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3-09-17 11:26:21
[SICFF 데일리] 눈보라를 이긴 따스한 사랑의 교감
영화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2022)
감독: 박재범
배역: 이윤지, 김서영, 강길우, 김예은, 이관목, 송철호, 이용녀 外
러닝타임: 69분
“북극성을 따라서 붉은 곰을 찾아가렴” 툰드라의 그리샤, 엄마를 살리려면 숲의 주인을 만나야 한다.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은 툰드라 배경에 스톱모션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3년 3개월이란 제작 기간인 만큼 스톱모션의 섬세함을 보인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평원 속 순록의 피를 마시는 장면과 오로라가 비추는 하늘을 구현한 장면은 툰드라 지역의 현실성을 보인다. 순록의 피를 마시는 장면이 자칫 아이들에게 잔인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툰드라 민족에게는 일상이고, 어린이들의 새로운 지식과 시야를 넓히게 만들 수 있다. 예이츠의 딸이자 장녀인 그리샤는 엄마가 갑작스레 원인 모를 병에 걸리고 무당으로부터 숲의 주인을 찾으라는 조언을 듣는다. 아버지는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말하며 도시로 나가 현대의 약을 구하러 간다. 문명에 타협한 태도를 보이는 아버지와 달리 그리샤와 남동생 꼴랴는 숲의 주인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한편, 숲의 주인을 없애기 위해 떠나는 러시아 연방군 블라디미르도 숲의 주인은 찾기 시작한다. 마침내 만난 숲의 주인은 천년을 산 거대한 붉은 곰이었고, 천 년을 살아갈 수 있었던 비밀은 신비스러운 장소 바위 아래 조그맣게 자라는 월귤나무 열매의 힘 덕분이었다. 블라디미르로 인해 다친 숲의 주인을 그리샤가 도와주며 열매를 얻는다. ‘숲의 주인’이라는 점과 치유의 힘과 같은 민담이나 소설의 구상을 영화화로 만들어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은 좁게는 그리샤와 엄마와의 관계를 보이고, 넓게는 생물을 포용하는 자연을 엄마라고 빗대어 표현해 자연의 위대함을 선보인다. 어머니의 헌신과 어머니를 향한 따스한 사랑이 차가운 눈보라를 이겨낸다.
상영일정: 9/15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9/13~9/20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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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해진 벌크업
2019년 개봉한 영화 <샤잠!>은 북미 1억 4천만 달러를 포함해 전 세계 3억 6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작품이다.
"마블"을 비롯해 자사의 "DCEU"를 생각하면, 흥행이 조촐하다만 반응이 나쁘지 않았기에 곧장 속편 제작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개봉 일자가 미뤄졌고 겨우 잡은 일정은 <아바타: 물의 길>과 겹쳐 한 번 더 피하게 되었다.
근데, 이번에는 달라진 "DCEU"의 기조로 흥행을 한다 해도 3편 제작도 불투명하다. - <블랙 아담>의 흥행 실패로 전면적인 "리부트"를 선언했다!전작으로부터 여전히, "샤잠"으로 활동하는 "빌리"와 친구들의 앞에 "아틀라스의 딸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빌리"와 친구들에게 "샤잠"으로 변할 수 있는 슈퍼 파워를 빼앗으며, 도시와 가족들을 위험을 빠트리게 하는데...1. 점잖아진 성장
속편에 위치한 영화 <샤잠!: 신들의 분노>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시리즈"에 속한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작의 마지막부터 "빌리 뱃슨"을 비롯하여 "샤잠"이 늘어나 "팀"이 되었고, 이번 속편의 빌런으로 등장하는 "아틀라스의 딸들" 역시, 또 하나의 집단이다.
그러면서 "집단 vs 집단"으로 늘어난 캐릭터들로 커진 규모는 교통정리가 소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신들의 분노>는 특별하진 않지만, 벌크업을 이루는 데에 성공한다.이번 속편에 등장하는 메인 빌런 "아틀라스의 딸들"부터 설명이 필요하나 명료한 동기와 "헬렌 미렌"과 "루시 리우"로 맡은 배우들의 매력만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 "샤잠"은 설정에서 다양한 위인들의 재능을 하나씩 분배되어 당위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분산된 캐릭터성으로 '평면적인 캐릭터가 되는 건 아닌지?', 조심스레 걱정도 해보지만 이야기는 "빌리"의 성장담으로 "슈퍼 히어로의 고민과 성장"이라는 장르의 특성으로 이어진다.결국, 이번 속편 <신들의 분노>는 너무나도 평범해진 영화가 되었다.
전작 역시, 크게 도드라진 영화는 아니었지만 "유치함"으로 관객들의 호불호를 만들어 편을 가르게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속편은 더 극으로 가는 게 아니라 중도를 지향하며, 전작보다 더 대중적인 영화가 되었다. - 이런 부분은 전작보다 더 나아졌다는 인상을 남긴다!2. 그래서, 뭘까?
하지만, 그렇기에 마땅히 특별한 점을 찾기가 어렵기도 하다.
그나마, 찾아본다면 중간에 불타버리는 "슈트"로 <블랙 아담>이 연상된다.
이외에도 <분노의 질주>와 같은 영화들을 말하는 "메타 발언", "애나벨 인형", 다리가 무너지는 장면은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등이 떠오르나 <샤잠!: 신들의 분노>를 봐야 하는 차별화까지 이끌어내지 못한다.
그리고, 메인 빌런 "헤스페라"의 심리 변화와 갑작스러운 "저스티스 리그"의 캐릭터의 등장은 이야기의 개연성까지 따져볼 부분도 있으니 무난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tmi. 1 - 극 중. "캡틴 마블"이라고 불리는 장면이 있는데, "샤잠"으로 불리기 전에 해당 캐릭터의 이름이 "캡틴 마블"이었다.
· tmi. 1. 1 - 다만, 인수 과정에서 상표 등록을 "마블"에서 하면서 부득이하게 개명했다!
· tmi. 2 - 쿠키 영상은 2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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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란 게 지겹긴 해도 좋은 건가 봐'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 어쩌다 살아있지?'라는 생각이다. 내 삶에 있는 여러 페널티에 대해 생각해봤다.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이 노예 생활이었다. 주말에 극장도 맘 편히 못 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선 넘었다. 빨리 이 400여 일이 지나야 나도 직장이란 걸 가져 주말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신체적인 문제가 있다. 이 쪽으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강박증이다. 지금도 글 쓰다 말고 손톱을 바싹 깎았다. 또 지금 리뷰를 작성하는 이유는 무언가에 홀렸기 때문이다. 매주 한 편을 안 봐서 두 번 글을 쓰지 않으면 그 다음주가 굉장히 불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씌었다. 물론 이게 재밌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 이런 일들이 단순히 재미로만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열 받으면 온 몸이 간지러운 두드러기. 요즘 자주 그러는 건망증. 신기할 정도의 이해능력. 뭔가 부족한 사회성. 흥분하면 아무 말 대잔치하는 화법까지. 또 지울 수 없는 후회가 남아있다. 나라는 인간을 감당하기엔 단점이 많은 게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막 우울하고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행복하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다. 그냥 내가 뭔가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도 아니다. 그냥 그런 기분이랑 상관없이 가끔은 세상이 날 필요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되는 건 없고. 노력해도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고. 어쩌다 오늘같이 나태한 내가 싫고. 사랑도 우정도 추억도 기쁨도 새롭게 시작하기엔 멀리 온 오늘. 우울하진 않아도 마음이 답답하니 그저 흘러가는 하루를 살뿐이다. 난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내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따뜻함은 뭘까? 이런 회의감이 참 지긋지긋도 하다. 잘 안다. 다들 이렇다는 걸. 그래서 이렇게 글로 쓰는 게 사실 조심스럽기도 하다. 읽는 사람에게 어두운 이야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쩐지 내 삶의 이유를 찾고 싶다고 생각이 들 때, 역시 최고의 해답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한다. 이 영화 역시 좋은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주 어디쯤에 사는 춘희 씨를 만나보자.
지갑은 얇아도 마음은 따뜻해
1998년, IMF가 직격으로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어느 날이다. 주인공은 평범한 10대 소녀 춘희다.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한 집에 들어오는 춘희. 일행은 전부 검은색 옷을 입었다. 아마 친척 집에 머무르려고 하는 것 같다. 어디에서 잘까? 대화하는 친척들. 어느 방이 좋겠어. 어느 곳이 괜찮아. 이야기를 하다가, 한 방으로 낙찰이 됐다. 그 방은 다락방이다. 책상도 있고 옷장도 있고 이런 구성이 아니다. 사람이 딱 눕기만 가능한 그런 곳이다. 남의 집 더부살이가 속이 편할 리가 없다. 손에 땀이 많이 나는 춘희. 땀 흘렸던 자국을 없애라고 꾸중 듣기 일쑤다. 거의 침낭 수준의 방에서 숙식하는 것도 모자라 신체적인 콤플렉스까지 춘희의 10대는 영 편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교우관계가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폴카 댄스도 혼자. 노래방도 혼자. 놀이공원도 혼자. 언제나 혼자였던 춘희. 어머니, 아버지는 왠지 안 계시고, 집에서도 그렇게 환영받지 못한다. 아까 썼듯 다한증까지 있던 춘희. 심지어 학교 선생님까지 춘희의 손에 있는 땀에 질겁해 거리를 둔다. 춘희에게 혼자는 낯선 것이 아니다. 늘 그랬으니까. 아니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시간이 지나 춘희는 어른이 됐다. 여전히 그 집에서 숙식하는 춘희. 왠지 외삼촌 가족은 집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춘희는 뚜렷한 직장이 없다. 집에서 혼자 마늘을 열심히 까 외사촌의 가게에 납품하는 것으로 돈을 모으는 모습이 제시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다한증 수술을 하기 위해 돈도 꼬박꼬박 모았던 춘희. 여러모로 괴로웠던 10대 생활을 뒤로하고 꿋꿋하게 삶을 살아가는 듯한 그녀다. 춘희는 정도 많다. 지나가던 노숙자에게 선물 받은 건강신발도 주기도 하고, 심리치유 프로그램에서 만난 말더듬이 남자에게 '말을 잘하시네요'라며 빙긋이 웃어 보이기도 한다. 삶은 어렵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춘희. 춘희에게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것 같다. 외로웠던 유년시절을 뒤로하고 이제 누군가가 자기를 사랑해주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춘희에게 새로운 봄이 찾아오는 것 같다. 사랑스러운 춘희 씨는 뭔가 다른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영화는 새롭게 시작된 인연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삶에게 바치는 따뜻한 손 하나
그러니까. 다들 그럴 때 있지 않나. 이 세상의 불행이 나에게 다 몰빵 된 것 같은 기분. 마음대로 되는 건 없고. 난 과연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들고. 사실 혼자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그렇게 세상에게 선택받은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그러면 항상 분기점이 되는 트라우마로 기억이 향한다. 시간을 돌린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같은 곳에서 나를 자학하고 있다. 이 영화는 그 지점에 관한 작품이다. 이유와 목적을 찾지 못했기에 계속해서 나에게 그 원인을 묻는다. 멍청한 놈. 네가 그런건 다 그 시기 때문이야.
그런데 사실 삶의 의미나 목적이라고 하는 것이, 언제는 의미가 있었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목표 좋다. 나도 이 글 써서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다. 또 좋은 곳에 취업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잘 살고 싶다.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잘 안다. 만약 내가 원하는게 이뤄졌다 치자. 소집해제를 하면 자취를 해야 한다. 그럼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겪어야 할 일이 있다. 내 뒤에서 글을 쓰고 있는 부모님도 언젠가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 이런 부정적인 일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그게 환기가 될까?라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난 지금도 세상이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내가 뭘 이루건 내 안에 부정적 에피소드가 쌓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토록 잘 써왔다고 자부했던 내 인생의 역전극의 엔딩이 어찌 됐건 아무 의미 없을 거 같다. 그렇게 삶이 어두워지는 게 아무렇지 않게 성격이 변한다. 그런데. 인생이 엔딩으로 끝나는 게 전부가 아니다. 해피엔딩으로 삶이 끝나서가 아닐 것이다. 엔딩이 나면 일단 인생이 없는데, 그게 과연 중요할까? 아닐 것이다. 난 말을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만난 여자가 내가 달변가라고 칭찬했다. 그럼 행복한 거다. 비슷한 맥락으로, 세상에 닳고 닳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이유는 수천 가지인데, 행복한 건 그 단 한 가지면 된다. 영화는 이런 행복의 과정을 반복되는 자기혐오 속에 내던진다. 내가 불행했던 이유를 어린 시절의 나에게서 찾는 것에 대해 '그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야'라고 말한다. 밝은 삶도, 어두운 삶도 괜찮으니 이제 자기 학대는 그만두라는 땀 가득한 손을 건넨다. 어차피 우리에겐 많은 빛이 남아 있다는 말과 함께.
말 더듬이 주황
두 주인공의 인물 설정이 좋았다. 특히 쓰고 싶은 건 홍상표 배우가 맡은 주황이다. 주황은 유물에서 문지기를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잘 사는 집안 아들이 아니었던 남자. 주황 역시 어떤 트라우마를 안고 말을 더듬게 됐다. 이 더듬는다는 단점이 갖는 탄력이 좋았다. 사람이 갖고 있는 다른 단점이야 수 없이 많다. 예를 들어 키가 작거나, 피부가 안 좋거나 등등. 단순히 말더듬이가 아닌 다른 것을 보여줘도 큰 전개에는 무리가 없었을 것 같다. 그러나 말더듬이로 설정한 건 여주인공과 유사점이 있다. 말더듬이가 되면 불편한 게 뭘까? 세상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일 것이다. 나를 싫어하는 듯한 세상에 씩씩하게 살아가는 춘희와 공통점을 갖는다. 이를 기점으로 설정 하나로 인한 각본의 탄력이 물 흐르듯이 이어진다. 여주인공 춘희의 따스함, 주황의 지난했던 삶, 특정 집단에게 받았던 상처, 코미디 요소, 후반부 클라이맥스까지 내용의 전개가 부드러웠다. 감독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물론 영화 내적인 측면에서도 말더듬이라는 설정이 탁월했지만, 이 영화에서 이 인물이 좋았던 건 그냥 매력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사람이었다. 주황은 연애 경험이 그렇게 많을 수 없는 사람이다. 말을 심하게 더듬으니 사람 만날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그 덕에 엄청 소심하다. 그런데 이 사람의 행동은 확실히 진심이다. 캐릭터 자체가 이런 순박함이 보였다. 그 덕에 행동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남았다. 극의 전개상 춘희의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이지만 주황 캐릭터의 서사도 궁금할 정도였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들어갔을 법한
일단 첫 번째. 인물 직업 중에 '영화감독' 있다. 이거 아마 자기를 투영해서 만든 캐릭터일 것이다. 그리고 주황이 수문장으로 있는 '경기전'은 감독이 지금 살고 있는 전주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또 HOT나 폴카 댄스 같은 요소도 왠지 최진영 감독이 마음에 들었던 소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춘희의 코디가 맘에 들었다. 텍스트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인데, 빨간색을 활용한 느낌이 '이 사람은 꾸밀 줄 안다'는 느낌이 들기 충분하다. 그리고 일부 대사에서 감독이 왠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넣은 게 아닐까 하는 부분이 있다. 여러분이 영화를 보시면서 '이 부분은 그런 거 같다'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엔딩에 나오는 음악도 감독의 취향이 반영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영화가 좋긴 했지만
영화 좋았다. 엔딩까지 보고 나서 기분 좋아지는 느낌이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단점이 없지는 않다. 좋은 작품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드는 기시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뭐 보는데 큰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쉽고 재밌게 잘 짜인 영화라 삶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손난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독립영화계의 국밥들
이 영화하면 기억에 남는게 관객들이었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이후 극장에 사람이 많은 경우를 처음 봤다. 그런데 배우들이 통통 튀고 사랑스러웠다. 어린 춘희 역을 맡았던 박혜진 배우가 기억에 남았다. 물론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주인공 역을 잘 소화했다고 볼 수 있다. 아. 위에서도 썼듯 홍상표 배우도 연기가 좋았다. 내가 제주 사람이라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이름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분인지는 몰랐다. 연기를 사랑해서 하는 느낌? 또 강진아 배우도 역할에 맞는 온화함과 사랑스러움이 느껴졌다. 이런 독립영화에 자주 나오시고 상영관도 많이 잡혀서 볼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요, 여러분 ^_^
세상을 이겨내는 모든 춘희씨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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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코모레비’를 찾아서
인생은 한 편의 시와 같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 자체로 멋지지만 가슴에 오롯이 새겨지지 않았던 이 말은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기여이 내 마음에 들어 앉았다. 평범한 일상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상황 속 찰나와 같은 ‘코모레비(こもれび,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의 순간은 시처럼 담백하고 아름다운 인생의 한 부분을 그려낸다. 비록 평범하지만 그 자체로 완벽한 날이라 말하는 영화는 관객 모두에게 이런 삶을 살고 있지 않느냐고 되묻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어쩌면 이 작품은 그 물음의 답을 찾는 우리들의 여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는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난다. 씻고, 식물에 물 주고, 자판기에서 뽑은 캔커피를 마신 그는 차를 끌고 일터로 나간다. 출근길 동반자는 이른 아침 도심 풍경, 그리고 카세트 테이프로 들리는 올드 팝이다. 이곳 저곳 화장실 청소를 하다 점심 시간이 되면 근처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필름 사진기로 하늘을 찍는다. 모든 일이 끝나면 귀가 후 목욕탕에 가서 말끔히 씻고, 지하철 역사에 있는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기울인다. 캄캄한 밤이 되면 책을 읽다가 졸리면 잠을 청한다. 매일 이 똑같은 일상을 사는 그는 누가 뭐라 하던 간에 묵묵히 자신의 루틴대로 일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집에 조카 니코(나카노 이리사)가 찾아오고, 그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퍼펙트 데이즈>는 히라야마를 통해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보여주며,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히라야마는 매일 똑같은 일을 열심히 한다. 극중 어차피 다시 더러워질 화장실을 왜 그렇게 열심히 청소하냐는 동료의 핀잔에도 히라야마는 닦고 또 닦는데, 이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행위 자체가 누군가에게 행복한 순간을 줄 수 있다는 걸 믿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매번 그의 바람처럼 세상 일이 돌아가지는 않지만, 그 또한 인생이라고 믿으며 감내하고 또 다시 일을 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히라야마는 고단한 삶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수행자의 모습처럼도 보인다.
영화는 히라야마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주변인들, 특히 매번 그 자리에 항상 있는 사람들을 주시한다. 공원에 있는 나무, 공중 화장실, 집 주차장 캔 커피 자판기 등 무심코 지나가지만 꼭 있어야 하는 존재처럼 서점 주인, 식당 사장, 사진관 사장, 공원 노숙자 등을 히라야마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그들 또한 자신의 자리에서 책으로, 술 한잔으로, 사진으로, 존재 자체로 위안과 행복을 주는 이들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이들의 평범한 모습과 일상을 담은 건 이 영화의 시작점에서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연출을 맡은 빔 벤더스 감독은 도쿄의 공공 화장실들을 수리하는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리한 화장실을 보고 영감이 떠오른다면 관련된 작품을 하나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노 감독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도쿄의 화장실 그리고 이 도시의 사람들 일상을 지켜보며,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히라야마처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에 다른 이들이 잠시나마 특별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 예로 히라야마가 동료 다카시(에모토 도키오)에게 썸녀와의 데이트 비용을 주거나, 조카 니코에게 잠시나마 휴식처를 제공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영화는 감독의 시선처럼, 극중 인물과의 거리두기를 한다. 히라야마라는 인물의 감정이나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고 설명하기 보다는 멀리서 지켜볼 뿐이다. 마치 그가 하늘을 향해 사진을 찍고, 공원 노숙자를 지켜보고, 동이 트는 도심 풍경을 바라보듯 말이다. 이를 통해 생긴 여백은 아이러니 하게도 관객이 주인공의 일상에 더 집중하고, 미세하게 변하는 그의 감정과 태도를 확인하게 만든다. 이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바라보는 시점샷으로 변주를 주는데, 이를 통해 히라야마의 감정선과 그날의 온도차를 유추할 수 있다. 장면마다 흐르는 올드 팝 또한 말 수가 적은 그의 감정을 유추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한다.
<퍼펙트 데이즈>가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야쿠쇼 코지의 연기 덕분이다. 빔 벤더스 감독이 카메라로 써내려 간 영상 시에 때로는 규칙적으로, 때로는 격렬하게 운율을 행하듯 보여주는 연기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대사가 아닌 표정과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몇 마디 말보다 임팩트가 더 강하다. 특히 극 후반부 아쿠쇼 코지의 마지막 표정은 압권이다. 그동안 숨겨왔던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처럼 하루 하루 쌓아온 모든 감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데, 이를 위해 2시간 내내 절제 연기를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다. 극 중 다카시의 대사처럼 10점 만점에 10점. 아쿠쇼 코지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듯 제76회 칸영화제, 제47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에게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겼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관객이라면 히라야마의 마지막 표정을 보며 삶이 고되기에 찰나의 행복을 느끼는 건지, 찰나의 행복이 크기에 삶이 고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결국 정답은 없기에 이 힘든 삶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는 철학적 사유를 할지 모른다. 그보다 중요한 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아닐까. 고단한 삶을 깨우는 소리와 음악, 햇빛, 목욕, 사진, 술 한잔, 책 등 작지만 소중한 것들로 우리는 행복을 느끼고 그렇게 살아가니까 말이다. 부디 이 영화를 보고 고단한 삶을 잠시 잊게 만드는 자신만의 ‘코모레비‘를 찾길 바란다. 우리들의 퍼펙트 데이즈를 위해~
덧붙이는 말: 영화를 보고 극장 밖에 나오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와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을 꼭 들게 될 것이다. K-pop 대신 올드팝을 듣는 자신에게 너무 놀라지 말고, 두 곡을 포함한 명곡 향연에 푹 빠지길 바란다. 빔 벤더스 감독님! 플레이리스트 좀 공유해주세요~
사진제공: (주)티캐스트
평점: 4.0/ 5.0
한줄평: 단조로운 일상에 스며든 특별하고도 가치있는 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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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써 피운 촛불을 냉동고에 넣는다면
이거 왜 진짜야?
이 영화의 주인공은 기자 임상진(손석구)이다. 그냥 월급쟁이인 임상진. 하지만 월급쟁이 치고 실력이 좀 있는 편이다. 나름 업계의 경력자로서 임상진을 아는 사람이 좀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인지도. 그 인지도 덕에 제보가 들어왔다. 따르르릉. "임상진 기자님이죠?" 수화기 속의 남자는 대기업 만전에게 억울한 일을 겪었다고 제보했다. 상진이 듣기에 남자의 사연은 만연해서 기사 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더 들으면 들을수록 냄새가 진했다. 사건을 추적하는 임상진. 남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기사를 써서 제출한다. 대형 스캔들이 될 거라고 확신하는 임상진. 하지만 대형 스캔들이 반대로 돌아와 임상진을 공격했다. 동시에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며 기사가 묻혔고, 만전은 임상진의 악의적 오보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임상진에게 들리는 소식. 임상진에게 제보했던 남자가 상진의 기사 때문에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순식간에 무너진 임상진.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 이런 상진에게 메시지가 날아온다. "기자님.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에요. 우리 어디서 만나요."
사이버 세상의 아쿠아맨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글쓴이는 이야기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연출이라고 하고 싶다. 간단하게 말해서 그냥 재미있다는 뜻이다. 왜 재미있을까? 그거야 영화가 친절하게 돌다리를 하나하나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인물에 몰입할만한 근거를 영화가 안에서 친절하게 다 설명해 준다. 가령 초반부 굉장히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 중에 우리가 모를 법한 에피소드를 가져와 소개한다. 이 문장에서 핵심은 '잘 알려진 역사'라는 점인데, 배경지식 알고 비문학 문제 풀듯 익숙한 사실이 있으니 흥미로운 초반부가 빛을 발한다. 그다음은 임상진을 묘사하는 방법이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거 간단하다. 임상진이 직업인으로서 취재하는 모습부터 보여준다. 어떻게? 하지만 이 인물에게 굉장히 강한 동기부여가 있다. 바로 자존심이다. 이 두 설정, 무작정 깊지만은 않지만 적당히 있는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이나 인물이 가진 자존심 같은 것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 있어 최적화되어 있다. 누구든 이 인물을 이해할 수 있으니 납득이 쉬운 것이다.
또 다르게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력은 사실적인 디테일이다. 이 영화가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이니만큼 취재했던 내용을 르포처럼 끌고 가는 게 중요했다. 왜?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목표는 '미디어가 사람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좌지우지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게 목표라면 팀 알렙이 어떤 공작을 벌일 때 어떤 방식으로 여론을 장악하는지 그 자세한 부분을 각본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흥미를 느끼는 방식은 '이걸 이렇게 꺾네'라는 일종의 변화구일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일반적이지 않아야 댓글부대가 가진 힘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영화가 논리적인 근거까지 잘 보여줘서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거시적인 부분만 건드리기만 하고 끝난 건 아니다. 팀 알렙과 영화 안의 등장인물들은 인간이다. 당연히 갈등도 있고 고민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영화 안에서 무의미하지 않게 소비한다. 대표적으로 이은채라는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은 이 인물 하나만으로 특정 지을게 아니라 한 대상이나 집단에 대한 여론이 움직이는 과정을 전부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침없는 영화의 화법이 주제를 풍부하게 만드는 좋은 수가 된 것이다.
'노빠꾸'로 달린다
이 영화의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온라인 세상 묘사다. 다른 영화/드라마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묘사할 때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던 것과 다르게 이 영화는 주저함이 없다. 일부러 인터넷 밈을 쓴다던가 하는 이상한 고증에 붙잡히지 않고, 또 그런 제약 없이 저속해서 영화/드라마에선 다룰 수 없던 것들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대표적으로 영화에서 중요했던 두 장면이 있다. 찻탓캇(김동휘)가 임상진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은 사실상 영화의 승부수와도 같아서 관객 입장에서 몰입시킬만한 시발점이 되는데 자극적인 커뮤니티 글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적인 모습도 잘 포착한 감독의 저력이 빛난 장면이다. 다른 장면은 임상진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이 영화의 핵심과도 닿아있어서 구체적인 서술은 어렵지만 나름 MZ세대 중 하나고 커뮤니티 세상을 안다고 생각했던 글쓴이도 '이렇게 자극적이지만 자세할 수 있나'라는 감탄을 하게 됐다.
표면적으로 <댓글부대>는 온라인 세상을 광폭하고 세세하게 묘사했지만 사실 그 이면에 깔린 것도 중요하다. 이 영화의 각본은 철저하게 한 모티브를 반복하고 있다. 가령 영화의 첫 장면은 한국의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제시한 이 사건은 한국사회의 거대한 파도와도 같아서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이 이 일에 영향을 받았다(는 전제 하에 영화를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댓글부대>처럼 여론을 움직이는 소수의 입김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영화가 초반에 제시한 사건처럼 긍정적으로 작동하면 좋겠지만 아닌 경우도 존재한다. 이 영화가 후자를 다룬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대해 약간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뭐든 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해도 세상이 변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댓글부대>는 그 무기력에 미스터리로 정면대결을 펼치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면대결을 펼치는 임상진의 태도가 사실상 영화의 후반부까지 내내 통일감 있게 반복된다.
댓글부대 임지섭
영화가 흡인력이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가 가진 힘 덕분이다. 우선 이 이야기를 전면으로 끌고 가는 손석구 배우는 감정적으로 일관된 척하는 연기가 좋았다.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열불이 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것이 영화 전면에 등장하면 이야기에 안정감이 떨어진다. 왜? 영화의 제일 첫 번째 과제가 임상진의 내면을 보여줘서 그의 영웅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임상진의 노트북과 시야 안에 들어오는 것을 오롯이 전달할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데 동시에 과제가 있다. 이 인물의 행보가 사실상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기 때문에 이 인물이 과하면 영화가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손석구 배우는 인물이 겪는 모든 감정을 체화하며 이야기를 견인한다. 이 연기가 후반부의 특정 인물과의 대화에서 폭발하는데 이 장면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머릿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팀 알렙 3인방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가장 좋았던 건 팹택 역의 홍경 배우다. 납작한 찻탓캇(김동휘)나 모호한 찡뻤킹(김성철)에 비해 이 사람은 감정적으로 낙폭이 크다. 이 낙차는 이야기 안에서 굉장히 좋은 승부수였다. 영화가 엔딩에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 있다. 이 핵심을 통해 찍는 감정적인 방점이 팹택이 아니었다면 밋밋하게 느껴지기 쉽다. 글쓴이는 홍경 배우가 시선을 잘 활용하는 배우라고 생각해 왔다. 어디에서 어떻게 보면 이런 표정이 효과적일 거야! 를 잘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이다. <D.P>에서도 조석봉을 괴롭힐 때 같은 웃음을 지고 모멸감 가득한 표정을 지어도 매 번 다르게 해석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본작 <댓글부대>에서도 이런 연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인물이 가진 내면을 아래에서 위로 찍는 카메라에 다 담기는 것이 감정연기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냉동고
글쓴이가 이렇게 <댓글부대>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엔딩에서 의문점이 찍혔다. 글쓴이가 이 <댓글부대>를 대략적으로나마 요약하자면 "온라인상을 구현하는데 진심이고, 손석구와 김동휘, 홍경, 김성철의 연기도 좋으며 미스터리로 끌고 가는 박력이 좋다. 그런데 여론에 좌지우지되는 인간의 삼라만상을 다 담았네? 또 거침없이 질주하기까지 하니 힘이 좋네?"라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좋은 영화다. 그리고 기획의도도 알 것 같다. 영화가 지키고자 했던 것이 이야기와 유리되면 안 되잖아? 그리고 이 영화도 <댓글부대>의 키보드가 품은 날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이 모든 장점을 끌고 가는 하나의 특징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엔딩에서 느슨해진다. 글쓴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 이 영화 초반부에서 한국의 현대사가 등장한다. 이 사건에서 디테일을 점점 추가하면서 이야기를 굴린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굴리는 힘은 '정말 있을 법한' 사건들이다. 커뮤니티 세상을 잘 알든 모르든 신선한 톤으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 허구의 이야기가 사실적인 부분에서 빛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흐름을 전면으로 영화 안에서 반박해 버린다.
영화가 자처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갑자기 뒤로 숨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가 고발한 한국사회의 부조리들이 좀 가볍게 느껴지는 측면이 좀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흑막인 한 집단에 대한 부분도 2024년의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그룹이다. 또 이 댓글부대와 관련한 정치적인 사건도 있었다. 이 둘에 대해 가감 없이 다루는 것이 영화의 동력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체화하는 것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그렇다면 이 인물들에게 신뢰도를 주고 기획의도를 살리는 선택도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열린 결말에 대한 불호? 글쓴이는 오히려 열린 결말로 끝내는 것이 오히려 나았다고 생각한다. 기획의도가 체감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린 결말이기 이전에 너무 깊게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임상진과 찻탓캇의 행보에서 의문이 좀 많이 갔다. 영화가 후반부를 작위적으로 마무리를 지은 듯 했다. 오프닝과 엔딩크레딧에서 던지는 문장 몇 마디도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단서를 던져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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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월드컵을 기념해서 축구 영화를
총 여섯 편을 추천드릴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축구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소림축구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때 황금의 오른발로 명성을 날렸던 축구선수 명봉. 그는 부정시합 제의를 거절한 후 폭행을
당해 오른발을 잃지만, 넝마주이 씽씽 그리고 소림사에서 무공을 익히던 친구들과 함께
축구팀을 꾸린다.
cine pick!
주성치의 첫 번째 단독 연출작이자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홍콩 영화이다. 많은 사람들이
N차 관람을 하는 영화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이다.
선데이리그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인생의 가장 완벽한 한 ‘골’을 위해 왕년에 피땀눈물을 꽤 흘려도 봤지만 끝내 좌절하고, 지금은
더 이상 완벽해지려는 시도조차 멈춘 이와, 못내 이루지 못한 꿈줄을 붙잡고 행복해지려고
애쓰는 축덕 어른이들의 눈물 핑, 콧물 찡 흐르는 풋풋살벌 코미디 영화
cine pick!
재기발랄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코미디이자 가슴 뭉클한 성장 드라마로 공감의 웃음과 감동을
안겨준다.
골!
ⓒ 네이버 영화
synopsis
산티아고 뮤네즈의 아버지는 빈곤한 그의 가족을 이끌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넘어왔다. 그런
산티아고의 유일한 관심은 오로지 축구뿐이었다. 마침내 그는 지역 시합에서 축구를 하다가
스카우트 담당인 글렌 포이에 의해 발굴되어 영국 프리미어 클럽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입단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레알 마드리드와의 계약을 앞둔 중요한 게임을 앞두게 되고,
화려한 세계 축구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의 끝없는 노력이 계속된다.
cine pick!
<골!>은 3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 영화의 첫 번째 시리즈이다.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사람에게
용기를 복돋아 주는 영화이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으며, 축구를
좋아한다면 꼭 봐야하는 영화다.
맨발의 꿈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전직 축구스타 원광은 동티모르에서 사기를 당하고,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에게 신발을
팔기로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축구화가 비싸 사지 못하고, 원광은 다른 결심을 한다.
cine pick!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을 결성하여 히로시마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우승으로 이끈 한국인 감독
김신환 감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영화이다.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한 웃음이 나오고,
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그들만의 월드컵
ⓒ 네이버 영화
synopsis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축구 스타 대니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명예가 실추되고 급기야
음주운전에 경관 구타로 감옥에 가게 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감옥에서 간수로부터
축구팀을 훈련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따돌림을 피할 수 있는 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그것은 간수 대 죄수 축구 시합을 벌여 죄수들이 이기게 하려는 것이다.
cine pick!
1974년에 개봉한 <더 롱기스트 야드>를 각색한 <그들만의 월드컵>은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매력적인 영화이다.
베른의 기적
ⓒ 네이버 영화
synopsis
2차대전 후 독일의 어느 탄광촌, 마테스는 마을 출신 축구선수 '란'을 영웅 삼아 살아간다.
아버지가 수용소에서 풀려나고, 냉담하던 아버지는 그를 월드컵 결승에 데려간다.
cine pick!
축구를 좋아하는 사라마과 스위스 월드컵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본다면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될
영화이다. 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독일의 흥행작으로 꼽힌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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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이라고 믿고 싶었을 뿐
한 가족이 단란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여름 휴가를 즐기는 그들에게 걱정이란 없어 보인다. 여름 휴가가 끝나면 아늑한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날들은 어딘가 위태로워 보인다. 아이들은 밤마다 잠에 들지 못하고, 그들은 근처 냇가에서 놀다가 황급히 들어가야 했으며 총소리인지 비명소리인지 모를 오묘한 소리가 집 주위를 맴돈다. 시각은 벽으로 차단했지만 소리는 막을 수 없기에 환상적인 정원을 보면서도 이 집안을 감도는 전체적인 불안은 필연적이다. 그들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천국은 겉보기에 천국으로 보였겠지만 위선과 불안으로 점철된 지옥이었다.
1. 인간성이 없는 천국은 정말 천국인가
그녀, 헤트비히의 엄마는 이렇게 좋은 집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린 딸이 자랑스럽다. 그만큼 그 집은 주위 인간들에게 부러움을 살만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곳에 온 뒤부터 잠에 들지 못한다. 매일 밤 무엇이 불타고 있는지 그녀도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일정보다 더 일찍 그곳에서 빠져나온다. 그 모습이 다분히 인간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는 도망치고 싶어야 맞는 것이다. 하지만 헤트비히와 그녀의 가족들은 그 곳을 천국이라고 생각하고 평생 눌러앉을 것처럼, 전원 생활인 것마냥 생활한다. 이런 그들의 모습은, 어딘가 고장난 사람들처럼 보인다. 아무리 나치 사상에 물들어 이념이 사고를 가로막고 있다고는 하나,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은연 중에 다 알고 있을 텐데, 삐뚤어진 이념은 이렇게 사람을 망가뜨리는 걸까.
그들에게 유대인이란 하등한 존재이기에 죽어 마땅한 존재였던 걸까. 그런데 왜 나치들이 유대인들을 못죽여 안달난 그 모습은 우월감보다는 열등감으로 보일까. 도를 넘은 우월감은 열등감이라고 했던가. 사실 다큰 성인이 그런 곳에서 행복해하면서 살고 있다면 뭐 저런 미친 인간이 다 있나 하겠지만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가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에서 천국이라고 믿으며 양육하는 모습에서 이들은 인간성을 규정하는 퓨즈가 하나 나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무리 유대인이 열등하고 죽어마땅하다고 생각했어도 웬만하면 쉬쉬하면서 안보이게 죽이지, 저렇게 시야만 막아놓고 귀만 열어놓으면 아이들은 별의별 상상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그게 정말 부모의 모습일까.
2. 엔딩씬에 대한 해석
엔딩씬에 대한 해석이 내 안에서 확립되지 않고 있다. 루돌프가 하는 구역질은 반인륜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구역질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어떤 리뷰에서 나치의 만행을 후손들이 닦는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아직도 후손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가 아닐까 라는 의견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직도 나는 아우슈비츠에 있는 나치들이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나보다. 어떻게 하면 가스실에서 여러명을 죽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는 사람의 진짜 내면 속에는 '이러면 안된다'는 마음의 소리도 있었다는 것을 보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그의 구역질을 자신에 대한 구역질로 해석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3. 그 외의 상징들
이 영화는 시각보다는 청각에 집중하게 되는 영화이지만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영화 속에서는 적외선 카메라로 노동자들을 위한 음식을 숨기는 소녀를 찍었다. 그 연출이 굉장히 혁신적이라고 생각했다. 은밀해야만 하는 행위를 찍어야하니, 적외선 cctv를 보는 것 같은 연출이 그 은밀함을 배가시킨 것 같다. 그리고 가족들이 사는 그 집의 구조도 잘 짜여진 사육장 같기도 했다. 매일 밤 방문을 걸어잠글 때에 단계별로 차근차근 방을 돌아다니며 잠글 때에 동물 사육장에서 동물이 도망가지 않도록 하나하나 문단속 하는 사람 같았달까. 그만큼 여러 레이어로 구성된, 잘 정리된 집같지만 어딘가 자유로움이 느껴지지 않는 구조하며 그곳에서의 가족들의 행동마저 군인 같다. 루돌프의 군인 성향이 그 곳에 배어들어간 것일까 생각했다.
N차 관람의 의사가 있는데, 보면 볼수록 소름이 끼칠 것 같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해석하느라 바빠 어찌저찌 보았는데 다음에 본다면 과연 진짜 내가 진득하게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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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나병의 영화정보 #14? ?국내 영화제?!?
?씨나병의 영화정보 #14? ⠀ ?열네 번째 주제? ⠀ ? 국내 영화제?! 영화제에 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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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주 최신 개봉영화(듄, 라스트 듀얼, 동백, 휴가, 한창나이 선녀님)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0월 3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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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지배종> 메인 예고편
세상을 바꾼자 모두의 표적이 되다! 완전한 지배종이 되기 위한 의심과 믿음의 반복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 [지배종]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4월 10일 단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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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메인 예고편
평범한 메이에게는 특별한 비밀이 있다 [인사이드 아웃] [인크레더블] 제작진의 새빨간맛 사춘기! [메이의 새빨간 비밀]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