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양남규2023-12-29 11:28:51

[클레오의 세계] 보모와 부모는 다르다

어른이 된 클레오는 사랑을 베풀까?

 

 

클레오의 세계 

 

 

 

해변

영화는 고요한 지중해 바닷가를 보는 것 같았다. 평화롭고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고향 같은 해변이었다. 그러나 언제 폭풍이 몰아치고, 너울이 들이닥쳐 해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었다. 처음과 끝이 극명하게 대비될 정도로 주인공 클레오의 세상은 너무나 넓기만 하다.
모래 위에서 안아주는 엄마, 누나, 남동생이 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폭풍에 휩쓸리지 않았을까? 2023년 극장에 개봉해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은 애프터 썬과 비슷하게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배움과 가족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사람으로서 흑인들의 해변은 낯설었고, 그래서 놀라웠다. ‘클레오와 함께, 영화와 함께 살아생전 한 번도 가지 않을 이국땅을 밟은 기분이었다. 바다는 아름다웠으며, 영리했고, 오래된 전통으로 뭉쳐 있었다. 서울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두 영화를 기억하며

티켓 부스에서 표와 작은 포스터를 하나 받았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쁘띠 마망제작진이 만든 작품이라고 쓰여 있었다. 두 영화 모두 극장에서 재밌게 관람했지만, 감독님이 아니라, 제작진이기에 부푼 기대감을 잠시 내려 두려고 노력했다. 

 

엔딩 크레딧이 끝나며 클레오의 세계는 위에서 말한 두 영화의 장점들을 오묘하게 잘 섞었다고 생각했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어딘지 계속해서 불안이 담긴 시선 주인공을 따라가는 기분을 다시 느꼈다. 영화 쁘띠 마망처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티끌 없이 밝은 모성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두 영화에만 너무 의존하는 것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영화는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들을 화면 3분의 2까지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최근 확대한 피사체 비율을 즐기고 있어, 시각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잔잔한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가 할 수 있는 과감하고 격정적인 기술이라 생각한다.

 

 

 

보모와 엄마

분명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겠다. 순수 악은 악함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조용하던 영화가 새로운 미래에 대한 도전을 맞이하자 급격하게 심각해졌다. 정확히는 주인공 클레오의 한 마디가 화를 돋웠다. 돌이켜보니 나 또한 사랑을 갈구하다 오히려 다른 이를 해친 순간이 있지 않는지 반성했다.

 

더욱 확실해진 것도 존재한다.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기 위해서는, 결국 아이들을 돌보고 키우는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단 것이다. 병으로 엄마를 잃은 클레오의 곁에는 보모가 있었고, 보모의 자식들 곁에는 엄마가 없었다. 영화는 시간이 흘러클레오가 보모의 고향을 방문하자, 그 결과가 얼마나 다른지 잘 보여준다.

 

엄마가 곁에 없던 소녀와 소년은 확실히 엇나간 행보를 보인다. 반대로 보모의 곁에서 사랑을 듬뿍 받은 클레오는 친구들과 사이가 원만하며 웃음과 슬픔에 대한 감정이 잘 발달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사랑에 있어서는 반대다. ‘클레오는 끝없는 사랑을 갈구하며 악한 마음을 갖는다. 반대로 남매는 그런 클레오를 안아주고 용서하며 돌봐주고 함께 웃어준다.

 

 

 

사람은 어떻게 사랑을 받아야 하는가? 사랑받는 것은 당연한가? 사랑은 물건처럼 독차지할 수 있는가? 왜 인간은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는가?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랑 때문에 악 해지는가? 어머니의 정 말고 사랑은 악한 것인가?

 

같은 무수히 많은 고민이 귀갓길에 제 머릿속에서 아우성쳤습니다. 집에 도착해 바로 후기를 작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 여운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이래서 깊은 고민과 생각을 던져주는 영화는 언제나 관람이 즐거운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개봉 전에 초청해 주신 씨네랩 관계자분들께 감사 인사 여러 번 올립니다.

 

시사회도 관객 문제나 영상 사고가 전혀 없이 무탈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느끼시고,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실지 기대가 되네요. ‘클레오의 세계202413일에 개봉 예정입니다. 연초부터 따뜻한 감성과 사랑에 대한 고민을 원하신다면이 영화가 제격이라 생각합니다?

 

 


 

작성자 . 양남규

출처 . 씨네랩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