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19 09:34:16
3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디즈니의 새로운 프린세스 실사영화 <백설공주> 개봉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가 올해 최저 주말 수익을 기록한 가운데, 야심 찬 대형 영화가 개봉합니다.
바로 디즈니의 프린세스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 <백설공주>는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연출한 마크 웹이 감독을 맡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던 레이첼 지글러와
<원더우먼>의 갤 가돗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디즈니의 프린세스 실사영화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배우로 더 익숙한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을 맡은 <신데렐라>, 엠마 왓슨이 주인공 ’벨’을 연기한 <미녀와 야수>,
국내에서도 천만 관객을 불러들인 <알라딘>, 뮤지컬 <시카고>의 영화판을 감독한 롭 마샬의 <인어공주>가 있었죠.
과연 <백설공주>는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백설공주
SNOW WHITE

개요: 판타지, 뮤지컬 | 미국 | 109분
감독: 마크 웹
주연: 레이첼 지글러, 갤 가돗, 앤드류 버냅
개봉: 2025.03.19.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눈보라가 몰아치던 겨울 밤 태어난 백설공주. 온정이 넘치던 왕국에서 모두의 사랑을 받았지만, 강력한 어둠의 힘으로 왕국을 빼앗은 여왕의 위협에 숲으로 도망친다. 마법의 숲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백설공주는 신비로운 일곱 광부들과 만나게 되며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마음속 깊이 숨겨진 용기와 선한 힘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여왕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는데…
블랙 백
Black Bag

개요: 드라마 | 미국 | 94분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주연: 케이트 블란쳇, 마이클 패스벤더, 마리사 아벨라, 톰 버크, 나오미 해리스, 레게장 페이지, 피어스 브로스넌
개봉: 2025.03.19.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뛰어난 정보력과 고도의 심리전에 능통한 요원 ‘조지’와 날카로운 직관력을 가진 정보 분석가 ‘캐슬린’은 모두가 선망하는 정보국 대표 부부. 어느 날, 수천 명을 죽음에 빠트릴 수 있는 정보국의 기밀 기술이 내부 배신자에 의해 사라지고 ‘조지’는 사건에 얽힌 5명의 요원을 주목하지만 모든 증거는 그의 아내 ‘캐슬린’을 향하는데… 흔들리는 믿음, 깊어지는 의심 단 7일, 진짜 스파이를 찾아야 한다!
플로우
FLOW

개요: 애니메이션 | 벨기에 | 85분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
개봉: 2025.03.19.
배급: 판씨네마㈜

줄거리
파도가 끝나는 곳, 고양이의 모험이 시작된다! 인간이 살았던 흔적만이 남아있는 세상, 홀로 집을 지키던 '고양이'는 갑작스러운 대홍수로 평화롭던 일상과 아늑했던 터전을 잃고 만다. 때마침 다가온 낡은 배에 올라탄 '고양이'는 그 안에서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를 만나고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하고 팀을 이뤄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간다.
컴패니언
Companion

개요: 스릴러 | 미국 | 97분
감독: 드류 행콕
주연: 소피 대처, 잭 퀘이드, 루카스 게이지, 메간 수리, 하비 길렌, 루퍼트 프렌드
개봉: 2025.03.19.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서로에게 딱 맞는 커플 ‘아이리스’와 ‘조시’는 친구들과 함께 호숫가의 별장으로 호화로운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는 충격적인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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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같은 일은 사실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편
쫑알쫑알
쫑알쫑알. 주인공 잭의 집에는 소음이 잦아들지 않는다. 말 겁나 많다. 수다 떠는 아이들. 잭에겐 아이들이 세 명 있다. 부인까지 다섯 명인 가족. 남편의 직업은 대학교수다. 히틀러를 연구하고 있는 아버지 잭. 학교에 출근하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내는 전업주부로 별다른 직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자인 아버지를 둔 때문인가. 잭의 가족은 사이가 다들 좋지만 대화할 때마다 ‘왜?’에 집착하며 말꼬리를 잡고 있다. 이 ‘왜?’라는 질문은 거의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아마 답을 정해놓고 서로 질문을 하고 때문은 아닐까. 인생은 예상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다. 그런데 항상 부정적인 일은 내가 생각한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잭의 가족은 항상 ‘왜?’를 물으며 산다.
그날은 다른 날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아버지 잭은 동료 교수의 부탁을 받았다.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말에 열변을 토하고 집에 온 날이었다. 가족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만약에? 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며 살고 있었다. 갑자기 사고가 일어난다. 독극성 물질이 탄 차량에 추돌사고가 일어나 미국이 위험에 빠졌다. 당황하는 사람들. 공기에 길게 노출되면 생명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도망쳐야 할 것 같다. 끔찍한 재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잭 가족이 위축되는 것이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만약에?'의 가능성이 현실이 된 지금 잭 가족은 처해있는 문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잭은 과연 그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불안함에 맞대응할 수 있을까?
제목 값 톡톡히
영화에서 귀가 트였던 건 소음 연출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소음을 묘사한다. 영화에서 중요한 단어는 '만약에' 그러니까 불안이다. 또 군중이라는 키워드다. 둘의 종속관계를 이야기해보면 '불안하기 때문에 군중이 된다'라는 의미와 상통한다. 일단 주인공 잭에게 의미가 있는 세팅은 두 인물이다. 히틀러를 연구하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이라는 설정이다. 전자는 나치라는 군중을 이끌어 전 세계를 비극에 몰아넣었던 인물이다. 후자는 자기를 지지하는 군중으로 만든 인물이다. 이 둘 아니어도 군중을 만들 수 있는 집단은 계속해서 묘사된다. 일단 영화에서 언론이 굉장히 중요하게 묘사된다. 자동차로 가득 찬 도로를 봐도 군중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학생들도 군중이다. 이 인물들은 불안하지 않기 위해서 함께 모인 것으로 보인다.
또 불안이라는 소재는 극에서 노아 바움백의 창의성이 부여된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 초반부부터 끝까지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초반부 그레타 거윅이 맡은 '바바'는 불안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냥 아무 일도 없이, 권태로 지속되는 삶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바. 바바는 이 주인공 가족 중에서 가장 불안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겉으로 드러내는 빈도수는 적지만 이를 연출이나 연기에서 힘을 주는 지점이 있다. 바바가 불안함에 떠는 방식은 능동적인 불안이라고 칭할 수 있다. 불안하기 때문에 직접 행동으로 옮겨서 해소하려고 하는 문제 해결 방식이 극에서 반복된다. 이는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핵심 소재와 가장 큰 관련이 있다. 또 빈도수가 가장 많은 불안에 떠는 인물은 잭과 바바의 아이들이다. 정말 하루도 쉴 틈 없이 계속 같은 패턴의 이야기만 반복한다. 이는 영화에서 두 부부와 관련된 기저에 깔린 불안을 묘사하는데 효과적이다. 아이들 캐릭터가 하는 말을 들으면 되게 말장난 같아도 어느 정도는 기괴한 이미지를 풍기던 것이 이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두 인물과는 다르게 잭이 겪는 불안은 지식인형 불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 편으로는 이성에 근거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불안함의 실체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이에 대한 인물의 이중적인 태도를 묘사하려고 한 시도가 보인다. 환영 연출이 그에 대한 근거라고 생각한다.
소재가 갖는 힘
영화에서 긍정적으로 말하고 싶은 부분은 소재가 갖는 힘이다. 영화에서 주제를 나타내는 키워드로 불안과 군중이 뽑혔다면 이야기 전개를 위한 소도구로는 역시 '알약'과 '죽음'을 꼽고 싶다. 전자 알약은 영화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주원인이 된다. 알약을 먹는 모습을 보고 엄마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의심하는 아이들. 아닌 척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지켜보며 아내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의심하는 남편. 그리고 왜 아내가 알약을 먹을 수 없었는가? 에 대한 이야기까지. 후반부에는 남편이 이 알약을 왜 얻고 싶어 했는지를 묘사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한다. 이는 알약이라는 소재에 대한 이해도와 상상력을 적절하게 잘 구현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영화의 강점이라 생각이 든다.
또 죽음이라는 키워드는 이중적인 느낌이 있다. 죽음이 뭘까? 여러분도 알고 글쓴이도 알다시피 사람의 삶을 마감하는 일이다. 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좋을 리가 없다. 아직 우리 삶엔 남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인물의 속성은 극에서 서스펜스가 되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제시한다. 또 반대로 코미디로 작동하는 부분도 있다. 극에서 인물들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왜? 이는 독성 물질이 공기 중에서 떠다니는 것과 관련이 있다. '혹시나'가 실제가 되어버린 상황. 이 덕에 부정적인 생각이 그대로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인물들이 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글쓴이 입장에선 재밌었다. '너도 저 입장에 처하면 저렇지 않을까요?' 아니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인물들이 겪고 있는 불안이 과연 이 상황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든다. 환경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이 인물들은 그냥 원래부터 그런 변화에 예민한 사람인 것이다.
섬세한 손길
극에서 좋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영화의 섬세한 연출 덕이었다. 영화 초반부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잭이 동료 교수의 초대를 받고 강의에서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이때 촬영이나 대사를 주고받는 방식이나 엘비스 프레슬리와 히틀러의 공통점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연출이 돋보였다. 두 인물이 각기 다른 갈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이 둘의 차이점이 군중들의 차이점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 또 영화 전반적으로 인물의 의사소통 방식이 '만약에'를 전제로 깔고 있다는 것은 각본가의 집중력이 나타나는 부분이었다. 시각적인 묘사가 아니더라도 인물들의 대사로 극의 긴장감을 이끄는 뚝심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섬세한 연출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바바 캐릭터의 묘사 방식이다. 바바라는 캐릭터는 마음씨가 약한 캐릭터다. 사실 마음 약한 캐릭터는 길거리에 나가도 흔히 찾을 수 있는 인물의 특성이다. 그러나 왜 이 인물이 마음씨가 약하나? 와 영화의 핵심 소재를 흡착한 방식은 확실히 색다르다. 정말 엉뚱하지만 철저하게 인물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그레타 거윅의 역량이 돋보인다. 감독 출신이라 그런가? 그러나 섬세한 터치가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잭 캐릭터다. 잭의 감정선이 극후반부에 갑작스럽게 마무리된다고 생각들 기도 했다. 아주 조금의 설명이라도 더 붙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 극에서 아이러니를 다루는 방식도 좋았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아이러니는 여러 종류가 있다.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 대한 아이러니, 가족관계에 대한 아이러니, 재난을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아이러니, 군중의 속성에 대한 아이러니까지. 영화에서 끝없이 제시되는 아이러니는 이야기에서 계속해서 반복된다. 이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아마 여기일 것으로 보인다. 이 역설을 '작위적이다' 혹은 '자연스럽다'라고 느낄지가 극 관람에 주요 포인트가 생각해본다. 작위적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영화의 감상 난이도가 올라갈 것이다. 또한 후반부에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서히 쌓아 올린 아이러니는 극후 반부의 특정 장면을 통해 해소된다. 아이러니가 겹겹이 쌓여있는 것을 영화에서 반복되는 한 소재로 주파한 것이다. 이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섯 명의 얼굴이 기억나는 이유기도 하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
태어난 이상 사람들은 다 죽게 되어있다. 예외는 없다. 영원한 건 없으니까. 걱정이 많은 우리. 어떤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삶이 허무해진다. 어차피 다 죽을텐데. 그런데 영화는 이 허무한 명제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긍정한다. 그 반대로 이 두려움과 허무함에 대응하는, 우리 일상의 한 구석을 확대해서 묘사한다. 일상은 프라이드 치킨같은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것 자체로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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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th BIFF 데일리] 상실과 탄생 그리고 모성애
Director: Isabelle KALANDAR 이저벨 칼란다
Cast: Shukrona NAVRUZBEKOVA, Isabelle KALANDAR, Shoira ABDULGAEZKHONOVA
Program Note
타지키스탄에서 한 편의 시와 같이 아름다운 영화가 도착했다. <또 다른 탄생>은 타지키스탄 산골 마을에 사는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소녀는 어느 밤, 엄마에게 묻는다. “사람이 슬픔 때문에 죽을 수도 있나요?”, “슬픔 때문에 사람은 사라져 갈 수 있단다.” 소녀는 다시 묻는다. “사라져 간다는 게 뭔가요?”, “인생의 맛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는 거야.”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그리며 간신히 삶을 이어가는 할아버지, 외로운 삶 속에서 점차 시들어 가는 엄마를 바라보며, 소녀는 시를 읊고 현자를 찾아가고 파리(페르시아 신화 속의 요정)를 찾아다니면서, 사라져 가는 할아버지와 엄마를 붙잡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타지키스탄의 샤다라 계곡을 배경으로, 군더더기 없이 설계된 조명, 정지된 이미지들 사이의 섬세한 긴장감이 이 영화의 시적 정서를 한층 배가시킨다. 소녀가 읊는 시를 타고 엄마의 사랑과 슬픔, 절망이 음악처럼 유려하게 흐른다. 그리고 소녀는 엄마의 슬픔으로, 인생의 맛을 배운다. 타지키스탄계 여성 감독의 주목할 만한 첫 장편이다. (박선영)
<또 다른 탄생(Another Birth)>이라는 제목은 이란의 시인 포루그 파로흐자드의 동명의 시에서 차용된 것으로, ‘탄생’이란 단어는 슬픔과 상실을 겪은 뒤 맞이하는 영적 갱신으로 사용한다. 시의 화자는 파라투스의 엄마 ‘파르빈’이 되어 존재론적 갈망과 페미니즘적 각성을 낭독하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딸의 시선에서 본인을 설명하게 한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아픔을 묵묵히 긁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린 딸에게도 시를 읽게 한다. 어린 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여자의 소외감과 슬픔에 대한 어두운 시. 순수한 마음이 잔인한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영화를 한층 서정적으로 울린다. 영화는 시가 말하는 여성의 상실을 넘어 더 나아가서 모성애까지도 사유를 확장한다.
이저벨 칼란다 감독의 망명 3부작은 ‘떠남’에 대한 정서를 주제로 진행된다. 3부작의 첫 영화인 <또 다른 탄생>은 떠나고 난 후 빈자리에 자리 잡은 ‘고립’에 대해 다룬다. 남편의 소식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정보의 고립과 황무지 산에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물리적 고립은 관객들에게도 세상과의 단절을 느끼게 해준다. 여성들이 공유하고 있는 우울감과 슬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픔은 감정의 고립이 되어 타지키스탄을 넘어 모두에게 스며든다.
영화는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세련된 연출을 보여준다. 마을과 자연이 교차하며 만드는 시선의 강약 조절은 마치 낭독 속 암묵과 구절의 전환처럼 보인다. 66분의 짧은 시간을 강약으로 가득 채워낸 영화는 다른 형태의 또 다른 시의 탄생을 목격하는 듯하다. 감독의 망명 3부작은 <여전히, 우리는 살아야만 한다>, <부드러운 목소리의 죽음>를 통해 계속해서 ‘떠남’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또 다른 탄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저벨 칼린다 감독의 추상적인 강렬함을 표현하는 방식은 차기작을 주목하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를 만들어준다.
상영 스케줄
09-18 17:00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09-19 17:00 영화의전당 소극장
09-23 14: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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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지만 무심하게 잔인하고 강력한 자연에게 바치는 한편의 시이자 애찬
아르타바즈드 펠레시안 감독의 이름을 들어본적 있는가, 들어본적 있다면 당신은 상당한 수준의 씨네필일 것이다.
사실 모른다고 해도 섭섭해할 필요는 없는것이, 예전부터 영화를 봐온 씨네필이 아닌 이상 잘 모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번에 이야기할 영화, <대자연>은 아르타바즈드 펠레시안 감독의 무려 27년만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이전 작품인 <생명>, <끝>, <우리 세기> 같은 작품들은 90년대, 80년대 작품인데다가 흔히 보기 힘든 단편이며, 시대가 시대인지라 한국에 초청된 것도 벌써 한자리대의 전주국제영화제이다.
그러나 "간격 몽타쥬 Distance Montage"의 창시자로 불리는 의미있는 거장이며 장 뤽 고다르 감독이 "영화의 신"이라 칭할 정도로 존경을 표할 정도의 반드시 알아야 할 거장 감독이다.
이번에 정말, 아주 오랜만의 복귀작인 대자연을 통해 그의 이름을 다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자연은 잔잔하고 고요한 자연의 순간에서 시작하여, 강력한 자연의 힘에 저항없이 무너지는 인류의 문명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을 무릎꿇게 만든 자연은, 내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잠잠해지고, 여명이 밝아오며 이러한 자연의 연속성을 알 수 있다.
본 영화는 대사가 단 하나도 없이, 흑백의 기록영상들과 음악으로만 이루어져있다.
다만 단순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닌, 마치 자연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들과 그에 맞춰진 자연의 모습은 정말 놀라운 조화를 일으킨다.
필자는 사실 이번 기회에 본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한터라 그가 창시한 "디스턴스 몽타주"라는 게 뭔지 잘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어떤 느낌인지 알게되었다.
하지만 솔직히말하자면, 1시간 내내 계속 이렇게 진행되다보니 중반부부터 체력적 힘듦은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스스로 말한 "영화적 언어"에 대한 위대함과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던 62분이었다.
장 마리 스트라우브 감독의 영화 중 "아르테미스의 무릎", 레우코와의 대화 중 한 대사를 이야기하며 마무리를 짓고 싶다.
자연에 대한 예찬이자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 같아서이다.
“당신은 이런 이를 본 적이 있나요? 하나의 존재 안에 수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그런 여인을. 그리하여 그녀의 모든 몸짓과 그녀를 향한 모든 생각이, 당신의 대지와 하늘, 말과 기억들, 당신도 모르게 스쳐 지나가는 나날들, 미래들, 확실한 것들, 그리고 결코 당신의 것이 될 수 없을 대지와 하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을 무한히 품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그런 이를 본 적이 있나요?”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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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 레이니 - 그녀가 블루스
마 레이니 - 그녀가 블루스
소품 같은 영화였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영화다. 음악 영화인줄 알았더니, 사실은 흑인 음악가들이 등장하는 흑인의 역사 이야기가 본질인 영화다. 그럼에도 음악은 훌륭하고, 서사는 비극적이다. 미국 흑인들의 삶에 내재된 필연적 비극성이 잘 드러난 수작이다.
'블루스의 어머니' '마' 레이니가 활동하던 1920년대 미국은 여전히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때였다. '마' 레이니는 1886년 조지아주 콜럼버스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던 1880년대는 흑인이 노예에서 해방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끝난 것이 1865년이고, 링컨이 이끄는 북부가 전쟁에 이기면서 자연스럽게 흑인은 노예에서 해방되었다. 이미 영국에서는 1833년에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지만, 미국 특히 남부에서 흑인 노예는 노동력의 절대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백인 농장주들이 노예제 폐지에 강력하게 반대했고, 이것이 결국 남북전쟁의 빌미가 된 것이다.
'마' 레이니는 1886년에 태어났는데, 흑인음악 블루스는 이때 서서히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블루스의 뿌리가 아프리카라는 건 흑인이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내용이다. 블루스는 흑인 노예들의 노동요이자 '저항 음악'으로 태어났으며, 흑인이 집단으로 거주한 남부에서 태어나 흑인들의 대이동을 통해 북부로 퍼져갔다.
노예에서 해방되었지만 흑인들은 딜레마에 놓인다. 남부는 농업-주로 면화-이 발달했고, 북부는 공업이 발달한 지역이었는데, 북부에서 공업이 가파르게 발전하면서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 반면 남부의 농업은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덜 필요하게 되고, 흑인들은 생존을 위해 남부에서 북부로 대이동을 한다. 이때 움직인 흑인이 대략 6백만 명이라고 한다.
흑인들은 북부로 이동해 노동자로 변신한다. 남부에서 노예로 살았던 것보다는 조금 나을지 모르지만 - 아니, 어쩌면 더 나쁜 상황에 놓였을 수 있다 - 북부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 역시 노예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북 전쟁이 일어난 원인을 두고 북부의 공업 자본가와 남부의 농업 자본가가 서로의 이권을 지키려는 다툼이라는 것이 정설인데, 북부의 공업 자본가가 승리함으로써 흑인은 노예에서 해방되었지만, 노동자가 되어 착취당하는 본질에서는 변함이 없게 된다.
마치 한국에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군사독재정권이 농업과 농민을 수탈하면서 농산물 가격을 묶어두고, 농민이 생존을 위해 도시로 올라와 공장노동자가 되는 것과 매우 비슷한 과정이 이때 이미 발생한 것이다. 흑인들도 대도시 변두리에 자리 잡으면서 도시빈민으로 전락한다.
1927년, '마' 레이니는 고향 조지아주 콜럼버스를 더나 북부 시카고로 향한다. 시카고에는 파라마운트 레코드사가 있고, 이곳에서 음반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초반에 잠깐 콜럼버스에서 공연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이들이 시카고로 와서 음반 녹음하는 작업 과정을 그리고 있다.
흑인 음악인 '블루스'는 '마' 레이니가 태어나던 1880년대 이후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마' 레이니가 시카고로 가서 음반을 녹음하게 되는 배경에는 남부 흑인들이 북부로 대이동해 공장노동자가 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흑인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음악인 '블루스'를 듣고 싶어하고, 음반 회사 - 백인들이 운영하는 - 는 흑인 노동자들이 구입하는 음반을 만들어 판매해서 돈을 벌기 위해 당대 최고 유명한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를 초대한 것이다. 이때 음반 회사는 '블루스'를 '인종 음악'이라고 불렀다. 백인들은 여전히 흑인을 차별하고 멸시하고 있지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흑인 가수와 밴드를 존중해 주는 척 할 뿐이다. 극중에서 '마' 레이니의 태도가 매우 공격적이고 불손하게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마' 레이니는 10대 때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하는데, 18살-1904년-에 결혼하면서 남편 윌리엄 '파' 레이니의 이름과 성을 붙여 거트루드 맬리사 닉스 레이니로 이름을 바꾼다. 남편의 이름에 '파(pa)'가 있어서 자신의 중간 이름에 '마(ma)'를 넣었다.
결혼하고 남편과 함께 남부, 남서부 일대를 다니며 공연을 했고, 1920년 무렵에는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이때 그의 나이는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가 최초로 음반을 녹음한 때는 1923년으로, 파라마운트 음반회사와 계약한다. 하지만 그는 1928년에 마지막 음반을 내고, 1933년 그의 나이 47세에 은퇴하면서 더 이상 순회공연도, 음반 녹음도 하지 않는다.
'마' 레이니가 1933년에 은퇴하게 된 배경은 블루스 가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실력이 출중한 가수들이 많아지면서 여성 보컬의 인기가 줄어든 것도 한 원인이 된다. 또한 흑인 음악을 백인들이 가로채 연주하고, 음반을 내면서 흑인 가수들이 설 무대가 사라진 것도 한 원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흑인 음반 제작자가 나타나지만, 초기에는 백인들이 음반 제작자로 '인종 음악'을 만들어 흑인 예술가를 착취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 '마' 레이니가 음반을 녹음하는 것도 같은 이유고, 트럼펫을 불던 재능 있는 연주자 레비가 작곡한 음악을 단돈 5달러에 하는 백인 제작자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마' 레이니는 블루스 음악의 초기 가수이자 음반을 낸 가수로 '블루스의 어머니'로 일컬어진다. 이 영화는 '마' 레이니가 음반 녹음을 하러 와서 발생하는 반나절의 시간을 그리고 있는데,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무대연극 분위기가 강하게 드러난다. 이 영화의 원작이 희곡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원작은 어거스트 윌슨의 희곡이다. 윌슨은 희곡작가이면서 60년대 흑인 민권운동에 적극 참여한 인물이고, '흑인 행동주의자 극단'을 창설해 흑인운동의 일환으로 희곡을 쓰고, 연극을 발표한 실천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1982년 작품 '지트니'로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이 영화의 원작인 '마 레이니의 검은 궁둥이'를 1984년에 발표하면서 뉴욕비평가상을 받는다. 이후 1987년, '펜스'로 퓰리처상, 뉴욕연극비평가상을 받으면서 유명 작가의 자리를 굳힌다.
연극으로 이미 크게 성공한 작품이고, 영화로도 잘 만들었다. 이 영화의 제작자로 덴젤 워싱턴이 참여했는데, 그도 '마' 레이니의 존재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고 말한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마' 레이니와 그의 밴드가 시카고에 도착해 음반회사의 녹음실에서 음악을 녹음하고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이야기는 밴드 연습실에서 밴드 멤버들끼리 나누는 이야기에 있다.
'마' 레이니와 백인 음반 제작자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과 갈등은 영화에 긴장을 불어 넣는다. 아직 '세계대공황'이 닥치지 않은 때여서 거리는 약간의 여유가 보이는데, 스쳐가듯 보이는 시카고의 거리나 상점에서는 흑인과 백인의 구역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고, 이들이 함께 섞이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기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백인 음반제작자는 '마' 레이니의 까다로워 보이는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서 음반 제작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음반을 만들기만 하면 흥행은 완전하게 보장되기 때문에, 음반회사의 제작자인 백인의 입장에서는 하찮은 흑인이라 해도 큰돈이 되기 때문에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밴드 연습실에서는 네 명의 흑인 연주자들이 연습한다. 트럼펫, 더블베이스, 트럼본, 피아노를 맡은 연주자들이다. 이들은 노인에서 청년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보이며, 하루 일당 25달러를 받고 연주를 하는데, 그나마도 이들은 괜찮은 처지였다.
트럼펫을 부는 레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나이가 있다. 털리도, 커틀러, 슬로드래그는 밴드 활동을 오래 한 사람들이고, 자신의 직업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다. 레비는 재능 있는 트럼펫 주자이면서 작곡도 하고, 자신의 밴드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큰 청년이다. 이들은 '마' 레이니의 노래에 맞는 밴드 연습을 하는데, 레비는 자신의 연주 방식을 고집한다. 연주하면서 애드립도 많고, 기존의 전통 형식의 블루스에서 보다 빠르고 경쾌한 인트로를 넣으려 한다. 이들이 겪는 음악적 갈등은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이기도 하다.
레비를 제외한 세 명의 나이든 흑인은 백인이 지배하는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체념한 삶을 살아간다. 자신들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주어진 흑인의 삶에서나마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레비는 자신이 백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렸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레비의 아버지는 어렵게 돈을 모으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넓은 땅을 매입한다. 농사를 지어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꿈이었던 레비의 아버지가 며칠 외출할 일이 생겼고, 그 사이 백인들이 집으로 쳐들어와 레비의 어머니를 강간하고, 레비의 가슴을 칼로 찔러 죽을 뻔한 경험이 있었다.
집에 돌아온 레비의 아버지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렵게 마련한 땅을 그들 백인 - 아내를 강간한 백인 - 에게 팔고 고향을 떠난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다음, 레비의 아버지는 혼자 몰래 고향을 찾아가 네 명의 백인을 살해하고 잡힌다. 레비의 아버지는 산채로 화형을 당하면서도 백인을 향해 웃었노라고 레비는 말한다.
레비의 뒤를 이어 커틀러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흑인 목사가 기차역에 도착했지만,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이미 기차가 떠난 뒤여서 망연하게 있었는데, 건너편에서 백인들이 자기를 노려보고 있는 걸 알고 기차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는 목사여서 성경책을 들고 있었지만, 백인들은 흑인 목사를 '깜둥이'라고 불렀고, 성경을 뺐어 찢어버렸으며, 조롱한다. 이때 레비가 커틀러의 말을 가로막으며 흑인에게 '신'은 없다고 말한다. 불행한 처지에 놓인 흑인을 도와준 신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하고 싶은 말은 이 대목이다. 흑인이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와 원하지 않는 삶을 강제당한 흑인의 처지와 백인에게 억압, 착취당하는 존재로서 그들의 정체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 강하게 들어 있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블루스'를 노래하는 '마' 레이니의 삶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그녀가 살았던 당대의 흑인의 삶을 그린 것이다. 그들에게 블루스는 단지 음악이 아니라, 사회에 저항하는 언어이기도 했다. '마' 레이니는 이렇게 말한다. "노래는 기분 좋으라고 하는게 아냐,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하는 거지." 블루스를 이해하면, 흑인의 삶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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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한부인 환자들과 죽지않는 불사조 밴드를 결성하다
- 줄거리
아이돌 가수 충의는 폭행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사회봉사 명령을 받게 된다.
반성하는 척을 하며 시간을 때우다 사회 봉사를 끝낼생각이었지만 충의의 마음대로 병원 생활이 흘러가지 않는다.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은 담배를 피기도 하고, 업소에 가기도 하는 등 환자로 보이지 않는 탓에 충의는 의문을 가진다.
어느날, 돈이 없어서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호스피스 병동의 밴드부인 불사조의 멤버들은 충의를 설득해 락 밴드 오디션에 참가하려한다.
충의는 내키지 않았지만 봉사시간을 두배로 쳐주겠다는 조건에 넘어가 불사조 밴드를 도와주게 된다.
진심으로 밴드를 대하는 불사조 멤버들을 보고 충의도 진심으로 멤버들을 대하고 도와주고 싶어한다.
오디션 당일날, 드럼인 무성이 쓰러지며 오디션을 끝마치지 못하게 된다.
충의는 오디션 당일날 사회봉사 시간이 끝이 났고, 그 다음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게 된다.
미국으로 진출하기로 했던 원래 계획과는 달리 충의는 호스피스 병동에 남아 불사조의 멤버로 남아있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 기억에 남는 부분
이 영화에는 많은 죽음이 나온다.
아무래도 배경이 호스피스 병동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어떤 죽음들이 나오는 지는 설명하지 않겠지만, 이 영화에서 나온 죽음의 순간들은 잔잔했다.
잔잔했던 죽음들이지만 그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방식들로 인해서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충의는 아이돌 가수로서의 삶이 아닌, 호스피스 병동 불사조 밴드의 멤버의 삶을 선택한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되었던 불사조 밴드 1기의 사진이 나오고, 그 옆으로 2기, 3기, 4기 등 계속 되는 불사조 멤버들의 사진이 이어진다.
충의를 제외하고는 모든 멤버들이 바뀌어 가는 모습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충의의 초반 모습과 성장한 듯한 모습에 충의가 대견하고 기특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 명대사
"자기 자신이 진정 원하는게 뭔지 아는게 중요하다."
파노라마_테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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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하지만 아름다운 꿈, 영화를 사랑한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20년대 할리우드. 무성 영화의 스타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의 저택에서는 화려한 파티가 벌어진다. 파티는 난잡하다. 그러나 매혹적이다. 영화에 출연하거나, 영화를 찍고 싶거나,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으로 가득하다. 멕시코에서 막 LA에 입성한 '매니(디에고 칼바)'와 스타가 될 거라는 확신에 가득 찬 '넬리(마고 로비)'도 다르지 않다. 우연히 만나 영화에 대한 열정을 공유한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촬영의 세계에 발을 딛는다. 그렇게 꿈을 이루고 스타가 되는 것도 잠시. 유성 영화가 등장하면서 세 주인공은 각자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꿈을 버리고 살아가거나, 꿈을 이룬 채 퇴장하거나.
<바빌론>으로 돌아온 꿈과 현실의 마술사, 데이미언 셔젤
<위플래쉬>, <라라랜드>, <퍼스트맨>으로 연이은 성공을 거둔 데이미언 셔젤 감독. 사실 그의 특징을 콕 집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의 작품은 매번 장르도, 분위기도, 소재도, 연출 방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음악 영화 전문인 줄 알았더니 어느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기 영화를 찍었다. 빠른 편집과 몰아치는 연출이 장점인 줄 알았더니 담담하고 느릿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주도 증명해 보였다.
그렇지만 서사적인 측면에서는 그의 특징을 하나 찾을 수 있다. 데이미언 셔젤은 언제나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양자택일해야 하는 이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의 주인공은 가족, 사랑, 일상, 주변인의 관계를 포기한 채 꿈을 좇거나, 반대로 꿈을 포기해야 한다. 둘 모두를 갖는 해피엔딩은 없다. 인상적인 엔딩 장면들 이면에 늘 냉혹함이 깃들어 있는 이유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꿈과 현실의 매개체는 늘 매혹적이다. 현실을 잊게 하고, 찰나의 순간이라도 꿈을 이루어주기에. 꿈을 잊고 현실을 살더라도 단 한 순간 동안은 아름다웠던 꿈속으로 되돌아갈 문을 열어 주기에. 그래서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를 했던 그 열정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다. 재즈와 뮤지컬, 그리고 달이 아름다운 것처럼.
1920년대 후반과 30년대 초반의 할리우드, 무성 영화의 시대가 끝나고 유성 영화의 전성기가 도래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바빌론>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꿈'을 쟁취하기 위해 할리우드에 모인 사람들이 벌이는 이 역동적인 이야기는 셔젤 감독의 이전 작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주제를 담은 매개체가 영화이고, 무대가 할리우드일 뿐이다. 하지만 바로 '영화'라는 꿈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바빌론>은 더욱 특별하다. 영화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이 가득하기에 셔젤의 작품 중 가장 야심 차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설령 이전 필모그래피에 비해 길고 거칠며 덜 정돈된 인상이 가득하더라도.
할리우드, 추하고 난잡한 꿈의 공장
<바빌론>의 오프닝만 봐도 셔젤의 야심이 느껴진다. 잭 콘래드의 파티는 마치 배즈 루어먼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에 등장하는 파티를 보는 듯하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재즈 연주만큼 화려하고 정신없고 난잡하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술을 들이켜고, 마약을 빤다. 소파 위, 테이블 위, 계단 아래에서 정신없이 섹스한다. 누군가는 어이없이 죽고, 또 누군가는 다음 영화에 캐스팅되기 위해 영화 제작자에게 추파를 던진다. 언제 터져도 놀라지 않을 정도로 넘쳐 나는 자극 속에서 사람들은 마비되어 간다.
30여 분간 이어진 오프닝 다음에 등장한 영화 촬영 현장도 파티 못지않은 아수라장이다. 파티에서 갑작스럽게 캐스팅된 넬리의 촬영장은 무슨 영화를 찍는지 알기 어렵다. 서부 시대 선술집 옆에는 아무런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시대와 공간을 재현한 세트장이 즐비하다. 아무 준비 없이 촬영에 투입된 넬리가 기대 이상의 눈물 연기를 선보이자 영화감독은 즉석에서 시나리오와 콘티를 수정해 가며 촬영하기 바쁘다. 바로 뒤 촬영장에서 불이 나 모두가 대피하는 와중에도.
한편, 에픽 영화를 촬영하는 잭의 촬영장은 유혈이 낭자하다. 대규모 전투 시퀀스에 참여한 엑스트라는 창에 찔리고, 마차나 말굽에 짓밟힌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오케스트라는 해당 장면에 맞는 곡을 연주하고 감독은 필요한 카메라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대기실에서 촬영 순서를 기다리는 잭은 지루함에 지쳐 술을 진탕 마시기 시작한다. 마침내 잭의 순서가 찾아왔을 때, 술에 취한 주연 배우는 촬영장까지 걸어가지도 못한다. 한편 영화감독의 수중에는 카메라가 없다. 해가 산 너머로 사라지기 직전에 매니가 카메라를 대여해 오자 간신히 그날 촬영을 끝마친다. 밤이 찾아오면 그들은 촬영장에서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 또다시 술과 마약과 섹스에 빠져든다. 또 아침 해가 뜨면 또다시 새벽부터 촬영하러 나선다. 얼핏 보기에 1920년대의 할리우드는 추잡하고 흉하다.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게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빠져나올 수 없는 영화의 아름다움
하지만 정신을 쏙 빼놓는 <바빌론>의 오프닝과 초반부는 마냥 저속하지 않다. 파티와 촬영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꿈'이다. 매니는 영화계에서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하다. 자신감으로 가득한 넬리는 기회만 준다면 스타가 될 수 있다며 파티장을 자기 무대로 만든다. 잭 역시 할리우드의 톱스타로서 지금처럼 화려한 삶을 계속해서 누리고자 한다. 파티 음악을 담당하는 색소폰 연주자 '시드니(조반 아데포)' 역시 위대한 아티스트가 되는 꿈에 부풀어 있다. 이처럼 꿈들이 모여 열망을 분출하기에 더럽고 추잡하고 혼란스러운 이 파티는 사랑스럽다.
촬영장도 다르지 않다. 촬영 장비는 항상 망가지고, 사람은 죽어 나간다. 지금이라면 난리가 날 사건 사고가 쏟아지는데도 사람들은 매일매일 영화를 찍기 위해 모인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코끼리 똥을 맞으면서도 기어코 코끼리를 잭의 파티장에 데려가기 위해 애쓰는 매니처럼, 그들은 영화 촬영장을 떠나지 않는다.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 여배우의 춤과 눈물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만취한 할리우드의 스타가 하루의 마지막 태양 빛을 배경으로 운명적인 서사시를 완성하는 광경을 보기 위해서. 혼돈의 끝에서 마주한 한순간의 절정을 찍을 때 찾아오는 황홀경을 붙잡기 위해서. 그렇기에 모든 영화 촬영장도 파티만큼이나 아름답다.
실제로 꿈이 없는 파티와 촬영장은 추하다.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또 한 번의 파티 장면만 봐도 오프닝 파티와는 묘하게 다르다. 여전히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지만, 차이점이 있다. 이 피티에는 꿈이 없다. 무성 영화의 스타로 등극한 넬리와 잭, 그리고 잭의 매니저로 영화계에 입성한 매니에게는 꿈이 없다. 유성 영화가 등장하자 그들은 촬영장 안팎에서 불안에 떤다. 과연 자기가 여전히 스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또 영화계에서 종사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녹음 스튜디오가 갖춰진 새로운 촬영장의 모습도 아름답지 않다. 사람이 죽는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다르지 않으나, 배우와 스태프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촬영할 만한 매력이나 보람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파티는 불안함을 떨쳐내기 위한 공간이자 시간일 뿐이다. 그래서 꿈을 잃은 이들은 코앞의 자극에만 심취한다. 이제 그들의 놀이는 아름답지 않다.
추잡함까지 사랑하게 만드는 맹목적인 사랑, 영화
이처럼 <바빌론>은 1920년대 영화 산업의 명암을 가리지 않은 채 보여준다. 동시에 영화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다. 할리우드의 치부를 알면서도 계속해서 사랑한다. 달리 말해 영화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을 고백한다. 사막에서 시작한 할리우드를 건물 가득한 도시로 키워낸 열정은 물론, 그 열정이 선을 넘어버린 광기도 함께 사랑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바빌론>은 신선하다. 할리우드는 가끔 자기 역사를 미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지름길을 가지 않기 때문이다. 즉, 단순한 연애편지가 아닌 애증의 편지라서 특별하다.
영화는 이 맹목적인 사랑을 매니의 눈빛에 담아낸다. 카메라는 그가 영화와 눈이 맞는 순간을 포착한다. 첫 번째 순간은 잭의 파티 장면이다. 막 LA에 온 매니는 온갖 잡일을 한다. 파티에 서프라이즈로 등장시킬 코끼리를 데려오고, 술과 마약을 배달하며, 대리운전을 한다. 그러던 중 매니는 넬리를 본다. 입장을 거부당하던 그녀를 몰래 파티장에 넣어주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둘 다 열렬히 영화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넬리가 파티의 무대를 휘어잡고,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곧장 캐스팅 제의를 받는 걸 본다. 그렇게 그는 넬리와 사랑에 빠진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영화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두 번째 순간은 멕시코로 탈출하기 전 우연히 들린 파티 장면이다. 영화 제작자가 된 매니는 여러 문제로 꼬여 버린 넬리의 커리어를 되살리려 한다. 그러나 도박에 빠진 넬리는 이미 '제임스 맥케이(토비 맥과이어)'가 이끄는 LA 지역 갱들과 문제를 겪고 있다. 넬리를 도와주던 매니 역시 자연히 그들과 갈등을 겪고, 끝내 그들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갱을 피해 도망치던 매니와 넬리는 이동 중 작은 마을에서 열린 파티에 우연히 참석하고, 파티를 촬영하는 카메라 앞에서 함께 춤을 춘다. 바로 이때 그는 다시 영화의 매력에 빠진다. 영화의 추잡함을 온몸으로 체감했고 넬리와 영화가 인생에서 피해야 할 골칫거리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는 이번에도 영화에게 함락당한다. 이 두 장면만 보더라도 영화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이 어떤 느낌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온몸을 던져 사랑해서 진정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셔젤 감독의 작품답게 <바빌론> 속 사랑도 현실 앞에서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무성 영화의 사람들인 세 주인공 앞에 유성 영화가 등장하고,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가 새로운 시대에 발굴된 신흥 스타를 비춘다면, <바빌론>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는 이들을 그려낸 셈이다. 톱스타였던 잭은 미숙한 목소리 연기 때문에 이제 관객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그와 몇십 년간 같이 일해온 에이전시는 그에게 더 이상 흥행 작품의 배역을 맡기지 않는다. 라이징 스타였던 넬리의 커리어도 순식간에 꺾인다. 허스키하고 거친 게 매력인 그녀의 목소리가 유성 영화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리우드의 체계가 잡혀간 것도 그녀에게는 독이다. 거칠고 야생적인 넬리의 성격은 사교 파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음악 영화 제작자로 이름을 알린 매니도 끝내 현실의 벽에 부닥친다. 그는 넬리의 커리어를 살리려다가 본인 경력도 끝날 위기에 처한다.
그들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자기 꿈을 지킨 채 찬란히 부서지든가, 현실을 인정하고 꿈을 내려놓든가. 세 주인공은 제각기 달리 선택한다. 잭은 자신의 시대가 끝났다고 판단한다. 더 추해지기 전에 스스로 자기 시간을 끝낸다. 넬리는 잭과 비슷한, 한편으로는 그녀다운 선택을 한다. 함께 도망치자는 매니의 제안을 거부한다. 처음 등장할 때처럼 춤을 추면서 거리 저편으로 사라진다. 매니는 도망치기 직전 갱에게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다. 그러더니 영화라는 꿈을 포기한다. 할리우드를 떠나 평범히 살아간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선택을 응원하고 또 위로한다. 온몸을 던져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라는 꿈을 꾼 이들의 마지막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잭에게 그의 시대가 끝난다고 알려준 기자 '엘리노어(진 스마트)'의 대사에 모든 게 함축되어 있다. 그녀는 잭이 "천사와 유령들과 함께 영원을 누릴 것이다"라고 말한다. 온몸을 던져 영화를 만든 넬리와 매니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영상과 이름으로 살아남은 채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새로운 관객과 친구가 될 것이므로.
그래서 영화의 결말은 다시 한번 매니의 눈에 주목한다. 시간이 흘러 LA로 돌아온 매니는 극장에서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본다. 작중 등장인물인 리나 라몬트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유성 영화 시대에 전성기가 끝나버린 여배우를 보며 넬리와 무성 영화의 전성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이내 경탄에 가득 찬다.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동시에 영화를 보면서 자기가 사랑했던 대상이 넬리라는 인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넬리를 담아낸, 꿈과도 같았던 영화의 한 장면에 매료됐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동시에 자기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자기처럼 한순간의 장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고생했고, 고생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영화를 보며 배운다. 기차가 들어오는 장면부터 이크란을 타고 제이크 설리가 하늘을 나는 순간까지. 자기가 몸담았던 할리우드는 달라졌어도, 할리우드는 계속된다는 걸 직감한다. 멸망한 후에도 시대에 따라 아름답고 위대한 나라와 도시를 지칭하는 표현이 되어 살아남았던 바빌론처럼.
영화를 사랑하게 만들다
이 모든 사랑 고백은 데이미안 셔젤이 직접 실천했기에 더 인상적이다. 사실 <바빌론>은 <위플래쉬>나 <라라랜드>, 심지어 <퍼스트맨>에 비해서도 대중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일단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지나치게 길다. 파티 장면이나 몇몇 에피소드는 단축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몇몇 캐릭터도 생략할 수 있다. 그러나 셔젤은 그러지 않았다. 자기 비전을 전부 스크린으로 옮겼다. 애초에 이 영화를 제작하자고 배급사를 설득할 만한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 전작들을 만들었다고 했던 만큼, 타협하지 않았다. 모든 영화와 영화계 종사자들을 향한 찬가를 온전히 들려준다. 하지만 그렇기에 <바빌론>의 메시지는 강력하다. 영화를 향한 애정, 심지어 할리우드의 부끄러운 과거까지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설령 이전 필모그래피에 비해 길고 거칠며 덜 정돈된 인상이 가득하더라도.
감독의 장점과 배우들의 조화는 화룡점정이다.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저스틴 허위츠의 음악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능력은 여전하다. 넬리와 매니의 주제곡이나 잭의 주제곡은 미세하게 변주되면서 반복된다. 그때마다 필요한 감정을 기가 막히게 자아낸다. <라라랜드>에서 'City of stars'가 반복되지만, 들을 때마다 인상이 다른 것과 유사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더 말할 게 없다. 특히 마고 로비가 눈에 띈다. 마치 할리우드의 얼굴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도 그랬지만, 그 시대의 할리우드를 또 한 번 생생하게 표현한다. 관객과 함께 광란의 20년대를 헤쳐 나가는 디에고 칼바의 신선한 페이스도, 작품 전반적으로 중후함과 위트를 불어넣는 브래드 피트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달리 말해 <바빌론>은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영화다. 설령 팬데믹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와 멀어졌다고 하더라도.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인생과 꿈 사이에서 영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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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 라이브즈 - 셀린 송 감독과 유태오 배우가 그리는 새로운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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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의 어느 날, '해성'의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첫 사랑, '나영'. 12년 후, '나영'은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가다 SNS를 통해 우연히 어린시절 첫 사랑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한 번의 12년 후, 인연의 끈을 붙잡기 위해 용기 내어 뉴욕을 찾은 '해성'. 수많은 "만약"의 순간들이 스쳐가며, 끊어질 듯 이어져온 감정들이 다시 교차하게 되는데… 우리는 서로에게 기억일까? 인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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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하이 메인터넌스> 공식 예고편
브루클린의 마약 딜러 '이 남자'가 도시만큼이나 다양하고 예민한 고객들의 주문을 받아 배달하며 펼쳐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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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 메인 예고편
주먹은 내가 쓸게, 머리는 니가 쓸래? 골 때리는 도적들의 유쾌한 어드벤처⚔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메인 예고편 대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