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2025-04-01 16:53:20
방황은 여행이 되고, 그 끝에는 사랑이 있었다.
<행복의 노란 손수건> 스포있는 리뷰
#씨네랩 #행복의노란손수건 #일본영화 #영화리뷰
방황은 여행이 되고, 그 끝에는 사랑이 있었다.
스포있는 <행복의 노란 손수건> 리뷰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했습니다.
‘제1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7개 부문을 수상하고,
일본 역대 흥행 베스트에 등재된 영화
이런 수식어가 붙어 있는 영화를 보고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평소에도 일본 영화를 즐겨봤었기에 이전의 일본 영화가 궁금했다. 어떤 부분이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비평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지 보고 싶었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갔다.
원작이 있는 영화
영화는 유명한 원작을 기반으로 한다. 1970년대 뉴욕 포스트에 실렸던 ‘피트 해밀’의 단편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 시작 원작자 이름으로 피트 해밀이 뜨는 걸 볼 수 있다. 여행을 떠나는 남녀와 석방 후 집을 향하는 남자. 아내에게 편지를 써서 용서를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면 노란 손수건을 나무에 달아주라는 약속을 기다리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용서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1973년 팝송으로 만들어지며 더 유명해졌다.
영화를 보면서 찾아보려고 한 것은 이 유명한 이야기를 어떻게 일본의 배경으로 풀어냈을지, 결말이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를 두고 1시간 48분간 끌었을지였다.
원작을 변형해 일본의 시대를 담다
영화 줄거리는 원작을 따라가면서 영화의 길이와 일본에 맞게 변화했다. 영화 시작은 좋아하던 여자에게 차이고, 직장도 잃은 ‘긴야’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가진 돈을 모아 새 차를 사고, 홋카이도로 떠난다. 새로운 여자를 만날 것이라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추파를 던진다. 그러다 남자 친구에게 큰 상처를 입고 실연한 ‘아케미’를 만나 함께 여행을 떠난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유사쿠’에게 부탁하며 이 여행의 마지막 동료가 합류한다. 방황하며 떠난 3명의 인물은 여행을 통해 부딪히고, 소통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그러다 ‘긴야’의 복통으로 ‘유사쿠’가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경찰의 검문에 면허가 없던 ‘유사쿠’가 걸리게 된다. ‘유사쿠’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였던 사실을 알게 된 ‘긴야’와 ‘아케미’는 ‘유사쿠’의 사연을 들어보려고 한다. ‘유사쿠’의 사연을 들은 둘은 ‘유사쿠’에게 집으로 향하자고 권한다. 그렇게 ‘유사쿠’의 결말을 향해 어설픈 3명이 차츰 다가간다.
원작과 달라진 점은 배경과 인물들이다. 여러 쌍의 연인은 ‘긴야’와 ‘아케미’로 바뀌었다. 뉴욕에서 감옥살이하던 남자는 살인을 저지른 ‘유사쿠’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플로리다 해변을 향하는 여행은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그려졌다. 일본을 배경으로 만들면서 홋카이도의 여름 풍경을 담았다. 당시의 풍경들이 아름답게 담기면서 영화의 매력이 올라갔다. 게다를 신고 다니는 ‘긴야’의 모습이나 기차 승무원을 하는 ‘아케미’ 등 당시 일본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담아냈다. 이런 모습들로 당시 일본 관객들에게 공감대로 다가갔을 것 같다.
방황에서 정착으로
3명의 인물은 방황하러 나왔다가 결국 정착할 곳을 찾는다. ‘긴야’와 ‘아케미’는 실연으로 상처 난 마음을 회복하고자, ‘유사쿠’는 부끄러운 죄에 아내를 다시 마주할 용기가 잃어서 돌아다닌다. 우연한 3명의 만남은 서로를 위한 행운이었다. 진심 부족한 ‘긴야’는 ‘유사쿠’에게 혼이 나며, 그의 삶을 보면서 진심을 되찾는다. 자신의 실패에 후회하던 ‘아케미’는 여행 중 실수와 실패를 해도 울면서 이겨낸다. 나중에는 용기가 부족한 ‘유사쿠’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인물이 되기도 한다. ‘유사쿠’는 둘 만큼 어설픈 사람이다. 하지만 어른으로서 둘과 함께하며 책임감과 용기를 되찾는다. 3명 모두 여행처럼 어설프지만 함께 나아가며 어딘가 도착한다. 이러한 결말은 그 시대 청춘과 어른들에게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은 같다. 오래된 영화라는 점이다. 과거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연출, 카메라 무빙, 편집이 인상적이다. 흔들리는 카메라나 코미디 연출은 더 이전 흑백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오디오도 과거 그대로다. 누군가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킬 요소이고, 누군가에게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과거의 영화를 체험해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어쩔 수 없는 단점은 시간이 지나 시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메인 스토리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그때와 지금 달라졌다. 특히 관계를 강요하는 장면에서는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 장면보다도 더 놀라운 건 인물들의 반응이다.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가 오늘날과는 다르다. 이런 부분을 감수하기 어렵다면 아쉽게도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시대 이외에 아쉬운 점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조금 덜 풀렸다는 것이다. 영화는 여행 중 인물들의 과거를 잠깐 회상하는 형태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짧게 들어간 컷으로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유사쿠’의 과거 컷 중에는 동료들과 탄광에서 나와서 기자들에게 조명을 받는 부분이 있다. 탄광일을 했다는 것과 어려운 일도 있었다는 것이 예상되지만 이후 과거 이야기를 풀어갈 때 이어지는 부분이 없다. 또 ‘유사쿠’가 경찰 서장에게 신뢰를 받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에 대해서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적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이전 시대를 알아갈 수 있는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삶과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삶과 사랑이라는 주제는 낡지 않는다. 1970년대든 2020년대든 사람이 겪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두르고 있는 것들이 조금 낡을 수밖에 없다. 영화가 표현하는 방식은 이 시대에는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차이가 영화의 매력이 되기도 한다. 옛 영화와 지금 시대의 차이 그사이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과 그 시절 홋카이도의 풍경이 궁금하다면 영화를 추천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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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데일리] 파스타샤 강변에 사는 아이들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으니 관람하지 않으신 분은 읽으실 때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영화리뷰
[포스터]
[감독] 이네스 알베스
[출연] 에콰도르와 페루의 국경지대인 파스타사강 변에서 살아가는 아추아 부족 아이들
[시놉시스] 아마존 우림에서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파스타사강 줄기와 나무 꼭대기를 오가며생활하는 그들은 협동하며 자율적인 일상을 이어간다.
***
누군가의 삶을 엿본다는 것은 참으로 묘한 일이다.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볼 때면 나는 내 안의 관음증적인 욕망이 해갈되는 것을 느끼곤 한다. 다른 사람의 삶 그 자체를 살핀다는 것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파스타샤 강 유역에 사는 <워터 오브 파스타샤>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동북아시아의 도시인들이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종류의 삶을 산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를 통해 새로운 종류의 영감, 감회, 혹은 사색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자, 이제 아마존의 열대우림으로 떠나보자. 에콰도르와 페루의 어느 국경지대, 강과 숲을 벗하며 살아가는 아추아부족의 아이들을 만나러.
***
우리는 열대우림에 있다. 거대한 파스타샤 강이 있고 그 옆에는 무성한 숲이 있다. 그 숲에는 많은 식물과 곤충, 날짐승과들짐승이 있으며, 그 사이로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지난다. 그들은 서슴없이 나무를 올라 열매를 따고, 겁도 없이 거대한칼을 휘둘러 그것을 깨먹는다. 어른의 도움도 없이 그릇을 빚고, 예쁜 목걸이를 만들고, 빨래를 하고 저녁을 짓는다. 그들의 부모가 너무 바쁜 까닭에 이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양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없는 것도 아닌데, 카메라는 고집스럽게 그들만을 조명한 것은 이러한 낯선 곳에서 허물없이 자라나는 아이들을 담아내고자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도시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아이들이 쉴 새 없이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그 열악하기 짝이 없는 지저분한 옷과 진흙 위를 뒹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아동 학대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 거대한 정글칼을 겁도 없이 휘두르는 아이들을 보고있노라면 '저러다 다치면 어쩌나' 싶어 공연히 보는 나의 간담이 다 서늘해진다. 그러나 우선은, 그러한 우려와 편견을 잠시 미루어 두자. 판단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거대한 숲은 아이들의 일터이기도 하지만 거대한 놀이터이기도 하다. 개구리와 풀벌레는 울고, 나무덩쿨과 개울은 각각그네와 수영장이 되어 그들을 맞이한다. 바나나 잎은 근사한 치마가 되고, 나무 열매는 팽이가 되는 세상. 강과 숲은 아이들에게 그러한 세상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때가 되면 배를 타고 학교로 향한다. 숲의 한복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그것에서부터 흘러나온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아이들은 결코 문명에서 아주 동떨어진 이들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들 착각하는 완전한 타인이 아니라는소리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노트북 화면에 출력된 영미 영화를 본다. 각자의 교과서를 들여다보며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다. 시간이 남으면 빗줄기를 뚫고서라도 공을 차고 논다.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파스타샤 강변을 감히 원더랜드라고 칭하지는 않겠다. 이것은 그들의 삶을 단순히 낭만적으로 미화하고 그들의 노동의가치를 폄훼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고통스럽고 '미개한' 삶을 살고 있노라 비하하지도 않겠다. 그런 오만함을 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지구 반대편에는 어떤 삶이 있는지 엿보았다. 그 어린 아이들의 세곱절은 살았는데도, 나로서는 감히 상상하지 못할 삶이었다.(우리의 삶의 터전이 다른 것에 기인한 것이다.)
나는 에리카, 눈크이, 지저스, 누피르, 위마스, 나이암, 로살리나, 베르톨메오, 라몬, 치아스, 차님, 슈와, 파멜라, 와인치, 니샤, 야지, 야기, 파트리샤, 사라, 셰리, 페인트, 그리고 그밖에 차마 내가 기록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갈채를 보내고 싶다. 그들은 너무나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것을 긍정하면서.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그것을 견뎌내면서. 그것이 삶이기 때문에. 나 또한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삶을 엿본 것은 대단히 기쁜 일이었다.
아직 파스타샤의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그들을 만나러 가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존에서의 삶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워터 오브 파스타샤', 22.08.30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08/25(목) - 09/0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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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콕 휴가를 책임질 홍콩영화, <무간도>
스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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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지옥에 빠진 자는 죽지 않고 영원히 고통받게 된다. 불교의 18지옥 중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이다.
죽지도 못하는 것만큼 큰 벌이 있을까 싶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대가로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고도 다음 날이면 다시 살아나 또 쪼이는 벌을 받았다.
차라리 죽여 주십사 하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무간도는 프로메테우스 쪽보다는 시지프스에 가깝겠다. 시지프스는 하데스와의 약속을 어기고 영원히 바위를 끌어올리는 벌을 받는다.
하나의 범죄조직에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경찰으로 위장한 삼합회 조직원과 경찰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삼합회 스파이가 된 경찰.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이분법적이다. 설정 자체가 그렇다. 그 속에 회색지대는 없다. 좋은 놈은 끝까지 좋은 놈이고, 나쁜 놈은 끝까지 나쁜 놈이다.
물론 악인에게도 약간의 선의가 있을 수 있고, 선인에게도 악의가 있을 수 있다.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그들을 괴롭게 하면서도 그 질문을 전면에 배치하지는 않는다.
<무간도>는 1편, 2편(혼돈의 시대), 3편(종극무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시간 순서로 따지면 2-1-3편의 순으로 놓인다.
1편에서 경찰 진영인과 삼합회 조직원 유건명이 만나 엇갈린 운명을 확인한다면, 2편은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는 스토리다.
진영인, 유건명 뿐만 아니라 삼합회 보스인 한침, 1편에서 죽은 황 국장 등에게 이야기의 겹이 쌓이면서 1편의 인물들에게 서사가 부여된다.
3편은 진영인의 사망 이후의 사건들이며, 무간도 전체의 흐름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때는 홍콩이 반환되던 시기이다.
홍콩 영화에서 유독 자주 볼 수 있는 배경인데, 이는 홍콩 반환 당시 홍콩인들의 정체성 혼란과 거부감, 혹은 회한 등 미묘한 감정들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영국인이었다가 하루아침에 중국인이 되어버린 마음들이 홍콩 출신 감독의 영화 곳곳에 아로새겨져 있다.
중국과 영국은 너무도 다른 나라다. 그리고 지금, 홍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 보자. 그러므로 어쩌면 이 영화는 우화다.
악은 선 속에서도 악하고, 선은 악 속에서도 선하다. 3편 종극무간에서 진영인과 양 반장, 심등은 서로 총을 겨누나 죽이지 않는다.
"조준하지 않았다"는 대사에서 심등은 진영인이 경찰임을 알아본다. 셋이 서로의 정체를 확인한 뒤에 잠깐 보이는 진영인의 미소는 세 편의 시리즈 중 가장 마음이 편안해 보인다.
1편에서 진영인이 자신을 죽이려 하는지 묻는 유건명에게 "미안하지만 난 경찰"이라고 말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3편에서의 유건명은 분노와 광기에 휩싸여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은 그를 더욱 더 광기로 몰아붙인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보스인 한침을 죽이는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아는 진영인의 경찰 기록을 삭제한다.
유건명의 말도 틀리지 않다. 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유건명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가.
하지만 기회를 갖고 싶었다면 사실대로 말했어야 했다. 죄를 인정하지 않고 덮어두려고만 했기 때문에 그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지 않고 덮어버렸기에, 부패는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퍼져 나간다.
유건명은 환청과 환상, 분열된 자아 속에서 고통 받는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과 외부적으로 보이는 악행의 충돌은 자아를 흔들어놓다가, 기어이 자신을 진영인과 혼돈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자신의 악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결국 자신의 광기에 이기지 못해 양 반장을 총살하고 자신의 목에도 총을 겨눈다.
그러나 그는 자살기도마저 실패한다. 삶이라는 벌을 받는다. 모두가 죽고 혼자 남았다.
첫사랑이나 다름없었던 한침의 아내 메리를 죽게 만든 건 본인이었다. 그 뒤에 만난 아내 메리를 떠나게 만든 것도 그 자신이다.메리가 낳은 아이는 아빠라는 말을 하지만 아이를 볼 수도 없다. 진영인도, 황 국장도, 양 반장도, 한침도 죽었다.
유건명은 모두가 떠난 삶에 혼자 모든 것을 기억하고 살아내야 한다. 그곳이 무간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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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위해서 집에 머물 수밖에 없는 휴가 기간이다.
이번 휴가는 집에 콕 틀어박혀 시리즈물을 보는 건 어떨까.
시원한 액션과 양조위, 유덕화, 여명의 리즈시절 미모를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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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10월 첫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고 있습니다.외출하실 때 외투 꼭 챙기시고,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컴백홈> 개봉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공조2: 인터내셔날> (-)▶ 4주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공조 2: 인터내셔날>이 70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 영화에서 3번째로 누적관객수 600만 명을 넘은 영화이며, <탑건: 매버릭>이 600만 관객을 넘어선 것보다 빠른 속도로 600만을 넘어섰습니다.
주말 동안 (10월 7일- 10월 9일) 관객 수 22만 3,64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52만 5,777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 <인생은 아름다워> (▲1)▶ 이전보다 한 단계 상승한 2위를 차지한 <인생은 아름다워>. 흥겨운 노래와 감동적인 스토리와 함께 호평이 이어지며 흥행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같다.
주말 동안 (10월 7일 ~ 10월 9일) 관객 수 16만 8,22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8만 71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정직한 후보2> (▼1)▶ 블랙코미디 영화로 주목을 받았던 <정직한 후보>의 관객 수가 약 2분의 1 정도 줄어들면서
주말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이번 주는 한 단계 더 낮아진 순위를 예상한다.
주말 동안 (10월 7일 ~ 10월 9일) 관객 수 13만 5,83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9만 5,450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21회 예측 이벤트는 <컴백홈>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컴백홈> 주말 스코어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컴백홈>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59%, 여성 41%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그다음으로 20대, 40대, 50대, 10대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컴백홈>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30대 초반 남성과(169,596명)과 40대 초반 여성(163,061명)이었습니다.
또한 <컴백홈>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8.7%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컴백홈>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 (-)▶ 미스터리 장르로 관객을 모은 짱구 극장판이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관객을 모았습니다.
주말 동안 (10월 7일 ~ 10월 9일) 관객 수 12만 8,15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8만 9,21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스마일> (NEW)▶ 전 세계 호러 팬덤을 열광케 만든 영화 <스마일>. 판타스틱 페스트 개막작 상영 후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주말 동안 (10월 7일 ~ 10월 9일) 관객 수 3만 19,24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만 8,91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Smile>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하여 기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던 영화들의 순위가 하락하였습니다.
주말 동안(10월 7일 ~ 10월 9일) <Smile>의 매출액은 17,600,000 (한화 약 250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 역시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9월 16일 ~ 2022년 9월 18일)1. <스마일> 1,760만 달러 (누적 4,989만 달러)2.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 1,150만 달러 (누적 1,150만 달러)3. <암스테르담> 650만 달러 (누적 650만 달러)4. <더 우먼 킹> 530만 달러 (누적 5,412만 달러)5. <돈 워리 달링> 347만 달러 (누적 3,845만 달러)...씨네픽의 10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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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메이커의 비애
이 영화, 킹 메이커에서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은 정말 왕을 만드는 사람이다. 영화에서 그는 유능하고, 잘 생기고, 일 처리가 확실한 민주당 경선 후보 모리스의 캠프 홍보관이다. 영화 초반 그는 자신이 상관으로 모시는 모리스가 도덕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대통령감으로 손색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소신을 지켜낸다. 하지만 그가 공화당 사무장의 스카웃 제안으로 은밀한 만남을 하게 되고, 그의 인생에 예쁘고, 똑똑한 여자 인턴 몰리라는 여자가 등장하면서 그의 탄탄대로가 한순간에 무너지기 시작한다. 처음에 영화를 보면서 나는 그가 사무장에게 곧바로 상대편 진영 때문에 생기는 오해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의 인생이 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치명적 단점은 사람을 너무 잘 믿는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상관이 너무도 청렴하고 올곧은 사람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더 언급하면 스포가 되니 여기까지만 하겠다. 이 글이 이해가 안간다면 영화를 보고오라.
이 영화의 장점은 인물들의 캐릭터가 모두 입체적이라는 것이다. 입체적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인물들이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내용상 반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거지만 시나리오가 참 탄탄하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뭘까 생각해보니가 이거라고 결정내렸다. "정치인들은 거기서 거기다. 당이 무엇이고, 이념이 어떻고, 군사적 입장이 어떻든 간에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다 거기서 거기니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라. 정치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참된 인간이 되기 보다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 중에 "너는 톰 더피를 만나는 자리에 나갔다는 것은 네가 선택한 거야. 네가 그 선택을 한 이유는 호기심이었겠지. 네가 잘 난 것 같고, 거물이라도 된 것 같았겠지." 난 이 대사에서 선택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췄다. 모든 인생의 길조와 흉조 모두 내 잘못은 하나도 없고, 우연이 몰고간 결과인 것 같겠지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내가 과거엔 한 선택 때문에 고생한다는 것. 그래서 이 영화는 선택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선택이라는 키워드는 스티븐이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집중하게 한다.
난 라이언 고슬링이라는 배우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라이언 고슬링 정말 팬이 많이 있는 거 나도 알지만 너무도 단순하게 외모가 너무 가벼워 보였고, 내 개인적 취향으로 얼굴이 너무 날렵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 쟤 뭐야, 완전 편견덩어리잖아!'라고 한다면 인정한다. 내가 한 배우를 너무나도 주관적인 기준 때문에 평가절하하고 있었다. 이 영화를 보니, 진짜 라이언 고슬링 연기 잘한다. 그리고 심지어 분명 2시간 전까지 나는 나의 외모는 생각지 않고, 그의 외모를 까고 있었는데, 이제 그의 얼굴이 잘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그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인간적이고, 섹시하기까지 하다.
스포인 것 같지만 난 마지막에 스티븐이 자신의 소신을 버리고, 더러운 길을 가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그는 갈 때까지 간 그의 인생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해야 진짜 이득일까 고민했던 결과였던 것 같다. 그의 선택에 잘 했다고 박수 쳐줄 수는 없지만 그의 선택의 당위성은 이해가 간다. 그의 선택을 보니, 그는 진정 머리좋은 놈이었다. 감정의 노예가 되느냐, 실리를 따지느냐. 솔직히 그 상황에 내가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떨 것 같은가.
아, 이 영화 감독이 조지 클루니던데, 조지 클루니가 영화를 이렇게 잘 만든 게 있는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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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첫 번째 게임에서 죽고 말겠지만.
나는 계급에 대한 이야길 좋아한다. 특히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속해있던 계급, 가난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했던 서민층 이하의 계급 이야기를. 처음 TV에서 보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티저에서는 이정재의 사정이 따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이 드라마를 오락적 요소가 다분한 머니게임 드라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드라마의 1-2화는, 게임에 참가하기까지 이정재(극 중 이름:기훈)의 동기와 사정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빌드업하며 진행된다. 엄마에게 용돈을 타 쓰는 철부지 캥거루족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태생적으로 착하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었다. 10년이 넘게 자동차 회사에서 일했으나 회사는 하루아침에 그를 쫓아내고, 그는 노조활동을 벌이다 동료 한 명을 잃는 사고까지 당한다. 아내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그를 떠나 새살림을 차렸고, 열 살 된 딸아이는 비교적 넉넉한 새아빠 밑에서 지내며 이정재를 측은히 여긴다.
설상가상으로 이정재의 홀어머니는 아프다. 당장 수술과 입원을 하려면 300만 원이 필요한데 그 돈마저 없어 그는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한다. 그러나 이미 경제적 신용을 잃은 그에게 손을 내미는 이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게임에서 이기면 456억을 주겠다는 매우 사기스러운 세력을 만나게 되고, 그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결국 그 게임에 참가한다. 어차피 더 무너질 것도 없는 상황,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그 게임이 바로, 오징어 게임이다. 돈이 차고 넘치는 어떤 부자들이, 너무나 심심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다가 '상금을 줄 테니 목숨을 걸라'고 만들어진 황당한 취지의 게임.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정재와 마찬가지로 저마다 경제적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다. 여러 이유로 터무니없는 빚을 진 사람, 탈북자,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까지 사연과 동기는 다양하다.
더 이상 물러날 현실이 없는 그들은, 상금을 얻기 위해 부자들의 놀음에 기꺼이 목숨을 던지기로 한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게임)밖이 더 지옥이야"라고. 반면 위스키를 홀짝이며 이 게임을 관전하는 부자들은 단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돈을 건다. 애잔하거나 애처로움을 넘어서 기괴함이 느껴지는 수준의 빈부격차.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자화상이었다.
내 20대 시절이 생각났다. 스물다섯 살엔가, 어떤 작은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나에게 제시한 월급이 120만 원이었다. 거기서 세금을 떼면 통장에 100만 원 조금 넘는 돈이 들어왔다. 그 돈으로 매달 저축도 해야 하고, 사이버대학에 편입했던 터라 간간히 등록금도 내야 했으며, 교통비와 핸드폰 요금도 물론 내야 했다. 하물며 남자 친구에게 매일 얻어먹을 순 없으니 눈치껏 밥값도 계산할 줄 아는 여자 친구여야 했기에, 이런저런 사람 구실을 하고 다니려면 주머니 사정은 늘 여의치 않았다. 자주 적금을 깼고, 어떤 날은 돈이 모자라서 마찬가지로 힘든 엄마에게 손을 벌렸다. 또 어떤 날은 도저히 밥값을 낼 형편이 안돼서 친구들을 안 만난 적도 있었다.
그때의 내게 오징어 게임의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면, 난 참가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 같다. 너무도 팍팍하고 희망이 없는 삶을 살다 보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인생을 바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난 참가했다고 해도, 게임 운도 더럽게 없어서 아마 1차전에서 총을 맞고 죽었을 것이다. 그곳에서조차도 아무런 두각도 나타내지 못하고 엑스트라로 끝나는 삶. 그게 그때의 내 삶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오지랖 넓고 착하고 가난한 이정재를 넋 놓고 응원하게 됐다. 지 목숨도 간당간당하는 판에 여기저기 다 퍼주는 그가 속 터지면서도 말이다.
다행히 이정재는 주연이니까 끝까지 살아남는다. 456억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타서 고작 하고 싶은 게 '빚 갚고, 시장에 어머니 가게를 차려주는 일'이라던 이정재의 말은 오래도록 마음을 짓눌렀다. 그 마음 또한 알 것 같았다. 돈이 너무 없어서 세상을 미워했던 20대 중반의 나도 그랬으니까. 그 때의 나는 456억을 타면 무얼 하고 싶었을까? 베란다에 곰팡이가 서리는 싸구려 빌라에서 벗어나 엄마랑 살 따뜻하고 괜찮은 집 구하기, 글쓰기 수업 받아보기. 다른 좋은 곳 취직할 때까지 맘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생계자금으로 쓰기. 내게도 그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부자들은 가진 돈이 너무 많아 쓸 데가 없어서 사람들의 생명을 건 게임에 돈을 걸지만, 어떤 사람들은 고작 300만 원 병원비가 필요해서 목숨을 건다. 너무 슬프지 않은가? 페라리를 몰거나 강남 몫 좋은 곳에 건물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작 어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목숨을 던진다는 게. 부자들은 모르겠지만, 경제적 곤궁에 처한 사람들의 삶은 그렇다. 당장의 내일을 도모할 자본이 없어서 삶을 포기하고, 세상을 저주한다.
<오징어 게임>은 여러 신선한 소재와 화려한 스케일로 둘러싸여 있지만, 결국은 그런 부의 불평등, 돈 있는 계급이 돈 없는 계급을 유린하는 부조리를 꼬집는 드라마였다. 세상에 너무도 많은 이정재가 있음을 말하는 드라마. 화려한 외피 속에 가려진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읽는다면, 이 드라마는 더욱 묵직하게 다가올 것이다.
시간이 흘러 삼십 대가 된 나는 다행히도 100만 원의 월급으로 힘겨워하던 삶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아직 사회는 크게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 고금리의 사채빚을 져서 목숨을 끊는 사람들,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가득하다. 뭐, 어쩌면 한편에는 정말로 오징어 게임을 만들어 가난한 자들을 체스 말처럼 사용하는 부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자들이야 그렇다 치고. 적어도, 당장 내일을 살아갈 희망이 없어 목숨을 베팅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사회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돈이 사람의 존엄을 해치는 일, 정말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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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매기> - '갈매기를 추락시킨 사랑이란 총성'
갈매기 (The Seagull)
개봉일 : 2018.12.13 (한국 기준)
감독 : 마이클 메이어
출연 : 시얼샤 로넌, 아네트 베닝, 빌리 하울, 코리스톨, 엘리자베스 모스, 메어 위닝햄
'갈매기를 추락시킨 사랑이란 총성'
매끈한 흰 털을 가진 갈매기가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사랑스러운 빛깔을 뽐내며 아주 자유롭게. 탕- 총성이 한발 울린다. 한 남자가 갈매기를 향해 총을 쏜다. 당장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다거나 원수를 갚기 위한 총성 따위가 아니었다. 그냥. 화가 나서. 헤집고 싶어서. 갈매기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소유하고 싶어서. 그런 이유에서였다. 자유롭게 하늘을 누비던 갈매기는 그렇게 바닥으로 나가떨어진다.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갈매기>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갈매기>. 원작은 아직 접해보지 않았지만 원작은 꽤나 다크한 분위기라고 하기에 ‘혹시 멘탈 와장창 스타일인가..?’싶어 걱정을 잔뜩 집어먹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는데, 생각만큼 많이 다크하고 깊숙한 영화는 아니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애정에 대한 갈구, 질투와 자기혐오가 적절히 뒤섞인 이 이야기는 꽤나 직선적인 플룻을 갖추고 있다.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그에 얽힌 대가는 직통으로 그들을 관통한다. 연기력을 갖춘 중년의 여배우와 연기는 엉성하지만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 명성이 자자한 작가지만 강박을 갖고 있는 남자와 아직 인정받지 못한 소년. 그리고 사랑하지 않는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중년의 여성과 외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그녀의 딸. 그 어디도 온전한 구석이 없는 애정의 방향은 얽히고설켜 새로운 고통으로 다가온다.
“모든 생명은 애절한 순환을 마치고 사라져버렸네.”
콘스탄틴이 써 내려간 희곡의 한 구절이다. 애절하게 돌아가던 애정의 순환이 멈춘 곳엔 무엇이 남아있을까. 모두 사라졌을까, 추락했을까, 그대로 남아있을까.
갈매기 시놉시스
달빛이 내려앉은 아름다운 호숫가, 무대 뒤에서 첫 공연을 준비하는 ‘니나’(시얼샤 로넌)와 ‘콘스탄틴’(빌리 하울) ‘이리나’(아네트 베닝)처럼 유명한 배우가 되길 원하는 ‘니나’는 촉망받는 작가 ‘보리스’(코리 스톨)의 등장에 설레고, ‘콘스탄틴’은 그런 그녀를 보며 애태우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네 희곡엔 살아있는 인물이 없잖아.”
한적한 시골집에 살며 작가의 꿈을 꾸고 있는 소년 콘스탄틴, 그리고 콘스탄틴이 애정 해 마지않는 사랑스러운 소녀 니나. 콘스탄틴은 희곡을 쓰고, 니나는 희곡의 주인공이 되어 연기를 펼친다. 습기를 머금은 나무들과 질척이는 진흙이 깔려있는 숲에서 콘스탄틴의 희곡이 처음으로 막을 올린다. 하지만 중년 배우인 그의 어머니 이리나는 아들의 연극에 틈틈이 딴죽을 건다. 어머니의 발언에 마음이 상한 콘스탄틴은 바로 공연을 마무리 짓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앞에 앉아있는 성공한 작가 보리스의 존재도 버거운데, 그 옆에 앉아 내 희곡의 문제점을 짚어대는 어머니의 말은 콘스탄틴의 자존감을 하락시킨다. 마흔도 안된 젊은 나이에 성공한 쉬이 말하는 ‘재능 있는 작가’와 시골에 박혀 흥미롭지 않은 희곡을 만들어내는 작가 지망생인 자신. 게다가 콘스탄틴이 사랑하는 소녀 니나는 보리스의 등장에 설렘을 느끼고 있으니.. 콘스탄틴의 감정은 바닥 저 밑으로 가라앉는다.
보리스는 이리나의 젊은 연인이다. 사실 이 둘의 관계는 완전한 연인으로 표현하기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을 때도 있고, 가벼운 연인처럼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엉성한 연인 사이에 새로이 등장한 ‘사랑스러운 소녀’는 보리스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이리나는 자존감이 꽤 높은 인물이다. 이 정도면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생각과 배우로서의 자부심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녀는 여전히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갈구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가 있겠는가. 내 나이의 절반도 되지 않은 어린 소녀가 뿜어내는 사랑스러움은 자기관리로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것이었다. 이리나는 보리스와 니나 사이의 분위기가 묘하게 변해가는 걸 눈치채고 니나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그녀는 20살 중반의 나이를 가진 마샤를 옆에 세워놓고 누가 더 젊어 보이냐고 질문하기도 하고, 노래를 들려달라는 청을 거절하다가도 니나에게 관심이 쏠리자 바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니나를 의식해 더 화려한 옷을 찾아 입고 거울 앞에 선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다. 막말로 다 큰 어른이 어린 소녀를 질투해서 뭐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어린 소녀가 나의 사랑을 뺏어가려고 한다면 얘기가 좀 다르다.
질투와 분노의 감정은 갈수록 커다랗게 자라 파괴력을 갖게 된다. 콘스탄틴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멀리 날아가고 있는 갈매기에게 총을 발사한다. 힘없이 바닥에 툭- 떨어진 갈매기를 손으로 휘감아 올린 콘스탄틴은 무슨 의미냐고 묻는 니나의 앞에 말없이 갈매기를 던져놓는다. 하지만 니나는 콘스탄틴의 행동을 계속해서 궁금해하기보단 바로 앞에 놓인 멋진 작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한다. 꽃무늬 치마를 입은 소녀는 남자와 함께 호수로 향한다.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보리스를 부르는 소리에 이내 뭍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죽은 갈매기의 몸. 보리스는 갈매기를 보고 떠오른 글을 수첩에 적는다.
‘갈매기처럼 행복과 자유를 느끼는 호숫가 소녀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그녀를 파멸시킨다.’
엉켜버린 애정의 방향으로 인한 파멸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마샤는 오랜 외사랑을 미뤄두고, 나를 사랑해 주지만 내가 사랑하지 않는 남자 메드베덴코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콘스탄틴은 우울과 분노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에게 총을 발사하고, 니나는 “내 생명이 필요하시다면 가져가세요.”라는 보리스의 책 속 한 구절을 보리스에게 전하며 사랑에 자신을 바치겠다고 맹세한다.
콘스탄틴의 자살시도 후 일주일이 지났다. 콘스탄틴의 머리엔 작은 상처만 남았지만, 어긋난 감정들은 여전히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리나는 보리스를 데려온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보리스를 데리고 떠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보리스와 니나는 이리나의 생각처럼 쉽게 마음을 접지 않았다. 보리스를 보며 무대에 서길 다짐한 니나는 보리스를 따라 모스크바로 떠난다. 콘스탄틴은 그 자리에 남아 니나를 그리워했고, 마샤는 결혼을 결심했지만 여전히 콘스탄틴의 곁을 맴돈다.
“난 그 갈매기야.”
시간은 생각만큼 많은 걸 바꿔놓진 못했다. 콘스탄틴은 작가가 되어 글을 쓰게 되었지만 여전히 니나를 그리워하고 있으며, 그녀의 소식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보리스와 아이를 가졌지만 아이를 잃고, 보리스에게 버려진 소녀는 울거나 죽는 연기만 곧잘 할 뿐이었지, 전체적인 연기엔 영 소질이 없어 배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여름, 그 시기에 모였던 인물들이 모두 모인 날 밤 니나는 콘스탄틴의 방 창문을 통해 조용히 집안으로 들어온다. 2년 전, 꽃무늬 원피스를 나풀거리며 식탁 의자에 앉던 밝은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차고 넘치게 지쳐버린 소녀는 이제 휴식을 바라고 있다. 나를 비웃고, 버린 남자에게 나는 ‘총 한방에 떨어져 버린 갈매기와 같은 존재’인가-? 니나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호기심에 사랑하고, 흥미가 떨어지자 버려진 ‘나’라는 존재는 무심결에 쏜 남자의 총에 맞아 떨어진 갈매기와 같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자니 나 자신의 존재가 너무 슬퍼지는 게 아닌가. 사실이지만 너무도 슬픈 이야기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슬픈 사실은 니나가 아직도 보리스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스탄틴은 돌아온 니나를 향해 내 곁에 있어달라며 사랑을 갈구한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상관없으니 그저 곁에 있기만 하면 모든 게 예전처럼 돌아올 것 같았다. 니나는 사랑을 고백하는 콘스탄틴에게 아직도 보리스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니나의 마음을 들은 콘스탄틴은 더 이상 니나를 잡지 않고, 그녀에게서 등을 돌린다.
“좋았던 때를 기억해?”
처음으로 완성한 희곡을 무대에 올리던 날, 니나는 콘스탄틴의 방에서 나가기 전, 그날을 기억하냐고 묻는다. 첫 연극의 설렘, 사자와 뿔 달린 사슴과 같은 동물들을 만들어 그림자를 연출했던 천막, 높이 떠올랐던 달. 그 기억들은 어느덧 돌아올 수 없는 과거가 되어 순환의 끝에 서있었다. 니나가 다시 이 집을 떠나는 순간, 그것들이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던 건 왜였을까. 왠지 그녀가 이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둘 다 불속에 뛰어든 거야. 너는 작가, 나는 배우”
“우리에게 중요한 건 명예 같은 걸 꿈 꾸는 게 아니라 견디는 거야.”
명예와 영광을 쫓는 작가가 되고자 했던 콘스탄틴, 명예를 가진 작가를 사랑했던 니나, 명예에 쫓겨 강박을 갖게 된 작가 보리스, 명예를 놓지 못한 중년 여배우 이리나. 명예를 좇아 달리던 인물들 사이에서 빠르게 일그러진 사랑과 질투의 감정들은 그들을 한 마리 갈매기로 만든다. 그중 한 마리는 총에 맞아 추락했고, 다른 한 마리는 곧 다가올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듯 속도를 늦춘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 결혼한 폴리나와 그의 딸 마샤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며 또 다른 새가 되어 행복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헤매고 있다.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인 사랑과 그에 대한 갈구, 명예와 영광에 대한 욕망과 자신을 끝없이 추락하게 만드는 자기혐오의 감정. 이 모든 것이 호수 표면에 조용히 내려앉은, 출렁이는 물결이 눈부시게 빛나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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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엘라」리뷰ㅣ디즈니가 조커, 할리퀸을 탄생시키는 방법ㅣ101마리 달마시안 결말포함 영화리뷰ㅣ크루엘라 예고편 리뷰ㅣ크루엘라 원작 애니메이션ㅣ
? "크루엘라" 영화리뷰 1부(*스포없음)
- '크루엘라' 영화 예고편 분석
- 원작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 결말포함 영화리뷰
- 디즈니 빌런 유니버스
- 영화정보
감독: 크레이그 길레스피
제작: 크리스틴 버, 앤드루 군, 맥 프랫
각본: 스티브 지시스, 토니 맥나마라, 켈리 마르셀, 도나 폭스, 제즈 버터워스, 엘린 브로쉬 맥켄나
장르: 범죄, 코미디
출연: 엠마 스톤, 엠마 톰슨 외
음악: 니콜라스 브리텔
개봉일: 미국 2021년 5월 28일 대한민국 2021년 5월 26일
독점 스트리밍: Disney+ 로고 DISNEY+ PREMIER
제작사: 미국 국기 월트 디즈니 픽처스
수입사: 대한민국 국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급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상영시간: 134분- 101마리 달마시안 영화리뷰 정보
감독: 볼프강 라이더맨, 헤밀턴 러스크, 클라이드 제로니미
제작: 월트 디즈니
각본: 빌 피트
출연: 로드 테일러, 케이트 바우어 외
음악: 조지 브런스
장르: 애니메이션, 가족, 어드벤처, 코미디
개봉일: 1961년 1월 25일
상영 시간: 79분
제작사: 미국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
배급사: 미국 브에나 비스타 픽처스 디스트리뷰션
제작비: $3,600,000
북미 박스오피스: $144,880,014
월드 박스오피스: $215,880,014
#크루엘라 #101마리달마시안 #크루엘라_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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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피로 가득한 러브 스토리❤️ 피 튀기는 통제 불가 로맨스가 시작된다! #컴패니언 2차 예고편 공개🩸 #COMPANION #3월19일극장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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