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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롬2023-08-29 10:35:53

아련한 전설이 지는 과정

<물꽃의 전설>(2023)

<물꽃의 전설>은 바닷가에 몸담으며 어느덧 87년 경력을 지닌 현순직 해녀와 서울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제주 막내 해녀로 활동하기 시작한 채지해 해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주 바닷속 자세한 풍경과 제주 해녀의 모습을 순수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감정의 교차를 아우르게 만든다. 

 

본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으로 참석했습니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물꽃의 전설> 스틸컷

아련하다. 제주 바다에서 해녀 생활을 하는 현순직 해녀는 어느덧 87년의 경이로운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꿰차고 있는 제주 바다의 지리와 해산물 상식, 채집 실력은 얼마나 오랜 세월을 바다에 지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녀의 볼기는 제주 바다 구역 중 '들길여' 깊은 곳에 있는 물꽃처럼 아름답게 붉었고,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는 햇빛에 비친 바다의 윤슬처럼 반짝거렸다. 이제는 바다가 곧 현순직 해녀고, 현순직 해녀가 바다가 되었다. 해녀 생활을 은퇴하고도 그녀는 항상 바다를 바라보고, 바다를 챙기기에 바쁘다. 그녀와 바다의 관계는 아련하다.   

<물꽃의 전설> 스틸컷

<물꽃의 전설>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제주 바다를 보여주고 있다. 해에 따라 바뀌는 제주 바다의 모습은 백색화되고 있었다. 푸른빛을 내뿜고 다양한 색감의 해산물이 가득했던 바다는 예전 빛을 잃어 처량하고, 뿌연 바다가 되었다. 공장 오염수로 보말과 미역이 사라지고, 건강한 이끼도 없어지며 이끼를 먹어야 할 해산물들도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변해버린 바다로 인한 해녀의 고충과 쓸쓸해진 바다 모습은 비슷해 보이기도 하다. <물꽃의 전설>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변화하는 바다의 모습을 보이며 관객들에게 경각심과 안타까움을 선사한다.   

<물꽃의 전설> 스틸컷

해녀를 촬영하는 장면은 몰입도를 더한다. 바다에 떠 있는 듯한 장면과 바닷속 잠수 풍경은 관객이 제주 바다에 있는 듯한 기분을 전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제주 풍경과 정감 있는 채도는 따뜻함이 묻어 나온다. 바닷속을 잠수하는 해녀들처럼 <물꽃의 전설>은 부감 촬영이 도드라진다. 멀리 보이는 제주 자연과 조그맣게 보이는 인물들의 모습은 자연의 위대함이 엿보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작성자 . 신롬

출처 . https://brunch.co.kr/@shinnorm/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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