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2023-10-12 23:09:34
해방을 원하는 시대와 세대
넷플릭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경기도에 살았던 나. 어릴적 동대문 두산타워를 밤늦게 올라가 밤새서 돌아다녔던 수많은 나날들. 여자친구와 데이트 한다고 청계천에, 인사동에, 뮤지컬을 보러 올라가던 그때. 수원은 서울에서 가깝지만 멀었다. 그나마 화서역이란 곳은 아주 오래전부터 정차할수 있었기에 논 밭이 가득했던 그때 나는 발에 땀나도록 서울을 놀러다녔다. 그러나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이 놀러 서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보내야하는 일터라면 그것은 이해의 판도가 달라진다. 그렇게 오가는 길의 멀고먼 거리속에서 사람들과 마주해야하는 상황. 능동적이고, 외향적이고, 밝고, 에너지틱한 사람들을 좋아하는 세상. 그곳에서 함께 해야하는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들. 그러면서 점점 힘이 빠져가는 사람들.
그런 가운데 하루를 그저 견디듯 하는 염미정. 그녀는 어느날 구씨를 향해 절규하듯 몰아붙이며 말한다. “나를 추앙해요. 그 추앙함을 통해서 다음 봄에는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거에요.” 술에 중독되어,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술로 채우던 구씨. 그러나 그녀의 그 말은 해방을 꿈꾸게 한다. 그리고 철옹성 같이 변하지 않던 구씨의 세미한 추앙의 모습들이 그녀에게도 해방 틈을 벌여준다. 누군가를 추앙했더니 삶이 견딜수 있게 되고, 작은 소망들이 솟아난다.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동네는 경기도. 서울이 노른자라면, 주위를 감싸는 흰자같은 동네. 그나며 경기도가 흰자라면 지방의 소도시들은 계란을 튀길수 있게 만드는 배경같은 카놀라유 정도 되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저 염미정의 하루가, 구씨의 하루가 버겁다. 아주 오래되고 버석거리고 딱딱해 입천장 까지게 만드는 바게뜨 같은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 거기에 해방이란 단어는 모두에게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무표정하다가도 사람이 들어오면 미소짓게 되어버린 굳은 가면들 속을 쓰고 조직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해방은 생각만해도 좋은 사람이란 것을 드라마는 꾸준하고 치열하게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루살이가 버거운 이 상황에 결국이 모두들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것은 해방이 아닐까. 그리고 산포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동경하는 그들 역시 무엇인가로부터 해방을 계속해서 갈구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나의 해방일지>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해방될수 있는가? 그리고 드라마를 보는 우리도 계속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해방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지쳐갈 때 즈음 이 드라마는 그들을 생각나게 만든다. 부담 스럽고 버거운 부모님. 시끄럽고 귀찮은 언니 오빠, 심지어 술에 중독되어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구씨. 그리고 다시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해방될수 있겠는가? 그리고 답하지 않는다.
나는 이 시대에 그리고 이 시대에 질문하고 싶다. "무엇으로 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그리고 어떻게 해방 할수 있는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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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운동을 하면 사랑도 할 수 있다고? <디피컬트>
힘들다. 매년 나아져야 하는데, 매년 더 나빠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경제 성장은커녕 유지만 해도 감지덕지고, 오르지 말라고 기도하는 물가는 청개구리처럼 점프를 해댄다.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저 멀리 프랑스도 매년 위기를 맞이하고 더 힘든 상황을 반복한다. 이를 배경으로 한 <다피컬트>는 채워도 채울 수 없는 소비사회 속 대출과 빚의 늪에 빠진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가다가 삐끗한 이들에게 남은 거라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공허함과 외로움. 영화는 이들에게 위안을 건넨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방식은 환경보호 운동을 통해서 진행된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오픈런을 위해 백화점을 찾은 알베르(피오 마르마이)는 입구 앞에서 환경 보호 운동가인 캑터스(노에미 메를랑)와 대치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저마다 갖고 싶은 물건을 향해 몸을 던지고, 알베르 또한 그 무리에 편승해, 자신이 원하는 TV를 얻는 데 성공한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TV를 중고 시장에 되팔아서 차액을 남기기 위함이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 어렵게 구한 물건 구매자 집에 도착한 알베르는 쇼핑 중독에 의한 파산으로 자살 시도를 한 브루노(조나단 코헨)를 발견해 가까스로 살린다. 이날 이후, 이것도 인연인지 빚더미에 앉아 파산 직전인 이들은 우연히 공짜 맥주의 유혹에 이끌려 환경 단체 모임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알베르는 캑터스의 연설을 듣게 되고, 엉겁결에 환경 단체 일을 돕는다.
<디피컬트>는 과잉 소비로 인해 인간도 환경도 위협받는 현실을 일깨우는 영화다. 일종의 계몽영화처럼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자만, <언터처블: 1%의 우정> <세라비, 이것이 인생!> 등 연출을 맡은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감독의 전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코믹함과 긍정성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의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만 봐도 한 명은 전신 불구고, 한 명은 무일푼 백수다. 희망보단 절망에 더 가까운 삶을 보내는 이들의 만남과 우정은 그 자체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자학 개그처럼 느껴지는 영화의 코미디 요소는 마치 ‘진정으로 웃으려면 고통을 참아야 하고, 나아가 고통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을 영상화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연장선상으로 <디피컬트> 또한 힘든 상황 속 이들의 웃픈 코미디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환경 보호보다는 캑터스에 반해 환경 운동에 앞장서는 알베르와 못마땅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그와 함께하는 브루노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경 운동 최전선에 서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상반된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한다. (물론, 환경 보호가 아닌 다른 목적이 껴 있지만) 특히 바보 듀오 알베르와 브루노의 코믹 티키타카는 긍정적 나비효과처럼 러닝타임 내내 계속 쌓여가며 극의 재미를 부여한다.영화는 이런 기조 아래 과소비 행태와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극 중 주요 인물들이 만나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과소비 때문이다. 알베르와 브루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저마다 행복을 위해, 공허함을 위해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시장경제는 이를 더 부추긴다.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환경은 파괴되고, 기후변화까지 이어져 결국 인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메시지는 그 자체로 생각할 거리를 전한다.
특히 영화는 캑터스를 통해 변하는 알베르의 모습, 그리고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진 이들이 사랑이란 감정을 통해 함께 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연대의 중요성을 전한다. 감독은 입으로만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만 하는 국가와 사회에 기대기보다 힘든 상황 속에서 색안경을 벗고 따뜻한 마음으로 손을 잡고, 포옹하고, 춤을 출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 힘으로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후반부 파리 도심에서 캑터스와 알베르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하지만 비극 속 피어나는 코믹함과 과소비 행태가 부른 사회 문제 심각성 사이의 균형감은 아쉽다. 특유의 긍정성이 사회 문제의 심각성까지 먹어버린 듯한 느낌이랄까. 해결되지 않은 사안이 많음에도 사랑과 연대의 힘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듯한 급작스러운 마무리로, 영화가 제기한 소비, 환경 문제가 흐릿해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계속 지켜보게 하는 건 국가가 다름에도 우리의 모습이 엿보이는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피오 마르마이와 조나단 코헨의 연기는 한 번쯤 돈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들고, 노에미 메를랑의 연기는 환경 보호에 노력하지만, 그만큼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걸 깨닫게 한다. 여기에 과소비 방지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자원활동가 앙리 역에 마티유 아말릭은 과소비 방지 원칙을 소개하지만, 그 또한 도박의 유혹에 시달리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마 영화를 본 후에도 우리의 삶은 변함없이 힘들 다. 하지만 그 힘듦에 주저않기보다는 뭔가 행동으로 옮기려는 마음은 생길 터. 필요한 물품만 사고, 쓰지 않는 물건은 나눠주고, 이를 통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과 대화하며, 친분을 쌓으면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보자. 그게 단 1%라도 말이다.
사진 제공= (주)블루라벨픽쳐스 / TCO(주)더콘텐츠온
평점: 3.0/ 5.0
한줄평: 경제도, 환경도, 사랑도 힘든 이들과 나누는 위안의 연대
* <씨네랩〉 초청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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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다비전> 본 눈 가져오세요
영화를 넘어서 드라마까지, 어디까지 봐야 하는 건데
새로 개봉한 이 영화를 감상하려면 어떤 작품들을 미리 봐야 하나요? 이제는 마블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필수적인 질문이 되었습니다. 이는 해당 작품에 접근하기 쉬운지 아니면 어려운지, 소위 '진입 장벽'이 높은지 혹은 낮은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진입 장벽은 <스타워즈 시리즈>·<스타 트렉 시리즈>처럼 거대해진 세계관을 가진 시리즈들의 공통된 문제점이긴 하나, 그 시리즈들 대부분이 특정 마니아층을 겨냥하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점이 부각되지는 않았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역시 이러한 시리즈 중에 하나이지만 앞선 작품들과 다른 점으로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첫 작품이 등장한 시간대가 현재와 가장 가까운, 가장 늦게 탄생한 시리즈라는 데에 있습니다.
슈퍼 히어로의 모험담을 유려한 CG를 기반으로 그려낸 초창기 MCU는 기존의 마블 마니아들을 넘어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대중적인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2008년에 <아이언 맨>을 시작으로 많은 MCU 시리즈 영화가 개봉하였지만 이때 당시에는 시리즈로의 진입 장벽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스토리 흐름 파악에 필수적인 영화들만 취사선택하여 감상하면 족했으며, 그 필수적인 영화들마저 하루에서 이틀 정도 각 잡고 감상이 가능한 분량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피니티 사가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르러 MCU로의 진입 장벽에 관한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였고, <로키>·<완다비전> 등 디즈니 플러스의 수많은 오리지널 드라마가 진입 장벽을 본격적으로 높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심심찮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오리지널 드라마를 감상해야지만 내용 이해가 가능한,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 2)를 선보임으로써 MCU도 앞선 선배 시리즈들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완다 막시모프라는 캐릭터를 다루고 묘사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했던 <완다비전>, 드라마라는 미디어는 서사와 캐릭터를 묘사하는 점에 있어 탁월하고 명백한 장점이 있지만 긴 호흡으로 인해 영화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자명합니다. 더군다나 디즈니 플러스라는 특정 OTT 서비스에서만 해당 드라마를 독점적으로 제공한다는 사실과 더해져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지기만 할 뿐입니다. 아무리 해당 컨텐츠가 잘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때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인 <닥터 스트레인지 2>가 드라마인 <완다비전>의 서사를 마무리 짓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서 발생합니다. 드라마로 시작했으면 드라마로 마무리 짓던가, 드라마로 시작한 이야기를 영화가 마무리 짓는다는 설명만 듣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서사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리저리 흩뿌려놓은 컨텐츠를 모두 즐겨야 본인이 제공하는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듯, 다르게 말해 컨텐츠 강매 행위로서 거부감을 가지게 합니다. MCU가 넘기 힘든 진입 장벽을 스스로 쌓아올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드라마의 결말을 영화로 마무리 짓는 최악의 선택
시리즈물임을 감안하더라도 독자적인 서사 파악이 도저히 불가능한
15년 만에 돌아온 샘 레이미, 오마주 가득한 아쉬운 공포 영화를 만들다
샘 레이미 감독은 이전에도 스파이더맨으로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제작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과 같이 판타지 영화 등 여러 장르의 영화를 감독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특기는 <이블 데드 시리즈>로 대표되는 공포 영화입니다. 마치 초자연적 존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듯한 연출 등 감독 특유의 기괴함과 호러틱함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의 아이덴티티가 되었습니다. 히어로 영화인 <스파이더맨 2>에서도 특정 씬을 통해서 공포 분위기를 훌륭하게 조성했던 적이 있기에, <닥터 스트레인지 2>의 감독으로 샘 레이미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연히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MCU 시리즈 중 처음으로 공포 영화의 반열에 들 법한 영화가 탄생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오마주한 듯한 연출이 제법 많이 등장합니다. 첫 전투인 문어 괴물과의 결투에서는 <스파이더맨 2>에서 닥터 옥토퍼스와 스파이더맨의 고층 건물에서의 전투를, 살이 썩어 문드러진 시체에 빙의하였을 때와 좀비의 외양을 한 채 전투에 임하는 스트레인지에게서는 <이블 데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다코>처럼 온몸의 관절이 꺾인 채 좁은 틈을 기어 나오는 스칼렛 위치, <샤이닝>과 같이 좁고 어두운 통로를 발을 질질 끌면서 끝까지 쫓아오는 스칼렛 위치가 선사하는 압박감, 곳곳에 등장하는 점프 스케어까지 더해져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합니다. 게다가 화룡점정으로 일루미나티가 스칼렛 위치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씬까지, 이토록 높은 수위를 보면서 샘 레이미 감독이 하고 싶은 것 다 했구나 하는 즐거움과 함께 도대체 어떻게 12세 관람가라는 상영 등급을 받을 수 있었는지 하는 의문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 낮은 등급이 <닥터 스트레인지 2>의 족쇄로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앞선 연출들만으로도 어느 정도 공포스러웠지만, 차라리 대중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공포 장르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였더라면 더 높은 평가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무서워서 오히려 아쉬운 느낌입니다.
반가운 오마주가 가득하지만 애매함도 가득하다, 수위를 더 높였으면 어땠을까
전작의 비주얼 쇼크는 어디로, 밋밋한 액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가 처음으로 공개되었을 때, 미러 디멘션이란 만화경을 보는 듯한 특유의 왜곡된 공간을 배경으로 방향과 진행을 종잡을 수 없는 액션들로 관객들에게 비주얼 쇼크를 선사했습니다. 이는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마법사 캐릭터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유한 액션이기에, 후속작 역시 전편에 버금가는 비주얼 쇼크를 선사하리라고 기대한 관객들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 기대했던 액션은 코빼기를 찾아보기 어렵고, 빈약한 액션들로만 이뤄져 있을 뿐입니다. 먼저 배경과 관련하여 이야기해 보자면, 이 영화에서 미러 디멘션 혹은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장소가 한두 번 정도 등장하긴 하나 해당 장소가 임팩트 있게 다뤄지지도 않습니다. 특히 미러 디멘션과 유사한 공간은 해당 공간을 활용하여 액션을 보여주지도 않으며 그저 그 공간을 통로로서 이동하고 통과하는 용도로서만 사용하기에, 아무리 공간을 알록달록하고 왜곡된 외양으로 꾸며놓았을지라도 관객들에게 인상을 남기기에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최고의 마법사에게 수여되는 칭호인 전·현직 소서러 슈프림이 단순히 무기 혹은 방어구만 만들어 내고, 이를 사용한 체술로만 전투에 임하는 모습을 비추는 액션은 관객들의 맥을 빠지게 만듭니다. 굳이 다른 방식으로 싸울 수 있음에도 체술을 고집하는 액션들은 그저 제작진들의 편의를 추구하기 위한 무성의함의 결과물로 느껴지게까지 할 정도입니다. 오히려 본인이 주인공이 아니었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스트레인지가 캐릭터 본연의 액션을 더 잘 보여줬었습니다. 다만,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소위 '음표 액션'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액션이었습니다. 스케일이 커지지 않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클래식 곡들인 베토벤의 '5번 교향곡'과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활용해 편곡한 OST를 바탕으로 악보 속 음표를 실체화한 액션은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신박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쉬움과 불호로 가득 찬 액션이었습니다.
호불호 갈리던 음표 액션만 유일하게 호, 그 외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가 맞는지 드는 의문투성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1인 다역, 그리고 엘리자베스 올슨의 모성애에 관한 애절한 연기와 같이 두 주연 배우의 명연기는 완벽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닥터 스트레인지 2>의 다른 요소에 대해, 특히 액션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서사에 관해서는 영화를 감상하기 전 <완다비전>의 요약본을 시청하고 가서 그나마 이 정도였지, 기존에 계획했던 대로 <완다비전>에 관한 어떠한 사전 정보를 숙지하지 않은 채 이 영화를 감상했더라면 더 혹평했을 느낌입니다. 점점 마블에 대한 정과 기대감이 감소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되네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CGV의 ScreenX관에서 영화를 감상했었습니다. 사실 영화를 예매할 때까지만 해도 해당 상영관이 ScreenX관임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특별관에 비해 부족한 특수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나름 3면을 활용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 보니 양 측면이 스크린과 동일한 재질이 아닌 방음을 위한 천 재질로 되어있다 보니 말끔하게 보이지 않은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많이 애용할 특별관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더불어, 아이맥스로 굳이 감상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 마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감독의 개인적인 선호도와는 별개로 영화는 여러모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모든 세계의 너를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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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월 2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월 2주 개봉영화!
특송 2020
박소담 컬크러쉬로 변신!
영화 "특송"은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작품입니다.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박소담이 스크린에 펼칠 걸크러쉬 매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박소담, 송새벽, 김의성을 필두로 정현준, 연우진, 염혜란, 한현민까지 명품 배우들로 화변을 가득 채웁니다.
좁은 주택가 골목부터 왕복 차선의 넓은 도로까지 무엇과도 충돌하지 않고 빠르게 질주하는 카체이싱 부터
폐차 직전의 올드카를 비롯해 국내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량으로 도심 곳곳을 누비는 기상천외한 드라이빙 테크닉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시원한 질주와 액션을 볼수있습니다.
짜릿한 걸크러쉬 범죄 오락 액션!
첫번째 추천영화 "특송"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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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구찌 House of Gucci , 2021
북미, 영국 등 전 세계 18개국 박스오피스 1위
"하우스 오브 구찌"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구찌 가문의 저주와 비극을 파헤친 책입니다.
구찌 왕조의 성장과 붕괴, 부활에 관해 다룬 격정적인 실화를 담았죠
저자 사라 게이 포든은 구찌 가문의 마지막 CEO 마우리치오 구찌의 충격적인 암살 장면을 시작으로
20세기 초반의 창업주 구찌오 구찌 시절부터 3대에 걸친 역사를 연대순으로 소설처럼 극화해 정리했습니다.
이 책을 원작으로 드디어 영화가 개봉을 하는데요.
2008년 스콧 감독이 안젤리나 졸리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으로 제작을 추진했지만,
구찌 가문의 반대로 좌절됐었죠.
10여 년 기다림 끝에 레이디 가가, 아담 드라이버 주연으로 개봉을 합니다.
레이디 가가, 아담 드라이버, 자레드 레토,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
톱스타 배우 캐스팅으로 구찌의 가문을 파헤치는
두번째 추천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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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 2021
스티븐 스필버그 첫 번째 뮤지컬 영화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자신을 가둔 환경과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는 마리아와 토니의 사랑과 용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1957년 브로드웨이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도 명작으로 평가받는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는데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북미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2021년 올해의 영화상을 수상하며 또 한 번 스필버그 신드롬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5년에 걸친 각본 작업, 1년간의 캐스팅! 스필버그 사단으로 탄생한 웰메이드 뮤지컬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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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적니 青春的你 , Love Will Tear Us Apart , 2021
중국 자국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
영화 "청춘적니"는 고등학생 때부터 10년 동안 사랑을 키워오던 ‘친양’와 ‘이야오’가
결혼을 앞두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서로의 관계에 위기를 겪는 이야기를 그려낸 깊고 강렬한 여운의 청춘 로맨스입니다.
"청춘적니"는 “볼수록 눈물이 멈추지 않는 작품”이라며 중국의 대표 평점 및 리뷰 사이트 ‘도우반’에서 뜨거운 호평이 쏟아진 바 있는
웹 소설 '10년을 함께한 여자친구가 내일 결혼한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원작자가 자신의 실제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해 연재 초반부터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알게해주는 로맨스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청춘적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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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Clifford the Big Red Dog , 2021
전 세계 1억 2,6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원작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은 동화 작가 ‘노먼 브리드웰’이 1963년에 첫선을 보여
지난 58년간 사랑받은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무려 60개 시리즈가 출판되며 영국, 뉴질랜드, 인도, 캐나다 등 13개 이상 언어로 번역되어 1억 2,600만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입니다.
사랑받을수록 커지는 댕댕이 ‘클리포드’와 12살 소녀 ‘에밀리’가 운명처럼 만나면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어드벤처이야기로 애니메이션을 거쳐 영화로 개봉을 합니다.
연출은 '앨빈과 슈퍼밴드: 악동 어드벤처'의 감독 월트 베커가,
각본은 '개구쟁이 스머프1, 2'를 함께 작업한 제이 쉐릭과 론 데이빗이 맡았고.
여기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2', '닥터 스트레인지' 등 마블 시리즈 제자진들까지 대거 참여해
마법같은 기적을 선물할 영화
다섯번째 추천영화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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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여 일어나라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 영화 '슬램덩크'가 올해 1월 4일 개봉해 현재까지 상영 중으로 롱런 중이다. 그다지 관객몰이를 하지 못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박스오피스 1위, 상영 3개월이 되는 시점에서는 3위이다. 관객 수는 435만 명으로 스크린에 함께 걸렸던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들보다 관객 수가 많은 편이다. 유명 배우를 기용한 몇 편의 한국 영화가 100만 명을 넘기지 못하는 기간 동안 추억의 애니메이션은 400만 명을 넘어섰다.
40대를 타깃으로 한 작품일 것이라 여겨졌지만, 10대 만족도는 9.65, 40대는 9.35로 오히려 만화책이 아닌 애니메이션을 통해 만난 이들의 만족도가 더 높다. 코믹스에서 다 그려내지 못했던 가드 송태섭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연출된 작품이지만, 북산과 산왕 간의 대결이라는 그리고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향해 가는 북산 팀의 이야기가 담긴 만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알지 못하는 관객 층에게도 충분한 어필을 한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만화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감독을 맡았고, 상영 시간 124분, 평점 9.27이다.
슬램덩크 만화책의 주인공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강백호, 송태섭 중 앞의 4인의 스토리는 충분히 그려졌으나, 송태섭의 이야기는 충분치 않아 그에 관한 스토리를 쓰고 싶었다던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바램이 담긴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이다.
만화책에서는 하나 누나를 좋아하고 귀에 피어싱을 낀 다소 껄렁껄렁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가드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자신만의 필라소피를 농구 안에서 풀어내는 모습이 매력적이던 송태섭의 성장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하지만 영화는 송태섭의 성장 과정뿐 아니라 산왕과 북산과의 경기를 통해 강백호만이 가진, 그리고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안경 선배, 하나 누나, 안선생, 강백호의 친구들, 그들 자신만이 가진 특유의 캐릭터를 살아있는 듯 발하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이 애니메이션 원독자들은 2023년 이 시대의 40대 들일 것이다.
그들은 X 세대라 불리며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문화 가운데 컸으며, 그들은 새로운 물결을 만든 세대들이다. 자신들이 학습되고 부모 세대로부터 받은 익숙함들은 그들이 접하게 된 새로운 문화나 교육들과는 이질감이 생겨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층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기존 문화와 흐름에 아무것도 모르고 편승하기에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은 그러한 자신들의 위치 때문에 수많은 어려움과 고민 가운데 봉착하게 되었다.
그들은 새로운 물결을 만들며 마치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듯 거대한 기존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지만, 세상 가운데 이미 존재하고 있던 물결은 무척이나 넓고 깊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타협하지 않고 계속해서 거슬러 올라가는 이들과 그 물줄기 안에서 편승하는 듯 보이지만, 마음 안에 담겨 있는 열정을 무시할 수 없는 이들이 되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 가운데서 무력감을 느끼고 우울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누워 있는 자들에게 이 영화는 일어서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단지 추억을 회상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그 추억을 딛고 일어나 마음속의 열정으로 다시 그 거센 물줄기 안에서 새로운 물꼬를 틀라고 촉구하는 듯 보인다.
OST는 비트 있게 생동감을 주며 움직이고, 북산고 선수들의 호흡과 관객의 호흡은 정확히 일치한다.
더빙과 자막 중 자막을 선택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것이 살아 움직이는 영화의 흥미를 더해줄 것이다.
40대여,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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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곳적 복수 신화를 지금 소환하는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서기 895년, 해외 정복을 마치고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온 '아우반디르(에단 호크)' 왕은 왕비 '구드룬(니콜 키드먼)'과 어린 암레스 왕자와 재회한다. 그러나 막 성인식을 치른 아들에게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을 해주기도 전에 그는 동생 '푤니르(클라에스 방)'의 반란으로 목숨을 잃는다. 푤니르는 구드룬 왕비와 왕국을 차지하고, 암레스는 바다 건너로 도망간다. 이후 세월이 흘러 바이킹의 일원이 된 '암레스(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왕국을 잃은 푤니르가 망명지인 아이슬란드에서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에 노예로 신분을 위장한 그는 노예선에서 만난 마녀 '올가(안야 테일러 조이)'의 도움을 받아 푤니르의 땅으로 들어가고, 아버지의 복수를 준비한다.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신작 <노스맨>은 바이킹 왕자 암레스의 사랑과 복수를 노래하는 영화로, 중세 시대극이자 근래 할리우드에서 보기 힘들었던 에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피비린내 나는 10세기 북유럽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그린 나이트>처럼 상징적이고 시각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신화적 영웅의 비현실적 여정을 압도적인 분위기와 미장센으로 녹여낸다. 주술사가 이끄는 암레스의 성인식이나 피 튀기는 바이킹의 전투 장면은 거칠고 잔혹하다. 폭풍이 몰아치는 북대서양의 거친 바다부터 아이슬란드의 화산에 이르는 웅장하면서도 잔인한 자연의 풍광이 더해지면 그 시대의 야만성이 눈앞에서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심심찮게 등장하는 절단 장면은 '이 정도로 잔인할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을 자아낸다.
하지만 강렬한 영상에서 눈을 돌려 주인공 암레스의 여정에 빠져들다 보면 그 의문은 자연히 답을 찾는다. 특히 중세 스칸디나비아 전설 속 영웅인 암레스 왕자가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 햄릿의 원형이라는 점, 하지만 암레스와 햄릿의 이야기가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그 답은 더욱 명확해진다. 덴마크의 왕자인 햄릿은 삼촌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에게 복수하려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분노와 슬픔을 다 풀어내지도 못한 채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에 휘말린다. 혼란 속에서 그는 미친 듯 보이는 현실과 미쳐 가는 자아를 화해시키지 못하고, 복수마저도 온전히 끝내지 못한 채 죽는다.
햄릿의 복수는 허망하다. 복수심이 도리어 파국을 가져온다는 것을 복수가 결코 건강한 선택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듯 보인다. 사실 복수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작품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당장 <일리아스>만 해도 그렇다. 친구를 죽인 헥토르를 향한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시작한 <일리아스>는 헥토르의 아버지를 만난 후 그의 용기와 부성애에 감동한 아킬레우스를 비추며 헥토르의 장례식으로 끝난다. 분노에 가득 찬 야수였던 아킬레우스가 복수심을 버리고 사랑, 희생, 용기를 아는 고결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인 것이다. 비록 그 끝은 조금 달라도 햄릿과 아킬레우스는 모두 복수의 무용함을 이야기한다.
<노스맨>과 암레스는 다르다. 영화는 햄릿, 아킬레우스와는 달리 복수의 완성을 통해 생명력을 되찾고 한 명의 인간으로 거듭나는 암레스를 보여준다. 복수와 삼촌의 죽음을 다짐하며 바다를 건넌 간 암레스는 바이킹의 배를 탄 채로 다시 등장한다. 배에서 내려 한 마을을 공격하는 바이킹들 사이에서 암레스는 다른 바이킹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그저 사람을 죽이는 데 몰두한다. 적군을 죽이고 그 몸을 입으로 물어뜯으며 울부짖는 그의 모습에서는 목적 없이 배회하는 한 마리의 외로운 늑대가 보일 뿐이다.
그러나 마녀의 환시를 보고, 자신이 복수를 완수할 운명이라는 예언을 들은 후 그는 새롭게 태어난다. 삼촌의 땅인 아이슬란드로 향하기 위해 인간 대우도 받지 못하는 노예로 위장한 암레스는 가장 낮은 계급이지만 오히려 가장 살아있어 보인다. 집을 나가 떠돌던 외로운 늑대는 이제 무리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눈이 이글거린다. 복수를 통해 암레스의 인생이 죽음에서 삶으로 전환되는 이야기는 영화의 결말이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다. 용암이 치솟는 화산에서 삼촌을 죽임으로써 마침내 꿈꾸던 복수를 하는 데 성공한 암레스. 그는 삼촌과의 결투에서 입은 상처로 인해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클로즈업되는 그의 표정은 환희와 평화로 가득하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지켰고, 아버지와 자신의 왕통을 이을 아이들도 남겼으면, 응어리 진 분노도 온전히 터뜨린 후 해소하여 온전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다른 인물들의 서사 역시 복수의 긍정적인 면을 드러내 보인다. 당장 푤니르만 하더라도 그는 단순히 복수의 목표물이 아니다. 왕의 배다른 동생이자 사생아인 그는 자신의 삶을 무시한 이복형에게 복수한 인물로, 비록 영지를 잃어버리기는 하지만 가족들과 따뜻한 삶을 영위한다. 그래서 암레스에게 가족을 한 명씩 잃어가는 그의 모습에서는 간악함보다는 인간적인 연민이 느껴진다. 그의 어머니인 구드룬 왕비가 마찬가지다. 삼촌 푤니르에 인해 강제로 결혼하여 비극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던 그녀는 알고 보니 푤니르를 추동한 만악의 근원으로 밝혀진다. 그녀는 노예로 팔려와 강제로 결혼하고 후사를 낳아야 했기에 증오 가득 찬 결혼 생활을 끊기 위한 복수를 감행한 것이다. 그래서 구드룬은 분노하는 암레스 앞에서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었고 지금의 삶이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일갈한다.
이에 더해 올가와의 관계도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신화 속 여성은 남성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여성과의 사랑을 통해 남성은 상처를 치유하고 질적으로 다른 인간으로 거듭나는 반면, 여성은 분기점 외의 특별한 역할을 맡지 못한 채 해피 엔딩 속에서 존재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 <노스맨>은 다르다. 암레스는 올가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 복수를 함에 있어서 적잖은 도움도 받고, 또 서로의 목숨도 구해준다. 하지만 올가는 암레스의 운명에 종속되지 않는다. 암레스는 사랑을 통해 복수심을 잊고 성숙한 인간이 되는 대신 목숨을 걸고 복수하는 늑대로 남을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사랑은 쌍둥이를 잉태한 채 그 관계가 끊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암레스는 온전히 마음의 평화를 얻을 기회를 잡고, 올가는 노예에서 벗어나 위대한 왕통을 이어갈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간다. 이처럼 <노스맨> 속 복수는 단지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힌 싸움이 아니라 바람직하고 정당하며 옳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물론 혹자는 <노스맨>의 복수극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햄릿과 암레스가 복수에 성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를 제외하면 이 영화의 각본은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이는 2시간을 넘는 137분의 러닝타임 동안 느린 템포로 진행되기에 꽤나 지루한 인상이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멋지게 복수하는 쾌락을 선사한다는 특징은 고전 중의 고전인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특출 난 게 아닐 수 있다.
이에 더해 신화 원전의 분위기를 재현하는데만 집중한 것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일례로 작년에 개봉한 <오필리아>는 햄릿을 원작으로 하면서도 햄릿의 아내인 오필리아를 전면에 내세워 햄릿의 비극을 여성의 시선에서,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바 있다. 그에 반해 죽음과 폭력, 예언과 마법으로 가득한 <노스맨>의 세계는 굳이 이 신화를 지금 이 시점에 만나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을 남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암레스의 세계를 잘 살펴보면 <노스맨>에 숨겨진 시의성이 그 모습을 찬찬히 드러낸다. 화산을 배경으로 암레스는 복수를 위해 목숨을 바쳐도, 싸우다 죽어도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지막 결투에 임한다. 바이킹에게 정당한 복수를 위해 싸우다가 죽는 것은 그들의 천국인 발할라로 갈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죽을힘을 다해 속에 가득한 울분을 온전히 표출하면, 전장에서 죽은 후 발할라에 들어가 라그나로크가 올 때 오딘의 옆에서 함께 싸우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즉, 이 세계는 복수를 긍정하며, 오히려 되갚아주지 못하는 이들이 손해를 본다는 믿음이 지배적인 세상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노스맨>의 현대적 맥락을 볼 수 있다. 지금의 사회는 외관만 다를 뿐 암레스의 세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SNS 상에서 오가는 설전, 리벤지 포르노의 등장,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적을 제거하려는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의 모습까지.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 모든 현상은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과거의 수많은 전쟁과 갈등의 변주일 따름이다. 범죄자들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엄벌주의에 대한 갈망 역시 국가나 사법 제도가 복수를 대신한다는 믿음이 약해졌음을 방증한다. 암레스처럼 직접 당한 만큼 돌려주고 정의를 바로잡는 복수의 욕구가 나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충실한 재현 같아 보이는 <노스맨>의 접근법은 결코 과하지 않다. 태곳적 복수 신화를 성공적을 소환하는 심장 박동을 닮은 북소리와 극한의 현실 고증을 통해 신화에 설득력을 더하는 비주얼이 인상적이다. 암레스의 세계와 그의 행적이 가능한 사실적으로, 그리고 실감 나게 느껴질수록 관객 역시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커져가지만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욕망을 분출하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암레스가 발할라에 들어가는 결말이 대표적이다. 화산에서 죽어가는 그의 앞에 하늘이 열리고, 발키리가 날개 달린 말을 타고 내려와 그를 발할라로 이끄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환상이다. 하지만 이는 복수를 통해 평화를 찾은 암레스의 심정을 그 어떤 방식보다도 훌륭하게 반영하는 연출이기도 하다. 성인식부터 전설 속의 검을 얻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복수에 미친 그가 다양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이미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나치게 재현적이고 현대적 맥락에서는 동 떨어져 있는 듯 보이는 <노스맨>에서는 원형적인 복수 신화를 통해 현대 사회를 반추하게 만드는, 단순한 영화적 재현 이상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A(Acceptable, 무난함)
태곳적 복수 신화를 재소환하는 현대의 야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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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적인 스타일리쉬, 보는 이도 극단적으로 미쳐버려
왕가위 감독은 독창적인 스타일리스트 중 한 명이다. 그의 영화의 매력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분위기가 좋다", "느낌있다" 라고 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것을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연출과 영상미가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사실이다. 흔히 왕가위 감독의 리즈시절이라 불리던 80~90년대에는 그의 스타일을 모방한 광고나 영화가 한국에서 여럿 나왔을 정도니. 다만 그의 단점으로 뽑히는 것은 이러한 연출과 영상미를 따라오지 못하는 각본이다. 실제로 촬영감독이 바뀐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때 부터는 각본의 단점이 크게 부각되었다. 이번에 이야기 할 영화 "2046"은 그런 왕가위의 장점인 연출과 영상미, 단점인 각본이 극단적으로 나온 영화라고 생각한다. 왕가위 감독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독창적인 카메라 무빙은 이 영화에서 더 강렬해졌으며, 난해한 스토리 라인은 작중 현실과 소설의 이야기와 상상이 교차되면서 혼란이 더욱 커졌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이 영화에 극단적으로 반감을 표할 것이고, 동시에 누군가는 극단적으로 열광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매료시키는 그 영상미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우면 어때. 너무 황홀하잖아.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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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내일> 공식 예고편
ㄴ듣도보도 못한ㄱ 사람 살리는 저승사자들의 등장! 저승 오피스 휴먼 판타지, [내일] 4월 1일 첫방송 본방 놓쳐도 가장 빠른 다시보기는 웨이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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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루카> 메인 예고편
바다 밖은 위험해?! 아니, 궁금해!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
바다 밖 세상이 무섭기도 하지만 궁금하기도 한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
두려움 없는 ‘알베르토’와 함께 인간 세상을 향한 모험을 감행하지만,
물만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신하는 비밀 때문에 모험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새로운 친구 ‘줄리아’와 함께 젤라또와 파스타를 실컷 먹고
스쿠터 여행을 꿈꾸는 여름은 그저 즐겁기만 한데…
과연 이들은 언제까지 비밀을 감출 수 있을까?
함께라서 행복한 여름,
우리들의 잊지 못할 모험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