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19 09:34:16
3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디즈니의 새로운 프린세스 실사영화 <백설공주> 개봉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가 올해 최저 주말 수익을 기록한 가운데, 야심 찬 대형 영화가 개봉합니다.
바로 디즈니의 프린세스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 <백설공주>는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연출한 마크 웹이 감독을 맡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던 레이첼 지글러와
<원더우먼>의 갤 가돗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디즈니의 프린세스 실사영화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배우로 더 익숙한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을 맡은 <신데렐라>, 엠마 왓슨이 주인공 ’벨’을 연기한 <미녀와 야수>,
국내에서도 천만 관객을 불러들인 <알라딘>, 뮤지컬 <시카고>의 영화판을 감독한 롭 마샬의 <인어공주>가 있었죠.
과연 <백설공주>는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백설공주
SNOW WHITE

개요: 판타지, 뮤지컬 | 미국 | 109분
감독: 마크 웹
주연: 레이첼 지글러, 갤 가돗, 앤드류 버냅
개봉: 2025.03.19.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눈보라가 몰아치던 겨울 밤 태어난 백설공주. 온정이 넘치던 왕국에서 모두의 사랑을 받았지만, 강력한 어둠의 힘으로 왕국을 빼앗은 여왕의 위협에 숲으로 도망친다. 마법의 숲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백설공주는 신비로운 일곱 광부들과 만나게 되며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마음속 깊이 숨겨진 용기와 선한 힘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여왕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는데…
블랙 백
Black Bag

개요: 드라마 | 미국 | 94분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주연: 케이트 블란쳇, 마이클 패스벤더, 마리사 아벨라, 톰 버크, 나오미 해리스, 레게장 페이지, 피어스 브로스넌
개봉: 2025.03.19.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뛰어난 정보력과 고도의 심리전에 능통한 요원 ‘조지’와 날카로운 직관력을 가진 정보 분석가 ‘캐슬린’은 모두가 선망하는 정보국 대표 부부. 어느 날, 수천 명을 죽음에 빠트릴 수 있는 정보국의 기밀 기술이 내부 배신자에 의해 사라지고 ‘조지’는 사건에 얽힌 5명의 요원을 주목하지만 모든 증거는 그의 아내 ‘캐슬린’을 향하는데… 흔들리는 믿음, 깊어지는 의심 단 7일, 진짜 스파이를 찾아야 한다!
플로우
FLOW

개요: 애니메이션 | 벨기에 | 85분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
개봉: 2025.03.19.
배급: 판씨네마㈜

줄거리
파도가 끝나는 곳, 고양이의 모험이 시작된다! 인간이 살았던 흔적만이 남아있는 세상, 홀로 집을 지키던 '고양이'는 갑작스러운 대홍수로 평화롭던 일상과 아늑했던 터전을 잃고 만다. 때마침 다가온 낡은 배에 올라탄 '고양이'는 그 안에서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를 만나고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하고 팀을 이뤄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간다.
컴패니언
Companion

개요: 스릴러 | 미국 | 97분
감독: 드류 행콕
주연: 소피 대처, 잭 퀘이드, 루카스 게이지, 메간 수리, 하비 길렌, 루퍼트 프렌드
개봉: 2025.03.19.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서로에게 딱 맞는 커플 ‘아이리스’와 ‘조시’는 친구들과 함께 호숫가의 별장으로 호화로운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는 충격적인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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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디> -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웬디 (Wendy, 2020)
개봉일 : 2021.06.30 (한국 기준)
감독 : 벤 제틀린
출연 : 데빈 프랑스, 야수아 막, 게이지 나퀸, 개빈 나퀸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웬디>는 피터팬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피터팬이 아닌 웬디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네버랜드 모험기를 담은 영화다. 등장인물들과 아이들의 세상 네버랜드라는 공간,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라는 설정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원작 동화, 2003년작 영화 <피터팬>과 <웬디>는 닮은 점보다 서로 다른 점이 더 많다. 재해석한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원작 그대로의 분위기나 동심과 환상의 나라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과 환상적인 모험을 바라는 소녀 웬디와 오빠 더글라스, 제임스. 그리고 해적이 될 거라며 장난감 칼을 휘두르는 순수한 소년들은 깊은 밤, 유령 기차에 올라탄다. 작은 식당 안에서만 지내던 웬디와 더글라스, 제임스에게 기차는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 아이들은 피터팬과 함께 세상의 끝에 위치한 네버랜드에 도착하는데, 여기까진 정말 환상적이었다. 궁금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고.. 저 깊은 곳에 눌러뒀던 동심이 기차 기적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듯했다.
근데, <웬디>에서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험은 예상외로 현실적이고 험난하다. 이전에 봤던 <피터팬> 영화에서는 아이들이 무기를 들고 뛰어다녀도 그다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다. 네버랜드가 어째 환상의 나라라기보다는 길들지 않은 정글처럼 느껴졌고 소년들은 어딘가 어른들의 손길이 필요한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피터팬은 그런 아이들을 네버랜드로 이끄는데.. 이 모험이 환상적이고 특별하기만 하면 참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 아이들에게 어른이 된다는 건 웬디의 엄마처럼 로데오 타기에 대한 꿈을 버리고 아이들에게 모든걸 걸게 되는, 결국은 꿈을 잃는다는 의미인 걸까. 유난히 작은 그림자를 가진 소년 피터팬과 모험을 꿈꾸는 소녀 웬디의 또 다른 모험이 담긴 이 영화가 반갑고도 아쉽게 느껴진다.
웬디 시놉시스
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대걸레와 빗자루 따윈 들지 않겠어!
기찻길 옆, 작은 식당에서 엄마를 도우며 새로운 모험을 꿈꾸는 소녀 웬디와 천방지축 쌍둥이 오빠 더글라스와 제임스는 깊은 밤, 소문으로만 듣던 유령 기차를 만나게 된다. 창문을 가득 비추는 붉은빛과 알 수 없는 강렬한 이끌림에 웬디와 더글라스, 제임스는 급하게 신발을 신고 기차를 따라잡는다. 유령 기차 위엔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 누워있다.
눈에 빛을 품은 아이들은 그곳을 벗어난다.
아이들은 세상의 끝, 네버랜드로 떠난다. 네버랜드엔 피터팬과 그를 따르는 몇 아이들, 그리고 실종된 친구 토마스가 있었다. 작은 식당 속 세상에 만족하지 않고 해적이 되어 세상을 누비겠다던 꼬마는 웬디보다 먼저 기차에 올라타 네버랜드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었다.
네버랜드는 어른들의 마을과 아이들의 마을로 나누어져 있다. 원작에서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섬으로 표현되는데 <웬디>의 네버랜드는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는 화산과 거친 정글을 품고 있다. 사실 환상의 섬이라기보단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 가까운 모습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절대 늙지 말자’고 다짐하며 밤낮없이 아이다운 놀이와 장난을 반복한다.
아이들은 어떤 것도 걱정하지 않는다. 다음 끼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내일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 밤은 어떤 자리에 누워 몸을 보호해야 할지.. 어른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고민같은 건 하나도 하지 않는다. 네버랜드에서는 고민과 슬픔의 감정을 갖는 순간 빠르게 늙어버리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를 직면했을 때 머뭇거리거나 다시 생각하는 건 금지된다. 아이는 고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인 걸까.
네버랜드의 대장 피터팬은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이다. 그는 나이 드는 것을 안 좋은 것이라고, 어른들은 가까이해선 안될 존재라고 생각한다. 피터팬은 웬디가 오기 전,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어른이 되어버린 버조를 어른들의 마을로 내쫓고, 더글라스를 잃고 변해버린 제임스의 손을 가차 없이 자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 밑에 있는 알 수 없는 존재를 어머니라 믿으며 오랜 시간 네버랜드를 지켜온 <웬디>속 피터팬의 모습은 동화에 나오는 요정 같다기보단 다가온 위험과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고집쟁이의 모습과 가깝다.
사실 이 부분에서 내가 생각했던 ‘피터팬’의 이미지가 깨져버리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원작과 이전에 나왔던 영화들에서 비친 피터팬은 순수하며, 거칠고 공격적이기보단 어린 고집이 있는 소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웬디>에서 만난 피터팬은 다소 독단적이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피터팬의 생각을 바꿔주는 사람은 바로 웬디다. 원작에서의 웬디는 피터팬에게 의지하고, 후크에게 잡혀가 피터팬이 구해주길 기다리는 인물이었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다. 피터팬은 아이들에게 닥친 문제를 외면하고 어른들을 피하기만 하지만 웬디는 제임스를 구하기 위해 어른들의 마을로 향하고 숨겨진 상상력을 발휘하라며 어른들의 손을 이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먼지 쌓인 바에서 어른들에게 상상 속 술을 내놓고, 춤을 추는 웬디의 모습은 어른이 된 후, 오래 묵혀두었던 상상력을 가볍게 자극한다.
상상력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아이들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 그리고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보단 옆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이들은 그렇게 환상이 아닌 현실로 스며들며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게 된다. 피터팬과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늙어가는 건 상상력을 잃는 것이며 해적이 아닌 식당 주인이 되는 것이며 즐거움을 잃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웬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웬디는 늙어가는 건 잘못이 아니며 나이와 상관없이 상상력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늙어가는 건 꿈과 상상력을 잃는 게 아닌 어릴 적 꿈과 상상력을 품고, 가끔은 아픈 감정도 함께 느끼며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다.
피터팬과 아이들, 그리고 네버랜드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다 함께 기찻길 옆 식당에서 들었던 엄마의 자장가를 부르며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그리고 어른이 된다고 모든 동심과 상상력을 잃는 것이 아님을, 늙어가는 것 또한 위대한 모험임을 알게 된다. 원작에서는 요정을 믿는 것으로, <웬디>에서는 잊지 않은 자장가를 통해 어른들의 사라지지 않은 동심을 표현한다.
아이들은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어른이 되고, 빠른 시일 내에 오겠다고 했던 피터는 시간이 지나 ‘잠자리에 들기 전 읽는 동화 속에서 나오는 인물’로 변한다. 피터는 결국 네버랜드에 남았고, 웬디의 딸을 네버랜드로 데려간다. 네버랜드에서 몇 아이들과 피터팬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울 때, 피터팬의 그림자는 유난히 더 작게 표현되는 장면이 있다. 실제 덩치는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피터팬의 그림자가 유난히 더 작게 표현된 건 피터가 가진 ‘늙지 않겠다’는 마음이 그만큼 강력하며 피터는 결국 네버랜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 아니었을까싶다.
아픔과 상실의 슬픔을 모르는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유지하고 영원히 맑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슬픔과 눈물, 망설임을 알게 되고 어른이 된다 해도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를, 피터팬을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 꿈처럼 피터팬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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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할 땐 언제고 다른 사람 찾는다는 여자 이야기!
율리에는 의대생이었으나 자신의 전공과 맞지 않아 심리학과로 전과하지만 다시 진로를 사진작가로 바꾼다. 그녀는 자신의 첫사랑이자 만화가인 악셀을 만나 사귀게 되는데 악셀은 자신이 창작한 캐릭터인 밥켓으로 유명하다. 둘은 사랑을 하게 되면서 아이를 갖자고 악셀이 말하지만 율리에는 아직 그런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깊은 사랑을 하게 될 즘 율리에는 다른 사람들의 파티에 몰래 들어가 에이빈드라는 이름의 남자를 처음 만난다. 둘은 바람을 피우면 안 된다는 규칙을 정해 관계를 맺지 않고 서로 간의 터치만 하다가 헤어진다. 그 이후로 율리에가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 다시 에이빈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율리에는 이 사실을 숨기고 자신의 남자친구인 악셀에게 이별 통보를 하면서 둘의 관계는 파탄 난다. 새로운 남자친구인 에이빈드와 교제를 하면서 친구들을 불러 모아 마약과 파티를 하는 율리에의 이번 연인 관계도 결국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누구나 좋아할 땐 최고가 된다.
누구나 헤어질 땐 최악이 된다.
어느 것이든 끝을 보지 않았던 율리에는 두 남자의 관계마저도 끝을 보지 않았다.
율리에를 사랑했던 두 남자가 받은 상처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밥켓이란 캐릭터를 창작한 만화가인 악셀은 율리에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로 인해 시간이 지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암에 걸리게 된다. 이미 온몸에 암세포가 전이되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자신은 병실에서 죽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고전적인 영화나 음악들을 찾아보고 듣게 된다. 과거에는 잘나가던 만화가였으나 율리에가 이별을 고하면서 큰 상실감을 겪는다. 또한 자신이 율리에에게 받은 상처를 만화로 표출해 여성 비하적인 만화를 그려 여성 라디오 진행자에게 욕을 먹지만 사실은 과거에 율리에와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아 마치 뒤통수를 엄청 세게 맞은 것을 느낀 악셀은 지나간 과거에 집착해 암에 걸린다. 그런 율리에가 에이빈드라는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그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끝나자는 말에 큰 타격을 입은 악셀의 입장은 과연 어땠을까? 아무리 오래 사귄 연인이라고 해도 권태감을 느껴 다른 이성에게 호감을 받고 싶은 건 누구나 해당되는 것인가? 이 영화는 율리에가 무엇이든 끝을 맺지 못하는 성격과 낮은 책임감 때문에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다 끝나는 그런 영화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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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영원을 향해
영화를 처음 여러 번 보게 만든 영화가 매트릭스였다면, 영화를 보고 난 후 후유증이 이렇게 오래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던 첫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였다. 예나 지금이나 영화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 보다 영화가 더 재밌어져 소위 명작이라고 말하는 영화들을 하나씩 찾아보던 때가 있었다. 그중 나에게는 박찬욱 감독 영화가 가장 여운이 길게 남았고 항상 지루하지 않게 보았다. 영화 개봉 전 인터뷰에서 감독이 자극적인 장면이 는 15세 관람가에, 자신의 영화가 아닌 순수한 로맨스 영화로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면서도 정말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던 것 같다. (이후 스포일러)
출처: 유튜브 영화
영화에서 드러나는 내용만을 단순하게 따져보면, 이 영화는 불륜 영화에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계속 등장하는 자극적인 영화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본 이후 든 생각은 '나는 왜 이런 영화를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 거지?'였다. 라라 랜드, 어바웃 타임, 혹은 건축학개론 같이 정말 유명한 영화들을 볼 때 보다도 더 두근거렸다. 아무래도 영화를 여러 번 볼수록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배우들의 표정 연기에 압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유튜브 영화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여운이 길게 남을까를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이유는 영화에서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안개'라는 노래인 것 같다. 음악 자체가 눈으로 보이는 장면들에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두 배우의 분위기와 감정이 노래의 음과 가사에 딱 맞아서 묘한 감정으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노래 때문인지 영화 속에서 계속 비가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출처: 유튜브 영화
영화 속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을 꼽자면 초반에 해준이 서래를 취조하고 감시하는 장면이다. 만약 내가 경찰과 용의자의 로맨스를 다루는 글을 쓰게 된다면 수사와는 관련이 없는 장소를 배경으로 할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취조의 과정은 소개팅처럼 보이고 감시의 과정은 데이트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해준이 냄새를 맡는 장면을 봤을 때 사랑이 서로의 향기를 맡는 거라는 버스커버스커 '향수' 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안개와 같은 상황에서 대화와 관찰, 기록을 통해 끝없이 파고들고자 하는 것은 수사와 사랑이 맞닿아있는 지점일 수도 있겠다.
출처: 유튜브 영화
여주인공이 중국인인 이 영화는 서래가 '붕괴'라는 말의 뜻을 알게 됨으로 1부를 끝낸다. 후반 해준은 자신이 언제 사랑한다는 말을 했냐고 다그치지만, 서래에게 있어 해준이 했던 붕괴되었다는 말은 곧 사랑한다는 말 이상의 말이었을 것이다. 사랑 고백도 아닌 말을 녹음해 힘들 때마다 듣곤 했다는 것만 봐도.. 이 지점까지 보았을 때는 둘 사이 타이밍이 어긋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다.
출처: 유튜브 영화
1부는 삶의 목적이 없거나 결핍이 있어 불면증에 시달리고 졸음운전을 하고, 드라마를 보다가 소파에 앉아서 졸던 두 사람이 서로가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침내 사랑하게 되어 자신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던 직업윤리를 버리면서 붕괴되기까지의 과정이다. 이후 둘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살지만, 결핍이 채워졌던 곳은 더 크게 비어 이전보다도 못한 생활을 이어간다. 서래는 드라마의 대사처럼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을 만날 수 없을' 방법으로 해준을 찾아가며 2부가 진행된다.
출처: 유튜브 영화
작중에서 해준은 해결하지 못한 미결 사건들의 사진을 방에 붙여놓고 잠을 잔다. 서래가 해준의 집에 초대되었을 때, 서래는 처음으로 미결사건의 뜻을 알게 되었다. 둘의 마지막 대화 때, 서래는 '당신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었다.'는 말을 한다. 해준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지만, 소유보다는 사랑이 더욱 커졌기 때문에 더 이상 상대를 붕괴시킬 수 없던 서래는 자기 자신이 미결 사건이 되어 영원한 사랑을 만드는 마지막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
출처: 유튜브 영화
핸드폰을 바다에 버리는 것이 1부에서 해준의 사랑 방식이었다면, 2부에서는 서래가 똑같은 말을 하는 것도 영화의 핵심인 것 같다. 1부에서 녹음하는 사람은 해준이었고 2부에서 녹음하는 사람은 서래였던 것처럼. 결국 서래는 자기 자신을 바다에 버림으로써 이야기를 마무리짓고, 최후에 최후에야 해준은 상대의 의도를 깨달아 해가 질 때까지 서래를 찾으며 영화가 끝난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한다'는 대사를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계획을 다 이루고 바다를 택한 서래와 산으로 대표되는 '친절한 형사님'인 해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 통화에서 서래가 가장 중요한 대사를 중국어로 말했던 것은 항상 해준의 얘기를 번역하고 붕괴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랑을 키웠던 자신의 입장을 해준도 겪었으면 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유튜브 영화
영화의 주인공이 살인범과 불륜 남인 것은 변함없지만 피를 싫어하는 상대를 위해 수영장의 피를 다 빼고 청소하고, 삶의 근간이 되는 직업윤리를 버리기도 하며, 상대를 만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이면서 가장 낭만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이런 영화를 본 적이 있었던가..
출처: 유튜브 영화+ 마지막 장면을 보고 떠올랐던 시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낮은 곳으로 -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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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 소녀들이다 I am All Girls 후기 / 남아프리카 영화
넷플릭스 영화 내가 그 소녀들이다 I am All Girls 후기 / 남아프리카 영화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영화들을 고르다가 선택한 영화가 <내가 그 소녀들이다 I am All Girls>이다. 감독은 <헌터 킬러>를 감독한 도노반 마시 이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 배우들이 출연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화다. 예고편을 봤을 때는 어렷을 때 납치되어 성폭행 당한 여자들 중 생존자들이 팀을 이루어 복수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식의 이야기 진행이 아니었다. 복수를 하는 이야기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 전개 방식이 예상과는 달랐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암울한 현실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느낌이 나는 영화이다. 소녀들의 이야기가 우울함에 잠기게 하는 불편한 영화이기도 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Positive.
1. 다큐멘터리 느낌이 강해서 실화라는 느낌을 받는다.
어린 소녀들을 납치한 그 당시의 모습과 비디오 테이프에서 본 자백 영상, 그리고 죽은 소녀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방식은 액션 스릴러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고발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소녀들의 상황이 더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2.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배경인 영화는 처음이라서, 낯설기도 하고 상상과는 다른 모습에 무섭기도 하다.
3. 톰비의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격투와 공부를 병행하며 생존해서 복수하는 강인하고 슬픔을 안고 있는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배우인 호루비 음보야가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4. 형사의 집 주소가 비밀로 유지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놀랍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섭다.
Negative.
1. 인신매매 단속을 하는 주인공 형사인 조디는 매력이 없는 캐릭터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배우인 에리카 웨셀스가 연기하는 조디는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맞다는 생각으로 감정적인 일처리가 너무 많은 형사다. 규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형사다. 아주 위험한 스타일이다.
2. 과거의 범인들에게 복수를 하는 자의 능력이 너무 강하다.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죽는다.
3. 좋은 주제에 비해서 영화적 완성도는 아쉽다.
전체적인 진행이 느슨하고, 주인공 형사들은 매력이 없으며, 긴장감이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
4. 손녀까지 제물로 삼는 악당의 모습은 경악스럽다.
5. 마지막 복수 장면도 너무 쉽다. 그래도 경호원들이 지키는 장관의 집인데도 말이다.
총평
약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충격적이고 우울하지만 재미는 떨어진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그 소녀들이다 평점 6.0 (작품 6, 재미 6)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네레이드 제이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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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냄새를 킁킁 맡아 우리에게 다가오는 영화
난 남자치고는 목소리가 높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살면서 이런저런 에피소드에 부딪히는데, 역시 목소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전화상으로는 여자인 줄 알았다'는 말일 것이다. 이게 특히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목소리 높아서 살면서 장애가 생길 일이 몇 개나 있겠어? 당연히 없지. 그냥 남들이랑 다르다 뿐이지 그게 사는데 문제가 있고 그런 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남들과 다름'에 대해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쓸 말이 많아진다. 그냥 단순히 목소리가 높은 축에 속하지 않아도 타인과 우리를 를 구별하는 사례는 한 200만 개쯤 나올 수 있다. 습득력이 늦거나. 외모가 남들이랑 다르거나. 취향이 좀 다르거나. 이 외에도 살아오면서 각자가 겪는 페널티는 지천에 깔려있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살면서 평범한 게 쉬웠나요?'라고 묻는다면 어려웠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한 85%쯤 될 것이라 생각한다. 평범함이라는 단어의 뜻은 '뛰어나거나 색다른 것 없이 보통이다'라고 한다. 그럼 평범하게 사는게 쉬워야 정상 아닌가? 왜 우리는 이렇게 남들과 달라서 삶이 어려운 걸까? 가끔 보면 답답하다. 남들과 달라 얻는 이점도 있을 텐데. 세상이 이런 우리의 모습을 찾는다면 좋을 것 같은데. 인스타그램을 켜면 남들은 행복하게 사는 모습만 보인다. 그럼 안으로 마음의 뱡항이 꺾인다. 스스로를 학대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져본 우리에게 우화 같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저 멀리 덴마크로 날아가 보자.
1.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쓸 수 있을 것이다. 또,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혐오에 관한 영화라는 점이다. 첫 장면. 주인공 티나는 출입국 사무소에서 일하는, 남들과 심각하게 다른 사람이다. 왜 다르냐고? 딱 처음 보자마자 보이는 특징이 있다. 외모가 솔직히 못생긴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 티나에겐 뛰어난 능력이 있다. 그 사람의 냄새만으로도 감정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다. 만약 누군가가 마약을 가지고 이 출입국사무소를 지나간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냄새로 쨘 하고 찾아낼 수 있는 것이 티나다. 이 티나는 동거인과 함께 살고 있다. 직업도 있고 같이 사는 애인 비슷한 것도 있어서 어찌 보면 평범한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티나에게 보레라는 남자가 나타나며 완벽히 전복되는 일상을 경험한다. 일상이 전복돼서 얻는 서스펜스가 영화의 전부인 것이 아니다. 영화는 티나가 갖고 있는 비밀을 서서히 공개하며 주인공의 한 개인으로서의 딜레마를 묘사한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묻는다. 이 장면들을 보며 느끼는 생각들, 그거 다 네 입장에서 한 생각은 아닐까? 그게 맞는 걸까? 네 입장에서 한 생각들, 우리가 다 협소한 인간이라 그런 건 아닐까? 우리는 우리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 이 시각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이 영화다.
2. 배우들의 연기 합은 어떤가요?
우리가 배우가 된다고 생각해보자. 나에게 시나리오 한 편이 왔다. 근데 그 내용이 '얼굴이 남들과 심각하게 못생겼으며 냄새로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뭐 업이 연기인 사람이야 '이거야 쉽지' 싶을 수도 있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먼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판타지, 드라마적 내용을 배우들이 큰 거리감 없이 소화해낸다. 또,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단점을 연기로 극복해낸 부분도 있다. 덴마크 언어는 우리와 좀 많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가? 실제로 비행기 타고 덴마크로 가려면 환승이나 장기간 비행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근데 이런저런 페널티가 있어도 몰입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배우들은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3.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나요?
음.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화가 맞다. 근데 동시에 어마어마하게 불쾌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대사가 많거나 플롯을 꼬아놓은 문제가 아니다. 이게 자세하게 쓰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더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는 우리 머리 안에 있는 경계선에 대해 정면으로 들이받는다. 무슨 말이냐고? 내용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근데, 우리 상식 밖의 이야기라고 느낄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하고 보시라는 뜻이다. 혐오스러운 장면은 없다. 우리 생각을 뒤집어놓을 뿐.
4.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지식이 있나요?
딱히 없다. 위에서 적었듯 보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야 한다는 것이 키 포인트가 될 것 같다.
5.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사실 영화를 가볍게 보는 분들에게 엄청 과하게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다. 3, 4번에서 적은 바와 같이 이 영화는 우리의 머리 안에 박혀있는 편견에 정면승부를 거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 보는 게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원래 영화가 이런 것도 말하나?' 싶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잔인하거나 야하거나 이런 높은 수위를 많이 접했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불쾌한 골짜기에 면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이트 팬들이 본다면 2시간을 땅바닥에 버린다!라는 뜻은 아니다. 이들에게도 좋은. 근데 화들짝 놀라는 정도가 더 정도가 클 것이라는 뜻이다. 다음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은 사실 우리 모두다. 왜냐면, 우리 이 세상에 하나도 안 힘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각자도 각자 나름대로의 고달픔을 살고 있겠지. 나는 이 스트레스가 세상과 내가 다르기 때문에 온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나만 해도 난 사회성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 것 같아서 혼자가 됐던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왠지 어떤 프로그램에 나온 무슨 참가자가 어디 나사 빠진 행동을 하면 '이거 나인가' 싶어 찔리는 게 나인걸. 반면교사 삼아 성장한다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내가 싫을 때가 많다. 이런 내가 영화를 보는 2시간 내내 눈호강을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묘하게 느껴지는 위로가 있었다. 난 확실히 이 영화를 보고 불쾌했다. 그래서, 불쾌한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냈기 때문에 감독이 따뜻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사회에게 불편함을 유발할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때? 어느 곳에선가 우리는 공감을 통해 각자로 서 있을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손을 내미는 게 감독의 화법인데. 무작정 다 잘될 거라고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평범하지 않은 채로 여생을 살아야하기 때문에 더 강하게 서있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그 현실적인 해결책이 이 작품일지도 모르고. 다만 중요한 건 혐오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겠지?
#왓챠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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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라는 이름의 덫
[더 글로리]라는 작품을 보기 전에도, 다 보고 난 후에도, 이게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는 게 새삼 놀랍다. 내가 제대로 챙겨 본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시크릿가든'에서 멈춰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꾸준히 봐온 사람들이라면 변신이랄 것도 없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촘촘하게 짜인 스토리 속에서 '복수'라는 단어가 더 빛을 발한다. 자극적인 이야기와 양산형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칠수록, '복수'의 무게감은 점점 줄어만 갔다. 본디 복수란 '원수를 갚는다'라는 뜻. 그리고 원수란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원한이란 '억울하고 분한 일을 당하여 응어리진 마음'.
살면서 우리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일이, 물론 생겨서도 안 되지만, 몇 번이나 될까. 때때로 마음속에 어떤 분노가 응어리지려고 할 때마다, 나약한 우리 자신은 주변의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을 받아서 그것을 덜어내며 살아간다. 그래서 복수라는 단어는 흔하지만, 결코 흔한 일은 아니어야만 한다.
누군가 '복수'를 다짐했다면, 그 무게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너무 묵직하고 무거워서, 누군가 덜어내주길 바랐지만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더 글로리]가 좋았던 이유는 '복수'라는 단어를 결코 쉽게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작품 속의 주인공이 복수를 다짐할 때를 보라. 소중한 사람이 죽임 당했을 때, 자신이 공들여 만들어 온 것들을 망가뜨렸을 때. 요즘은 사회적으로 그 시선이 한 층 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학교폭력은 다른 고통에 비해 별것 아닌 듯 취급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와중에 학교폭력과 복수라는 단어가 만나다니. 그렇게 씁쓸하고 안타까울 수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고 짓밟혔지만, 누구도 그 원한을 덜어줄 수 없었기에, 결국 동은은 복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복수를 하지 않으면, 동은의 인생은 의미가 없을 테니까.
"세상 사람들은 다 알아도, 내 딸은 알면 안 돼."
[더 글로리]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삶을 극명하게 대조시켜 보여준다. 물론 피해자가 고통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가까스로 살아남을 때, 가해자는 편하게 호의호식한 것만이 대조는 아닐 것이다. 박연진에게는 문동은이 가지지 않은 딱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그간 살아온 삶에 대한 '책임'.
돈이 많고 백이 있다고 해서 그 책임이 무효화되지는 않는다. 회피할 순 있지만, 영영 책임을 소멸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 증거가 바로 박연진의 딸, 하예솔이다. 연진은 예솔이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이는 가해자 역시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결코 마음의 짐을 완전히 덜어낼 수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용서는 없어, 그래서 영광도 없겠지만."
[더 글로리], 영광이란 뜻이다. 영광은 '빛나고 아름다운 명예'라는 뜻인데 여기에서 명예란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를 말한다. 명예란 결코 보편적이지 않다. 인간은 개개인의 존엄을 인정받고 살 권리가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건축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던 동은은 존엄성을 잃고 땅에 뒹굴었다. 김은숙 작가는 학교폭력의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한 삶의 회복, 즉 잃어버린 존엄성을 되찾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연진을 비롯한 가해자들은 동은의 존엄을 돌려줄 생각이 없다.
동은의 말은 반대로도 성립한다. 그 영광을 돌려받지 못할 테니 용서도 없는 것이라고. 김은숙 작가는 '동은의 복수를 옹호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긴다. 그 말인즉슨, 동은이 바라는 복수는 곧 가해자들이 누리고 있는 영광을 처참히 부수고 그들의 존엄성도 꺾어버릴 예정이란 뜻. 그렇게 되면 어느 쪽에도 영광은 남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면, 가해자들의 존엄성은 이미 동은에게 폭력을 가하던 그 순간 사라져버린 것은 아닐까? 인간은 자신의 존엄성을 지워버린 후에야 타인의 존엄성을 앗아갈 수 있다. 인간이 좀비처럼 타인을 물어뜯을 수 없는 이유는 상대의 고통을 통해 나 역시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남의 존엄성을 짓밟으며 내 존엄성을 지킬 수는 없다.
외적으로 반짝이는 것은 꾸며낼 수 있다. 하지만 내면의 반짝임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법이다. 메인 포스터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글로리'라는 단어는 다 타고남은 재처럼 하늘을 향해 날아가며 사라지고 있다. 모두의 이름에서 빛나는 영광은 이미 지워지고 있다. 폭력을 다짐한 동은에게도 더 이상의 존엄성과 영광은 남지 않을 거라는 비극적인 결말이 예상된다.
OTT 시장에 유명한 작가와 감독이 내놓은 작품이 학교폭력에 대해 심오하고 진지하게 다룬다는 것이,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찝찝한 마음을 들게 하는 작품이라서 시즌 2 역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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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열혈사제2> 티저 예고편
We're Back! 이번엔 부산이다! 제대로 돌아 버린 구담즈🙃?! 노빠꾸 공조 수사극 [열혈사제2] 11월 8일 디즈니+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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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임 유어 맨> 티저 예고편
페르가몬 박물관의 고고학자 ‘알마’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완벽한 배우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오직 ‘알마’만을 위해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된
맞춤형 로맨스 파트너 ‘톰’과
3주간의 특별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