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3-11-24 19:26:39
애도를 위한 애도
듣는 것보다 보는 것에 더 중심을 두고, 의미를 찾아내길 추천한다.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Show Me the Way to the Station, 2019
일본 | 드라마 | 126분
감독: 하시모토 나오키
애도를 위한 애도,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다분히 감정적이다. 관객에게 집요하게 잊고 있던 이별을 떠올리게 하고 상실에 허우적대던 과거를 다시 경험하게 한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겪어왔던 슬픔과 아픔을 꺼내게 한다. 그리고 스스로 원했던 것처럼 묻게 한다. 이미 알고 있지만, 어렴풋이 다들 짐작하고 그러려니 하던 '역'의 존재를 아이와 같은 입장에서 되묻는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대체 그 역은 어디 있는 걸까? 또 어디로 가는 걸까?"
여기서 우린 사야카가 말하는 '역'의 존재를 이미 잘 알고 있다. 가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절대 갈 수 없고 찾을 수도 없는 장소, 산 사람들은 결코 밟을 수 없는 영역.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야카의 옆에 서서 묻는 거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그럴 수 없는 아이러니함,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당연한 명제 때문이다.
그를 영영 잊어버릴까 봐 절절한 그리움과 괴로움조차 함부로 놓을 수 없는 그 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우린 그 행위와 시선, 모든 마음의 조각들을 엮어 시간의 길을 만들고 이를 '애도'라 부른다.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장면 곳곳에 감정의 활력을 불어넣지만,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사실 언어(음성)가 제거된 무성영화라 해도 무방하다. 대사보다 인물의 행동으로 사건을 강렬하게 그리는 방식이 이 작품만의 남다른 표현 방식이다. 감독은 사건의 인과관계를 음성언어보단 인물들의 손짓과 눈빛으로 차근차근 전개하면서, 상실과 그리움을 화면 가득 채워 넣는다. 섬세한 몸의 언어와 절제되어있지만 풍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연출 방식으로 관객의 공감과 감동 포인트를 쉽게 점령한다. 이 지점엔 반드시 영화의 스토리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모두 명확하게 이해했다는 전제조건이 필수인데, 이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철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던 사야카가 전철이 지나간 뒤 철로에 난 길을 건너는 장면까지 단 3분.
이 짧은 장면엔 길을 걷는 내내 허공에 팔을 뻗은 사야카의 모습이 전부다. 그러나 우린 아이를 통해 영화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눈치챈다. 아이는 아직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이며, 이별로 인해 극심한 슬픔을 겪고 있다. 결국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누군가를 잃은 이별'을 겪어내는, 인물의 애도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루는 사야카에게 언제나 멋진 선물을 해준 존재다. 자신과 같은 외로움을 가진 반려견이었고, 하나뿐인 친구였으며 늘 곁에 있는 가족이었다. 말 그대로 루는 사야카에게 전부였다. 그렇기에 사야카는 단호하게 말한다.
"루는 절대 죽지 않았어!"라고. 심장병으로 죽은 반려견을 잊지 못해 현실을 강하게 부정하는 사야카의 현재는, 루와 함께 했던 과거의 추억과 끊임없이 교차된다. 계속 반복되는 과거 회상으로 우린 루가 사야카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확실하게 인지하고, 점점 더 사야카가 느끼는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사야카는 다시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이는 이미 부모에게 강아지가 최대 10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준비된 이별과 그렇지 못한 이별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보이는 행위의 준비가 아니라 남들은 결코 볼 수도, 알 수도 없는 마음의 준비. 사야카는 루가 자신이 체험학습을 갔을 때 갑작스럽게 떠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루의 죽음은 사야카에겐 정말 먼 미래였으니까. 결국 환경적, 시간적 요인에 의한 죽음이란 불길하지만 예정된 조짐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던 아이는 결코 루를 떠나보낼 마음이 없다. 인간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자연재해와 다를 바 없는 상황에 놓인 사야카에게 애도란 그저 '어른들의 거짓말', '부정' 그 자체였다.

오래 살면 살수록 인간은 타인의 죽음에 익숙해지고 무뎌진다는 말을 나무라듯,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어린아이의 상실과 노인의 상실을 구분 짓지 않는다. 후세는 오래전 사야카 또래, 어린 아들(고이치로)을 사고로 잃었고, 사야카의 할아버지는 아내를 떠나보냈다. 두 사람 모두 사야카와 같은 준비된 이별이 아니었다. 사야카는 자신의 마음을 찌르는 고통이 후세와 할아버지가 느끼는 고통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한다. 그들 역시 강하게 현실을 부정하면서도, 돌연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갑자기 돌변하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슬픔과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야카는 그들을 보며 조금씩 자신을 둘러싼 상실을 풀어낸다.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것처럼 후세에게 루와 함께 한 이야기를 하며 과거를 추억하고, 반대로 자연스럽게 후세에게 그의 죽은 아들에 대해 듣는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마당에서 박꽃을 심었던 때를 회상하는 할아버지의 옆에 앉아 조용히 그의 손등에 손을 포개며 그를 위로하고, 또 할아버지에게 위로받는다.
서글프기만 했던 어린아이가 위로받고, 반대로 타인을 위로하는 장면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고통을 이겨내는 가슴 벅찬 장면으로 연결된다. 영화는 이 따뜻하고 감동적인 장면들을 한 스푼의 환상과 버무리며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이고, 주제를 더 빛나게 한다. 길고 은은하게 퍼지던 루를 향한 사야카의 진심은, 고이치로와 캐치볼을 하는 후세의 기다렸던 웃음으로 인해 묵직한 파동을 만든다. 그리하여, 사야카가 후세를 보며 "무언가 굉장히 소중한 걸 본 것 같았다."라고 말한 대사는 모든 이의 마음에 돌고 돌아 끝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만다.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애도를 위한 방식으로 '함께'하는 애도를 선택했다.
사야카는 후세와 함께 루가 떠나고 남은 빈자리를 그대로 '공석'으로 둘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한다. 둘은 슬픔과 두려움은 나누고 따뜻한 온기로 마음을 채우며, 알 수 없는 곳으로 영영 떠밀려가지 않도록 서로를 붙잡는다. 홀로 남겨진다는 불안과 다가올 외로움에 맞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떠나는 이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일, 그리하여 남겨진 자에게 주어진 삶을 씩씩하고 담담히 살아가는 일.. 사야카는 사라지는 것이 결코 떠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다시 미소를 되찾는다. 아이는 기억하기 시작하면서, 영원의 의미를 깨닫는다. 루는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 영원을 말이다.
애도는 반드시 애도로 작별해야 한다.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어두웠던 방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 그 방이 자신의 마음속에 늘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언제든 들어가 울고 웃을 수 있음을 굳게 믿어야 한다. 후세가 말한 역은 누구나 찾을 수 있고,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영화는 그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사야카에게 직접 끊어진 기찻길을 발견하게 했다. 그리고 모르는 척 사야카와 루의 비밀 장소를 우리에게 노출했다. 나만의 비밀 장소를 선정하는 건 애도를 향한 첫 번째 걸음이 분명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사야카는 전철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
작별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덧붙으면, 아름다운 작별이 된다.
고맙게도 후세도, 할아버지도, 사야카도 모두 아름다운 작별을 했다.

우린 기억하는 일을 지겨워하지 않기에 늘 자신이 정한 중심을 잃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한 뒤 내레이션으로 들려오던 사야카의 목소리가 한순간에 어른의 목소리로 변한 걸 눈치챈다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아이였던 사야카가 어른이 되어 '나의 중심, 루'를 추억하는 이야기였다.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과거로 내일을 말하는 법을 잘 아는, 능숙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론 듣는 것보다 보는 것에, 귀를 쫑긋거리기보다 눈을 더 크게 뜨고 사야카를 바라보길 추천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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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도덕과 기회, 그사이에 선 우리
도덕과 기회, 그사이에 선 우리
한국경쟁 섹션 영화 ‘그 애와 나랑은’ 리뷰
감독] 임진희
출연] 박수연, 정혜자
시놉시스] 밴드에서 작사를 하는 해온은 할머니의 시를 가사로 써 방송 오디션에 합격한다. 그리고 그날, 할머니의 시가 다른 노래 가사를 표절한 표절 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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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요계에서 들끓고 있는 표절 문제. 그동안 많은 사람이 쉬쉬해왔던 표절 문제가 한 번 크게 터지면서 연쇄적으로 여러 가수 및 뮤지션들의 표절과 도덕성 문제에 대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표절의 문제에 이번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한국경쟁 작품인 ‘그 애와 나랑은’은 어떤 입장에 있을까?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아?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문제를 그냥 넘어가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의 도덕적인 문제에서는 사소한 것에도 트집을 잡지만 나 자신에 관해서는 조금 더 편하기 위해 더 알아보기 귀찮다는 이유로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영화 ‘그 애와 나랑은’은 작사가이자 보컬로 활동하는 해온에게 닥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사가지만 제대로 된 작사는 아직 해보지 않은, 그래서 경연에 나갈 곡의 작사를 할머니가 노인 대학에 다니며 집필한 ‘그 애와 나랑’을 활용한다. 할머니의 뛰어난 시구에 손녀인 해온은 할머니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고, 할머니는 노래 하나를 불러보라고 시킨다. 해온은 아이유 노래의 ‘분홍신’을 부르고, 할머니는 그 가사를 시로 옮겨적으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
할머니의 시들이 가사를 베낀 표절 시라는 것을 깨달은 해온은 그토록 원하던 방송 오디션 본선 진출이라는 기회를 포기하고, 팀원들을 설득한다. 팀원들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 ‘할머니 이름을 작사가로 올리면 화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방송 출연을 고집하지만 결국 모든 책임을 지며 해온은 방송 오디션에 출연하지 않는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도덕적 책임을 지려는 손녀의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 역시 자신이 이장희의 노래를 표절한 것이라며 노인 대학에서 고백하고 반성한다. 과연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 있을 때 사소한 문제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두 가지 갈림길에서 모두가 도덕적인 올바름을 선택할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17분이었다.
실수를 딛고 일어날 수 있기를
작사가이자 보컬인 해온은 스스로 아직 작사를 할 수 없어 고뇌에 빠진다. 조금 더 멋진 가사와 노랫말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심과 열망에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것이다. 해온을 보면서 처음에는 실수를 할 수 있고, 서툴 수 있다는 점을 아직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의 표절 사건으로 인해서 해온은 자신의 꿈이었던 오디션을 포기하고 하루하루 힘없이 살아가고 있었고, 할머니는 해온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도덕적인 문제를 바로잡고 다른 이의 가사가 아닌 자신만의 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자신의 첫 자작시를 해온에게 선물로 주는데, 이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해온은 처음으로 자신의 노트를 펴 가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사람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 하는 것에 실수를 할 수 있고,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실수와 무지를 받아들이고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발전을 거듭해 나가면 된다. 이러한 새로운 도전과 잘못의 인정이라는 태도를 할머니를 통해 배운 해온이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가사를 써 내려가는 용기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17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과연 우리는 얼마나 도덕적으로 떳떳한가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전하고 있었던 영화 ‘그 애와 나랑은’. 그저 뮤지션들의 도덕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해왔던 표절이라는 소재를 현실의 우리 역시 그 갈림길에 언제든지 놓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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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8-13 10:30
CGV 제천 1관
207
2022-08-15 10:30
메가박스 제천 3관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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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의 확신이 무너지는 공포에 저무는 한 인간의 우주
더 파더 The Father | 2020 | 플로리앙 젤레 | 97분
※영화 〈더 파더〉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킹 리어〉에서는 권력욕과 암투의 중심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파국을 이끄는 브리튼의 왕이자 세 딸의 아버지가 되고, 〈두 교황〉에서는 신의 대리인이자 한 시대와 평화의 ‘아버지’라는 자리에서 내려와 신앙과 종교의 역할을 고민하는 한 인간이 되어 자신이 짊어진 무게를 깨닫기도 한다. 심지어 슈퍼히어로 영화 〈토르〉 시리즈에서는 세상을 다스리는 천상계의 기원이자 아스가르드 왕국의 평화를 위해 자식이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도록 분투한 아버지로 등장했던 ‘안소니 홉킨스’에게 〈더 파더〉처럼 평범한 일상을 담은 현대극의 우리네 아버지를 연기하는 것이란, 연기의 스펙트럼을 재기조차 민망한 그에게 어쩌면 지루하고도 심심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혹적이며 탄탄한 각본을 여전히 경이로운 연기로 끌어가는 여든셋의 노배우가 보여주는 진가란 그 모든 아버지의 모습이 영화 속 ‘안소니’의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에 드러나도록 절묘하게 완급조절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 파더〉는 안소니에게 욕망과 노기로 가득 찬 인간의 서늘한 독설과, 평생 쌓아 온 어떤 것이 이제는 무너지고 있음을 알아차린 연약한 존재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 그리고 조각나 뒤섞인 기억의 미로에 갇힌 판타지 영화 주인공의 감정을 한꺼번에 요구했다. 이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기에 관객은 그저 그의 눈과 머리를 따라가며 오롯이 체험하기만 하면 된다.
출처 | 다음 영화
기억의 미로를 헤매는 공포
화면이 밝아오면 앤(올리비아 콜먼)은 누군가의 재촉이라도 받은 듯 런던 거리를 바쁘게 걷는다. 그가 다다른 곳은 조용한 주택가의 고급 아파트. 앤을 맞이한 안소니(안소니 홉킨스)는 갑자기 찾아온 딸에 어리둥절하다. 앤은 아버지께서 자기를 부르지 않았느냐고 되묻는다. 곧 안소니는 자신을 돌보러 온 간병인이 시계를 훔쳤으니 당장 쫓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앤은 놀라지도 않은 채 대수롭지 않은 듯 화장실 아래를 찾아보라고 말한다. 안소니는 당황하며 앤에게 따지지만 곧 정확히 그가 말한 곳에서 시계를 찾는다. 평범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앤은 새로 만난 프랑스인 연인과 파리로 떠날 거라 자주 찾아뵙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잠시 후 다음 시퀀스에서 안소니는 부엌을 정리하고 거실로 나온다. 그리고 그는 낯선 남자(마크 거티스)와 마주친다. 허락 없는 침입에 항의하는 그에게 남자는 자신을 앤의 남편으로 소개하며 우리 아파트에 얹혀살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안소니라고 말한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앤은 애인과 함께 파리로 떠난다고 했는데. 안소니의 상태를 눈치챈 남자는 앤에게 빨리 집에 오라고 연락한다. 현관을 열고 들어온 앤을 보며 그도 관객도 눈을 의심한다. 분명 우리가 알고 있던 앤이 아닌 다른 여자(올리비아 윌리엄스)가 안소니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백발의 노인은 당황을 감추지 못한다. 지금껏 안소니의 눈으로 이야기를 따라온 관객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 ‘안소니’의 눈에 이 세상은 부조리하고 이해할 수 없다. 시공간이 제멋대로 얽혀버린 그의 세계는 지금 자신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 말고는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다. 혼돈의 공포를 함께 경험하는 관객은 흔한 점프 스퀘어나 악령 없이도 실제와 가장 맞닿은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오 년 전에 이혼했다는 남편이 태연히 소파에 앉아 있지만, 잠깐 뒤돌아 본 사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내가 잠옷을 언제 갈아입었는지, 지금이 아침인지, 낮인지, 며칠이 흘렀는지 알 수 없다. 사소하지만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영화적 기법과 편집은 혼란스러운 극의 서사를 추동한다. 공간의 왜곡과 변주는 원작인 연극을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였기에 가능했던 탁월한 지점이다. 집안 가구들은 시퀀스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있다. 가구의 위치나 색깔 같은 미세한 변화는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가 느끼는 인식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오버랩하며 영화 후반 모든 현실이 드러나는 순간은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자아낸다. 결국 모든 상황은 내면의 붕괴로 말미암은 환상이다. 영화는 의식의 스위치가 명멸하듯 음악과 이미지를 영화 밖에서 안으로 집어넣고, 다시 안에서 밖으로 내보이는 것을 반복한다. 영화의 배경음악에서 전축으로, 평범한 아파트에서 낯선 병원 복도로 넘어가는 쇼트들은 현실과 꿈, 기억과 실제를 넘나든다. 안소니는 끊임없이 문을 열고 닫는다. 오직 그의 행위로 영화는 역동적으로 운동한다. 그것이 안소니라는 유약한 인간이 가진 마지막 힘이다. 하지만 관객인 우리는 그의 세계 바깥의 현실과 주변 인물들의 참담함을 영화 내내 짐작할 수 있다. 지워지는 기억 앞에 멍하니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안소니의 걸음에 감정적으로 동요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안소니라는 운동, 앤이라는 동력
하지만 뒤죽박죽인 그의 세계 못지않게 안소니도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다. 알츠하이머는 우리가 익히 알던 누군가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앤은 그에게 새로운 간병인 로라(이모겐 푸츠)를 소개한다. 불안한 마음도 잠시,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는 안소니는 술을 권하며 탭 댄스까지 보여주며 화목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행복은 빠르게 그들을 떠난다. 안소니의 급격한 감정 변화는 딸과 로라에게 큰 생채기를 남긴다. 폭언을 서슴지 않고 생판 남 앞에서 딸을 욕보이는 장면의 에너지는 눈을 뗄 수 없다. 안소니 홉킨스는 유머러스한 농담과 익살스러운 몸짓 다음에 곧장 서늘한 분노로 폭발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상이었다가 누구보다 연약한 아기가 된다. 원작인 연극의 느낌을 느껴보려는 듯 컷도 거의 나누지 않은 그의 연기는 관객을 엄청난 흡입력으로 끌어당긴다. 돌이킬 수 없어 더 안타까운 진실에 이해하려 애쓰는 안소니의 모습은 시종일관 놀랍다.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죽은 딸은 그의 무의식에 남은 죄책감과 고통의 근원이다. 비극적인 사고로 인한 딸의 부재는 외면하고 싶지만 잊어버릴 수 없다. 그에게 시간이 잡으려 해도 늘 도망가는 시계와 같다면 딸을 잃은 슬픔은 오히려 잊고 싶어도 늘 남아있다. 과거를 회상하며 비극적인 감정의 파고를 홀로 묘사하는 장면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에게는 유난히 독백 장면이 많지만 마지막 침대에 걸터앉아 저무는 생을 비유하는 마지막 장면은 필연적 결말임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창밖의 푸르른 잎사귀는 여전히 그대로다. 변하는 자신에 대한 체념과도 같은 고백은 덩그러니 놓인 그루터기처럼 공허하다.
영화의 제목이 ‘안소니’가 아니라 ‘아버지’인 이유는, 무너지는 안소니의 고립된 세계와 시선 곁에 ‘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안소니의 행위로 움직이지만, 모든 혼돈은 그를 돌보며 고민하고 결국 작별해야 하는 앤의 타임라인을 따라간다. 결말까지 안소니를 움직이는 동력인 앤은 아버지의 세계와 외부의 현실 모두를 관찰하며 서사의 중심을 잡아준다. 우리는 안소니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실은 앤의 감정에 더 이입한다. 인물과 관객, 두 주체를 끌고 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올리비아 콜먼은 완벽하게 해낸다. 이별을 준비하며 날마다 달라지는 아버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딸을 연기한 그는 어떤 감정이든 금세 관객이 이해하도록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 미묘한 떨림과 눈빛은 여러 대사 없이도 충분히 대답해주고 있다. 모두의 삶을 위해 가장 최선이라고 판단한 마지막 선택의 장면에 보이는 처연함과 머뭇거림, 슬픔과 확신이 뒤섞인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저무는 우주의 마지막 모습
동양에서는 우주의 만물을 음양오행으로 구분해 인간의 섭리와 이치를 설명한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합일’이라는 사상의 가르침에 따라 자연의 음양오행을 인체의 오장육부에 대입하며 거대한 세계의 ‘소우주’에 인간의 진리를 담아낸다. 지구 반대편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비트루비우스 인체도’에서 인간의 몸을 작은 세계로 칭하던 고대인을 따라 도시와 세계를 구성하는 비율로 삼았다. 최근까지도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 구조가 우주의 은하계 구조와 놀랄 만큼 패턴이 일치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과거와 현재, 뉴런과 은하를 거슬러 인간과 우주는 많은 것을 공유한다. 기억과 정신 능력의 본질인 뇌의 중요성만큼이나 소우주의 칭호는 그리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우주 宇宙라는 단어에는 ‘집’이 두 번 들어간다. 집을 반복해 얻은 놀라운 공간의 확장처럼 영화는 두 개의 집을 중첩시켜 거대한 우주의 안녕을 고한다. 인물만큼이나 중요한 극의 주인공인 안소니의 집에서는 사라지는 인간의 기억이라는 정신적 공간이자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물리적 공간이 교차하고 어긋나며 공포와 혼란을 가져다준다. 언제나 인간의 삶을 지탱하고 보호했던 집과 기억이 동시에 사라지며 시간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집과 함께 인간의 우주를 구성해 온 기억의 집은 희미해진다. 한 인간이 그간 구축해 온 모든 것이 사라지는 막막함이란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다. 어두운 심연으로 멀어질 안소니를 두고 떠나야만 하는 앤과, 그의 마음을 투영한 관객은 인간이라는 유한한 존재가 반드시 거쳐야 할 불가역적 소멸의 정서와 조응한다. 〈더 파더〉는 담담하고 조용히 삶의 작별을 말한다. 커다랗게 보였던 인간사는 광활한 공간의 한 점이라는 뒤늦은 자각과 함께, 그렇게 우주는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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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의자는 없습니다. 흥미로운 인물이 있을 뿐
* 범인 스포 없음
[그렇게 사건 현장이 되어 버렸다]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한 최악의 선택이다.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이걸 정주행하느라 이틀을 버렸다.
내가 많은 추리물을 본 것은 아니지만 최근 본 추리물 중에서는 가장 재밌는 추리물이다.
# 백악관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백악관의 총 관리자였던 윈터가 살해된다. 그를 중심으로 두고 백악관의 직원, 대통령, 유명 인사들의 관계와 그들의 진술들을 풀어나간다. 누구는 그에게 약점을 잡혔었고, 누구는 그가 재수 없어서 싫고 등등. 여러 증거들이 다양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대통령의 친구나 대통령의 말썽쟁이 가족들, 백악관의 직원들이 이 드라마의 용의자와 목격자가 되어 주기에 미국 정치 풍자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미국식 농담 개그들도 함께 이 추리물에 곁들어 있다. 사치와 패악을 부리는 낙하산 관리자들과 고통받는 직원들. 그들의 무능함이나 혹은 무례함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웃음 포인트들이 된다.
또 기득권층을 가득 채우는 백인 남성들에 대한 풍자 개그들도 더러 있다. 아무것도 못하고 여성 탐정을 닦달하는 FBI, 경찰, 고위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의 추리를 그냥 통째로 무시해버리는 세계 최고 탐정의 우아함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 드라마의 연출
드라마의 연출이 상당히 신기하다. 추리물을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보통 추리물은 탐정의 시선을 따라서 현재 탐정이 초점에 둔 사건 혹은 인물의 뒤를 캐면서 진행된다. 내가 보았던 나이브스 아웃이나 오리엔탈 특급 열차나 혹은 다른 추리물들도 비슷했다.
다만, 이 드라마는 마치 따지고 보면 미국 시트콤이나 혹은 다큐멘터리의 진행 방식과 닮았다.
어느 인물이 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사건에 관련 있는 모두가 사건에 대해 진술하는 방식이다. 탐정이 인터뷰나 조사를 어떻게 했는지를 타임라인으로 보기보다는 서로 다른 진술들을 퍼즐처럼 맞추어가는 형태다. 그렇기에 그전의 사건이 어땠는지를 시청자인 우리도 생각하며 보게 만든다.
또 이 드라마는 사건 현장인 백악관뿐만 아니라 청문회와도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백악관에서는 탐정이, 청문회에서는 탐정에게 취조 받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사건이 조금씩 해결되는데 탐정은 어디 있는지? 이 청문회 장면은 왜 나오는 건지? 이 또한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볼 몫으로 남겨진다.
# 매력적인 탐정
코델리아 컵 탐정, 흑인 여성 탐정이고 위에서 말했듯 상당히 우아하다.
조류 관찰자? 탐색가?라서 탐조하는 것이 취미고, 수사 방식부터가 새들의 사냥 방식 혹은 생존방식에서 영감을 얻는다. 내가 추리물을 많이 안 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보통 잘난 탐정이 서민들을 무시하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 퍼즐을 맞춰놓고 이것도 몰랐냐? 이 바보야? 하고 농락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인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탐정이 누누이 말한다.
"용의자는 없습니다. 흥미로운 사건 혹은 인물이 있을 뿐이죠."
그 말처럼, 탐정의 수사 방식은 한 사람 혹은 증거에 꽂히는 것이 아니다. 탐정은 최대한 많이 듣고 많이 보고 많은 사람과 만나며 그들의 진술을 기억한다. 설사 그들의 진술이 도대체 이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하는 것들도 많다. 예를 들면 피해자가 신중한 성격이어서 항상 문을 닫고 얘기를 했다든지, 대통령의 장모님이 술 중독이라든지, 그날 오기로 했던 가수가 안 왔다든지. 그러한 진술들을 자신의 노트에 차곡차곡 기록해둔다. 그들의 인상착의, 말하던 말투, 특기, 하다못해 방 안의 그림들까지.
팀장은 침착하고 그리고 우아하게 사람들을 심문한다. 탐정이 자주 쓰는 방식은 "침묵"인데 사람들 앞에서 침묵을 통해 그들이 찔려 하는 부분을 술술 불게 만든다. 반은 변명이고 반은 거짓말이지만 탐정은 그러한 거짓말 또한 차분히 들어주며 하나의 조각으로 삼는다.
맨 마지막에 가서야 처음에는 상관없어 보였던 모든 조각들이 모인다. 탐정은 그것을 천천히 맞춰나간다. 우리가 천 피스 퍼즐을 사서 바닥에 풀어놓으면 꼭 안 이어질 것 같은 퍼즐들이 난잡하게 되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는 그것이 조금 느리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정석적인 추리처럼 느껴졌다.
# 추리물이란
나는 추리물에 대한 편견이 좀 있다. 어릴 때 봤던 코난도 그렇고 조금이지만 봤던 셜록도 그렇고 전혀 모르겠는데 그들은 나름의 "트릭"을 발견했다며 기가 막히게 사건을 해결한다. 꼭 "저기 창틀에 물방울이 하나 있는 것을 보았어요. 아마 어제 새벽에 비가 왔는데 그때 미처 재킷을 털지 못한 스미스 씨가 아침에도 그것을 입고 와서 바쁘게 일을 하느라 미처 못 닦았던 그 물방울이겠죠?" 식으로 진행되니 그다지 명석하지 못한 내 입장에서는 이게 뭔가 싶다.
다만 이 사건은 조금 친절하게 그리고 천천히 진술을 모으면서 진행된다. 또한 추리물보다 코미디인가 싶을 정도로 캐릭터들이 웃기고, 또 누구 하나를 용의자로 선택하지 않아서 오히려 덜 긴장한 상태로 보게 된다. 이 드라마의 흐름에 나를 맡기다 보면 어느새 퍼즐이 모아져 있다. 아마 추리물의 놀라운 트릭이나 그들의 명석함, 혹은 천재적임을 기대했다면 코델리아 컵 탐정의 천재력은 조금 아쉬울 수 있으나 함께 풀어나가는 문제 풀이식 추리물 + 코미디를 원했다면 상당히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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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을 깨뜨린 시스템에 대한 분노, 마녀
우리가 사는 일상은 그저 무심하게 지나간다. 큰 사건이 없다면 그 일상에 고마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불행한 일이 있거나, 본인이 아파 그런 일상을 누리기 어려울 때 그제야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어쩌면 삶을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무심히 스치듯 지나가는 매일매일의 일상이 모아져 만들어지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주변에 소중한 사람도 생기고, 같이 무언갈 공유하는 기쁨도 알게 된다. 그런 기쁨들이 더욱 일상을 소중하게 만들기도 한다.
2018년에 개봉했던 <마녀>는 주인공 자윤(김다미)이 일상을 보내는 모습들이 영화 초반에 담겼었다. 어린 시절 기억을 잃은 자윤이지만 그를 보호해주는 양부모가 있고, 그의 단짝 친구도 그와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일상에 참여하고 있는 자윤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고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깨뜨리는 어떤 집단 시스템에 대항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그것이 그가 누리던 일상을 망가뜨려버리고 만다. 그렇게나 지키고 싶어 했던 그 일상을 자윤은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되었다.
<마녀> 세계관을 이어가는 두 번째 영화
<마녀 파트2>는 1편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가는 영화다. 대신 자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는 다른 소녀(신시아)를 등장시켜 조금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 속 소녀는 어떤 실험실에서 탈출해 제주도 어딘가에서 방황하게 된다. 그는 피를 뒤집어쓴 채로 돌아다니다 우연히 탄 차에서 경희(박은빈)를 괴롭히던 깡패들과 만난다. 그리고 경희를 괴롭히는 깡패들은 자신의 초능력으로 응징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소녀가 일상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영화를 끌고 가고 있다.
<마녀> 시리즈에서 일상은 중요하다. 자윤과 소녀 모두 어린 시절의 평범한 일상을 보낸 적이 없다. 그래서 그것을 경험한 자윤은 그것을 깨버린 시스템과 전쟁을 벌이게 된 것이고, 2편이 등장하는 소녀는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그 평범한 일상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경희를 만나고 그의 동생 대길(성유빈)을 만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소녀에게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밥을 먹고 마트를 가고, 잠을 자고 산책을 하는 아주 평범한 그 일상을 처음 경험해보는 소녀의 표정에는 호기심과 환희가 가득하다.
영화 속 소녀가 처음 일상을 경험하는 모습은 어린아이가 처음 경험할 때 보이는 반응 자체다. 그것을 보고 도와주는 경희와 대길은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서 어쩌면 어색해할 소녀에게 최선의 환경과 도움을 준다. 그리고 그렇게 소녀에게 다가간 일상은 곧 자신이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순간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마녀 파트2>에서도 일상은 주인공의 마음을 결정하게 하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 거대한 시스템에서 벗어나 경험한 자유와 감정은 자신이 가진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
소녀의 일상을 빼앗아 초능력을 만드는 시스템
<마녀 파트2>에는 백총괄(조민수)가 등장한다. 1편의 닥터 백(조민수)의 쌍둥이인데 그는 수많은 초능력자를 만들어낸 시스템을 이끄는 그야말로 총괄이다. 그가 만든 시스템은 아이를 도구로 활용하여 시스템의 힘을 극대화시킨다. 아이들의 일상을 빼앗아 초능력의 극대화를 시킨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영화에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아이들의 진정한 행복과 삶을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영화의 액션은 1편의 타격 액션에서 염력을 쓰는 초능력 액션으로 조금 형태가 바뀌었다. 그리고 더 많은 능력자들을 등장시키면서 조금 볼거리를 다양화했다는 느낌도 든다. 영화는 주인공 소녀에게 일상을 선물한 뒤, 그 선물을 빼앗으면서 벌어지는 액션을 폭발적으로 담았다. 기본적으로 그 형태는 바뀌었지만 1편의 이야기 구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1편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능력자들은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소녀를 잡으려 한다. 하지만 그들이 주인공 소녀를 이기기는 역부족이다. 그 능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에 맥이 빠지는 느낌도 있다.
영화에는 소녀를 추적하는 시스템의 특수요원 조현(서은수)과 장(이종석)을 비롯해 깡패 두목 용두(진구)가 등장하고, 중국에서 온 초능력자들도 등장해 이들을 한 장소로 모이게 만든다. 인물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인물들의 액션 대결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느낌도 준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한 곳에 엉키면서 액션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각자가 가진 정확한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소비되고 만다.
빨라진 액션 하지만 기시감이 들게 하는 이야기
1편과 마찬가지로 2편에도 좋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소녀 역을 맡은 신시아 배우는 1편의 김다미 배우와 마찬가지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야기에 완전히 녹아들어 천진난만하거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다음 출연할 영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경희 역의 박은빈 배우나 대길 역의 성유빈 배우도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캐릭터로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깡패 두목 용두 역을 맡은 진구 배우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지질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시선을 끈다. 그리고 이전에 강한 역을 맡지 않았던 서은수 배우는 이번에 액션 비중이 높은 특수요원 역할을 맡아 실감 나는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은 1편에 이어 2편에도 비슷한 이야기 구조와 인물 구도를 통해 조금은 반복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액션의 밀도를 키우고 다채로운 장면들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편의 반복처럼 느껴져 기시감이 들게 한다. 하지만 1편에서 김다미 배우를 발굴한 것처럼 신시아 배우를 새롭게 주연으로 발탁하여 영화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영화 <마녀 파트2>는 3편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하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박훈정 감독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까지 연출할 예정이다. 2편까지는 아주 새롭다고 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슈퍼히어로 시리즈로서 3편에서 맺어질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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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적 고찰은 없고 영상미와 액션만 자랑한다
필자는 원작 시리즈인 소드 아트 온라인을 단 한편도 보지 않은 사람이라 걸즈 앤 판처 최종장 같이 내용이 이해 안가면 어떡하나 우려가 많았지만, 다행히 본 영화의 내용은 1부의 리메이크 이기에 서사 이해에 전혀 문제는 없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가상세계에서 나갈 수 없게된다는 설정은, 마치 현재 실제로 가상현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비판적 시선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은 긍정적, 부정적 시선은 이를 심도 깊게 다뤄낸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 같은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지만, 본 작품은 단순 오락성 액션만 존재할 뿐, 철학적 고찰은 전무해 안타깝다. 이러한 고찰을 할려고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한 호소다 마모루의 "용과 주근깨 공주" 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가상현실 이라는 심도 깊은 주제를 단순히 유희성 소재로 소모해버린 것은 아쉬울 따름. 다만 액션씬은 공을 들인 것이 눈에 띄일 정도며, 캐릭터들은 현재로서는 과하게 통상적인 재패니메이션 캐릭터들이라 특이점이 없지만, 빛을 되게 아름답게 활용하는 영상미가 일부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영화 외적인 부분으로 4DX 포맷이 다채롭고 세밀하게 설정되어있어, 4DX라는 포맷의 기술적 측면과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는 주목할만한 작품이라 생각이 든다. 심도 깊은 철학적 고찰은 전무해 예술적인 깊이는 없지만, 오락성 재미는 갖추고 있는 영화라 평하고 싶다. 솔직히 현재 TVA 기반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는 오락성 마저도 전무한 캐릭터팔이만 존재하는 영화도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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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어른들은 몰라요
경청이란 참 갖기 힘든 덕목이다. 자신있게 굿 리스너(Good listener)라 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어쩐지 세상은 점점 소통하기가 어려워진다. 나 역시 예전에는 내가 굿 리스너라고 믿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저 듣고 싶은 말만 잘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눈과 입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할 수 있지만 귀는 그렇지가 않다. 듣기 싫은 것도 불가항력적으로 들리고 만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저 청자이면서도 스스로 경청자라고 착각하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번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의 주제는 '어린이를 듣다'이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를 거쳐왔다. 그러나 어린이 때 우리가 어땠는지를 쉽게 잊어버린다. 어른들은 어린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잘 믿어주지도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마음을 표현할 언어도 많이 알지 못한다. 그때의 크고 작은 마음들은 이제 희미해졌거나, <오팔>의 주인공 오팔처럼 무의식 속 어디엔가 묻어버렸다.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 <침묵의 소리>
어린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이다. 부모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고, 내가 공주 왕자가 된 것 같고, 세상에서 내가 최고인 것만 같다. 반면 부모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드는 순간 그 세계는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홍콩 영화감독인 얀얀 막의 <침묵의 소리>에서는 그 균열을 찬찬히 보여준다. 부모가 어린이를 듣지 않을 때의 비극이다. 사실상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의 눈으로 보면 대단한 비극이 아닐지라도 어린이에게는 세상을 잃은 것만 같은 비극일 수 있다. 세상이란 추상적인 개념이니, 세상을 잃었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겠다.
광짜이의 부모는 학교에 불려가 담임과 상담을 받게 된다. 광짜이의 성적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이다. 성적이 떨어진 이유를 어른 셋이서 생각해 보는데, 아무래도 최근 광짜이의 할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일 것 같다. 어른들의 생각이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 대신 할머니가 광짜이를 돌봐주었다. 광짜이는 우주를 알고 싶고 외계인이 궁금한,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아이이다. 할머니는 광짜이가 학교를 마치고 가면 항상 기다리고 있고, 광짜이와 우주비행사 놀이도 해주었다.
엄마는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부동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광짜이에게 신경 쓰기가 쉽지 않다. 성적에 대하여, 공부에 대하여 물어보지만 광짜이는 영 시큰둥하다. 아빠는 바쁘다. 물류회사는 주말도 없이 돌아가고, 당장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돈을 버는 게 더 중요하다. 깊은 밤 광짜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엄마아빠는 동생과 셋이서 다정하게도 잠들어 있다.
이제 할머니는 없고, 광짜이는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유일한 대상은 아주 어렸을 때 엄마아빠와 놀이동산에 갔다가 경품으로 받은 우주비행사 인형뿐이다.
어느 날, 광짜이가 사라진다.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고, 광짜이의 엄마와 아빠는 광짜이를 찾아 온동네를 헤맨다. 그러다 광짜이가 우주비행사 인형에 녹음한 것을 듣게 된다.
엄마는 매일 혼내고, 아빠는 자기와 시간을 보내주지 않고, 동생은 사랑하지만 자기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 <하계훈련>
체육계에 비일비재하게 폭력 문제가 터진다. 늘 그래왔다는 말로, 체육계 전통이라는 말로 덮고 넘어가기에는 선수들의 고통이 너무도 컸다. 최근에는 신체폭력뿐만 아니라 성폭력도 수면위로 올라왔다. 우리나라는 폭력에 꽤 관대하여ㅡ특히 권력자의 폭력에만 관대하다. 약자의 폭력은 가차없이 형을 때리곤 한다. 정당방위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자가 남편을 때리거나 죽이는 것 등ㅡ 가해자는 솜방망이같은 처벌만 받는다.
여기에 미래의 야구 꿈나무 지성이가 있다. 코치에게 빠따로 맞으면서도 어떠한 항변도 하지 못하는 아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유소년선수이다.
지성은 하계훈련 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듣는다. 할아버지 발인 다음날은 중요한 시합이 있다. 야구 유니폼을 벗고 상복을 입은 지성은 어쩐지 자유로워 보인다. 드러누워 과자도 먹고 음악도 듣는다.
지성은 편지를 쓴다. 마치 광짜이가 우주비행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듯이, 더 이상 야구를 하고 싶지 않고, 다른 삶을 살아 보고 싶다는 지극히 평범한 바람을 담는다.
장례식에 찾아온 아버지의 친구들은 지성을 칭찬한다. 잠깐, 지성에 대한 칭찬인가? "아버지가 네 자랑을 정말 많이 했다." "너는 아버지의 희망이다"와 같은 말이 지성을 칭찬하는 말일까.
지성은 끝까지 편지를 전달할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 편지는 영 엉뚱한 타이밍에 아버지의 손에 들어가는데, 장례식장에 찾아온 코치에게 엄마가 촌지 봉투를 건네는 모습을 보고 지성이 뛰어갔을 때이다. 아버지는 가만히 앉아 지성의 편지를 읽는다.
지성은 봉투를 빼앗아 부조함에 넣어버린다. 장례가 끝난 후, 아버지는 지성을 옆에 앉히고 말한다. 아빠는 열심히 살 테니까 아들도 야구 열심히 하자.
*
광짜이는 우주비행사 인형을 갖게 된 놀이동산에서 발견된다. 광짜이의 아빠는 광짜이에게 사랑을 말하고, 얼마나 자기가 행복한 아빠인지 말한다.
지성은 시합날 공을 대충 던지다 코치에게 뺨을 맞는다. 그 모습을 엄마아빠도 지켜 보고 있다. 지켜만 보고 있다. 지성도 그들을 본다. 그리고 공을 던진다. 그 공은 타자의 배트에 맞아 장외홈런을 치고, 저 멀리 날아가는 야구공처럼 지성도 시합장을 뛰쳐나간다.
*
사람을 존중하는 방법 중 돈도 안 들고 몸도 안 써도 되는 일이 잘 들어주는 것이다. 어른보다 몸이 작다는 이유로,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어른보다 아는 것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말이 자주 묵살된다.
어린이가 아니게 된 지도 한참이다. 나는 이제 어른이지만, 어른들은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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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 글래디에이터 2 / 넘기 힘든 막시무스의 카리스마 / 덴젤 워싱턴의 팔색조 연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글래디에이터 2"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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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파 배우 송요셉이 직접 푸는 단대 동문썰 (유지태, 조승우, 김준호)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영화 럭키부터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트란까지!
감초연기 전문가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했습니다
☑️ License of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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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ople Say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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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aradise - Ikson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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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unny - Ikson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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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Young love - LiQWYD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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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ummer - Julian Av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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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Need Someone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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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Fre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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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Palm Trees (feat. Joey Edwin)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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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Back To Summer - Nekzlo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nekz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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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Luvly - Joakim Karud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joakim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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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ay After Day - Joakim Karud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joakim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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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Blue Sk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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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Bay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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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Nu Island - Day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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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Road Trip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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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Relax - Peyruis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peyr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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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Love Lif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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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Feel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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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plor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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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awn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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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싸반> 메인 예고편
1997년 방콕, 15살 절친 ‘보움’과 ‘이브’는
IMF로 건설이 중단된 부모님의 사톤 타워에서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약속하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힌 ‘보움’은 홀로 살아남아 도망친다.
20년 후, 건물 완공을 위해 사톤 타워에 방문한 ‘보움’과 딸 ‘벨’.
그곳에서 주인을 알 수 없는 낡은 삐삐를 발견한 ‘벨’은 이후 무언가에 홀린 듯 기이한 행동을 보이고,
‘보움’은 딸에게서 죽은 ‘이브’의 흔적을 느끼며 점점 공포에 휩싸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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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행복의 나라> 티저 예고편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 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