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8 10:35:09
[JIMFF 인터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내고 존재하기' 최고은 PD 인터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최고은 PD |
최고은 PD는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통해 광주극장에서 이루어지는 뮤지션들의 인터뷰와 라이브 클립을 선보이며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오랜 시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잘 버텨내고 존재하는 광주의 광주극장처럼, 우리 모두의 삶에 있어 ‘버텨내고 존재하기’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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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제 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내 경쟁작 '버텨내고 존재하기'에서 얼굴 마담이 되고 싶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던(웃음)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입니다.
간략히 영화 소개해 주세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공간을 지켜내고 있는 광주극장, 그곳에서 저를 포함한 8명의 뮤지션이 어떻게 음악을 하고 있는지 라이브 클립 공연하는 모습과 인터뷰로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제목을 우선 시 생각하는데 '버텨내고 존재하기' 제목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생각하게 되셨나요? 음악을 시작 한 지 12년 차가 되었는데 10년 차 때 부터 생각했던 화두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라 이전에 음악 하던 흐름과 많이 달라져야 했습니다.활동 방향과 방법이 변하면서 음악을 어떻게 즐겁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버텨내고 어떻게 존재 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를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이었지만, 제 주변 뮤지션들도 그러했습니다. 오래된 공간들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어졌기 때문에 공감이 많이 되는 주제라 함께 이야기 해 보고 싶었습니다.
'버텨내고 존재하기'에서 의도하신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호스트 입장으로 영화에 설정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2019년부터 매해 진행했던 커밍홈의 세 번째 이야기라, 제가 호스트 되어 주변의 뮤지션을 광주에 초대해 광주 알리고자 했습니다.
'버텨내고 존재하기'에서 감독님과 PD님이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권철 감독님께서 영화 상영후 GV에서 적절한 표현을 해주셨는데, ‘냉장고를 부탁해’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제가 냉장고를 준비해서 냉장고 안 에 요리할 수 있는 재료를 넣어 권철 감독님께 드리면 권철 감독님이 요리하는 과정입니다. 저의 역할은 주제와 뮤지션 및 공간 섭외였습니다.
그렇다면 권철 감독님께 제안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권철 감독님은 2011년에 처음 뵈었는데, 이후로 해외 투어 가거나 라이브 클립 작업 시 권철 감독님과 함께 했습니다. 감독과의 작업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음악 대한 애정이 깊고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서 보는 것이 듣는 것과 같은 쾌감이 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에세이 읽는 것처럼, 시 낭독 들었던 것처럼 기억되도록 작업하십니다. 일련의 흐름처럼 영상 파트에 권철 감독님이 늘 계셨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공연하는 뮤지션들의 라이브 클립곡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뮤지션들을 광주로 초대할 때, 주제를 소개하면서 스스로 어울리는 곡을 생각해 라이브 클립을 하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우리가 선정하지 않고 뮤지션 자신이 생각해서 어울릴 만한 곡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곡들입니다.
기억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아마도 이자람밴드가 떠오르네요. 광주극장이 4층 건물 높이인데 당시 이자람 님이 4층에서 라이브 하셨고 저는 1층에 대기하는데 4층 이자람 님의 목소리가 1층까지 울렸어요. 폭발적인 가창력, 목소리 트임에 아주 놀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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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 PD님의 버텨내고 존재하는 비중을 나타내자면 어느 정도 일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는 ‘존재한다는 것’ 에 집중했습니다. 버티는 것 자체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나를 기록에 남기지’ 의 존재에 집중했다면 가면 갈수록 버텨내는 힘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버텨낸다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앞에 있는 것이라 ‘다른 일을 하더라도 똑같겠지, 음악 아니면 뭐 하지’ 생각해도 음악이 저에게 대체 불가한 길이라 버텨냈는데 요즘은 밸런스 찾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 시대를 버텨내고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더 고민하고 나의 이야기가 소중한 만큼 남의 이야기도 소중하게 생각하면 서로가 힘이 되어 잘 버텨내고 잘 존재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통해 무엇을 얻어 가면 좋을지 말씀해 주세요.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우리 모두의 사람살이 안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괄호 앞에 들어가야 합니다. 광주극장이라는 공간은 1933년 개관했으니 90여년 되었고, 영화에 등장하는 뮤지션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꾸준히 하고 만들어 갑니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숨어있는 가치를 지켜내는 것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광주에 갈 기회가 있다면 광주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뮤지션들의 음악도 들어 보시고, 중간중간 나오는 뮤지션들의 추천 영화들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최고은 PD는 10월 말에 있을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광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마지막 손간판쟁이로 알려진 박태규 화백이 작업한 '버텨내고 존재하기' 손간판을 직접 세워 영화를 상영하고 뮤지션들이 공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간이 보이는 공간, 광주극장에서 90여 년 세월 동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내고 존재하는 장소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너무나 기대된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미정, 김문숙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시은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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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의 역사 | 남산의 부장들
우리의 그때 그 역사적 사실들을 재각색하여 만든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있습니다.
그때의 역사에 관하여 한 번 더 되짚어 보며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 임자 곁엔 내가 있잖아" 라는 명대사와 함께 정말로 사실 그래도 믿고 하면 큰일 난다는 교훈을 보여주며 영화 남산의 부장들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스릴러, 느와르, 범죄, 미스터리, 서스펜스, 액션, 시대극, 첩보, 정치, 피카레스크, 고어
감독 : 우민호
각본 : 이지민
출연진 :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개봉일 : 2020년 01월 22일
평점 : 8.46
스트리밍 : tvN , NETFLIX, Wavve, Whatch, 쿠팡
기획 의도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1970년 10월 26일, 중앙 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성민)을 암살한다. 이 사건의 40일 전, 미국에서는 전 중앙 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며 파란을 일으킨다. 그를 막기 위해 중앙 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나서고, 대통령 주변에는 충성 세력들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이기 시작하는데... 흔들린 충성, 그날의 총성
여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영화에서는 과장스럽지 않고 절제된 배우들의 연기의 합이 매우 좋아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1위 자리를 굳건하게 막아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남산의 부장들 결말을 살펴보자면...
우리가 잘 알듯 김규평(이병헌)은 박통(이성민)을 처단하고 참모총장을 모시고 본인의 본거지인 중앙정보부가 있는 남산으로 가서 군을 장악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참모총장의 설득에 못이겨 육군 본부로 가면서 김규평은 그자리에서 체포되며 사형을 받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만약, 이병헌이 참모총장의 말을 안 듣고 중앙정보부로 가게 되었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코믹함을 최대한 배제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쫄깃했던 영화 남산의 부장들 아직 이 영화를 안 봤다면, 추천드립니다~
한줄평 : 반복되어서는 안되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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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속으로...스웨덴] 사랑이라는 모순에 대해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트와일라잇>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뱀파이어의 인기를 체감케 한 소설로도 잘 알려진 <렛 미 인>은 두 차례 리메이크 될 정도로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전무후무한 서정 뱀파이어물에 그 이름을 당당히 올리는 작품 중 하나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해당 영화는 원작 소설의 배경이기도 한 스톡홀름 외곽의 소도시 블라케베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년 소녀의 사랑 이야기로 단순 로맨스를 넘어 관객들로 하여금 갇혀있던 세계에서 벗어나게 된 일종의 성장과도 같은 묘한 감상을 갖게 한다는 작품으로도 역시 잘 알려져 있다. 이야기는 일 년 중 반절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눈이 내리는 그야말로 열기의 화창함과는 상반된 곳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온 세상의 소음을 흡수할 정도의 눈이 내린 어느 날, 고요 속에 살아 숨쉬던 도시는 소녀 '이엘리' 를 맞이하게 되고 소년 '오스칼'은 그녀의 비밀에 점차 다가가게 된다.
혹시 누군가와의 사랑이 세계를 바꿔놓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여기 소년 오스칼의 세계가 그러하다. 이엘리라는 소녀와의 만남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게 된다. 그녀가 단순히 뱀파이어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스칼은 지속적인 학교 폭력에 노출되어있는 인물로 유일한 여가라고는 단조로운 아파트를 뛰쳐나가 자신을 괴롭히는 상대를 흉내내며 그를 찌르는 상상을 하는 것이 전부이다. 눈 내리는 고요한 놀이터를 배경으로 그렇게 폭력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던 두 소년과 소녀는 만나게 된다.
오스칼이 이엘리에게 빠지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하다. 오스칼에게 이엘리는 외톨이었던 자신의 새로운 친구일 뿐 아니라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가해의 흔적을 발견하는 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어른들이 제안하는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다름 아닌 폭력이다. 밤이 찾아오면 더욱 고요해지는 이 곳에서 두 사람의 세계는 그렇게 맞물린다. 그야말로 더 큰 성찰로 나아가지 못한 단순한 아이들의 해결책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유혹적이다. 오스칼은 어쩌면 어른 그 이상을 웃도는 나이이나 영원히 12살로 살아가는 이엘리에게서 폭력 이라는 구원을 받게 된다. 그리고 오스칼은 그런 이엘리의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 시간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겪게 된다.
영화는 그야말로 이러한 모순의 아름다움으로 무장한 채 조용하나 거침없는 전개를 선보인다. 냉전 이후 처절하진 않으나 그렇다고 치열하지도 않는 삶을 사는 후기 산업 사회의 사람들은 그야말로 여가라곤 산책과 수다가 전부인 삶을 산다. 이를 배경으로 폭력으로 하나가 되는 두 아이는 모순적이다. 폭력을 통해 폭력 속에서 구원 받는다는 서사는 물론 그들을 둘러 싼 한 밤 중 눈부신 눈더미와 같은 배경 역시 아이러니의 이미지를 갖는다. 제목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엘리라는 비극은 초대 받아야 들어올 수 있는 존재이다. <렛 미 인>은 극중에도 강조되어 등장하지만 뱀파이어인 그녀가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지만 누군가의 공간에 들어갈 수 있음을 보인다. 이엘리의 보호자였던 호키는 물론 오스칼 역시 그녀를 자진해 맞이한다. 그렇게 의도된 모순들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말 마저 이엘리가 과연 오스카를 이용하는 것인지 사랑하는 것인지 의문을 남기는 와중 그들이 결국 알면서도 선택한 비극이라는 모순이 갖는 의미와도 같은 지점이 강조되기에 서정을 자극한다 볼 수 있다. 순리는 납득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큰 울림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예외는 그 자체로도 모순을 품고있으나 특별함을 갖고 있다. 영화 <렛 미 인>이 보여주는 서사 또한 그러하다. 더불어 12살 아이인 오스칼의 시점이기에 관객은 일정 부분 그의 나이대로 돌아가 잘못된 것임에도 그 선택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점에서 다시 주요 소재를 살펴본다면 왜 모순이 갖는 단점이 해당 영화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다.
원래 사랑이라는 감정은 근거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뱀파이어라는 특정 설정 역시 모순의 일종으로 십분 작용한다. 사실 뱀파이어는 근사한 외모와 비극적 배경으로 여러 콘텐츠의 매력적인 소재가 되어주나 현실을 사는 뱀파이어는 어쩌면 그 환상과는 꽤 큰 차이를 보일지 모른다. 우선 콘텐츠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이들은 피를 섭취하며 그 외의 음식물에는 몸이 먼저 거부감을 보인다. 그렇기에 늘 살인이 따라 다님으로 유랑이 불가피하다. 또한 대체로 평생을 살며 이들의 시간은 추정컨대 죽음을 맞이한 날에 멈춰져있다. 그것을 장점으로 부를 쌓는 류의 스토리도 다수 존재하나 이엘리의 시간은 12살에 멈춰져있다. 경제 활동은 물론 법적으로 홀로 살아가기에 장벽이 존재하는 나이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엘리는 보호자 호킨의 사냥을 통해 피를 공급 받으며 살아간다. 여기서 이 호킨과 이엘리의 관계성이 영화 속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나이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소녀인 이엘리에 비해 호킨은 아버지로 보일법한 외모의 어른이다. 그는 이엘리를 위해 낯선 곳에서 사냥을 시작하지만 어쩐지 그의 행동은 허술하기만 하다. 제대로 된 피를 구하기도 전에 사람들에 의해 장비를 잃어버리기도, 제대로 된 사전 조사 없이 사냥감을 구하려다 모든 것을 망쳐버리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고마움은 커녕 이엘리는 모질게 대하기 일쑤이다. 하지만 호킨은 불평하지 않는다. 그 어떤 감정의 표현 없이 이엘리만을 위한다. 그가 딱 한 번 자신의 의견을 소리내 말하는 것은 오스칼과의 만남을 중단하라는 때 뿐이다. 그리고 그는 실패한 사냥을 책임지기 위해, 더 나아가 이엘리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얼굴 위로 염산을 부어 끝내 이엘리의 허기를 채워주게 된다. 그렇다면 이 관계성은 영화 속 서사에 왜 들어가게 된 것일까.
호킨의 마지막 대사가 '이엘리' 였음으로 미루어보건데 이들은 부녀지간이 아닌 연인 사이였음이 암시된다. 호킨 역시 오스칼의 나이에 그녀를 따라 나섰던 것일지 모르며 그렇게 호킨의 시간 역시 이엘리와 만나는 그 순간 멈춰버렸을지 모른다. 끝까지 이엘리에게 헌신하는 감정이 사랑이라면 어쩌면 결국 이엘리에게 구원 받았음으로 함께 길을 떠나게 된 오스칼 역시 비슷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 역시 가능케 한다. 하지만 이렇게 호킨과의 관계성을 통해 한 차례 그들의 미래가 예고된 바와 달리 결말은 기차 차장 너머 한껏 들어오는 햇살을 강조하며 아름다운 새출발로 묘사된다. 오스칼은 그 환한 빛을 맞이하며 어둠 속에 잠긴 자신의 사랑에게 모종의 신호를 보내며 영화는 막을 내리게 된다. 아침과도 같은 사랑의 시작이 결국 밤의 희생양이 되는 호킨의 결말처럼 끝나리라는 일종의 예고, 순환의 흔적은 잔인하나 동시에 찬란하기도 하다.
엔딩 크레딧 역시 마찬가지이다. 눈을 꽉 감은 채로 강한 빛을 마주하면 눈 앞을 가득 채웠던 어둠은 점차 붉은 색의 빛으로 물든다. 검은 엔딩 크레딧의 배경은 꽉 감았던 오스칼의 시야를 대변하듯 칠흑같은 어둠의 색이었다가 점차 피붉은 색으로 변화한다. 오스칼이 최후가 어쩌면 호킨의 최후처럼 반복되는 일일지도 모르나 적어도 오스칼의 세상, 권태와 폭력에 노출되어있던 세상은 이엘리라는 광폭적인 사랑에 의해 변화를 맞이했다. 이는 명백한 구원이다. 눈부시도록 밝은 수영장에서 죽음의 위기에 놓였던 오스칼이 이엘리를 바라보기 훨씬 이전부터 구원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오스칼 뿐일까? 더 짙은 어둠을 찾아, 더욱 긴 겨울을 찾아 유랑하던 이엘리는 이제 어둠 속에서 먼저 오스칼을 향해 신호를 보낸다. 어쩌면 오스칼의 존재는 단순 호킨의 대체제가 아닌, 다시 시작된 시간 즉 영원을 사는 이가 다시금 맞이하는 원형의 시간일지 모른다.
눈 부시도록 시린 스웨덴의 눈은 아이러니 하게도 긴 밤과 함께 찾아온다. 추위도 잊은 소녀에게 오스칼은 과연 무엇을 깨닫게 해준 것일까. 찬안한 밤의 설원은 그렇게 두 사람을 방관한다. 관객들 역시 그 끝이 비극일지 찬란할지 알 수 없으나 소년과 소녀를 다른 시간으로 보내줄 수 밖에 없다. 사랑은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적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알고 있으나 그 끝은 영원히 알 수 없는 소재이기도 하다. 사랑의 모순됨은 그렇기에 우리가 가장 열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가장 많은 색을 띄고 있는 것 역시 그때문일지 모른다. 내 삶이 슬펐기에 당신을 사랑할 수 있었노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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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먼 곳에서 느끼는 아늑함.
연인과 헤어진 날 아침, 손녀 세이지가 찾아와 임신 중단 수술을 위한 돈을 빌려달라고 찾아오지만 엘이 가진 돈은 43달러뿐이었다. 당장 오늘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소식에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잠깐의 외출에도 찾아오는 불합리한 모습을 마냥 지켜만 보지 않는 엘의 거침없는 분노가 때론 무례하게 비치기도 하지만 방관 없는 당당함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강한 외면과는 달리 조금씩 불안정한 엘의 마음은 6개의 에피소드와 자신과 연결되어 있던 사람들로 인해 조금씩 단단한 마음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했다. 철저히 자신에 대해서 부정했던 시간을 지나 자신으로 당당할 수 있었던 현재의 모습이 세이지와 함께하는 여정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처음에는 마냥 불친절하고 퉁명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세이지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느껴지는 따뜻함이 인상적이었고 뭔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세이지에 당당함을 불어넣어 주는 모습을 보며 왠지 나도 힘이 났다. 특히 세이지의 임신에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던 녀석을 혼내주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폭력의 순간이든, 대화를 통한 재회의 순간이든 남은 평생 매일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될 일을 인정하는 자세를 잘 드러낸 영화였다. 어른의 모습이 완벽함을 갖추기도 어렵겠지만 자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어 불안감보다는 단단함을 가진 사람이 어른의 모습이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다. 회피하고 싶었던 순간을 당당히 마주하는 엘의 모습을 통해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움을 채워가고 있었다. 우리가 보통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조금 다른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불안정한 모습도 어른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낙태 시술소가 있었던 곳에는 카페가 들어서고 그곳에서 낙태라는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그 공간에 있을 수 없게 하고, 함께 책임을 져야 할 이는 책임을 회피한다. 또, 낙태 시술소 앞에 있는 여자가 낙태를 반대하는 시위를 펼친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이 모여 홀로 남는 여성을 홀로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끌지만 영화의 상황과 엘은 그 상황에 젖어들지 않고 같이 걸어나간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정상에서 정상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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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번 믿어 보고 싶은 감독 '최동훈'
첫인상이 좋지 않은 사람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첫인상이 좋았던 사람이, 생각보다 별로인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첫인상이 좋은 사람은 마음을 열고 대하게 된다. 아, 너무 괜찮네…하고 느꼈던 사람의 다음 만남 그 다음 만남이 계속해서 좋으면 호감은 복리로 쌓이게 되는 법이다.
충격적으로 좋았던 ‘범죄의 재구성’을 보고나서,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작품이 누군가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었다. 생동감 있는 캐릭터, 찰진 대사, 속고 속이는 사건들. 잘 짜여진 구조와 세련된 연출. 이제 막 방송을 시작한 새내기PD였던 시절. 영화를 보고 나서 느꼈던 감정은 부러움을 넘어선 충격이었던 것이다. '천재가 나타났네.’ 내게 최동훈 감독은 첫인상이 좋은 그런 감독이었다.
타짜, 도둑들, 암살까지 …데뷔 후 10년동안에 연이어 대박을 터트리며 천만 영화를 두 작품이나 만든 감독. 그 작품들이 나의 취향에도 잘 맞아 믿고 보는 감독이었는데 외계+인 1부를 보고 나오며,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포스터를 보며 어쩐지 서늘한 감정을 느꼈지만 그래도 감독 이름 하나만 보고 선택한 영화였는데… 알 수 없는 배신감과 허탈한 감정이 밀려왔다.
<외계+인> 1부는 잘되면 속편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다른 시리즈들과 다르게 처음부터 2부가 존재함을 드러내 놓고 개봉했다. (아니 이럴거면 OTT시리즈로 만들었어도 되었지 않나)
2022년 현재의 세계에 ‘가드’’와 ‘썬더’는 인간의 몸에 가두어진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며 지구에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서울 상공에 우주선이 나타나고 형사 ‘문도석’은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한편, 630년 전 고려에선 얼치기 도사 ‘무륵’과 천둥 쏘는 처자 ‘이안’이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가운데 신검의 비밀을 찾는 두 신선 ‘흑설’과 ‘청운’, 가면 속의 ‘자장’도 신검 쟁탈전에 나선다. 그리고 우주선이 깊은 계곡에서 빛을 내며 떠오른다. 고려와 현재, 그리고 외계의 세계가 뒤섞여 스토리를 이해해야 한다. 2022년 인간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그리고 1391년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 사이 시간의 문이 열린다.
사실 1부는 자..이제 배경을 설명해줄게…정도의 느낌이랄까. 선명하게 줄거리를 말하기에 세계관이 복잡하지만 이상하게도 참신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기이함. 미래형 SF와 오리엔탈 판타지가 섞인 영상은 어딘가 어수선하고, 캐릭터는 어디선가 본 것 같았고, 스토리는 뻔했다. ‘저기요 …감독님…왜그러셨어요?어디서 부터 잘 못 된건가요?’ 이해가 되지 않아 붙잡고 물어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는 이렇게까지 감독에 대해 고민하는 나는 또 뭔가…나는 왜 그를 좋아했는지 반문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 <암살> 창작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법한 소재에서 시작된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들어 왔다. 인물을 충분히 탐구하고 인터뷰하며 디테일을 놓치지 않아 캐릭터가 살아있었다. 영화적이지만 사실적인 그런 인물들이 어우러져 촘촘하게 극이 진행되며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외계+인>은 어쩌면 최동훈 감독이 ‘하고 싶은 거 다해’ 본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오롯이 상상만으로 만들어낸 세계관과 타임슬립이나 썬더, 하바와 같은 장치들. 아마도 내가 <외계+인>을 보고 그토록 당혹스러웠던 것은 화려한 CG나 숨막히는 액션을 기대했던 것이 아니라 최동훈 다운 작품을 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감독의 정체성이 명확히 보이지 않은 작품 인 것은 그가 변했기 때문이거나 변화하는 중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난 시간 그가 만든 작품을 생각하면, 지금 그는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게다가 이 영화는 둘로 나뉜 영화의 겨우 1부 일 뿐이었으니까. 그가 펼쳐 놓은 것들을 어떻게 마무리 하려고 하는지. 나는 아마도 또 한번 그를 믿고 2부를 보러 갈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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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무비 | 그들이 영화와 멜로를 찍었던 이유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비디오 가게에서 안 본 비디오가 없을 정도로 영화를 사랑한 '고겸'(최우식). 그는 영화와 더 사랑에 빠지기 위해 단역 배우 활동을 시작한다. '마성우'(고창석) 감독의 촬영장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하던 중, 고겸은 촬영 스태프로 일하던 '김무비'(박보영)를 만난다. 첫눈에 그녀에게 반한 고겸은 끊임없이 그녀에게 다가서고, 그를 부담스러워하던 무비는 볼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고겸에게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열기로 결심한다.
바로 그때 고겸은 돌연 모습을 감춘다. 교통사고로 인해 장기 입원 환자가 된 형 '고준'(김재욱)을 간호해야 했던 것. 영문을 모르는 무비는 어릴 적 딸보다 영화를 사랑했던 아빠처럼 고겸이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하고, 그와의 관계를 홀로 정리한다. 하지만 5년 후, 영화감독이 된 무비 앞에 고겸이 나타난다. 그것도 유명 영화 평론가가 되어서. 그를 다시 본 순간 무비는 깨닫는다. 그와의 멜로 영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멜로무비>를 보는 두 시선
'멜로드라마' 혹은 '멜로' 장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좁은 의미에서 멜로는 로맨스 장르,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뜻한다. 특히 분위기가 무거운 작품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흔히 '정통 멜로'라 하면 성인 간의 관능적이거나 진지한 로맨스를 연상할 수 있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에 멜로 향이 첨가되는 경우도 있다. 두 주인공의 사랑이 내적, 외적 이유로 위기를 겪을 때 자연스럽게 멜로로 전환되는 식이다.
넓은 범주에서 보면 멜로 장르는 연인 간의 로맨스 그 이상의 이야기를 포함한다. 본래 멜로는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주인공(특히 여성)이 겪는 여러 어려움과 고통을 감정적으로 분출하는 극을 의미했기 때문. 즉, 멜로는 연인과의 사랑은 물론,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부딪히는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인 셈이다.
<그 해 우리는>의 이나은 작가가 넷플릭스와 만난 <멜로무비>를 보고 나서 반응이 갈릴 여지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멜로무비>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 비중이 작은 반면, 영화라는 매개체 덕분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 따라서 만약 좁은 의미의 멜로를 기대했다면 예상과 달리 곁가지가 많아 보이고, 넓은 의미의 멜로를 원했다면 눈물샘을 자극하는 사랑 이야기에 저항 못할 수밖에 없다.
고겸과 고준의 멜로무비
<멜로무비>는 영화를 구심점 삼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한 곳에 모은다. 그들이 영화와 사랑에 빠진 각기 다른 이유를 보여주면서 그들이 영화와 찍은 멜로무비를 틀어주는 셈이다. 가장 먼저 고겸과 고준 형제의 멜로무비가 눈에 띈다. 어려서부터 온갖 영화를 섭렵하고, 단역 배우로 활동하다가 영화평론가가 된 고겸. 그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영화 속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고겸의 말에는 속뜻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형 고준과의 관계 때문이다. 고겸은 초등학생일 때 부모님과 사별했다. 그런 그에게 현실은 두려운 존재였다.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형마저 자신을 떠나는 것은 아닐까 무서움에 떨게 만드는 존재가 바로 현실이었다. 달리 말해 고겸에게 영화는 일종의 탈출구였다. 어린 나이에 마주하기에는 너무나도 차가운 현실을 잊게 만드는 환상이었다. 그래서 그는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
고준이 영화와 사랑에 빠진 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인이 되자마자 어린 동생과 남겨진 고준. 그에게 현실은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그는 밀린 월급을 주지 않는 사장에게 항의하다가 모욕을 당해도 끓어오르는 감정을 마음속 깊이 눌러 담아야 했다. 그런 고준에게 영화는 온갖 감정을 눈물로써 승화하는 창구였다. 평상시에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그가 유독 슬픈 영화만 보면 펑펑 울었으니까.
더 나아가 두 형제에게 영화는 삶의 버팀목이었다. 둘이 같이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각자의 상처를 잊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고준이 교통사고 때문에 장기간 입원하고 재활 치료를 받는 동안 고겸이 영화평론을 직업을 선택한 것은 상징적이다. 두 형제에게 영화란 삶을 지탱하는 수단이자 가족을 뜻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무비와 아빠의 멜로무비
김무비의 멜로무비는 고겸의 것과 양상이 다소 다르다. 그녀에게 영화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영화는 좋아했지만, 아빠 때문에 영화가 싫어진 것. 자기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었던 무비의 아버지는 평생을 영화 스태프로 일했다. 딸과 약속이 있어도, 딸의 생일이어도 영화 제작 현장에 가 있을 정도였다. 그런 아빠를 보면서 무비는 그가 자신보다도 영화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아빠를 미워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사랑한 아빠를 미워했기에 무비는 영화를 자기 진로로 선택했다. 아빠가 너무나도 미운 나머지 그에게 증명하고 싶었으니까. 그를 비롯한 다른 영화인들처럼 자기 인생을 갈아 넣지 않아도 충분히 영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그저 직장이자 일일 뿐이라는 사실을. 즉, 무비에게 영화는 의도치 않게 삶의 방향성을 정해준 이정표였던 셈이다.
이 이정표는 신인 감독이 된 무비에게 다른 길도 가르쳐준다. 그녀는 감독이 된 후에야 비로소 마음 한 구석에 품었던 미운 정을 떨쳐낸다. 아빠가 그토록 영화에 매달려야 했던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 영화는 혼자 만드는 예술이 아니니까. 영화감독이 된다는 것은 무비 아빠처럼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꿈과 열정을 책임진다는 의미였으니까. 그 무게감과 절실함을 마주하면서 무비는 비로소 진정으로 영화와 사랑에 빠진다.
무비와 고겸의 얕은 멜로무비
그런데 고겸과 무비는 정반대 방향으로 영화와의 사랑을 가꿔 나간다. 흥미롭게도 두 주인공 간의 멜로가 계기다. 고겸은 영화 그 자체보다는 형과 영화를 같이 보며 현실을 잊는 시간을 사랑했다. 그래서 그는 형이 세상을 떠나자 영화에도 흥미를 잃는다. 평론도 그만두고, 그간 애써 모은 비디오도 정리한다. 빈자리는 무비가 대신한다. 형과의 추억이 뼈아파서 집에 못 들어가던 그를 무비가 데리고 들어가는 장면이 그 방증이다.
반대로 무비는 고겸을 만나 영화와의 멜로를 꽃피운다. 고겸이 그녀의 마음속 상처를 보듬어 줬기 때문. 무비는 영화감독이면서도 영화와 거리를 두었듯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영화를 쫓던 아빠처럼 다른 이들도 자신을 버릴까 두려워했으니까. 하지만 홀연히 떠난 것 같았지만 결국 되돌아온 고겸과의 로맨스 덕분에 무비는 달라졌다. 그와의 멜로 덕분에 영화와 사람에게 마음 주는 법을 배운 셈이다.
문제는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끼친 영향이 강조되지 못했다는 것. 달리 말해 두 주인공 각자의 인생사가 그들의 로맨스를 가려버린다. 그들이 영화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는 인생의 역경과 얽혀서 명확히 드러난다. 그에 반해 둘이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고 애정을 키워 나가는 과정은 그저 우연에 기댄다. 드라마의 분위기 자체는 영화적으로 꾸며주더라도 그들의 접점을 강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작가의 전작인 <그 해 우리는>과 비교하면 문제가 더 명확하다. 전작은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묘사했다. 전 애인, 다큐멘터리 출연자, 마케터와 섭외 대상 작가 등 여러 관계를 중첩하면서 관계에 깊이감을 더했다. 반면에 고겸과 김무비는 운명적인 사랑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영화감독과 평론가라는 독특한 조합도 그저 둘을 재회시키는 도구일 따름이다. 자연히 둘의 로맨스는 표층적이다.
삐걱거려도 넘어지지는 않았다
이처럼 두 주인공의 서사가 잘 이어지지 않고, 멜로도 부각되지 않다 보니 <멜로무비>의 완성도에는 여러 문제가 생긴다. 우선 '홍시준'(이준영)-'서주아'(전소니) 커플의 이야기가 극에 녹아들지 못한다. 이 서브 커플은 고겸-김무비 커플과는 정반대 위치에 있다. 그들처럼 우연히 재회했지만, 장기 연애가 끝난 후에 만났다는 점이 다르다.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대신 이별을 완성하는 이야기라는 점도 차이점이다.
그런데 고겸과 무비의 관계성이 각자의 사연에 가려지다 보니 서브 커플의 서사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한다. 빛이 강해야 그림자도 짙어질 수 있는데, 정작 빛이 약한 모양새다. 이에 더해 꿈을 위해 이별을 선택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서브 커플의 플롯도 문제다. <라라랜드> 같은 이 이야기가 정작 '영화'와 접점이 없기 때문. 그 결과 이들의 로맨스는 다른 드라마가 중간에 삽입된 것 마냥 나머지 플롯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완성도의 결함으로 인해 기시감도 강조된다. 일례로 매 에피소드마다 반복되는 프롤로그-본편-에필로그 형식은 작가 고유의 스타일이지만, 마치 전작의 답습처럼 보일 수 있다. 다른 설정도 마찬가지다. 헤어진 연인이 5년 만에 재회하는 전개, 사람을 좋아하는 남자 주인공과 사람을 밀어내는 여자 주인공 조합도 큰 틀에서는 전작과 똑같다. 그러다 보니 최우식의 내레이션이 들리는 순간부터 진한 익숙함이 느껴질 여지도 충분하다.
그렇지만 <멜로무비>의 아쉬움과 단점은 긴 잔상으로 남지 않는다. 남녀의 로맨스보다 강조한 사랑 이야기가 충분히 뇌리에 각인되기 때문. 고겸과 고준 형제의 사연으로 가득 찬 일곱 번째 에피소드의 끝에서는 눈물을 참기 어렵고, 어릴 적 상처를 딛고 마침내 삶의 방향을 결정한 무비를 보면서는 공감과 격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멜로무비>는 부족한 로맨스를 깊이감 있는 멜로로 대신하며 막을 내린다.
Acceptable 무난함
부족한 로맨스를 채우고 넘치는 멜로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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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 크루즈 벌써 11번째 내한! 레전드 작품 모아보기
톰크루즈 <미션 임파서블> 밖에 모르신다구요??
톰크루즈 배우는 블록버스터부터 작품성 있는 작가주의 감독 영화에도 출연하는 올라운더 배우인데요. 7월 12일 개봉하는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아주셨습니다! 벌써 11번째 방문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엄청난것 같아요 수많은 명작들을 남긴 톰크루즈의 영화들 같이 살펴봐요!
<탑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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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멋진 항공기술과 끝내주는 OST
탐크루즈의 전성기 외모와 그 외배우들의 훌륭한 비주얼로
1980년대를 상징하는 할리우드 영화중 하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CINEPICK
레스터 역에 캐스팅된 톰 크루즈를 원작 작가는 맘에 들어 하지
않았고 캐스팅 논란까지 일었지만 개봉하자마자 미모뿐만 아니라
연기로도 ‘레스타’역을 깔끔히 소화해 개봉 후 이러한 논란은
쏙 들어가고 급기야 작가가 사과까지 했다고...
<바닐라 스카이>
CINEPICK
스토리가 좋고 톰과 최전성기의 페넬로페 크루스와
카메론 디아즈의 케미를 엿볼 수 있는 미스터리 로맨스
"당신을 만났던 순간부터 매순간 1분 1초가 삶이 바뀌어질 수 있는
기회였다는걸 깨달았다"는 작 중 마음을 울리는 명대사.
<레인 맨>
CINEPICK
로드 무비 장르로 선과 악으로 구분지어지지 않는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인간을 그려낸 탐크루즈. 특히 60년대의 베트남 전쟁
참패 후 혼란스러웠던 시기 영화에도 엄청난 격변이 있었는데 미국
사회의 현실을 여실히 담고 있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면서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매그놀리아>
CINEPICK
PTA 감독의 영화로 엄청난 배우들을 한 데 모아놓은 작품.
연기, 작품성 모두 인정받아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제 2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작에 여럿 이름을 올린 걸작.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톰크루즈 인생 최고의 연기로 꼽기도 하는데 후반부
아버지에게 죽지 말라며 오열하는 장면은 소름끼치는 명장면이다.
<미션 임파서블>
CINEPICK
톰 크루즈의, 톰 크루즈를 위한, 톰 크루즈에 의한 영화. 톰 크루즈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작품을 고르라면 바로 <미션 임파서블>시리즈!
할리우드 액션 첩보물의 간판 시리즈 중 하나며 20년이 넘게
제작되고 있다. 언론, 대중들의 평가가 대체적으로 좋으며 시즌을
거듭할수록 작품의 퀄리티, 평가가더 좋아지는 레전드 작품.
오는 12일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벌써 톰 크루즈의 7번째 미션입니다. 이미 수많은 미션을 성공 시키고도 어떤
말도안되는 미션이 기다리고있을지 기대가되는데요
오랜만에 태블릿은 잠시 접어두시고 방에서 나와 시원한 극장에서
팝콘도 먹고 짜릿한 액션 즐겨보는게 어떤가요?
AMY였습니다 :) 매주 수,금 큐레이션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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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 영국 역사 속 실제 기록 그리고 1차 세계대전 역사ㅣ킹스맨 프리퀄ㅣ
? 영화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 (King's Man, 2020)' 예고편 분석영상
- 스태프
제작사: 20세기 폭스, 마브 스튜디오, 클라우디 프로덕션
배급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장르: 액션, 스릴러
감독: 매튜 본
제작: 매튜 본, 데이빗 리드, 애덤 볼링
각본: 매튜 본, 칼 가이듀섹
원안: 매튜 본
출연진: 해리스 디킨슨, 레이프 파인스, 젬마 아터튼, 다니엘 브륄, 자이먼 혼수, 스탠리 투치 외
음악: 헨리 잭맨
개봉일자: 2020년 9월 18일-킹스맨 시리즈 프리퀄
1차 세계대전 배경
#킹스맨퍼스트에이전트 #킹스맨 #킹스맨퍼스트에이전트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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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벤느망> 30초 예고편
아이를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 모두가 그녀에게 선택권이 없다고 하지만... 모든 걸 각오한 스물셋 대학생 '안'. 그녀의 이야기를 3월 10일 극장에서 만나보세요. - 〈레벤느망〉 3월 10일 극장 대개봉 수입·공동배급 | (주)왓챠 배급 | (주)영화특별시S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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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외계+인> 1부 런칭 예고편
올 여름, 가장 궁금하고 기대되는 새로운 세계의 시작! [외계+인] 1부 런칭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