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3-11-16 17:09:52
더 깊은 늪으로 빠져버린 마블
-<더 마블스>(2023)
자신에게 엄청난 힘이 생기면 무엇을 하게 될까. 그런 힘이 있다면 대부분은 자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주변 사람을 돕는다. 일단 그렇게 만들어진 하고 싶은 일 리스트는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그 힘을 통제할 수 있는 조직이나 개인이 없기 때문에 모든 일의 우선순위는 자기 자신이 판단해서 만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대부분을 스스로 혼자 결정하고 판단하게 되면서 거기에는 조금씩 오류와 오판이 생기기 시작한다. 절대적인 힘이 내 손안에 있더라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마블의 히어로인 <캡틴 마블>은 의도치 않게 엄청난 에너지를 흡수하게 된 캐롤(브리 라슨)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캡틴 마블>에서의 캐롤은 가족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러 상실감과 조직에 대한 배신감으로 힘들어하다 우연히 이 에너지를 얻었다. 거의 무적에 가까운 힘으로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복수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악당들과 대결을 벌인다. 그리고 우주로 나아가 우주에서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을 위해 힘을 쓰기 시작한다.
과거의 잘못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는 캡틴 마블
이렇게 자신의 힘으로 우주의 여러 행성과 생명체들을 돕게 된 캡틴 마블의 행위는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하는 캡틴 마블의 모습이 후속편인 <더 마블스>에 담겼다. 이번 영화에선 크리족의 리더 다르-벤(자웨 애쉬튼)이 메인 빌런으로 등장한다. 과거 캡틴 마블은 AI의 지배를 받던 크리족을 해방시키기 위해 AI를 파괴했었다. 하지만 크리족에게 캡틴 마블은 자신이 모시던 신과 같은 존재를 완전히 없애버린 파괴자와 같은 존재로 느낀다. 그러니까 캡틴 마블의 선한 의도가 완전한 악의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크리족이 원하는 복수의 방향은 캡틴 마블과 가까운 행성이나 존재들이 있는 곳을 향한다. 그 작업을 위해 우주 여러 곳에 타임 포탈을 만들게 되는데 그 부작용으로 캡틴 마블/캐럴과 미즈 마블/카말라 칸(이만 벨라니) 그리고 모니카 램보(타요나 패리스)는 자신들의 능력을 쓸 때마다 위치가 바뀌게 된다.
<더 마블스>는 이렇게 세 명의 히어로를 서로 연결시켜 일종의 제약을 만든다. 이것은 거의 무적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캡틴 마블에게 큰 장애물을 줌으로써 세 명의 팀업으로 상황을 이겨내는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실제로 이야기의 초반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치가 바뀌면서 벌어지는 액션장면은 꽤 신선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정신없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이것 자체가 각 인물들이 느끼는 혼란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또한 새로운 히어로인 미즈 마블의 능력과 모니카의 능력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초반 액션 장면이 지나고 중후반부에 세 명의 히어로가 직접 만나서 벌이는 액션과 상황들은 대부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위치가 바뀌면서 잠깐의 긴장감을 만들지만 가장 강한 능력을 가진 캡틴 마블이 종횡무진 해결하면서 세 명의 힘이 균형 있게 발휘되지 못한다. 특히나 영화의 빌런인 다르-벤은 마블 시리즈 중에서 가장 약하고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그는 가지고 있는 팔찌 뱅글로 캡틴 마블의 힘을 흡수하여 복수를 감행하려 하지만 자신의 진짜 힘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화면에서 사라지고 만다.
새로운 히어로들의 등장과 신선한 초반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히어로들의 존재감도 차이가 크다. 캡틴 마블은 여러 마블영화에 등장했고, 독자적인 솔로 영화로 소개가 되었다. 하지만 미즈 마블인 카말라 칸이나, 모니카 램보는 영화만 보던 마블 팬들에게는 생소한 캐릭터다. 카말라 칸은 디즈니+의 시리즈 <미즈 마블>에서 소개되었고 모니카 램보는 디즈니+의 시리즈 <완다비전>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그러니까 디즈니+를 구독하지 않았던 관객들에게는 전혀 알지 못하는 캐릭터들이 이야기 속에 등장했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응원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서 영화 내내 이들의 존재감은 캡틴 마블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캡틴 마블이 과거에 했던 실수를 만회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끌려들어 온 미즈 마블과 모니카의 모습은 캡틴 마블의 심적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큰 이유 없이 더 마블스라는 팀을 구성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캡틴 마블 혼자서 해결할 수 있었던 다르-벤의 악행에 왜 팀이 필요한지를 영화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캡틴 마블의 광팬은 미즈 마블과 가족과 같은 존재인 모니카의 등장은 영화에 진짜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캡틴 마블의 감정적 고뇌를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한 양념처럼 쓰였다.
다르-벤이 자신의 행성에 물이 필요하게 되자, 물을 빼앗아가기 위해 방문하는 행성이 있다. 바로 얀 왕자(박서준)가 다스리고 있는 행성이다. 이 행성에서 캡틴 마블은 얀 왕자와 혼인 서약을 맺은 것으로 나온다. 여기에 별도의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노래로 대화하는 이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은 영화 전체의 서사에서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한국 배우인 박서준의 존재감도 크게 부각되지 못한다.
<더 마블스>이후 마블 영화 시리즈는 반등할 수 있을까
<더 마블스>는 마블 페이즈 5의 세 번째 작품이다. 신인 감독인 니아 다코스타에게 연출을 맡겨 반등을 하려 했지만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 마니아>의 실패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의 흥행으로 만회되는 듯했지만 이번 <더 마블스>에서 반등하지 못한 채 관객에게 실망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과거 마블 영화하면 느껴졌던 기대감이나 만족감이 많이 사라진 이번 영화 이후 마블은 현재 고수하고 있는 시리즈와의 연계성과 매력 없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캡틴 마블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아주 간단하게 힘을 들여 크리족의 행성에 없어진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이번 영화 속에서 캡틴 마블의 심적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캡틴 마블이라는 이름아래서 캐럴 댄버스라는 인물은 어쨌든 심적 성장과 삶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엔 그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미즈 마블과 모니카가 옆에서 심적 안정감을 주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의 이야기에서도 캡틴 마블은 절대적 힘을 가진 존재로서 마블 영화에 계속 등장하게 될 것이다. 비록 영화와 이야기의 완성도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강력한 히어로로서 마블 영화 시리즈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여러 실패들에도 불구하고 좋은 이야기와 완성도를 가진 마블 영화 속의 캡틴 마블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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