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1-03 16:03:33
컨텐츠 홍수 속에서 휩쓸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방법
2024년에는 CLOSER TO THE MOMENT NOTE 와 함께 영화, 책, 공연, 전시 등 다양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보세요 물건을 소비하듯, 콘텐츠도 소비하는 시대. 콘텐츠 홍수 속에서 나를 지키키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영화 속 주인공들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또는 지키기위해, 알리기위해 ‘기록’하는데요. 클로저에서 영화와 문화 생활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록노트를 제작했습니다.
내가 어떤 장면에서 무슨 감정을 느꼈고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영화에서 좋았던 대사들을 적어 나가다 보면 기록의 끝엔 나의 취향이 보이기 시작할거에요. 100개의 영화를 기록해보세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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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더우먼1984](2020) - 신발에 주목하라!
최근 이하늬 주연의 SBS 드라마 [원더우먼](2021)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글은 드라마가 아닌 영화 이야기라는 것을 먼저 밝힙니다. 패티 젠킨스(女) 감독의 2번째 원더우먼 영화인 [원더우먼 1984](2020)는 일반적으로 아주 재밌다라고 느끼기 어렵습니다. 1편인 [원더우먼](2017)에서는 조연급의 갤 가돗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동시에 포텐이 터지면서 내세우며 재미를 봤었죠. [원더우먼]이 절대적으로 잘 만들었다기보다, DC 영화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그나마 나았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시리즈의 2번째에서, 너무나 빨리진짜 실력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1편에서는 여러모로 운이 많이 작용했던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만약, 내용에서 큰 재미를 못 보신 분이라면, 신발에 주목하여 다시 한 번 보세요! 거의 신발영화거든요.[원더우먼 1984]에는, 신발에 클로즈업 되는 장면들을 모아봤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스토리를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함께 한 번 보시죠.
[1] 여성슈즈
1. 아이언맨 시그니쳐 컬러를 가진 글래디에이터 타입 신발을 장착한 원더우먼 첫 등장
2. 나중에 빌런이 되는 바바라(크리스틴 위그) 첫 등장. 이 때는 단정한 신발.
3. 호피무늬 킬힐 (원더우먼): 이때부터, 신발에 집중하며 봤는데, 진짜 신발에 클로즈업을 많이 하더라구요. 이 신발을 보고, 바바라는 치타가 되기를 결심한 듯
4. 점점 화려해지는 스타일을 싡는 바바라. 민트색 오픈 토
5. 완전 각성한 바바라 (수수한 신발에서 화려한 발목 스트랩 금장 초고가 신발로)
6. 니하이 부츠 (바바라): 이 스타일은 정말 패피들도 평상시에 입고 다니기 힘듭니다.
[2] 남성슈즈
1. 남자 빌런인 맥스(페드로 파스칼)의 어린시절의 가난함을 찢어진 신발로 표현. 여기까지 신발이 등장하더라구요.
2.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 맥스의 발목에 채찍을 휘감은 원더우먼. 역시 신발 부분. 이것을 위해서 시종일관 신발을 보여주었을지도 모릅니다.
[3] 나이키
1. 대 놓고 나이키 광고 : 나이키 운동화가 신기한 남우조연(크리스 파인).
2. 나이키(바바라)
정말 다양한 신발들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이미 보신 분이라면 신발에 주목하여 다시 한 번 보시고, 보실 분 역시 신발에 주목해 보세요!
전, 패티 젠킨스 감독이 신발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이거 뿐만 아니라 액션과 갤 가돗의 연기에도 신경을 썼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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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해석이 새로웠던, 하지만 집중도는 낮았던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퓨전 사극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밌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하지만 역사 그 자체를 좋아해서 왜곡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개연성이 떨어지는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불호의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시놉시스
학계로부터 다른 실록들에 비해 사실대로 기록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세조실록은 세조가 집권한 지 8년 되는 해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한 40여건의 기이한 이적현상들이 기록되어 있어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조가 세운 원각사를 뒤덮은 황색 구름과 향기로운 4가지 꽃비, 오대산에서 몸을 씻고 있던 ‘세조’의 등을 문질러 피부병을 낫게 해주었다는 문수보살, 금강산을 순행하던 ‘세조’ 앞에 나타난 담무갈보살 등 세조실록에 기록된 이적현상을 비롯해 세조의 가마가 지나가자 스스로 가지를 들어올린 속리산의 소나무(정이품송, 천연기념물 제103호), 자객으로부터 세조의 목숨을 구한 고양이까지 야사로 전해지고 있는 수많은 기이한 현상으로부터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시작된다.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되어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린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현상들 뒤에 풍문조작단이 있었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팩션 사극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사적 기록들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반영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주호 감독의 연출의도처럼 끊임없이 충돌하는 권력자들의 욕망과 풍문을 조작하는 광대패의 모습, 이에 들썩이는 조선 팔도의 풍경까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묘하게 맞닿으며 기시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과 우리의 현실을 덧붙여 흥미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의문을 풀어준 것은 고맙지만 거기까지..ㅎㅎ세조실록에 기록된 다양한 기이한 현상들. 40여 개에 달하는 이 현상에 대해 명확한 해석이 이뤄지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답답했었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 광대들이 이러한 일들을 꾸미지 않았을까? 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줘서 나름 괜찮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이 작품이 인기가 없었던 이유는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을 제공하긴 했지만 그 다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대들이 세조로부터 돌아선 민심을 회복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 것이라는 큰 맥락이 이미 영화 전반부에 드러나기 때문에 처음 기이한 현상의 궁금증이 해결될 때는 오!! 그랬구나 하는 흥미가 발생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별 감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명회의 지시 → 광대들 조작 → 민심 동요 → 세조 짱이야' 이와 같은 구조가 4번 정도 반복이 되다 보니 솔직히 영화 중후반까지는 굉장히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래서 관객들의 평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진짜 광대는 한명회
필자는 이 작품에서 진짜 주인공은 한명회라고 보았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비율로 따지면 광대들만큼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한명회의 야심이 드러나면서 이 영화는 한명회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작품이구나 라고 느껴졌다.초반 한명회는 세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충신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야심이 드러난다. 광대들의 수장 덕호에게 "왕이 내게 무릎 꿇을 이야기를 만들어줄 수 없겠나?"라고 눈물을 보이며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면서, 어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이렇게까지 연극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조를 무릎 꿇리고 세자에게 양위하라는 압력을 넣으면서 "세조 그대는 나의 가면이었소"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이 모든 판을 짜고 자신 주위의 인물들을 판의 말로 세워둔 것이라 밝힌다.
이 모든 서사는 한명회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광대놀음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햔명회, 내가 알고 있는 광대 중에 당신이 최고의 광대였소." 영화 말미 덕호의 대사를 통해 이 작품의 주인공이 한명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캐릭터별 무게감이 너무도 달랐던 작품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 흥행을 하지 못한 이유를 한 가지 더 찾아보자면 캐릭터별로 무게감이 달랐다는 점이 그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코미디면 코미디, 드라마면 드라마, 느와르면 느와르 장르를 명확히 하지 않고 덕호를 비롯한 광대패들의 분위기는 코미디인 반면, 한명회와 세조는 너무나도 무게를 잡고 있어서 이 경중이 맞지 않았다. 이 차이 때문에 화면 자체가 튄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한명회가 회맹의식을 앞두고 춤을 추는 장면 역시 만약 이 작품이 무게감을 완벽히 주고 정치느와르라는 장르에 집중했다면 그 장면이 굉장히 무게감이 있는 컷으로 다가왔을 만큼 명장면이었을텐데, 이러한 장르 혼재와 캐릭터별 경중의 차이 때문에 왜 등장한거지? 뭐지?하는 감정밖에 들지 않아서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 장면에서 손현주의 한명회 연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을만큼 최고였지만 연출적인 부분에서 제대로 살리지 못해 굉장히 아쉬웠다. 이처럼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역사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본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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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섬'에서 완벽한 짝 찾기
우리는 나에게 잘 맞는 완벽한 짝을 찾는다. 단순히 성욕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는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 요즘은 연인을 찾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 그 존재를 찾기도 하고 인터넷의 커뮤니티나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많은 것이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메신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좋은 사람을 찾는다.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자신에게 정말 잘 맞는 사람을 어떤 식으로 잘 찾아낼 수 있을까.
처음 볼 수 있는 정보는 상대방이 등록해 놓은 프로필을 통해서다. 간단한 문장과 나이, 정보와 사진을 바탕으로 이 사람이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를 판단한다. 그 사람이 나에게 완벽한 짝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 사람과 맞을 확률은 반반이라는 의미다. 누군가를 찾고 싶다는 욕구는 그 낮은 확률에 기꺼이 도전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누가 나올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건 위험을 감수하는 도박과 같다. 오늘 이 사람과 잘 안되더라도 내일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기회의 가능성은 무한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더 완벽한 사람을 찾는 노력을 시도하는 것 같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앱 개발자의 이야기
넷플릭스에 공개된 시리즈 [썸바디]는 데이팅 앱 개발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김섬(강해림)이라는 캐릭터는 천재적인 앱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썸바디라는 데이팅 앱을 개발해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의 양상 중 하나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김섬은 개인주의 성향이 있고, 공감능력이 조금 떨어지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나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잘 캐치하지 못해 어린 시절부터 엄마로부터 조금 다른 교육을 받아 훈련해왔다.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사회생활을 해오고 있었지만 그에게도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짝을 찾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데이팅 앱 썸바디에서 계속 채팅 상대를 찾는다. 우연히 연쇄살인범 윤오(김영광)와 채팅을 시작하고 실제로 만나게 되면서 서로에게 이끌리고 결국 가까워지는 과정이 이야기 내내 이어진다.
이야기 속 김섬은 이름처럼 수많은 동료와 친구 사이에서 '섬' 같은 존재다. 일반 사람과는 조금 다른 특성 때문에 직장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조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그는 채팅 AI를 개발해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 AI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그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라면서 엄마를 제외하면 그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지는 못한 것 같다. 기원(김수연)이라는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들이 완전히 서로를 이해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기원은 친구로서 김섬을 걱정하긴 하지만 원래 성향과 성격을 그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김섬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완전히 친구에게 드러내지는 못한다.
연쇄살인범인 윤오는 우연히 앱을 통해 만난 여자를 살해하게 되면서 남을 속여 살인하는 행위를 즐기게 된 인물이다. 첫 살인 전에는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살인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를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지만 철저히 자기 자신을 '섬'으로 만든다. 스스로 만든 그 섬에서 자신만의 취미인 살인을 계속해나가고 꽤나 완벽하게 뒤처리를 해낸다. 그가 그런 어둠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든 매개체가 바로 김섬이 만든 썸바디라는 앱이다. 썸바디를 통해 누군가를 만나면서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꽤 긴 시간 동안 살인을 계속할 수 있었다.
각자의 '섬'에서 맞는 짝을 찾는 과정과 그 안의 기묘한 분위기
원래 성향 때문에 사회적으로 '섬'에서 따로 살았던 김섬이 우연히 후천적으로 '섬' 속에 살고 있는 윤오를 만나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건, 아마도 당연할 것이다. 각자의 섬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던 두 사람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리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벗어나 자신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완벽한 짝을 만난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는 건 무척 자연스러운 것이고 영화 중반 이 둘이 실제로 만나 대화를 하고 에로틱한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영화가 스릴러의 외피를 쓴 멜로처럼 보인다.
영화에는 목원(김용지)이라는 무당도 등장한다. 기원의 친한 언니인 이 캐릭터는 레즈비언인데 어찌 보면 이 캐릭터 역시 남들에게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섬'에 살고 있다. 그래서 김섬과 친구인 기원은 김섬이라는 인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목원은 김섬의 성향과 하고자 하는 바를 꽤 명확하게 이해하고 도움을 준다. 여기에는 자신만의 '섬'에 살고 있는 김섬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목원의 감정이 꽤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시리즈는 <해피엔드>, <은교>, <유열의 음악앨범>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작품이다. 특이한 캐릭터인 김섬이라는 캐릭터를 천천히 설명하고 연쇄살인범 윤오와 가까워지는 과정을 독특하게 그려냈다. 특히나 여배우인 강해림을 주연으로 등장시키면서 김섬이라는 인물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꽤나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김섬의 특성과 성향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첫 주연을 맡은 강해림도 과감한 연기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연쇄살인범 윤오 역을 맡은 김영광은 무척 어둡고 무서운 인물을 무척 잘 소화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김영광의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된 배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의 이야기 전개 속도는 다소 느리다. 그만큼 각 인물들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준다는 의미다. 각자의 '섬'에 살고 있어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인물들의 서사를 각각 보여줌으로써 인물들이 가는 방향을 보여주면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이 인물들은 모두 완벽한 짝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야기 안에서도 그들은 데이팅 앱에서나 바에서 자신이 원하는 짝을 찾으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찾은 짝과 어떤 결말이 지어질지 궁금해하며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게 된다.
초반 에피소드에서 느린 전개 속도로 조금 따라가기 힘들기도 하지만 후반부에는 영화가 가진 기묘한 느낌이 이야기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일반적인 멜로나 스릴러보다는 조금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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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일주일 중 가장 힘든 수요일 Hump Day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4월 넷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웅남이> 베트남 박스오피스 1위 차지
ⓒ 네이버 영화
해외 배급을 맡은 CJ ENM과 박스오피스 베트남에 따르면, 박성광 감독의 영화 <웅남이>가 베트남에서 개봉 3일 만에 베트남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다고 합니다. <웅남이>는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는 ‘웅남이’의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입니다. <웅남이>는 지난 7일 개봉된 대만을 시작으로 베트남에서도 개봉하며, 국내의 코믹 신드롬을 해외에서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허광한, 백상예술대상 시상자로 내한
ⓒ 네이버 영화
<상견니>로 국내에서도 다수의 팬을 보유하고 있는 배우 허광한이 오는 4월 28일 개최되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의 유일한 외국 배우 시상자로 초청된 배우 허광한 주연 영화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국내에서 5월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음 소희>, 해외 영화제 연이어 수상 쾌거
ⓒ 네이버 영화
배우 배두나와 김시은 주연작 <다음 소희>가 제45회 크레떼이유 국제 여성 영화제 젊은 관객 부문 최우수 장편 영화상, 제3회 랭스 폴라 스틸러 영화제 심사위원상, 제21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한편, <다음 소희>는 프랑스에서도 현지 유력 언론 매체들로부터 찬사를 얻었고, 개봉 2주 차에 51,68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상영관 수가 확대되기도 하였습니다. <다음 소희>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이선균·주지훈 주연 <탈출>, 칸 국제영화제 초청
ⓒ CJ ENM
이선균·주지훈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가 오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었습니다. 영화는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연쇄 재난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신과 함께> 시리즈의 연출을 맡았던 김용화 감독이 제작을 맡았고, <굿바이 싱글>을 연출한 김태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트와일라잇>, TV 드라마로 제작
ⓒ 네이버 영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은 소설, 영화 시리즈 <트와일라잇>이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미국 매체 '더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드라마 <트와일라잇>은 라이온스케이트에서 개발 중이며, 원작자인 스테파니 메이어가 제작에 참여하고,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 5편의 프로듀서였던 윅 갓프레이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게 되었다고 합니다.
<엘리멘탈>,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
ⓒ 네이버 영화
영화 <엘리멘탈>은 불, 물, 흙, 공기인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엘리멘탈>은 <업>, <인사이드 아웃>, <소울>에 이어 4번째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입니다. <엘리멘탈>은 개봉 전부터 놀라운 작품성과 독창적인 비주얼로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주 만에 매출 1조 원 돌파
ⓒ 네이버 영화
닌텐도 인기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영화화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개봉 18일 만에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영화는 미국 포함 아메리카·유럽·호주 등에 개봉한 후 23일까지 누적 매출 8억 7,183만 달러(약 1조 1,634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제작비 1억 달러의 8배가 넘는 기록입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오늘(26일) 국내 개봉하였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곧 주말이 다가오니 조금만 더 힘내서 시간을 보내봅시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HIZY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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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만큼이나 중요한 상생
타임 루프에 갇힌 인물들은 어디로 향할 수 있는가. 루프를 탈출하거나, 하지 못하거나. 선택지는 두 개뿐이다. 루프에 속박된 세 인물(나일스, 세라, 로이)을 응시하는 영화 <팜 스프링스>(2020)는 남녀의 로맨스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로이라는 제3의 인물이 나일스와 호응하는 지점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로이는 나일스로 인해 세라보다 먼저 타임 루프에 갇힌 인물이다. <팜 스프링스>는 루프에 빠진 인물을 셋이나 등장시킨다. 세 사람 모두 루프에서의 삶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영화는 충분히 실존적 고뇌를 다층적으로 다룰 수 있다. 하지만 <팜 스프링스>는 진중함 대신 장르의 질감을 덧대는 경쾌한 무드를 선택한다. 허무맹랑해 보여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감싸는 감정선 자체를 부각하겠다는 영화의 태도는,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로 전이되어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
로이는 루프 속에서의 삶을 전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일스를 증오한다. 그렇게 타임 루프에 갇힌 두 남자의 촌극이 벌어진다. 로이는 계속해서 자신의 인생을 망쳐 버린 나일스에게 응징한다. 그는 나일스를 고통스럽게 죽이지만, 어찌 됐든 두 사람은 절대 루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로이는 병원 신세를 진 이후 심경에 변화가 왔다고 고백한다. 로이는 나일스에게 말한다. 너만의 안식처를 찾아라. 내면의 혼돈을 잠재울 안식처 말이다. 로이는 당연히 예정된 미래를 알고 있다. 알면서도 그 자체를 수용한다. 딸이 이따가 자신을 곰으로 그릴 거라면서 사소한 일상을 긍정하려는 로이의 태도는 <컨택트>(2016) 속 루이스 박사의 심적 결단과도 맞닿아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을 만끽하는 로이처럼, 나일스도 안식처를 찾아낸다. 바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공허했던 그를 채우는 건, 진정한 사랑이다.
나일스는 루프 이전의 기억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반복되는 하루에 속박된 채 살아왔다. 수도 없이 반복되는 하루에 지친 나일스의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그는 우연히 세라를 루프로 끌어들이고 만다. 세라는 로이처럼 그 즉시 루프에서의 삶을 거부하지만, 결국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나일스는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세라에게 거들먹거린다. 무슨 짓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루프 속에서 나일스는 흡사 신처럼 보인다. 반복되는 하루의 리듬을 관장하는 절대자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나일스가 루프를 지배한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까운데, 나일스는 루프에 속박된 채, 무용함에 잠식된 인물이다. 루프에서 느끼는 권태감을 슬쩍 매만지는 정도로만 만족하고, 반복되는 안정감에 안주한다.
나일스는 루프에 남으려 하고, 세라는 루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나일스가 루프를 떠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에게 있다. 그는 루프에서 벗어난 상황을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반복에 익숙해져 있다. 세라는 어쩌면 나일스의 공허감을 채워주는 인물이다. 우리는 오늘만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자신만의 삶의 리듬을 찾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세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루프에서의 삶은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로이처럼 성찰과 사색을 거쳐 실존적 의미를 발전시킬 때만 의미가 있는가? 어쩌면 루프에서의 삶이든 루프를 벗어난 삶이든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일스와 세라는 여전히 반복해온 루틴대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듯 보인다. 영화는 두 인물이 루프에서 벗어났다고 느끼는 순간을 강조하지 않는다. 삶을 감각한다는 건, 어쩌면 고독이 아닌 상생에서 시작된다. 로이는 세라로 인해 그만의 안식처를 찾았다. 나일스와 세라 또한 서로를 들여다보고, 삶을 지속할 힘을 얻는다. 따라서 함께하는 순간을 지속해서 담아내려는 <팜 스프링스>의 유쾌한 화법은 여러 장르의 결합과 변주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걸지도 모른다.
본 콘텐츠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은 '영화 <팜 스프링스>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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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기자와 국가, 그리고 한 개인의 변화를 논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뉴스 채널의 간판스타인 ‘프랑스 드 뫼르(레아 세두)’는 성공한 언론인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물론 그녀의 삶이 완벽하지는 않다. 소설가 남편과의 불화와 학업에 관심이 없는 어린 아들의 존재는 그녀를 괴롭힌다. 완성도 높은 그녀의 리포트는 현실과 조작 사이에서 줄을 타며 그녀의 약점이 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길 위에서 발생한다. 프랑스는 운전 중에 모로코계 이민자 출신 남성 바티스트의 오토바이와 충돌하고, 이 교통사고는 뉴스가 된다. 언제나 기자이자 동시에 프랑스의 대표자였던 그녀는 한 개인으로서 어떻게 대처할지 알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점점 당황하고 흔들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한다.
신화는 그저 옛날이야기 취급을 받으면서도 때때로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과 교훈을 준다.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의 형벌이 그렇다. 교활한 자로 알려진 그는 제우스의 치부를 드러내고, 하데스와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속여 두 번째 삶을 누리며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혔다. 그러자 신들은 그의 죄에 대해 평생 산 정상으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형벌을 내려 무의미한 노동 속에 시시포스를 영원히 가두었다.
흥미롭게도 시시포스의 형벌은 인간 삶에 대한 비유와도 같다. 바위를 산 정상에 올리는 행위로 시시포스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바위를 움직인다. 알베르 카뮈가 지적했듯이 설령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 해도 바위를 올리며 스스로 움직이는 그 순간만큼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시포스는 신들이 의도한 무의미함에 굴복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상황에 처하든 삶의 순간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즐길 때 비로소 진짜 살아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진정한 삶의 변화는 그 결과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때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2021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던 브루노 뒤몽 감독의 영화 <프랑스>는 이러한 시시포스의 교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프랑스>는 '프랑스'라는 이름의 한 기자, 국가, 개인의 변화에 대해 말하지만, 그 변화를 결과로써 설명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영화는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하는 굴레에 갇여 있다 하더라도, 시시포스처럼 지금 이 순간의 현재를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 자체가 변화라고 이야기한다.
기자 프랑스의 변화
기자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이견 없이 가장 먼저 발언권을 얻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지닌 스타다. 특히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프랑스의 모습은 왜 그녀가 스타 기자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녀는 진행자로서 국제사회 이슈를 전달하고, 냉철하고 중립적인 태도로 정치인과 평론가들을 상대한다. 필요하다면 사헬 지역의 폭탄 사이를 뛰어다니며, 대통령을 당황시키는 질문을 거침없이 던지기도 한다. 또 촬영과 편집까지 신경 쓰며 화면에 담길 자신의 모습을 기획하는 데 능숙한 프로페셔널한 기자의 모습도 보여준다.
반면 후반부에 묘사되는 프랑스는 앞서 만나 본 그 기자가 아닌 듯싶다. 특히 영화 후반 바다로 국경을 넘는 난민에 대한 취재에선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다른 이에게 업혀 배에 탑승하거나, 난민들이 탄 배에서 필요한 때에만 영상을 찍은 후 더 쾌적한 요트로 넘어가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식이다. 물론 최종적으로 편집된 리포트 속 프랑스는 여전히 현장을 뛰어다니는 열정적인 기자이지만, 그 과정에서 프랑스는 이전과 매우 다른 인물처럼 보인다. 실제로 리포트 속 거짓이 밝혀지자 그녀는 격렬한 비난에 직면한다.
그러나 영화는 겉보기와 달리 전후반부의 기자 프랑스가 사실 변한 게 없음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그녀는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지만, 대통령의 답변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기 위한 퍼포먼스였기 때문이다. 전쟁지역을 생생히 담은 그녀의 리포트 역시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가로지르는 '연출'이라는 행위를 통해 얻어진 결과에 불과했다. 단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짓됨과 동시에 진실된 그녀의 행동이 어떤 모습으로 포착됐는지만 다를 뿐이다.
국가 프랑스의 변화
변화 없는 기자 프랑스는 변하지 않는 국가 프랑스와도 오버랩된다. 레아 세두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 선명해지는 하얀 피부, 빨간 입술, 파란 눈동자의 조화가 상징적이듯이 영화는 '프랑스(국가)'와 '프랑스(레아 세두)'를 교묘하게 섞어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강대국이지만 사회 내적으로 문화와 인종의 차이로 인해 분열이 가속화되는 프랑스의 모습은 사회적 성공과 별개로 가족과 여러 불화를 겪는 프랑스의 일상을 닮았다.
이때 프랑스가 직접 취재하러 가는 사헬 지역은 변하지 않는 국가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사하라 사막의 남쪽 경계인 사헬 지역은 아직 프랑스군이 주둔하며 테러집단을 막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프랑스군 주둔은 테러를 감소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지역 주민들의 프랑스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 식민주의 제국으로서 북아프리카를 지배했던 프랑스가 모양새만 다를 뿐 다시금 식민주의적 접근을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정치, 경제, 군사⋅안보 영역에서 아프리카에서 과거 자신의 식민지였던 국가들과 프랑사프리크(Françafrique)라고 불리는 후견 관계 및 불투명한 인맥 네트워크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보니 프랑스군의 주둔은 이 관계의 신식민주의적 성격을 강화하는 듯 보인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가 자신과 접촉사고를 당한 바티스트 집을 방문해 "제 행동의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프랑스 개인은 물론 국가의 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기자이자 국가로서 프랑스는 같은 선택을 반복하며 무의미하게 돌덩이를 정상까지 올리는 듯 보인다.
개인 프랑스의 변화
흥미로운 것은 미디어와 저널리즘 군상 혹은 한 나라가 처한 상황에 대한 풍자나 비판처럼 느껴지려는 차에, <프랑스>가 반복의 무의미함을 벗어날 힌트를 한 개인인 프랑스의 내면으로부터 찾는다는 점이다. 뒤몽 감독이 자신의 관심이 “오직 프랑스라는 인물의 내면에 있다”라고 밝힌 것처럼. 실제로 국가로서도 저널리스트로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던 프랑스는 그저 한 개인일 때 비로소 균열과 변화를 경험한다. 항상 거시적인 차원에서 세상에 접근하던 그녀는 접촉사고를 계기로 타인과 일대일 관계를 맺게 되고, 그로부터 비롯된 인연은 한 가지 깨우침을 되돌아온다.
후반부 다니엘과의 대화는 그 정점이다. 벗어날 수 없는 삶의 무게에 체념했고, 더 이상 삶은 변화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 듯한 프랑스. 그녀는 살인 강간범이라는 전과 이력을 알고서도 20년간 남편과 함께 살았던 그녀에게 정말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믿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다니엘은 수 차례에 걸쳐 사람의 변화를 믿는다고 대답한다. 이러한 다니엘의 답은 영화의 첫 장면, 엘리제 궁에서의 기자회견과도 일맥상통한다. 프랑스는 "현재의 프랑스 사회를 관통하는 '반란적' 상황에 대해 무관심인지 무기력한 지" 묻는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선의 여지는 많고 무관심한 적은 없었다"라면서 국가인 '프랑스'와 영화 내 인물이자 기자인 '프랑스' 모두에게 답한다. 다니엘과의 인터뷰 후에 올 때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해변을 보면서 프랑스가 아름답다고 감탄하며 변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뒤몽 감독은 씨네유로파와 인터뷰에서 "이 세계의 진실이 아니라 하나의 '질적 변화(metamorphosis)'"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를 선과 악, 진실과 거짓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대신 그저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현재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는 '죽다'와 '부활하다'의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 'de meurs'가 프랑스의 풀 네임인 'France de meurs'에 포함된 이유이기도 하다. 진보와 이상은 죽었고 현재만 남았다는 대사에 걸맞게, 프랑스는 달라지지 않는 반복 속에서 벗어나 현재와 순간 속에서 시시포스처럼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분명 뒤몽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 난해하고 어렵다. 영화가 끝난 후 검색을 해야 비로소 알 수 있는 프랑스의 사회 정치적 이슈들과의 연관성은 진입장벽이 된다. 또 쉽게 접하기 힘든 촬영 방식은 영화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카메라와 붐 마이크가 화면 안에 등장하는 것은 예삿일이다. 카메라는 차 안의 모습을 몰래 찍기도 하고, 인물의 바로 밑과 위에 위치하기도 한다. 제4의 벽을 넘어서는 듯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파란 두 눈은 그녀가 레아 세두인지 프랑스 드 뫼르인지를 분간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낯섦은 영화에 대한 호불호의 간격을 좁히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낯선 접근법이 신선함이 될 때, 이는 상반된 이미지를 천연덕스럽게 오가며 서로 다른 세 층위의 프랑스를 하나의 접점으로 연결시키는 레아 세두의 연기와 만나 <프랑스>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기도 한다. 자칫 '유명인의 시련, 좌절, 그리고 극복'이라는 뻔한 이야기에 묻힐 수 있었던 '프랑스'의 변화가 기자, 국가, 개인의 맥락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습을 드러내며 깊은 사유의 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A(Acceptable 무난함)
이 복잡한 이야기를 얼굴과 표정, 눈물만으로 담고 또 전달하는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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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결산 - 리뷰는 못 했지만 추천하는 독립영화 7작품 l 상 1편 ( #로그인벨지움 #빛과철 #혼자사는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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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따뜻한 연말 보내고 계신가요!
또 1년이 이렇게 지나가네요...! 어느덧 유튜브를 시작한지도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올해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죠!
시기가 많이 아쉽긴 하지만, 더 많은 작품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이번 연말결산 영상에서는 제가 리뷰는 못했지만 극장에서 보고 추천드리는 작품들을 준비해보았는데요!
영상이 조금 길어서 3작품, 4작품 나누어서 올릴게요 :)
그럼 내일도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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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리뷰 (스포일러 O) - 정답보다 중요한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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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이야”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기피 대상 1호인 `이학성`은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는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를 만난다.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한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치며
`이학성` 역시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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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신공룡> 2차 예고편
도라에몽 50주년 기념대작!
오리지널 스토리로 돌아온 진구와 쌍둥이 공룡의 대모험!진구는 공룡 엑스포 화석 발굴 체험에서 발견한 화석을 공룡알이라고 굳게 믿는다.
도라에몽의 비밀도구 타임 보자기로 화석을 되돌리자 새로운 종의 쌍둥이 공룡이 태어났다!
진구를 닮아 미덥지 못한 큐와 말괄량이 뮤.
사랑을 듬뿍 주며 키우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진구는
큐와 뮤를 원래 시대로 데려다 주기로 결심하고,
친구들과 함께 6,600만 년 전 백악기로 모험을 떠난다!
도라에몽의 비밀도구와 공룡들의 도움으로 공룡의 발자국을 따라
진구와 친구들이 도착한 곳은 바로 수수께끼의 섬.
공룡이 멸종했다고 알려진 백악기에서 큐와 뮤, 그리고 진구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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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장난 론> 메인 예고편
최첨단 소셜 AI 로봇 ‘비봇’이 모든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 세상.
비봇을 갖는 것이 유일한 소원인 소심한 소년 ‘바니’에게도
드디어 ‘론’이라는 비봇이 생겼다.
그러나 첨단 디지털 기능과 소셜 미디어로 연결된 다른 비봇들과는 달리,
네트워크 접속이 불가능한 고장난 '론'
자유분방하고 엉뚱한 '론'으로 인해 벌어지는
엉망진창, 스릴 넘치는 모험을 함께하며
'바니'는 진실한 우정이 무엇인지 점점 깨닫게 되는데..
<인사이드 아웃> & <인크레더블 2> 제작진이 선사하는
새로운 우정과 특별한 모험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