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9-03 15:17:16
슬픔과 공존하는 사랑
영화 <어느 멋진 아침> 리뷰
SYNOPSIS.
여덟 살 난 딸, 투병 중인 아버지와 파리의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산드라는 어느 날 오랜 친구 클레망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서 삶은 계속되고 때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지만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찬란하게 찾아온다.
영화가 시작되면, 당신은 곧바로 사랑에 빠질 것이다. 레아 세이두로 시작되는 이름들, 함께 나오는 음악, 레아 세이두가 걷는 거리가 담긴 색감… 이 모든 것이 더없이 ‘영화’롭다. 산드라(레아 세이두)가 마침내 도달해 두드리는 초록 문의 느낌조차.
그러나 잠긴 문을 열어주는 일조차 쉽지 않은 아버지와, 차분하게 아버지가 문을 열어줄 수 있도록 대화를 이어가는 산드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더없이 영화로워 보였던 장면의 바로 뒷면에 현실이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어딘가에 중점을 두고 편집을 거친 결과물이다. 로맨스 영화는 두 사람의 로맨스 서사에, 성장 서사는 한 사람의 내면 성장 서사에 집중하여 인물의 일면들을 담아낸다.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로맨스 서사를 쌓거나 성장을 이루는 사건들은 절대 단독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잡다한 일상과 갑작스러운 일들을 처리하면서 해나가야 한다. 수많은 감정과 사건들이 360도 사방팔방에서 날아드니까. 복선과 맥거핀으로 곱게 준비해 둔 자리가 아닌, 어느 날 갑자기.
이 영화는 그 일면을 포착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산드라와 클레망의 사랑은 아무 전조도 상징도 없이, 작은 대화 하나로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만나지만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고, 마가 뜨지 않는 대화가 즉각적으로 가능한 사이지만. 사실 이 두 사람의 사랑은 K-유교걸 정서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관계의 자장에 놓여 있다. 그 사실을 둘도 잘 알고 있어서, “나 이거 불장난 아니야”라고 진지함을 피력한다. 너무 쉽게 불장난으로 보일 위치라서.
우연한 재회와 가벼운 대화들 위에 번진, 불장난 아닌 사랑이 날로 자라나고 있다고 해서,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처럼 사랑의 면만을 담아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산드라에게는 돌보아야 할 딸도 있고, 무엇보다 큰 병으로 자신을 잃어가는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네 마네 하는 대화를 해야 하고, 철학 교수였던 아버지가 자신의 뇌리에서 길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힘이 든다. 우연히 만난 아버지의 제자가 안부를 묻는, 더없이 가벼운 대화 한가운데서 울컥 눈물이 터지기도 하고. 아버지의 짐을 챙기다 저항 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클레망과의 사랑은 그 사이사이, 샌드위치 사이의 잼처럼 펼쳐진다. 빵 위에 쓱 발리듯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클레망과 산드라 사이의 대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슬픔이 깔린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일 수 있는 편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열정적인 키스 직후에도 딸 아이의 펜싱 수업에 가야 하고, 아버지의 짐을 정리해야 하고… 산드라의 일상은 그렇게, 시작되는 사랑과 사라져 가는 사랑, 다가와준 사랑과 다가가 돌보아야 하는 사랑 사이에서 굴러간다. 타오르는 육욕과 대조적으로 쇠해 가는 아버지의 육체 사이. 사랑을 그리워하는 밤과 아이를 재우는 밤 사이.
파리 한가운데서 레아 세이두의 얼굴을 하고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감정은 우리에게 낯선 것이 아니다. 내게 주어진 수많은 역할과 위치를 저글링하듯이 돌리고 돌리면서 일상을 채워가는 것은 우리 모두 마찬가지니까.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학생이나 직장인 같이 자기 일상을 채우는 일에 관하여, 등등… 더러 누군가의 부모 혹은 조부모 같은 역할이 더해지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영화 속 산드라의 아버지가 큰 병에 걸리신 것처럼, 기존의 역할이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삶은 언제나 다각도의 감정과 사건 사이 놓여 있다. 진공 상태의 삶이란 없다.
거기서 우리는 부단히 노력을 한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여기서 완벽하게 안정적인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함을 깨닫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소중히 여길수록 그 상실은 아프다. 아버지의 노트에 쓰인, “이 병은 내게 가장 소중한 것으로 나를 벌한다”는 문장처럼. 가장 소중했기에 가장 아픈 상실이, 필연적으로 삶을 찾아온다.
아버지의 병증도 해결 방법이 없지만, 병이 없어도 인간은 무언가를 쉬이 상실하는 존재이다. 산드라와 딸 린은 이미 남편/아빠라는 가족 구성원을 (어떤 형태로든) 상실한 경험이 있고, 지금 아버지/할아버지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으며, 클레망과의 관계 귀추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의 삶은 시간에 따라 하나씩 많은 것을 잃어갈 수밖에 없는 것.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 것은 서른 즈음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병에 갇혀가는 아버지를 보며, 그 아버지의 어디를 붙잡아야 할지. 끝나가는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잃어버리고 사라지는 것이 늘어갈 때 그걸 어떻게 붙잡으려 애써야 하는지. 이 슬픔에서 파괴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실 방법은 별로 없다. 아버지를 위해 좋은 요양병원을 찾고, 좋아하시던 음악을 틀어 보거나 딸아이의 그림을 병실에 붙여 두는 각양각색의 노력을 하지만, 솟구치는 슬픔을 아주 사라지게 할 방법은 없다. 클레망과 서로 꼭 끌어안고, 아무리 사랑한다 말해도, 그 슬픔을 없애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위해 가끔 기꺼이 바보가 되어 줄 수 있다. 아이들을 방에 몰아넣고 최선을 다해 산타와 루돌프로 열연하는 어른들의 귀여운 모습처럼, 솟구치는 눈물을 참지 못하는 산드라에게 몸을 한 번 맞대어 끌어안는 것처럼. 삶에 상실은 끝없이 일어나지만, 그 거대한 슬픔을 버티고 살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이런 귀엽고 사소한 순간들이다. 거대한 구멍을 단숨에 메울 수는 절대 없는, 그러나 얼기설기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순간들이 “어느 멋진 아침”을 선사한다.
높은 언덕에서 보면 에펠탑은 보여도 우리 집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듯이, 삶이라는 거대한 것을 조망하면 얼핏 거대한 슬픔에 비해 이런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를 살게 하고 쉬게 하는 곳은 에펠탑 같은 랜드마크가 아니라 집이다. 상실이 숱하게 일어나고, 슬픔의 얼굴도 영영 가시지 않을 것이다. 서울 어디서 보아도 보이는 거대한 건물처럼. 그러나 슬픔과 사랑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삶의 축복이 아닐까. 랜드마크가 있는 도시에 내 몸 뉘일 곳 또한 있다는 것이.
그러고 나니 영화가 끝나면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LOVE WILL REMAIN이라는 가사가 잔잔하게 위로가 된다. 잃어버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의 세계 속에서, 슬픔과 공존하는 사랑. 결국 그게 우리에게 영영 남을 것이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는 9월 6일 개봉합니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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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인연들이 떠나가기 전에 잘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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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멧은 암에 걸린 자신의 아내인 니콜을 절친한 친구인 데인과 함께 간병하고 있다. 암이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니콜은 자신의 버킷리스트들을 적는다. 6개월간의 시간이 그녀에게 남았는데 그 시간 동안 많은 목표를 이루고 딸인 몰리와 이비에게도 작별 편지를 남긴다. 멧과 니콜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오해가 있었던 걸까?
니콜에게 있어 갑작스럽게 다가온 암은 너무나도 놀랐을 것이다. 항암제를 먹어도 온몸에 암이 전이되어서 이미 말기로 발전한 니콜은 자신이 못해봤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기 시작한다. 먼저 반지의 제왕 책 다 읽기와 파란 머리로 염색하기, 퍼레이드 걸 되보기 등등의 목표들을 이루면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왜 니콜이 암에 걸렸을까? 그 이유는 바로 남편인 멧과의 다툼부터 시작되었다. 멧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벌려고 해외로 나가는 기자 일을 했고 불륜도 저질렀지만 니콜의 부모님과 니콜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니콜 또한 뮤지컬 배우이면서 피터라는 무대 감독과 불륜을 저질렀고 노트북에 적혀있는 메일 때문에 멧에게 발각되었다. 그래서 둘은 서로 거칠게 다투기 시작했고 니콜은 암에 걸려 힘든 시간을 보냈다.
멧은 사실 가족들을 먹여살리려고만 했지 직접 가족과 함께 있어본 적 없는 가장이면서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니콜이 말하길 가족과 함께 있어달라는 요구도 무시하고 그저 자신의 일에만 집착하는 멧이였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니콜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다. 딸인 몰리도 그런 아빠를 싫어했으며 이비가 놀다가 다쳤는데도 그렇게 보살피지 못했다.
어쩌면 니콜이 암에 걸린 건 멧이 자초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니콜이 죽고 난 후 멧은 아버지로서 사명을 다하는데 진정한 아버지가 되고자 노력한다. 그 이후로 니콜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 위해 글로 쓴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데인도 불쌍하기 그지없다. 사실은 니콜의 절친한 친구였음에도 멧이 니콜과 결혼하고 난 후 그저 멧에게 조언만 해주는 존재였을 뿐만 아니라 단점을 지적해 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니콜이 암에 걸렸을 때 제일 니콜을 간병해 준 사람이기도 하다. 결국 멧의 빈자리를 데인이 계속 대신해 줬는데 너무 착했고 멧에게 이용만 당한 것 같이 느껴진다.
데인은 그런 자신을 위해 자가용을 타고 사람이 드문 한적한 사막의 산으로 올라가 등산을 하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어느 중년의 여자를 만나고 그 중년의 여자도 자살도 계획해 봤고 인생이 힘들었는데 데인에게 따뜻한 수프를 건네면서 말벗이 필요하다면 전화를 달라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건네준다. 어쩌면 데인은 그렇다 할 직장도 없었고 멧에게 끌려다니는 듯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혼자라는 기분은 데인도 마찬가지로 느끼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서 실화라고 하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저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보살피는 멧의 심정과 쓸쓸한 빈자리를 지키고 있는 니콜과 그 자리를 메꾸어주는 데인의 심정까지를 보여주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과 지금 있는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여운을 남긴다. 떠나가면 붙잡을 수 없는 게 인연인지라 필자도 지금의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잘해줘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지금의 인연들이 떠나가기 전에 소중히 대하자!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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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칠갑 대잔치 말고는 좀 아쉽지 않았나
내가 극장에서 본 최초의 공포영화는 <고사 : 피의 중간고사>였다. 엄청 어릴 때 본 것이라 그런지 난 이거 되게 무서웠다. 지금이야 <고사 : 교생실습>과 함께 세트로 묶여 졸작이라는 평을 듣는 것 같긴 하지만 뭐 견문이 좁으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때 반전도 지금 생각하면 뻔하지만 꼬맹이 시절의 나에게는 어려웠다. 성적대로 학생들을 처형한다는 콘셉트이나 당시에 문제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안들을 잘 녹인 건 맞다고 생각한다. 편집이나 연기 디렉팅이 좀 오그라들 뿐.
그리고 난 지금 사회복무요원 일을 하고 있는 26살이 됐다. 영화 많이 봤다. '나 영화 좋아해!'라고 자주 말하고 다닌다. 시간이 지나니 나에게 많은 것들이 생긴 셈이다. 또 거의 10여 년이 지난 지금 <고사> 시리즈의 후속작은 나왔다. 다행히도 3편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시리즈가 이어지긴 했다. 또 난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견문이 생겼다. 책도 다시 읽기 시작해서 '오잉?' 하는 개연성을 따지기에 충분하다. 이제 자극적인 비주얼에 내가 깔아뭉개 져 지는 그런 일은 드물다는 뜻이다. 이 뿐만 아니라 웬만한 잔인한 것에 막 트라우마가 생기거나 그러진 않으니까 내가 무뎌지긴 한 것 같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이런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나만 나이 먹지 않았다. 넷플릭스에서 <텍사스 전기톱 학살> 시리즈의 신작을 발표했다. 러닝타임은 82분. 홍상수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짧은 영화다. 원래는 야심 차게 이번 주 신작으로 다루려고 했지만 난 좀 별로였다. 이 장르영화의 팬 분들은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는 것 같긴 했는데, 아무래도 허술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쓸 것이니 이런 슬래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의 시청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요즘 유투버, 그러니까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생겼다. 아니 사실 생긴지는 꽤 됐다. 그에 따라 많은 사회의 병폐들이 생겼다. <밀양>을 무슨 성접대에 관한 영화로 둔갑시키거나 <중경삼림>을 마약 중매업자와 경찰의 위험한 하룻밤으로 둔갑시키는 둥 유튜브는 조회수 장사에 최적화된 매체가 되어버렸다. 감독은 이러한 세태를 반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멜로디 자매는 크리에이터다. 자매와 친구들은 텍사스의 한 마을로 도착한다. 한 집을 취재하려고 하는데, 그 집의 주인은 사실 그곳에서 취식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는 듯한 할머니. 계약서상의 문제로 그 집에서 내쫓기고, 그 보육원장에게 신세를 졌었던 과거의 연쇄살인마 레더 페이스가 살육극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사랑하는 이를 해쳤던 몰염치들에게 복수극을 벌이는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물론 영화가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매체인 건 맞다. 그동안 이 탭으로 글을 써오던 건 그냥 '아 이 영화가 이래서 좋구나'를 이해시키기 위한 나의 연출 장치(?)였다. 또한 영화가 무슨 메시지를 가져야 할 의무도 없다. <리코리쉬 피자>나 <펀치 트렁크 러브>만 봐도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로코 영화 아닌가. 근데 이런저런 걸 떠나서 생각해도, 이 영화는 대체 뭘 만들고 싶었던 걸까 의심이 든다. 소재는 1번에서 썼다. 1974년의 레전드 호러영화를 컴백시킨 것 까진 좋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작품의 기획의도에 의문이 생기는 작품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말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뜻이다. 이는 분명히 각본상의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1974년의 전작을 안 본 것도 맞지만 일단 범죄자 레더 페이스의 설명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또 무슨 초능력자인가 의심이 드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일단 주인공이 너무나도 멍청하다. 너무 멍청해서 이해가 안 될 정도다. 뭐 공포 상황에 놓이면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다. 또 이런 호러영화가 그런 고구마 캐릭터 보는 맛으로 보는 게 근본 유지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근데 좀 인물 간의 인과관계가 초중반부터 삐걱대니 공포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 일관성이 분산되는 느낌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보이는 분위기에 치여야 하는데 집중이 안되니 끔찍한 이미지들만 눈에 띄일 뿐이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 텍사스의 비주얼 구현 좋았다. 텍사스 가본 적은 없지만 실제로 가면 저럴 것 같다. 두 번째. 비주얼을 잘 구현했다. 목 잘리고 손 꺾이고 이런 거 되게 사실적으로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또 레더 페이스의 성격 묘사와 액션 좋았다. 아무튼 이런 장점도 분명하긴 하니 장르영화의 팬들이 좋아할 구석은 분명히 있다.
4.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무난하게 볼 수 있다.
5.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슬래셔 무비에 익숙한 분들은 그냥 보고, 잔인한 거 잘 못 분들은 그냥 안 보는 걸 추천한다. 좀 많이 고어하다.
6.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2번에서 쓴 바와 같이 인물 간의 인과관계가 너무나도 약하다. 만약 길거리에서 당신이 전기톱 하나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어떨 것 같은가? 또 사람을 살인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목격한다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는 게 우선 아닌가? 학살극이 꽤나 긴 시간 동안 벌어지는데 주인공 둘만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한다는 게 좀 납득이 안 됐다. 보안관이 오기 힘든 장소로 퉁치기엔 난 이 설정이 꽤나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레더 페이스를 막을 수 있는 인물이 나오는데, 이 사람의 선택지가 그냥 납득이 안 된다. 너무 납득이 안돼서 오히려 클리셰를 따른 느낌? 내가 만약에 그 입장이면 난 선택을 두 번 세 번 할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엔딩부다. 인물의 처지 자체를 그렇게 설정한 건 좋았지만 거기에 이르기 위해 선행해야 할 전제조건이 있겠지? 이 선행되어야 할 사건이 좀 이해가 안 됐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2번에 쓴 것처럼 인물 간의 설명도 너무 약하다. 주인공 멜로디-라일라 자매가 굳이 할로의 지니 할머니를 쫓아낼만한 이유가 없다. 그냥 무리에 자연스레 휩쓸려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굳이? 이 사람에게 돈이 급하다거나 관심이 필요하다거나 그런 서사 없이 굳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선택지를 골라야 할 이유가 있는가? 또 라일라는 영화의 초중반부에 테러를 당했던 인물로 묘사된다. 난 이거 왜 굳이 넣었는지 모르겠다. 전기톱 들고 다니는 미친놈의 피칠갑 잔치가 영화의 주요 플롯인데, 그거 없으면 극이 전개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일단 분량이 너무 짧다. 영화의 주요 지점을 넘어갔는데 러닝타임 30여분 남았다. 뭐 하려니까 끝난 셈이다. 굳이 러닝타임을 80여분으로 할 필요가 있나 싶은 플롯이었다.
물론 이런 요소들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쓸데없는 것 잘랐고 무섭다라는 장점을 어느정도는 타고 있는것도 맞으니까. 또 3번에 썼던 바와 같이 비주얼적인 묘사는 좋아서 슬래셔 무비의 팬들은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인간적으로 각본의 구멍이 너무나도 많다. 전 시리즈들의 레더 페이스의 악랄함을 승계했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그 외에는 좀 많이 헐거웠다.
7.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1974년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의 공식적인 속편이기 때문이다. 그거 외에는 딱히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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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그럼에도 여전히 건재하는 사랑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메리 고 라운드 - <내 심장을 받아줘>
감독: 킴 올브라이트
출연: 안나 맥과이어, 함자 하크, 비나 수드 등
시놉시스: 사람의 심장이 물건으로 만들어졌고 그것을 분리, 교환하는 것이 가능한 대안 세계, 실리와 효율을 추구하는 가상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라이프잽'이 유행한다. 애나벨은 이와 정반대인 가진 사람이다. 그녀의 친구들조차 감정에 치우치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 날 그녀는 한 남자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남자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사랑고백에 이별을 말한다.
감정이 사치가 된 시대에도 '사랑'이 가치 있을 수 있을까? <내 심장을 받아줘>가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이다.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원작의 기본적 설정을 충실히 따라간다. 큰 설정은 두 개다. 하나는 사람의 심장이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물건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심장을 직접 뺐다 꼈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설정부터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독특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있다. 일반적으로 자주 접하지 못하는 캐나다의 SF영화인만큼 작은 규모로 제작된 영화인데, 그렇기 때문에 가지는 한계를 역으로 이용한 영화로 보인다.
'자신의 가슴을 찢어 심장을 꺼낸다'는 것이 문자 그대로 본다면 고어 장르를 떠올리게 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의 경우 장르 영화에 기대할 법한 톤 앤 매너를 분명히 가져가면서도 심장의 시각적 구현이나 주인공 애나벨의 순진무구한 성격이 이 영화만의 비현실적인 공간감을 잘 살려낸다. 원작이 연극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겠으나, 특히나 각기 다른 심장 생김새가 연극 소품으로 느껴지는 면도 있다. 기술이 보다 발전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대안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아날로그의 방식으로 직접 만든 심장 모형과 카세트테이프를 비롯한 영화의 소품들은 훨씬 이전의 시대를 떠올리게 만들어 시대감의 부조화를 느끼게 만든다. 단순히 이 부조화를 보여주기만 했다면 엉성함에서 그쳤겠지만,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아날로그의 감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며 특유의 사랑스러운 톤으로 범론적 주제로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사랑'에 대한 영화이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어느 커플이 주인공이지만, 정작 이 영화는 사랑을 그리기에 부족해 보이는 환경에서 시작된다. 영화 속 세계에서 애나벨의 직장과 연결되기도 하는 애플리케이션 '라이프잽'은 사람 간의 관계에서 필수 요소로 취급된다. 사람들은 어플을 삶에 가까이 두며 타인과의 관계 향방을 결정한다. 어플에서 매칭률이 높다면 그 관계가 지속되는 거고, 아니라면 재고해야 한다. AI가 상대에게 줄 선물을 골라주며 취향을 분석해 준다. 서로의 일정을 맞춰 만날 날을 자동으로 지정해 주고, 그것에 당연하게 따른다. 결론적으로 모두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수동적인 삶의 모습이다. 애나벨이 친구들에게 받는 취급처럼 감정은 사치인 세상이며 효율이 중시되는 사회다. 새로운 관계를 꿈꾸거나 그 안에서 설렘이 생길 리 만무하다.
그 속에서 애나벨은 거의 유일하게도 바로 그 '감정'을 잃지 않은 존재다. 심장이 '등불'인 것처럼 주변을 밝게 만들고 자신의 따듯한 감정을 전이시킨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이프잽의 도움을 받지 않는 '정상적인 사랑'을 꿈꾼다.
"내 심장의 감정으로 영원히 고통받길 바라요."
하지만 희망을 가졌던 애나벨도 조지가 그녀의 사랑고백을 단칼에 거부하면서 무너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연락이 되지 않던 엄마의 죽음까지 겹치고, 너무도 슬픈 감정을 감당할 수 없던 애나벨은 일전에 봤던 남자처럼 심장을 자신의 몸에서 꺼내버린다. 이를 조지에게 보내는 그녀의 행동은 일종의 복수심에서 시작했겠지만, 이를 통해 두 사람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서로의 반대된 입장에서 진실된 관계와 나 자신을 찾아가며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현대 사회를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과장된 영화 속 세계일지라도 기술이 발전되고 사람 간의 직접적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그 방향성은 결국 같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심장 각자의 모양이 성격에 따라 다르다는 설정이나 일종의 디스토피아 실험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배경이 정반대의 방향이긴 하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랍스터>를 느슨하게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내 심장을 받아줘>는 서로 간의 유대가 점점 사라져 가는 시대에도 사랑과 감정은 여전히 어딘가에 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진 영화로 다가온다.
상영일정
7/1 14:00 - 15:32 CGV 소풍 10관
7/3 13:30 - 15:02 CGV 소풍 5관
6/30 10:00 ~ 7/9 23:59 온라인 상영(wav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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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반쪽의 이야기>, 닫힌 방을 연 멍청이들
*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넷플릭스보다 왓챠를 더 많이 보고 있다. 간이 콩알만 한 탓에 제목은 알면서도 차마 보지 못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수두룩하다. 궁금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호기심이 쫄보를 이기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된 게 <반쪽의 이야기>. 플라톤의 향연을 인용하면서 시작된 영화에서, 약간은 낮고 덤덤하게 나오는 주인공 엘리의 목소리가 좋았다. 다른 톤의 목소리였다면 처음부터 이렇게 와 닿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큰 틀에서는 익히 봤던 전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한 편지를 대필해 주는 것도, 마음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것들을 샅샅이 파헤치는 것도, 그러다 이상하게 정드는 것도. 아, 엘리가 애스터를 좋아하는 건 반전이 아니다. 처음부터 애스터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엘리의 목소리처럼 묘하게 다른 이야기가 있다. 목소리만큼이나 덤덤하고 시니컬한 엘리가 과제 대행 '거래'를 하는 점. 분량마다 금액도 정해져 있고, 과제 성적도 꽤 좋게 받을 수 있다. 돈독 올랐다고 하면 서럽다. 용돈벌이를 하는 게 아니라 전기 요금 등 생활비를 벌고 있다. 엘리를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 여기면서도 과제 대행을 자연스럽게 맡기는 동급생들. 대부분은 무관심하고, 일부는 기차소리와 엘리 추라는 이름을 섞어 '처기처기 추추'라면서 기차소리로 놀려댄다. 플라톤의 사랑이란 주제로 대행 과제를 포함해 총 6개 과제를 내고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 선생님. 엔지니어링 박사학위 등 전문성을 갖추고도 영어실력이 부족해 커리어의 시작인 줄 알았던 스쿼헤이미쉬에 주저앉은 아버지. 유쾌하고 재밌는 성격이었을 것 같은 사진만 남기고 일찍 세상을 뜬 어머니. 스쿼헤이미쉬 반은 갖고 있다는 지역 유지의 아들 트리그에게서 보이는 여유와 자신감, 트리그에게 열광하고 동경하는 수많은 학생들. 평생 이곳을 떠난 적 없는 사람들. 사람이 사는 곳엔 늘 문제와 상황이 난무하지만, 겉으로 평화로워 보인다고 해서 괜찮은 상태는 아니다.
누가 그랬나. 삼각형은 완전하고, 삼각관계도 완전하다. 엘리와 폴 모두 애스터를 좋아한다. 엘리는 교회를 가지도 않는데도 4년간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했다. 애스터 아버지가 목사인 교회에서 과제 대행으로 바쁜 엘리가 황금 같은 주말을 두고 반주를 한다면? 별다른 설명은 없지만 애스터 때문일 거라는데 손모가지도 걸 수 있다. 매주 만났을 텐데도 애스터와는 별다른 친분이 없다. 우연히 마주쳐서 한 첫마디가 '난 엘리 추야' 하는 자기소개인 걸 보니 알만하다. 이름은 알지만 가까워지지 못했다. 엘리와 애스터 중 누구 하나 서로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폴의 이름 뒤에서 편지로, 고스트 메신저로 애스터를 만나게 된 후로 엘리는 정말 이해받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둘이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다. 추상화와 문학을 좋아하는 것도, 제법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는 것도.
눈빛 교환만 의미심장
왜 엘리와 애스터는 진작에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애스터가 학교의 "그 트리그가 좋아하는 예쁜 애"고, 엘리는 "과제 대행하는 중국애"라서? 트리그와 트리그 팬클럽에는 끌려다니면서 마음 맞는 아싸 친구와는 다닐 수가 없어서? 애스터를 좋아하지만 애스터는 엘리 같은 애는 모를 테니 멀리서 지켜보는 게 나아서? 학교에서의 이미지와 인간관계가 아니라면 종교 때문일까. 목사인 아버지가 엘리는 종교가 없어서 친하게 지냈다면 혹시 말리셨을까.
영화에서 나를 무너뜨린 대사는 이해받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아냐(You know what it's like to finally meet someone in your age who gets you?)는 엘리의 말 때문이었다. 세상에 누군가 나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데, 내 또래고 내 근처에 있고,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니. 그 순간만큼은 눈물 날 정도로 부러웠다. 마음을 건드리는 것들은 늘 내게 모자라거나 비어 있는 것들이다. 대사를 듣기 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놀라울 정도였다. 어쩌면 평생 이해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서, 그래도 엘리 너는 행복하면 됐다 싶다가도, 그 대상이 끝내 나는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어버려서였을 것이다. 누구보다 반쪽에 진심이었던 건 아니었나 싶게.
4년 만에 처음 대화인 건지
하지만 그런 엘리와 애스터 사이에도 장벽은 있다. 애스터가 "상황이 다르고, 내가 달랐다면.."이라고 말하는 그 이유 때문이다. 엘리가 폴인 척하고 애스터와 연락을 했던 건 애스터에겐 분명 당황스럽고 배신감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도 별로 화가 안 나는 게, 폴과 엘리의 결이 너무나 달라서 짐작을 못했을 리 없는 정도다. 글로는 멋진 말을 던질 줄 알고 관심사도 똑같은 사람이, 만나면 긴장했다고 얼어붙어서 대화가 몇 단어 이어지지도 않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글은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이고, 말은 침묵이 반이지만 어딘가 든든한 느낌이었던 것도.
애스터에게 약간은 실망했다면 미술 전공을 선택한 것 이외에 주체적인 결정을 내린 적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엘리 말대로 상황이 다르고, 내가 다를 일은 없다. 엘리가 트리그의 프로포즈에 안돼!라고 소리치지 않았다면 애스터는 못 이기는 척 트리그와 결혼했을 것이다. 엘리를 엘리라고 불러주지 않고, 농담이긴 하지만 heathen (이교도= 비종교인)이라고 불렀다. 엘리는 저 멀리 아이오와로 떠나갈 예정인데도. 다만 그녀가 보여준 대담한 선택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천온천에 데려간 점. 그곳에서 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적극적이고, 자신도 얼마나 이해받는 기분이었는지 표현했다. 그렇게 이해받는 느낌을 주는 사이더라도, 완전히 이해받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완전히 이해받는 건 완전한 반쪽을 찾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니 무너질 필요는 없다. 이해받았던 순간과 그때의 마음만 잘 간직하더라도, 그 순간을 되감아 보는 것만으로도 버틸 만하다. 엘리가 대학 가서 보자고 하지 않나. 이 둘 사이는 두고 볼 만하다.
요즘도 편지 쓴다
엘리는 폴에게 여러 번 놀라곤 한다. 고민이 많은 엘리에 비해 폴은 그 고민을 말도 안 되게 쉽게 풀어버린다. 말도 나눠보지 않은 애스터를 '사랑'한다고 확신하고선 엘리에겐 사랑에 빠져 본 적 없는 것 같다며 정곡을 찌른다. 엘리가 뒤통수에서 따갑게 듣던 '처기처기 추추' 놀리는 소리에 맞서 소리쳐 준다, 사랑하는 건 노력하는 게 아니냐는 명언도 남기고, 사랑의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영화를 보면 폴이 점점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단순하고 말 주변 없는 빙구라 생각하면 오산. 뭣도 모르고 짓는 미소도 약간 어설프게 뛰는 달리기 폼도 귀엽다. 이거 참 큰일이다. 귀여워 보이면 답이 없는데. 무엇보다 폴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애스터랑 말 한 번 해보지 못했지만 편지를 써보자. 누가 요즘 편지를 쓰냐고? 로맨틱하잖아. 말을 잘 못하니 엘리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찾아도 가고. 폴이 처음에 애스터에게 보내려던 편지를 살펴보자. 애스터 너는 똑똑하고, 착하고, 예뻐. 그중 2개만 해당되어도 너를 좋아했을 거란다. 우습게 들릴 수도 있다. 근데 정말 그럴까? 사실 저 조건이 맞추기 더 힘든 게 필요한 건 어지간히 다 들어있다. 실제로 호감을 갖는데 저보다 더 남다른 이유가 넘쳐날까? 단순 무식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답일 수도 있다. 폴이 글 솜씨나 말솜씨가 투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생각이 얕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말은 잘 못해도 타이밍은 놓치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애스터에게 타이밍 좋게 고백도 하고 손도 잡고 키스도 하고. 할 건 다 한다. 애스터가 폴과 함께 있으면 안전한 느낌이 든다는 건, 그런 든든함일 것이다. 실패할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되게 할지를 고민하니까.
폴에게 유일하게 뜨악한 건 풋볼 경기에서 득점한 후에 엘리에게 키스를 하려던 때였다. 갑자기 생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꼭 저러다가 정든다고. 누구 이어주려고 도와주다가 둘이 좋아진다고. 저번 주까지 폴이 애스터랑 사귀게 됐다고 들떠하면서 키스하던 사이인 걸 떠올리면 '저놈이!' 하고 등짝을 때리고 싶은 건 사실이다. 엘리가 키스를 받아들였어도 참으로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바로 뒤에 애스터가 나타나 버렸으니까. 조금만 잘못 나갔으면 장르가 치정물이 될 뻔한 순간. 폴을 지켜보다 보니 마음이 넘쳐서 키스로 확인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래도 먼저 하려던 말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좀 궁금하다.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의 묘미가 대화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폴이 애스터에게 했던 고백과 어떻게 달랐을까는 상상에 맡기게 되었다.
타코 소시지, 그 맛이 궁금하다
폴이 왜 엘리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분명하다. 엘리는 폴을 성장하게 해 준 사람이다. 엘리는 폴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저 세 가지 조건(똑똑하고, 착하고, 예뻐) 중 두 가지 이상 혹은 전부를 충족한다. 폴이 혼자서는 하지 못했던 일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애스터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비록 시작은 편지 한 통에 50달러인 비즈니스였지만, 엘리가 각종 분야 선생님처럼 트레이닝해 주는 걸 보면 열정 페이라는 건 본인도 알고 있을 터. 타코 소시지를 응원하고 유명해질 수 있도록 음식 비평가에게 몰래 편지도 보내주었다. 맛있는 거 더하기 맛있는 거는 그냥 맛있는 거라며 영화 내내 밀어붙이던 타코 소시지. 그쯤 되니까 한 번 먹어보고 싶더라.
대화가 핑퐁 같다고 핑퐁 치면서 대화한다
그뿐인가. 엘리는 대화를 이어가는 법을 알려주고, 포기하고 싶거나 멍청하다고 느껴질 때 진심으로 응원했다. 15년 만에 풋볼 팀이 득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해 준 것도 엘리다. 애스터를 좋아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엘리와 있을 때 자연스러워 보였던 것도 사실이고. 엘리에게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을 짚어보라면, 엘리를 궁금해하기 시작했을 때다. 애스터를 더 잘 알기 위해 잠입 수사를 하던 중 엘리에게 배고프지 않냐고 물어본 차 안. 엘리 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를 물어보기 시작했을 때. 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된 건 엘리의 기타 소리를 길 건너편에서 들었을 때 보이던 그 표정부터였다. 피아노 조율을 망쳐서 졸업생 공연을 망칠 뻔한 엘리에게 네 곡을 연주하라며 도와주었을 때도, 뒤풀이에 가서 술에 취한 엘리를 챙기며 자신의 집에 데려왔을 때도. 애스터를 좋아하는 걸 알고 무너졌을 때도. 있는 그대로의 엘리를 응원하며 기차역에서 헤어지던 때에도. 엘리로 인해 폴의 눈빛은 참 많이도 변했다. 이렇게 한 사람에게 많은 눈빛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영화 속에 간단히 나온 '닫힌 방'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엘리의 아버지, 엘리, 폴, 애스터, 모두 각자 닫힌 방에 있었다. 엘리의 아버지는 과거에 갇혀 있었다. 항상 모든 영화에는 최고의 순간이 있다던 아내를 떠올리면서 그 장면을 보았고, 엔지니어로서 시작점이 되었어야 할 스쿼헤이미쉬에선 기차역에서 기계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엘리는 스쿼헤이미쉬에 주저앉은 아버지가 마음에 걸려 떠나지도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과제를 했고, 원하지도 않는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가려고 했다. 폴은 스스로 말했듯 소시지 레시피를 바꾸고 싶지만, 넷째 아들이라 운영할 순서도 아니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를 바꾸면 할머니, 어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표현하지 못했다. 애스터는 트리그와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아버지가 트리그네 집과 결혼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결혼하게 된다 해도 받아들일 모양새였다. 이들이 있는 스쿼헤이미쉬는 닫힌 방의 온상이다.
하지만 도로의 표지판에 쓰여있었던 것처럼, 뭔가가 스쿼헤이미쉬에 일어나고 있다. 모두들 조금씩 달라졌다. 엘리는 그리넬 대학으로 가는 길에 질색팔색하던 파인애플, 부엉이, 안경 쓴 애벌레 이모지를 쓸 수 있게 됐고, 폴은 음식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자신만의 소시지 연구에 한창이다. 애스터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서 미술을 공부할 예정이다. 엘리의 아버지는 자신을 걱정해서 떠나지 못하는 딸을 대신해 그리넬 대학에 원서를 넣고, 가는 길에 든든히 먹으라고 만두도 빚어 넣었다. 이제는 멀끔하게 차려입고 기차역에서 쓰지 않던 기계를 작동하고 있다. 닫힌 방과 열린 문은 한 끗 차이다.
엘리와 폴이 영화를 본 어느 날, 엘리는 떠나는 기차를 쫓아오는 사람을 멍청이라고 말했다. 멍청하다고. 기차를 앞지르는 사람은 없다고. 그런 장면은 진부하다고. 하지만 그래서 바로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에게 똑같은 일이 일어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멍청한 건 맞지만, 겪어보면 멍청하다고 나쁜 것만은 아니지. 엘리와 폴이 보던 영화에서는 모두 슬프게 울고 마는 이별이었지만 엘리의 이별은 슬프지 않았다. 엘리의 눈물은 슬프지 않았고 아버지, 애스터, 폴 역시 울지 않았다.
어느 순간에 우리는 외로워하며, 사랑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할 것이다. 놀랄 것도 없다. 외로움이 중력에 대한 물질의 반응이라면, 외로움은 이 지구 상에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 역시 존재한다는 걸 입증할 뿐이다.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고 그 자체로 사랑하는 건 인류 역사를 관통한 영원한 숙제이니 엄두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겠나. 안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몸소 멍청이가 되는 것. 망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괜찮은 그림에 대범한 선을 그려 넣는 것. 언제든지 상처 받을 수 있다는 걸, 나도 당신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힘껏 노력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반쪽은 채워질 조짐이 보인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아쉽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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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먹을 쥐었다, 폈다
최근 <오징어 게임>까지 'K-콘텐츠'가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 도전하지 못한 장르가 있다면 "뮤지컬"이다.
물론, <삼거리 극장, 2006>이 존재하나 '상업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으니 이번 <인생은 아름다워>가 상업적으로는 처음 시도하는 '뮤지컬 영화'이다. - 물론, 개봉을 기다리는 <영웅>도 있다!
혹자는 국내 뮤지컬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에 '가사가 한국어'라는 이유를 언급하나, <라라랜드, 2016>를 보는 "미국인"과 <레미제라블, 2012>을 듣는 "프랑스인"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영화는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내 '세연'이 남편 '진봉'에게 마지막 생일 선물로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이야기이다.
1. 왜, 인기가 없을까?
앞서 말했듯이 유독, 국내에서의 뮤지컬 제작이 꺼려지는 이유에 '가사가 한국어'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외국 작품을 가져와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부 가사와 음의 길이가 맞지 않아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이를 핵심으로 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1952>는 일련의 과정으로 통해서 "뮤지컬"을 제대로, 설명한다.
영화는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의 시대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뮤지컬"을 소개하나 만만치 않는 그 과정을 소개한다.배우가 마이크에 대사를 하지 않아 녹음이 안되거나 몸에 부착하면, 심장 박동이 들리고 오디오 선에 넘어지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보여준다. - 극 중. 시사회에선 진주 목걸이 만지는 소리도 들린다!
이외에도 그동안 표정과 몸짓으로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했던 배우들은 발음과 대사 암기 등 변화에 따른 발전이 동반된다. - 실례로 많은 무성 영화 스타들은 유성 영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지거나 새로운 얼굴들이 출연했다!
이렇게, "뮤지컬"은 문화의 발전으로 볼 수 있다면 동시간대의 국내 상황은 어땠을까?2. 많고 많은 시대 중에서...?
현재, 대한민국 최초의 영화로 정의되는 "나운규"의 <아리랑, 1926>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개봉한 작품이다.
이후 "한국 전쟁"과 "냉전"을 맞이한 영화는 "반공"을 앞세운 선전물이 되었으니 문화의 발전을 떠나 감히, 낭만을 논할 수나 있었을까?
그렇다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왜, 1990년으로 설정했을까? - 극 중. 서울 극장에 <사랑과 영혼, 1990>이 걸려있다.
이런 이유에는 90년대만큼이나 문화의 다양성을 논하기에 좋은 시기가 없기 때문이다.대통령 직선제(6월 민주항쟁)를 가져왔으나 "군부"가 유지되며, 지속되는 데모로 사회는 불안정했지만 "X세대"가 등장하는 등 문화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음악만 살펴보면, "김수희"의 "애모(트로트)"를 비롯해 "서태지와 아이들(힙합)", "신승훈(발라드)", "김건모(레게)", 그리고 "HOT(아이돌)"까지 한 번의 성공으로 우르르 뒤따라가는 펭귄들이 아니라 무모한 콜럼버스들이 판치던 시대이다.
여기, <쉬리, 1999>를 시작으로 "블록버스터"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탄생하는 등.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3. 옛 방식이 무식하지만...
이렇게, 모든 환경이 갖춰진 <인생은 아름다워>이나 보여주는 결과물은 아쉬움이 생긴다.
물론, '오리지널 넘버'를 대신해 '이문세'의 <조조할인>을 비롯해 '이적'의 <다행이다>와 '토이'의 <뜨거운 안녕> 등 익숙한 대중가요를 뮤지컬스럽게 편곡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갖춰진 세트에서 보여주는 군무들을 하나의 테이크가 아니라 '편집'해서 보여준다는 것이다.앞서 말했듯이 "뮤지컬"은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의 시대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탄생한 장르로 고집스럽게 긴 테이크를 가져간다.
이런 이유에는 당시. "편집"이라는 기술이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얼굴의 표정과 행동만으로 이야기의 현실성을 지켜냐야하는 '고육책'으로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본 작품에서 보여주는 "뮤지컬"은 90년대~00년대 이야기가 있는 뮤직비디오 "드라마 타이즈"에 더 가깝다.4. 첫 술에 배부를 쏘냐!
물론, 영화가 선정한 선곡 리스트와 편곡은 마음에 들지만 힘을 받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뮤지컬 장면에 들어가는 순간이 어렵다!
이런 이유는 이야기의 톤과 음향이 갑자기 튀기 때문인데, 완력기가 있었으면 할 정도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할 정도로 힘들었다.
극 중. 마지막에 "세연"과 아이들의 통화에서 눈물이 날 뻔하면서도, 비염(훌쩍훌쩍)에 그친 점도 이러하다!무엇보다 이야기에도 아쉬움이 생긴다.
극 중. 아내 '세연'의 모습은 희생만을 강요하는 윗세대 어머님들의 모습이 겹치며, 무심한 남편 '진봉'과 그들의 아이들까지 지나치게 "스테레오"이다.
결국, 이 모든 갈등이 봉합되는 전개와 개연성도 어설픈 노랫소리에 잠식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찔끔날 뻔한 건 어디까지나 배우들의 연기력 때문이니 오해하지는 말자!그래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끝나고 나서 플레이 리스트로 또 한 번 즐기는 미덕을 제공하니 좋게 봐주시길... :)
· tmi. 1 - 결혼식 장면에서 부르는 "이적"의 <다행이다>는 공교롭게도, 실제 아내분과의 결혼식 축가로 만들어진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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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보다, 돌아보다
8월 26일 (목), 바로 어제 '돌보다, 돌아보다'라는 슬로건 아래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그 스물세 번째 여정을 시작하였습니다. 7대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문가영'이 사회자로 나서며, 핫펠트(예은)의 축하공연과 개막작 <토베 얀손>의 상영으로 그 문을 연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6일(목)부터 9월 1일(수)까지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에서 7일간 개최되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하에서 일상을 잠시 멈추고, 각자의 자리에서 버텨온 사람들의 품으로 느리지만 차근차근 많은 작품들이 돌아오고 있고, 이와 함께 앞으로를 위한 '영화제'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칸 영화제가 2년 만에 다시 개최되었으며, 2021년 7월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필두로 국내 많은 영화제 역시 하반기에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올 하반기! 철저한 방역수칙 아래 개최될 영화제 목록을 지금부터 같이 알아볼까요?
잇츠 CINE PICK!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홍보대사 문가영 (출처 : 키이스트) /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포스터 / 뮤지션 핫펠트 (출처 : 아메바컬쳐)
일시 : 2021.08.26(목) ~ 2021.09.01(수), 총 7일간
장소 :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문화비축기지
규모 : 27개국 119편 영화 상영 (장편 74편, 단편 45편) / 온라인 : 66편 (장편 44편, 단편 22편)
슬로건 : '돌보다, 돌아보다 (A Caring Reflection)'
올해 공식 슬로건 ‘돌보다, 돌아보다’는 ‘누군가를 관심 가지고 보살핀다’는 뜻의 ‘돌보다’와 ‘내 주변과 지난 일을 되돌아본다’는 ‘돌아보다’를 나란히 배치해, 팬데믹 상황의 장기화를 잘 버텨온 서로를 응원하고 주변과 일상을 돌아보는 성찰을 통해 단단하게 함께 나아가기를 제안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함께 영화 보기를 통해 영화제가 창출해 온 가치를 안전한 방법으로 이어가면서도, 오프라인 영화제의 제약을 뛰어넘어 온라인으로 영화제의 영역을 확장시켰습니다. 상영작의 절반이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상영되고, 프로그램 이벤트는 사전녹화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전면 무관중, 온라인으로 진행되는데요. “발견”과 “아시아단편”, “아이틴즈” 등 경쟁섹션의 영화와 신작, 고전 영화 등 다양하게 구성된 온라인 상영작 66편 (장편 44편, 단편 22편)은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ONFIFN’에서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배두나, 김아중X변영주, 문가영의 스타토크, <고양이를 부탁해> 20주년 스페셜 토크, “안부를 묻다: 여성영화제의 친구들에게”, 감독 대 감독, 쟁점포럼 등의 행사는 온라인으로 생중계 될 예정이며, 스페셜 토크와 해외 감독들의 GV는 사전녹화되어 송출된다고 합니다.
개막작 - <토베 얀손> (Tove)
핀란드, 스웨덴 | 2020 | 100min | Fiction
감독 : 차이다 베리로트 | 출연 : 알마 포이스티, 크리스타 코소넨PROGRAM NOTE : <토베 얀손>은 ‘무민’ 시리즈의 창조자, 퀴어 예술가 토베 얀손의 2차 세계 대전의 막바지 시기부터 10여 년간 삶을 그리고 있다. 관객들이 가장 처음 보게 되는 것은 춤을 추듯 몽환적으로 또는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는 토베의 모습이다. 그리고 곧 2차 세계 대전 한가운데 방공호에서 무민 캐릭터의 원형을 스케치하는 토베의 모습이 이어진다. 무민 시리즈의 탄생과 성공에 안착하기까지 토베 얀손의 작가적 경력이 영화의 원경이라면, 전경에는 여성 퀴어 예술가 토베 개인이 맺는 개인적 관계들과 그로 인한 불안과 긴장, 자아의 발견과 성장, 자유와 독립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과하며 발산되는 토베의 에너지와 얼굴 표정이 내세워진다. 거의 항상 인물에 가까이 다가가 있으며 시종일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는 카메라는 이러한 영화적 구조를 뒷받침하며, 아버지와의 갈등, 비비카 반들레르와의 연애, 평생의 파트너 툴리키 피에틸레와의 만남이 어떻게 토베의 작품 세계에 불가분의 영감을 주는지 보여 준다. 린다 바스베리의 16mm 촬영은 투박함과 온화함을 동시에 전달하며, 영화의 엔딩에 삽입된 8mm 푸티지는 영화 내내 토베가 보여 준 자유로운 움직임과 활력, 생동감의 원천을 확인시켜 준다. [황미요조]
제13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13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포스터
일시 : 2021.09.09(목) ~ 2021.09.16(목), 총 8일간
장소 : 메가박스 백석, 고양아람누리
규모 : 39개국 126여편 영화 상영
비전 : 평화, 소통, 생명의 가치를 구현하는 아시아 대표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도약이번 영화제의 메인 포스터로 선정된 사진은 노순택 작가의 작품 '백기완의 주먹'입니다. 올 2월 타계한 사회운동가 백기완 선생의 불끈 쥔 주먹을 담은 사진으로, 약자와 소수자가 있는 곳에서 함께 투쟁하고 활동한 백기완 선생의 모습처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역시 관객, 영화인과 함께하며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 사회를 진실하게 비춰갈 것을 다짐하는 의미에서 이 사진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코로나로 인하여 전세계가 어려운 시기임에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변함없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믿으며, 코로나로 위축된 제작환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고 있기에, 영화제 역시 '좋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는 영화제 본연의 역할을 이어가려 한다고 전했습니다. 영화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오프라인 극장 상영은 이어가되, 이와 함께 자체 개발한 스트리밍 서비스 VoDA(보다)를 통해 온라인 상영을 병행해 관객들이 영화제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고 하는데요. 영화제는 앞으로도 관객과 다큐멘터리 창작자의 만남을 중단 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 전했습니다.개막작 - <수프와 이데올로기> (Soup and Ideology)
일본, 한국 | 2021 | 118min | Documentary
감독 : 양영희 (YANG Yong-hi)
SYNOPSIS : 2009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일본에 남은 것은 어머니와 딸 뿐이었다. 혼자 사는 노모가 걱정된 딸은 매달 도쿄에서 오사카의 본가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러한 딸에게 어머니는, 문득 당신이 제주 4.3의 체험자라는 말을 꺼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둔 기억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절대로 남에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어머니는 자신이 제주 4.3에 어떻게 관련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제17회 인디애니페스트
일시 : 2021.09.09(목) ~ 2021.09.14(화), 총 6일간
장소 :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인사아트센터
온라인 상영 : 2021.09.10(금) 10:00 ~ 2021.09.24(금) 17:00 [Vimeo]
슬로건 : 人비트人1. (형용사) 개재하는, 중간의
2. (애니메이션 용어) 키프레임 사이에 들어가는 프레임
3. (영화제 슬로건) 또 한번 보고 듣고 말하는 우리들의 사이를 이어 주는, 인디애니페스트!
2005년부터 매년 주목할 만한 해외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 국내외 애니메이션계의 긴밀한 네트워킹을 이어오며 매년 전 세계의 독창적인 애니메이션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해온 '인디애니페스트'는 국내 유일의 독립애니메이션 전문 영화제에서 세계 유일의 아시아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영화제입니다. 인디애니페스트는 지난해 여타 영화제들이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온라인 개최 등의 형식 변경과 축소 개최로 행사를 치른데 반해 기존 오프라인 개최 방식을 고수하며 성황리 영화제를 마무리해 크게 주목받은 바 있는데요. 영화제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12년째 이어온 국제 협업 프로젝트 '릴레이 애니메이션' 등을 상영한다고 합니다.
개막작 - <죽이고 떠나라> (Kill It and Leave This Town)
폴란드 | 2020 | 88min | Animation
감독 : 마리우스 발친스키 (Mariusz Wilczynski)
PROGRAM NOTE : 마리우스 빌친스키 감독은 다양한 형태의 상실과 절망을 겪는 주인공들의 정신적으로의 불안한 여정을 과거와 현재의 틈새를 가로지르며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며 종종 외설적인 묘사로 가득 채워 놓는다. 작품의 스타일은 우리에게 익숙한 선형적 서사의 문법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결로 다가온다. 절제된 흑백의 선과 거친 얼룩의 색채가 스며든 우울한 판타지는 파편화된 몽상들과 뒤엉켜 낯선 거리감까지 드러낸다. 그러니 굳이 해석하려 애쓰지 말고 감독이 미처 전하지 못해 나지막이 읊조리는 독백에 감각을 기울이며 잠시나마 감정의 전이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추혜진]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관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영화 그리고 영화제와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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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경이 보여주는 멀티버스 액션! 이렇게 기발한 방법이 있었다니!!
?Rabbitgumi 입니다!
양자경 주연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개봉했어요.
멀티버스를 다루는 무척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주인공 에블린이 다른 우주와 연결하면서 보게 되는 다양한 다른 버전의 자신을 보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는데요.
마치 인생의 갈래길에서 다른 선택을 한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죠.
다양한 가능성을 마주하게 만듭니다.
액션도 좋고, 영화의 유머도 꽤 타율이 높아요.
무엇보다 예측가능하지 않으면서 묘하게 설득되는 이야기 전개가 무척 훌륭합니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배우 양자경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무척 따뜻한 가족 영화로 볼 수도 있어요.
이 영화 궁금하시죠?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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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포함】액션은 90점 스토리는 30점
#영화 #다만악에서구하소서 #리뷰
범죄, 액션│한국│108분 감독 홍원찬│출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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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스위트 걸> 공식 예고편
아내를 죽게 한 놈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리리라.
슬픔과 분노에 휩싸인 남편(제이슨 모모아)이 복수를 다짐한다.
유일한 피붙이인 딸(이사벨라 메르세드)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싸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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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인터셉터> 공식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