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3-09-15 20:12:18
[SICFF 데일리] 소심한 복수로 세탁하다
영화 '문승아 단편선' <빨래>
감독: 김혜진
배우: 문승아 外
러닝타임: 27분
가족사진을 찍는 날, 식구들 모두 흰 셔츠를 입기로 한다. 그런데 빨래 후, 혜수의 셔츠만 줄어들었다. 혜수는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집을 나선다.
혜수는 학교에서 가족사진을 찍어 오라는 가정통신문을 가져온다. 혜수네 가족은 세탁소를 운영한다. 혜수는 기대한다. 가정통신문을 덧댄 종이 아래 그녀의 가족사진은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오빠가 어릴 적 가족과 찍은 사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혜수는 성장하고 나서 옆에 붙어있는 사진밖에 없었다. 그녀의 가족이 운영하는 ‘백양세탁소’는 작지만, 단골손님도 챙기고, 배달도 다니며 부지런하게 운영하는 세탁소다. 워낙 바쁘게 지내다 보니, 가족들은 혜수에 관심을 쏟을 겨를이 없다. 혜수가 찾을 때마다 그녀의 부모님은 빨래 배달과 세탁 손질로 바쁘고, 오빠는 한창 친구들과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그녀의 관심 밖에 있었다. 혜수는 가족들이 사진 찍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러던 중, 혜수는 자신이 가족사진 때 찍을 셔츠가 잘못 세탁되어 크기가 작아진 걸 목격한다. 혜수는 가족들을 추궁하지만, 가족들은 다들 서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망한 혜수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오른다. 바로, 가족들도 입을 셔츠를 작게 만들어 버리는 것. 혜수가 벌이는 작은 복수는 10대 초반이 가능한 귀여운 복수로 아이의 순수함을 엿볼 수 있다. 이후 사진관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가족들은 작아진 셔츠를 불편해한다. 혜수는 자신이 한 작은 복수에 속으로 좋아하며 사진 촬영에 임한다. 불편한 걸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가족들은 결국 꽉 끼는 셔츠를 벗고, 사진관에 대여할 수 있는 의상을 빌린다. 계획이 틀어진 혜수는 계속 셔츠를 입자고 주장하지만, 가족들은 투정으로 인식하고 그녀를 설득한다. 이내 혜수는 촬영 도중 사진관을 도망 나온다. 혜수가 원하는 것은 흰색 셔츠를 입고, 화목하게 찍는 가족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혜수를 비추는 클로즈업은 주로 옆얼굴이다. 옆얼굴은 혜수가 바라보는 피사체에 집중도를 높인다. 그녀가 갖고 있는 관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를 집중할 수 있다. 사진관에서 도망친 그녀는 집에서 빨래 바구니를 분풀이로 던져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애착 옷을 챙겨가지만, 이미 사진관은 문을 닫았고, 가족들은 사진관에서 대여한 옷을 입은 사진으로 정한 상태였다. 그녀가 입었던 셔츠를 마지막에 세탁기에 넣고 세탁하는 장면은 셔츠를 다시금 커지길 바라는 마음일까 아니면 점점 작아지며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픈 마음일까 그렇지 않으면 오늘 있었던 기억을 지우고픈 마음일까.
상영일정: 9/15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9/13~9/20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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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심을 찾고 느낄 수 있다
친구하나 없이 엄마(레이첼 맥아담스)가 짜놓은 인생계획표대로만 살던 소녀(맥켄지 포이). 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옆집의 괴짜 조종사 할아버지(제프 브리지스)를 만나면서 오래 전 조종사가 사막에 추락했을 때 만난, 다른 행성에서 온 어린왕자의 존재를 알게 된다. 소녀는 조종사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어가면서 어린왕자가 살던 소행성 B612와 다른 세계로의 여행, 모두를 꿈꾸게 하는 가슴 벅찬 모험을 시작한다.
모모
영화를 보며 소설 책 <모모>가 불현듯 떠올랐다. 두 작품 모두 어른의 세계를 부정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찾길 원하는 주인공의 소재와 둘다 판타지 형식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혹여나 <모모>를 읽어보지 못했다면 <어린 왕자>를 보고,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당신의 어린 모습을 떠오를 수 있고, 어른이 되버린 나에게 동심의 근황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어린왕자
이 영화는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모티브를 따와 만든 영화이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도 소설의 이야기에서 새로이 추가된 캐릭터들이 사이에 들어가 영화가 진행된다. 어린왕자만의 따뜻한 성격이나 종이 냄새가 날 거 같은 기분좋은 편안한 색채는 소설에서 느껴진 몽글몽글한 느낌을 잘 표현해준다.
객관적 상관물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하면 기존의 물건에 의미를 부여해서 자신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문학 작품만의 표현방식 중 하나이다.
영화에서는 소설에서 등장한 '바오밥나무' ,'장미' ,'별' 등에 의미를 부여하여 소설에서 공감한 느낌을 영화에서도 이어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주제도 부각시켜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자아성찰을 깨우칠 수 있는 시간도 만들어준다. (다시 보면 원작의 뛰어남이 묻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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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우마와 싸우는 두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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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눈 앞에서 죽음을 목격하는 일은 고통스럽다. 이런 죽음을 목격하는 것 자체가 보통의 삶에서 흔하게 마주하는 장면은 아니다.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사고를 목격하는 것도 그것을 목격한 개인에게는 큰 타격을 준다. 개인의 머릿속에 남아서 계속 그 장면을 반복해서 떠올리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생성된 트라우마는 꽤 오랜 기간 당사자를 괴롭힌다. 옆에 있는 사람들의 위로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개인에게는 큰 싸움이자 전투와도 같다.
특히 누군가의 사고를 보고 경험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그런 끔찍한 일들을 종종 목격한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들도 있고, 특히나 재난 상황에서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 소방관들은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 자주 놓인다. 큰 불 속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며 불을 끄다가도 미처 구하지 못한 인원들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런 과정에서 소방관 동료가 죽거나 여러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소방관도 생겨난다. 여러 가지 심리 상담 등에도 불구하고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소방관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두 인물의 이야기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그런 사고의 트라우마 속에 갇혀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공수 소방대원 한나(안젤리나 졸리)는 과거 큰 산불 진화 작업에서 산불에 갇힌 세 소년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주변 동료들 앞에서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하고 눈물을 흘린다. 영화는 그 앞에 또 다른 트라우마를 가진 소년 코너(핀 리틀)를 등장시킨다. 코너는 눈 앞에서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걸 목격하고 킬러들을 피해 도망치고 있는 인물이다. 회계사였던 코너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비리를 알게 되었고, 그 증거를 죽기 전 코너에게 넘긴다. 그래서 코너는 숲으로 도망치고 숲에서 산불감시를 하던 한나를 만나게 된다.
영화는 한나가 가진 트라우마와 코너가 가진 트라우마가 만나 같이 그 트라우마를 희석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두 사람이지만 첫 만남 이후 왠지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슬픔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는 코너의 눈을 한나는 한눈에 파악하고 그를 안심시키는데 사실 여기에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저 조용히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고, 천천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의 이야기도 하게 된다. 영화 중반 이후 그들은 서로가 가진 트라우마를 바라보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그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한나와 코너 이외에도 지역 보안관 에단(존 번탈)이 등장한다. 코너와 친척관계에 있는 그는 한나와 같은 지역에 거주하고, 과거에 연인관계였던 인물이다. 그는 한나의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인물로 한나가 하는 여러 가지 기행들을 막으면서 도움을 주려 하는 인물이다. 배우 존 번탈이 연기하는 에단은 무심해 보이지만 주변 사람을 아끼고 챙기려 하는 착한 인물이다. 존 번탈이 가장 잘하는 연기 패턴이기도 해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의 주변부에서 보이지 않게 챙겨주는 인물을 잘 묘사하고 있다.
흩뿌려진 이야기가 합쳐지며 만들어지는 긴장감
사실 영화의 초반부에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흩뿌려져 있다. 한나의 이야기와 코너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전개되지만, 에단과 그의 아내 이야기 그리고 두 킬러의 이야기가 각각 보이면서 각 인물들에 대한 소개를 함과 동시에 각 캐릭터들의 과거와 성향들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영화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이 인물들을 한 지역의 장소로 서서히 모이게 한다. 마치 산불이 조금씩 나무들을 태워 나가서 산불이 없는 곳을 포위해가는 것처럼 각 인물들은 자연스럽게 숲으로 들어오고 서로 서서히 가까워진다. 그 과정에서 긴장감은 서서히 달아오르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순간부터 추격전이 시작된다. 그 추격전은 두 킬러로 인해 발생한 것이지만 이들이 일부러 만든 산불도 각 인물들을 조여들며 긴장을 만들어낸다.
감독 타일러 쉐리던은 <시카리오:암살자들의 도시>(2015)와 <시카리오:데이 오브 솔다도>(2018)의 각본을 썼다. 액션을 아무 의미 없이 나열하기보다는 각 캐릭터의 특성을 이용해 보는 관객을 옥죄어 스릴을 유발하는 이야기를 잘 쓰는 각본가였다. 그는 2016년 영화 <윈드리버>를 연출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아주 건조한 듯 보이지만 울분으로 가득 차 있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일종의 복수극을 보여줬다. 역시 긴장감을 서서히 높여 폭발하듯 벌어지는 액션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이번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감독의 스타일대로 서서히 긴장을 끌어올려 폭발하듯 벌어지는 액션 장면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고 전작들에 대비해서 스케일을 키워 좀 더 대중적으로 접근한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트라우마와 대결하는 듯한 클라이맥스 추격 장면
무엇보다 <윈드리버>의 주인공들 역시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그것으로 인한 심리적인 고통을 보여줬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트라우마를 가진 두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들이 서로 힘을 합해 그 트라우마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한나와 코너가 한 킬러와 대결하는 장면은 마치 이 둘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와 대결을 벌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한나는 구하지 못했던 산불 속 소년들의 모습을 코너에게서 보고, 코너는 미처 구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한나에게서 본다. 그런 부분들이 더욱 그 둘이 상대방을 구하려고 애쓰게 만든다.
한나 역할을 맡은 안젤라나 졸리는 감성적인 연기와 액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배우다.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로 인해 눈물 흘리던 한나의 모습을 보여주던 그는 부모를 잃고 겁에 질려있는 소년 코너를 보고 그를 지키려는 액션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그가 흘리는 눈물과 진심으로 코너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을 끌어안는듯한 느낌을 준다. 완전히 겁에 질린 소년 코너를 연기하는 핀 리틀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완전한 상실감과 공포심에 사로 잡힌 코너의 모습을 움츠러든 몸과 불안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두 킬러 잭(에이단 길런)과 패트릭(니콜라스 홀트)이 등장한다. 이 둘이 영화 초반 보여주는 행동에는 인정사정이 없다. 목격자는 과감히 처리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는 완벽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악역의 총명함이 사라지고 점점 바보 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물론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 두 킬러가 보여주는 후반부의 모습이다. 오히려 갑자기 바보가 된 두 킬러보다 산불이 더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어쨌든 영화는 스릴러 영화로서 기본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한다. 그리고 트라우마를 가진 두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비록 두 인물의 트라우마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겠지만 영화의 말미 한나의 대사처럼 어떤 후련함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것을 보는 인물 또한 약간의 시원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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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보기 좋은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하나인 백로로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이죠!
그래서 가을의 분위기를 맘껏 느낄 수 있도록 가을에 보기 좋은 영화를 추천드리려고 합니다.
씨네랩이 추천하는 영화와 함께 가을의 분위기를 한껏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가을에 보기 좋은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When Harry Met Sallly..., 1989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학 졸업 후 뉴욕행을 함께 하게 된 해리와 샐리.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명제로 두 사람은 설전을 벌이고,성격도 취향도 정반대인 서로를 별종이라 생각한다.
뉴욕에 도착한 두 사람은 짧은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헤어진다.
몇 년 뒤, 우연히 서점에서 재회한 두 사람.
샐리는 연인과 이별했고 해리는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 받았다.
두 사람은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비로소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어느 날 샐리는 헤어진 연인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되고 뒤늦은 이별의 아픔에 슬퍼한다.
해리는 그런 그녀를 말없이 안아주고 위로의 키스는 뜻밖의 하룻밤으로 이어지는데…
cine pick!
멕 라이언 배우를 로맨틱 코미디의 아이콘으로 만든 영화가 바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이다. N차 관람한 사람이 많을 정도로 역대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로 손꼽히는 명작이다.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Little Forest: summer&autumn, 2014
ⓒ 네이버 영화
synopsis
도시에서 생활하다 쫓기듯 고향인 코모리로 돌아온 이치코.
시내로 나가려면 한시간 이상이 걸리는 작은 숲 속 같은 그 곳에서 자급자족하며 농촌 생활을 시작한다.
직접 농사지은 작물들과 채소, 그리고 제철마다 풍족하게 선물해주는 자연의 선물로 매일 정성껏 식사를 준비한다.
음식을 먹으며 음식과 얽힌 엄마와의 추억을 문득 떠올리는 이치코에게 낯익은 필체의 편지가 도착하는데..cine pick!
삼시세끼 제철 재료로 정성을 들여 요리하고, 먹는 일상적인 행위를 담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하며 색다르고 따뜻하다. 뜻밖의 위로가 되기도 하는 이 영화는 자신의 삶에 있어 행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추
Late Autumn, 2010
ⓒ 네이버 영화
synopsis
수인번호 2537번 애나. 7년 째 수감 중, 어머니의 부고로 3일 간의 휴가가 허락된다.
장례식에 가기 위해 탄 시애틀 행 버스, 쫓기듯 차에 탄 훈이 차비를 빌린다.
사랑이 필요한 여자들에게 에스코트 서비스를 하는 그는,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중이다.
훈은 돈을 갚고 찾아가겠다며 억지로 시계를 채워주지만 애나는 무뚝뚝하게 돌아선다.
7년 만에 만난 가족도 시애틀의 거리도, 자기만 빼 놓고 모든 것이 변해 버린 것 같아 낯설기만 한 애나.
돌아가 버릴까? 발길을 돌린 터미널에서 훈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장난처럼 시작된 둘의 하루.
시애틀을 잘 아는 척 안내하는 훈과 함께, 애나는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이름도 몰랐던 애나와 훈. 호기심이던 훈의 눈빛이 진지해지고 표정 없던 애나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를 때쯤,
누군가 훈을 찾아 오고 애나가 돌아가야 할 시간도 다가오는데...
cine pick!
1966년 영화 <만추>의 리메이크작으로 짧고 강렬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또한 <만추>로 탕웨이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최초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한 외국인 배우가 됐다.
원스
Once, 2006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이제 사랑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믿었던 ‘그’
삶을 위해 꿈을 포기했던 ‘그녀’
더블린의 밤거리에서 마법처럼 시작된 만남
마음까지 안아줄 감미로운 하모니가 다시, 바람처럼 밀려온다cine pick!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한 뮤직 로맨스 영화 <원스>!
관객부터 평단까지 연이은 호평으로 2007년 최고의 영화로 떠오르기도 했다.
진심이 가득 담긴 음악을 담아 감동을 전한다.
파 프롬 헤븐
Far From Heaven, 2002
ⓒ 네이버 영화
synopsis
‘캐시’는 누가 봐도 행복하고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늦게까지 야근하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들고 사무실을 방문했다.
문을 연 순간…남편이 다른 남자와 키스하고 있다. 당황한 나는 곧바로 집에 돌어와, 불꺼진 침실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뒤늦게 들어온 남편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 “고백할 게 있어. 나, 예전부터…” 혼란스럽기만한 나에게 남편의 고백은 차라리 고마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남편은 바람핀 게 아니라 아픈 거라고. 고치면 나아질 수 있다고… 그날 이후 남편은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난 우리의 사랑을 위해 더욱 노력했다.
한 사람만을 향해있던 내 마음에 서서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마이애미로 훌쩍 여행도 함께 떠나보지만, 남편의 우울증은 날로 심해져갔다. 그 무렵 새로 온 정원사 ‘레이몬드’는,친구에게조차 말할 수 없던 나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사심없이 그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나면 지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곤 했다. 많은 것이 달랐지만, 함께 있으면 편하고 좋은 우린, 둘도 없는 친구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사랑을 고백해왔다. 한 사람만을 향해있던 내 사랑이 지금 흔.들.리.고.있.다.
cine pick!
잔잔하게 감성을 건들이는 차별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아름다운 가을의 풍경을 볼 수 있어 더더욱 가을 감성에 빠져들 수 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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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쁨을 찾다 불안감이 가득해진 슬픈 현대인들에게
위풍당당 13세
이 영화의 주인공은 중학생 소녀 라일리다. 학교 하키 선수인 라일리. 오늘도 땀을 흘리며 운동한다. 라일리는 꽤나 실력 있는 하키 선수다. 좋은 성적을 거둔 라일리. 그런 라일리를 로버츠 코치가 바라보고 있다. 경기가 끝나자 라일리에게 "고등학생 언니들이 참여하는 하키 캠프에 들어오지 않을래?"라고 제안한다. 신난 라일리. 두 친구와 함께 삼총사를 이룬다면 새로운 환경도 적응하는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라일리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감정들이 있었다. 기쁨, 버럭, 까칠, 소심, 슬픔이는 라일리가 보고 겪고 느끼는 걸 모니터링하며 그녀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섯 감정들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각했다. 라일리가 사춘기를 겪음에 따라 4개의 새로운 감정들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따분, 당황, 부럽, 그리고 불안이가 라일리의 머릿속에 새롭게 등장했다. 어수선한 머릿속. 라일리는 하키 캠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형 같은 아우
이 <인사이드 아웃 2>는 전편의 장점을 그대로 승계했다는 점에서 좋았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전편의 장점은 두 가지다. 첫째.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점이다. 전편 <인사이드 아웃> 1편은 영화의 시점을 11살 아이 라일리로 설정해 어린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어린이가 주인공이면 어린이에게 공감이 쉽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영화의 목적지는 애초부터 아이들이 아니다. 이야기의 시점만 라일리지 영화가 진짜 담고 싶었던 것은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한 감정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과거를 다룬다고 봐야 할까 현상을 다룬다고 봐야 할까? 글쓴이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보고 듣고 느끼기 이전에 뇌 속에서 처리하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이다. 이 과정이라는 것, 그러니까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며 ‘이건 이래서 이런 느낌이야’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람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이니 뇌과학이니 뭐니 이런 거 안 가져와도 성인인 모두들 이 명제에 동의할 것이다). 이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이 <인사이드 아웃>의 핵심이다. 이 핵심은 나이가 들고 세상에 닳을수록 더 감정적인 여운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 감정적인 부분에 화룡점정으로 방점을 쾅 찍는 빙봉이라는 캐릭터도 영화의 목적을 견고하게 만드는 좋은 수였다. 영화가 굉장히 영리하게 목표를 잘 설정한 것이다. 본작 <인사이드 아웃 2>는 영화가 다루고 있는 핵심들의 속성을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목적지를 분명하게 설정했다. 일단 대사에서도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영화가 다루고 있는 두 관계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흥미롭다. 그 두 관계는 가족과의 관계와 가족 외 타인과의 관계다. 이 관계를 탐구하는 데 있어 영화가 선행되어야 할 과제를 설명한다. 이 설명하는 과제는 우리 어른에게 주어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기 때문에 성인 관객들이 공감하기 쉽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가 사춘기를 묘사하는 것이 어른들을 위한 좋은 선택지인 것에 틀림없다. 그 이유? 영화는 고의적으로 ‘터닝 포인트’를 조명하고 있다. 라일리가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영화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날의 치기 아니면 풋풋함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또 무슨 감정이었을까 묻는 것이 <인사이드 아웃 2>다.
영화의 두 번째 장점은 이야기의 밀도다. 첫째로 좋았던 것. 영화가 주인공 라일리의 성장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다. 사실 영화에서 라일리가 어떻게 성장할지를 보여준 방식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왜?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유년시기를 다뤘기 때문에. ‘이미 일어난 일을 돌이키던가 / 좋은 방향으로 관객들을 이끌던가’하는 식의 엔딩으로 결론을 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고른 방식은 1차원적인 연출이 아니다. 인물 간의 성장과 감정의 성장을 겹쳐 보이게 연출했다. 이 연출 덕에 영화 안에서 라일리의 성장이 더 입체적이다. 라일리가 화내고 기뻐하고 친구들을 의식하는 일들이 이 인물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된 것이다 보니(애초에 이 감정이 라일리의 것이다 보니) 주인공이 감정들을 더 섬세하고 미묘할 거라고 예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이 영화가 고른 선택지가 인물의 성장만을 부각하는 건 아니다. 일단 재미있잖아? 이 영화에서 기쁨 이가 기쁘기만 하고 버럭 이가 버럭 화내기만 한다면 그건 영화가 변명을 대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극적 재미와 캐릭터의 개성을 챙기는 게 연출자의 역할 아니겠어? 본작 <인사이드 아웃 2>는 이걸 잘 잡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가 둘째로 좋았던 건 불안이라는 캐릭터다. 윗문단의 연장선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글쓴이는 불안이를 둘러싼 다른 캐릭터들의 리액션이 마음에 들었다. 불안이는 다른 캐릭터들과 그렇게 협력하는 것 같지 않다. 이 특징은 굉장히 중요하다. 왜? 영화 이야기에 영향이 가는 것과 동시에 불안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쓴이는 불안인형이다. 그래서 불안한 기분이 들 땐 그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미래를 향한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좋은 결과 같아보이지만 결국 나에게 역효과로 다가오는 일을 벌이기도 한다. 이게 다른 감정과 함께 묘사할 수 있지만 불안감이라는 정서만을 강조한 건 캐릭터의 이런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뭐 글쓴이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안의 불안이는 현대인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글쓴이 포함 내 주위에 제 풀에 지쳐 넘어지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불안함 내지는 걱정을 어깨에 지고 있었다. 이 <인사이드 아웃 2>의 불안이는 이런 현대인들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아마 여러분이 불안이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 같다.
피트 닥터도 흐뭇해할 듯
영화 보면서 감탄했던 것 다른 하나는 상상력이다. 많은 관객들이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비아냥 대협곡’에 대해 언급할 것 같다. 하지만 글쓴이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1편을 오마주한 장면이다. 이 장면이 보여주는 사실적인 질감이 기억이라는 디테일을 잘 살렸다. 이 디테일은 그냥 시각적으로 재밌기만 한 건 아니다. 당연히 영화가 나라는 사람의 기원에 대해 다루니 그 나름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중요했다. ㅇ 캐릭터들을 영화 톤 그대로 보여준다면 설득력이라는 측면에서 결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영화가 사소한 선택지를 살린 좋은 수였다. 그리고 영화가 감정을 캐릭터처럼 묘사한 시각화의 방식이 재밌었다. 가령 영화 안에서 공사장 인부처럼 표현한 캐릭터가 있다. 이 장면도 기억과 감정을 묘사하는 방식과는 또 다르지만 사춘기가 가진 의미를 표현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영화가 인간의 내면을 상상력으로 구현하는 것 역시 흥미로웠다. 특히 글쓴이는 라일리가 상황을 판단하는 방식이 아주 재밌었다. 예를 들어 타인의 눈치를 본다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 상황을 둘러싼 감정들이 하나일 리는 없다.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가 수많은 기억이라는 시리즈의 핵심을 이 장면에도 반영했다. 그냥 단지 불안이가 쨘 하고 그 시퀀스를 혼자 이끄는 게 아니다. 감정들이 어떤 행동을 바탕으로 라일리의 행동을 제어하는데 이 장면을 본 분이라면 피식 웃음이 나올 것이다. 영화가 자아를 묘사하는 방식도 대단하다. 물과 나무의 속성이 뭘까? 그리고 도서관의 속성이 뭘까? 이것들이 한 사람의 세상을 이루고 그 나름의 교훈이 있는 데다 모든 것의 열매와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영화의 비유가 탁월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부럽이는 진짜 부러워할 것 같네
이 영화의 단점은 섬세하지 못한 뒷심이다. 글쓴이는 주인공 라일리와 두 친구 간의 관계가 애매하게 느껴졌다. 이 부분은 일부러 영화가 다방면의 관객을 고려하기 위해 설정한 것으로 보였다. 전체이용가이니 만큼 이런 결론을 내지 않고 다른 측면을 선택하기엔 영화가 상업영화로서의 장점이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는 현실적인 부분을 고른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영화가 고른 전략과 크게 충돌한다. 왜? 이 영화는 감정의 발화를 철저하게 분해하며 ‘이땐 이랬어!’ 진단한다. 하지만 이 세 사람사이의 관계는 평면적이다. 친구들의 내면을 바라보는 장면은 부실한 게 그 원인이다. 단지 잘못만 했고 화해하다 끝난다. 전반부에서 토대가 튼튼했던 영화가 후반부에서 힘을 잃는 것이다. 이게 영화가 빠른 템포로 전개되고 극후반부에 굉장히 아름다운 장면이 있어 체감이 덜되지 인물들이 서로 뭉치는 과정이 갑자기 널뛰는 감이 있다. 만약 글쓴이가 각본가였으면 후반부에서 따분이와 부럽이의 비중을 높였을 것 같다. 아니면 라일리의 성장을 더 아름답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마무리를 다르게 지었을 것 같다. 그게 사춘기라는 시기를 더 면밀히 보여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민물장어의 꿈
글쓴이는 전편보다 본작 <인사이드 아웃 2>를 좋아한다. 전편과 본작 차이가 9년이라서? 세월이 너무 많이 지났기 때문에? 위에서 쓴 것처럼 어른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해서? 아니다. 이 두 시간도 안 되는 영화에는 사람이 어떤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고민한 결과가 담겨있는 듯하다. 또 전작 빙봉이의 임팩트를 넘기는 캐릭터가 있지는 않지만 나의 현재와 과거를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건 충분하다. 여러분을 만든 기억은 무엇인가? 내 안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기억과 마주칠 때다. 또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생한 감각으로 받아들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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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빠는 34살이고요. 창문 청소부예요.
<풀 몬티, 1997>, <스틸 라이프, 2013>로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영화 <노웨어 스페셜(Nowhere special)>은 마이클이 아빠 존을 통해 죽음이 무엇인지 배워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창문 청소부로 일하는 34세 존은 몹쓸 병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홀로 4세 남자아이 마이클을 키우고 있다.
존은 짧은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보내고, 위탁 가정에서 양육되었다. 존의 주변에는 마이클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존은 직접 마이클의 가정을 고르기로 한다. 그러나 후보군에 있는 가정들은 모두 마이클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모가 학력이 높은 가정으로 보내면, 마이클이 공부의 압박을 많이 받을 것 같고, 낳은 아이와 입양한 아이가 여럿 섞여 있는 가정으로 보내면, 남매들 틈에서 마이클이 적응하며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 같다. 마이클의 조건을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가정으로 보내면, 천덕꾸러기로 살 것 같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한부모 가정으로 보내면, 남들과 다른 결핍에서 상처를 받게 될 것 같다. 존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안에 해야 하는 이 선택이 너무 어렵고, 괴롭다.
영화 <노웨어 스페셜, 2020> 포스터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창문'을 키워드로 정리해볼 수 있다. 창문은 두 공간을 분리하여 안과 바깥을 구분해주지만, 안에서 밖을 보거나 밖에서 안을 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우리 신체에서 창문은 빛이 들어오는 눈이며, 이 창을 통해 보는 행위는 시선이 되고, 관점이 된다. 게다가 영화관의 스크린은 작품을 볼 수 있는 아주 커다란 창문이다. 이쯤 되면 존의 직업이 창문 청소부라는 것에 화들짝 놀라야 마땅하다.
<더러워진 창문을 열심히 닦는 존>
창문은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더러워진다. 사람들은 자기 집이나 가게의 창문을 스스로 닦지 못하고, 돈을 주고 존을 부른다. 존은 비누 솔과 스퀴지, 손목 스냅을 이용해 깨끗하게 창문을 닦는다. 그러나 존은 합당한 이유 없는 욕을 듣기도 하고, 열심히 일해놓고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존이 창문을 닦으며 들여다본 안의 모습은 지금 내 처지와 비교했을 때,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비싼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마이클 또래의 친구들이나 아빠와 엄마가 모두 갖춰진 가정을 보면 '최고의 아빠'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마이클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입양 가정을 찾는 일은 창문을 닦는 것과 비슷하다. 갑자기 찾아오는 통증이 힘겹지만, 최대한 창문을 깨끗하게 닦아야 그 안을 조금이라도 더 잘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4살 존은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맑고 커다란 눈망울로 세상의 일을 배우는 마이클>
마이클은 유독 맑고 커다란 눈망울을 가졌다. 아이가 무언가를 쳐다보는 장면을 카메라가 정지된 이미지처럼 보여주는 장면들이 종종 있는데, 이는 마이클이 자신의 창문으로 세상의 일을 배우는 순간이다. 아빠 존은 아직 4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에게 죽음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지 않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공기를 통해 이미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마이클은 나무 아래에서 죽은 딱정벌레를 보며 아빠의 몸도 곧 이 벌레처럼 움직이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른들의 말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 집, 저 집을 함께 돌아다니며 아빠와 함께 살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도 벌써 알았다.
아빠는 여러 입양 후보 가정을 보고도 마이클이 갈만한 곳을 선택하지 못했지만, 마이클은 이미 결정했다.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고, 트럭 장난감에 실을 사탕 꾸러미를 가져다준 아줌마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 아줌마에게 최종적으로 과연 나를 받아줄 가정인지 결정할 질문을 한다.
"아줌마는 언제 죽나요?"
4살 마이클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배움이 일어난다.
<스크린으로 존과 마이클을 만난 나>
아이를 낳고 기를 때, 특별한 조건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입양의 경우 법률로 조건을 따로 명시해두고 있다. 한국은 입양 특례법에 양친이 될 자격으로 양자를 부양하기에 충분한 재산이 있을 것, 양자에 대하여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양육과 교육을 할 수 있을 것, 양친이 될 사람이 아동학대ㆍ가정폭력ㆍ성폭력ㆍ마약 등의 범죄나 알코올 등 약물중독의 경력이 없을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신자 친양자 입양도 가능해지도록 민법과 가사소송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다. 그동안 한부모는 아이를 양육하는데 부적합한 가정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친생자나 친양자 모두 아이들은 자신들이 양육될 가정을 선택할 권한이 없었다. 그러나 마이클은 아빠와 함께 다른 아이들이 하지 못했던 결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에는 창문 청소부였던 아빠에게 받았던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면, 가까이에 있던 존이 와 마이클의 두 눈을 깨끗하게 닦아줄 것이다.
마이클의 행복을 빈다.
또 다른 마이클들의 행복도 빌어본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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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관 감독, 시네밋터블 그리고 조제
시네필 박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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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인스타그램을 보던 중 우연히 Cinemeetable(시네밋터블) 이라는 페이지에서 김종관 감독을 만날 기회를 가질 참석자를 모집하는 글을 보았다. 시네밋터블은 민용준 영화기자와
그 주차의 영화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이주연 미식기자가 영화로부터 모티브 얻은 레시피로 직접 요리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프로그램이다. 즉시 지원했으나 아쉽게 선착순에서 밀렸다. 하지만, 며칠 뒤 취소자가 생겼다는 연락이 왔고, 즉시 수락을 했다.11월 22일 오후 5시, 바람이 많이 불고 날이 조금은 추웠지만 그래서 더 운치 있었던 노들섬에 도착하였다. 다른 참석자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고, 평소 김종관 감독이 즐기는 레시피로 만든 하이볼 칵테일을 웰컴 드링크로 마시고 있었다. 곧이어 민용준 기자와 김종관 감독의 인터뷰가 시작 되었다. 준비된 자료인 과거 김종관 감독의 영화들을 일부 클립으로 시청하며 김종관 감독에 대해 깊게 파헤치고 직접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12월 10일에 개봉하게 될 “조제” 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김종관 감독은 필자에게 특별한 감독이 되 었다. 막연하게 영화감독 을 지망하던 시기에 영화 와 시나리오 작성법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이 왔었 다. 책들을 사서 보고 영 상도 많이 찾아봤지만,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 다. 그 당시 ‘클래스101’ 이라는 사이트에서 김종 관 감독의 클래스가 오 픈 된 것을 발견했다. 그 때는 누군지 몰랐지만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믿어보고 싶었다.
그 후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순으로 영화를 접하게 되었고, 그의 감성이 마음에 들었다. 특별 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그 속에도 이야기가 있고 상황들이 만들어 내는 재밌는 그림이 연출 되었다. 거창한 이야기만을 고뇌하던 시기에 김종관 감독의 영화는 ‘이런 영화도 충 분히 매력 있어’ 라고 말하는 듯했다. 101클래스를 수강하던 중 접하게 된 김종관 감독의 단편영화 “하 코다테에서 안녕”은 나에게 큰 충격을 가져왔다. 오로지 내레이션으로만 스토리를 진행시켜나간 이 짧은 영화가 등장인물이 등장해야 만 한다는 편견을 깨주었다. 적은 자본으로도 영화를 시작하고 싶 은 상황의 사람들에게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의 작품이었다.
김종관 감독을 알게 되고 매력을 느끼고 난 뒤, 한국판 조제가 제작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 영화 제작 담당이 김종관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고 더 놀랐으며, 기대가 무척 되었지만, 걱정 도 되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국내에 어마어마한 팬덤을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나름의 비난도 감수해야 될 일종의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독립영화계에 계셨던 감독이 조제 리메이크를 통해 메이저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종관 감독의 작품을 다 본 사람으로 서 기대가 안될 수도 없었다. 그가 그려내는 조제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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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원작 소설이 아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지 칭한다)의 특징은 더러운 사랑이라 고 생각한다. 감동적인 러브스토리 일 수 있지만, 각각의 등장인물들 이 숨기고 있는 더러운 내면, 단점 들이 있다. 그것들을 가리고 사랑 을 하다가 끝까지 담담한척 이별을 마주하는 작품이다. 극 후반부의 담담한 이별이 미치도록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저런 이별이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이 드는 찰나에 폭발해 버리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보여주는 엔딩이 이 작품이 많은 팬덤을 보유하게 된 이유라고도 생각한다.
12월 10일 개봉과 동시에 영 화관에서 김종관 감독의 조제를 관람했다. 예상과는 다른 전개였으 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새로운 조제를 보았다. 판자촌 집과 그곳 에 사는 조제(한지민역), 그리고 우연히 조제와 인연을 갖게 된 영석 (남주혁역)의 캐릭터는 원작에서 대부분을 가져온 모습이었다. 원작의 조제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김종관 감독의 장점이다. 그 장점 은 공간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조제가 사는 집, 집앞 눈쌓인 거리, 조제가 넘어진 골목 등 조제와 영석이 보내는 모든 공간들은 전혀 특별하지 않은 지금 당장 마스크 쓰고 나가도 볼 수 있는 흔한 풍경 들이다. 하지만 이 공간들을 감독은 사건이 벌어지는, 우연한 만남이 있는 특별할 수도 있다는 듯이 툭하고 무심하게 보여 준다. 나열된 풍경 인서트는 위에서 말한 “하코다테에서 안녕”의 아이디어 를 재활용한 모습으로도 보인다. 거리는 김종관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 하는 요소이다. 감독님 스 스로도 사고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신다 하셨고 걸으면서 느낀 그 공간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주로 영화에 담아왔다. 원작 조제와 다르다고 느낀점은 엔딩이다. 결국 조제 커플은 서로의 차이에 속앓이를 하다 이별을 맞이한다. 이별을 맞이하고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며 마무리 되는데, 원작속 남자주인공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역)의 오열장면이 명장면으로 꼽힌다. 반면 원작 속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역)는 스스로 휠체어를 타고 마트를 다녀오는 꿋꿋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모 습으로 마무리 된다. 그렇다면 김종관 감독의 조제에서는 어떨까. 마찬가지로 영석은 자신을 좋아하 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분명히 조제를 추억하는 모습도 보여준 다. 이별 후 조제의 삶이 나에겐 다소 충격(?)이었다. 원작으로부터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에 조 제도 장애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적 도움이 많아졌다. (스스로 차도 몰 수 있다!!) 그런 기술적 발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할머니의 유골을 안장하는 일도 하면서 대견한 나날을 살 아간다. 원작의 조제의 모습이 무기력해 보일 정도이다. 누군가의 도움만 바라는 성격이 아닌 조제 에게 어울리는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조제가 결국 스스로 스코틀랜드에 가서 자기가 원했던 위스키 양조장에 가서 영석을 추억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꼭 필요한 콘셉트였나, 꼭 필요한 장면인 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김종관 감독과 시네밋터블에서 식사를 하며 들은 이야기로는 리메이크 판 조제에서 조제는 보다 더 자기 취향이 확고한 성격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성인 조제가 현실의 어려움에도 꺾이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켜가며 당당하게 살아 갈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담으로 위스키를 좋아하는 취향은 실제 감독님의 술 취향이 위스키라고 한다.
영화 한 줄 평을 올리는 별스타그램에도 올렸지만 필자는 ‘원작만큼 담담하게 보다 더 당당하 게’라고 평가한다. 뭐가 더 명작이고 수작이라고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 전달하고자 했 던 주요 메시지가 다르며 그저 조제라는 인물만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만큼 조제 위주로 전 개되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코로나 시기에 맞물려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제작사 사정으로 인 해 개봉 시기는 어쩔 수 없었다고 들었다. 기존의 김종관 감독 특유의 잔잔함에 상업영화에 길들여 진 대중은 지루함을 느낄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을 보니 원작에 마냥 못 미 치는 영화도 아니었다고 느껴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히려 조제라는 그늘에 가려져 대중도 감 독도 일정한 틀에 고립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리메이크가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 다. 수많은 원작 팬덤, 어려운 시기 속에서 첫 메이저 영화를 당당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관철해내 려 한 김종관 감독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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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1] 따뜻한 정서가 은은히 담겨있는 영화 미나리
미국 이민자들의 정착 과정에 있는 한 한국인 가족의 삶을 다루는 미나리가 개봉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벌써 극장 관람한 관객만 30만이 넘었어요.
왜 이 영화가 이렇게 좋은 반응을 보일까요?
아마도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 때문일거에요.
군데군데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요소들이 있어서 각기 공감하는 지점은 다르겠지만 두루두루 공감할 수 있는 영화죠.
무엇보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에요.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Rabbitgumi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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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우리 함께 아웃백으로!> 공식 티저 예고편
깜찍한 줄만 알았더니 댄스도 죽여준다! 호주 야생동물 공원을 탈출한 치명적인 매력의 동물들. '프리티 보이'라는 유명 코알라와 함께 친구들이 아웃백으로 돌아가려 하면서 추격전이 시작된다! 아일라 피셔, 팀 민친, 에릭 바나, 가이 피어스, 미란다 탭슬, 앵거스 임리, 키스 어번, 아이슬린 데르베스, 재키 위버가 출연하는 가족 코미디 신작. 댄스 본능을 발휘할 준비는 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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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블랙 위도우> 파이널 예고편
"모든 것을 바꾼 그녀의 선택”
어벤져스의 운명을 바꾼 블랙 위도우, 그녀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어벤져스의 히어로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 (스칼렛 요한슨)는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의 거대한 음모와 실체를 깨닫게 된다.
상대의 능력을 복제하는 빌런 ‘태스크마스터’와 새로운 위도우들의 위협에 맞서
목숨을 건 반격을 시작하는 ‘나타샤’는 스파이로 활약했던 자신의 과거 뿐 아니라,
어벤져스가 되기 전 함께했던 동료들을 마주해야만 하는데…
폭발하는 리얼 액션 카타르시스!
MCU의 새로운 시대를 시작할 첫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끽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