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4-06-30 23:45:20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그리는 가족이란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돌아왔다. 스토커는 관객의 눈치를 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최근 영화 '괴물'을 다시 보면서 떠올랐던 그의 영화, 서사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보고자 한다.
1. 담백한 이야기의 매력
그의 이야기에 빠진 이유는 담백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울어달라는 뉘앙스를 풍기지 않게 한다. 관객을 말 그대로 관찰자로서 기능하게 한다.
그의 영화의 인물들은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소소한 행복들을 추구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들의 행복은 이질적으로 비춰진다. 어느 가족에서는 훔친 물건으로 한 가족의 밥상을 차려내 하하호호 웃음짓고 있고,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자매들도 복잡한 가정사를 가졌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한 밥상을 함께 한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담백하게, 하지만 밝게 서로의 상태를 살필 뿐이다. 그들이 가진 특유의 멋이라고나 할까.
2. 그들과 대비되는 사회의 무심함
그의 영화를 보고 있자면 주류 사회의 허망함을 느낀다. 사회 속에 속하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한 사회의 일원이 되면 누군가는 낙오되는 생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 난 이긴 자라는 오만 아래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과 함께. 그들은 주류 사회에서 낙오되었지만 행복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류 사회는 여전히 중요하다. 주류 사회에 편입되어야 가장 최악이 상황에서 구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도 배다른 여동생과 오래 함께하려면 호적이 중요하고, 나의 가족 속 가짜 가족들도 그들을 증명할 호적이 없어 사회에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내가 사회에 속해있다는 호적의 존재, 그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내리는 인간의 무정함도 알 수 있다. 그의 영화들은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지못하는 현대인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류의 관점에서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타인의 관심이 가있지 않는 것을 미끼로 범죄자가 되어 있거나 어딘가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처럼 보인다.
이런 걸 보고 있자면 혈육이라는 개념의 무의미함을 그의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피를 나누었다고 해서 가족이라고 할 수 없고 타인이어도 가족이 될 수 있다'가 그의 작품 세계 속 공통 키워드이다. 가족은 피가 아니라 관계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게 그의 영화가 가진 무심함 속 따뜻함이다. 주류 사회가 혈연 중심의 가족을 외칠 경우, 가족 안의 관계성이 모두 좋을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가식적인 가족애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관계성이 빛나는 경우 나이, 직업, 사회적 위치에 관계없이 진실된 가족애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에서도,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도, '어느 가족', 그리고 기타 다른 영화에서도 그가 그리는 가족이 그렇게 따뜻해 보였던 게 그런 이유 때문 아니었을까. 그래서 요란하지 않지만 보고나면 힐링이 되는 그의 영화가 좋은 것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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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당신을 채울 수 없다는 것, 영화 <님포매니악 1,2>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포스터를 보면 뭐 이런 영화를 다 만들었네 싶을 수도 있다. 또 영화의 결말을 보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다. (결말 밖에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그러나 두가지 '뭐 이런게 다 있다'는 평을 하는 느낌은 영 다르다. 포스터는 마치 이런 영화를 보면 내가 '님포매니악'이 된 것처럼 볼까봐 걱정이 들 수도 있겠다. 예전보다야 나아졌지만 성에 개방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건 여전히 어색함이 더 크다. 그러나 주의할 건 포스터가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원초적 본능>과 그런 면에선 맥락이 같다. 화끈하고 질펀한 걸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보면 볼수록 허전하고 쓰라리다.
제목은 아무 잘못이 없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이 영화를 못살게 군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바닥에 널부러진 조와 우연찮게 길바닥에서 만난 샐리그먼이 밤새 이야기하는 것이 영화의 전부다. 다만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그녀는 스스로를 님포매니악(여성 색정증 환자)라고 불렀고 그는 스스로를 무성애자라고 칭한다는 것. 섹스 중독자와 섹스가 1도 동하지 않는 두 사람의 섹스에 대한 대화.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만나면 이렇게 차분한 대화가 가능하다니 신기하다. 조의 일대기는 꽤 길고 복잡하다. 그녀의 생이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그녀는 차를 마시며 침대에 누워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샐리그먼은 그녀의 '경험'을 그래서 자신의 '지식'으로 공감하고 이해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낚시, 음악 등 각종 지식으로 맞장구를 친다. 때때로 이야기가 끊어지면 그들을 둘러싼 방의 인테리어, 벽에 남아있는 자국, 방의 구조, 조명 등으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됐다. 만담이라기엔 잔잔하고 대담이라기엔 독백이 길고, 독백이라기엔 응하는 사람이 있는 독특한 밤이었다. 샐리그먼의 뜬금없고 박학다식한 지적 공감은 자칫 19금썰 혹은 사랑과 전쟁이 될 뻔한 한 이야기를 꽤 담백하고 흥미롭게 탈바꿈해준다. 다른 남자였다면 이렇게 클래식 평론하듯이 말하진 못했겠지. 그는 영화를 끝까지 흥미롭게 만드는 존재인데 그건 차차 얘기하는 것으로.
영화의 부제를 짓는다면 <님포매니악: 어느 고독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붙이고 싶다. 주인공 조는 성보다는 사람을 탐닉하고, 쾌락보다는 외로움을 채우려 애썼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부제를 지어본 건 갑자기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가 떠올랐기 때문. 주인공 외의 등장인물, 심지어 관객들마저 주인공과 자기 자신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암만, 우리는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처럼 살인자도 아니고, 조처럼 님포매니악도, 섹스중독자도 아니니까. 그러나 정말 전혀 다른가. 외로움과 공허함이 비슷해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면 이상한걸까. 조는 유일하게 사랑했던 제롬에게 속마음을 보여준 적이 있다. 자신의 모든 구멍을 채워달라고 하면서. 애틋한 말이었다. 늘 내 빈 곳을 누군가 채워줄 수 없다고 수없이 회의적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더 슬펐다. 정말 섹스로, 혹은 제롬같은 누군가가 내 안의 모든 빈 곳들이 채워진다면 같은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모든 걸 걸고서.
조를 어리석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모르고 시작하는 바보가 어딨나. 그녀도 알고 있었다. 욕구란 끝이 없고 만족을 느끼는 만큼 허전함 역시 크다. 맛있는 음식들, 아는 맛이지만 그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이는 사람들. 바깥에서 사먹는 음식 중에서 나에겐 떡볶이가 늘 그렇다. 치킨도, 피자도, 그 무엇 보다도. 정말 아는 맛이지만 집집마다, 가게마다 다르다. 내 입맛에 찰떡인 떡볶이를 찾아 헤매는 것이 숙명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떡볶이 비유는 너무 가볍나.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리는 사랑에 대한 욕구도 있겠다. 외로워서, 궁금해서, 이유가 뭐든간 다신 사랑하지 않겠다면서 그 달달하고 몽글거리던 날이 그리워 다시 찾지 않는가. 다른 사람들이 사랑에 함몰되어 있는 동안 조에겐 섹스가 그랬을 것이다. 아는 즐거움이었지만 즐거웠고 쉼없이 필요했다. 하루에 7-8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 만나 늘 그 사람들에게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 그건 분명 본인도 많이 노력해야하는 고된 일정이었다. 아는 맛의 끝을 보고 싶었던 것, 그게 조와 우리의 작은 차이점일 것이다.
유부남이 아내와 함께 찾아왔다(feat. 질척거림)
그녀를 철면피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끝에 갈수록 그런 생각은 잦아든다. 죄의식이나 자책감 따위는 저버린 듯이 말했지만 그녀는 아주 오래 자신의 삶을, 자신의 선택을 '죄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친구와 '미끼'가 되어 누가 더 기차에서 많은 사람과 잤나 내기하느라 유부남을 유혹할 때도, 사랑하지도 않는 유부남이 자신 때문에 20년지기 아내와 아들 셋을 버리고 왔을 때도, 음성사서함에 올라온 수많은 남자들과 만날지 말지를 주사위를 굴려 결정할 때도, 그녀에게 닥친 불감증이라는 위기에 다시 쾌락을 되찾기 위해 폭력적인 남자에게 몸을 맡기고 아이와 남편을 버릴 때도. 그녀가 사랑한 제롬이 자신과 함께하는 여자아이와 엮이게 되어서 질투심에 총으로 쏘려고 했을 떄도. 그게 다 죄라면서.
그녀가 여러 사람을 만났던 것은 그녀가 사랑한 대상이 섹스가 주는 모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과 흥분은 섹스에 필요한 기본적 요소였고 사랑마저도 그녀에게 섹스를 완성해주는 비밀의 레시피였다. 그럼에도 샐리그먼에게 이야기를 할 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변명을 늘어놓으며 배수진을 친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들릴 이야기는 부도덕하고, 저는 나 좋자고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못돼 처먹은 사람이에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서도 아닌데. 죄라고, 부도덕하다고, 못된 사람이라는 인식은 전부 스스로에게서 나온다. 정말 못된 사람들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녀가 인간의 본성을 위선이라고 말하는 건 그런 그녀가 위선적이라는 것에부터 출발 한 것은 아닐까.
젊은 여자 둘이 기차에 타면
모르는 사람에게 한두번 해본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샐리그먼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는 자신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된다. 샐리그먼은 그녀에게 '날개가 있는데 좀 날면 어떤가'라며 여성으로서, 욕구를 가진 인간으로서 조를 긍정적으로 해석해주었다. 조가 남자였다면 이 모든 건 지금보다 큰 문제가 아니었을거라면서. 젊은 여자 둘이 기차에 타면 눈을 맞추고 웃기만 해도 남자와 잘 수 있지만 젊은 남자 둘이 그러면 똑같이 가능하겠냐면서. 아이를 버리고 자신을 택한 건 그녀의 남편 제롬도 마찬가지였다고 말이다. 하다 못해 질투심에 눈이 멀어 제롬에게 총을 쏘려다 실패한 것 역시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그를 죽일 생각이 없어서 총을 제대로 장전하지 않은 것이라고 답해준다. 그러니 죄책감 갖지 않아도 된다고.
한마디 더해 '혼자 박수칠 수 있던가'라고 곁들여주고 싶었다. 그녀를 함부로 말할 수 있겠나. 그녀에게 죄가 있다면 이건 단독범행은 아니다. 그리고 그녀의 착각아닌가. 자기 자신 좋자고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했다는 말. 그녀만 좋자고 했나, 상대방도 좋자고 했지. 그 사이에 상처가 있었다면 그건 둘의 책임이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다. 그녀가 추구하는 섹스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근데 그 섹스가 그녀 말대로 쉬웠다. 그건 그녀가 사람 환장하게 하는 팜므파탈이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늘 응할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이상해하는 사람들보다 그녀에게 이끌리듯 응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를 싫어하는 건 여자들이었다. 그 이유가 신기했다. 자기 남자들을 건드릴까봐. 그녀를 거절하려던 철벽 같던 유부남도 있었다. 똑같이 신기했다. 그녀를 피하려던 이유가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끊으려고도 해볼만큼 해봤거든요
조가 변하려고 결심할 수 있었던 건 청춘을 다바쳐 쾌락을 좇아 해볼 만큼 해보았기 때문이다. 억지로 누가 섹스 중독을 고쳐보라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은 다르다. 몸이 아프게 되어 '못'하게 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섹스 때문에 사랑하던 제롬과 극단으로 치닫고 상처를 받아서일 수도 있겠다.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자고 올 땐 보이지 않던 게, 눈 앞에서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여자와 그가 자는 걸 보면서 제대로 상처받았을 것이다. 제롬은 그녀의 이야기 중에 유일하게 F, G, K, B 같은 이니셜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였다. 그리고 처음 만난 샐리그먼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하지 않았나. 자신이 그렇게 견딜 수 없었던 욕구 없이도 사는 사람이 있고, 자신을 편견 없이 보아주는 사람이 있고,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사회는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고 그녀 역시 사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 생각했는데 그런 그녀에게 친구가 생긴 것이다. 처음으로.
그러나 그 스펙타클한 조의 연대기보다도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몇 분에서 볼 수 있다. 샐리그먼은 아주 대단한 역할을 맡게 된다. 처음으로 믿을 수 있는 친구, 외로움과 중독을 벗어나보겠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보고 다짐하는 조를 짓밟아 버린다. 역설적이게도 님포매니악이던 조가 섹스 없이 있는 힘껏 살아보겠다고 말한 그 직후, 평생 섹스와 담 쌓고 살아온 무성애자 샐리그먼이 그녀와 섹스하고 싶어진 것이다. 이걸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욕망의 전이?
그건 그렇다고 치자. 그가 정말 그녀에게 상처를 준 건 수많은 남자들이랑 자지 않았냐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그는 그녀 앞에서 '남자'가 되었다. 과거 그녀가 자동문처럼 가리지 않고 남자들과 잤다고 해서 지금 이순간, 그와 거리낌없이 잘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와 그녀는 방금 전 이야기 하듯이 '인생 최초의 친구'가 아니었던가. 그는 믿을 수 있는 친구 대신 욕망에 가득한 어느 남자가 된 것이다. 방금까지 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사랑하던 제롬을 죽이지 않아서, 안도하던 조는 망가졌다. 총은 제대로 작동했고, 친구라 부르던 셀리그먼이 그 총을 맞았다. 어쩌면 그녀는 살인자가 되었겠다. 혹은 급소가 아닌 곳에 총알이 박힌 채 그가 신음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총소리에 가장 많이 아파할 사람은 조일 것이다. 동이 텄고 문이 닫혔다.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녀의 표정은 조금 일그러져 있을까.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그녀의 평생을 바친 단 하나의 실험, 단 하나의 목표가 얼마나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는지. 누구도 그녀의 구멍을 채워 줄 수 없었다. 채우려 애쓸수록, 기대하면 할 수록, 그녀에겐 짙은 외로움이 피어나는 구멍들이 커질 뿐이었다.
* 섹스 중독자와 님포매니악이 무엇이 그렇기 다르기에 조는 거듭 강조를 했나. 의미상 여성이란 점을 부각하고 싶었을 것이다. 남성 색정증은 사티리어시스라는 다른 표현을 쓰고 있으니까. 단어 중 님프는 영화에서 유충이란 뜻으로도 설명되었다. 실제로 낚시를 할 때 이 님프를 본따 님프 낚시를 하기도 한다고. 미끼가 되어 사냥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녀가 스스로를 섹스중독자라고 칭하며 중독을 끊으려 할 때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마음을 바꾸는데 그 때 그런 생각이 스쳐가지 않았나 한다. 자신이 여성으로서, 섹스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남들과 다르다고. 그게 그녀를 흔하고 광범위한 섹스중독자가 아니라 '님포매니악'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라고.
* 조의 아버지의 '소울 트리'. 내 나무 찾기 이야기가 은근히 흥미롭다. 조도 절벽 위에서 그 나무를 찾게 된다. 아직 그런 느낌이 드는 나무를 찾지는 못했는데 나무를 찾았을 때 기분이 기대된다. 꽃을 들자면 제비꽃은 가능할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매년 반갑고 애틋하다.
*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욕망과 외로움을 어떻게 대할지가 아닌가 싶다. 욕망과 외로움의 방법론. 욕망의 끝을 알기 위해, 외롭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확실한 건 몸을 직접 내던지는 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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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강원도 원주시에 60여년 동안 자리를 지켜오던 <아카데미 극장>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원주시가 그동안 지역 문화를 상징하는 건물로 꼽혔던 이 극장 유지 비용을 문제를 들며 철거를 강행했는데요. 아카데미 극장은 국내에서 원형이 보존돼있는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이기도 한데요.
많은 배우들과 문화인들이 극장을 보존해달라며 여론을 모았지만 일방적으로 철거를 밀어붙였다고 합니다.
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서 송강호 회고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이 한국영화 상영 시리즈로 배우 송강호 회고전을 연다고
전했습니다. 박물관은 오는 12월 7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 기간 <기생충> <사도>
<공동경비구역 JSA> <박쥐> <택시운전사> <괴물> <살인의 추억>등 송강호의 대표작을 상영한다고 합니다.
CGV 수험생 영화 7,000원 이벤트
CGV가 <전국 해방의 날> 행사를 열며 13~26일 수험생 및 청소년은 영화를 7,000원에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매점에서는 콤보를 50% 할인가에 이용할 수 있게 쿠폰을 주며 CGV 모바일 앱에 로그인 후 이벤트 페이지에서 참여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영화 7,000원 관람 쿠폰과 매점 콤보 50% 할인 쿠폰이 CJ ONE ID로 발급된다고 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대종상 영화제 6관왕 쾌거
올해 59회를 맞이한 대종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6개의 트로피를 수상했고, <올빼미>가 신인감독상 등 3관왕을, <밀수>도 감독상 등 2관왕을 달성하며 올해의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대종상의 노력이 엿보였으나 많은 수상자들이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프레디의 피자가게> 개봉 첫날 1위
전세계 흥행을 불러일으킨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개봉 첫날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올해 개봉한 공포영화 최초로 전체 박스오피스 1위라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는 야간 경비를 서게 된 마이크가 피자가게 마스코트들의 기괴한 실체를 목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바이벌 무비입니다.
아카데미극장 철거 또 다른 갈등 시작
원주시가 60년 역사를 지닌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했습니다. 원주시는 극장 철거를 위해 지난 7월부터 사업비 6억 5000만 원을 들여 10개 업체와 계약을 했습니다. 극장이 사라지면서 논란도 사그라드나 싶었지만
원주시와 시민단체 사이에서 고소, 고발전이 이어지며 또 다른 갈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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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설 연휴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고 계신가요?
씨네픽 박스오피스 콘텐츠는 여러분을 위해 연휴에도 쉬지 않고 계속 달립니다. :)
오늘은 1월의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예측(결과)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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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해적: 도깨비 깃발>(▲9)
▶<해적: 도깨비 깃발>이 설 연휴 박스오피스 승자로 새롭게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월 28일~30일) 관객 수 32만 654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현재 49만 4166명입니다.
지난 1월 26일 개봉 이후,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관객들의 관심과 반응에 힘입어 온 가족이 모이는 가족영화 오락물로 주말까지 극장가를 점령한 것 같은데요.
설 연휴인 개봉 2주차에도 계속해서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영화로 육해를 총망라한 스펙터클한 볼거리 속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유쾌한 케미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2위. <킹메이커>(▲21)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킹메이커>입니다.
주말동안 (28일~30일) 주말 관객 수 17만 3670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26만 3704명입니다.
<해적: 도깨비 깃발>과 함께 설 연휴 극장가를 한국영화가 박스오피스 1,2위로 차지하고 있는데요.
<킹메이커> 사람들의 관심 속에 무대인사를 통해 관객들을 많이 만나뵙고 있습니다.
개봉일은 물론 설 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29일에도 <킹메이커>의 주역인 설경구, 김성오, 전배수, 서은수 배우등이 서울 주요의 극장을 방문해 관객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또한 설 연휴인 2월 1일, 2월 2일에도 무대인사를 진행하여 관객들을 찾아뵐 예정입니다.
3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입니다.
같은 기간(28~30일)동안 주말 관객 수 7만 5630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730만 6964명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이로써 총 누적 관객 수 730만명 돌파라는 엄청난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아직은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무르고 있는만큼 당분간은 꾸준히 관객 동원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5회 예측 이벤트는 마지막 주(설 연휴) 주말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입니다.
설 연휴 박스오피스 승자로 떠오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해적: 도깨비 깃발>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48%, 여성 52%로 여성 관객들이 조금 더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 비율이 36%, 다음으로는 20대가 3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85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씨네픽 제 85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의
대부분은 압도적으로 박스오피스 1위 - <해적: 도깨비 깃발>을 예측해주셨습니다.
또한 박스오피스 2위 - <킹메이커>, 3위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예측해주셨고,
실제 박스오피스 결과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5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참가자분들이 <해적: 도깨비 깃발>의 박스오피스 1위 (69%),
그리고 62%가 <킹메이커>의 박스오피스 2위를 예측, 40%의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박스오피스 3위를 예측했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6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씽2게더>(▼2)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씽2게더>입니다.
<씽2게더>는 주말 관객 수 4만 1452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74만 2201명을 기록했습니다.
<씽2게더>는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오랜 기간동안 지속하고 있는데요.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으로 이번 설 연휴에도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의 방문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판단됩니다.
5위.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NEW)
▶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3만 2701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3만 9238명을 기록했습니다.
<안녕 자두야>극장판이 나온 것은 2015년 이후 6년 만의 일이라고 하는데요.
당시 전국에서 관객 수 28만명을 모으며 좋은 반응을 얻은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은 "난생처음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자두가 최대 라이벌인 전복이와 함께 저주를 품은 돌하르방을 깨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으며 제주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자두특공대의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입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계속해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말동안(28~30일) 북미기준 $11,000,000 (한화 약 133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누적 매출액은 $735,886,280 (한화 약 8,915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북미박스오피스는 지난 주와 박스오피스 순위가 모두 동일합니다.
2위 <스크림>, 3위 <씽2게더>, 4위 <리디밍 러브>, 5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순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1월 28일 ~ 2022년 1월 30일)
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1100만 달러 (누적 7억 3588만 달러)
2. <스크림> 735만 달러 (누적 6213만 달러)
3. <씽2게더> 480만 달러 (누적 1억 3450만 달러)
4. <리디밍 러브> 185만 달러 (누적 650만 달러)
5.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175만 달러 (누적 3404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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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마지막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설 연휴도 가족들과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시고,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계속해서 !24일부터 2월 6일까지 진행되는 씨네픽 설특집 스페셜 이벤트인
"올해 한국영화 기대작 3편 PICK"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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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장의 카메라는 미끄러지고 넘어져도 멈추지 않는다
8★/10★
〈노 베어스〉에는 세 개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첫 번째는 이란의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이야기다. 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출국금지 상태(이는 영화 속 영화 속 설정일 뿐 아니라 영화 밖 감독의 현실이기도 하다)인 그는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에서 촬영 중인 영화를 찍는 중이다. 출국금지 조치로 원격으로 디렉팅할 수밖에 없는 그는 인터넷이라도 끊기면 작업을 이어갈 수 없다. 그나마 촬영장에서 가까운 국경 마을에 머물며 어찌어찌 촬영을 이어가기는 하지만 감독이 촬영 현장에 없다는 건 여러모로 이상하고 불편한 일이다. 마을 사람들 역시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그와 연루되었다가 괜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고, 그의 말과 행동이 마을의 전통과 어긋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파나히가 연출하는 영화의 주인공 박티아르와 자라다. 이들은 영화 안에서도, 현실에서도 유럽으로의 밀항을 꿈꾼다. 감독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이야기 역시 현실에 걸쳐 있다(영화 ‘밖’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라를 연기한 배우 미나 카바니는 노출 연기를 했다는 이유로 포르노 배우로 비난받아 10년째 망명 중이다). 영화 속에서, 박티아르는 자라를 위한 위조 여권을 구하지만 자신의 여권을 구하지는 못하고, 자라는 박티아르를 두고 혼자 떠날 수는 없다고 선언한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밀항을 시도하려는 두 사람이 자신의 계획을 파나히에게 밝히자 감독은 이 과정을 촬영하게 해달라고 제안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자라의 위조 여권만 구해지자 그녀는 박티아르를 두고 갈 순 없다며 자신이 극 중에서 내린 선택을 반복한다. 그러고는 희망 없는 현실에 좌절해 자살한다.
마지막은 파나히가 머무는 마을의 남녀 솔두즈와 고잘 이야기다. 고잘은 마을의 전통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결혼할 남자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다 반정부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솔두즈와 사랑에 빠진다. 마을 사람들은 둘의 수상한 기류를 눈치챈다. 그러고는 파나히에게 사진을 요구한다. 틈틈이 마을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어온 그의 카메라에 솔두즈와 자라가 연인이라는 증거가 담겼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파나히는 자기 카메라에 두 사람의 모습이 찍히지 않았다고 거듭 말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심지어 코란에 손을 얹고 맹세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세 이야기의 중심에는 카메라가 있다. 파나히에게 카메라는 코란만큼 신성하다. 마을 사람들의 맹세 요구에 코란 대신 카메라로 자기의 증언을 촬영하겠다고 말하는 그에게, 카메라는 진실을 보증하는 가장 권위 있는 도구다. 정부의 핍박에도 영화 촬영을 이어가는 것 역시 그가 카메라에 부여하는 의미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러나 파나히 카메라의 권위는 자꾸 흔들린다. 박티아르와 함께 밀항하는 것이 좌절되자 자라는 파나히의 카메라를 비난한다. 박티아르의 여권이 가짜인 것을 속이고 자신만 출국하는 것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억지 희망 강요일 뿐이라는 일갈이다. 이는 파나히의 카메라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아닌 감독이 원하는 진실을 담아내는 수단이라는 고발이기도 하다.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은 감독의 지향이 어떻게 현실을 배반하는지를 톺는 자기 성찰적 장면이다. 파나히가 카메라에 담은 진실은 누군가를 위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파나히의 카메라에 솔두즈와 고잘의 사진이 담겼을지도 모른다는 마을 사람들의 의심은 극심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마을 사람들에게 파나히의 카메라는 ‘진실을 숨기는’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자파르 파나히는 카메라로 부당한 현실을 드러내고 변화를 촉구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의 복잡한 지층 속에서 그의 카메라는 작위적 미래를 그려내는 수단일 때도 있고, 폭력을 유발하는 촉매일 수도 있다. 파나히 역시 이를 알고 있다. 극 영화와 자전 다큐멘터리의 성격이 혼재된 이 영화에 그가 자기 작업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소환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진실과 자유의 위대한 수호자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 권력자의 허황된 위협을 상징하는 곰은 존재하지 않음(‘no bears’)을 고발하는 고고한 저널리스트이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는 현실의 질곡 속에서 의도치 않은 효과가 나더라도, 그저 카메라로 무언가를 해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졌을 뿐이다. 국경을 넘다 총에 맞아 사망한 솔두즈와 고잘의 시신을 지나쳐 마을을 떠나던 중 그가 브레이크를 밟는 장면으로 영화가 마무리되는 건, 앞으로도 현실의 늪에서 허우적대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윤리를 카메라로 말하길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곰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는 위안이 되지 않는다. 위안은 미끄러지고 넘어지더라도 곰 없는 길을 카메라에 담아내길 멈추지 않겠다는 파나히의 의지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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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선한 인물은 아니지만 비난할 수 없는 어떤 여자의 이야기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선정된 황슬기 감독의 <홍이>는 2022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작이다. 사회의 불안정한 현실과 개인의 내면적 갈등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인물들이 얽힌 이야기인 만큼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동시에 복잡함을 깊이 있게 다루어 내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정보
감독
황슬기
출연진
장선, 변중희, 이유경, 기윤
시놉시스
홍이에게는 가난함의 사정이 많아 비밀과 오해도 많다. 치매 초기에 접어든 엄마를 외딴 요양원에서 자신의 단칸방으로 모셔 오면서도, 홍이가 바란 건 엄마가 아니라 엄마의 통장이다. 지나간 연애는 갚지 못한 빚과 험악한 말들로 얼룩져 있고, 이제 막 시작된 연애는 잘해 보고 싶은 나머지 위태로운 거짓말로 치장된다. 그러는 동안 꿈은 여전히 먼발치에 있고 젊음은 조금씩 시들어간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수상자인 장선의 예민한 연기는 인물 홍이를 거의 미스터리 그 자체로 만든다. 물러나지 않는 불행과 행복에의 안간힘 사이에서 홍이는 오늘도 대책이 없고 해석이 요원한 의문의 인물이다. <홍이>는 인물과 관계에 관한 집요하고도 서늘한 묘사력으로 관객의 심정을 흔들어 놓는다. (정한석)
감독
황슬기
출연
장선, 변중희, 이유경, 기윤
영화리뷰
빚에 시달리는 홍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한다. 아침에는 학원에서 중년 여성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낮에는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다. 고립된 생활을 반복하던 그녀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지쳐 치매에 걸린 엄마를 요양원에서 모셔와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이용하게 된다. 처음엔 죄책감을 느꼈지만 빚을 갚고 데이트를 즐길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자 점점 엄마의 돈을 몰래 쓰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된다. 일과 일상을 병행하며 엄마의 간병까지 더해진 버거운 일상이 반복되자, 홍은 또 다른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그녀의 일상에 성큼 다가갈수록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엄마에 대한 문제를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 의지를 실천하는 마음에 감동하기도 잠시, 결국 그 마음속에는 ‘목적’이 존재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에게 불행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 걸까? 이렇게 의도치 않게 불러온 오해 혹은 이기심으로 인해 불행을 계속해서 반복했고, 그 결과는 오로지 그녀가 책임져야 할 것이었다. 아무리 치장해도 덮을 수 없는 본모습을 그녀도 사랑하지 않는데, 그 누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예상치 못한 사건과 감당하기 힘든 일들은 그녀가 벌인 일들이지만 자각할수록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학습된 무기력은 무책임한 일상을 반복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는 갚지 못해 쌓인 빛과 감당할 수 없는 거짓 말뿐이었다. 그녀가 한 거짓말의 대가는 그 이득보다 더 날카롭고, 또 가혹하게 되돌아온다. 본인이 자초한 일이라는 생각도 물론 들었지만 그녀가 이 모든 것을 책임지기엔 너무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러날 생각도 없이 성큼 다가오는 불행과 안간힘을 다해 뻗는 행복은 그녀에게 사치일 뿐인 걸까. 그럼에도 이 사소한 행복조차 쟁취하지 못하는 그녀가 왠지 모르게 안타까웠다. 부디 불행에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홍의 일상을 그려낸 이 영화에 쉽게 빠져들기는 힘들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모순된 감정에 매몰된다. 그녀는 선한 인물도 아니며 오히려 비호감을 살 수 있는 ‘오해’와 ‘이기심’으로 똘똘 뭉쳤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감히 함부로 비난할 수 없다.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현재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홍이라는 인물의 일부분만을 본 셈이지만, 그녀를 상당히 입체적으로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하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속셈이 있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며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는 그 모습은 복잡한 인간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시선을 넘어서 각자 가진 내면의 갈등을 영화의 시선을 통해 마주하게 만든다.
영화 <홍이>는 다양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중점으로 두어 현대 사회의 불안정함과 개인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연민의 시선보다는 차가움과 직관적인 시선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접근은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면서도 삶의 복잡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또한, 배우 장선이 마치 영화 속의 ‘홍이’라는 인물이 된 것처럼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 압도적인 연기가 인상 깊다. 거짓말을 하면서 흔들리는 눈동자, 떨 목소리 혹은 언성을 높이는 목소리를 통해 그녀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완벽하게 그녀에 대해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그녀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갈등과 고뇌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또한 복잡한 가족 관계를 풀어내며 눈앞에 다가온 초고령화 사회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존재한다.
영화 상영 일정
10월 6일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0월 7일 10: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10월 9일 10:0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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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3주차 씨네랩 개봉작 추천작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매 주 화요일!
한 주의 개봉작 중에서 여러분께 소개드리고 싶은 작품을
씨네랩이 직접 큐레이션하여 소개드리는 콘텐츠를 시작합니다!
이번 주는 코로나 팬데믹,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극장가의 관객 수가 현저히 감소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극장가의 개봉작을 추천드리는 것이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힘차고 영화로운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면서,
그럼 다같이 이번 주 주요 개봉작을 알아보도록 할게요. :)
1. 스크림
공포 | 미국 | 114분
감독 : 맷 베티넬리-올핀, 타일러 질렛 | 출연 : 멜리사 바레사, 니브 캠벨, 커트니 콕스 등
개봉 : 2022년 2월 17일
배급사 : 롯데엔터테인먼트
"잔혹한 살인 사건으로 우즈보로 마을이 충격에 휩싸인 지 25년이 지난 후, 고스트 페이스를 한 새로운 살인마가 다시 십대들을 노리면서 마을의 어두운 비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관전포인트* :
공포/호러영화의 상징적인 레전드 작품.
11년만에 다시 돌아온 <스크림>은 북미에서 개봉 당시 <스크림>시리즈 역대 최고 박스오피스 스코어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개봉 당시 북미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바 있습니다.
북미의 평론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로부터 역대 <스크림> 시리즈 중 최고 수준의 영화라고 평가받는만큼 <스크림>시리즈를 사랑하시는 관객들 혹은 <스크림>시리즈를 기다려온 관객분들에게 의미있는 작품이 될 수 있지않을까 기대도 해보는데요.
<스크림>을 이끌었던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이제 없지만 맷 베티넬리-올핀, 타일러 질렛 감독이 그 유산을 잘 이어받아 신선한 재미와 공포영화의 오락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니브 캠벨'과 '커트니 콕스'등 <스크림>의 역대 주인공, 원년멤버들이 이번 영화에도 출연할 예정이며 새로운 배우들와 조화를 이룬 세대교체 <스크림>의 모습도 기대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드라마 | 일본 | 126분
감독 : 하시모토 나오키| 출연 : 오이다 요시, 아리무라 카스미
개봉 : 2022년 2월 17일 개봉
배급사 : 영화사 진진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 루가 봄과 함께 떠났다 사야카는 처음 겪는 이별이 낯설기만 하다 오래전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 후세와 함께 헤어진 이들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려 하는데… 그곳에서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관전포인트* :
일본 나오키상 수상작가 '이주인 시스카'의 동명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한 작품.
<양과자점 코안도르>,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 다양하고 훌륭한 영화를 제작한 영화제작사 '윌코'의 설립가이자 30년 이상의 경력을 통해 일본영화의 대표주자로 불리우는 '하시모토 나오키' 감독의 연출작입니다.
또한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아역 배우 '닛츠 치세'는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를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딸로 유명한 아역 배우인데요.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아역배우라고 합니다.
'닛츠 치세'의 사랑스러운 매력과 그의 반려견과의 앙상블, 또한 극 중 세대를 뛰어넘는 따뜻한 우정을 보여줄 일본의 베테랑 배우 '오이다 요시'와의 연기합도 매우 궁금해지는 영화입니다.
3. 극장판 주술회전 0
애니메이션 | 일본 | 105분
감독 : 박성후 | 출연 : 오가타 메구미, 하나지와 카나, 코마츠 미카코 등
개봉 : 2022년 2월 17일 개봉
배급사 : ㈜대교
"어릴 적 소꿉친구인 오리모토 리카를 교통사고로 눈앞에서 잃은 옷코츠 유타. “약속해, 리카와 유타는 어른이 되면 결혼하기로” 옷코츠는 원령으로 변한 리카의 저주에 괴로워한 나머지, 자신도 죽기를 바라지만 최강의 주술사인 고죠 사토루에 의해 주술고전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동급생인 젠인 마키, 이누마키 토게, 판다를 만나면서 굳은 결심을 한다. “살아도 된다는 자신감이 필요해” “나는 주술고전에서 리카의 저주를 풀겠습니다” 한편, 옷코츠와 친구들 앞에 과거에 일반인을 대량으로 학살해서 고전에서 추방된 최악의 주저사인 게토 스구루가 나타난다. “12월 24일, 우리는 백귀야행을 결행한다” 주술사만의 낙원을 만들려는 게토는 비술사를 섬멸하겠다면서, 신주쿠와 교토에 천의 저주를 내리는데…과연 옷코츠는 게토를 막을 수 있을까? 그리고 리카의 저주를 풀 수 있을까?"
*관전포인트* :
일본의 만화책 시장에서 가장 유명하고 성공한 연재 만화책이라고 평가받는 <주술회전>.
<극장판 주술회전 0>은 역대 일본 TVA 극장판 중 흥행 순위 3위에 등극한 작품이라고 할만큼 유명한 작품입니다. 일본에서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하여 지금까지 총 100억엔에 가까운 수입을 달성했다고 하니, 엄청나게 상업적으로 성공한 애니메이션이기도 합니다.
원작 만화책을 보신 분들에게는 작품이 애니메이션화(영상화)되어 극장에서 좋은 사운드와 큰 화면으로 만나보실 수 있다는 점에서 희소식이 아닐까 싶으니, 꼭 극장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이 소개하는 개봉작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 개봉작은 평소보다 주요 화제작이 많지 않은 것 같은 예상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이번 주도 건강하고 안전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씨네랩 콘텐츠는 다음 주에 더 재밌는 개봉작 소개와 함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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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엘라 영화 후기 / 엠마 스톤이 아니면 누가?! / 미친 연기 / 디즈니애니의 빌런 탄생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크루엘라” 후기입니다.
캐스팅 소개 후 엔드크레딧 전에 쿠키영상이 있습니다!!#디즈니, #범죄드라마, #코미디, #엠마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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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윅 4 - 시리즈 최고기록 경신한 어나더 레벨 액션영화의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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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영상은 영화홍보사의 VIP 셀럽 시사회를 초대받아 다녀온뒤 제작된 영상입니다.
죽을 위기에서 살아난 ‘존 윅’은 ‘최고 회의’를 쓰러트릴 방법을 찾아낸다. 비로소 완전한 자유의 희망을 보지만, NEW 빌런 ‘그라몽 후작’과 전 세계의 최강 연합은 ‘존 윅’의 오랜 친구까지 적으로 만들어 버리고, 새로운 위기에 놓인 ‘존 윅’은 최후의 반격을 준비하는데,, 레전드 액션 블록버스터 [존 윅]의 새로운 챕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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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더 라스트 머시너리> 공식 예고편
[2021년 7월 30일, 넷플릭스 공개]
오래전 프랑스를 떠나야 했던 첩보 요원. 그가 아들을 위해 자신을 등진 고국에 돌아온다. 테러 조직의 음모로 위험에 내몰린 아들. 아빠의 이름으로, 반드시 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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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D.P.> 메인 예고편
《D.P.》 탈영한 그들을, '무사히' 데려와라! 정해인 X 구교환, 디피 콤비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D.P.》 8월 27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