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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4-01-14 23:05:50

떡밥 회수 성공! 딱 그만큼만

영화 <외계+인 2부> 리뷰

 

<외계+1>가 공개되고, 1년 반 만에 2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초반 스타트가 좋지 않았던 터라 반환점을 돌고 마무리를 향해가는 길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2부는 1부에서 뿌려 놓은 떡밥을 회수하는데 성공한다. 액션, 코믹 등 보는 재미도 괜찮다. 하지만 딱 그만큼 만이다. 멋지게 결승점으로 들어오기에는 태생적으로 힘이 부족하고, 뿌려 놓은 떡밥을 거둬드리는데 급급하다. 마치 2부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치보다 높게 잡고 가다 마지막에 가서야 이 모든 사실을 깨닫고 회수에 무게 중심을 두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2022년 외계인 죄수들에게 쫓기던 중 가드(김우빈), 썬더(김우빈)와 함께 고려 시대로 도망친 이안(김태리)은 홀로 성장하며 신검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신검을 찾아야 미래로 복귀하고,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막을 수 있기 때문. 외계인 자장(김의성)은 이안을 계속 추격하고, 무륵(류준열)은 이안을 도와 적들을 막는다.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은 무륵 안에 뭔가 있음을 직감하며 그를 계속 쫓고,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는 눈을 뜨기 위해 신검을 찾아 나선다. 한편, 2022년 서울에서는 외계인의 정체를 알게 된 민개인(이하늬)은 자신만의 대결을 준비하기 위해 채비를 한다.

 

 

 

 

1부가 방대한 세계관을 소개하고, 인물들의 전사를 소개하는 등 빌드업에 치중했다면, 2부는 이를 발판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스피디한 전개와 화끈한 웃음, 그리고 이안과 무륵의 관계에 집중한다. 여기에 약간의 반전이 추가되면서 1부와 다른 2부만의 면모를 보여준다. 1부를 안본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로 초반 이안의 내레이션을 통해 전사를 확인할 수 있으니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2부는 1부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50여 가지의 편집본을 완성한 최동훈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전보다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이 세계관에 빠져들 수 있도록 스토리와 액션 등 장르 영화의 재미를 부각시켜 진입장벽을 낮췄다. 하지만 1부의 단점이 2부에서 충분히 메워졌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최동훈 감독이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중심 주제가 이 시리즈에서는 너무 가볍게 다뤄지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러 인물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하나의 물건을 가지려는 케이퍼 장르의 특장점이 도드라져 있다는 것,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말맛이 넘치는 대사,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과 이를 알아가는 진득한 과정에 있다.

 

 

감독이 창조한 캐릭터의 공통점 중 하나는 가명 혹은 12역 이거나, (본의 아니게) 남을 속이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범죄의 재구성>의 최창혁(박신양), <도둑들>의 마카오박(김윤석), <암살>의 안옥윤(전지현), 후자는 <타짜>의 고니(조승우), <암살>의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이 왜 가명을 쓰고 남을 속이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저마다 각자의 이유가 있지만,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찾아가기 위함에 있다. 특히 안옥윤은 후반부 쌍둥이 자매로 연기하며 자신은 친일파 집안의 딸임에도 이를 부정하고 독립군으로 사는 것을 결정한다. 고니는 구라가 판치는 도박 세계에서 발은 담근 후, 마지막 아귀(김윤석)와의 승부에서는 구라가 아닌 진실로 승부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이 시리즈에서도 이안과 무륵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인간의 몸속에 외계인이 들어가는 설정에 기반, 자신의 몸에 설계자 혹은 누군가가 들어간 것으로 여기는 무륵은 계속 자신의 정체성에 물음표를 갖는다. 얼뜨기 도사인지 설계자인지, 그렇다면 부채에서 검을 집어 든 도술은 누구의 힘에서 비롯됐는지에 대한 궁금증 말이다. (스포일러라 밝힐 수 없지만)후반부 그는 이 모든 실타래가 풀린 후 멋지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성장한다. 이안도 무륵과 같은 내면의 여정을 겪은 후 똑같은 결과물을 얻는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 얕고 빠르다. 무륵과 이안의 내면과 그 고민을 들여다보려고 하면, 어디선가 코믹함이 가미되고, 액션이 난무한다. 그리고 말 한마디와 장면 한마디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든다. 관객 또한 두 인물의 고민에 동참하고 그의 심리를 따라가려고 하지만, 그런 틈이 없다. 물론, 장르 영화에서 이런 부분은 부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면 마다 캐릭터와 상황이 붕 뜬 느낌을 주는 시리즈 특성상 조금이라도 지면에 발을 딛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꼭 필요했다. 그래야 캐릭터에 마음이 가 닿으니까 말이다.

 

 

 

극 중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만남에는 헤어짐이 정해져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의 활용도 아쉽다. 영화는 이 말을 빌려, 서로 다른 시간과 세계에서 온 이들이 관계를 맺고 힘을 합쳐 외계인을 물리치는 이들의 관계, 더불어 결국 자신의 세계로 남고 떠나야 하는 이안과 무륵, 이안과 유사 가족(가드, 썬더)의 관계를 설명한다. 함축적으로 그 의미와 메시지 전달에 용이하지만, 주마간산의 느낌은 배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와 가장 닮은 <전우치>가 다른 전작들보다 완성도가 낮게 평가되는 건 이번 시리즈가 간과한 이 부분이 결여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우치>에서 마음이 가는 건 주인공 전우치(강동원),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 인경(임수정)도 아닌 치매 걸린 노파의 예언(운명)에 굴복하는 화담(김윤석)이다. 도사인 줄 알았지만, 요괴였고, 운명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 운명에 따라가게 되는 이 인물은 전우치와 인경보다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전우치와 인경과 달리, 화담이란 캐릭터가 가진 무게감과 생각할 거리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외계+ 2>는 재미있게 즐기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외계인이 나오고, 신선, 도사가 나와 한바탕 신나게 노는 영화가 이 세상 어디 있으랴.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뿐이다. 아쉽다. 360억 원의 제작비를 떠나서, 그동안 다수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해 나갔던 감독의 영화라서 더 그렇다. 인생은회자정리 거자필반아니던가. <외계+> 시리즈는 이제 떠나보내고, 감독의 장점이 담긴 작품으로 돌아오길. 갈고 닦은 그만의 신검으로 관객의 가슴에 '' 찍어주길 바란다.

 

 

사진 제공: CJ ENM

 

 

 

평점: 2.5 / 5.0

 

한줄평: 떡밥 회수 성공! 딱 그만큼만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runch.co.kr/@zzack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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