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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ong2023-11-20 02:26:27

1, 2편 러닝타임 다 합쳐 '이 선생'만 찾으시렵니까

<독전 2> 스포일러 없는 리뷰

 

 

처절한 마약전쟁

 

이 영화의 첫 장면은 전작 <독전> 1편의 후반부에서 시작한다. 총격전이 일어난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 브라이언(차승원)이 어딘가로 잡혀간다. 정신을 차린 브라이언. 상의를 탈의한 채로 의자에 묶여 있었고, 반대편에는 팔이 잘린 채로 죽어있는 박선창이 있다. 불안에 떠는 브라이언. 자신을 납치한 인간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에 겁에 질린다. 브라이언 눈앞에 등장한 사람은 서영락(류준열/오승훈)이었다. 충격적인 말을 듣는 브라이언. 브라이언의 등에 뜨거운 열을 지진다. 다시 정신을 잃은 브라이언. 기력을 찾고 난 다음부터는 의자가 있어아먄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마음이 불편한 건 원호(조진웅)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도 서양락이 이선생이었을 거라고 확신하는 원호. 서영락이 종적을 감추고 사라졌기 때문에 이선생을 잡을 방법이 오리무중 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마약 전쟁. 중국에서 섭소천(한효주)이 개입하며 더 추접한 싸움이 벌어진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줄거리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인물의 감정선에 구멍이 있다. 이야기를 이끄는 원동력 중 하나는 원호가 서영락 내지는 이선생을 쫓는다는 설정이다. 그렇다면 원호와 락(서영락) 사이의 물고 물리는 관계가 중요하다. 1편은 류준열, 조진웅 두 배우의 카리스마로 이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작이 다져놓은 토대를 활용하지 못한다. <독전 2>에서는 1편의 서영락이었던 류준열과 얼굴부터 목소리까지 전혀 딴판인 배우를 캐스팅했다. 그래서 원호가 1편과 2편에서 같은 인물을 잡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에 별로 몰입이 안 된다. 오승훈 배우 개인 역량이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일단 시각적으로 괴리감이 눈에 보이는 건 치명적이다. 만약 이 두 괴리감을 '그래도 같은 인물이니까'라고 이해하고 넘어간다 하더라도 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캐릭터들의 등/퇴장마저 모호하다는 것은 아쉽다. 대표적으로 원호의 주위의 동료 형사들을 묘사하는 방법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여러 영화에서 봐왔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진하림 캐릭터가 들어가는 방식도 괜히 플롯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 인물과 관련된 장면들은 이야기에서 장애물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 이야기의 핵심이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영화를 식상하게 만든다. 드라마처럼 전시즌 공개 후 1~2년 정도 뒤에 나온 영화라면 연속성이란 것이 생겨서 흥미롭게 볼 수 있다. 하지만 2편이 개봉하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면 당연히 1편과 2편의 개성이 분명한 영화를 바라지 않을까? 하지만 번작이 미드퀄이라는 말 아래에 1편과 공통점이 많다는 점은 이야기를 진부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래서 이 <독전 2>의 이야기 내실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영화가 섬세함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핵심을 본작(<독전 2>)처럼 ‘이선생을 찾아라’와 ‘1편의 엔딩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로 설정해도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변주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가령 원호가 경찰 조직 내부에서 알력다툼을 펼칠 수도 있다. 원호가 집착이 굉장히 강한 인물이기 때문에 ‘이선생을 잡으려고 저렇게 애쓰는 게 맞냐’라는 논의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원호는 혼자 이선생을 잡을 수 있다는 듯이 독박 쓴다. 섭소천의 존재 역시 이야기에서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나름 마약조직의 간부이고 서영략의 상대역이다. 그럼 이 인물이 주도적으로 판을 이끄는 모습도 어느 정도는 필요했다. 하지만 이 인물은 ‘이선생이 누구야’라는 전제 하에 휩쓸린다. 왜? 이 섭소천마저 이선생에게 큰 영향을 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인물까지 굳이 이선생과 관련이 있는 캐릭터로 설정할 이유가 있었을까? 서영락을 제지하는 인물로만 나와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카리스마 없는 인물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기획하는 방식에서도 아쉬운 것이 많다. 기본적으로 몰입해서 볼 만한 캐릭터가 없다. 서영락, 조원호, 섭소천을 비롯한 그 어떤 캐릭터도 관심을 집중시키는 무언가가 없다. 그중 카리스마가 가장 부족한 인물은 섭소천이다. 섭소천은 영화에서 핵심 조연이다. 서영락 입장에서 섭소천이 제일 큰 빌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인물의 강함과 무서움의 정도가 관객 입장에서 서영락에 이입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인물은 초반부터 카리스마를 뽐내고 시작하지 않는다. 단지 이상한 자세로 누워있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이 인물이 뭘 원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 같은지가 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 청순함의 대명사인 한효주 배우가 이미지변신을 했다는 것 외의 무언가를 느끼기는 어려운 것이다(그리고 왜 거지꼴로 나오는지도 의문이다. 그냥 평범한 30대 중반 여성으로 나와도 이 이야기 전개에 아무 지장이 없다). 한효주 배우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서 변요한 배우는 우리가 아는 변요한 같지 않다. 일본인 장수 역할을 해도 어울리는 배우가 이 영화에서는 자막이 없으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렵다. 차승원 배우도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전형적인 매드 사이언티스트처럼 연기한다. 조진웅 배우가 맡은 조원호도 글쓴이 입장에선 의문투성이인 인물이었다. 1편의 캐릭터성을 떠올리기 이전에 지나치게 1차원적으로 행동한다. 이런 문제들은 캐릭터를 쉽게 틀에 찍어냈기 때문에 벌어진다. 

 

 

 

미드퀄의 함정

 

또 이 영화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의문점이 있다. 애초부터 미드퀄이라는 기획 자체가 이 <독전 2>에 좋아 보이지 않는다. 우선 ‘미드퀄’이라고 함은 이야기 중간에 삽입되어 원작을 더 풍성하게 전달한다는 뜻이다. <독전 2>가 아닌 선에서, 미드퀄에 해당하는 영화는 마블의 <블랙 위도우>가 있다. <블랙 위도우>와 <독전 2>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마블이 <어벤저스 : 엔드게임> 이후 전사한 블랙 위도우를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이유는 분명하다. 영화 내적으로는 엘레나의 블랙 위도우(2대 블랙위도우)를 추대시켜서 <썬더볼트>나 <호크아이>에서의 대결구도를 만들기 위함이다. 외적으로는 마블의 언성 히어로였던 스칼렛 요한슨에게 헌정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둘을 목표로 잡고 각자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영화만의 줄거리가 필요했다. 이를 반영하듯 <블랙 위도우>의 줄거리에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흔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윈터솔저니 뭐니 이런 건 다 과감히 생략한다. 나타샤/엘레나 자매가 억류되어 있는 블랙 위도우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블랙 위도우>의 핵심이었다. <독전 2>가 미드퀄을 활용한 방식은 이와 반대다. 영화가 가진 고유의 매력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단지 1편에 편승한 것이다. 단순히 ‘이선생이 누구냐’만 네 시간을 다루기 때문에 이 영화의 대부분은 동어반복이다. 이 동어반복이 가치가 있으려면 나머지 10분에서 긴박감이나 전율이 느껴지면 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정말 전달하고자 했던 바는 삶의 허무함이다. 간절하게 기다려왔다고 해서 인생의 모든 순간이 아름답지 않다는 걸 영화는 내내 묘사하고 있다(그래서 부제가 '믿는 사람(Beliver)'다.). 이 둘은 이미 상충된다. 상충되는 두 가치를 동시에 표현할 만큼 영화가 정교하지도 못한다. 미드퀄을 표방하지만 1편과는 충돌되는 몇 설정이 이를 암시하는 듯하다.

 

 

 

끊기는 이야기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도 아쉽다. 이 영화에서 편집은 균일하지 못하다. 어떤 장면에선 이야기를 길게 늘였고 또 다른 신에서는 컷을 짧게 구성한 것이다. 이런 엇박이 일관성이 있다면 나름의 리듬이란 것이 생겨 보기 편한 영화가 됐겠지만 이 작품은 이야기들이 내내 부딪히기만 한다. 심지어 액션 장면에서도 CG를 쓴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 드러난다. 중간에 차를 이용하는 액션 신이 있다. 이 장면은 특히 날것의 편집 흐름이 두드러진다. ​

 

 

 

이렇게 내내 따로 노는 이야기를 본 탓에 이 영화의 기획의도가 궁금해진다. 전작의 팬들이 좋아하기엔 너무 큰 설정들을 바꿔버렸고 장르적으로 신선하지도 못했으며 배우의 개인팬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이야기의 모든 요소가 다 따로 노는 아쉬운 영화다.

작성자 . udong

출처 . https://brunch.co.kr/@ddria5978uufm/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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