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4-06-30 23:45:20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그리는 가족이란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돌아왔다. 스토커는 관객의 눈치를 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최근 영화 '괴물'을 다시 보면서 떠올랐던 그의 영화, 서사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보고자 한다.
1. 담백한 이야기의 매력
그의 이야기에 빠진 이유는 담백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울어달라는 뉘앙스를 풍기지 않게 한다. 관객을 말 그대로 관찰자로서 기능하게 한다.
그의 영화의 인물들은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소소한 행복들을 추구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들의 행복은 이질적으로 비춰진다. 어느 가족에서는 훔친 물건으로 한 가족의 밥상을 차려내 하하호호 웃음짓고 있고,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자매들도 복잡한 가정사를 가졌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한 밥상을 함께 한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담백하게, 하지만 밝게 서로의 상태를 살필 뿐이다. 그들이 가진 특유의 멋이라고나 할까.
2. 그들과 대비되는 사회의 무심함
그의 영화를 보고 있자면 주류 사회의 허망함을 느낀다. 사회 속에 속하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한 사회의 일원이 되면 누군가는 낙오되는 생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 난 이긴 자라는 오만 아래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과 함께. 그들은 주류 사회에서 낙오되었지만 행복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류 사회는 여전히 중요하다. 주류 사회에 편입되어야 가장 최악이 상황에서 구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도 배다른 여동생과 오래 함께하려면 호적이 중요하고, 나의 가족 속 가짜 가족들도 그들을 증명할 호적이 없어 사회에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내가 사회에 속해있다는 호적의 존재, 그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내리는 인간의 무정함도 알 수 있다. 그의 영화들은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지못하는 현대인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류의 관점에서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타인의 관심이 가있지 않는 것을 미끼로 범죄자가 되어 있거나 어딘가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처럼 보인다.
이런 걸 보고 있자면 혈육이라는 개념의 무의미함을 그의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피를 나누었다고 해서 가족이라고 할 수 없고 타인이어도 가족이 될 수 있다'가 그의 작품 세계 속 공통 키워드이다. 가족은 피가 아니라 관계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게 그의 영화가 가진 무심함 속 따뜻함이다. 주류 사회가 혈연 중심의 가족을 외칠 경우, 가족 안의 관계성이 모두 좋을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가식적인 가족애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관계성이 빛나는 경우 나이, 직업, 사회적 위치에 관계없이 진실된 가족애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에서도,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도, '어느 가족', 그리고 기타 다른 영화에서도 그가 그리는 가족이 그렇게 따뜻해 보였던 게 그런 이유 때문 아니었을까. 그래서 요란하지 않지만 보고나면 힐링이 되는 그의 영화가 좋은 것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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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필리아> - '햄릿의 여인이 아닌 오필리아의 진짜 이야기'
오필리아 (Ophelia)
개봉일 :2021.07.14 (한국 기준)
감독 : 클레어 맥카시
출연 : 데이지 리들리, 조지 맥케이, 나오미 왓츠, 클라이브 오웬, 톰 펠튼, 데본 테렐
'햄릿의 여인이 아닌 오필리아의 진짜 이야기'
2020년 2월, 기생충과 1917이 아카데미에서 경합을 벌였던, 어느덧 1년 반쯤이 지난 그때. 영화관에서 1917을 보고 ‘조지 맥케이’에게 홀라당 빠져버려 그의 필모를 샅샅이 훑던 중, 이 영화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식 수입이 진행되지 않아 매일 사진만.. 보며 “조지.. 너무 예쁘다....” 하고 눈물만 줄줄 흘렸던 나날들을 지나 드디어 <오필리아>가 한국에 정식 개봉했다.
마치 유화로 그린 명화를 보듯 아름다운 숲의 풍경과 시대극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려 주는 의상과 세트장, 그리고 <스타워즈 시리즈>의 데이지 리들리, <위아영>, <버드맨>, <멀홀랜드 드라이브>등 굵직한 작품을 남긴 나오미 왓츠, <1917>로 스타덤에 오른 조지 맥케이, <해리포터 시리즈>의 톰 펠튼 등 화려한 출연진까지. 조지 맥케이를 좋아하는 나의 사심을 제외하고도 <오필리아>를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오필리아>의 개봉을 기다리며 이 이야기가 어떻게 각색되었는지 비교해보기 위해 최근에 ‘햄릿’ 원작도 다시 감상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고전 희곡 ‘햄릿’. 나는 지금껏 이 이야기의 주인공을 햄릿이라 생각했다. 아버지를 잃은 햄릿의 복수심과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과 고뇌, 오필리아를 향했던 사랑과 그녀를 잃은 슬픔. 대부분 햄릿의 감정을 중심에 놓고 이 작품을 해석했고 그의 심리적 갈등에 집중했었다.
<오필리아>라는 제목부터 감이 오겠지만, 이 영화는 햄릿이 아닌 ‘오필리아’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여기서 오필리아는 닥쳐온 슬픔에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흘리는 여인이 아닌 누구보다 당돌한 여인이다. 자신의 인생을 누구보다 천국과 지옥을 자주 목격한 인생이라고 칭하는 그녀가 이제 오래된 역사가 되어버린 잃어버린 왕국에 대한 새로운 진실을 말하려 한다.
이 영화엔 사랑에 빠져도 되는지 갈등하거나 슬픔 앞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미쳐버리고 마는 연약한 비련의 여주인공은 없다. <오필리아>는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한 여인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고 와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 한다. <오필리아>에는 햄릿이 아닌 그날의 오필리아가 있다. 칼이 아닌 꽃을 들었지만 누구보다 강하고 올곧은 그녀가 있다. 햄릿에서의 오필리아는 햄릿의 여인이지만 <오필리아>에선 다르다.
오필리아 시놉시스
현명함과 자유로움을 지닌 오필리아는 왕비 거트루드의 총애를 받아 왕실의 시녀가 된다. 왕실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오필리아에게 첫눈에 반한 왕자 햄릿은 운명적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의 격차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선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왕국은 혼란에 빠지고, 오필리아는 이 사건의 배후에 커다란 음모가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난 그 누구보다 자주 천국과 지옥을 목격했어요.
사랑에 빠진 순간의 천국과 잃어버린 왕국의 지옥을 모두 목격한 여인 오필리아. 그녀는 역사가 되어버린 왕국의 중심에서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읊어낸다. 복수와 욕망, 실연과 피로 점칠 되어 결국 파멸해버린 한 왕국에서 분노와 복수심이 아닌 희망 한 줌을 건져 나온 그녀는 지금은 사라진 인물들을 떠올린다.
오필리아는 당돌하고 눈에 띄는 어린아이였다. 평민 출신이지만 온갖 노력으로 왕의 고문관 자리를 꽤 찬 폴로니어스의 여재. 폴로니어스의 유일한 보석. 거트루드 왕비는 꾀죄죄한 얼굴로 힘차게 왕과 귀족들의 앞으로 튀어나온 오필리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시녀로 키우기로 결정한다.
수녀원에서 자라 항상 다른 여자들에게 쪼였던 거트루드와 평민 출신 주제에 왕비의 총애를 받는다며 시녀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오필리아. 시녀들은 보석 대신 꽃을 머리에 꽂은 오필리아를 놀리고 무시하지만 오필리아는 포기하거나 달아나는 대신 항상 자리를 지키며 진심으로 거트루드를 보필한다. 거트루드는 그런 오필리아를 더욱 특별하게 느낀다.
든든한 왕과 사람을 보살필 줄 아는 왕비. 전쟁에 힘을 쏟긴 했지만, 폭력적이지 않았던 왕과 왕비가 통치하는 왕국은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이 평화는 한순간의 욕망과 복수심으로 인해 망쳐지고 만다.
오직 저만이 그 사실을 잊지 못하겠죠.
“오랫동안 숨겨온 욕망을 여인에게 쏟아부었다.” 거트루드 왕비가 즐겨읽던 책의 한 구절이다. 클로디어스는 왕이 되기 위해 형을 독살하고 거트루드를 유혹한다. 전쟁에만 힘을 쓰던 왕에게 지쳐있던 거트루드는 바보 같은 사랑에 눈이 멀어 클로디어스에게 왕위를 넘긴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뒤늦게 왕국으로 돌아온 햄릿은 왕의 의자 앞에 서서 클로디어스를 내려다보며 분노를 쏟아내지만 이미 옮겨간 왕관의 힘에 밀려 바닥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는다.
왕국의 비극은 클로디어스의 욕망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왕의 힘이라는 것이, 눈이 먼 사랑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기에..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노라.
클로디어스의 욕망이 비극의 시작이었다면 비극을 가속화 시킨 건 복수심과 사랑이었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거트루드, 클로디어스, 햄릿과 레어티즈, 그리고 메틸다는 서로에게 독과 칼을 겨눈다. 클로디어스는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오필리아와 햄릿의 존재를 없애고 싶어 하고, 클로디어스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던 햄릿은 오필리아와 레어티즈의 아버지인 폴로니어스를 찌른다. 아버지를 잃은 레어티즈는 복수를 위해 햄릿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클로디어스에게 배신을 당한 치료사 메틸다는 진실을 알고 그를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사랑은 왕권에 대한 욕망만큼이나 강했다. 클로디어스에게 눈이 먼 사랑을 한 거트루드,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계급을 내려놓겠다고 다짐한 햄릿,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한 오필리아.
오필리아와 햄릿은 진실되게 서로를 사랑했으나 왕자와 평민이라는 계급 때문에 정식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다. 햄릿은 오랜 시간 오필리아의 머리끈을 간직했고 자신의 반지와 함께 오필리아의 머리끈을 돌려준다. 자신의 온 마음을 담은 물건을 돌려주며 햄릿은 오필리아에게 사랑을 맹세한다. 햄릿과 오필리아가 함께 보낸 시간은 빈틈없이 아름답고 푸르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두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드는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이 사랑이 더 애틋하고 아름답게 느껴진 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깨어질 거란 걸 알기에 더 오래 붙잡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내가 궁금한 건 사랑이 어디 있냐는 거야
진짜 사랑은 어디 있는 걸까. 사람의 몸은 온갖 장기와 지방, 근육으로 가득 차있는데 사랑이 들어갈 틈은 어디에 있는 걸까. 사랑과 사랑으로부터 시작된 복수심으로 불타던 왕국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서로 사랑했다고 믿었던 클로디어스에게 버려진 메틸다와 그에게 이용당한 거트루드. 사랑과 복수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복수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 햄릿. 클로디어스와 거트루드, 햄릿은 복수심이 담긴 독에 중독되어 죽고 만다. 클로디어스는 왕, 햄릿, 메틸다의 복수를 담은 거트루드의 칼에 죽었고, 햄릿은 폴로니어스의 복수를 담은 레어티즈의 독 묻은 칼에 죽었고, 거트루드는 메틸다의 독약을 마시고 죽는다. 사랑에 배신당한 이의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던 어두운색의 독약은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오필리아는 햄릿과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햄릿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그가 물에 빠져 죽지 않길 바라며 독약을 마셨고, 햄릿의 복수를 말리려 했지만 결국 비극으로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데는 실패한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총명하고 용기 있는 여인이었다. 진짜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직접 노를 저어 나아가던 오필리아의 이야기가 다소 낯설기도 하고 햄릿의 존재감이 아쉽기도 했지만 딱 현시대에 알맞은 각색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유도 모른 채 슬퍼하다 물에 빠져 죽은 비련의 오필리아와 이별한 새로운 오필리아의 이야기엔 깊은 비극을 비집고 나온 희망이 단단히 자리하고 있었다.
햄릿에서의 오필리아는 슬픔에 미쳐버려 연못에 빠져 죽는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오필리아는 선왕의 음모를 눈치채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독약을 먹고 연못에 뛰어드는 엄청난 결단력을 보여준다. 왕국 인물 중 유일하게 복수심이란 감정에 빠지지 않은 지혜로운 그녀는 무너진 왕국에서 홀로 살아남는다.
원작에선 ‘연못에 빠져 죽은 여인’으로 끝나버렸던 그녀는 사실 죽지 않고 살아남아 새로운 삶을 이어나간다. 햄릿과 뭇 남성 인물들의 복수심에 가려져 지금껏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오필리아’의 진짜 이야기는 "그대도 언젠가는 당신만의 이야기를 하게 되겠죠."라는 그녀의 한마디와 함께 마무리된다. 나는 이 한마디가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누군가를 향한 위로와 응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적 편견과 넘지 못할 선 앞에서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도 언젠가 오필리아처럼 ‘나의 진짜 이야기’를 알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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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이는 왜 금쪽이가 되었나
이 글은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정년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kbs연예
3년. 드라마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국극 장르를 위해 소리부터 배우며 보낸 시간. 제아무리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사는 삶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쉽지는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극 속의 정년이가 그랬듯,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연습에 임했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 덕에 극 중 가장 큰 시간을 할애한다고 봐도 무방할 국극 장면에서 립싱크(?)의 이질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시청자의 입장에서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OTT다이어트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신규 작품들이 쏟아지는 이 시점에서,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고 가정한다 해도, 국극 장면을 제외한 이 드라마의 큰 줄기는 식상하다는 말조차도 먼지를 툴툴 털어내야 쓸 수 있을 만큼 낡아빠졌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식상하다는 이야기는 여태까지는 잘 “먹혔다”는 말이기도 한데, 어째서인지 이 엉뚱한 데다 국극밖에 모르는 주인공 정년이는 달갑거나 기특하기는커녕 금쪽이에 가깝게 느껴져 분통이 터질 때가 많다. 연기자들의 피땀눈물이 이렇게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시대가 변했다.
사진출처:씨네21
생각해 보면, 정년이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하늘이 내린 재능. 그리고 그 재능을 발휘하는 찰나에 정년이의 잠재력을 단박에 알아봐 준 사람들. 게다가 언제나 정년이를 믿고 도와줄 수 있는 주변인들. 게다가 알고 보니 출생의 비밀까지(?) 안성맞춤으로 갖추었다. 우리를 스쳐 지나간 다른 주인공들처럼. 정년이 역시 원석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 원석을 보석으로 세공하는 과정을 다루는 것이 보통 드라마의 여정이며, 최종회에서는 그것이 명성이든 돈이든, 권력이든. 심지어 사랑이든. 원하는 것을 손에 가득 쥔 채 웃는 주인공을 보며 박수를 치는 것이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러나 마치 동화 같은 정해진 결말인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의 저주는 중간의 모든 세공과정을 망쳐놓았다.
천방지축에 씩씩한 것이 정년이라는 인물을 감싸고 있는 가장 큰 골자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정년이는 그 발랄함, 혹은 무지에서 오는 열정이라 불리는 용기를 자신 앞에 다가온 힘든 고난들을 극복하는데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정년이는 시종일관 자신 앞의 장애물들에게 화를 나거나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냐고 떼쓴다. 덕분에 드라마의 모든 룰과 일부 등장인물들은 정년이의 민폐에 가까운 행동들을 커버해 주기 위해 존재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해 ”주인공 버프“ 혹은 주인공 특혜라는 단어가 단박에 머릿속에서 떠올라버린다.
수많은 드라마에서의 여주인공들은 극이 진행되면서 결국에는 클리셰라는 지독히 두껍고 미끄러지지 않는 레드카펫을 밟을지언정 최소한 그 어떤 작은 벽이라도 넘어보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정년이는 소리 잘한다는 그 능력 하나만 내세워 모든 일에서 프리패스를 받아버린다. 주인공에게서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천부적인 능력뿐만이 아니다.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동안 일어나는 일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그 간극 사이에서 발생하는 고뇌와 인간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년이에게서는 그 어떤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여성서사라고?
사진출처:티빙
한창 “조폭영화”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당연히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남자였고. 간혹 가다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은 그마저도 신나게 ”이용당하다 “ 죽거나 사라지곤 했다. 여성 서사.라는 말 자체가 현재에 들어서야 겨우 조금씩 나오고 있는 지금. 거의 모든 역을 여성들이 꿰차고 있는 이 드라마에도 여성 서사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그다지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물론 여성들이 애초에 “제대로 된 역으로”출연하는 작품들 자체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여성들이 많이 나온다 해서. 또는 주요 인물로 나온다고 해서. 우리는 과연 그런 작품들을 여성 서사라는 이름을 붙여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유행했던 조폭영화들에서 다루려 노력했던 것이 “의리”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다면, 드라마 [정년이]에서도 꽤나 비중이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동성애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원작에 있는 부용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삭제해 버림으로써 애초에 이 작품에서는 그에 대해 다루지 않거나. 겉만 핥고 지나가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물론 방대한 원작을 한정된 시간에 담아내려면 삭제해야 할 것들이 반드시 있어야 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다른 인물들도 아니고 부용 캐릭터를 삭제함으로 인해 드라마의 서사는 한 없이 헐거워지고. 채울 수 없이 늘어져버린 감정선과 공간들은 정년이의 금쪽이 쇼로 모조리 채워야만 했다. 그 덕에 정년이는 자기 지분 이상의 욕을 들어먹으며 금쪽력을 더 키우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여성들이 떼거지로 나오니 여성서사다.라는. 말을 붙이기보다는 여성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도 가감 없이 다룰 수 있는 작품에 그 단어를 뿌듯하게 붙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모든 서사가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과연 드라마 [정년이]는 나쁜 작품인가.
사진출처:연합뉴스
그렇다면 과연 드라마 [정년이]는 나쁜, 혹은 실패한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나는 전설이다]라는 작품을 떠올려보라고 말할 것이다.
영화가 먼저 떠오르는지, 책이 먼저 떠오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두 작품을 모두 감상한 사람이라면 절대 동명의 책과 영화가 “같은”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물론 나에게는 원작이 압승을 거두는 시시한 질문이다) 특히 영화의 경우, 미국에서 있었던 9.11 테러 이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서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골적으로 그라운드 제로라는 단어가 몇 번이고 반복된다. 그렇기에 주인공 윌 스미스는 그 누구보다 인류의 구호에 앞장서고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고로 한 번의 각색을 거친 작품이라면, 제2 창작물은 원작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있다. 다행히(?) 영화판 [나는 전설이다] 작품도 그다지 나쁜 오락영화는 아니었기에 두 작품에 대한 호불호 테스트정도는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원작과 창작물을 올려놓은 저울의 한쪽이 처참하게 망가진 경우라면 애초에 게임 자체가 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드라마 [정년이]는 내게는 후자에 속한다. 이 드라마를 위해 수많은 시도와 노력을 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 노고를 깎아내리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그러나 더 이상 지금의 우리에게 “먹히는”이야기는 되지 못했다. 오늘도 나는 연습생 주제에 단체 연습도 말없이 나오지 않은 아이패드 속 정년이를 보며 이를 뿌득 뿌득 갈 뿐이다.
마치면서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해리포터 오디션장을 들어서자마자. 심사위원들이 무릎을 탁 쳤단다. 그래 바로 이 아이다.라고 말하면서.
그 배우(와 스타일을 담당하시는 분들) 덕에 우리는 해리포터 시리즈 내내 마치 “책을 찢고 나온”것 같은 주인공을 보며 황홀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모든 원작에서 인물들이 “찢고 “ 나와야 하는 것은 싱크로율이 아니다. 그 인물이 전하려는 이야기(메시지) 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 앞에 만화를 찢고 나타난 정년이는 너무도 변해버린 시대에, 단 하나도 발전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버렸고. 그 결과 원작을 사랑하는 이들의 애꿎은 마음만 벅벅 찢고 있다.
이 글의 TMI
1. 어휴, 영서야 니가 고생이 많다.
2. 요새 피티하느라 손바닥에 굳은살 박힘
3. 사워도우 오픈 샌드위치에 꽂혀가지고 아주 통장에 펑크날 때까지 이것만 만들어 먹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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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피커] 촬영팀 세컨드 / 촬영팀, 그리고 나
씨네피커는 7월 한달 간, 현재 방영중인 tvN 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서 촬영팀 세컨드로 참여하고 있는 형정훈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있어요. 오늘은 그 세번째 시간입니다. 아버지와 영화를 보던 청소년에서, 영화과에 진학하고 이제는 촬영현장에서 일한 지 5년차가 되었는데요.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Q. 어떤 일을 하든 3년차가 지나면, 슬럼프가 찾아오는 법이라고 하잖아요. 이제 5년차가 되었어요. 혹시 촬영팀을 하면서 그만두고싶었던 적이 있나요?
A. 저는 오히려 드라마 첫 작품 시작할 때 그 생각을 좀 많이 했어요. 저는 학교에서도 선배들이 ‘열심히 하는 친구다’ ‘잘하는 친구다’라는 소리를 들었고 동기들 사이에서도 ‘촬영을 잘하는 친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래 나는 잘하는 친구야, 열심히 하는친구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근데 드라마 현장을 갔는데 너무 부족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위에 있던 형님에게 ‘이렇게 하면 안된다, 저렇게 하면 안 된다.’ 라는 꾸중을 많이 들었거든요. 저는 정말 이 촬영 일을 하면서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뿌듯함이나 행복함을 느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처음으로 그게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아, 내가 정말 행복하고 좋아하던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더 자괴감이 드는 느낌이었죠. 주변 친구들한테도‘너무 힘들다’ ‘그만둬야하나?’ 하고 상담도 많이했구요. 그러다가 깨달은 순간이 한 번 있어요. 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저 사람이나를 미워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의 어떤 행동이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잖아요. 그 즈음에 다른 분들이 ‘정훈이 고생한다’ ‘제일 막내 고생하네’라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게 정말 위안이 되었어요. 그 작품이 끝나고 지금 촬영팀으로 이직을 했는데 이직을 하고 나서 꾸중했던 그 형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다음 작품같이 해줄 생각 없냐” 라고. 그때 그렇게 나한테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연락을 준 건 ‘내가 잘 못했던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이 팀에서 막내로 있고 성장을 하고 싶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는데. 그 때가 좀 다시 회복을 한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잘했구나, 잘했었구나.’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가 저 스스로 이겨낸 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처음이라, 그 상황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A. 힘들다고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당시엔 힘들었겠지만, 이게 내 직업이나 장래를 흔들 정도의 고통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리고 어느 정도 전우애라고 해야 하나? 옆에 사람도 버티고,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이나 나보다 체격이 작은 누나나 이렇게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연한 느낌같은 것도 있었어요. 처음 1년은 적응하는 게 힘들었는데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서 계속하다 보니까 이제는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잠을 못자고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적응이 되었고요.
Q 가끔 메이킹 영상을 보면, 촬영팀은 거의 대부분 남자 같았는데, 촬영팀에도 여자스태프들이 많이 있는지 궁금해요.
A. 제가 지금까지 했던 촬영팀은 다 여자 스태프들이 있었고 지금도 같이 하고 있는 누나도 있고, 생각보다 여자 촬영팀이 많이 있어요.
Q 촬영 감독을 꿈꾸는 여자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여자 촬영팀이라고 생각하면 ‘힘이 안되는데, 체격이 작은데? 체력이 못 버틸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더라구요. 그런데제 전 작품을 같이 했던 세컨드 누나의 키가 152cm? 153cm? 굉장히 작고 여리여리한 몸이었는데도 카메라를 잘 들었어요. 저는 그런 장비를 드는 건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오히려 제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저보다 같이 했던 누나가 장비를 번쩍 잘 들었던 기억이 나요. 신체적인 부분은 노하우를 통해서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걸 이겨내지 못하면 촬영팀을 하는 건 어렵겠죠. 어느 정도 본인의 노력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 누나도 체력 기르기 위해 유도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본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을 하신 것 같고요. 또 여자 촬영팀의 장점은 (물론 남자분들의 개인차도 있겠지만) 세심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장비를 체크한다거나 아니면 정리를 한다거나 이런 부분에서 강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의 단점은 보완을 하고, 장점을 부각시키면 좋은 자리를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조건 신체적인 부분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 자리에 들어서지 못한다는 생각은 안했으면 좋겠고, 본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큼 인정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기때문에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Q. 촬영팀에 일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구직 꿀팁을 알려주실수 있나요?
A. 솔직히 지인이나 학교나 이런 인맥이 대표적인 것 같아요. 왜냐면 직접 면접이나 이력서를 올리는 시스템이 잘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학교나 지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좋은 건 우선 학교에 진학을 해서 선배들의 인연을 가지는게 좋긴한 것같아요. <필름메이커스>에서 올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보는데 메이저 급의 드라마나 영화팀은 아마 필름메이커스에서 구하지 않는 편이어서 어쨋든 차근 차근 인맥을 쌓아서 메이저 팀으로 옮기는 방법도 있구요. 처음에는 촬영과 관련된 네이버 밴드나오픈 채팅방같은 것을 찾아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혹시 나중에 촬영 메인 감독이 된다면 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A. 제가 지금까지 한 작품들이 거의 장르성이 부각되는 작품들이거든요. <다크홀>은 좀비물이었고, <더 글로리> <마당이 있는 집>도 <유괴의 날>도 다 장르물이었어요. 미스터리, 스릴러, 아니면 범죄 이런 장르물을 많이 했는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로맨스 코미디나 화사한 분위기의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설레는 장면들을 직접 보고 싶고, 그런 분위기도 안해 봤으니 궁금해서 그런작품을 하고 싶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만약 메인이 된다면 장르물을 찍고싶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로맨스 코미디물은생각보다 카메라로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 장르물과 달라서 내가 잘 찍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을 하면 장르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Q. 요즘은 정말 콘텐츠가 많잖아요. 형정훈님이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가요?
요즘 나오는 콘텐츠들이 유튜브나 아니면 쇼츠에 대중들이 익숙해져서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재미 혹은 강한 임팩트를 원하는 영상들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그런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저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또 어떤 드라마를 보고 생각을 가질 수 있는시간을 준다면 저는 그게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사운드와 스크린을 보기 위해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작품 내용 보다는 기술 적인 것을 많이 봤었는데, 영화 <괴물>을 보고 나서 ‘아 정말 좋은 영화 봤다’ ‘나를 흔드는 영화를 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재밌고 관객들에게 인상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다시 한번 이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고 본인에 대해서 생각하는 영화가 저는 좋은 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촬영팀 형정훈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목표는 저는 항상 모두에게 다 이야기를 하는데 제 친구들 혹은 지인들이 TV나 영화를 보는데 ‘저거 내 친구가 한 거야’가 제 목표예요. 그래서 모두가 알 만한 작품을 제가 직접 카메라 잡고 찍는 게 제 목표입니다.
넘쳐나는 콘텐츠 속에서 생각의 여지를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사람. 자신이 촬영한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자랑이 될 수 있는 콘텐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사람. 인터뷰내내 형정훈님은 작품을 사랑하고, 작품에 진심을 다하는 바른 사람이라는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형정훈님이 앞으로 더 성장해 촬영감독 형정훈으로써 참여할 작품이 더 기대가 됩니다. 첫번째 씨네피커 형정훈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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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본연의 과감한 변화, 괴이한 진화
비디오드롬, 플라이, 크래쉬와 같이 독창적이고 과감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은 신작 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선보이는 스타일리스트 감독 중 한 명이다.
8년만의 신작인데다가, 바디 호러 장르로서는 1999년 <엑시스텐즈> 이후로 무려 23년만에 제작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첫 공개인 칸 영화제 뿐만 아니라 그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무려 야외극장(!)에서 상영할 정도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필자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작품을 관람하였다.
신체가 스스로 변화하고 사람들은 인체를 개조하는 미래,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퍼포먼스이자 행위 예술을 펼치는 사울과 카프리스와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다룬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답게 이번 영화도 기괴하고 과격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상상력을 주로 보여주면 좋았겠지만, 배경 설명에 너무 많은 표현을 쓴데다가 고유 명사가 많이 나와 늘어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다만 수술과 신체 훼손이 일종의 섹스이자 애무로 다뤄지는 것을 섹슈얼하게 보여주는 장면들 같이, 매력넘치는 장면들이 많은 영화다.
아직까지도 한국 개봉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유감스러울 뿐이지만, 언젠가 한국에서 소개가 되었으면 좋을 정도로 상당히 주목할 부분이 많은 작품임은 확실하다.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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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로 내몰린 아이들
*해당 영화 감독은 과거 성범죄 전과가 있는 감독으로 감상할 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영화 '꿈의 제인'을 통해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은 가출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무리를 만들어 가족처럼 생활하는 '가출팸(가출 패밀리)'의 존재였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거리에 나와 방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대안가족을 형성한 가출팸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돈을 벌려고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범죄에 노출되고 비행을 겪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보호 받아야 되는 이들이 계속해서 위험에 노출 된다는 것과 이들을 구제하고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보통 가출 청소년의 경우 집안에서 가정폭력을 겪거나 엄마 혹은 아빠의 부재로 인해 보호자와 갈등을 겪으며 충동적으로 집을 나오기도 하는데 문제는 안락한 주거공간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보호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온라인 채팅 상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데 이들을 보호해준다는 명목 하에 만남을 요구하다가 성폭행을 당하거나 성매매 카르텔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비록 영화 속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으나 주인공인 소현은 가출팸의 보호자 제인의 사망 후 거리를 전전하다 만난 가출팸 안에서 불안을 느끼며 끊임없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고 자신을 지켜주려던 지수의 죽음을 목격하는 등 비극을 겪는 것을 보게 된다. 영화를 통해 가출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던 중 청소년의 성매매 혹은 청소년이 성범죄에 노출되는 가장 큰 수단이 랜덤채팅임을 알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이 랜덤채팅을 이용하는 청소년의 수가 증가하며 연령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누군가가 이런 행위를 감시하지 않는 이상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은 힘들 뿐더러 직접적인 범죄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글이나 채팅으로는 범죄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하기 이전에 청소년을 구제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런 허점을 알고 있는 이들이 이점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그 행위에 가담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가출팸이 주목을 받는 경우는 이미 범죄가 이루어진 뒤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경우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성범죄 및 비행에 노출되지 않고 사회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구제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출팸은 군대처럼 위계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범죄나 비행에 있어서 쉽게 탈출하기 어렵다. 이렇게 생존만을 위해 산다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잊기 쉽고 결국 더 많은 범죄가 양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사회가 소위 가출팸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윤리의식을 지키며 사회의 범주 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성인으로서,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생기는 만큼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이를 누릴 수 있게 만든 IT업계들이 책임감을 갖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형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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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부족한 서사, 하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영상미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같이 생활을 하게 된다. 서류적은 부분을 떠나서 서로 이어진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인체의 화학 작용을 통해 많은 것을 공유하고 주고받는다. 그런 달콤한 시기에 아이를 낳으면 아이와 함께 가족이 된다. 두 사람만 생활할 때와 아이가 생긴 이후의 생활은 다르다. 서로에 대한 걱정과 관심을 가졌던 두 사람은 이제 아이에 대한 걱정과 관심을 꽤 강하게 쏟아내고 이런저런 크고 작은 사고와 위험에도 대처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대체적으로 우리가 주변에서 많이 경험했던 일들이다. 우리를 키워낸 부모님 세대를 봐도 그렇고 지금 막 부모가 된 젊은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서로 돌보고 지켜줘야 할 대상이 늘어났다는 건, 무언가를 같이 공유할 존재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희생과 배려를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또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상대방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도 추가된다. 그래서 위협적인 것이 주변에 있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집단의 이동은 어쩌면 좀 더 나은 환경을 찾아다니는 인간의 본성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13년 만에 돌아온 <아바타>
최근에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은 전편에서 연인이 된 제이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가 가족을 만들고 지켜내는 과정이 담겨있다. 13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이야기에도 그런 시간의 흐름이 반영되어 있다.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직접 낳은 아이들인 네테이얌(제이미 플래터스), 로아크(브리튼 달튼), 투크티리(트리니티 블리스)와 입양한 아이들인 키리(시고니 위버), 스파이더(잭 챔피언)를 키우고 있다. 한 부족의 리더로서 큰 문제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부족을 이끌 수 있었던 제이크는 어느 날 지구인들이 다시 판도라 행성에 대규모로 돌아오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부족을 떠날 준비를 한다.
사실 제이크는 이 부족에서 투르코 막토 라는 구원자로 불렸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강력한 리더이자 부족을 지키는 존재였지만 자신이 지켜야 할 가족 앞에서는 그저 평범한 아빠일 뿐이다. 좀 더 공격적인 부분을 보강하고 돌아온 지구인들을 본 제이크가 처음 느끼는 건, 바로 두려움이다. 자기 자신의 죽음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가족과 부족들이 감당해야 할 위험이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그 두려움의 감정이 <아바타: 물의 길>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며 영화 내내 이어진다.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그 두려움을 느낀 후, 부족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들이 결정한 건 일단 위험을 피해 보이지 않는 곳에 숨는 것이다. 그래서 바다의 부족에 찾아가 조용히 숨어 지내려고 한다. 실제로 그건 꽤 긴 시간 동안 효과가 있었다. 조용히 살며 그의 가족들은 바다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으며 영화는 그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바닷속의 새로운 생명체들과 아름다운 풍경은 그들이 느낀 두려움을 어느 정도 희석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이번 영화의 중심은 제이크 가족 이야기
제이크 가족이 바다 부족과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과정도 담긴다. 특히나 에테이얌이나 로아크 등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바다 부족의 아이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다투는 과정도 꽤 디테일하게 담겨있다. 그러니까 전편이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사랑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2편에서는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가족들의 삶과 적응하는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지구인들의 침공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위한 양념 정도로 활용되고 있다.
1편에서 사망한 군인인 쿼리치(스티븐 랭)도 다시 등장한다. 이미 지구인 쿼리치는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그의 기억과 습성이 이미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아바타에 전송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는 아바타 모습을 한 쿼리치의 부대원들이 제이크 가족을 추적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한 빌런이고 쿼리치라는 인물의 카리스마도 여전하지만, 전편과 동일한 인물들이 단지 아바타의 모습으로 바뀌어 재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금은 동어반복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영화 속 제이크는 전편에서는 인간과 아바타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식으로 가족을 지켜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언젠가 다시 찾아올 줄 알았던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고 이번 이야기 속에서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피하려고 하지만 영원히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면서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이크의 성장은 이번 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아이들이 판도라 행성의 바다 생명체들과 교류하고 위협에 맞서는 것을 통해서 성장하는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제이크와 네이티리 가족 전체의 성장기로 봐야 할 것 같다.
부족한 서사, 그 단점을 잊게 만드는 뛰어난 영상미
1편이 우리에게 그 당시 최고 기술력을 화면으로 보여준 것처럼, 이번 후속편에서도 최고의 영상과 특수효과를 영상에 담았다. 이번엔 바닷속으로 카메라를 옮겨 아름다운 바다 생명체들을 보여주고 주인공들이 그들과 교류하는 과정을 꽤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마치 해상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마치 눈앞에 실제로 있을 것만 같은 화면은 이것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잊게 만든다. 그야말로 지금 우리가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효과가 눈앞에 펼쳐진다.
화면만큼은 최고 수준이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는 조금 아쉽다.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가족 서사로 이이기의 규모 자체가 조금은 축소된 느낌이 있고, 19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그렇게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는 않아서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제이크 가족이 위협을 피해 숨었다가 위협에 대항하는 이야기 정도로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1편에 비해 좀 더 단순해진 서사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까지 축소시킨다.
전체 이야기 자체는 한 가족이 겪는 혼란과 성장 서사다. 최소 3편까지 제작 중이고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흥행한다면 몇 편이 더 제작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아바타: 물의 길>은 앞으로 이어질 대서사의 발판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느낌이 강한 영화다. 1편에 비해 서사는 조금 부족하지만 화면으로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은 감각은 뛰어나다. 체험형 영화로서 3D나 아이맥스, 4D, 돌비 사운드관 같은 다양한 특수 상영관에서 체험하면서 보기 좋은 영화다. 이렇게 시각적 만족도가 주는 장점이 다른 단점을 상쇄하고 더 높은 평가를 하게 만든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인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등도 전편과 같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캐릭터들이어서 크게 새로운 느낌은 없지만 전편의 연기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를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속편을 만드는데 1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최근에 많이 등장하고 있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CG와 비교했을 때, 너무나 완성도 높은 화면을 보여주면서 급하게 찍어내는 것이 아닌 장인이 만들어낸 영상과 영화가 어떤 식으로 완성되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그가 앞으로 계속 이어나갈 <아바타> 시리즈의 다음 서사와 영상이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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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tv "파본자들" 베놈편 출연했습니다! with 김민아 아나운서
제가 김민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파본자들" 방송을 녹화하고 왔어요.
오늘 올레tv에서 방송이 되었고 Seezn 앱에서 파본자들 검색하시면 풀버전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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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캐시트럭> 메인 예고편
캐시트럭을 노리는 무장 강도에 의해 아들을 잃은 H(제이슨 스타뎀).
분노에 휩싸인 그는 아들을 죽인 범인의 단서를 찾기 위해
현금 호송 회사에 위장 취업한다.
첫 임무부터 백발백중 사격 실력을 자랑하며,
단숨에 에이스로 급부상한 H.
캐시트럭을 노리는 자들을 하나 둘 처리하며,
아들을 죽인 범인들과 점점 가까워지는데…
자비는 없다, 분노에 가득 찬 응징만이 남았다.
그의 분노가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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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파이널 예고편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전 세계를 구하기 위한 위대한 여정의시작!?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파이널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