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4-06-30 23:45:20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그리는 가족이란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돌아왔다. 스토커는 관객의 눈치를 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최근 영화 '괴물'을 다시 보면서 떠올랐던 그의 영화, 서사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보고자 한다.
1. 담백한 이야기의 매력
그의 이야기에 빠진 이유는 담백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울어달라는 뉘앙스를 풍기지 않게 한다. 관객을 말 그대로 관찰자로서 기능하게 한다.
그의 영화의 인물들은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소소한 행복들을 추구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들의 행복은 이질적으로 비춰진다. 어느 가족에서는 훔친 물건으로 한 가족의 밥상을 차려내 하하호호 웃음짓고 있고,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자매들도 복잡한 가정사를 가졌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한 밥상을 함께 한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담백하게, 하지만 밝게 서로의 상태를 살필 뿐이다. 그들이 가진 특유의 멋이라고나 할까.
2. 그들과 대비되는 사회의 무심함
그의 영화를 보고 있자면 주류 사회의 허망함을 느낀다. 사회 속에 속하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한 사회의 일원이 되면 누군가는 낙오되는 생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 난 이긴 자라는 오만 아래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과 함께. 그들은 주류 사회에서 낙오되었지만 행복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류 사회는 여전히 중요하다. 주류 사회에 편입되어야 가장 최악이 상황에서 구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도 배다른 여동생과 오래 함께하려면 호적이 중요하고, 나의 가족 속 가짜 가족들도 그들을 증명할 호적이 없어 사회에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내가 사회에 속해있다는 호적의 존재, 그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내리는 인간의 무정함도 알 수 있다. 그의 영화들은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지못하는 현대인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류의 관점에서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타인의 관심이 가있지 않는 것을 미끼로 범죄자가 되어 있거나 어딘가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처럼 보인다.
이런 걸 보고 있자면 혈육이라는 개념의 무의미함을 그의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피를 나누었다고 해서 가족이라고 할 수 없고 타인이어도 가족이 될 수 있다'가 그의 작품 세계 속 공통 키워드이다. 가족은 피가 아니라 관계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게 그의 영화가 가진 무심함 속 따뜻함이다. 주류 사회가 혈연 중심의 가족을 외칠 경우, 가족 안의 관계성이 모두 좋을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가식적인 가족애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관계성이 빛나는 경우 나이, 직업, 사회적 위치에 관계없이 진실된 가족애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에서도,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도, '어느 가족', 그리고 기타 다른 영화에서도 그가 그리는 가족이 그렇게 따뜻해 보였던 게 그런 이유 때문 아니었을까. 그래서 요란하지 않지만 보고나면 힐링이 되는 그의 영화가 좋은 것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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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추상 속에 담긴 지극히 사실적인 묘사
[DMZ Docs] 추상 속에 담긴 지극히 사실적인 묘사
전시 <하인츠 에미히홀츠 드로잉전 : 기울어진 비전> 리뷰
감독] 하인츠 에미히홀츠
전시소개]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과 공동 주최로 2024년 기획전의 주인공 하인츠 에미히홀츠의 드로잉 작품 전시회를 개최한다. 전시회 ‘기울어진 비전’에서는 감독이 창작한 800여 점의 드로잉 작업 가운데, 순서와 서사, 도상 해석을 고려하기 보다는 이미지의 시각적 흑백 대비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작품들, 영화와 드로잉의 관계성을 표현하는 실마리에 근거하여 추려진 수백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출처 :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스포일러 유의
다큐맨터리와 꿈
다큐멘터리와 꿈이 갖는 이미지는 어떨까? 다큐멘터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담아내는 느낌이라면 우리가 잠잘 때 꾸는 꿈은 개연성도 사실성도 없이 허무맹랑한 경우가 많다. 어찌보면 굉장히 대척점에 있는 요소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독일의 다큐멘터리 감독 하인츠 에미히홀츠는 자신의 꿈에 초점을 맞춘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비현실적인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것이 굉장히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이번 기울어진 비전 전시에서 선보이는 하인츠 에미히홀츠의 ‘메이크업의 기초’는 1974년부터 지금까지 감독이 자신의 ‘꿈’에 기반하여 매달 본인의 무의식을 기록한 드로잉 시리즈를 담아냈다. 하인츠 감독이 꿈에서 본 이미지를 2차원의 평면에 구현하고, 이를 다시 3차원의 전시장에 구조물로 재현해 놓았다.
흑백의 대비감이 강하게 드러나는 꿈의 요소들은 마치 카툰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신문 속 사회비판 요소가 강력하게 담겨진 4컷, 8컷 카툰을 보는 듯했던 이유는 그만큼 꿈 속의 장면을 묘사한 그림들이 굉장히 시각적으로 강렬했기 때문이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꿈들이라기 보다는 어딘가 폭발할듯한 에너지가 가득 담긴 그림들이다. 유리창이 깨지는 그림이거나 사람이 어디론가 로켓처럼 발사되는 그림 등 운동감이 상당히 잘 드러나는 이미지들이었다.
그리고 서사 없이 이어지는 다양한 꿈 속 상황들을 3차원적인 공간의 전시장 속에서 커튼이 흘러내리듯 곡선의 형식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2차원의 그림 자체에 굴곡이 생기면서 관객이 어느 각도에서 그림을 보느냐에 따라서 그림의 이미지가 축소되기도 하고 확대되기도 하면서 사람마다 다양한 주관적 해석이 가능할 수 있게끔 기획되어 있어서 그리 크지 않은 전시였지만 꽤나 오랜시간 서성이며 작품들을 보는 맛이 있었다.
공감각을 활용하다
전시 기울어진 비전은 크게 3가지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나는 하인츠 에미히홀츠의 꿈 속 이야기를 담은 ‘메이크업의 기초’, 그리고 자신의 역대 영화 포스터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 마지막은 베를린 ‘언더그라운드’라는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이다. 이중 가장 오랜시간 인상깊게 봤던 것은 바로 베를린 ‘언더그라운드’라는 영화 작품이었다.
영상 작품이어서 가만히 앉아서 봐야하기에 절대적으로 봐야하는 시간이 가장 긴 것도 사실이었지만, 스스로 느끼기에도 가장 집중을 한 공간이기도 했다. 베를린 ‘언더그라운드’는 2004년부터 2021년까지 하인츠 에이미홀츠 감독이 만든 171권의 공책과 스케치북, 2019년 당시 베를린 지하철 9곳, 가상의 향수 브랜드 광고 2개, 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길가에 심어진 67개의 나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말 설명만 보면 도대체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의아해할 것이다. 자리에 앉아 설명글을 보면서도 도통 무슨말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모니터로 눈을 돌리자마자 정말 홀린듯이 집중을 하게 되었다. 특히 가상의 향수브랜드 광고 2개는 분명히 시각적으로만 정보가 전달되고 있음에도 나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리며 그 향수의 향을 맡아보려는 행동을 할 정도로 향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뛰어났다. 5분이 넘는 시간동안 탑, 미들, 베이스 노트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영상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같은 비슷한 조각상이 같은 방향으로 회전을 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물이 슬로우모션으로 흩뿌려지는 굉장히 단순한 구도의 영상이 반복적으로 보여지는데 정말 향기 하나하나를 현실에서 맡아본 향에 비유하면서 관객이 스스로 그 향을 쫓아가게끔 만들고 있었다.
하인츠 에미히홀츠 드로잉전: 기울어진 비전을 통해 이제까지 다큐멘터리에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을 잠시나마 깰 수 있었던 것 같다. 추상적이면서도 그 세밀한 부분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사실적인, 이 괴리감과 간극을 표현하는 하인츠 에메히홀츠의 작품에 홀렸던 시간이었다.
<전시정보>
장소 : 고양시 예술창장공간 해움
일시 : 2024. 9. 26. (목) ~ 10. 2. (수) 10:00 ~ 18:00
도슨트 : 14시, 16시(약 15-20분 소요 * 9.29~30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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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보건교사 안은영>, 진주인공은 젤리들
1. 말주변 2점: 말 많이 안 섞어본 티가 나요
2. 손재주 2점: 그렇다고 전투력도 좋진 않은데
3. 신체능력 3점: 비현실적인 것들을 볼 수 있더라도
4. 포용력 3점: 선생님도 사람이야
5. 고독 감내 5점: 외로움을 견디는 습관
말주변, 말 많이 안 섞어본 티가 나요
원작 소설에서는 은영이 학창 시절에 친한 동급생도 없이 지내다 만화 동아리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게 되었다고 언급된다. 드라마에서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직장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묘사된다.
혼자 젤리를 보고, 혼자 젤리 문제를 해결하고, 혼자 에너지를 충전하러 다니던 보건교사 안은영.
그래서인지, 너무 솔직한 대답을 하거나 누가 봐도 어색한 거짓말을 하는 등 말주변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지하실에 들어간 것을 한문 선생님에게 들켰을 때,
말주변이 좀 더 좋았더라면 "운동 연습하느라고요"보다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손재주, 그렇다고 전투력도 좋진 않은데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한문 선생님과 전통매듭을 공부하는 은영.
한문 선생님은 이런저런 모양의 매듭을 잘도 묶는데, 은영은 계속 엉키고, 엉망이 된다.
매듭 묶기에 연신 고전하던 은영이 원작 소설에서는 "나는 이런 것 말고 전투를 하는 캐릭터라고요"라고까지 말한다.음..... 그렇다고 전투력도 좋은 편은 아닌데. 체력이 남달리 좋은 인물은 아니니까.
신체능력, 비현실적인 것들을 볼 수 있더라도
아마 안은영은 아주 어릴 때부터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 남긴 젤리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굉장히 특수한 능력을 타고났으며, 퇴치 방법도 스스로 터득한 것 같다.
그러나, 신체능력은 일반인과 비슷하다.학창 시절에는 젤리와 맨손으로 전투(?)를 하다가 얼굴과 온몸에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기 일쑤였고, 보건교사가 되어서는 각 반에 심폐소생술 시연을 하기 위해 인체모형을 낑낑거리며 들고 나른다.
슈퍼비전은 가졌지만, 슈퍼파워는 없는 주인공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포용력, 선생님도 사람이야
선생님은 뭐든 듣고 이해해주실 거라는 학생에게 "그건 니 생각이고"라고 일축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의 유대를 끊으려 할 때는 '우리가 이 유대관계를 함부로 끊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다'라고 염려하는 한문 선생님과 달리, "아 몰라 썅 그냥 얼른 졸업해버려"라고 일갈한다.
은영의 털털한 화법과 행동으로, 선생도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고독 감내, 외로움을 견디는 습관
새엄마가 싸준 고구마 도시락을 꾸역꾸역 먹던 소녀.
혼자 살며 학교에 출퇴근하는 성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외로웠을까?친구와 작별할 때, 붙잡고 싶어 하는 모습을 통해 여전히 외롭고, 그 외로움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로움을 즐기지 않지만, 참아내는 캐릭터.
다 커서도 외로움은 힘들지만, 습관처럼 견뎌내는 인물.
이 드라마 주인공은
안은영아닌 젤리들소설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드라마를 챙겨보려는 시청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은영, 한문 선생님, 학생들보다는 젤리를 본다는 기분으로 보세요."
그러면, 감상 후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분명히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봤는데, 캐릭터 연구는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 드는 건 왜일까?
확실한 주인공과 개성 있는 인물들이 있는데도 이 '캐릭터 연구소'콘텐츠를 뽑아내기가 어려웠다.
소설에 비해 인물들의 대사, 생각, 행동은 많이 각색되거나 축소되었기 때문이다.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인물 묘사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돌아가는 전개 방식이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엔 항상 젤리가 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은 은영이지만 눈에 밟히는 것도 기억에 남는 것도 젤리.
발 바쁘게 뛰어다니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람들이지만, 작품을 다 본 후에 남는 것은 젤리들.
가히 특수효과를 보기 위해 보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소설에 비해 캐릭터의 매력은 절감되었지만, 다양한 젤리들의 색과 움직임을 보는 재미가 있다.
범내려온다 음감님의 싱크로율 높은 브금들
1화의 '두껍아 두껍아'가 신의 한 수였다.
에피소드와 너무 잘 어울리고, '이것은 한국 드라마임'을 알리는 듯 영어가 아닌 우리말 동요가 긴장감 넘치는 버전으로 깔려서 수월하게 몰입된다. 긴박함도 여실히 전달되었다.중독성이 있다고 알려졌던 나는안은영, 젤리 노래보다도, 슬픈 장면에 나오던 어느 음악보다도 두껍아 두껍아하는 이 배경음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멋진 연출이었다.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볼거리
미스터리하고 역동적인 자기소개 격의 큰 에피소드 하나가 끝나고 나면, 그 뒤의 에피소드들은 힘이 빠진다.
활동적이고 손에 땀을 쥐는 초현실 액션 SF를 기대하고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니, 스케일이 비교적 작은 에피소드들이 기다리고 있다.
옴 잡이, 정현이, 죽어서 찾아온 친구 등 생각해볼거리가 있고,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인물과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선 두꺼비 젤리 에피소드의 파급력이 정말 강했던 터라, 액션과 스릴을 기대했던 관객으로서 뒤로 갈수록 흥미도가 현격이 떨어졌다.
소설에도 없던 이야기들, 떡밥 회수해주실 거죠?
2020년 3분기였던가? 한창 유행하기에 여기저기에서 정보를 접했고,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봤다.
그런데, 원작을 읽고 드라마를 감상해도 '대체 뭔 소린가,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소설과 다른 전개를 따르는 인물이 있고, 소설에는 언급이 안 된 이야기도 등장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니,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부터 감상한 사람들은 이야기 전개에 불편함을 더 느꼈을 것이다.소설을 읽어도, 드라마를 재주행해도 풀리지 않는 의문스럽고 큼직한 떡밥들을 납득이 가게끔 회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니 이 작품도 시즌2를 기다린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가 보다.
속도를 맞춰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시즌 마지막 이야기에 다다르고, 마지막 이야기는 다음 시즌을 기다리게끔 어중간하게 마무리를 지어놓는다.강아지들이 훈련받을 때 "기다려"라는 말을 듣는 기분이 이런 기분 아닐까?
이용권 재구매를 노린 시스템이라면 아주아주 영리한 방법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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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주 최신 개봉영화!
11월의 시작으로
어느덧 위드코로나 시대가 왔네요!~
영화관의 부활을 시작하며
11월 1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1월 1주 개봉영화 5편!
이터널스 Eternals , 2021
마블의 새로운 역사를 쓸 태초의 히어로 등장
마블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히어로 군단 ‘이터널스’가 개봉을 합니다.
"이터널스"는 히어로 무비 그 이상의 거대한 서사와 깊이 있는 메시지, 역대급 규모의 볼거리와 액션을 선사할 예정인데요.
안젤리나 졸리와 마동석을 비롯해 다양한 세대와 성별의 글로벌한 배우들이 총출동해
10인의 ‘이터널스’ 멤버로 등장한다. "이터널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MCU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 앞으로 펼쳐질 MCU의 미래에 방향을 제시할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또한 마동석의 활약이 어느정도로 나올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마블의 새로운 역사를 쓸 태초의 히어로!
첫번째 추천영화 "이터널스"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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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버그 SEBERG , 2019
할리우드의 아이콘이 FBI의 표적으로
영화 "세버그"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배우 진 세버그가 시대의 폭력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긴 작품입니다.
모두가 사랑했던 세기의 배우에서 FBI 음모의 희생양이 된 진 세버그,
이번 영화에서는 1960년대 FBI가 실제로 요주인물로 지정해 공작과 음모를 가했던 진 세버그의 삶을 생생히 옮겨졌습니다
진 세버그는 1960년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던 누벨바그의 아이콘이죠.
진 세버그 역에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비롯해 과격 흑인인권단체 블랙팬더 리더 하킴 자말 역에는 안소니 마키,
당시 FBI 도감청 음성 전문가 잭 솔로몬 역에는 잭 오코넬이 분했고,
마가렛 퀄리, 재지 비츠, 빈스 본이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세버그가 1965년 미국으로 돌아와 겪었던 모든 사건들!
두번째 추천영화 "세버그"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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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X : 영혼의 구역 Demonic , 2021
닐 블롬캠프 감독의 6년만의 귀환
영화 '시그널 X: 영혼의 구역'은 연락이 두절되었던 엄마가 코마 상태로 발견되고,
최신 치료 기술을 통해 뇌에 직접 접속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디스트릭트 9'부터 '엘리시움', '채피'까지 공개하는 작품마다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았던
닐 블롬캠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개봉 소식을 알리자마자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특히 이번 영화는 이전에 선보이지 않은 스릴러 요소까지 갖춰,
SF 요소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작품의 긴장과 스릴을 자아내기 위한 그의 노력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킬 예정입니다.
엄마의 치료를 위해 새로운 구역에 발을 들인 이후,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되는 독창적인 세계관!
세번째 추천영화 "시그널X: 영혼의 구역"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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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Hab , CREAM , 2021
세계 유수 영화제의 마음을 사로잡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크림"은 이별의 슬픔을 안은 도라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를 살리기 위해서 가족사업 지원에 합류를 합니다
하지만 가족이 없는 도라는 가짜 가족을 만들고, 그곳에서 옛 연인을 만나면서 가짜 가족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에는 가짜 남편 행세를 해준 남자 마르시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입니다.
"크림"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지만 특유의 색채를 띄고 있습니다
사랑도 있고 웃음도 있지만 진중하고, 조금 심각하고, 매우 차분한 톤으로 절제되어 있죠.
그로인해 2021 파리국제영화제 5관왕, 2021 피렌체국제여성영화제 길다상(작품상) 등의
명예를 안은 작품으로 세계 유수 영화제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동유럽의 제시카 차스테인 비카 케레케스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크림"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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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카우 First Cow , 2019
타임지 선정 그해 최고의 영화 TOP 10!
영화 "퍼스트 카우"는 19세기 기회의 땅 미국에서 유대인 쿠키와 중국인 킹 루가 만나 마을 젖소의 우유를 훔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46회 텔루라이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었는데요
이후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전 세계 화제작으로 급부상한 영화는
제86회 뉴욕비평가협회상(NYFCC) 작품상, 제92회 전미 비평가위원회상(NBR) 탑 10 영화상 수상 및
제55회 전미 비평가협회상(NSFC)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제14회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상(AWFJ)감독상, 각색상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4회 수상 및 143회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켈리 라이카트만의 독창적인 서부극으로 1820년대 소외된 자들의 우정과 인생 이야기가 녹아있는데요
영화의 원작 소설 '더 하프 라이프'를 오랜 시간 각색을 거듭한 끝에
2019년 "퍼스트 카우"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화제작!
다섯번째 추천영화 "퍼스트 카우"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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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전태일 혹은 제1의 신순애, 이숙희, 임미경…
1977년 9월 9일. 청계피복노조는 건물 사무실에서 노동교실을 사수하기 위한 집단 농성을 벌였다. 청계피복노조는 전태일이 분신한 후 결성된 노조로 전태일의 뜻을 이어 다양한 노동환경 개선 운동과 노동자 교육을 진행하던 단체다. 이들이 농성을 벌인 이유는 건물주가 9월 10일까지 노조 사무실과 노동교실을 비우라고 통보했기 때문이었다.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퇴거 통보를 받은 건 배후가 있는 정치적 탄압이었다. 당시 위정자들에게 전태일과 그의 어머니 이소선의 이름은 노동운동‧민주화운동 세력을 상징하는 위협적인 이름이었는데, 청계피복노조가 이 둘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피복노동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의욕적으로 전개해나가는 게 영 못마땅했던 것이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청계피복노조 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활동가들이 1977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에게 노조는 무슨 의미였는지, 그날을 다시 기억한다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질문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은 대부분 여성이다. 여자는 배울 필요가 없다는 편견, 찢어지게 가난해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절박함 등 미싱을 돌리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여성이었던 이유는 많다. 그녀들은 평화시장에서 일을 시작한 계기, 학생이 아닌 노동자라서 겪어야 했던 설움, 열악한 노동환경, 노조를 만나 변화한 삶, 동료들과 맺은 우애, 투쟁을 결심한 계기 등에 관해 말한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몸이 부르르 떨리는 분노,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슬픔을 담은 그녀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전태일의 수혜자가 아닌 동지였음을 분명하게 증언한다.
청계피복노조의 노동교실 사수 투쟁은 그녀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 노조와 노동교실이 없었다면 평화시장의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노동 강도, 형편없는 노동환경에 내내 시달렸을 것이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투쟁 과정에서 투신, 자해 등의 다소 과격한 결의가 나온 건 이 때문이다. 전태일을 계기로 빼앗긴 삶을 조금씩 되찾아오던 그녀들에게 노조를 그만두라는 건 다시 전태일 이전, 즉 지옥으로 돌아가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하지만 과정, 맥락은 사라지고 법적 처벌과 빨갱이라는 낙인만 남았다. 재판은 주먹구구식이었다. 1962년생 노동자를 성인 교도소로 보내기 위해 1960년생이라 조작한 것은 재판이 노조 와해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음을 보인다. 청계피복노조가 농성을 시작한 9월 9일이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인 ‘구구절’과 겹친다며 그들을 빨갱이라 부른 것도 마찬가지다. 청계피복노조의 투쟁에 정말 ‘빨갱이’가 개입했다면, 차라리 피복노동자에게 9월 10일까지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통보한 건물주가 그랬다고 주장하는 게 합리적이다. 예나 지금이나 법은 약자 앞에서 더 가혹하고 우스워진다.
법적 처벌과 빨갱이는 모두 핑곗거리다. 그들은 여성 노동자가 자기 목소리를 갖고, 자기 삶을 기획하는 존재로 거듭나는 게 두려웠던 것이다. ‘고도성장’을 위해서는 기계처럼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모범'이기에 자유, 권리를 요구하는 자들은 눈엣가시다. 청계피복노조에 대한 탄압은 '뒷바라지하는 아내'와 '수동적 노동자' 말고는 여성에게 아무것도 허락할 수 없다는 체제‧위정자의 추악한 폭력성을 까발린다.
청계피복노조의 투쟁을 이끌었던 피복노동자들은 징역을 살았다. 함께했던 친구‧동지들은 흩어졌고, 이들은 누구에게도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았다. 세상이 자유롭고자 하는 여성 노동자를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뼈저리게 배웠기 때문이었다. 50년이 흘렀지만 그녀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무대인사에 오른 피복노동자들은 기억 속에 묻어 두었던 일을 꺼내 영화 촬영에 응한 이유로 자신들의 싸움이 기록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했음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오랜 침묵을 거스르는 말하기의 사회적 의의를 믿은 것이다. 영화에 나타나듯, 1977년에 이어 이번에도 그녀들의 선택은 옳았다.
동시에 이들의 말하기는 젊은 시절의 '과거의 나'에게 건네는 치유와 화해의 시도이기도 하다. 삶에 깊이 새겨졌음에도 그렇지 않은 듯, 없었던 일인 듯 살아온 시절을 건너 환한 얼굴로 과거의 나와 대면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감동을 자아낸다. “그분들이 전태일이었어요”라는 한 남성 동료의 말처럼, 청계천피복노조의 여성 노동자들이 이제는 웃는 얼굴로 당당히 과거를 회상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를 계속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들이 제2의 전태일을 넘어 제1의 신순애, 이숙희, 임미경…으로 거듭날 때 한국의 노동운동사는 더 풍부해질 것이고, 소리 내지 못했던 더 많은 삶에 다시 목소리를 부여할 것이며, 흩어진 동료들의 삶을 더 크게 모아낼 수 있을 것이다. 미싱타는 여자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뜨거운 응원과 연대의 박수를 보낸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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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낙엽은 연말연시의 애피타이저(appetizer)다. 승모근을 움츠리게 만드는 늦가을과 초겨울의 바람을 타고 낙엽은 땅 위에 부드럽게 착륙한다. 그때쯤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가 아주 미미한 음량으로, 어렴풋한 환청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옆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고독한 마음을 달랠 방도가 없어 길가의 낙엽을 툭툭 찬다. '올해는 다를 줄 알았는데...' 매년 예외 없이 떨어지는 낙엽은 올해도 작년과 다를 바 없음을 무심하게 일러준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쓸쓸함의 대명사인 낙엽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릴 작품이다. 낙엽 쌓인 헬싱키를 배경으로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설렘을 포착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시간적 배경은 2024년. 일하면서도 술을 홀짝이는 일용직 노동자 '홀라파(주시 바타넨)'와 심드렁하게 단순 노동을 반복하는 '안사(알마 포이스티)'가 주인공이다. 알코올 중독자인 홀라파는 다른 인부들과 함께 컨테이너 숙소에서 생활하고, 안사는 물려받은 작은 집을 소유하고 있긴 하지만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처지다. 매우 가난한 두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깃들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언제 사랑이 당사자들의 입장을 숙고하여 적절한 시기와 상황에만 찾아온 적이 있던가? 사랑은 미운 4살처럼 자기 멋대로다. 어느 금요일 밤, 가라오케에서 처음 만난 홀라파와 안사는 서로 인사도 하지 않고 눈빛만 몇 차례 주고받지만 두 사람의 메마른 마음에는 해일이 들이닥친다.
홀라파가 말한다. “그럼 또 만날까요? 근데 이름도 모르네요” 안사가 대답한다. “다음에 알려줄게요” 안사는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홀라파에게 건넨다. 홀라파는 고작 담배를 피우려다가 그 종이를 홀랑 잃어버린다. 큐피드는 홀라파의 엉성한 행동을 보고 얼마나 답답했을까? 다행히 큐피드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는다. 홀라파와 안사가 재회할 수 있도록 우연의 다리를 놓아준다. 안사는 홀라파에게 "당신은 좋지만 술주정뱅이는 싫다."라고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이제 관건은 홀라파가 술을 끊을 수 있을지 여부다. 술을 입에 달고 살던 홀라파는 혈중 알코올 농도를 0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핀란드를 대표하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충실한 관찰자가 되어 안나와 홀라파의 관계를 조심스레 지켜본다. 감정을 끌어올리는 화려한 카메라워크나 절절한 연기가 없다. 무표정하게 재밌는 말을 내뱉는 등장인물들 덕분에 극장에는 몇 차례 웃음이 가득했다. 영화에 삽입된 노래 가사들은 말없는 인물의 심정을 대신 전달한다. 안사가 키우는 강아지는 신 스틸러(scene stealer)다.
다시 낙엽으로 돌아온다. 걸리적거리고 거추장스럽기만 한 것 같은 낙엽은 사실 보온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겨울 산에서 혹시나 조난당했을 경우에 낙엽으로 몸을 덮으면 생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어쩌면 안사와 홀라파는 서로에게 겨울 산의 낙엽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의 마지막 3행은 다음과 같다.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를 보고 난 후 이렇게 바꿔 주고 싶었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 가난하더라도 이것들을 / 이 모든 것들을 간직해야 한다는 것을."
(끝)
* 12월 13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사랑은 낙엽을 타고> 시사회에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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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미>, 진득하게 배어 있는 누군가의 체취들
우리의 삶은 누군가 묻혀놓은 체취들로 가득하다.
그 누군가는 우리의 가족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또한 다른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체취를 남긴다.
그 체취는 제법 여운이 짙다. 진득하게 배어 있다.
개인적으로 <리멤버 미>는 '타일러(로버트 패틴슨)'의 삶 속의 다양한 체취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형의 자살, 부모의 이혼, 아버지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내면에 깊은 상처가 있고, 자주 깊은 사색에 잠기곤 하는 타일러에게는 타인의 체취가 유난히 더 깊게 배곤 한다. 그리고 타일러는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진한 체취를 남기고선 떠난다.
"아등바등 사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하지만 열심히는 살아야 한다."
형에게 쓰는 편지이자, 타일러의 독백이다.
- 형이 전에 그랬지. 누군가 묻혀놓은 체취들이 우리 삶에 배어있다고.
누구에게나 그럴까?
아니면 그럴싸한 말일 뿐일까?
타일러에게는 아직 자살한 형의 체취가 진득하게 배어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삶에도 진한 체취를 남겨놓고 간 사람이 있다.
이 체취는 평생 남아있을 것 같다. 안 지워질 것 같다. 그리고 문득문득 생각나겠지.
항상 형과 함께 가서 아침을 먹던 식당,
형이 자살하던 날 마지막으로 그를 본 곳,
형이 떠난 후에도 꾸준히 가서 형에게 편지를 쓰는 곳,
자신처럼 마음 속에 상처를 지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형에게 들려주러 가는 곳,
형의 체취가 진득하게 배어 있는 그런 곳.
- 생각보단 덜 갔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말이 내 마음 속을 후벼파는 것 같다.
왜 떠난 이의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는 걸까.
왜 그가 남긴 체취는 날이 갈수록 더 짙어지는 걸까.
타일러가 아버지의 컴퓨터 화면에서 발견한 가족 사진들.
자식들에게 무관심하고, 무심하다고만 생각한 아버지는 사실 모든 자식들을 보고 싶어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 속에서 더 이상 나이가 들지 않고 멈춰 있는 형 '마이클'.
먼저 떠난 이의 체취는 유난히 더 짙고 무겁게 느껴지곤 한다.
아마 타일러와 그의 가족에게 마이클의 체취는 제법 묵직했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아버지는 자식들을 사랑하고 있었고, 형도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 당연한 사실을 타일러는 이 화면을 보기 전까지 몰랐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표현을 안 했으니까. 알 턱이 없다.
나는 가족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바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실을 최근에 더욱 절실히 느꼈고, 선명하게 깨달았다.
사랑한다는 표현이 꼭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서로의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이 정도만이라도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해는 또다른 오해를 낳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남기게 되니까.
- 아등바등 사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하지만 열심히는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소중한 인생이니까.
누가 우리 인생에 들어오면 우리 반쪽은 말한다. 넌 준비가 안됐다고.
하지만 다른 반쪽은 말한다. 영원히 네 것으로 만들라고.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테러단체에 의해 자살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미국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이 공격을 받았다.
이 순간, 타일러는 아버지의 회사인 이 건물에 있었다.
타일러는 씁쓸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사랑한다고.
너무 보고 싶다고.
그리고 용서한다고."
이제는 타일러의 인생에 들어왔던, 남은 이들이 간직할 말들.
왜 용서한다는 말을 타일러가 했을지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자살한 형을 미워했던 것에 대한 용서라고.
형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텐데,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일텐데. 더이상 미워하지 않을 거라고.
영화의 초반에 나왔고, 영화를 마무리하며 나왔던 타일러의 독백은 마음을 참 아프게 만드는 것 같다. 마음 속을 후벼파는 것 같다.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사람인 타일러의 끝이 참 허망하기 그지없어서 더 슬펐다.
영화를 보며 참 많은 영화 속 인물들의 끝을 지켜보았지만, 타일러의 마지막은 유독 더 아프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너무 아파서.
타일러가 그 누구보다 속이 깊은 사람이라는걸 알기에 이제 이 영화를 생각하면, 그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911 테러로 인해 많은 이들이 아파했을 생각을 하니 더 씁쓸해졌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영화를 곱씹을수록 마음이 많이 무겁다.
'리멤버 미',
남은 이들의 몫은 그를, 그가 남겨놓고 간 체취를 기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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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름끼치는 불안을 저주로 승화시킨 영화 스마일!
?Rabbitgumi 입니다!
헐리우드 공포영화 스마일이 개봉했어요.
예고편을 보신 분들이라면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는 인물을 기억하실텐데요.
영화는 무척 이성적으로 보이는 정신과 전문의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그런 그가 환자의 자살을 목격한 이후 이상한 일을 겪게 되죠.
무엇보다 이성적인 그녀가 점점 불안에 잠식되어가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공포영화 답게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도 많구요.
무척 흥미로운 영화인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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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뉴욕, 라이벌 갱단인 제트와 샤크 사이의 갈등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