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10-29 20:47:18
8톤 트럭 순애보와 인류애 사이
영화 <킴스 비디오> 리뷰
이 영화의 제목만 들었을 때는 비디오 세대의 순정 어린 추억 회상 영화일 거라고 막연히 상상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비디오 가게' 뭐 그런 느낌 아니겠어?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이 영화는 전혀 달랐다. 그래 비디오의 추억이 맞긴 맞는데... 아련한 세피아빛 회고가 아니라... 아찔한 레트로 원색으로 얼레벌레 굴러가는 미친 이야기가... 이건 그냥 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이었다.

<2023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노트>
OVERVIEW
영화는 지금은 사라진 킴스비디오가 갖고 있던 방대한 비디오 컬렉션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이비드 레드몬을 따라간다. 킴스비디오는 55,000편이 넘는 인기 영화와 희귀 영화를 갖춘 뉴욕의 상징적인 비디오 대여점이었다. 영화의 형식과 트로프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감독의 추적은 기이하고 집착적으로까지 느껴진다. 이 추적은 시칠리아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감독은 지역 정치의 거미줄에 걸려든다. 이 추적은 그를 한국으로도 데려간다. 그는 컬렉션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수수께끼의 인물 김용만 대표를 쫓는다.
REVIEW
킴스비디오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 뉴욕 영화광들의 성지로 군림했던 비디오 대여점이다. 특히 이스트빌리지 세인트 마크스 플레이스의 본점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55,000종의 희귀 예술영화와 언더그라운드 영화 비디오, DVD를 25만 회원들에게 대여하는 곳이었다. 우리에게 더욱 와닿는 점은 이곳의 창립자가 한국 이민자인 김용만 사장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대여 업체의 성장 등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던 킴스비디오는 모든 컬렉션을 한꺼번에 받아줄 기관을 수소문했는데, 여러 대학의 제의를 뿌리치고 놀랍게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의 소도시 살레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다큐멘터리 <킴스비디오>는 그 뒤로 10여 년이 흐른 뒤 살레미를 찾아가 이 컬렉션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나아가 감독들은 그 컬렉션을 되찾아 올 방법을 강구하고 이를 실행에 옮김으로써 진정한 ‘시네필의 윤리학’을 보여준다. 스스로 시네필이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절대 놓쳐선 안 될 영화. (문석)

사업과 예술의 경계는 어디일까. 예술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느낌과 달리, 그 경계는 아주 모호하고 많은 경우 겹쳐져 있다. 사업체인 동시에 언더그라운드 예술영화 수집과 공유의 장이었던 '킴스 비디오' 또한 그렇다. 여기서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다가 감독이 된' 쿠엔틴 타란티노의 이야기가 나왔고, 로버트 드 니로나 짐 자무쉬가 단골이었으며, 또 다른 단골 코엔 형제는 600달러에 달하는 연체금을 미납했다. 이렇게 킴스 비디오에는 무수한 영화와 영화인과 이야기가 겹겹이 쌓였다. 그 결과, 폐업을 앞둔 킴스 비디오의 물건들은 처리가 아닌 보관의 대상이었다. 유수의 대학이나 연구소에 보관을 맡겨도 될 만큼 거대한 컬렉션은, 뜻밖에도 사업체가 있던 미국이 아닌 이탈리아의 소도시로 들어간다.

'천만영화'들만 가득한 컬렉션이었다면 어찌저찌 대안을 찾을 수 있을 테니, 이토록 안타깝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킴스 비디오는 학생이 만든 단편영화나 세계 곳곳의 독립영화, 흥행은 고사하고 개봉조차 불투명한 영화들로 컬렉션을 이루어낸 곳이었다. 영화사에 다시 없을 유일무이한 보석 같은 곳. 이탈리아의 소도시에서도 그런 명성을 고려하여 컬렉션을 받아 보관하겠다고 제의한 것이었을 테고, 실제로 킴스 비디오를 다루겠다고 찾아오는 다큐멘터리스트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킴스 비디오의 사장, '용만 킴'은 그 모든 제안을 거절해 왔다. 그러면 대체 이 영화는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가?

이 영화의 감독인 두 다큐멘터리스트, 데이비드 레드먼과 애슐리 세이빈 감독은 대뜸 촬영을 시작하고도 3년이나 지난 후에, 용만 킴 사장을 찾아가 촬영 영상을 보여주며 허락을 구했다고 한다. 그들의 눈에서 그만두라고 해도 그만두지 않을 뜻이 보였다는 용만 킴 사장은 둘의 촬영을 허락하지만, 아무리 사업가와 영화인으로서 잔뼈가 굵은 그였어도, 과연 이 영화에서 우리가 본 모든 이야기를 예측했을까?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이 나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큰 사전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보았을 때 느꼈던 기분 좋은 경악을 망치지 않기 위해, 영화 내용을 구구절절 나열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이 영화를 전주국제영화제가 아닌 서울의 작은 상영관에서 보았음에도, 영화가 끝나자마자 어쩐지 영화제 현장에서처럼 박수를 뻑뻑 치고 싶었다는 것. 일행도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평 "영화에 미쳤거나 영화를 핑계로 미친 사람들의 거의 미친 이야기"라는 말에 고개가 아프도록 끄덕거렸다는 것.
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을 보면서 입이 벌어지고 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용만 킴 사장님은 "고다르가 도왔다면 할 말이 없다"며, "고다르라면 옳은 일을 했을 테니까 나는 동의한다"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음... 저쪽도 만만치 않은 8톤 트럭이구만... 저 정도 해야 시네필 하는 거구만... (그 와중에 그 대사가 너무 멋있어서 어디 좀 새겨놓고 싶었다.)

무언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순수하게 미쳐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겁지만 사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자신은 없다. 왜냐하면 '순수하게 미쳐있는' 상태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미쳐만 있기엔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요구하는 것도 많으니까. 이런 세상에서 무엇 하나만을 깊이 바라보는 순애보는 얼마나 귀한가. 현실에서는 너무 쉽게 해지고 깨지고 닳는 그 마음이, 어느 정도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빚어내는 이런 작품을 보는 일은 얼마나 즐거운가.
"나는 그냥 잊히고 싶다. 그냥 루저니까." 라는 인터뷰를 남기고 영화계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던 용만 킴 사장님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의 환호를 한 몸에 받았으며, 이제 영화에 대한 새로운 꿈을 꾸고 계시고, 국내 개봉을 기점으로 관객들도 만났다. 그치 이쪽도 8톤 트럭인데 영화계를 떠날 수는 없지... 싶으면서도, 이런 영화 후일담마저 너무나 즐겁고 유쾌한 것이다.

문득 생각해 본다. 나는 이런 8톤 트럭 순애보 이야기가 왜 이리 좋은걸까? 곰곰 생각해 보니, 그 '빠꾸 없는' 애정에는 감히 다른 부정적인 감정이 섞여들 틈새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킴스 비디오 컬렉션이 이탈리아 살레미에 도착한 이후로 방치된 시간을 되짚어보고, 비디오를 '구출' 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충분히 '빌런'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교과서적인 '이야기의 구조'에 따라 빌런을 설정하는 단순한 방법을 취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단지 비디오를 구출해야겠다는 그 강렬한 애정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다.
그 안에서 '빌런'들도 정겹게 녹아들고, 이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을 제법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어딘가에 고도로 집중된 애정은 인류애와 구분하기 어렵다. 얼핏 수렴과 발산으로 정반대처럼 느껴지는 그 애정의 방향성들은, 결과적으로 비슷하게 둥근 모양으로 그려진다. 둥글게 둥글게 손을 잡고 강강수월래를 그리는 모양으로.
바로 그 이유로, 영화의 유령이 숱하게 등장하는 이 영화, 영화와 시네필에 대해 아주 깊고 진득하게 말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나는 어쩐지 영화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온 인류ㅡ특히 나와 잘 맞지 않고, 내 기준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고 생각되는 존재들ㅡ에 대해 조금 더 푸근한 마음을 품고 나왔다.

한편 숙제 같은 마음도 남았다. 이 영화의 "방식"을 (여러 가지 사유로) 따를 수 없는 다음 세대의 시네필들은, 어떻게 영화를 구출해낼 수 있을까? 복잡한 마음으로 지금 당면한 숙제들을 바라본다. 쉽게 부정할 수 없는 한국 영화 위기론, 지원금을 굳이 거절해 가며 철거를 (지금 이 순간에도) 강행하려 하는 아카데미 극장, 절반으로 삭감되어 버린 영화제 지원 예산...
<빅이슈>와의 인터뷰에서 용만 킴은 킴스 비디오의 철학이 "나무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맞게 하기 위해서는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상업 영화로 돈을 벌되 그 뿌리는 언더그라운드, 독립영화 지원에 있다."였다고 밝히며, 한국 영화가 앞으로 더 발전하고 성공하려면 정책적으로 독립영화를 계속 지원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킴스 비디오>의 감독들은 과거의 영화를 구출해 냈는데, 이제 다음 시대의 시네필인 우리는 미래의 영화를 구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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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만들어진 판타지
이 글은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썼어요.
사진 출처:넷플릭스한국 드라마에 멜로 열풍이 불 때가 있었다. 그 멜로 열풍은 장소도 상황도 시간도 가리지 않았다. 그 결과 드라마 속 인물들은 검사가 되어도 연애를 하고 의사가 되어도 연애를 하고 경찰이 되어도 연애를 하는 데다 과거나 미래로 가도 연애를 하는 것도 모자라 학폭을 저지른 동창들에게 복수를 하는 와중에도 연애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그 열풍이 아직까지도 “먹힌”다고 믿었는지 이제는 아주 우주까지 가서도 연애를 하느라 제작비를 말아먹어놓고는 SF팬이 소수라서 드라마가 안된다는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 세상에나.
이렇게 유구한 연애의 역사를 자랑하는 K드라마인 데다. 애초에 인본주의자 성향이 전혀 없는 인류애가 바닥난 나에겐 그런 드라마들은 기피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애초에 제목이 중증외상센터 라고 한다 한들. 내겐 정말 큰 심적인 허들 하나가 드라마 앞에 턱 하니 놓여 있는 기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8부작이라는 "비교적"짧은 러닝타임.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뻔뻔해 보이는 주지훈의 표정을 보며. 이건 병맛이다.라는 느낌에 나는 가볍게(?) 드라마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즐거웠다. 오랜만에.
사진출처:넷플릭스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넘쳐나는 꽤 많은 메디컬 드라마들 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아무것도 심각하지 않게" 다루는 스킬 덕에. 보는 내내 심하게 불편하지 않게 드라마를 "정주행"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이런 즐거운 청량감은 백강혁이라는 유니콘의 역할이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초에 이야기가 판타지화 되어 버린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끝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고. 어느 정도의 해피엔딩을 보장받은 상황에서의 이야기들은 적당히 현실과 엮여 들어가며 피식피식 웃게 하기도.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판타지속 인물들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기도 한다. 속이 시원해지면서도 마음 한편에 걸려있던, 당장 내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되뇌어볼 기회가 되어주기도 한다.
물론 앞선 워딩인 "아무것도 심각하지 않게"라는 말이 대충 다룬다.라는 의미에 가깝다는 말이 아니다. 이런 가벼워 보이지만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내공은 당연히 현직 웹툰작가(??)인 원작가의 전직(?) 의사 시절이 경험에서 온 것일 테니까. 남이 무언가를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면 그 사람이 맡은 일을 매우 잘했다는 뜻이라 했다. 원작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했을 것이다.
사진출처:넷플릭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그저 웃는 얼굴로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판타지라는 말에 숨은 뜻은 현실에는 이런 일이 없는 것에 수렴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 한 번씩은 꼬집어보는 모든 문제들은 고질적으로 의료계에서 한 번씩은 목소리가 높게 나왔던 문제들이기도 하고, 여전히 팽배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는 중증외상센터가 자금난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는 뉴스를 접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니까.
백강혁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기 때문에 "사이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혹은 우리에게는 백강혁 같은 존재가 더 필요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백강혁이 아닌 그가 존재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치면서
개인적으로는 한유림(윤경호)의 캐스팅이 매우 반갑고 감사했다. 게다가 그중에서도 가장 입체적인 데다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해 줘서 좋았다. 예전에 도깨비에서 나라를 구한 덕으로(?) 집도 차도 직장도 얻을 수 있었다는 설정이 기억나서 그런 걸까, 그 드라마 뒤로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냥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자칫 잘못하면 백강혁의 원맨쇼가 될 뻔했던 드라마에 적당한 추 역할을 해 준 배우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이 글의 TMI]
1. 이번 주 너무 바쁘다.
2. 부모님이 반찬 보내주셔서 포동포동 해지는 중.
3. 빨래하기 싫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주지훈 #추영우 #영화리뷰 #최신영화리뷰 #영화리뷰어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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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돌라는 무언의 사랑을 싣고
오래전 모 제과 회사의 초콜릿 파이 광고 배경 음악에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가사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초콜릿 파이만 건네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아끼는 마음이 아주 잘 전해진다는 것이었다. 기억하기 쉽고, 따뜻하고, 중독성 있는 가사와 멜로디 덕분인지 그 초콜릿 파이는 불티나게 팔렸다. 그런데 마법을 부리는 초콜릿 파이의 도움 없이 입을 꾹 닫은 채 눈짓, 손짓,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만으로 정말 나의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까? 대사 없이 무성 영화처럼 연출된 <곤돌라>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랑의 가능성을 낙천적으로 긍정한다.
영화 <곤돌라>의 공간적 배경은 꽤 험준한 산맥에 안겨 있는 조지아의 조용한 산골 마을이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이어 주는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은 비좁은 곤돌라다. 사람들은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곤돌라에 실어서 옮긴다. 사람, 동물, 와인, 음식, 각종 생활용품은 곤돌라의 단골 승객이다. 곤돌라의 양쪽 문을 활짝 열면 길쭉한 관(棺)도 곤돌라에 적재할 수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의 희로애락을 곤돌라와 함께한다. 이런 환경이라면 사랑도 곤돌라와 떼놓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마을 곤돌라의 새로운 승무원 '이바'와 일한 지 좀 된 듯한 승무원 '니노'는 상행선과 하행선으로 엇갈리며 서로를 지나치는 찰나의 순간마다 눈빛을 교환한다. 서로를 향한 그윽한 눈길은 곤돌라를 움직이게 하는 기계 장치와 철제 케이블처럼 서로를 서로에게로 끌어당긴다. 두 사람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처럼 장난치고, 함께 체스를 두고, 각자가 다룰 수 있는 악기를 연주해서 선율을 들려주고, 함께 와인을 마신다. 곤돌라 혹은 곤돌라 승강장에서.
영화 <곤돌라>는 일부 장면의 음악과 비주얼이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을 떠오르게 할 만큼 언뜻 보면 마냥 행복한 동화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 성 소수자가 겪는 다양한 난관을 곤돌라를 활용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두 주인공이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곤돌라와 곤돌라가 배경으로 삼고 있는 산경(山景)은 아름답지만 멀리서 보면 철사 두 줄에 의지하고 있는 듯한 곤돌라는 매우 위태롭게 느껴진다. 기발하고 깜찍한 착상으로 창조한 영화 <곤돌라>의 동화 같은 세계는 관객의 마음을 데워 주는 한편 냉혹한 현실도 곱씹게 만든다.
- 끝 -
* 씨네랩의 초청으로 4월 1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곤돌라>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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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난한 이야기에 영화의 개성을 부여하는 윤여정의 마법
우연히 만난 선물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국 최고의 건축가 조민서(윤여정)이다. 강연 중인 민서. 바글거리는 사람들과 함께 한 공간에 있다. 비단 최고의 위치라는 건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다. 화려한 삶을 즐기고 있다. 존경받는 민서. 강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호텔의 관리자가 민서에게 “뷔페 드시고 가실래요?”라고 묻는다. 거절하는 민서.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 넓은 집 적적한 민서를 기다리고 있는 건 민서의 반려견 완다다. 아들에게 전화해 보는 민서. 어머니의 근황이 단 조금도 궁금하지 않다는 듯이 그냥 전화를 끊어버린다. 밥 하기도 귀찮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민서. 이 민서의 라이더로 진우(탕준상)가 배정된다. 특별한 만남이 시작됐다. 안면이 트인 진우와 민서.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반려견 완다와 함께 시작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싱글남 민상(유해진)이다. 혼자 사는 민상. 민상은 깔끔한 타입이다. 깔끔한 타입이라는 점은 자기 소유의 건물에 세 들어있는 진영(김서형)에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미다. 진영은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온갖 반려동물들이 모여드는 진영의 동물병원. 건물 여기저기에 동물들의 흔적들이 깔려있기 때문에 온갖 고통을 다 받고 있다. 그러나 민상에게 어마어마한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한국 최고의 건축가 조민서다. 공간 설계를 기획하는 일을 하는 민상에게 민서는 굴러들어 온 호박과도 같다. 좋아! 나 저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그러려면 수의자인 진영이 너무나도 필요하다. 민상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도그보다 '데이즈'
이 영화가 제목이 ‘도그데이즈’인것과 다르게 다루고 있는 것은 인간 군상이다. 물론 반려동물들을 다룬 부분도 중요하지만 이 영화는 인물들이 이끈다는 점에서 휴먼드라마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관점에서 강아지와 등장’인’ 물을 투 트랙으로 끌고 가는 각본 역량과 연출이 좋았다. 글쓴이가 이에 근거를 대고 싶은 것은 김서형 배우가 맡은 진영 캐릭터와 윤채나 배우가 맡은 지유 캐릭터다. 진영은 수의사다. 이 수의사라는 직업이 동물들을 다룬 영화에서 중요한지는 두 말하면 손 아프다. 하지만 핵심은 이 캐릭터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점인데, 이 인물에게 장르적인 재미 하나를 붙이면서 그 설정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주제와 맞물린다는 점은 좋은 선택이 빛을 발한 부분이다. 또 지유 캐릭터가 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켜볼 만하다. 이 캐릭터가 가진 고유한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이 영화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쉽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진 장점 중 하나다. 또 이 캐릭터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이런 입장에 놓여본 관객의 입장에선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글쓴이는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행위의 속성을 손쉽게 설명하는 방식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인물의 관계를 반려동물과 사람의 사이로 치환시킨 것이다.
하지만 반대측면에서 이 영화가 반려동물들의 세계를 깊숙하게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이 영화가 다루는 문제 중 어떤 것들은 윤리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논의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이라면 좀 더 탄탄하게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대표적으로 영화 중반부에 진영과 민상이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한데, 이 부분에서 드러나는 한 쟁점이 갑자기 확 들어온다. 근데 이 두 사람 중 하나 민상이 반려동물과는 영 친하지 않았다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다룬 것이 설득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작 이 문제를 암시하는 것은 다른 캐릭터다. 그러니까 영화 자체가 이 문제를 다루기는 했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서사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영화가 파편화된 것처럼 느껴진다. 각각의 소재들이 하나로 어우러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 점은 윤여정 배우가 맡은 조민서 캐릭터에서도 읽을 수 있다. 사실 앞서 쓴 바 그대로 이 영화는 강아지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잡고 있다. 이게 핵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핵심이다 하더라도 강아지들에 대한 내용이 어느 정도는 더 들어가야 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다. 민서와 강아지가 어떤 사이고 무슨 관계인지를 더 비추는 것이다. 이는 민서의 서사가 과연 영화에서 어떤 것을 차지하는가? 와도 이어진다. 민서가 이야기의 핵심이 되어 극을 이끄는 것 치고는 윤여정 배우의 개인기에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 글쓴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이 부분에 있어 약간 모순적이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윤여정 배우의 캐릭터가 한 대사라고 해도 크게 이질감이 없었을 듯하다. 뿐만 아니라 이현우, 다니엘 혜니 배우가 끌고 가는 이야기에서 장르를 바꾸는 선택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장면들은 큰 이질감이 되어 JK필름의 전작 <영웅>이 생각나 진부하게 느껴졌다.
생명을 따스하게
이 영화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생명에 대해 따뜻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야기를 구성할 때 인물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화법을 선택했다. 이 화법은 이 영화에서 특정 인물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 한 줄에서도 느껴진다. 그리고 정아(김윤진), 선용(정성화) 캐릭터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설정에서도 읽을 수 있다. <도그데이즈>는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영화의 큰 줄기를 차지하는 두 요소를 중심으로 강아지들을 함부로 대하는 조금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다. JK필름의 영화들이 억지 감동을 위해 캐릭터들을 지나치게 희화화한다던가 희생시킨다던가 하던 단점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이는 동물들을 바라보는 윤리적인 거리감을 잘 지켰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극후반부 엔딩으로 이뤄지는 귀결이 납득 가능하다는 장점으로도 이어진다. 무슨 말이냐? 이 영화의 엔딩은 덜컹거리는 부분이 많다 하더라도 설득력이 있다. 만약 이 인물들 중 누군가가 강아지를 괴팍하게 다뤘다면 이 인물들이 이런 동선으로 구성될 거라고 생각이 잘 안 든다. 연출과 플롯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냥 작곡가도 K-POP 작곡가입니다만
물론 약간 작위적으로도 느껴지는 부분이 없진 않다. 바로 이 영화를 소개할 때 나타나는 문구 두 줄이 있다 ‘K-POP 작곡가’라는 문장과 ‘MZ 라이더’다. 뭐 이 두 단어를 쓰지 말라는 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굳이 이 두 개가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라이더’와 ‘작곡가’여도 충분한데, 이 부분을 굳이 지적하는 이유는 이야기에 별 상관없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진 1차원적인 접근을 암시하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홍보 카피가 아닌 영화 내적으로 들어간다. 정아가 가진 모성이 이야기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이 모성을 이런 관계에서 가지는 것이 당연히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이 인물에 이입하기 쉽진 않다. 이 장면 앞에 누군가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만으로 이 인물이 이런 사람이라는 걸 파악하긴 어렵다. 이 감정이입의 어려움은 정아라는 왠지 모르게 ‘K-POP’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1차원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다룬 ‘모성’과 K-POP’은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작곡가라는 직업적 특성(그것도 K-POP)과 부모라는 설정이 이야기에서 중요했다면 이 두 소재에 더 힘이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강아지들에 대한 이야기'만' 들어갔다는 점 역시 아쉽다. 왜 이 세계관엔 강아지만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어떤 영화에선 앵무새도 등장하는데, 고양이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생명에 대해 다룬 영화치고 강아지만 등장하는 건 좀 의아했다. 이렇게 일부 소재를 힘 없게 다루는 방식 역시 JK필름의 수많은 전작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이다. 적당히 문화생활하는 40-50대를 타깃 삼고 기획한 영화의 느낌이 강하다.
또 이 영화를 마무리한다는 측면에서 민상이라는 인물은 의문부호가 있다. 물론 이 사람이 따라가고 있는 영화 내의 흐름이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고 우리 일상생활에도 이런 사람 많다(심지어 글쓴이도 이래 본 적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인물이 이런 캐릭터였다면 전반부에서 이에 대한 묘사를 더 던져주고 주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 아니 오히려 이 인물의 이런 성격을 굳이 이렇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 글쓴이는 그런 연출 방식과 장면이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다. 이야기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 장면이 오히려 사족처럼 느껴진 것이다.
성장형 제작자?
이 영화는 JK필름의 향이 묽은 작품이기도 하다. 글쓴이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팬이라면 ‘JK필름’이라는 단어를 잘 알고 있다. 신파라는 요소를 한국영화계에 유행시킨 공이 큰 윤제균 감독의 제작사 JK필름. <해운대>부터 <공조 : 인터내셔날>까지 인위적인 전개로 영화팬들과 대중들에게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20/30대의 관객들 중 JK필름의 영화를 싫어하는 경우가 몇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실 JK필름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봐도 그의 향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굳이 찾자면 있지만 무난하게 따스하고 재미있고 강아지가 귀여운 영화가 된 것이다. 글쓴이는 윤제균 감독을 위시한 JK필름의 관계자 분들이 많은 비판을 숙고해서 시나리오를 받은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 생각 외의 전개가 어느 정도는 있고 이는 분명한 강점이니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도 무난하게 볼 만하다. 특히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시는 분들은 오열할 만한 장면이 몇 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윤여정이라는 배우의 카리스마다. 우리 모두 윤여정 배우가 한국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족적을 남겼던 영화 <미나리>보다 이 <도그데이즈>에서의 연기가 훨-씬 훌륭했다. 이 인물은 카리스마가 있고, 카리스마 이면에 깔려있는 어떤 정서가 있다. 그 정서는 진우를 대할 때 진정성이 되어 행동의 근거가 된다. 이 서사 아래 이야기를 이끌거나 영화의 제작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지점에서도 윤여정 배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두 가지는 사실 좀 상충되는 부분이 어느 정도는 있는데, 이 인물이 중심으로 플롯을 끌고 가다 보니 이입하는 데 있어 큰 무리가 없다. 배우가 영화에 강력한 탄력을 만든 것이다. 윤여정 배우가 연기하는 것 같지 않다고 느낀 장면도 몇 있는데 글쓴이만 체감할 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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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 핫 Too Hot>, 성욕보다 더 뜨거운 것!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중 하나인 <투 핫 too hot>
미국 편, 브라질 편, 라틴 아메리카 편... 이제 미국 편은 시즌3 방영을 앞두고 있다.
프로그램의 배경은 이렇다.
서로 섹스해라! 해라! 하는 분위기를 대놓고 만들어 놓은 후, 섹스는 절대 안 된다!라는 룰이 적용되는 곳.
성적인 접촉은 '규칙 위반'이며, '벌금'으로 이어진다!
어머어마한 액수의 상금을 걸고, 섹스를 포함한 어떠한 성적인 신체적 접촉이 발생하면 벌금 형식으로 상금이 깎인다. 출연자들은, 난잡한 성교 파티를 상상하며 모였다가 모두 멘붕!
이국적인 장소에서, 매력적인 젊은 남녀가 거의 옷을 입지 않고 24시간 붙어 지낸다.
당연히 규칙 위반은 수시로 벌어진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규칙 위반을 하던 출연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한다.
"그냥 할까? 아님 상금을 위해 참을까?"
물론 스킨십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상금'이다.
그런데, 어차피 그 상금은 처음부터 이들의 목적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상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로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그저 매력적인 이성을 만나 사랑을 하고 싶어 모인 것이다.
상금은, 참가자들의 성욕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갑자기 폭탄처럼 터지는 반전이다!
그보다 더 강력한 원동력,
이들이 자신들의 본성을 억누르고, 매력적인 이성과의 스킨십을 자제할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내 옆사람의 비난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 다른 사람에게 욕먹고 싶지 않은 마음"
이다.
<투 핫> 브라질편 참가자들
세상 쿨하기 그지없는 <투 핫> 브라질 편 참가자들이, 사실은 그 어느 편에 출연한 참가자들보다 훨씬 더 '주변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추구할 것 같은 그들이었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다!<투 핫> 브라질 편에서는, 참가자들이 '규칙 위반'하는 내용 중에 '섹스'가 포함된다.
한밤중에 여자들은 상의 탈의, 남자들은 하의 탈의를 한 채로 다 같이 수영장 물에 들어가 파티를 벌인다.
(대체 누가, 넷플릭스 <솔로 지옥>이 한국 판 '투 핫'이라고 했던가!)
브라질 편 출연자들은 확실히 더 핫hot 했다! 진짜 프로그램 제목처럼, TOO HOT!
그런데, 재미난 것은, 다른 어느 시리즈에서보다도 '주변 사람의 눈치, 아는 사람의 눈치, 친구의 눈치'를 가장 많이 보는 것 또한 바로 브라질 편 참가자들이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넘치는 성욕보다 더 참을 수 없어한 것은,
나의 행동으로 인해 상금이 깎여서 친구들이 실망하고 비난할 때,
또는 나의 행동이나 말이 누군가에게 불쾌감이나 불편감을 주었을 때,
나에게 가해지는 주변 사람들의 비판과 비난이다.
나를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는 여론, 나의 잘못에 대한 재판의 현장!
모두가 함께 생활하기에 나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은 즉석에서 바로바로 전달된다!
그래서 참가자들의 눈물도 가장 많이 터져 나온 시리즈가 되었다!!!
친구 눈치, 다른 참가자 눈치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 그전의 당당하고 쿨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그 어떤 것보다 이들의 본성과 욕구를 자제시키고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상금 자체도 아니고,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들도 아니었다!
바로, 그들의 옆 사람, 같이 있는 다른 참가자들이었다.
최근 동네 커뮤니티 카페에 가입하여 몇 번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주로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무난한' 주제의 글이었다.
무난한 주제에는 편안하고 평화로운 댓글들만 달린다.
그런데, 종종 '무난하지 않은 주제'의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면 격렬한 댓글들이 달린다.
심한 욕까지는 하지 않지만, 글에서도 격한 감정들이 느껴진다.
나는, 무난한 주제만 골라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격렬한 싸움은 지켜보는, 그런 축에 속했다.
격렬한 싸움에는 말리고 싶지 않다....
애초에 무난하지 않은 주제는 올릴 생각도 하지 않고, 무난하지 않은 주제에는 댓글도 달지 않는다.
<투 핫> 참가자들이 대단한 것은,
그 전쟁 같은 '무난하지 않은' 현장에서,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남아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점. 욕 먹을 각오를 하고 행동한다는 점!
그 결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은, "사랑"을 찾는 것!다른 사람의 부정적 의견을 듣는 것,
나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을 듣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고 고통스럽다.
이것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적응될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나의 진심을 표현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것,
이러한 용기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투 핫> 참가자들이, 마냥 다른 참가자들의 비난과 감시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면, 사랑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욕을 많이 먹었지만, 유일하게 '찐 커플'이 된 '브렌다'와 '마테우스'
<투 핫> 브라질 편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었던 '브렌다'와 '마테우스' 커플.
규칙 위반을 가장 심하게 많이 하면서,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미움을 많이 샀다.
그로 인해 눈치도 많이 보고, 눈물도 보였지만,
결국 이들은 최종 선택에서, '찐 커플'로 거듭났다.
<투 핫>이 보여준 것,
첫째, 세상 쿨해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
둘째, '다른 사람의 비난을 피하고자 하는 욕구, 욕먹기 싫은 욕구'에만 몰두하다 보면, 또 다른 중요한 욕구, 이를 테면 '사랑'에 대한 욕구는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
세상에 쿨한 사람은 없다.
욕먹고도 아무렇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만, 욕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위축되어, 더 중요한 가치를 놓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때로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나 자신을 던져야 하는 그런 순간이 필요하다.
이 세상에 남에게 욕먹기 싫어서 욕먹지 않을 행동만 골라서 하는 사람만 존재한다면,
과연 이 세상이 움직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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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자와 메시지의 충돌이 낳은 난맥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하정우). 하지만 그에게 금메달은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시상대에서 화분으로 가슴에 단 일장기를 가려야 했으니. 이후 그는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더 이상 달리지 못한다.
1947년 서울, 광복 후에도 술로 일상을 버티던 손기정. 어느 날, 그는 냉면집 배달부 '서윤복'(임시완)을 만난다. 그에게서 마라토너의 재능을 발견한 손기정은 윤복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시키기로 마음먹는다. 광북 이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나간 국제대회에서 일본에게 귀속된 한국인의 기록을 되찾기 위해. 정부도 없고,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손기정은 옛 동료이자 베를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남승룡'(배성우)과 함께 서윤복을 마라토너로 탈바꿈시키기 시작한다.
전적으로 실화에 의지하다
“1947년은 혼란스럽고 희망이 부족했던 시기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목표를 이루고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을 통해 힘과 용기를 전하고 싶다.” 강제규 감독의 포부다. 단언컨대, <1947 보스톤>은 목적을 이뤘다. 서윤복이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 자긍심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일제강점기와 분단이라는 역경 속에서 세 주인공이 쟁취한 승리의 감동 역시 뜨겁다.
하지만 공허하다. 눈시울이 순간적으로 뜨겁지만, 눈물이 나오기 전에 식는다. 이유는 여럿이다. 일단 역사가 스포일러다. 서윤복 선수가 1등을 차지한다는 결말을 미리 알고 있어서 감흥이 덜하다. 예상을 벗어나는 내용도 없다. <1947 보스톤>은 제목에 충실하다. 베를린 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동메달리스트 남승룡, 새 국가대표 서윤복이 194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우여곡절을 정석대로 담았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1947 보스톤>은 영화가 아닌 실화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실화가 선사하는 감동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단점, 영화와 실제 사이 간의 모순이 눈에 띄자마자 실화에 의지하는 감흥은 뜨거워질 때만큼이나 빨리 식는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내용이나 결말이 실제 사건을 그대로인 것은 사실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1947 보스톤>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라 엄연히 극영화라는 점이다. 극영화는 한정된 시간 내에 여러 사건을 유기적으로 이어 붙이고 캐릭터가 스크린 위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 설령 실화 사건을 차용했다 하더라도.
하지만 <1947 보스톤>은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나머지 실화에 힘을 더하지 못한다. 감독은 턱없이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팀을 꾸린다. 선수는 불행한 개인사와 꿈 사이에서 헤맨다. 팀은 갈등에 휩싸이고, 첫 경기 성적은 엉망이다. 하지만 그들은 기어코 기적을 써 내려간다. 이처럼 익숙한 에피소드를 기계적으로 나열한다. 결국 영화는 사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물의 변화, 감정선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한다.
오히려 짜임새 때문에 실화의 감동이 약해진다. 서윤복이 어머니를 회상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는 보스톤 언덕길에서 어머니와 고갯길을 같이 넘던 추억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 그런데 이 대목은 기대만큼 감동적이거나 아름답지 않다. 그와 어머니의 관계가 피상적인 효자와 현모양처로 묘사되다 보니, 해당 장면이 어떤 의도로 삽입됐는지가 노골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화자 따로 메시지 따로
물론 클리셰에 충실해도 관객이 기대하는 이야기를 안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도 많다. 하지만 <1947 보스톤>은 아니다. 영화의 만듦새가 헐거워진 근본적인 원인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와 화자의 부조화가 바로 그 원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손기정과 서윤복이라는 두 톱니바퀴가 서로 들어맞지 않는다.
<1947 보스톤>은 개인의 아픔을 민족과 국가의 좌절로 확장하고, 이를 극복해 카타르시스를 주려한다. 영화는 세 주인공의 아픔을 부각한다. 손기정과 남승룡은 망국의 설움을 지녔다. 서윤복은 약소국의 설움이 있다. 두 선배가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했듯이, 그도 태극기 대신 성조기를 달아야 한다.
영화는 이들의 아픔은 하나로 연결한다. 그 중심에는 손기정이 있다. 남의 나라를 국기를 달고 뛰는 설움. 독립했는데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군분투. 레이스를 통한 치유까지. 손기정이 서윤복을 제2의 손기정으로 길러내는 여정에는 개인과 민족의 아픔을 씻어내는 기승전결이 함께 깃들어 있다.
그런데 카메라는 정작 서윤복에게 초점을 맞춘다. 냉면 배달 중 미군과 부딪히는 장면, '옥림'(박은비)과의 얕은 로맨스처럼 전개에 필요하지 않은 내용까지 세심히 다룬다. 그러니 영화는 조화롭지 않다. 화자와 메시지가 따로 놀면서 필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실패한다. 손기정의 서사는 불충분하고, 서윤복의 서사는 늘어지면서 양쪽 모두 깊이가 부족해진다.
예를 들어 보스톤 대회는 서윤복만의 경기가 아니다. 손기정이 오래된 한을 떨쳐내는 레이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때도 영화의 초점은 서윤복에게 쏠려 있다. 그러니 손기정의 서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반대로 레이스 중간에 손기정이 자주 등장하면서 흐름이 끊기는 인상도 준다. 결국 마라톤 장면은 클라이맥스라기에는 담백하고 힘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유독 배우의 단점이 잘 보이는 이유
그러다 보니 배우들도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배우 개개인의 역량이 아쉬운 지점도 있으나, 캐릭터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니 그들만의 잘못도 아니다. 일례로 하정우는 매너리즘에 빠진 것처럼도 보인다. <수리남>, <비공식작전> 등에서 본 대사와 연기 톤을 반복한다. 이 지점에서 극본과의 괴리가 발생한다. 예스러운 말투의 대본이 배우의 현대적인 톤과 어긋난다.
하지만 기자회견 시퀀스를 보면 배우만의 문제가 아니다. 손기정은 기자들 앞에서 오랜 울분을 터뜨린다. 그저 한국인으로서 달리게 해 달라는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며 개인과 민족의 한을 토로한다. 그런데 가장 극적이어야 할 손기정의 항변은 단순히 대사를 외우는 것처럼 느껴진다. 배우의 톤이 아무리 익숙하고, 이질적이라 해도 그전까지 캐릭터의 서사를 제대로 구축했다면 불가능할 일이다.
배성우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 극 중 남승룡이라는 인물은 큰 임팩트가 없다. 영화가 그의 입체적인 면모를 살리는 데 실패했기 때문. 어떻게 보면 남승룡은 손기정보다도 한이 더 깊다. 손기정과 달리 금메달을 따지도 못했고, 시상식에서 일장기를 가리지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자기 아픔을 넉살 좋게 애써 감춘다. 이런 인물을 영화는 평범한 감초 조연으로 소모한다. 개인사와 무관하게 배우의 연기력을 지적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나마 임시완의 경우 배우의 노력이 엿보이기는 한다. 마라톤이 취미가 됐다고 말할 정도로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게 그의 달음박질에서 느껴진다. 그러나 비중에 비해 역할이 조연에 가깝고, 캐릭터 자체도 평면적이다 보니 그 노력은 미처 다 보이지 않는다.
실화에 잘못 기대다
이에 더해 <1947 보스톤>은 많은 사극과 시대극이 그렇듯이, 실화의 힘을 잘못 활용한다. 영화는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국을 빌런으로 설정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영화 내용과 실제 사건이 충돌하며, 그 결과 영화의 감동도 덜해진다. 실제 사건을 왜곡하고 있으니 영화 말미에 나오는 자료 영상과 사진의 의미가 퇴색되고, 영화의 진실성도 약해진다.
실제로 영화 전반에 걸쳐 미국은 점령국에 가깝다. 미군병사는 무전취식에 항의하는 서윤복을 권총으로 위협한. 미군정은 보증금과 신원 보증을 이유로 마라토너 삼인방의 보스톤행을 방해한다. 대회 측도 서윤복과 남승룡에게 태극기가 아닌 성조기를 달아야 한다고 고집한다. 심지어 미국의 마라톤 중계 아나운서는 한국선수들의 실력을 조롱한다.
실상은 달랐다. 서윤복의 회고록에 따르면 미군정 하지 장군을 비롯한 미국인이 보증금을 구해주며 대회 출전을 도왔다. 보스톤 마라톤 협회도 두 선수에게 태극기와 미군정청 문장이 병기되어 있는 유니폼을 지급했다. 손기정이 일장기를 가려야 했던 일이 서윤복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서윤복과 손기정의 서사를 연결해 메시지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무리수처럼 보인다.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미군정으로부터의 독립을 연결해 애국심을 자극하는 드라마를 만들려는 의도다. 하지만 실화의 힘에 기대면서 정작 실화를 왜곡하고 있으니 자연히 모순과 오해가 발생한다. 아쉬움도 크다. 미국을 악역으로 만드는 대신 한국을 알리려는 일념이나 개인의 성취에 집중하는 선택지도 있었으므로.
마지막으로 디테일도 올드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양변기를 몰라 당황하는 개그 장면, 조선을 무시하지 말라며 외국인에게 일갈하는 장면, 전 국민적인 응원에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장면... 감동과 눈물을 짜내는데 최적화된 클리셰가 종합선물세트로 펼쳐진다. 한국영화에서 자주 목격한 익숙한 이 조합 역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합하면 <1947 보스톤>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마인드의 결정체처럼 보인다. 실화의 힘을 빌려 애국심을 고취하고, 눈물을 짜내고, 감동을 주면 성공이라는 식으로 직진한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의 완성도, 서사의 짜임새, 실화 고증 같은 요소는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나고 만다. 그 결과 2023년도 극장에 어울리지 않는 올드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Poor 형편없음
실화를 이용하는 데 그친 클리셰 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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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은 머문 자리에 오염을 남긴다
<괴물>이라는 영화는 지금은 <기생충>으로 더 유명한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이다. 국민배우 송강호와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그리고 고아성까지 대단한 배우들도 많이 나온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른 남다른 CG로 주목받기도 했다.
영화는 어느 날 한강에서 괴물이 나타났고, 괴물이 납치해간 가족의 딸 '현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물론 바이러스에 대한 가짜 뉴스, 공포, 언론들의 행태도 함께 녹여져 있다.
<괴물>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기억을 하지 못하는 장면은 바로 첫 장면이다. 영화와 환경에 대해 강의를 할 때 늘 물어보고 있지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검은 화면에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고 주한 미8군 용산기지 내 영안실의 모습이 비친다. 상사로 보이는 미군은 한국 병사에게 먼지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면서 구박을 하기 시작한다. 청소를 하겠다는 병사에게 먼저 뭔가를 버리라고 명령한다. 그것은 '포르말린', 정확하게는 '포름알데히드'이다. 더 정확하게는 '먼지 낀 포름알데히드'다.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싱크대에 버리라는 말에 병사는 당황한다. 독극물이고, 규정상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강에 들어갈 것이 너무 뻔했다. 한강은 무척 큰데 이것쯤 버리면 어떻냐는 미군은 아주 확고하다. 까라면 까야지 어찌할까. 한 두 병인 줄 알았는데 수십 병, 아니 수백 병의 포르말린이 한강에 버려졌다. 그리고 2년 뒤 잠실대교 부근에서 낚시꾼들에게 이상한 생명체가 발견되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시작은 이 이상한 생명체가 발견되는 시점이다. 괴물의 탄생은 어느 미군의 명령에 의해서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휴전 국가이고 일부 미군의 도움을 받고 있다.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지만 정말 미군이 저런 행동을 할 수 있고,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을까?
우리나라는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이 맺어져 있다. 처음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을 때는 환경 조항이 전혀 없었던 모양인데 2001년 개정할 때 환경조항이 처음 만들어졌다. 하지만 선언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 오염을 시켰을 시 복구해야 한다든지 처벌을 받는다든지 하는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돌려받은 미군기지는 오염이 되었음에도 복원 없이 돌려받고 있고, 미군에게 정확하게 책임을 묻고 있지도 않다. 아마 그 당시에는 책임을 미군에 물을 생각조차 없었던 것 같다.
미군기지의 대부분 오염은 토양오염과 하천오염이다. 특히 유류와 중금속 등 발암물질이 많이 검출된다. 토양오염의 경우 TPH(석유계총탄화수소)는 검출이 안 되는 곳이 없고, 어떤 곳은 검출 기준의 120배가 넘게 나온 곳도 있다. 분명히 오염원인자는 미군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2019년 말에도 미군기지 네 곳이 즉시 반환된다는 소식이 있었다. 어떤 입장에서는 우리의 땅을 돌려받는 것을, 그 땅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기뻐했지만 나는 그러하지 못했다. 한참 국방비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반환 예정인 미군기지들에 대한 복원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하다못해 협상카드로라도 사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돌려받는 미군기지 중 원주 캠프롱이 있었다. 원주시민들은 과거에 캠프롱 내에서 기름유출로 인한 토양오염을 목격했고 그에 대해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 어렵다던 미군의 사과까지 받아냈다. 그 사과가 있었기 때문에 미군기지를 반환받는 결과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군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 책임을 물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캠프롱의 경우 지자체에서 꾸준히 조기반환을 요구해왔다. 그들에게 복원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주장은 '복원 후 반환'이었다. 이대로 그냥 돌려받는 것은 일전의 돌려받은 다른 미군기지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사용하고 싶어서 그 부담을 미래에까지 줘서는 안 될 문제였다. 그런데 결정은 대한민국에서 먼저 복원한 후 책임소재를 나중에 판단하겠다고 났다. '제발 기지만 돌려달라, 책임을 대한민국이 지겠다.'는 표현과 다를 것이 없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미군에게 우리가 어떤 근거로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정말 굴욕적인 외교였다.
그런데 정부는 그러한 결정의 근거를 '해당 지역에서의 끊임없는 선반환에 대한 민원'이라고 발표했다. 오염시킨 미군도 잘못했지만 그들은 우리나라의 국민들의 환경주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지역의 개발 요구에 대한 민원만 반영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답변이기도 했다. 나쁘게 말하면 집단이기주의로 '떼'를 쓰면 반영된다는 것을 또 보여주고 만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오염도 조사 후 복원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빠른 복원'에만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 춘천의 미군기지였던 캠프페이지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복원을 진행한 덕분에 거의 10년이 지나서 땅속에서 기름이 솟아났고, 부실 복원이라고 명명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아마 지자체장이 임기 내에 뭔가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큰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군의 사과가 있었던 시점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과 지자체는 약속했다. 캠프롱을 돌려받으면 시민의 공원으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주변 주민들과 지역구 의원들은 그곳이 본인들의 소유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고, 빼앗겼던 땅에 대한 과거의 보상을 받으려는 심리가 매우 강하다. 그리고 누군가는 캠프롱을 도화지 삼아 여러 건축물들을 계획하고 있다. 미군기지였지만 과거 건축물이 있었던 지역을 빼고는 누구 하나 손을 대지 않은 울창한 숲임에도 말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캠프롱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미군기지를 돌려받은 시민들은 과연 언제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일까? 이렇게 된 마당에 오염시킨 미군만 욕할 수는 있을까?
반환되는 기지뿐 아니라 현재 있는 기지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2018년에 식수로 쓰이고 있는 낙동강과 대구 지역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었다. 처음에는 이 물질이 검출된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질 기준에 없는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물질은 암을 유발하고 생식기능을 저하하는 물질로 알려지면서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되었다. 유출된 곳으로 예상되는 곳은 미군기지인 캠프캐롤이었다. 그곳의 물에서도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0년 초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가 공개되었는데 '국내 미군기지 과불화화합물'에 관한 내용이었다. 미군은 과불화화합물의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보고서를 쓰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법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묵과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미군기지 오염하면 토양오염과 유류오염을 주로 떠올렸다. 그러다 보니 다른 오염물질들은 아예 확인조차 하고 있지 않다. 설마설마했는데 이번에 오염 조사하는 것 보니 예상되는 물질에 대한 검사만 하지 전체 물질에 대한 검출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과불화화합물은 공군에서 많이 사용된다고 하는데 법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군이 우리의 땅을 오염시키는 것에 대해서 '고마웠으니까'라는 말로 합리화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나 지자체가 환경오염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이번에 복원되는 기지들에 대해 어떻게 미군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인지, 어떤 노력들을 하는지 꼭 보여줘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오염물들을 계속 배출하고, 오염된 땅과 물을 복원하지 않으면 <괴물>에서 나오는 괴물이 언제 어디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이미 한강에, 낙동강에 알지 못하는 생물들이 탄생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휴전국가이고 미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기울어진 협상이 아닌 제대로 된 협상을 통해 SOFA의 환경조항을 제대로 개정해야 괴물의 탄생 확률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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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괴물이 등장했던 그의 영화에 이번에는 괴물이 등장하지 않는데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한 인간의 욕망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이 담겼기때문에
보이지 않는 괴물을 담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참 아름답고 몰입감있는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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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10대 소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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