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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yun2023-12-25 21:36:28

이 '7년'의 끝은 장엄했도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리뷰

(※ 영화 '명량', '한산: 용의 출현' 스포일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10년에 걸쳐 '이순신 3부작'을 기획한 김민 감독의 마지막 작품인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를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장엄한 마무리였다. 성웅(聖雄) 충무공 이순신의 마지막을 자신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표하는 예우였다.

'노량'은 조선과 왜군 간 7년 전쟁의 끝자락부터 스토리가 시작된다. 전작인 '명량'에서 명량 해전 이후 전황이 뒤바뀐 상황에서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박용우)가 숨을 거뒀고 왜군에게 퇴군 명령이 떨어졌다. 명군 도독 진린(정재영)과 함께 고니시 유키나가(이무생) 군을 봉쇄하던 이순신(김윤석)은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와중에 왜군에게 퇴로를 열어주려는 진린과 고니시를 구원하기 위해 500척의 수군을 이끌고 오는 시마즈 요시히로(백윤식)를 앞두고 이순신은 다시 한번 전투를 준비하게 된다.

'역사가 스포'인 만큼 '명량', '한산'처럼 이미 이 영화가 흘러가는 방향과 엔딩이 어떻게 될지는 교육 과정을 제대로 마친 이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관객들은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를 김한민 감독이 어떻게 재현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관객들이 원하는 역대급 해상 전투 신을 보여주기 위해 김한민 감독은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초반부터 서사 빌드업에 치중한다. 명군에게 퇴각하는 척 속임과 동시 시마즈를 끌어들여 이순신을 꺾으려는 계략을 꾀한 고니시, 고니시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이순신을 생포하려는 시마즈, 왜군의 퇴각을 승리라 여기며 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는 진린, 아들과 부하들의 죽음을 가슴 한 켠에 묻은 채 왜군 섬멸을 외치는 이순신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와 감정선을 디테일하게 풀어낸다.

드라마였다면 느린 호흡으로 캐릭터별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데 할애해도 충분하겠지만, 152분 러닝타임에서 무려 1시간 이상 투자해서 표현한다. 효율적으로 압축하지 못한 채 평면적으로 나열하고 있어 관객들에게 다소 지루하게 다가온다.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는 이순신의 말이 무색해질 정도다.




본격적으로 노량 해전이 시작되는 순간, 지루했던 영화의 분위기가 반전되어 '시간순각'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이는 마치 전작인 '한산'과 비슷한 전개방식인데도 넋 놓고 보게 만든다.

특히 '노량'에서는 '명량', '한산'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야심이 응축된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100분가량 펼쳐지는 최후의 전쟁은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밤부터 여명이 밝아오는 아침까지 조선, 왜, 명나라 3개 군사들이 한데 뒤엉키는 백병전, 한치 양보 없이 치고받는 해상 전술이 한 데 담겨 할리우드 부럽지 않은 스케일과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중 조선, 왜, 명나라가 핑퐁하듯 절묘하게 이어가는 롱테이크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해상 전투와 함께 각국이 처한 상황, 인물들 간 목적 및 욕망들이 묻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전쟁 중 갑자기 튀어나오는 플래시백, 이순신의 내적 감정표현 등이 '명량'에서 지적받았던 과함으로 다가오기 때문. 엔딩에서 장엄하게 표현하며 마무리하긴 하나, 이 부분을 두고 찜찜한 표정을 지을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수많은 배우들이 '노량'에서 나오기 때문에 배우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그중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3번째 이순신을 연기한 김윤석은 앞선 두 배우들과 달리 연기에 힘을 빼면서도 당시 이순신의 감정과 생각들이 이럴 것이며 자신의 방식대로 잘 표현해 냈다. 다만, 진린과 시마즈 등 다른 주요 인물들이 많아서인지 분량 면에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이순신 한 인물에 좀 더 깊게 빠져들고 싶었던 관객들을 100% 충족하지 못했다.

이렇게 김한민 감독이 10년 공들인 이순신 3부작이 막을 내렸다. 시작은 비록 허술했던 부분이 보였으나, 그의 3부작 마무리는 장엄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이순신 3부작 이후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포함한 7년 전쟁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제작한다고 밝혔는데, 과연 드라마로 구현하는 김한민 감독의 앵글이 어떨지 기대된다.

★★★

 



작성자 . J-Hyun

출처 . https://brunch.co.kr/@syrano63/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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