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징2023-09-28 12:22:51
연기력 미친 사극 영화 추천 '사도' 후기
사도
15.09.16 개봉
드라마, 12세 관람가
한국 ,125분
감독: 이준익
출연: 유아인, 송강호 등
실화, 심지어 역사를 다룬 일인 만큼 리뷰를 쓰는 것도 쉽지 않네요
부끄럽지만 저는 역사에 무지하고 관심이 없었거든요
연모, 백일의 낭군님을 제외하고는
사극 드라마 영화를 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저를 사극의 세계로 이끈 '사도'!
도전했다 하차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었는데
참고 보길 잘한 것 같아요
역사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한 계기를 만들어 준 영화입니다
영화 '사도'는 '임오화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임오화변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영조가 자신의 아들 사도세자를 서인(평민)으로 폐위시킨 뒤
뒤주에 8일간 가두고 굶겨 죽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파국을 맞이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왕위를 대한 영조와 사도세자의 태도 차이 때문입니다
영조는 당쟁 속에서 간신히 왕이 되었기 때문에
세력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하던 반면
세자는 눈앞의 개혁해야할 문제들을 따지기 바빴습니다
세력 갈등은 겪어 본 적도 관심도 없는 사도세자였기에
둘의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나 세자가 대리청정을 하던 시기 갈등이 더욱 깊어졌겠죠
게다가 세자는 공부보다 그림, 소설, 무예를 더 즐겼습니다
어릴 때부터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누구보다 세자에게 힘을 기울였던 아빠 영조로서는
이를 납득하기 힘들었던 거죠
그래서 "나를 자식으로 생각했소!"라는 말이 나온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걸 요즘 말로 하면 극성부모라고 하려나요
실제 영조는 감정 기복이 심해서
웃으며 대화하다가도 세자에게 돌연 화를 내는 일이 잦았고
이로 인해 세자가 20대가 된 후에는
옷 입기를 꺼리거나 특정 옷감을 거부하는 의대증이 생겼다고 해요
의복을 갖춰 입으면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죠
영화는 병렬적 구조,
즉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8일간의 시간과
그렇게 되기까지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를
두 개의 에피소드를 교차하며 보여 줍니다
역사를 알리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 있지만
대중문화인 영화이기에 관객을 끌어모으는 것도 물론 중요하잖아요?
그런 면에 있어서 구성을 잘 선택했다고 봅니다
세자가 태어났을 때부터 죽는 날까지
직렬적 구조로 진행했다면 사실 지루했을지도 몰라요
근데 처음부터 뒤주에 갇히는 사도세자를 보여 주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 궁금하게 만든 후
엔딩 부분에선 눈물이 나오게 만들거든요
사실 눈물이 나오게 만든 건
유아인 님의 열연 덕이 아닐까 싶지만요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정말 몰랐습니다...
혹 아직 '사도'를 보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정말 꼭 보시길 강추합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사도'는 픽션이 거의 없이 역사를 많이 반영한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한 바 있다네요~
*스토리: 5/5점
*연출: 5/5점
*영상미: 5/5점
*OST: 1/5점
*연기: 5/5점
Relative contents
-
- [BIFAN 데일리] '포크 호러' 그리고 매혹적인 지옥도
‘포크 호러’ 장르에 관한 잔잔한 조망
주술(Sorcery)
‘부천 초이스: 장편’ 섹션
크리스토퍼 머레이 감독
Chile, Mexico, Germany/2023/101min
19세기 말 칠레의 바닷가 마을. 선주민 우이이체푸족 청소년 로사 라인은 한 독일인 가정에서 가정부로 일한다. 그런데 기괴한 일이 발생한다. 집주인이 키우는 양떼가 몰살되고 그 자리에 인디언 매듭이 남겨져 있던 것. 독일인 집주인은 라인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이를 말리는 그녀의 아버지를 잔인하게 죽이고 라인을 쫓아낸다. 자신을 ‘기독교도’라 여기는 라인은 슬픔과 혼란 속에서 선주민 어른들을 만나 부족의 세계관과 ‘주술’을 학습한다. 그리고 점령자 백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힘으로 ‘우리’와 ‘그들’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
〈주술〉은 종족, 부족의 전통에서 공포 요소를 끌어오는 포크 호러(Folk Horror) 장르의 영화다. 포크 호러는 누군가(정주민)에게는 친숙하고 일상적인 일이 누군가(점령자)에게는 공포로 다가가는 상황을 토대로 장르의 재미를 쌓아 올린다. 다만 이 영화는 공포나 섬뜩함보다는 잔잔한 흐름 안에 장르적 특징을 녹여내 포크 호러라는 장르가 어떻게 성립되는지를 차분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선주민이 어렵게 획득한 ‘균형’이 권력의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는 한 일시적‧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생각해볼 만하다.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기괴한 매력의 지옥도
2551.02-지옥의 난교(2551.02-The Orgy of the Damned)
‘아드레날린 라이드’ 섹션
노르베르트 파펜비흘러 감독
Austria/2023/82min
도대체 괴상하다 못해 끔찍한,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는 이 영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매드맥스〉의 지옥도가 하드코어한 슬랩스틱‧액션‧성인‧코미디로 동굴 안에서 진행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원숭이 가면을 한 남자가 한 아이를 찾는다(사실 가면은 별 필요가 없다. 가면을 벗어도 원숭이 얼굴이니까). 그는 경찰에 수배 중으로, 그가 찾는 아이는 동굴의 경찰에게 잡혀 혹독한 훈련을 받는 중이다. 쫓기는 동시에 자신을 쫓는 사람들에게서 아이를 뺏어와야만 하는 상황. 도피와 추격이 혼종된 이 여정에서 원숭이 남자는 종합 격투기 시합장, 난음굴을 정처 없이 헤맨다. 이 여정에서 가면을 쓴 또 다른 여자를 만나 ‘구원’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한다. 마침내 한 자리에 모인 원숭이 남자, 아이, 가면 쓴 여자. 이들은 과연 ‘지옥’을 탈출할 수 있을까.
이 영화의 백미는 그로테스크라는 말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혼종적 신체‧욕망의 끝없는 연속에 있다. 이들 이미지는 흑백영화의 질감과 만나 기묘한 디스토피아적 생기를 얻는다. 인형‧해골과 섹스하는 사람들, 남성기와 여성기를 갈아 끼우며 행인을 유혹하는 매춘부, 남자들의 그룹 섹스, 귀두 대신 달린 눈알, 수간, 포경수술하지 않은 표피에 잔뜩 낀 구더기, 여섯 개의 풍성한 가슴을 가진 덩치 큰 남자, ‘과한’ 잔인함으로 상대를 유혹하는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 감독의 머릿속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불쾌한, 그러나 관객을 사로잡는 혼종적 육체와 욕망의 향연이 펼쳐진다.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성별, 종(인간‧동물‧기계), 성적 욕망과 실천, 신체의 경계를 마음껏 난도질해 제멋대로 같다 붙인다. 그리하여 말끔히 분류되지 않는 존재들이 어지럽게(亂) 교류하는(交) ‘지옥’을 창조해낸다. 그러나 이 지옥을 탈출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 속 세계에 들어가 보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눈을 떼기도 싫다. 영화가 잔뜩 헝클어놓은 관점으로 ‘일상’에 돌아온다면, 우리가 사는 세계가 한가한 안온함으로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를 잔뜩 비꼴 수 있을 것만 같아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됩니다. 오프라인 상영 시간표와 온라인 상영작 리스트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스파이더맨 신작을 보고 싶은데 아는 지식이 1도 없을 때
이번 주 수요일, 그러니까 12월 15일은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개봉날이다! 개봉 전부터 다른 두 스파이더맨 앤드류 가필드, 토비 맥과이어의 등장 여부와 빌런 '닥터 옥토퍼스' '그린 고블린' '샌드맨'등 다른 시리즈의 주연들이 출연한다는 루머가 들려왔다. 또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로키>와 <완다비전>의 연계까지 이런저런 특징으로 인해 다른 작품 -<이터널스> / <블랙 위도우> / <샹치 : 텐 링즈의 전설> -보다 더 MCU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즉슨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는 뜻도 되겠지? 근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 작품을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정보도 있으니, 여러분이 수요일 개봉 이전에 가볍게 읽고 나서면 좋을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오늘도 허접한 나의 글솜씨를 읽어주는 분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1. 현재까지 나왔던 스파이더맨 시리즈들
스파이더맨 1(2002) / 스파이더맨 2(2004) / 스파이더맨 3(2007)
감독 : 샘 레이미
주연 : 토비 맥과이어(스파이더맨/피터 파커 역), 커스틴 던스트, 알프레드 몰리나, 윌렘 더포, 토머스 헤이든 처치, J,K 시몬스 등
우리가 흔히 아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이다. 감독은 영화 장인 샘 레이미가 맡았다. 1985년 마블이 소니에게 스파이더맨 영화 실사화 판권을 판매한 것이 계기가 되어 두 회사가 합작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1조 원이 넘는 초대박의 흥행 기록을 달성했기 때문에 히어로 영화의 금자탑을 쌓아 올리는데 혁혁한 공이 있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스파이더맨 역은 토비 맥과이어가, 히로인 MJ 역은 커스틴 던스트가 맡았다. 이 당시 출연했던 악당은 후술 할 '닥터 옥토비우스(알프레드 몰리나'와 '그린 고블린(윌렘 더포)'가 있는데, 전자는 연구에 충실하다 자연스레 흑화한 캐릭터를 그렸다면 후자는 이중인격에서 오는 괴리를 묘사했다. 이 둘의 악당 묘사가 후의 마블 팬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또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봤다면 기억이 날 'J. 조나 제임슨(이하 JJJ)' 캐릭터도 있는데 이는 이 트릴로지의 피터 파커가 언론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다른 악당은 3편에 등장한 샌드맨이 있다. 탈옥자 신분에서 수사망을 피해 도망치다 실험실에 들어가게 되고 이는 샌드맨으로의 흑화 계기가 된다. 후에 피터 파커와 굉장히 중요한 인연이었다는 게 알려지며 '베놈'과 함께 <스파이더맨 3>의 주요 악당이 된다. 이외에 이후에 해리 오스먼이 연기한 '뉴 고블린'과 '샌드맨', 베놈이 되는 '에디 브룩'도 출연했지만 우리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을 보기 위해 이 글을 읽는 것이니 인물 소개에 있어서는 예고편에 나온 사람들만 소개하면 되겠지? 인물 외적인 부분에서는 전설적인 거꾸로 키스신이나 '스파이더맨 3'에서의 춤추는 장면, 또 '스파이더맨 2'에서의 지하철 사고를 막는 장면이 상징적이다. 현재 왓챠/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처럼 멋지고 잘생긴 히어로가 아닌 상 찌질이 영웅을 그렸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 시리즈의 '닥터 옥토비우스/그린 고블린/ 샌드맨'은 출연이 확정되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4)
감독 : 마크 웹
출연 : 앤드류 가필드(스파이더맨/피터 파커 역), 제이미 폭스, 리스 이판, 엠마 스톤
2012년 리부트 된 스파이더맨 시리즈이다. 감독은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 역시나 마블과 소니가 협업해 만들어진 시리즈이다. 호쾌한 액션과 시각디자인 비주얼로 좋은 피드백을 들었던 영화다. 또한 입담꾼인 피터 파커를 그렸다는 점에서 역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야기 만듦새가 주요 단점으로 지적받았다고 한다. 또한 흔히 스파이더맨 하면 토비 맥과이어가 보여주는 짠내 나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 당시의 앤드류 가필드는 미소년 타입에 친구 많게 생긴 인싸니 괴리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몇 있었다고 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또 삼촌 밴 파커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다. (이게 나중에 찾아보니까 원조 스파이더맨 시리즈에도 나왔다는 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핵심 키워드를 전해주는 연출이 기억에 남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이걸 디테일하게 적으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다 말해줄 순 없지만 그웬 스테이시 역을 맡은 엠마 스톤의 '그 한 장면'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빌런으로는 일렉트로와 리저드가 있다. 전자의 본명은 '막스웰 딜런'인데, 그는 소심한 아웃사이더였으나 특별한 계기를 통해 일렉트로가 된다. 스파이더맨이 전했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그의 친구가 된 줄 알았지만 결국 무관심했단 걸 깨닫고 나서 악당이 되는 인물이다. 다른 빌런 리저드는 피터의 아버지 리처드 파커의 친구였다. 그와 같은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던 과학자였으나 혈청 실험을 계기로 악당이 되어버린 인물이다. 이 두 악당은 이 작품 <노 웨이 홈>에 출연이 확정됐다. 역시 왓챠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아, 이 시리즈의 3편은 제작 취소된 듯.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2016) / <스파이더맨 : 홈커밍>(2017) /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2018) / <어벤져스 : 엔드게임 >(2019) /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2019) /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2021)
감독 : 루소 형제(<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 엔드게임>)
존 왓츠(<스파이더맨 : 홈커밍>,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출연 : 톰 홀랜드(스파이더맨 / 피터 파커 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젠데이아, 배네딕트 컴버배치, 제이콥 배들런, 존 패브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이다. 소니와 마블의 판권 분쟁에서 다시 마블이 어느 정도 판권을 가졌다는 뜻에서 솔로 무비 1편의 제목을 <홈커밍>이라고 지었다고 전해진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첫 등장이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아니었는데, 이 캐릭터의 첫 출연은 캡틴 아메리카의 솔로 무비 <시빌 워>였다. 두 편으로 나뉜 어벤저스 내전을 함께 치르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캡틴 아메리카와 전투를 벌이지만 스티브의 노련한 경험 덕인지 그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이 <시빌 워> 초반부터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 함께 등장했고, 이후에 제작된 솔로 무비 <홈커밍>에서도 그 둘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아이언맨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라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에서도 둘은 유사 부자 관계로 인연을 이어간다. 이 뿐일까?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도 토니 스타크의 모습이 반복해서 나오니 마블 팬들의 비판도 합리적인 셈이다. 물론 비판만 있지는 않다. 톡톡 튀는 하이틴 무비로서의 정체성이나 다른 히어로들이 등장한다는 점은 내가 생각하기에 이 시리즈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뭔가 나사가 빠진 피터 파커의 성격 역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히어로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강한 캐릭터라기보다는 정신적으로 함께 성숙해진다는 것 역시 나름 신선한 접근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현재 이 MCU 스파이더맨의 제작자 에이미 파스칼에 의해 이 작품 이후의 3부작 제작이 확정되었다.
2. 출연이 확정된 인물들
닥터 옥토비우스(출연 : 스파이더맨 2 / 담당 배우 : 알프레드 몰리나)
<스파이더맨 2>에 출연했다. 원래 출연했던 작품에서 본인의 핵융합 실험물을 과신하다 만들어진 사고로 악당이 된다. 이 악당이 되는 과정에서 아내 로지도 죽고, 끔찍한 괴물로 변모했으니 삶의 목적이 날아간 셈이다. 외진 골목에서 자살하고 싶었지만 등 뒤에 붙은 기계 덕에 그마저도 실패하고 움직이는 살인 병기가 된다. 목 뒤에 붙은 칩이 악당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도구인데, 이 칩은 그의 머리에서 사고방식을 좌지우지함과 동시에 초인적인 힘을 갖게 해 준다. 전투를 할 때 뒤의 촉수 비슷한 것을 이용해 싸운다. <노 웨이 홈>의 예고편에서 알 수 있듯 원래는 스파이더맨과 싸우다 '괴물로 죽지 않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지만 이 작품에서 출연이 확정됐다. 아마 종반부의 결정 이전에 차원 문이 열려 MCU의 세계관에 합류하게 된 듯.
그린 고블린(출연 : 스파이더맨 1 / 담당 배우 : 윌럼 더포)
<스파이더맨 1>에 출연했다. 원래 출연했던 작품에선 임상실험에서의 부작용으로 인해 그린 고블린으로 흑화 하는 캐릭터다. 위의 닥터 옥토퍼스가 후에 갱생하는 부분이 있는 반면 처음부터 끝까지 스파이더맨의 목숨을 노리려고 한다. 피터의 사실상의 아버지 역할을 했지만 그마저도 주인공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였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병약한 비주얼 탓에 근력이 약해 보이지만 그런 것 없다. 맨몸액션에도 강하다. 또 호박 폭탄이나 글라이더를 타고 다녀 현대 과학에도 능통한 악당이 된 셈이다. 닥터 옥토비우스와 마찬가지로 최후를 맞기 전에 차원문이 열려 MCU에 합류한 듯.
샌드맨(출연 : 스파이더맨 3/ 담당 배우 : 토머스 헤이든 처치)
<스파이더맨 3>에 출연했다. 원래 출연했던 작품엔 탈옥수의 처지에서 도망가다 실험실에 들어가 뭐가 잘못되는 바람에 샌드맨이 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다른 두 빌런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살아남은 악당인데, 이후에 그가 어떻게 됐는지는 묘사되지 않는다. 캐릭터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모래로 변하고 커지고 작아지고 하는 것이 주 신체적인 특징이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특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뭐 그러는 듯. 사진에서 왼쪽이다.
리저드(출연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 / 담당 배우 : 리스 이 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에 출연했다. 원래 출연했던 작품에선 팔 한쪽이 불편한 캐릭터로 나온다. 원래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그러니까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연구에 투신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앞선의 압박 때문에 연구하던 혈청을 자기 몸에 투여하게 되고, 팔이 다시 생김과 동시에 괴물처럼 변했다. 일렉트로가 전기를 활용하고 그린 고블린이 폭탄을 터트리는 것과 별개로 이 악당은 오로지 맨몸액션을 벌이는데, 그 힘이 어마 장장하게 강해 스파이더맨이 고전하기도 한다. 일렉트로와 다르게 이 작품의 종반부에 감옥에 갇히게 된다. 사진에서 오른쪽이다.
일렉트로(출연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 담당 배우 : 제이미 폭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 출연했다. 원래 출연했던 작품에선 존재감 0의 아웃사이더 캐릭터로 나온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그런 조용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야근을 하다 전기뱀장어에가 가득 찬 수조에 빠지게 되고 악당으로 변신한다. 사람들의 시선에 일희일비하는 소심이 캐릭터지만 기적적으로 부활하며 스파이더맨을 고전시키는 악당이었다. 전기라는 소재를 활용해 발전소만 가면 강해진다던가 파란 신체를 가지고 있다던가 하는 점이 이 인물을 가로지르는 특장점이 될 것이다. 역시 영화 후반부에 사망하는 캐릭터지만 MCU에 합류했다. <노 웨이 홈>에서는 아이언맨의 아크 리액터를 가지고 있는 장면이 나왔는데, 전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이 인물의 힘을 업그레이드시킨 매개체가 된 듯.
닥터 스트레인지(출연 :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 / 담당 배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어벤저스 시리즈를 다 봤다면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다. 캐릭터 별개의 솔로 무비도 있고 내년 2월에 차기작이 있으니 아마 <노 웨이 홈>을 아는 팬들이라면 이 작품 역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세계관 내에서 굉장히 강력한 마법사로 통한다. 멀티버스라는 것에 대한 이해도도 충분하고 타노스와의 일전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점에서 무력만큼이나 지적 능력도 강한 편. 담당 배우 배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분야 전문가라 그런지 살짝 사회성이 떨어지는 천재 캐릭터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많이 나아진 듯. '생텀'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다. 또 스파이더맨 2편에서 '스티브 스트레인지'라는 이름이 언급됐는데 이 인물에 대한 이스터에그라는 설이 다분하다.
해피 호건(출연 : 아이언맨 시리즈 / 담당 배우 : 존 패브로)
역시 아이언맨 시리즈를 봤다면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다. '아이언맨의 경호원'이라는 역설적인 캐릭터를 아주 잘 소화한 인물이다. 토니의 친구로서, 또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코미디 캐릭터로서 아주 탁월하게 MCU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다. <어벤저스 : 엔드게임> 이후 토니 스타크가 세상을 떠나자 그가 어떤 식으로 이 세계관에 존재할 수 있을지 궁금해할 팬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J. 조나 제임슨(출연 : 스파이더맨 1, 2, 3 / 담당 배우 : J. K 시몬스)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피터 파커는 언론인으로 나온다. 이 JJJ 편집장은 이 데일리 뷰 글의 편집장이라 피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인물인 셈. 이 스파이더맨 오리지널 트릴로지에서 주인공을 못살게 괴롭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미워할 순 없다. 웃음을 전해주는 역할도 하니 씬 스틸러의 교과서라고도 볼 수 있을 듯. 지금은 별이 되어버린 스탠 리가 이 JJJ 캐릭터에 대해 '내가 연기해도 그것만큼은 못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극찬한 바 있다.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의 쿠키에 잠깐 등장했고, 이 <파 프롬 홈>에서도 출연이 확정되었다.
데어데블(출연 : 마블 드라마 데어데블 시리즈 / 담당 배우 : 찰리 콕스)
시각장애인 히어로. 넷플릭스에 있는 데어데블 시리즈의 주연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히어로지만 감각이 초극한으로 발달해 사실상 눈을 뜬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신체능력을 보여준다. 본업이 변호사라는 점에 있어 피터가 미스테리오 살인 사건을 잘 넘어가게 되는 구원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MCU 팬들에게 인기도 많고 캐릭터도 좋은 편. 세계관 합류가 확정되었다.
3. 그 외에 알아야 할 사실들 : 멀티버스
멀티버스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로키>에서 언급되는데, 이 드라마 후반부에 나오는 '계속 남아있는 자'는 다방면의 시간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역시 이 시간을 관리한 덕에 멀티버스가 있고 다른 차원의 자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근데 이 능력을 좋은 쪽으로만 쓰지 않았다. 멀티버스의 존재를 알고 있던 이 인물은 다른 차원의 자기 자신과 지식을 공유하며, 이 개념을 통해 내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시간선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멀티버스를 관리하는 '계속 남아있는 자'. 이 <로키>의 후반부에서 로키와 실비에게 '나를 죽이면 또 다른 멀티버스 전쟁이 일어난다'라고 말하지만 실비에 의해 죽게 된다. 이 인물이 이렇게 죽음으로서 인해 진짜 멀티버스가 열리게 되고 이후의 MCU에 큰 영향이 간 듯. 이 드라마 안에서 실비가 겪었던 개인적인 고생이 이 인물 탓이었다는 점이나 애 먼 사람들을 평행세계로 끌고 와 혹사시킨 것, 또 앞에서 언급했던 멀티버스 워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악의 축으로 평가받는다. 사실상 인피니티 사가 이후의 MCU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의 멀티버스 이슈가 정말 예고편에 나온 대로 피터의 쫑알거림이 원인이 된지는 모르나, 이 <로키>에서의 멀티버스가 열리게 된 이유가 된 것인건 분명하다.
-
- 트랜스포머 ONE | 너무 늦게 도착한 이야기의 시작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이버트론 행성의 지하 광산에서 일하는 '오라이온 팩스'(크리스 헴스워스). 변신도 못 하는 하급 로봇이지만, 그는 오래전 사라진 에너존의 근원인 매트릭스를 찾아내려 한다. 사이버트론의 영웅이 되기 위해서. 그 일환으로 오라이온 팩스는 둘도 없는 절친 'D-16'(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수다쟁이 로봇 'B-127'(키건 마이클 키), 카리스마 넘치는 '엘리타 원'(스칼렛 요한슨)과 함께 출입이 금지된 지상에 도달한다.
그들은 과거 '쿠인테슨'과의 전쟁 이후 지상에 잠들어 있던 프라임, '알파 트라이온'을 찾아내고 그의 도움을 받아 잠재되어 있던 변신 능력을 얻는다. 하지만 빛과 그림자는 함께 따라오는 법. 그들은 사이버트론의 구원자로서 군림하던 '센티널 프라임'이 사실 쿠인테슨과 손잡은 변절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에 오라이온 팩스와 친구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변신 능력과 힘을 살려 센티널과의 전쟁을 개시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고질병
<트랜스포머> 실사영화 시리즈. 10억 달러 돌파 작품을 두 편이나 배출했지만, 눈을 의심케 하는 화려한 CG만큼이나 허점투성이인 스토리텔링으로도 악명 높은 프랜차이즈였다. 특히 마이클 베이가 메가폰을 잡은 첫 5편이 유독 문제였다.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이 5편 내내 싸웠지만, 정작 그들이 충돌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 적은 없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렇다. 내전으로 인해 황폐화된 그들의 행성, 사이버트론을 구할 에너지원과 자원이 하필이면 지구에 숨겨져 있었다는 것. 이에 메가트론은 지구를 정복하고 인간을 노예로 부려서 행성을 구하려 하고, 옵티머스 프라임은 메가트론의 욕망을 저지한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옵티머스 프라임이 메가트론에 반대한다는 것만 보여줬을 뿐, 그가 메가트론을 저지하는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리즈 내내 옵티머스 프라임의 행적은 다소 억지스럽다. '왜 그에게는 인간의 자유가 사이버트론보다 중요할까?' '대체 옵티머스 프라임에게 자유는 무슨 의미일까?' '인간이 그를 죽이려 하는 데도 그는 왜 인간을 도울까?'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 보니 <트랜스포머> 시리즈만의 볼거리만으로는 관객들의 관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마침내 드러난 근본 원인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트랜스포머 ONE>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실사영화만 본 입장에서는 17년 만에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이 갈등을 빚은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 있기 때문. 둘도 없는 절친, 오라이온 팩스와 D-16는 사이버트론 사회의 최하위 계급이었다. 그들은 행성을 지탱하는 에너지원, 에너존을 채굴하는 광부 로봇으로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존재였다.
<트랜스포머 ONE>은 그런 그들이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으로 거듭나고, 사이버트론의 영웅으로 알려진 센티넬 프라임의 실체를 깨달은 뒤 그에게 맞서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옵티머스 프라임이 그토록 중시한 자유의 의미가 마침내 드러난다. 노예나 다름없었던 그와 동료들에게 자유는 추상적으로 선한 가치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실존을 뒷받침하는 생명력 그 자체였던 것.
더 나아가 옵티머스 프라임에게 자유는 보편적인 가치였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 센티넬 프라임 치하에서는 언제든 폐기될 수 있었던 로봇들이 대우받을 수 있는 원동력도 그들이 직접 쟁취한 자유로부터 나왔으니까. 따라서 옵티머스 프라임이 보기에 자유의지를 가졌다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도 인간은 살아남아야 했고, 그가 보호해 줄 이유가 충분했다. 설령 그들이 그를 배신하고 공격하더라도.
흥미롭게도 메가트론에게 자유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누구보다도 신뢰했고 경외했던 영웅, 센티넬 프라임에게 배신당한 그에게 생긴 자유의지는 복수와 동의어였다. 자기가 느낀 충격과 분노를 되돌려 줄 수 있는 힘과도 같은 말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입장에서 인간은 보호받을 이유가 없다. 그들의 자유의지를 표출하고 지켜낼 힘조차 없는 존재니까. 따라서 그는 옵티머스 프라임과 필연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의 공통점과 차이점
가치관과 신념의 차이를 보여준 덕분에 <트랜스포머 ONE>은 시리즈 중 가장 몰입도가 뛰어나다. <엑스맨> 시리즈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도 유사하지만,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더 높다. 사실 두 영화는 유사점이 적지 않다.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이라는 캐릭터의 관계성도, 두 절친이 적이 되고 각자의 팀을 모아 내전을 벌인다는 이야기도 모두 겹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인상은 사뭇 다르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두 주인공의 사연을 더 깊게 알 수 있지만,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를 반복하기에 신선함이 떨어진다. 그에 반해 <트랜스포머 ONE>은 17년 간의 공백을 마침내 채워 넣었기에 더 새롭고, 흥미롭다. 과거 실사 영화에 등장했던 범블비, 재즈, 스타스크림과 쇼크웨이브 같은 오토봇과 디셉티콘을 찾아내는 재미가 더해지기에 더욱 그렇다.
다만 완성도만큼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 미치지 못했다. 억지스러운 전개가 종종 보이기 때문. 특히 오라이온 팩스에 비해 D-16만의 서사가 부족하다 보니 그가 메가트론으로 거듭나는 감정선의 변화는 작위적으로 느껴지기 쉽다. 오라이온 팩스와 D-16가 전쟁 도중 실종된 프라임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를 손에 넣는 경위, 센티넬 프라임과 쿠인테슨의 관계를 알게 되는 과정 역시 다소 기능적으로 제시된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단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 ONE>의 몰입감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살린 액션 연출이 평이하거나 작위적인 전개를 잊게 만든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실사 영화에 비해 연출과 표현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데, <트랜스포머 ONE> 이 장점을 극대화했다. 일례로 공중에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를 자주 등장시켜 360도로 움직이는 현란한 연출로 관객의 눈을 현혹한다.
또 트랜스포머다운 변신 기능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트랜스포머끼리의 레이스 경기 도중에 신체 일부만 차량으로 변하거나, 전투 도중 차량과 로봇 형태를 빠르게 오가는 식이다. 이는 실사 영화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실사 작품이 변신하는 과정 그 자체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활용했다면, 애니메이션은 변신이라는 기능 자체를 마치 하나의 무기로써 활용하는 듯하다.
액션 외의 볼거리도 인상적이다. 항상 오프닝 시퀀스 배경으로만 잠시 스쳐 지나간 사이버트론의 전경을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대표적이다. 물론 애니메이션다운 장점은 그 자체로 단점이 될 여지도 충분하다. 아무래도 <트랜스포머>만의 매력이 덜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체적인 연출이 가볍고 빠르다 보니 실사 영화에서 맛볼 수 있었던 로봇다운 무게감은 느끼기 어렵다.
너무 늦게 도착한 근본
종합하면 <트랜스포머 ONE>은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 <트랜스포머> 1편 이후로 재미와 완성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리부트 이후로 흥행력도 관심도 예전 같지 않은 현 상황을 타개할 작품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실사 작품에 비해 애니메이션 작품의 소구력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트랜스포머 ONE>은 너무 늦게 도착한 듯 보인다. 탄탄한 이야기와 화려한 액션의 조합은 시리즈에 새 숨결을 불어넣기에 충분했지만, 실사 영화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론조차 되지 않아서 파급력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근본은 마침내 되찾았지만, 조금만 일찍 도착하거나 실사 영화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Acceptable 무난함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가 되기에는 이미 한계가 명확한 시리즈의 생명력
-
- 너의 이해할 수 없는 삶에 대해
돌덩이 같은 가방을 메고 하루 종일 전국을 떠돌아다녀야 하는 보따리 강사. 그럼에도 동료 강사의 부당해고에 분노하며 생계는 나몰라라 투쟁에 앞장서는 ‘나의 딸’ 혼인 신고조차 할 수 없는 동성 연인과 7년 째 연애를 하고 있는 ‘나의 딸’이 집으로 돌아왔다, 동성 연인과 함께. 세상의 부조리를 이해할 수 없는 딸과 세상에 부적합한 딸을 이해할 수 없는 나 우리가 함께 마주할 세계가 있을까?
<딸에 대하여> 줄거리
불편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나의 감정을 하나로 꼽자면 이 말밖에는 없을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은 정말 어디선가 봤을 법한 아니 이미 내 주변의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너무 현실적이기에 불편할 수밖에. 이 영화는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듯이 성소수자인 딸과 딸의 연인이 중심이 아니라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7년째 연애 중인 딸의 연인은 여자다. 그래도 눈앞에서 딸의 연애 그리고 그 연인을 보지는 않았기에 탐탁지 않아도 참고 있다.
그런데 마음 준비할 생각도 없었지만 겨를 없이 갑작스레 함께 살게 된 딸과 그의 연인.
딸의 연인이라는 여자, 레인과 함께 살기 시작한 엄마. 늦은 밤 딸과 함께 속닥거리는 소리도 아침저녁마다 겹치는 동선도 모두 불편할 따름이다. 딸에게는 쉬이 드러내지 못하는 불쾌한 속내를 레인에게는 잘도 드러낸다. 딸이 그린이라는 이름으로 살며 겪고 있는 일들이 모두 레인 탓이라 여기는 걸까. 아니면 잠깐이면 끝날 장난을 7년 동안 이어온 그 둘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
버스에서 본 여학생들처럼 아직까지도 소꿉장난이나 하고 있는 둘의 모습에 시종일관 뭐가 얹힌 듯이 가라앉아 있는 표정이 아직까지도 눈에 선명하다.
왜 하필 내 딸이. 세상의 부조리에 부조리하다 말하는 건 당연하지만 내 딸이 그 부조리 속에 있는 건 안된다. 남들처럼 살면 안 되는 걸까. 이런 부모의 마음 알지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린에게 이 투쟁은 곧 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외면할 수 없다. 멈출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딸의 행동에 당장 화를 내고 그만두라 소리치고 싶지만 남들이 말하는 평범과는 먼 딸의 삶을 마주 하긴 두렵다. 그린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불편해하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지만 나의 가족이 나를 그리고 내 연인을 불쾌해 하는 걸 마주하고 싶지는 않다.
터질 듯 말 듯 한 아슬한 분위기와 불편하고 울분을 참는 것 같은 표정을 정말 잘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압권이었다. 덕분에 서로 이해하지 않고 있던 세상들이 충돌했을 때 장난 혹은 잘못된 것이라 믿어왔던 것들이 실재하고 있는 모습을 맞닥뜨렸을 때의 인물들의 울분과 분노가 아무려 나와 관련 없는 이해 못 하는 관점이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끔 만든다.
엄마의 삶은 딸에 대한 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요양 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엄마는 가족도 아무도 없는 제희를 돌보고 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도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살뜰히 그를 챙기는 엄마. 모두가 그 모습에 의문을 표한다. 요양 보호사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아님 이타적인 마음에 의해? 그 어느 것도 아닌 바로 제희의 모습이 곧 자신의 모습일 거라는 공포 그리고 불안 때문이었다. 그의 일이 내 일이 될 수도 있고 아니 내 일이 될 테니까.
결국 세상에 내팽개쳐진 제희를 위해 소리치고 직접 움직이는 엄마를 보며 그린의 맞서는 행동들이 누구를 닮았는지 알겠더라. 결국 모두들 각자의 부조리에 맞서고 있다. 엄마는 나 혹은 나의 딸이 될지도 모르는 무연고자로서의 삶이 두렵기에 소리를 내고 그를 끝가지 돌본다. 엄마의 삶 역시 사회적 약자로서의 연대와 투쟁으로 가득하기에 자신의 딸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엄마이기에 딸을 먹으면서도 결국 끝까지 곁에 있어준다.
그린과 레인의 모습은 7년의 연애 기간이 무색하지 않게 안정적이다. 그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게 된 엄마. 그린이 생판 남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보게 된 엄마. 그린과 레인 주변에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이 있는 걸 본 엄마. 결국 무연고자로 아무도 오지 않는 장례식을 치렀지만 그린과 레인, 그리고 자신까지 아무런 연관 없는 사람들로 조금이나마 채워진 장례식장을 본 엄마. 그는 그런 일들을 겪었다고 당장에 머리에 띠를 두르고 세상을 뒤엎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엄마의 미소가 편안해 보이는 건 그런 타인의 삶을 혹시 나에게도 펼쳐질지 모르는 그런 불안한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멋대로 해석해 본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딸에 대하여>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
- 31명 밖에 죽지 않은 원전사고
이 글은 왓챠 [체르노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 게일]의 스포도.
왓챠를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자리 잡게 한 시리즈 중 하나인 체르노빌은 총 5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드라마입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역사상 최악의 사고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사고에 대해서 제가 아는 지식이라고는 아직도 그 지역은 위험하다더라. 정도의 지식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보는 것을 기꺼이 미뤄왔던 이유는 다큐멘터리 식의 드라마는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한몫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화를 보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드라마는 "재미"를 떠나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것은 가끔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극적이고 참혹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진실에 대해 받아들이게 된 순간을 저는 이번 일요일에 선물로 받아 든 느낌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책임자를 찾고 있네.
바보들이 권력을 가지면 일어나는 참사.
사진출처:구글 클리앙/보리스... 진짜 너 아니었으면 껐다.
권력은 자신의 힘이 파악될 때 발휘되는 법.
세 명을 죽일 허가가 필요합니다.
만약 스텔란이 입체적인 인물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정도의 마무리도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이었다.
체르노빌 사고가 얼마나 처참하고 비참했는지. 이 드라마는 너무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잘못된 초반 보고 및 소위 말하는 위 daegari들의 일처리 방식 역시 그렇지만. 제가 경악하며 눈물을 터뜨렸던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그 불빛이 아름답다며 다리 위에서 그것을 감상하고 있는 아무 죄 없는 시민들의 모습이 그것이었죠. 눈처럼 흩날리는 피폭의 증거들 아래서 그들은 웃고 있습니다. 아이를 들어 올려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난생처음이라는 추억을 나누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 속에서 신이 나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의 장면을 천천히. 그리고 골고루 보여줍니다. 정말 분통이 터지면서도 안타깝기 그지없는 장면이죠.
시민들은 가장 위험한 그 순간에, 그 어떤 통보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관계자들은 사고가 잘 대처되고 있다는 말을 믿고 싶어 믿었고, 사실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죠. 책임자가 누구냐는 폭탄 돌리기나 하고 있었습니다. 멍청한 사람들이 권력을 가질 경우 일어나는 참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떼 전문가 보리스 역시 처음에는 정말 전형적인 권력층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원자력에 대해서는 단어 스펠링 외엔 그 어떤 것도 모르면서 전문가인 발레리의 말을 가볍게 어깨 뒤로 던져버립니다.(참고 1) 현장에 갔을 때만 해도 여전히 자신보다 애송이인 발레리의 말을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정도였죠. 하지만 점점 보리스는 진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알게 됩니다.
유일하다고 해야 할 입체적인 인물의 등장에서부터 드라마, 혹은 역사적인 사실에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힘들고 지치고 지는 것이 편한 전투를 우리는 이 드라마 내내 보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진실로 우리를 인도한 가치 있는 싸움이었죠.
직업적 소명에 대하여.
어째서 늘 영웅들은 착한 시민들인가.
사진출처:브런치/진짜 이때 광부님들 간지 터짐.
동무도 나만큼 선택권이 없어 보이는군요. 문제가 주어졌으니 답을 찾을 때 까진 절대 멈추지 않겠죠. 과학자이니까.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두 과학자의 말에. 나는 정말 너무 부끄러워졌다.
늘 그렇듯. 이렇게 큰 사고가 일어나고 나면.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는 영웅들이 탄생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름조차, 혹은 존재조차 감 잡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더 많은 법이죠. 우리의 역사에서도 의병들.이라고 불리는 그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듯 말입니다.
[체르노빌]에도 이름 없는 영웅들이 등장합니다. 화재를 진압하려는 드라마의 초반에는 소방관들이 그랬고, 나중에는 광부들이 그랬으며, 마지막엔 바이오 로봇이라 불려야 했던 맨파워(Man power, 사람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일들)가 그랬습니다.
특히 광부들이 장관의 말끔한 복장을 장난처럼 툭툭 치고 지나가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들의 임무를 받아들이는 장면에서는 어째서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아무리 공산주의였고(소련) 따르지 않을 경우 총살이었을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마치 원래 예상했던 일인 것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인 것처럼 이를 받아들입니다. 정부가 제안했던 돈은 "목숨 값"으로는 정말 터무니없을 지경이었는데도 말이죠.
광부들은 원자력이라는 것의 무서움을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헬리콥터가 그 어떤 힘도 쓰지 못하고 그대로 녹아내리는 장면을 이미 본 우리들은 그것의 파괴력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죠. 피폭된 모든 것들의 파멸은 그렇게도 조용하고 처참했습니다. 아무리 몰랐다고 해도, 그런 듣도 보도 못한 참사 앞에서 그들은 두렵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용기가 있다는 것은 두렵지 않다는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을 그토록 덤덤하게 만들었던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라는 생각해 보면. 결국 그들이 지키고 싶었던 것은 진실, 그리고 나머지 수많은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직업적 소명을 버리지 않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발레리와 울라나의 모습은 개인적으로 더 크고 친밀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들은 극 중에서 과학자이고 자신들의 생명과 모든 커리어가 위험한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진 생각을 당당하게 말합니다. 소명.이라는 것을 받들어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 정도면 됐다.라는 생각으로 나는 얼마나 타협을 하며 일을 하고 있었나. 얼마나 좁은 의미의 일을 하며 그것이 다라고 생각했나.라는 반성을 할 수 있었죠. 퍼질러 앉아 현실 탓이나 하고 있었던 제가 너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진실은 무엇인가.
용기 있는 선택. 그리고 남는 씁쓸함.
사진 출처:구글 허핑턴 포스트/이때 정말 귀여움
우리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진실에 대한 빚은 쌓입니다.
발레리. 당신의 선택은 절대 틀리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5화에서는 체르노빌 원전에서 그때 일어났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한 시간을 모두 할애합니다. 다른 드라마였거나 성격이 다른 영화에서의 법정신은 지루해서 조금 힘들어하기 일쑤인데 체르노빌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죠. 진실이 너무도 참혹했기 때문입니다.
체르노빌 사고는 누가 봐도 인재(人災)였고 일어나서는 안되는 사고였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사실들은 유야무야 덮이고 책임자들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처럼 큰 벌을 받지 않았죠. 빗나가지 않는 또 다른 예상처럼 그들은 오히려 법정에서 더 큰 소리를 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문구는. 저의 눈을 의심하게 했습니다.
소련의 공식적인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망자 수는 31명. 그 수치는 사고 이후 지금까지도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주변의 나라에서는 암 발병률이 치솟고 아직까지도 피폭된 사람들의 고통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데도 말이죠. 하긴 30만 원도 채 안 되는 금액으로 평생을 잘 먹고 잘 사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발레리는 자살로 이 모든 사실을 알리기로 마음먹습니다. 마치 영화 [데이비드 게일]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잔인한 결말이지만 그 덕에 우리는 알게 되었죠. 고위층들이 말하는 이 모든 것들은 사실이 아니며. 진실은 이토록 처참하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용기 있는 선택을 했던 당시의 모든 사람들의 희생에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습니다.
좋은 마무리였다.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하긴 해야겠다.
체르노빌을 끝으로 Golden week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아마도 잊고 있었던 공감대를 형성하는 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관심 없다 혹은 시간 없다는 이유로 늘 미뤄왔던 매체들을 보면서. 여러분의 이야기와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행복해하는지를 느끼면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이 체르노빌이 되어 더더욱 기쁩니다. 자주 까먹고 또 자주 좌절하겠지만. 제게 많은 다짐과 의미를 부여해 준 작품이 되었습니다. 감히 평가를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사는 현시대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추천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참고 1
보리스 진짜 처음에 헬리콥터에서는 정말 얄미웠는데 나중에 발레리 감싸줄 때 느꼈음. 역시 성격이 더러운 사람은 곁에 두고 싸움 닭으로 써야 한다는 걸. (응?)
[이 글의 TMI]
1. 책이 너무 많아서 울면서 짐 쌌음.
2. 미니멀리스트인데도 짐이 꽤 많았음. 우체국 박스 가장 큰 것으로 네 개나 나옴.
4. 햇빛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라 침실과 서재에 햇살이 얼마나 들어오느냐를 중점적으로 보았고 결과는 성공적. 새 집은 창문이 많아서 좋은데 이제 난방비랑 냉방비를 감당하느라 더 열심히 일해야겠지. 새드 엔딩.
5. 집에 들어가면 외출복을 벗고 홈 웨어 입고 돌아다니다가 잠들 때는 따로 잠옷을 입고 자는 사람인데 이불과 함께 새 잠옷도 오지 않음. 비닐에 들어가서 자야 할 판.
6. 샤워 가운도 오지 않았다. 온 것은 내 몸뚱어리뿐. 하....
7. 한 끼 먹고 2.5만 보 걸어도 살 안 빠져요. 머리만 빠짐.
-
- 불안하고, 흐리고, 타오르지 못한 청춘들
최근 스크린은 다시금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소환하고 있다. 네오 소라감독의 <해피엔드>부터 안소니 첸의 <브레이킹 아이스>, 그리고 <한국이 싫어서>에 이르기까지, 국적도 언어도 다르지만 이들 작품은 기묘한 공명으로 연결된다.
각기 다른 국적의 젊은 감독들이 포착한 동시대 청춘의 초상은 명확한 해답 없이 부유하는 시대의 공기 속에서 저마다의 불안과 혼란을 힘겹게 감내하는 얼굴들이다.
답답한 현실, 불투명한 미래, 그리고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존재론적 공포. 이들의 서사는 다르지만, 정서는 맞닿아 있다.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 어쩌면 지금 우리 시대 청춘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맥락에서, "청춘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고 공언했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을 다시 보았다.
감독은 '푸른 봄'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통속적인 낭만성을 일찌감치 거둬낸다.
영화 속 세 젊은이, 종수, 해미, 그리고 벤은 따스함이나 찬란함과는 거리가 먼, 미세먼지처럼 부옇고 쾌쾌한 현실 속에 위태롭게 존재한다.
이들의 삶은 무언가를 향한 갈망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 대상의 실체도, 방향 감각도 불분명한 욕망들 사이에서 위태롭게 휘청인다.<버닝>을 마주하는 경험은 종종 불쾌하고 껄끄럽다. 감독은 인물들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차마 말할 수 없거나 혹은 말하고 싶지 않은 감정의 응어리들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영화는 현실의 무게와 불가해한 세계 앞에서 무력한 개인의 모습을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예컨대, 파주, 북한과 맞닿은 접경 지역의 노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미의 춤 장면을 떠올려보자. 그녀는 아프리카 부시맨의 '그레이트 헝거' 춤을 추며 삶의 의미를 갈망하는 듯하지만, 그 몸짓은 공허한 하늘 아래 한없이 작고 위태로워 보인다.
카메라는 해질녘의 붉은 스산한 빛 속에서 반라의 몸으로 춤추는 해미의 모습을 무심한 듯 담아내며, 그녀의 존재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덧없음, 혹은 이미 사라지고 있는 중임을 암시한다.
이 장면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불안하며, 청춘의 열망이 실체 없는 허공을 향해 흩어지는 듯한 인상을 남기는 것 같다.벤이 종수에게 폐비닐하우스를 태우는 자신의 은밀한 취미를 고백하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물질적으로 모든 것을 가졌지만 정작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주기적으로 비닐하우스를 '태운다'는 벤의 말은, 종수에게는 해미의 실종과 연결되는 섬뜩한 암시로 다가온다.
여기서 비닐하우스는 사회적으로 무가치하다고 여겨지는 것들, 혹은 해미처럼 연고 없고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들의 은유로 읽힌다.
벤에게는 그저 유희에 불과한 '태움'의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절박함일 수 있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비정한 단면과 계급적 박탈감을 서늘하게 드러낸다.
카메라는 벤의 말에 동요하는 종수의 불안한 눈빛과 대비되는 벤의 무심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교차시키며,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의 부조리와 그 안에서 느끼는 개인의 무력감을 생생히 체험하게 한다.혜미는 질문도, 판단도 유보한 채 홀연히 사라진다.
그녀가 키우던 고양이 '보일'처럼, 존재했는지조차 불분명한 흔적만을 남긴 채. 종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혹은 알기를 거부한 채 살아간다.
그는 무언가를 간절히 바란 적도, 제대로 분노해 본 적도 없는 듯, 깊은 무기력에 잠식되어 있다.
결국 종수의 내면에서는 어떤 감정도 쉽사리 타오르지 못한다. 해미의 사라진 비닐하우스처럼, 청춘 또한 실체 없이 연기처럼 스러져가는 듯하다.지금의 청춘은 과연 '버닝'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누구를 향해 태워야 하는가.
<버닝>의 마지막, 종수가 벤의 포르쉐와 자신의 옷가지를 불태우는 장면은 처절하지만 모호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것은 분노의 표출인가, 자기 파괴인가, 아니면 무력한 현실에 대한 절망적인 몸부림인가.어쩌면 지금의 청춘은, 이창동 감독이 포착한 것처럼, 붉고 노랗게 타오르다 이내 서늘하게 파래지며 스러지는 저녁 하늘처럼, 찬란하게 '타오르기'보다는 소리 없이 '사라지고 싶은' 쪽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한 시대의 가장 정직한 감각이자, <버닝>이 던지는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의 무게일 것이다. 이 영화는 불안하고, 흐리고, 끝내 타오르지 못한 청춘들을 위한 쓸쓸한 진혼곡과 같다
-
- 영국의 괴물 복싱 챔피언과 견자단의 대결 시간 순삭 무술 액션의 끝판왕 엽문2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엽문2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
- 모비우스 리뷰 - 베놈2의 단점을 답습하다 (스포일러 O)
-
[정정합니다]
1. 베놈, 모비우스는 마블의 작품이지만 MCU와 세계관을 공유하지는 않는 독자적인 소니 스파이더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01:25 ~ 01:27 01:53 ~ 02:02
2. 제가 러프하게 마블의 작품이라고 한 부분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을 말씀드리며 다음번엔 조금더 검토를 하고 영상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상 시청에 불편함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분명 영화 모비어스에도 장점은 있었습니다. 정말 박쥐처럼 공간을 인식하는 시각적인 효과도 인상적이었고, 액션씬 중간중간에 나오는 슬로 모션도 기억에 꽤나 남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흔히 말하는 겉멋 가득한 무의미한 연출들은 아쉬웠고, 샹치 텐 링즈의 전설에 이은 갑작스러운 에너지파 결말은 실소를 머금게 만들었습니다.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아쉬운 이야기를 들었던 블랙위도우, 베놈 2, 샹치, 이터널스로 인해 식어가던 마블에 대한 애정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다시금 살리는가 싶더니, 이번엔 모비우스가 그 불씨를 다시 꺼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아쉬움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
- 왓챠 <안나: 죽지 않는 아이들> 공식 예고편
[2021년 6월 30일, 왓챠 공개]
어른들은 모두 죽었다.
죽지 않는 아이들은 천진하지만 잔혹한 사회를 만들었다.
동생과 생존해 온 안나, 악명높은 "푸른 아이들"이 동생을 데려가자 목숨을 건 모험에 뛰어든다.
-
- 왓챠 <우주전쟁 시즌 2> 메인 예고편
인류를 몰살한 그들이 나타났다,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 H. G. 웰스 소설 〈우주전쟁〉 원작 상반기 화제의 SF드라마 〈우주전쟁〉 시즌 1의 후속작? ⠀ SF 생존 스릴러 〈우주전쟁〉 시즌2, 지금 왓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