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03-26 00:00:00
잔잔하고 예상 가능했지만 감동을 넘치게 주었던 영화 <미나리>
영화 <미나리>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SNS에서 작품을 홍보하는 윤여정의 영어 무대 인사 덕분이었다. 그래서 처음 그 영상을 볼 때는 굉장히 과거의 작품이 지금 다시 회자되고 있는 독립영화라고 생각햇었다. 하지만 선댄스영화제부터 골든글로브까지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고 있는 현재 진행형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개봉을 하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가서 봤다.
영화 <미나리> 시놉시스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가 함께 살기로 하고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를 담은 할머니가 도착한다. 의젓한 큰딸 앤과 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빗은 여느 그랜마같지 않은 할머니를 영- 못마땅해 한다.
함께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 내리며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조했습니다.
할머니의 순자의 목소리
영화 <미나리>를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들은 중첩적으로 쌓인 컷과 할머니 순자의 목소리였다. 분명히 다음 장면에서 나와야 할 순자의 목소리를 아직 컷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들려주고, 그 다음에 순자가 말하는 상황으로 컷을 진행한다. 이러한 장면이 한 3~4번 반복이 됐는데 그러한 장면 모두 전장면과 후장면을 연결시켜주고 캐릭터의 심리상태를 순자/할머니가 보듬어 안아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순자가 ‘아직까지 안자고 뭐하고 있어?’라고 손자 데이빗에게 물어보는 장면에서 해당 목소리는 아빠 제이콥이 단수로 인해 한밤 중에 파이프를 살펴보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장면에 함께 삽이이 되고 그 다음 데이빗이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처럼 영화는 할머니가 무심결에 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 한마디 한마디가 가족에 대한 염려와 가족들이 현재 겪고 있는 불안감을 포용하는 대사들이어서 힘이 없는 할머니일지라도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괜시리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치였다.
예상된 결과로 감동을 주는 방법
영화 <미나리>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꼽아보자면 데이빗이 처음으로 달려가는 대상이 할머니라는 것이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심장이 약해 뛰면 안 되는 아이였고,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웬만하면 뛰지 않고 자제를 하던 아이였다. 애써 노사를 지어왓던 창고가 할머니로 인해 불에 탔고, 할머니가 죄책감으로 집을 떠나려고 할 때 할머니와 티격태격하며 할머니 같지 않다고 핀잔을 준 데잆이 할머니에게 달려가 말한다.
“우리 같이 집으로 가요. 집 방향은 거기가 아니에요.”
달려갈 줄 알았다. 분명 데이빗이 할머니에게 핀잔을 주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을 점차 열어갔고, 자신이 가장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 할머니임을 깨닫고 할머니를 챙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데이빗이 발걸음을 떼고 달려가는 그 연출과 카메라 워킹과 깔리는 bgm은 사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그 뻔함을 굉장히 감동적으로 연출을 잘해서 펑펑 눈물을 흘리다 나왔다.
하나의 가족이 된다는 것
영화 <미나리>를 보면서 느낀 것은 그저 결혼을 했다고 해서, 그 저 아이가 있다고 해서, 같이 산다고 해서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제이콥은 아이들에게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가족들을 더 궁지로 내몰았고, 모니카는 아픈 아들 데이빗을 지켜야했기 때문에 제이콥과 반목한다. 그리고 그 부부 사이에서 아이들의 정서는 불안해져만 간다.
아마 이러한 과정은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뿌리 내리는 과정 속에서의 마찰을 보여준 장면들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화재라는 악조건 속에서 서로에 대한 애틋함과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시작하는 제이콥의 가족을 보면서 이러한 시련이 더욱 한 가족이 미나리처럼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씨가 발아를 해서 뿌리를 내려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한 번 단단하게 뿌리내리면 쉽게 사라지지 않고 그 땅에서 잘 자라는 미나리의 모습을 연약한 결속이었던 가족이 서로를 신뢰하는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영화 <미나리>는 이민의 경험이 없더라도 충분히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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