양된다. 어린 시절에 우연히 만나게 된 중국계 이민자 가정의 롤로(셰리 콜라)는 오드리와 중국계 아시아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더욱 가깝게 지내게 된다. 가장 친한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주변의 인종차별적인 상황을 같이 이겨내고 의지하면서 성공적인 성장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학장시절의 주요 순간을 짧은 편집을 통해 보여주면서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경쾌하게 보여준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시아계 미국인이로서 겪게 되는 일들이 어떤 것인지, 그 모든 경험이 결국 그들을 어떤 어른으로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면서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된 인물은 오드리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변호사가 된 그는 직장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알파걸이다. 그런 그는 상사로부터 중국에 있는 고객과의 계약을 따오라는 지시를 받고 친구 롤로와 함께 중국으로 향한다. 여기에는 롤로의 친척인 데드아이(사브리나 우)와 오드리의 대학 친구인 캣(스테파니 수)도 동행한다. 오드리의 중국 고객은 가족의 존재를 강조하며 며칠 뒤에 있을 파티에 오드리의 엄마와 같이 참석하라는 요구를 하게 되고, 그 일이 실행되었을 때 계약서에 서명을 하겠다는 답을 듣게 된다.

 

하지만 오드리는 아주 어린 시절에 입양되어 생모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이때부터 오드리와 세 친구들은 오드리가 입양될 때 관여된 입양기관에 찾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생모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영화가 보여주는 네 친구의 여정은 무척 경쾌하다. 영화는 입양 기관에 가는 것을 시작으로 중국과 한국, 미국을 오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코믹한 설정과 약간의 성적인 코드를 이용한 웃음코드가 오드리의 무거운 상황을 희석시킨다. 또한 그들이 중국의 문화나 분위기를 관찰하고 본인들이 끌리는 이성과 어울리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도 다른 인종과 관계없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것도 보여둔다.

 

네 아시아계 미국인의 로드무비

 

이들은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들이다. 그중에서 오드리는 입양되어 진짜 부모를 모르는 인물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그동안 무시했거나 신경 쓰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인 다른 친구들보다 더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미국인 부모 밑에서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오드리는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중반 그가 중국의 문화나 한국의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왠지 모를 친숙함을 느끼는 모습에선 그가 가지고 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이 드러나게 된다.

 

 

오드리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오드리와는 다르게 자신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는 확고하게 알고 있다. 중국에 친척이 있고 중국어도 꽤 능숙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드리는 중국어를 하지 못하고,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도 낮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모습은 그의 부모가 어떤 모습일지, 그 부모를 만난 오드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영화의 전반부는 미국에서, 중반부는 중국에서, 후반부는 한국에서 진행된다.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는데, 미국에서의 오드리는 그야말로 미국인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런데 그가 중국으로 넘어가 중국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왠지 모를 친근함을 느낀다. 그렇게 그는 중국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중국인의 사고와 행동을 받아들인다. 그가 느끼는 친근함 때문인지 중반부의 친구들은 모두 마음이 한없이 풀어져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상태가 된다. 그러다 한국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오드리의 생모에 대한 비밀이 드러나면서 중국 친구들과의 갈등이 심화된다. 그렇게 나쁜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지는 후반부에서의 오드리는 한국인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오드리가 느끼는 정체성이 변화할 때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변하고, 그가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찾은 이후에 그 모든 혼란은 정리된다. 영화 <조이 라이드>는 그런 이야기 구조를 통해서 오드리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한편으로 영화 중반부에 포함된 성인 코미디 장면이 조금은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계 미국인이면서 여성인 그들이 당당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고 행동한다는 측면에서 그들의 당당함이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오드리의 정체성에 따라 변하는 친구들과의 관계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은 네 친구가 파리로 함께 여행을 가서 밥을 먹는 장면이다. 그 마지막 식사가 인상적이다. 프랑스 파리의 식당에서 중식과 한식 요리를 먹으며 한국 맥주와 소주를 마시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각자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자신만의 정체성을 언제든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온갖 종류의 인종과 국가가 뒤섞여 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정체성을 알고 드러내면서 사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를 연출한 아델 림 감독은 과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각본을 썼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아시아계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계속 작업해 온 것이다. 자신도 경험했을 정체성의 혼란을 영화 <조이 라이드>에 그대로 담았고, 그 혼란을 우울하게만 보여주지 않고 경쾌한 코믹 로드무비 형태로 설정하여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오드리 역을 맡은 애슐리 박은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으며, 캣 역의 스테파니 수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주연을 맡았었다. 이 두 배우를 포함해 코미디언으로 알려진 롤로 역의 셰리 콜라와 데드아이 역의 사브리나 우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아시안계 미국인 네 명이 주연을 맡아 이끌어가는 영화라는 점이 영화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영화 속 오드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의 진짜 모습을 알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을 생모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만다. 영화에서 그가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과 발견 이후의 모습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미국 이민자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조이 라이드>는 다양한 웃음코드를 보여주고 있어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따뜻하고 경쾌한 영화다.

 

 

*본 포스팅은 배급사로부터 소정의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의견을 반영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영화의 스틸컷은 [배급사]로부터 전달받았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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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RABBITGUMI

출처 . https://brunch.co.kr/@moviehouse/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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