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3-11-24 19:26:39
애도를 위한 애도
듣는 것보다 보는 것에 더 중심을 두고, 의미를 찾아내길 추천한다.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Show Me the Way to the Station, 2019
일본 | 드라마 | 126분
감독: 하시모토 나오키
애도를 위한 애도,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다분히 감정적이다. 관객에게 집요하게 잊고 있던 이별을 떠올리게 하고 상실에 허우적대던 과거를 다시 경험하게 한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겪어왔던 슬픔과 아픔을 꺼내게 한다. 그리고 스스로 원했던 것처럼 묻게 한다. 이미 알고 있지만, 어렴풋이 다들 짐작하고 그러려니 하던 '역'의 존재를 아이와 같은 입장에서 되묻는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대체 그 역은 어디 있는 걸까? 또 어디로 가는 걸까?"
여기서 우린 사야카가 말하는 '역'의 존재를 이미 잘 알고 있다. 가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절대 갈 수 없고 찾을 수도 없는 장소, 산 사람들은 결코 밟을 수 없는 영역.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야카의 옆에 서서 묻는 거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그럴 수 없는 아이러니함,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당연한 명제 때문이다.
그를 영영 잊어버릴까 봐 절절한 그리움과 괴로움조차 함부로 놓을 수 없는 그 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우린 그 행위와 시선, 모든 마음의 조각들을 엮어 시간의 길을 만들고 이를 '애도'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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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내레이션이 장면 곳곳에 감정의 활력을 불어넣지만,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사실 언어(음성)가 제거된 무성영화라 해도 무방하다. 대사보다 인물의 행동으로 사건을 강렬하게 그리는 방식이 이 작품만의 남다른 표현 방식이다. 감독은 사건의 인과관계를 음성언어보단 인물들의 손짓과 눈빛으로 차근차근 전개하면서, 상실과 그리움을 화면 가득 채워 넣는다. 섬세한 몸의 언어와 절제되어있지만 풍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연출 방식으로 관객의 공감과 감동 포인트를 쉽게 점령한다. 이 지점엔 반드시 영화의 스토리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모두 명확하게 이해했다는 전제조건이 필수인데, 이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철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던 사야카가 전철이 지나간 뒤 철로에 난 길을 건너는 장면까지 단 3분.
이 짧은 장면엔 길을 걷는 내내 허공에 팔을 뻗은 사야카의 모습이 전부다. 그러나 우린 아이를 통해 영화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눈치챈다. 아이는 아직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이며, 이별로 인해 극심한 슬픔을 겪고 있다. 결국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누군가를 잃은 이별'을 겪어내는, 인물의 애도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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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는 사야카에게 언제나 멋진 선물을 해준 존재다. 자신과 같은 외로움을 가진 반려견이었고, 하나뿐인 친구였으며 늘 곁에 있는 가족이었다. 말 그대로 루는 사야카에게 전부였다. 그렇기에 사야카는 단호하게 말한다.
"루는 절대 죽지 않았어!"라고. 심장병으로 죽은 반려견을 잊지 못해 현실을 강하게 부정하는 사야카의 현재는, 루와 함께 했던 과거의 추억과 끊임없이 교차된다. 계속 반복되는 과거 회상으로 우린 루가 사야카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확실하게 인지하고, 점점 더 사야카가 느끼는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사야카는 다시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이는 이미 부모에게 강아지가 최대 10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준비된 이별과 그렇지 못한 이별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보이는 행위의 준비가 아니라 남들은 결코 볼 수도, 알 수도 없는 마음의 준비. 사야카는 루가 자신이 체험학습을 갔을 때 갑작스럽게 떠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루의 죽음은 사야카에겐 정말 먼 미래였으니까. 결국 환경적, 시간적 요인에 의한 죽음이란 불길하지만 예정된 조짐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던 아이는 결코 루를 떠나보낼 마음이 없다. 인간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자연재해와 다를 바 없는 상황에 놓인 사야카에게 애도란 그저 '어른들의 거짓말', '부정'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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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면 살수록 인간은 타인의 죽음에 익숙해지고 무뎌진다는 말을 나무라듯,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어린아이의 상실과 노인의 상실을 구분 짓지 않는다. 후세는 오래전 사야카 또래, 어린 아들(고이치로)을 사고로 잃었고, 사야카의 할아버지는 아내를 떠나보냈다. 두 사람 모두 사야카와 같은 준비된 이별이 아니었다. 사야카는 자신의 마음을 찌르는 고통이 후세와 할아버지가 느끼는 고통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한다. 그들 역시 강하게 현실을 부정하면서도, 돌연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갑자기 돌변하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슬픔과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야카는 그들을 보며 조금씩 자신을 둘러싼 상실을 풀어낸다.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것처럼 후세에게 루와 함께 한 이야기를 하며 과거를 추억하고, 반대로 자연스럽게 후세에게 그의 죽은 아들에 대해 듣는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마당에서 박꽃을 심었던 때를 회상하는 할아버지의 옆에 앉아 조용히 그의 손등에 손을 포개며 그를 위로하고, 또 할아버지에게 위로받는다.
서글프기만 했던 어린아이가 위로받고, 반대로 타인을 위로하는 장면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고통을 이겨내는 가슴 벅찬 장면으로 연결된다. 영화는 이 따뜻하고 감동적인 장면들을 한 스푼의 환상과 버무리며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이고, 주제를 더 빛나게 한다. 길고 은은하게 퍼지던 루를 향한 사야카의 진심은, 고이치로와 캐치볼을 하는 후세의 기다렸던 웃음으로 인해 묵직한 파동을 만든다. 그리하여, 사야카가 후세를 보며 "무언가 굉장히 소중한 걸 본 것 같았다."라고 말한 대사는 모든 이의 마음에 돌고 돌아 끝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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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애도를 위한 방식으로 '함께'하는 애도를 선택했다.
사야카는 후세와 함께 루가 떠나고 남은 빈자리를 그대로 '공석'으로 둘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한다. 둘은 슬픔과 두려움은 나누고 따뜻한 온기로 마음을 채우며, 알 수 없는 곳으로 영영 떠밀려가지 않도록 서로를 붙잡는다. 홀로 남겨진다는 불안과 다가올 외로움에 맞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떠나는 이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일, 그리하여 남겨진 자에게 주어진 삶을 씩씩하고 담담히 살아가는 일.. 사야카는 사라지는 것이 결코 떠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다시 미소를 되찾는다. 아이는 기억하기 시작하면서, 영원의 의미를 깨닫는다. 루는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 영원을 말이다.
애도는 반드시 애도로 작별해야 한다.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어두웠던 방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 그 방이 자신의 마음속에 늘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언제든 들어가 울고 웃을 수 있음을 굳게 믿어야 한다. 후세가 말한 역은 누구나 찾을 수 있고,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영화는 그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사야카에게 직접 끊어진 기찻길을 발견하게 했다. 그리고 모르는 척 사야카와 루의 비밀 장소를 우리에게 노출했다. 나만의 비밀 장소를 선정하는 건 애도를 향한 첫 번째 걸음이 분명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사야카는 전철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
작별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덧붙으면, 아름다운 작별이 된다.
고맙게도 후세도, 할아버지도, 사야카도 모두 아름다운 작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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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기억하는 일을 지겨워하지 않기에 늘 자신이 정한 중심을 잃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한 뒤 내레이션으로 들려오던 사야카의 목소리가 한순간에 어른의 목소리로 변한 걸 눈치챈다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아이였던 사야카가 어른이 되어 '나의 중심, 루'를 추억하는 이야기였다.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과거로 내일을 말하는 법을 잘 아는, 능숙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론 듣는 것보다 보는 것에, 귀를 쫑긋거리기보다 눈을 더 크게 뜨고 사야카를 바라보길 추천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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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세의 톰 형,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얘들아!"
마지막 임무
영화의 첫 장면은 잠수함 ‘세바스토폴’호에서 시작한다. 이 배는 완벽하게 스스로를 숨길 줄 안다. 어떤 탐지에도 잡히지 않는 세바스토폴 호. 배 안에는 군인들이 탄 것 같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갑자기 레이더에 무언가가 잡힌다. 전투태세를 갖추는 세바스토폴 호. 어뢰를 발사한다. 그런데 갑자기 레이더에 적이 잡히지 않는다. 어리둥절하는 배 안 군인들. 레이더가 오작동한 것으로 파악한다. 그럼 그렇지.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세바스토폴 호가 직접 발사했던 어뢰가 방향을 꺾어 스스로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발사한 무기가 결국 자충수가 되어버렸다. 배는 결국 부서졌고 군인들은 전부 전사한다.
다시 현재. 에단 헌트가 건물 안에 덩그러니 있었다. 에단을 찾아온 한 남자. 그 남자는 IMF 요원이었다. 누가 봐도 신입 요원이었던 남자. 에단은 그에게 애정 어린 조언 몇 마디를 건넨다. 외로워 보이는 에단. 하지만 이런 그에게 임무가 주어졌다. “두 열쇠가 있다. 한 열쇠는 행방이 묘연하지만 다른 하나는 당신의 친구 일사 파우스트가 갖고 있다. 이 두 열쇠를 갖고 돌아오길 바란다. 아. 네가 IMF에 어떻게 들어오게 됐는지 잊지 않길 바란다”라는 말이었다. 이번엔 또 뭐지? 에단 헌트는 자기 앞에 놓인 임무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전투기 타고 바로 돌아왔지
5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는 1996년이었다. 1편이 뛰어난 액션영화였다는 것은 이견이 없지만 이 7편처럼 스케일이 큰 영화는 아니었다. 당시 이단 헌트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모두 살해당하고 누명을 써 주인공이 이를 벗어나는 것이 작품의 핵심 플롯이었다. 본작처럼 전 세계의 정보망을 하나로 조종해 인류의 위기를 유발할 무언가는 아니었다. 이야기는 점층법처럼 점점 스케일을 키워간다. 언제는 부르즈 할리파에 맨 몸 비행기에 달라붙어 무조건 버티던 에단 헌트가 선하다. 이야기의 넓이만큼이나 액션의 수위(?)가 더 커졌던 것이다.
사실 같은 시리즈 영화 7편이 나오면 물릴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액션을 매번 다르게 보여줘야 한다는 건 분명한 부담이다. 영화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측면에서 시리즈의 후속작이기 때문에 전작을 오마주한 부분도 분명 있다. 이는 한 장면에서 변주와 승계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1편 <미션 임파서블>을 봤던 관객들이라면 하이라이트 액션신이 벌어졌던 곳이 어딘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장면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은 돌아보면 익숙하지만 처음 볼 때는 완전히 새로운 쾌감을 선사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하기
영화에서 빌런을 묘사하는 방식이 아주 흥미롭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바로 톰 크루즈의 맨몸액션이다. 2편에서 볼 수 있었던 직접 하는 암벽등산, 4편의 부르즈 할리파에서 살아남기 등등 스턴트를 최소화하고 직접 보여주는 액션신은 보기만 해도 고통스럽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첩보전의 양상이다. 1편에서부터 묘사하고 있는 적들은 최소한 인간이다. 이는 imf가 ‘미국’이라는 존재를 상징한다고 했을 때 이런 선악구도를 어떻게 기획했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국제정세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유행으로 시각을 옮겨가도 마찬가지다. 마블이 MCU를 만들어서 시리즈를 이끌었고,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카체이싱을 떠나 빌런과 대결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전통과 근본이 있는 건 현대의 관객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1편이 개봉한 지 현재 26여 년가량이 지났다. 이걸 그대로 끌고 오는 게 과연 좋은 선택일까?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션 임파서블’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이는 액션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를 갖고 와야 한다.
영화는 이 빌런 세팅으로 이러한 세태에 대해 대답한다. 그걸 핵심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누구일까? 글쓴이는 세 사람이라고 본다. 이는 후술 하기로 하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해 보이는 대사는 예고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인생은 모든 선택의 결과이며, 너는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라는 말이다. 이 문장을 해석하는 건 간단하다. ‘네 운명이 정해져 있다’라는 의미이다. 범죄사실로 잡혀온 피의자가 재판받기 전의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다 죄인은 아니다. 사람에겐 자유의지가 있어서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다. 작중에서 에단 헌트가 어떤 과정을 통해 imf요원이 됐는지가 들어갔다는 걸 보면 이 이야기의 설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제 인류가 직면한 선악개념은 무분별하다. 극 중에서 제시되는 IMF 요원과 두 캐릭터처럼. 이 과정을 묘사하는 방식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좋은 수였다.
일사 파우스트
영화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여성 캐릭터들이다. 특히 일사 파우스트 캐릭터가 가장 훌륭하다고 느꼈다. 이 여성 캐릭터들이 무슨 스테레오타입의 무언가를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인물들은 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캐릭터들이 구체적으로 어떻다고 말하는 것은 스포일러가 된다. 하지만 레베카 퍼거슨이 맡은 일사 캐릭터는 시리즈에서 꾸준히 나왔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다. 글쓴이는 이 영화에서 등장했던 모든 캐릭터들 중에 이 ‘일사’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일사의 핵심은 모호함이다. 일사는 첫 등장이었던 5편부터 선역인지 악역인지 히로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던 캐릭터였다. 자기가 속해있던 조직인 m16을 위해 행동하는 듯 하지만 에단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모호함의 속성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뒤집는다. 어떻게? 사막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이다. 모래가 강하게 휘날리기 때문에 상대방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서 일사가 어떤 행동을 한다. 이 장면은 사실 우리가 5,6편에서 봤던 일사의 모습을 단적으로 함축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호함을 다른 방식으로 대비시킨 측면이 있다. 이는 그레이스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레이스와 일사의 대비 중 차이점을 드러내는 방식이 일사에게 개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레베카 퍼거슨 개인의 카리스마와 액션 퍼포먼스 소화능력과 별개로 감독이 어떻게 이야기를 잘 설계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반대로 영화에서 빌런 캐릭터인 '가브리엘'은 살짝 아쉽게 느껴졌다. 일단 이름이 왜 가브리엘일까?라는 점은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성경에 등장하는 ‘가브리엘’에서 따왔다고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스스로를 신의 사도로 생각하는 것 말고 캐릭터의 속성을 알 기 어려웠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의 전제적인 이야기 전개가 과하게 두다다다 던지고 그냥 어물쩍 넘긴 느낌? 이 가브리엘에 대한 부족한 설명은 영화 전체적인 연출 방식과도 이어진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는데 일단 가브리엘이 위협적인 것처럼 보인다. 뭔진 모르겠는데 저 아저씨가 무섭다. 이런 점에서 관객들이 가브리엘과 관련한 무언가는 연출이 디테일을 챙기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액션 연기의 극단
이 영화는 강력한 액션 서스펜스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2023년까지 블록버스터/액션 장르에서 영화제작자들이 액션 시퀀스를 연출하는 방식의 많은 비중은 컴퓨터 그래픽에 있었다. 이 ‘미션 임파서블’은 또 사이즈가 다른 액션 설계에 장점이 있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 불 수 있는 액션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가도 정말 긴장감의 극단까지 끌고 간 흔적이 돋보인다. 하지만 글쓴이가 이 영화가 액션 장르영화로서 아주 좋다고 느꼈던 부분은 톰 크루즈가 생사를 가로지르는 연기를 보여줘서는 아니다. 바로 고전적인 맨몸 액션 연출 때문이다. 특히 일사와 에단이 각각 상대방과 보여주는 액션은 정말 대단했다. ‘블랙 위도우’의 스칼렛 요한슨보다 이 ‘일사 파우스트’가 액션 더 잘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톰 크루즈가 하이라이트 신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이 사람이 나이가 정말 무색할 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했구나라는 걸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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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세대의 과오를 거침없이 꼬집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45년 봄,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무렵. 독일 탈영병 ‘하인리히(로베르트 마저)’는 '폰 스탄펠드 중령'(알렉산더 셰어)이 이끄는 나치 친위대(SS)에게 붙잡혀 죽을 위기에 처한다. ‘엘자(마리 하케)’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살아난 그.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엘자의 동생이 SS에 붙잡히고 만다. 이에 하인리히는 엘자와 함께 SS의 뒤를 쫓기 시작하고, 그들은 유대인이 숨긴 금괴를 찾아 헤매는 SS와 지독한 혈전에 휘말린다.
뼈아픈 반성을 비틀어 담다
일본과 과거사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소환되는 나라가 있다. 독일이다. 특히 1970년에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 유대인 추념비에서 무릎 꿇고 사죄한 사건은 늘 모범예시로 거론된다. 이처럼 일본도 독일처럼 반성하고 사죄하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현재 독일 내에서는 나치나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우호 발언도 법적으로 금지됐다. 나치 휘장이나 하켄크로이츠를 공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독일 사례도 한계가 있다. 엄밀히 말해서 독일은 전쟁 범죄를 사죄했을 뿐, 식민 지배를 사죄한 적은 없다.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서구 열강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례로 약 7만 5천 명이 죽은 나미비아 학살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정부 차원에서 성명을 내기는 했지만, 배상도 하지 않았다. 지원금을 줬을 뿐이다.
피터 쏘워스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블러드 앤 골드>는 이 간극을 담아낸다. 일단 독일인의 죄책감을 잘 보여준다. 얼마나 2차 대전 당시의 만행을 잊고 싶어 하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지만 뼈를 때리는 지점도 있다. 과연 참회와 반성이 순수한 이유로 이루어졌는지 곱씹어 보게 한다. 그 간극을 풀어내는 방식은 이 액션 코미디 영화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그림자가 눈과 귀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탈영병이 되고픈 독일인
<블러드 앤 골드>는 시작과 동시에 하고픈 말을 쏟아낸다. 폴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땅까지 밟아본 독일 군인 하인리히는 탈영했다. 아내와 아들은 죽었고, 하나 남은 딸을 만나기 위해서 부대를 떠났다. 폰 스탄펠드 중령은 이 탈영병을 뒤쫓는다. 그를 붙잡아 반역죄 혐의로 교수형에 처한다.
이때 하인리히의 대사는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전쟁을 원한 적이 없다." "억지로 군복을 입혔고 그저 싸웠을 뿐이다." "6년이나 무의미하게 싸웠다." 그는 자유를 쫓는다. 민족을 위해 개인을,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는 나치즘에 반기를 든다.
탈영병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의미심장하다. 당시 독일 사람들은 자기 손으로 나치와 히틀러를 뽑았다. 나치는 자국민을 수탈하고 강제로 동원하고, 폭압을 일삼았다. 그들은 나치 때문에 그들은 가족과 재산, 그리고 생명을 잃었다. 그러나 당시에 독일 사람들은 나치에 저항하지 못했다.
하인리히는 다르다. 그는 탈영을 선택했다. 독일 사람들 대다수가 가지 못한 길을 선택했다. 그의 대사가 특히 인상적인 이유다. 영화는 탈영병 입을 빌려 수치스러운 역사를 꺼내 들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나치에게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독일이라는 공동체의 집단적 트라우마를 영화로써 극복하는 셈이다. 근래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이 많은 표를 받는 상황을 고려하면 시의적절한 메시지 같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
솔직함이라는 미덕도 하인리히의 대사에 힘을 실어준다. 카메라가 나치 치하 독일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았기 때문이다. 폰 스탄펠드 중령이 금을 찾아 도착한 독일 마을이 대표적이다. 이 마을은 작은 독일 같다. 마을 사람들은 나치와 전쟁에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누군가는 이기적인 욕망에 굴복하고, 또 누군가는 소시민적 태도로 일관한다. 영화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독일인 모두가 나치에 부역했다는 사실을 고발한다.
폰 스탄펠드 중령은 악한 독일인을 대표한다. 특히 자기모순과 잘못된 신념에 휩싸인 광기를 잘 그려냈다. 그는 엘자를 보면서 이미 죽은 약혼녀를 떠올린다. 둘이 너무 닮았기 때문에. 엘자와 시간을 보내면서 자기 과거를 이야기한다. 그는 약혼녀를 사랑했지만, 그녀가 유대인이라서 결혼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를 직접 죽였다. 그가 기괴하게 간직한 반지를 엘자에게 선물하는 장면은 잘못된 신념이 괴물을 낳는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리차드 시장'(슈테판 그로스만)과 '소냐'(외르디스 트리베)처럼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매몰된 사람도 있다. 시장은 나치 정권에 동조해 유대인들을 내쫓는다. 소냐는 유대인들이 남긴 재산인 황금을 몰래 빼돌려 한몫 챙긴다. 이들은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을 잘 보여준다. 전체주의 체제 밑에서 선악의 경계가 흐려진 사람들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체제에 순응하고 인종학살 같은 범죄에 참가하거나 무감각했던 독일인의 잘못을 과감히 풍자한 대목이기도 하다.
반면에 같은 마을에서 선한 이들은 실제 역사와 다른 일을 이뤄내기도 한다. 성당과 사제가 대표적이다. 2020년에 독일 주교회의는 과거 독일 가톨릭교회가 나치에 협력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당시 교회 자산과 성당은 군사병원으로 활용됐고, 수녀들은 간호사로 파견됐으며, 사제들은 전선에서 독일군의 영적 지도를 맡았다.
하지만 영화 속 사제는 다르다. 그는 적극적으로 나치에 맞선다. 유대인의 금을 탈취하려는 소냐의 음모를 미연에 차단하는가 하면, 금을 찾아낸 나치 친위대에게 역습을 가하기도 한다. 이처럼 <블러드 앤 골드>는 역사의 가정법을 통해 역사적 과오를 지워내고, 역사를 영화로써 치유하려 노력한다.
피 묻은 금은 어디로 가는가
<블러드 앤 골드>는 한 발 더 나아간다.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도 반추할 기회를 마련한다. 그 중심에는 금이 있다. 결말에서 유대인의 금은 미군 손에 들어간다. 미군은 몰래 금을 빼돌린 소냐의 차를 폭파하고 그녀가 흘린 금괴를 가져간다. 얼핏 보면 이 장면은 역사를 반영한 유머 같다. 나치 독일은 유대인을 탄압했다. 이에 많은 유대인이 미국으로 건너갔고,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발전과 진보를 도왔다. 아인슈타인처럼.
그런데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작중 금은 유대인의 유산이다. 독일인은 그 금을 탐내다가 자멸했다. 소냐는 자기도 모르게 미군에게 금을 가져다 바쳤다. 그러면 미국은 금의 온당한 주인인가? 아니다. 미군이 금괴를 가로채는 대신, 유대인에게 제대로 돌려주는 것이 합당한 처사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해 피 묻은 금이 진짜 피해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한 사죄와 배상은 끝나지 않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작중 금의 행방은 독일의 사죄와 배상에 숨은 국제 역학 관계를 암시한다. 독일은 힘 있는 유대계와 이웃 서방 국가들에게만 선택적으로 사과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러시아)처럼 독일 재통일을 위하여 자세를 낮춰야 하는 대상에게만. 또 폴란드처럼 청산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주변국에게만. 나미비아 같은 다른 피해자는 잊혔다.
독일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가 과거 식민지 국가에게 배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강대국들은 아직 피 묻은 금을 돌려주지 않고 챙기기 바쁘다. 국제 사회는 여전히 미국과 유럽 열강이 짜 놓은 판 안에서 돌아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치의 잘못을 반성하는 독일의 참회는 순수한 의도라고 할 수 있을까? 미군이 최종 승자인 <블러드 앤 골드>의 결말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듯하다.
타란티노 향기가 난다
<블러드 앤 골드>의 메시지는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를 보는 듯한 길티 플레져 덕분에 강렬해진다. 타란티노 영화는 폭력적이고, 피를 많이 쏟기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단순히 잔인하지는 않다.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을 희화화하는 데 능하기 때문이다. 잔인한 와중에도 관객들이 웃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특히 벌 받아야 할 대상을 정확히 지정하면서 죄책감이나 동정심을 최소화한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는 히틀러와 나치,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는 악덕 노예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는 찰스 맨슨 일당이 그 대상이었다. 이들은 두말할 여지없는 악인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서 그들이 잔인한 대우를 받을수록 쾌감도 커진다. <블러드 앤 골드>도 마찬가지다. 엘자의 농장에서 성당 종탑에 이르기까지 나치와 기회주의자들이 처절하게 죽을수록 카타르시스는 극대화된다.
예상을 벗어나는 장르의 변주 덕분에 피 튀기는 액션은 더 짜릿하다. 엘자의 농장을 배경으로 한 초반부는 서부극 같아 보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는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평범한 전쟁 영화 같다. 폰 스탄펠드 중령이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은 좀비 영화 같기도 하고, 전반적으로는 한 편의 블랙 코미디 같은 인상을 준다.
장르가 계속해서 변주되다 보니 분명한 선악구도도 뻔하게 흐르지는 않는다. 덕분에 긴장을 놓을 수 없기도 하다. 거칠 것 없는 액션과 코미디의 향연 덕분에 무거운 역사적 배경과 주제를 떼 놓고 봐도 매력이 넘친다. 종합하면 <블러드 앤 골드>는 철저히 독일의 시각에서 작은 규모로 그려낸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같아 보인다.
Acceptable 무난함
일관된 재미와 교훈으로 무장한 채 시작부터 끝까지 내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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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is MINARI?" 정이삭 감독이 밝힌 제목 '미나리'의 진짜 의미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예측되는 <미나리>가 미국 영화협회와 시상식을 석권하며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운데 국내외를 불문하고 타이틀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다. '미나리'라는 영화 제목이 누군가의 이름(mina LEE)인지 아니면 심오한 뜻을 담은 새로운 단어인지 의견이 분분했던 가운데, 감독과 배우가 '미나리'의 진짜 의미를 공개했다.
영화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정이삭 감독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채소 '미나리'를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미국에 이민 온 부모님을 두었으며, 1978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국 남부 아칸소라는 시골 마을의 작은 농장에서 자랐다. 가족을 위해 농장을 시작한 아버지와 새로운 직장을 구하게 된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돌봐줄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왔다. 그때 할머니가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미국 아칸소에 키우게 되었는데 다른 채소보다 가장 잘 자라는 모습이 기억에 강렬히 남았다고 한다.
출처: 판씨네마
감독은 "미나리는 '가족 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우리 가족과 닮았다"라고 밝혔다. 또한 "미나리는 땅에 심고 1년은 지나야 잘 자란다. 영화 <미나리>는 우리의 딸과 아들 세대는 행복하게 꿈을 심고 가꾸길 바라며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어느 한국 가족의 다정하고 유쾌한 서사시"라고 말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와 주연 배우로 참여한 스티븐 연은 "미나리는 땅과 주변의 물을 정화하는데, 나에겐 그게 미나리다. 우린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라고 전해 영화 속 가족이 외딴곳에서도 함께 자리 잡고 살아가게 하는 가장 소중한 존재로 그려짐을 짐작하게 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엄마 '모니카' 역으로 분한 한예리는 "미나리는 사랑이다"라고 마음을 전했으며, 영화 속에서 미나리를 심는 할머니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은 "미나리는 삶의 지혜"라고 덧붙여 관객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깊은 감동을 전할 것을 예고했다.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미나리>는 올봄 3월에 전국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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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주 최신 개봉영화!
어느새 9월이가고 10월이 돌아왔네요
10월 1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0월 1주 개봉영화 5편!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 The Labyrinth , 2019
공포 게임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의 첫 영화화
영화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는 지난 2001년 발매된 국산 공포 게임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손노리에서 제작한 본 게임은 적을 죽일 수 없이 거의 도망만 쳐야 하는 진행 방식을 채용하며
플레이의 공포감을 극대화하였습니다
가야금의 거장인 故황병기가 만든 테마곡 ‘미궁’과 함께 공포감을 극대화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재미와 퀄리티를 모두 잡은 수작으로 평가받았죠
원작의 대표적인 상징 인물인 수위 아저씨는 학교 내 어딘가에서 불쑥 등장하여
유저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던 게임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영화에서도 관객들에게 섬뜩한 공포를 선사할 예정이며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천장에 매달려 있는 거미 귀신, 화장실에 불쑥 등장해 유저들을 소스라치게 만들었던
화장실 귀신, 촉수를 통해 학생을 낚아채는 귀목 등 원작 속 다양한 귀신들이 대거 등장해 게임 팬들을 열광하게 할 것입니다.
여전히 사랑받는 레전드 게임이 영화로 재 탄생하는
첫번째 추천영화 "화이트데이: 부서진결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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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0 2021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로 조현병을 소재로 다룬 영화
영화 "F20"은 아들의 조현병을 숨기고 싶은 엄마 애란의
아파트에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엄마, 경화가 이사를 오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입니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21 'TV시네마'로 제작된 작품으로, TV로 선보이기 전에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게 됐습니다.
그간 KBS 드라마 스페셜 '모단걸' '고백하지 않는 이유'를 연출했던 홍은미 감독은
'TV시네마'를 통해 처음으로 영화를 연출합니다.
장영남이 아들을 지키기 위한 모성애를 지닌 엄마 애란 역을 맡았고.
김정영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또 다른 엄마 경화 역, 그리고 김강민은 조현병을 가진 애란의 아들 도훈 역을 맡았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 활약한 김강민의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시선이 모이는데요
조현병의 의학적 질병 분류코드 F20 차별, 편견에 맞선 조현병 이야기
두번째 추천영화 "F20"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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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워터 Stillwater , 2021
‘맷 데이먼’ 인생 캐릭터 탄생!
'굿 윌 헌팅'부터 '오션스' 시리즈, '본' 시리즈, '마션', '인터스텔라', '포드 V 페라리' 등
장르를 불문하고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배우 맷 데이먼이 토마스 맥카시 감독과 함께한 "스틸워터"가 개봉을 합니다.
영화 "스틸워터"는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 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진실을 추적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드라마입니다.
"스틸워터"가 공개된 후 해외 유력 매체와 평단은 맷 데이먼의 새로운 연기 변신을 향한 폭발적인 호평 세례를 쏟아냈습니다.
"스틸워터"는 2007년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실화를 모티브로 했는데요.
영화를 직접 쓰고 연출한 토마스 맥카시 감독은 10년 전 한 사건을 접한 후 처음으로 "스틸워터"를 구상했다고 했습니다.
아카데미 2관왕 '스포트라이트'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새로운 역작! 제74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 화제작!
세번째 추천영화 "스틸워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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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마망 Petite Maman , 2021
모두가 기다려온 셀린 시아마 감독의 신작
'톰보이', '걸후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연이어 선보이며,
연출가로서의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왔던 시아마 감독의 신작 "쁘띠 마망"이 개봉을 합니다.
영화 "쁘띠 마망"은 8살 소녀 ‘넬리’가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의 고향 집에 머무르게 되고,
그곳에서 동갑내기 친구 ‘마리옹’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마법 같은 시간을 그린 작품인데요
현재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 IMDb 메타스코어 93점을 기록 하며
셀린 시아마 감독의 전작을 능가하는 마스터피스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한 소녀가,
자신과 같은 나이의 엄마를 만나게 된다는 아이디어를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했고,
이를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과 '인사이드 아웃' 등의 애니메이션을 참고했다고 하는데요
이로써 외할머니를 잃고 슬픔에 빠진 엄마를 걱정하는 8살 소녀 ‘넬리’가,
위로를 필요로 했던 8살 시절의 엄마 ‘마리옹’을 만나 우정을 나눈다는 "쁘띠 마망"의 마법 같은 이야기가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뛰어난 공감 능력, 탁월한 연출력 갖춘 셀린 시아마의 신작
네번째 추천영화 "쁘띠마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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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人魚の眠る家 , The House Where the Mermaid Sleeps , 2018
히가시노 게이고 데뷔 30주년 기념 소설
영화 "인어가 잠든 집"은 한순간에 불가피한 운명에 놓인 엄마 카오루코가
의식불명 딸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을 감행한 후 그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감춰진 비밀,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을 따라가는 미스터리 드라마 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방황하는 칼날', '백야행' 등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일본 추리 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트릭', 'SPEC' 시리즈 등 추리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낸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파견의 품격', '언페어' 시리즈 등으로 최고의 여배우로 꼽히는 시노하라 료코가 엄마역을 맡으면서
미스터리한 드라마를 만들어 냈습니다.
올 해 가장 충격적인 삶과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 서스펜스!
다섯번째 추천영화 "인어가 잠든 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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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부모를 그렇게 만든 세상 얼굴이 보고싶다
항상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기사들이 있다. 괴롭힘에 관한 이야기다. 내 아이폰으로 쓱 기사를 읽는다. 그러면 분노한다. 이런 악마들이 있을 수 있나.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나. 이 때문인지 나쁜 놈들은 가지각색으로 다양하다. 비슷한 일들은 계속해서 일어나는데 어째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 굳이 막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그 사람 계정에 악플 다는 일을 하지는 않아도 속으로 그 사람들에게 '이런 놈이 다 있나' 싶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다. 그게 누구랑 다투거나 했던 일이지 한 명 잡아서 줘 패거나 장난감이 된 것 마냥 개 목줄을 채우는 일은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할 일 없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런 부조리를 겪으며 느낀 건 사람 쉽게 손가락질하다가는 내가 그거보다 3억 배는 더한 쓰레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일이다.
뭐 이런 마음가짐이 충분히 좋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마음대로 되는 게 인생이 아니다. 내가 의도한 게 딱 딱 맞아 떨이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으면 두려운 게 뭘까 생각했다. 괴롭힘을 당하는 것. 뭐 이거 당연히 무섭다. 내가 살아온 경험상 이런 부조리한 일을 겪으면 단적으로 쨘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피해의식이 되어 사람에게 쌓이게 된다. 또 혼자 다니게 되니까 사회성이 떨어져 '별난 놈'으로 욕먹기 딱 좋다. 이렇게 괴롭힘이 사람에게 주는 악영향도 무섭지만 사실 그거보다 더 두려운 건 가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내 아들, 딸이 누구 한 명의 인격을 반 죽여놓는다. 이걸 알고 나서의 죄책감을 생각하면 나 자신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만큼 내가 애들을 잘 못 키웠다는 뜻도 될 테니 나라는 사람에게 낙제점을 주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을까 싶다. 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이고 아직 결혼하면 멀었으니 난 늘 하던 것처럼 글을 쓰기로 한다. 한 명문 국제중학교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이 학교로 가보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났다
한 국제중학교의 기간제 교사 정욱에게 편지가 날아왔다. 기존 담임선생님의 임신으로 인해 기간제 교사였던 정욱. 신경 쓰지 못한 곳 너머에서 사건이 터졌다. 착한 학생이었던 건우. 건우는 유서를 쓰고 바다에 투신했다. 다행히 세상을 떠나기 전에 건우를 발견한다.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입원한 건우. 다행히 학교는 난리가 났다. 누가 봐도 돈 많은 학교와 학생들. 유서의 내용에는 따돌림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나와있다. 외적으로 난리가 나면 큰일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가 학교로 하나, 둘씩 모여든다. 첫 번째 가해자는 강한결이다. 아버지 혼자서 왔다. 아마 어머니는 이혼하고 안 계신 것 같다. 한결이의 아버지는 접견 전문 변호사다. 두 번째 가해자 도윤재의 아버지 도지열. 잘 나가는 병원의 병원장이라고 한다. 이 사람은 왠지 싹수가 없다. 다른 부모는 정선생이다. 세 번째 가해자 정이든의 아버지라고 한다. 이 사람은 정욱의 동료다. 학생주임 겸 수학 선생님이라고 한다. 다른 부모는 할아버지-할머니다. 전직 경찰청장이었던 박무택. 어머니-아버지 두 분 다 안 계시기 때문에 박규범을 둘이서 키웠다. 네 부모의 통성명이 끝난다. 기간제 교사였던 정욱은 네 부모들에게 왜 이곳에 초대했는지를 밝힌다. 그러니까, 그게 그렇게 됐는데요.
애써 부인하기 시작하는 부모들. 천천히 학교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건우가 썼던 유서부터 시작해 학교폭력의 증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손에 넣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둘씩 관련 자료들을 없애기 시작한다. 병원장-변호- 경찰청장 - 교사라는 직업적인 위치와 재력을 바탕으로 네 부모들은 건우와 가해자 간에 있던 일들을 없던 일로 만들어버린다. 이때 일어나는 계급차에 의한 부조리들이 이 영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다.
선명하게 돋보이는 계급 차이
영화는 두 가지 소재를 바탕으로 전개한다. 첫 번째는 학교폭력이다.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를 보여주기 위해 두 가지를 포커스에 맞춘다. 첫 번째는 학교폭력의 원인이다. 이 학교폭력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배경 묘사가 영화 곳곳에 돋보인다. 이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은 역시 부모의 인성문제가 될 수 있다. '얘들이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악마 같은 일을 하지?'라는 개연성을 네 부모의 성격 묘사를 통해 해결한다. 이를 반영하는 사소한 디테일도 있다. 좀 넓어 보이는 노래방이나, 건우 모의 직장이나, 드론, 맥북, 수영장, 학교의 위치 같은 소재들이 '과연 돈이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주기 충분하다. 뭐 국제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니 만큼 돈 많은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소재들이 하나하나씩 기능하며 계급과는 무관한 폭력 구조를 묘사한다.
두 번째는 계급 차이다. 이 영화에서 계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자 쪽의 상위계층과 건우 모, 정욱의 서민 계층이다. 영화는 이 계층에서 오는 차이를 너무 잘 알아서 깨알같이 활용하기까지 한다. 가령 정욱이 기간제 교사라는 것을 활용한다. 그래서 단순히 계약 상으로 더 나은 조건만 제시하는 게 아니다. 학생들이 정욱을 대하는 방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 부분까지 영화는 철저히 악용하며 시스템의 모순점을 꼬집는다. 단순히 애들의 인성문제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돈이라는 소재도 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영화에서 주요한 증거 몇 개는 돈을 이용해서 찍어 눌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보다 무서운 게 바로 중2
또 이 영화에서 중요했던 것은 사춘기 묘사다. 내 사춘기 때도 그랬지만 10대는 부모들이 모르는 것들이 많다. 그런 일들을 겪고 있는걸 입 밖에 꺼내서 누구에게 전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일단 부모를 신뢰하지 않기도 한다. 영화는 이런 사춘기 특유의 왔다 갔다 오락가락을 극의 주요한 소재로 담아놨다. 이게 극의 종반부까지 주요하게 작동하며 극의 탄력성을 부여했다.
짜장면 면발을 짬뽕에 찍어먹기
그런데 적당히만 탄력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영화 끝까지 보고 나서 굳이? 싶은 부분이 든다. 극의 단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는 지점이기도 한데 너무 영화에 장르적인 특성을 넣으려고 했던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수위? 살짝 과한 것도 맞다. 그러나 이 부분 말고도 스릴러-미스터리적인 코드를 과하게 욱여넣어 좀 설명이 과해진 느낌이다. 어느 부분은 좀 덜 친절해도 될 걸 쓸데없는 설명을 많이 넣은 느낌이다. 그리고 계급 차이에 대해 묘사를 잠깐만 하면 되는데, 정욱의 직업에서 섬세한 힘이 부족했던 지점도 있다. 국제중학교 한국사 선생님을 그냥 아무 근거 없이 서류만 딸랑 내서 뽑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그런 게 아니더라도 다른 학교에 선생님으로 취업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러니까 시스템의 나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개연성이 깔아뭉개져진 느낌이다. 국제중학교 기간제 교사도 아무나 뽑을 것 같지 않은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테니 말이다 이렇게 너무 정욱의 처지에 대한 묘사가 부정적인 모습만 극에서 보여주니 개연성의 함정이 없다고는 말 못 할 것 같다. 이 작품이 잘 만든 것도 맞고 현재 한국사회의 단면을 드러낸 것도 사실이나 추천하긴 좀 어려운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다. 김지훈 감독이 극본을 한번 더 검토했으면 더 깔끔했을 느낌?
과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먼저 드는 생각은 폭력에 대한 묘사였다. 주먹으로 잡아서 몇 대 때리는 수준이 아니다. 견우에게 성적으로, 물리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장면이 몇 번 묘사된다. 이거 솔직히 과하다. 가해자들의 악마성을 드러내는 생각까지야 좋은데 지나치게 디테일한 구석이 있다. 굳이 이런 방식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같은 느낌? 욕설도 지나치게 저급해서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이 '과하다'라는 느낌이 들자마자 바로 기사를 찾아봤다. 영화는 실제 학교폭력 자살사건을 베이스로 삼았다. 2011년 대구 학교폭력 피해자 자살사건부터 2018년 경남 거제에서 있었던 '개 목줄 학교폭력'까지 각본 전체적으로 실제 에피소드를 본떠온 느낌이 몇 개 있다. 그래서 내가 이걸 '과하다'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분명히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럼 현실이 이거보다 더 잔인할 텐데 그럼 과한 게 맞을까? 나 역시 이런 괴롭힘의 기억이 있어서인지 어느 게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답인지 모르겠다. 그냥 이에 같이 분노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가 좋은 작품이긴 해도 추천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다. 판단은 관객이 될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자주 좀 봅시다
일단 주조 연진에 설경구-천우희-문소리-고창석-오달수 배우가 있다. <박하사탕>을 정말 좋아하는 나. 두 배우가 자주 나오는 장면을 살짝 기대했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설경구 배우의 97퍼센트는 이기적이고 3퍼센트는 인간적인 연기는 칭찬받을만하다. 올해 <킹메이커>, <야차>까지 소같이 일하는 이 배우가 이번 청룡영화상에서도 이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문소리 배우는 뭔가 비중이 적은 듯 하지만 무게감 있는 역할을 잘 해냈다. 또 내가 좋아하는 천우희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돈이 없어) <앵커>를 보지 않았던 나. 드라마도 안 봐서 극장에서 천우희 배우를 보는 게 되게 오랜만이다. 그래서 천우희 배우의 시나리오가 좀 좋은 것들이었으면 좋겠다. 나름 우리나라 톱스타 아닌가? 이름값에 비해 뭔가 부진해 보이는 느낌이 들어 요즘 좀 싸한 감이 있다. 우리나라 영화판이 인재가 없다 해도 은근히 좋은 예술가들이 적지 않다. 극장에서 좋은 작품으로 자주 봤으면 좋겠다. 이 외에 고창석 배우도 인물을 좀 입체적으로 쓰면 좋았을 걸 하는 부분이 있다. 부모이기 전에 교사인데 너무 일면적인 부분만 묘사했다는 느낌이 충분했다. 이는 김홍파 배우가 맡았던 조부 역할 같은 느낌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인간 군상을 보여주다가 만 느낌이라 배우의 매력이 좀 묻혔다. 이 디테일은 영화의 스포일러가 돼서 뭐 쓸 수는 없겠지만 고창석 배우의 호연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좀 실망할 수도 있다. 아, 아까 썼던 김홍파 배우는 입체적인 역할을 잘 해냈다. 이 인물이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개성을 죽이기는 했지만 다면적인 사람의 내면을 묘사하는 것 자체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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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한 이야기 2
가만한 이야기
왓챠- <나의 눈부신 친구>, HBO 제작
내가 생각하는 픽션을 가장 잘못 이해하는 방식 중 하나는, 한 마디로 압축되는 교훈 혹은 주제 의식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자기 계발서를 읽고 난 것처럼 자신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주제 의식이 들어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로 픽션의 존재 의의를 평가하는 것 말이다.
개인마다 감상이 다른 것인데 왜 ‘잘못' 이해한다고 말하느냐고? 아예 용도가 틀린 사용법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손톱깎기를 가지고 종이를 자르겠다고 하면 그걸 본 사람은 옆에서 틀렸다고 말해줄 수밖에 없다. 픽션은 어떤 교훈을 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픽션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본인이 그 픽션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무가치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어떤 이야기인지 이해를 못 했다면 애초에 평가를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왓챠에 등록된 <나의 눈부신 친구> 시즌 1, 2에 대한 감상평들을 읽고 한 생각이다.
많은 감상평들이 레누가 짜증 난다, 릴라 같은 친구는 곁에 두어선 안된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혹은, 서로 간의 경쟁심을 통해 각자 발전하는 아름다운 우정이다 같은 말을 하거나. 그러니까 그들은 어느 쪽이든 한 마디로 <나의 눈부신 친구>가 친구 관계에 대해 교훈을 주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엘레나 페렌테의 원작 “나폴리 4부작”을 토대로 한 이 드라마는 처음 몇 분간은 이태리어라고 구분조차 못할 정도로 독특한 나폴리 지역의 투박한 사투리를 그대로 구사하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남부 이태리의 찬란한 태양이 아닌, 무채색의 건조한 모래 바람이 몰아치고 폭력이 일상인 다세대 주택이 몰려 있는 동네에서 시작된다.
레누와 릴라는 현실 속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다면적인 사람이다. 나는 사람들이 픽션 속의 캐릭터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거나 짜증이 나서 싫다고 말할 때마다 흥미롭게 지켜본다. 왜? 저 캐릭터들은 누구보다 현실의 당신들을 닮아 있는데 말이다. 오히려 그래서 그렇게까지 싫은 걸까?
레누와 릴라는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사이기도 하다. 둘은 서로 너무 다른 성격으로 태어났지만 뛰어나게 똑똑한 여자아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선생님의 총애를 받으며 공부를 계속하도록 권유받았지만,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가정환경 때문에 두 사람의 진로는 극명하게 갈렸다. 하지만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고등교육까지 마친 레누도, 부모의 반대 때문에 공부를 일찌감치 그만두고 사업가 기질을 발휘하기 시작한 릴라도, 그렇게 서로 다른 공동체 환경에서 강요받는 같은 억압 때문에 서로에게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
다른 환경에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이 견뎌야 하는 시련의 맥락은 같았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의 삶이라는 그 맥락 말이다. 학교에 다니기 위해 남자보다 몇 배로 더 노력해야 하고, 그러면서 지혜로워야 하고, 동시에 아름다워야 하고, 또 남자들에게 욕망(desire) 되어야 하고, 그다음엔 아이를 낳아야 하고, 하지만 남편의 돈만 축내면 안 되며 자신의 생활력이 있어야 하고, 이 중 하나라도 없다면 다른 사람들과 비교당하며 모든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노력해야 한다는, 우리 은하계에 대통령이 생긴 대도 그보다는 할 일이 적을 것 같은 모순적이고 숨쉴틈 없이 촘촘한 그 압박 말이다.
지금으로 치자면 조혼인 결혼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야 했던 릴라는, 결혼식 전 자신도 곧 학업을 그만둘 것이라는 레누에게 간곡하게 부탁한다. “레누, 넌 나의 눈부신 친구야. 꼭 모두 A를 받고 졸업하겠다고 약속해. 넌 누구보다도 똑똑해야 해, 남자들보다 더.”
하지만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한 선택 — 그것이 온전히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의 경과가 으레 그렇듯, 결혼의 시작과 함께 불행으로 치닫는 자신의 삶 속에서 고등학생 레누의 일상의 단편(선생님의 고급 아파트에 모여 이데올로기와 세계정세에 관해 토론하는 고등학생들)을 본 릴라는, 열등감과 질투심에 휩싸여 일부러 악의적으로 레누에게 상처를 주고자, 너희는 모두 껍데기만 흉내 내는 우스꽝스러운 루저들이라고 몇 번이고 강조해 말한다. “좋든 나쁘든 그래도 나에겐 남자가 있어.”
둘 중 어느 것이 릴라의 진심일까? 물론 둘 다 그녀의 진심이다. 레누가 누리는 것들을 간절히 원했던 릴라는 좌절된 자신의 꿈을 다른 것으로 채우려 애썼고, 그녀의 가족과 주변을 맴도는 남자들은 그런 그녀의 필요를 자신들을 위해 이용하며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자기가 손 쓸 새도 없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자신의 인생을 보는 릴라의 절망을, 그저 지켜보기 짜증 난다거나 못 됐다는 말로 정리해 버릴 수 있을까. 그래도 자신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여자로서의 성공(돈 많은 남자의 부인이 되는 것)을 성취했다고 스스로 합리화해야만 하는 그 쓰디쓴 마음이 정말 진실된 만족이겠는가.
하지만 레누 또한 이런 모든 것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다. 릴라가 결혼했을 때 그들은 겨우 17살이었다. 릴라의 주변을 맴도는 남자들을 보며 레누는 자신이 어떤 남자에게도 욕망되지 않는 ‘쓸모없는' 여자가 되어 버릴까 두려움에 떤다. “모두가 릴라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그 작은 조각을 얻어가려고 애쓸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거나 노력해도 릴라가 가진 위대한 매력을 성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 가장 동경하는 것을, 릴라는 남성들에게 원해지는 여성으로 태어난 천부적 능력으로 손쉽게 채 가 버린다고 생각한다. 전혀 사실이 아닌 명제들이지만 지금의 레누에게 중요한 것은 냉정한 사실이 아니라 자신이 가져본 적 없는 실체 없는 매력에 대한 초조함 뿐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결국엔 서로만 이해할 수 있는 친구인 것이다.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박탈감에 대한 사색과 열망을 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 주변의 어떤 여자들도, 자신이 갖지 못한 다른 차원의 충족감에 대해 그들만큼 아쉬워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아무리 최선을 다 해 타협하고 순응해도 헐거워지지 않는 억압 속의 삶을, 계속해서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하지만 레누와 릴라의 세상은 다르다. 그들은 숨통을 죄어오는 억압들을 피하거나 반사해 내며 각자 다른 방향을 향해 쉴 틈 없이 튕겨져 나간다.
HBO에서 제작된 <나의 눈부신 친구> 시리즈는 영상매체 연속극이라는 장편의 장점을 최대치까지 살린다. 모든 상황과 관계에 대한 심리 묘사를, 가능한 시청각 요소를 총동원 해 세밀하게 그려낸다.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뿐 아니라 의상, 배경, 화면 연출까지 모든 요소가 한 컷 한 컷 스무스한 앙상블로 이어진다. 이야기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것만큼 인물들의 대사 한 마디에도 집중해야 하고, 그러데이션처럼 모노톤에서 점점 풍부해져 가는 화면 속 색채들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그렇게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막스 리히터의 음악이 시리즈 내내 돕는다.
그러니 이렇게 셀 수 없이 많고 작은 요소의 입자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성긴 체에 그냥 부어 버린다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모든 것을 그냥 흘려보내게 될 것이다. 앞서 포스팅 한 ‘가만한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픽션에 너무 가혹하고 자신에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한 픽션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얼마나 훌륭한지 혹은 얼마나 별로인지 이야기하고 싶다면, 일단은 본인이 먼저 촘촘한 체를 준비해야 한다. 별점 매기기와 한 줄 평 쓰기는 돈을 받고 그런 일을 하는 평론가들이 하도록 놔둬도 된다. 일단은 걸러진 자신의 체 위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부터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문제는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니까.
* 본 콘텐츠는 브런치 Good night and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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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선언, 좋았는데 아쉬운 영화
?Rabbitgumi 입니다!
기대를 많이 모았던 작품이죠.
비상선언이 개봉했습니다.
관상, 더 킹, 연애의 목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죠.
배우진도 화려합니다.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같은 탑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개봉 후 첫 주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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