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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2023-10-12 07:00:06

[BIFF 데일리]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인간의 온기

영화 <푸른 장벽> 리뷰

푸른 장벽  Green Border

 

Director

아그네츠카 홀란드 Agnieszka HOLLAND

Cast

Jalal ALTAWIL, Maja OSTASZEWSKA, Behi Djanati ATAI, Mohamad Al RASHI, Dalia NAOUS, Tomasz WŁOSOK

 

Program Note

2021년 하반기 벨라루스가 중동에서 흘러 들어온 난민들을 인접한 폴란드로 보내면서푸른 숲으로 우거진 국경 지대에서 양국의 군인들과 중간에 낀 난민들이 충돌하게 된다거장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최신작 <푸른 장벽은 철저한 조사에 기초해 다큐멘터리적 접근을 취함으로써때로는 현실이 픽션보다 참혹할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는 않지만 우리 세상 모든 면이 정치적”이라 했던 감독의 말처럼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정치적 판단을 하게 된다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새우등 터지는 난민그들을 도우려는 인권 단체그들을 두려워하면서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주민그들을 몰아내야 하는 국경 수비대의 다양한 시점을 통해 우리가 선택을 내리는 순간그 희미한 선악의 경계를 반추하게 만든다그리고 영화의 말미 짧은 에필로그에 이르러불과 일 년 후 폴란드의 또 다른 국경에서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박가언)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영화 중 하나였다하지만 나는 리뷰를 쓸 수 없어며칠 동안 새문서를 열어 놓고 커서가 깜박거리는 빈 종이를 쳐다보고만 있어야 했다씨네랩 크리에이터 중 한 분이 하셨던 말처럼 언제쯤 글이 애정의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있게 될까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써야지 누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난민의 인권에 대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전 세계적으로 재정착이 필요한 난민은 140만 명 이상에 달하며특히 시리아아프가니스탄남수단 등의 내전으로 인한 난민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난민에 대한 영화도 다수 제작되고 있어난민이라는 소재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조국을 떠나 새로운 나라로 떠나는 과정에서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상황을감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밀도 있게 만든 영화가 있었던가?  떠올려 보면기억이 나지 않는다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았던 <하얀 천국역시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탈출기를 다루고 있었다아내를 잃은 뒤일곱 살 난 딸을 홀로 키우는 사무엘이 이탈리아의 오두막으로 떠났고그곳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온 체흐레의 여정을 돕게 된다영화에서는 선과 악이 분명했다난민을 잡으려는 자와 돕는 자악인은 광기 어릴 만큼 인간성이 없는 모습이었고추격전은 너무도 가슴 떨리는 스릴러에 가까웠다영화는 누군가를 도우며스스로 구원받는 사무엘과 스스로의 삶으로 굳건히 나가는 체흐레관객은 마침내 각자의 해피엔딩을 맞은 두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들었었다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에서 온 난민들이 유럽을 가기 위해 벨라루스 국경으로 향하고유럽의 첫 관문은 벨라루스에서 철조망 하나를 넘으면 되는 폴란드가 된다하지만 이곳을 지나 다른 유럽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폴란드 정부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국경수비대를 배치하여 보수적인 정책을 멸치다폴란드로 넘어왔다드디어 유럽이다.라는 기쁨은 잠시 국경수비대에 의해 다시 벨라루스로 보내지고 그곳에선 폭력이 난무한다부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고때때로 사망자도 나온다영화는 벨라루스와 폴란드 사이의 국경, Green Border에서 일어 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흑백영화지만그래서 참혹한 실상에 몰입이 되었다영상미가 아닌 상황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주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누리의 가족이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들의 안녕을 바라며 초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때로 현실을 담담히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 될 수도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괴로웠던 것은 영화 <하얀 천국>에서는 이탈리아에서 눈 덮인 산을 넘어가면 된다는 어떤 목표 지점이 있었던 것과 달리이 국경에서는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폴란드에서 벨라루스로 공깃돌을 던지듯 난민을 주고받는 것이 무한 반복으로 되풀이된다는 사실이다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지방법이 보이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에 난민과 관객을 함께 던져 버린다영화가 한 시간쯤 진행되었을 때나는 이 참담한 현실을 한 시간 반이나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너무 괴로워서 눈물이 났다고작 한 시간으로 이렇게 참담한 마음인데벨라루스 국경의 난민은 , 지금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저 가족은 어떨까우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탈출하던 난민의 말처럼 그저 자신의 죄는 ‘최악의 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인데

 

영화는 절대적인 악인을 찾기 힘들다수비대도활동가도 모두의 상황이 이해가 되고모두의 상황이 안타까운 지점을 섬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많은 이를 잃어 천 번 죽는 기분이어도결국 인간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인간을 향한 애정임을 말하고 있다주어진 일과 해야 하는 일과 마음이 시키는 일 그 지점 사이에 있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작은 온기가 모여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푸른 장벽의 깊은 숲의 냉혹한 현실에서 나아가도록 실낱 같은 희망이 되어준다오늘 국경에서 난민을 추방하도록 임무를 부여받은 수비대도 곧 아버지가 되고자신이 눈 한번 감으면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안다검은 마스크와 군복을 천천히 옷을 벗고맨 몸으로 거울 앞에 선 자기의 얼굴을 마주하고 임신한 아내 옆에 웅크려 눕던 장면을 통해 영화는 말하고 있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을 벗으면 우리는 똑같은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우리는 여권이나옷으로 규정 되는게 아닌 온기를 가진 인간으로 살아가야 한 다는 것을

 

 

 

Schedule

10 7 09:30 영화의 전당 중극장

10 9 12:30 CGV 센텀시티 6

10 12 15:30 영화의 전당 중극장

 

작성자 . 클로저

출처 . https://brunch.co.kr/@deerp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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