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un2024-09-06 13:49:00
선자의 역사는 '모두'의 이야기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파친코'에 열광하는 이유
이민진 작가가 집필한 동명소설을 드라마로 제작한 애플TV+ '파친코'는 공개된 뒤, 국내에서 많은 이목을 끌었다. 그동안 한국 근현대사 중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다룬 국내 미디어물은 많았으나, 국외 제작진과 글로벌 OTT 플랫폼(애플TV+) 속에서 한국(+한국계) 배우들이 중심으로 담아냈던 사례는 '파친코' 이전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시즌 1에만 무려 1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제작비를 투입한 '파친코'는 공개되자마자 단번에 화두로 떠올랐다. 3월 25일 유튜브로 공개된 1회는 조회 수 천만 뷰를 가뿐히 넘어섰고, 4년 전에 한국어 버전으로 발간된 원작 소설은 절판을 앞두고 역주행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국서 접할 수 있는 OTT 중에선 후발 주자 격인 애플TV+ '파친코'로 틈새를 공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파친코'를 향한 인기와 호평은 한국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파친코'의 수준 높은 연출력과 서사, 연기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로튼 토마토 신선지수 98%, 메타크리틱 점수 87점을 기록하는 등 작품성을 검증받았다. 이에 힘입어 애플TV+ 측은 '파친코' 시즌 2로 확장했다.
'파친코'가 화제의 콘텐츠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제작 비하인드도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다. 4대에 걸쳐 80년간 일본에서 살아가는 재일교포의 삶을 다룬 '파친코'에 영화/드라마 제작에 손을 내민 곳은 애플TV+ 이외에도 많았다.
그러나 원작자 이민진 작가는 다른 러브콜을 거절하고, 애플TV+와 계약을 맺었다. 제일교포인 주인공을 다른 인종(백인)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다른 곳들과 달리, 유일하게 애플TV+만 이 작가의 요구사항에 따라 원작 그대로 따라갔기 때문이다.
최근 '킹덤', '기생충', '미나리' 등 웰메이드 작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아시아인의 위상이 예전과 달라지긴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미국을 포함한 서양 주류사회는 의도적으로 아시아인을 배척해왔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아시아인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었다. 선자(김민하/윤여정)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을 백인으로 설정하려고 했던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단순히 백인으로 각색해야 무조건 돈벌이가 되고 먹힌다는 의미로 접근한 건 아닌 것 같다. 한국의 아픈 근현대사부터 1980년대가 주요 시대적 배경인 '파친코' 속에서 다른 문화권에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쉽게 드러났다.
'파친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선자의 남편 백이삭(노상현)과 그의 형 백요셉(한준우)부터 선자의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소지 아라이), 그리고 선자의 손자이자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진하)까지 성경에 언급된 핵심 인물들의 이름을 차용했다. 그렇다, '파친코'는 기독교 코드를 한국 근현대사에 녹여낸 것이다. 원작자인 이민진 작가 또한 성경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파친코' 속에 기독교적 메타포가 눈에 띈다.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이 시작되면서 점점 조선인들이 먹고살기 힘들었던 1910년대, 선자의 모친 양진(정인지)은 선자가 태어나기 전 무속인을 찾아간다. 당시 태어난 아이들의 사망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 이때 무속인은 "아가 생길 기다. 이 아는 살려 주실 기다. 꼭 살아가 대를 잇고 손을 이을 기다"라고 말을 건네는데, 이 장면은 성경의 누가복음 1장을 떠올리게 한다.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 -누가복음 1장 31절~33절-
다시 첫 회 도입부를 장식한 양진과 무속인의 대화 장면으로 돌아가면, 이 장면 구성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와 닮아있다. 언뜻 샤머니즘으로 아이가 점지되길 비는 것처럼 보이나, 기독교적인 메타포가 깔려 있는 셈이다. 동시에 양진은 신으로부터 아이를 선물 받은 성모 마리아, 예언된 아이 선자는 신과 사람 사이에 중개자 역할을 하는 '선지자'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점으로 '파친코'의 메인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선자네 가족 4대는 성경 속 인물들의 이름을 빌려 쓴 것을 넘어 행적도 상당 부분 투영되어 있다. 한 예로 한수(이민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선자는 죽을 뻔한 이삭을 살린 뒤, 그와 남녀관계를 뛰어넘어 종교를 기반 삼은 동반자 관계를 맺으며 함께 일본 오사카로 건너간다. 이는 막달라 마리아의 행보를 떠올리게 만든다.
동시에 이삭은 소설에서 호세아의 삶을 살겠노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을 구해준 선자를 정죄하지 않고 사랑으로 감싸준다. 세속적인 면을 버리고 종교적인 용서와 믿음을 실천하는 것까지 호세아가 갔던 길을 그대로 답습한다.
선자와 이삭의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 모자수(모세)와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도 그렇다. 고대 히브리인을 이집트로부터 독립하게 만든 모세처럼 조선인들을 일본에서 탈출시키진 못했으나, 파친코로 부를 축적한 자이니치들을 대변하는 인물 격으로 등장한다. 모세가 당시 고대 히브리인을 대표하는 리더였던 것처럼 말이다.
이스라엘 왕국의 흥망성쇠를 동시에 맛봤던 솔로몬을 닮아, 백솔로몬은 1989년 최절정을 찍었다가 버블경제로 인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일본을 살았던 인물을 대변한다. 또 그가 유학생활을 했던 미국은 그 시기에 중산층이 몰락하던 시기를 맞이했다. 그 격동기를 경험한 세대들이 솔로몬으로 압축된 셈.
드라마로 제작돼 한국에서 관심받기 전, 소설 '파친코'는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까지 진출했다. 이는 이민진 작가가 한국의 근현대사를 미국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성경과 이민의 역사를 적절하게 녹여내 큰 공감대를 형성한 공이 컸다.
특히 한국인 이름을 가지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선자는 한국과 기독교 가정을 연결 짓는 인물인데, 이는 미국인이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아이덴티티(기독교, 원주민, 뿌리를 중시, 이민자 출신)에 모두 부합하고 있다.
이어 선자와 이삭 부부가 종교 때문에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다는 설정은 17세기 기독교 원리주의 목적 하나만으로 영국을 떠나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바다를 건너 신대륙에 발을 디딘 청교도들, 그들의 후예가 건국한 미국의 건국사와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여기에 선자 가족을 포함해 나라를 잃고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인들에게 핍박받고 착취당하는 수난기는 구약성경 내용과 같은 결을 띤다. 이 과정에서 일본인들이 더럽다고 여긴 자이니치들이 꿋꿋이 버텨내며 뿌리를 내리는 건 고난과 역경을 거쳐 탄생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후예들을 암시한다. 이러니 한국 근현대사를 따르지 않고, 서양인으로 각색하려는 제안들이 들어왔던 것이다.
결국 '파친코'가 한국을 넘어 다른 문화권에서도 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건 오직 한국인들과 재일 교포 만이 공유할 수 있는 아픈 역사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일어났던 역사와 사건 등이 여러모로 겹쳐 보였던 것이다.
그 지점을 이민진 작가가 영리하게 성경을 차용해 '파친코'의 서사 속에 녹여낸 것이다. 그는 일본에서 살았던 당시, 재일교포들이 겪는 차별을 고발하고 싶었고, 이것이 '파친코'의 출발점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 문제를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이해하고 공유해 같이 분노하기 위해 다른 문화권 코드를 잘 융합시킨 셈이다. '파친코'를 읽는 모든 이들이 한국의 역사와 재일교포에 과몰입시키고 싶었던 그의 목적은 달성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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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변해도 순간은 변하지 않기에
개강 후 처음 보게 된 영화인 이터널 선샤인. 힐링 영화로 여러 번 추천을 받았던 영화이다. 원래 로맨스 장르의 영화를 잘 즐겨 보지는 않는 편이라 감상을 계속 미루다가 일주일 동안 두 번이나 보게 됐다. 최근 몇 달 동안 선혈이 낭자하고 주인공이 고통을 받는 영화들만 보다가 따뜻한 시선의 영화를 보게 되니 오히려 더욱 처연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는 아침에 잠에서 깬 한 남성(조엘)이 그 날 출근을 갑자기 그만 두고 몬톡행 열차를 타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엘은 열차 안에서 파란 머리를 한 여자(클레멘타인)와 만나 대화를 하고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어 빙판 위에서 밤을 샌다. 아침이 되어 차 안에서 여자를 기다리던 남자의 장면은 갑자기 차 안에서 울고 있는 남자로 바뀐다. 알고보니 둘은 이미 서로 사랑했다가 헤어진 사이었고, 서로에 대한 기억을 견딜 수 없어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에 의뢰했다. 기억을 지우는 도중 처음에 너같은 사람을 지우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던 조엘은 기억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죽어도 잃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기억 속 첫 클레멘타인의 존재마저 사라지려 하던 찰나, 조엘은 몬톡이라는 역을 머리 속에 깊게 새기게 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몬톡행 열차를 타 클레멘타인을 두 번째로 처음 만나게 된다.
이 영화 속에는 현재의 장면 사이에 꿈과 비슷한 형태의 과거가 역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차 안에서 우는 조엘의 모습을 보게 되는 우리는 '사랑이 시작되고 오랜 시간이 흘러 이별하게 된 상황이구나~'라고 처음 받아들이게 되지만, 사실 이는 가장 먼저 삭제될 최근의 과거일 뿐이다. 영화의 이러한 구성은 우리에게 현재와 과거는 분리된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스스로 쌓은 순간들에 기대며 살아가고 있으며, 엔딩 이후 두 연인이 재결합하더라도 결론이 같을 수 있음을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들여다본 우리는 오프닝과 완전히 똑같은 후반부 장면에 이르러서 안타까움, 안도, 불안함, 복선에 의한 카타르시스 등이 합쳐진 복합적 감정을 느낀다.
이터널 선샤인은 기억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기억을 지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엘의 기억이 이어지는 장면들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기억'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우리는 순간을 각자의 눈으로 어떻게 저장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영화적으로 정말 재밌게 충족시켜준다. 흥미로운 소재를 찍는 더욱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연출(기억을 지우는 회사, 무너지는 공간 등)이 이 영화에 독창성을 부여하고 있다.
기억과 관련된 소재의 영화는 많았지만, 자신의 기억에 상처받은 사람도 납득이 가능한 따뜻한 메세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훌륭하게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은 아무래도 후반부 - 엔딩일 것이다. 만약 클레멘타인이 조엘의 녹음을 듣고도 눈과 귀가 멀어 조엘을 사랑하겠다고 말했다면 이 영화는 눈물 몇 방울 흘리는 그냥 재밌는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다. 또 만약 떠나는 클레멘타인을 조엘이 붙잡지 않았다면,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는 씁쓸한 주제의식을 가진 영화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안다. 그래도 괜찮다.'라는 마지막 대사로 '아닌 건 아닌 것'이라는 우리의 이성과 '그래도 다시 한 번'이라는 우리의 감성을 동시에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있다. 이는 맹목적이지도, 시니컬하지도 않은 멋진 메세지이기에 공허하게 울리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영화에 고마움을 느꼈다. 위에 적은 두 생각 사이에 갈팡질팡하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후회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나아가라고 제안한다. 사랑을 신성화하지도 격하하지도 않고 우리는 우리로 존재하면 된다고 말한다. 내가 영화를 보는 동시에 영화도 나를 보고 있었다. 작중 '내가 사라지는 것 같아'라는 대사처럼 우리의 기억이 사라지면 곧 우리도 사라진다. 우리는 기억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잘못을 저지른 순간을 끝없이 뒤돌아보며 후회해야 할까, 아니면 행복했던 과거의 순간들을 붙잡고 늘어져야 할까? 어쩌면 우리는 잘못된 순간이라는 건 만들지 않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가 우리를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의 잘못을 따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믿는 것, 우리를 둘러싼 세계, 우리 자신까지도 끝없이 변하고 추해지기도 하며 끝에 가서는 소멸한다. 우리가 어떻게 얼마나 변할지 알 수 없고 얼마나 살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순간들만큼은 과거 속 그 자리에 변하지 않고 영원하다. 그렇기에 어쩌면 한 순간 순간은 인생 전체보다도 더 중요하고 고귀하다. 만약 영원히 반복해도 후회가 없을 순간을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주변의 모두가 뭐라고 비난하더라도 자신에게 당당할 것이다. 그저 시간이 흐름으로 인해 생긴 후회들, 나라는 사람의 성격이 변해서 다르게 기억되는 순간들 모두 그 당시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안다.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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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의 새빨간 비밀] 초간단 3분 리뷰
줄거리
학교에서는 쿨한 척하지만 집에서는 엄마한테 꽉 잡혀사는 13살 소녀 메이.
악몽을 꾸고 일어난 날 아침, 거울을 봤더니 자신이 레서판다로 변해버렸다!감상포인트
1. 사춘기 소녀들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레서 판다'라는 소재로 풀어냄.
2. 결말은 진부하긴 하나, 소재와 전개 면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했음.
3. 논란이 있는 것이 흠결, 아예 없었으면 좋았을걸.감상평
처음 봤을 때는 신기했다. 동양권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것도 '동양인 소녀' 이야기를 다루면서 갈등을 친구들과의 우정으로 풀어 냈다는 점에서. 솔직히 디즈니에서 동양권 문화를 다룰 때는 가족 이야기로 눈물 짜내겠다는 선전포고이기 때문에 '오? 제법 발버둥 쳤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말은 역시나 싶다. 따지고 보면 메이가 앞 세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이 가장 전통을 지키는 방향인 것이다. 레서판다가 되었던 선조가 메이를 끌어안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이 그러하다. 메이는 오히려 전통성을 지키는 방향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내면의 욕구를 그대로 인정하고 표출하는 것'이다.
결말뿐만이 아니다. 동양인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여전히 달라지는 게 없다. 영화의 감독이 동양인이라고 해서 색다른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증명을 한 셈. 왜냐하면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고, 디즈니에서 일하면 디즈니의 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디즈니 룰'을 적용하고 지켜야만 영화가 제작될 테니 당연한 이야기다.
동북공정에 대한 부분은 아쉽다. 항상 언급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썼다면 논란이 생기지 않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뭐, 그렇다고 엄청 아쉽지는 않다. 그렇게 애정 쏟아부을 만큼 매력이 넘치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디즈니 플러스 구독자인데, 저녁 먹을 때 뭐 볼지 고민되면 한 번쯤 보라고 할 만한 정도니까.별점
★★☆(2.5 / 5.0)
바짓가랑이 붙잡고 꼭 보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소매 걷어붙이고 보지 말라고도 못하겠는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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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2월의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넷플릭스 <지금 학교 우리는> 박스오피스 예측(결과)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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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해적: 도깨비 깃발>(-)
▶<해적: 도깨비 깃발>이 설 연휴에 이어 계속해서 2주 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말동안 (2월 4일~6일) 관객 수 16만 482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0만명을 돌파, 현재 108만 6274명입니다.
지난 주에는 박스오피스에 진입한 신작 없이 설 연휴 순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에는 할리우드 대작
<나일 강의 죽음>, <355>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박스오피스 1위를 계속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2위. <킹메이커>(-)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킹메이커>입니다.
주말동안 (4일~6일) 주말 관객 수 10만 8906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61만 6497명입니다.
<해적: 도깨빗 깃발>과 같은 날 개봉한 국내 기대작이었는데 다소 아쉬운 스코어를 보이고 있습니다.
<킹메이커> 역시 이번 주는 할리우드 대작들이 개봉함에 따라 다소 순위 유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3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입니다.
같은 기간(4~6일)동안 주말 관객 수 4만 530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744만 9338명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정말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놀라운 작품입니다.
어느 덧 누적 관객 수 75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요.
지금처럼 꾸준히 관객 동원을 한다면 750만명 돌파도 가능하리라 짐작됩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6회 예측 이벤트는 화제의 작품인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입니다.
<지금 학교 우리는> 1월 28일 공개 차주 후에 과연 총 몇 개 국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예측해보는 이벤트인데요.
그럼 제86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지금 우리 학교는> 이벤트에"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씨네픽 제 86회 <지금 우리 학교는> 이벤트에 많은 분들이 참가하여
과연 몇 개국에서 1위를 할지 예측해주셨습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의 평균 수치는 총 28개국 1위였습니다. 과연 실제 결과는 어땠을까요?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7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씽2게더>(-)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씽2게더>입니다.
<씽2게더>는 주말 관객 수 3만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82만 8908명을 기록했습니다.
<씽2게더>는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같이 꾸준한 관객 동원을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상위권의 작품들보다는 오히려 좌석 판매율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것은 아직도 <씽2게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위.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
▶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만 8426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8만 9109명을 기록했습니다.
<씽2게더>와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인데요.
<씽2게더>와 약간 작품의 결은 달리 하지만 국내 어린이들의 취향에는 오히려 더 잘맞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 연휴, 어린이를 동반한 꾸준한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새롭게 진입한 작품 <Jackass Forever> 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4~6일) 북미기준 $23,500,000 (한화 약 281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Jackass Forever>는 북미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전설적인 TV쇼인데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심지어 영화마저도 대히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액션 코미디 다큐멘터리라는 2000년 10월 1일 MTV에서 시작한 리얼리티 쇼부터 출발했으며,
기상천외한 리얼리티 쇼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국내에서도 3월 개봉 예정인 <Moonfall>입니다.
영화 <Moonfall>은 '롤랜드 에머리히' 연출, '할리 베리', '패트릭 윌슨' 주연의 지구에 달이 추락한다는 소재로 한 영화로
달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로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재난 속 인류의 마지막 생존기를 다룬 재난 블록버스터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2월 4일 ~ 2022년 2월 6일)
1. <Jackass Forever> 2350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2. <문폴> 1000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3.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960만 달러 (누적 7억 4895만 달러)
4. <스크림> 473만 달러 (누적 6894만 달러)
5. <씽2게더> 417만 달러 (누적 1억 3957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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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씨네픽은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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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기] 손석구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추앙하는 구씨부터 극악무도한 빌런으로 활약하며
안방부터 스크린까지 사로잡은 배우가 있죠!
바로 배우 '손석구'입니다.
오늘의 톺아보기 주인공은 바로 배우 '손석구'입니다.
그럼, 손석구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러 가볼까요?!
ⓒ 샛별당 엔터테인먼트
자연스럽고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연기가 특징인 배우 손석구.
지오엠티의 대표이사, 이라크 자이툰 부대 군 복무, 미국과 캐나다에서 유학 등
독특한 이력을 가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손석구 배우는 냉정한 장교부터 연애가 서툰 기자, 그리고 악랄한 범죄자 등까지 정말 매번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를 보여주는 배우입니다.
배우 '손석구' 프로필
ⓒ 샛별당 엔터테인먼트
이름 | 손석구
출생 | 1983년 2월 7일
소속사 | 샛별당 엔터테인먼트
데뷔 | 2016년 영화 '블랙스톤'
별명 | 리트리버, 아기 군만두
배우 '손석구' 데뷔 과정
ⓒ 네이버 영화
원래 다큐멘터리 감독이 꿈이었으나, 캐나다로 갔고 농구선수를 꿈 꿨으나 포기하고 만다.
그러다 연기를 배우게 됐고, 연기가 좋아서 캐나다에서 연기를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연극을 했고, <사랑이 불탄다>라는 작품을 계기로 미국 드라마 <센스8>에 캐스팅 되며 데뷔하게 되었다.
배우 '손석구' 대표작
뺑반 - 기태호
ⓒ 네이버 영화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별하는 인물인듯 보이지만,
허당미가 넘치는 검사인 '기태호'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seezn
멜로가 체질 - 상수
ⓒ JTBC
손석구 배우는 '야감독'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막말과 욕설로
악명이 높은 CF 감독인 '상수'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60일, 지정생존자 - 차영진
ⓒ Tving
카리스마를 갖췄으며, 두뇌회전이 빠르고, 예의가 바른 인물.
전직 비서실 선임행정관이자 현직 비서실장인 '차영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언프레임드 - 재방송 - 감독
ⓒ 네이버 영화
손석구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첫 번째 영화인 <재방송>. 손석구라는 인물이 가진
재치와 위트가 그대로 녹아든 작품이다.
------------- 시청 가능한 OTT -------------
왓챠
D.P. - 임지섭
ⓒ Netflix
뒤끝있는 성격을 가진 제103보병사단 헌병대 헌병대장 보좌관 '임지섭'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연애 빠진 로맨스 - 박우리
ⓒ 네이버 영화
손석구 배우는 직장생활도 연애도 서툰 잡지사 기자인 '박우리'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나의 해방일지 - 구씨
ⓒ JTBC
일과 술밖에 모르는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는 비밀이 많은 인물,
미스터리 외지인 '구씨'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범죄도시2 - 강해상
ⓒ 네이버 영화
손석구 배우는 베트남 일대를 장악했으며,
무자비한 악행을 벌이는 메인 빌런, '강해상'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곳 -------------
극장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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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듯 다른 캐릭터 배우가족 모음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디선가 본 것만 같고 비슷한듯 다른 영화계 가족 배우들이 누가 있는지 알아볼건데요! 참여하는 작품도 가지각색! 캐릭터도 가지각색! 가족 배우들이 어떤 작품들을 했는지 같이 알아보아요
CINEPICK
다코타 패닝은 영화 <아이 엠 샘>에서 히트를 치면서 아역배우로 얼굴을 알렸습니다. 이후로도 <우주전쟁> <샬롯의 거미줄> TV 미니 시리즈 <테이큰> 등 주로 쟁쟁한 명작에 출연하면서 엄청나게 유명해졌습니다. 엘 패닝은 아이 엠 샘에서 언니의 아역으로 출연했고 <틴 스피릿> <말레피센트2>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주연을 맡으면서 배우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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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헴스워스는 호주의 영화배우로 마블영화의 토르 역을 맡으며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호주에서 <home and away>d에 장기 출연하면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데뷔 때부터 브래드 피트 닮은 미남 배우로 주목을 받았온 배우입니다. 동생 루크 헴스워스는 <토르> 오디션을 형과 같이 보면서 최종 5인까지 남아있었다고 하는데요. 결국 배역은 형에게 갔고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에 게일 호손 역을 맡으며 인지도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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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과 배우를 병행하는 매기 질렌할은 영화 <로스트 도터>를 연출하며 아카데미 3개부문 후보를 올리고 제 78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동생 제이크 질렌할은 로스엔젤레스에서 태어나 11세 때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했습니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이름을 알리고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대중적 스타의 반열에 오르며 이후 <나이트 크롤러>에서 사이코패스 연기로 대단한 찬사를 받은 연기력 또한 훌륭한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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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영 배우는 단편, 독립영화부터 탄탄히 쌓아올린 필모그래피와 넓은 연기 스펙트럼, 단단한 발성과 정확한 발음으로 좋은 전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배우이며 응답하라 1988에서 성덕이 언니역을 맡으면서 얼굴을 알렸습니다. 류혜영의 언니 류아벨 또한 동생이 1988로 이름을 알리자 자매가 함께 배우에 몸담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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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준 배우는 영화 <화차>에서 악랄한 사채업자 역할로 얼굴을 알렸습니다. <미생>에서 천관웅 과장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드라마 <나의 아저씨> <부부의 세계> 부터 영화 <화차> <4등> <독전>등 부드러운 캐릭터와 악랄한 캐릭터를 오가는 다채로운 이미지의 배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생>에 같이 출연한 태인호 배우는 박해준 배우와 사촌으로 <미생>에서 성대리 역으로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조금 허당스럽고 소리 잘 지르는 악역으로 많이 나오는 편이며 발성이 좋아 소리지르는 씬을 자주 소화하는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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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성우 출신의 배우로 큰 키와 다정다감한 이미지로 안방극장을 책임지는 배우입니다. 드라마 <전원일기>의 성실한 장남부터 카리스마 있는 재벌 회장님, 아내에게 한없이 약한 남편 역할 등 다양한 아버지의 역할을 소화해 내는 배우입니다. 아들인 하정우는 배우와 감독을 겸업하고 있으며 데뷔 이래 멈추지 않고 다작을 하며 꾸준히 대중에게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누적 관객수가 1억이 넘는 배우로 대표작으로는 <추격자> <범죄와의 전쟁> <베를린> <신과함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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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남성 영화배우로서 엄청난 에너지와 캐릭터 몰입력, 그리고 누구보다 뜨거운 연기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최정상 대배우 중 한명이기도 하고 2000년대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중 한명입니다. <쉬리> <취화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악마를 보았다> <루시>등 그의 작품을 보면 뜨거운 에너지가 스크린 밖으로 뚫고 나오는 느낌입니다. 최민식 배우의 동생 최광일 배우는 악역을 많이 소화하고 있는 배우로 최근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신명휘 시장을 연기하면서 최고의 악역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이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매 작품마다 조연으로 꾸준히 다양한 역할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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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가족>, 초라하고 찌질해도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
한 가족이어도 그 안의 사람들은 가지각색이다. 같은 피를 공유하고 있어도 천차만별인 게 가족이다.
아웅다웅하다가도 금세 돈독해지는 것이 가족이다. 세련되지도, 쿨하지도 않은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고, 보여주는 것도 가족이다.
당장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고, 어쩌면 우리 근처에 있을 것만 같은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고령화가족>이다.
'고령화가족'.
항상 무조건적인 사랑과 다정한 말을 건네는 가족은 아니다.
하지만 함께 지낸 시간이 꽤 되어 돌아서면 생각나고, 아파보이면 은근 거슬리고, 괜히 투박하게 표현하게 되는 가족은 맞다.
자살시도를 하려고 하는 순간 인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 전화의 주인공은 바로 '엄마'.
밥은 잘 먹고 사냐는 엄마의 걱정어린 질문에 당연히 밥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인모의 대답이 이어진다.
나도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다보니 엄마가 자주 전화로 아픈 덴 없냐, 밥은 삼시세끼 잘 챙겨먹고 있냐, 등의 질문을 하신다.
그럴 때마다 반사적으로 당연히 잘 먹고 다닌다, 몸 건강하다, 라는 대답이 나간다. 걱정 끼쳐드리기 싫은 마음에 이런 대답을 한다.
나 이외에도 아마 많은 아들, 딸들이 이런 경험이 있을 것 같다.
타지에서 지내는 자식들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을 그 누가 모를까.
우리 엄마는 종종 꽃 사진을 보내신다. 가끔은 엄마의 셀카도 함께.
이 장면 속 인모의 엄마처럼 담벼락에 꽃이 너무 예쁘게 폈다고, 엄마처럼 예쁘다고,
벌써 봄이 왔다고, 예쁜 꽃 보고나서 마저 할 일 하라고.
엄마의 시선을 통해 보는 꽃은 더 예쁜 것 같다.
이 장면은 대사 하나하나, 엄마의 말과 인모의 반응 하나하나가 나와 엄마 같아서 놀라면서 봤다.
- 사람은 잘 먹어야 힘을 써.
- 속이 든든하면 없던 힘도 생기고 그러는 법이야.
- 올 거지?
- 너, 닭죽 좋아하잖아.
그리고 조금은 무뚝뚝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인모의 "좋아하긴 하지."라는 대답.
내가 스쳐지나가듯이 '어떤 음식 먹고 싶다~'라는 말을 해도 엄마는 그걸 또 기억하셨다가 나중에 해주신다.
너가 좋아하는 음식 했다고, 저번에 먹고 싶었다고 했지 않냐고, 먹고서 힘내라고.
나는 또 매우 좋으면서 괜히 '그냥 한 말인데 뭐하러 또 했냐'고 툴툴거린다.
우리네 일상을 잘 표현한 영화같다.
TV를 보고 있는 조카에게 너가 미연이(인모의 여동생) 딸이냐며, 자기 엄마(미연)랑 똑 닮았다고 말을 건네는 삼촌 인모.
퉁명스럽게 "저기요, 아저씨"라고 대답하는 조카에게 "왜요, 아가씨?"라고 받아치는 삼촌 인모의 모습이다.
이 장면을 보자마자 어릴 때 낯 가리던 나에게 어떤 삼촌이 아가씨, 아가씨 하면서 장난쳤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때는 왠 아저씨가 누가봐도 어린이인 나한테 아가씨라고 부르면서 장난치는 게 괜히 싫었었다.
이 영화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장면을 보고, 이와 비슷한 내 기억을 마음껏 떠올릴 수 있다는 점.
영화의 어느 장면을 보면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는 점.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서 옛 추억 회상에 빠질 수 있다는 점.
바쁘게 지내던 현실에서 잠깐 벗어나 은은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점.
투닥투닥 말싸움하는 우리의 '고령화가족'에게 즐겁게 마시자고 한 마디 한 다른 테이블의 손님에게 바로 신경 끄고 처먹던 거나 먹으라는 딸 미연,
쪽팔려서 이 자리에 못 있겠다는 미연의 딸 민경,
미연이와 다른 테이블 손님 사이에 싸움이 나자 어디서 남의 귀한 동생을 괴롭히냐고 말한 뒤 적진(?)에 뛰어드는 두 아들 한모와 인모,
이미 자주 겪은 익숙한 일인듯 조용히 술 마시는 엄마.
진짜 우당탕탕 엉망진창 대환장 파티이다.
그래도 이 모습이 밉지가 않다.
엄마도 웃는다.
무슨 일 생기면 그렇게 형제끼리 팔을 걷어붙이고 서로 도우라고, 단결력 하나만은 최고라고.
사실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형제랑 같이 있으면 계속 투닥거려도, 다른 사람들과 의견충돌이 일어날 것 같으면 바로 똘똘 뭉친다.
나는 내 형제에게 뭐라고 할 수 있어도, 다른 사람이 내 형제에게 뭐라고 하는 것은 용납 못한다.
자주 투닥거리면 뭐 어때, 위급상황에 힘을 모아 서로를 도와주면 되는거지.
내게 큰 울림을 준 대사이다.
한모가 전 부인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미연은 엄마가 바람피워 낳은 자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세 번의 결혼 경험이 있는 미연이 새로운 남자를 데려와서 결혼하고, 한모는 가족들에게 쪽팔린 일을 겪고,
이 가족이 지긋지긋하다고 느낀 민경이는 가출도 하고, 전직 조폭인 한모가 위기에 처하자 그를 도우려다 인모도 다치고.
이렇게 다사다난하고 왁자지껄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인모의 독백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찌질하면 찌질한 대로, 자기한테 허용된 삶을 살면 그뿐이다.
아무도 기억하진 않겠지만 그것이 개인에게 주어진 삶이고, 역사이다."
'소탈하게' 살아가는 영화 속 '고령화가족'의 모습과 현실 속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해낸 대사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우리의 삶은 특별한 일들이 가득하진 않다.
우리의 삶은 대개 소박하거나 소탈하고, 가끔 혹은 자주 찌질하다. 쿨하지 못하다.
이 대사를 읽고 여러번 곱씹어보며 '남들에게 꼭 기억되고 싶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왔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으면 뭐 어때,
현실에 충실해서 내 삶, 내 역사를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가족도 마찬가지다.
꼭 매일매일 화목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애쓸 필요 없다.
우당탕탕 시행착오를 겪으며 차근차근 만들어가면 되는거지.
꼭 행복한 기록과 기억들만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쁨, 아픔, 칭찬, 실수 등 이 모든 것들이 종합되어 만들어진 것이 역사이다.
우리는 '가족'을 마주하면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영화가 끝난 후에 내가 느낀 것은 감동, 씁쓸함, 행복함, 무거움 등의 복잡한 감정이었다.
개인적으로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만 간직하지는 않은 '가족'이라는 단어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과정이 다소 위태롭고, 이를 겪으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면 되는 것.
초라하고 찌질해도 묵묵히 살아가는 것.
조금은 미련하게 들릴지라도, 이게 바로 '가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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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1] 이미지의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with. 김승원 감독)
🎙️ Episode 1. 영화 감독 김승원 편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 김승원 감독
📍instagram @quartzlock 📍YouTube @_pov 📍https://quartzfilm.com/
- 따옴표 필름
📍 instagram @ddaompyo.film 📍 YouTube @ddaompyofilm 📍 ddaompyofil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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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선언, 좋았는데 아쉬운 영화
?Rabbitgumi 입니다!
기대를 많이 모았던 작품이죠.
비상선언이 개봉했습니다.
관상, 더 킹, 연애의 목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죠.
배우진도 화려합니다.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같은 탑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개봉 후 첫 주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https://rabbitgumi.stibee.com/
브런치는 아래 링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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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담> 30초 예고편
혼전 임신 사실을 숨겨야만 해서 고향은 떠난 여인 ‘사미아’는
일자리와 숙박시설을 찾아 카사블랑카를 정처 없이 떠돌다가,
남편과 사별 후 홀로 8살 딸 ‘와르다’를 키우며
빵집을 운영하는 무뚝뚝한 여인 ‘아블라’를 만난다.
처음에 ‘아블라’는 ‘사미아’를 냉정히 돌려보내지만,
위험한 길가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미아’가 신경 쓰여
결국 자기 집에 며칠 간 머물며 함께 빵 만들기를 허락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 사람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점차 열며,
생애 잊지 못할 치유의 경험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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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 메인 예고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기예르모델토로 감독이 선사하는 숨을 조이는 매혹적인 범죄 스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