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2-04 20:42:16
등이 꼿꼿한 사람
영화 <플랜75> 리뷰
SYNOPSIS.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미래의 일본.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 75'를 발표한다.
명예퇴직 후 '플랜 75' 신청을 고민하는 78세 여성 '미치'
가족의 신청서를 받은 '플랜 75' 담당 시청 직원 '히로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랜 75' 콜센터 직원 '요코'
'플랜 75' 이용자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노동자 '마리아'
'플랜 75'의 세상,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POINT.
✔️ 초고령화 사회, 인간성을 잃어가는 듯 느껴지는 뉴스가 쏟아지는 지금, 볼 가치가 있는 영화
✔️ 주인공 ‘미치’ 역의 배우 ‘바이쇼 치에코’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소피 성우이기도 합니다. 극중에도 언급될 만큼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 ‘미치’ 씨는요, 몸이 꼿꼿해요. (…) 난 이게 미치 씨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눈여겨본 단편 감독의, 첫 장편 작품. 봉준호처럼 현실 인식이 서늘하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처럼 풀어가지만, 그보다 단단하고 무게중심이 낮은 느낌입니다. 차기작이 벌써 기대됩니다.
✔️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특별언급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주목받은 작품
✔️ 2월 7일 개봉

오래 전 누군가에게 들은 적 있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 그러니까 처음 5-10분은 그 영화를 이끌어가는 내용이자, 나중에 돌아보면 그 부분만 봐도 영화를 다 본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런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적극 동의하는 동시에 소름이 끼칠 것이다. 이 영화의 시놉시스가 되는 ‘플랜75’ 정책은 결국 오프닝 시퀀스에 나온 사건을 아주 천천히, 공적인 탈을 쓰고, 풀어서 진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권리인가? 이 질문은 결국 존엄사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 논쟁이 언제나 편치 않았는데, 누군가에게는 ‘존엄’을 지킬 선택이겠지만, 적어도 이 사회에서는 ‘죽음을 선택할’ 자리까지 떠밀린 사람들에게 마지막 버튼을 눌러 주는 것이거나, 의료라는 흰 베일을 뒤집어쓴 살인이 훨씬 많으리라는 기분 나쁜 예상 때문이었다.
유독 인물들의 뒷모습을 많이 담아낸 이 영화 속에서, 나는 마치 서래를 본 해준처럼 생각했다. 미치 씨는요… 몸이 꼿꼿해요. 난 그게 미치 씨에 대해서 많은 걸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꼿꼿한 등처럼 하루하루를 성실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이다. 꼼꼼하게 일하고, 퇴근해서 장 본 식재료를 정리하고, 베란다에 걸어 두었던 옷을 다시 들여놓는 사람. 퀴즈 쇼에 도전하고 상품을 노리는 사람들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고도 그는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은 채 정갈한 식사를 한다. 호기로운 도전이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마음 같은 것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단정하고 알뜰한 일상.
그러나 국가는 이러한 미치의 일상을 보지 않는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예산 들어갈 곳’을 줄이기 위해 7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존엄사 신청을 받는 국가에게, 미치는 그저 75세를 넘은 노인일 뿐이다. 국가가 국민을 죽이는 방법으로 명맥을 유지하다니. 누군가의 미래를 짓밟아서 도달하는 곳을 우리가 감히 미래라 불러도 될까. 그렇다면 국가란 무엇인가. 미래는 무엇인가. 영화는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좋은 영화가 으레 그렇듯, 무거운 질문에 답안이 될 수 있을 여러 가지를 그저 보여준다.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부유하지는 않아도 자기 일과 머리 누울 집이 있던 미치에게서, 국가는 그의 세상을 하나씩 잘라내고 몰아낸다. 죽음이 아니면 선택할 수 없는 자리까지 사람을 몰아세우는 느낌마저 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노인의 가난을 단지 그의 개인적 문제로 치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는 책 <가난의 문법>이 생각났다. 나아가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떠올리며, 노인 자살률이 OECD 압도적 1위라는 한국의 통계치 또한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과연 그러한 죽음은 ‘자’살인가? 미치를 끊임없이 몰아간 끝에, 라바콘 불빛이 경고등처럼 온통 붉게 번쩍거리는 어느 밤. 온통 빛이 번쩍번쩍하지만 온기는 없는 밤이 마치 이 사회 같았다.
온기 없이 휘황찬란한 세상에서, 미치는 계속해서 꼿꼿하게 걷고, 정갈하게 먹고, 조용히 배려하며, 더없이 예의 바른 언어를 구사한다. 그 중에서도 “신세(お世話)”라는 단어는 세 번 이상 쓴다. 이 단어는 사전에 “도와줌, 보살핌; 폐, 신세, 귀찮은 일”로 등장하데, 도움을 받으면서 폐를 끼치게 되어 송구한 마음을 담을 때 쓴다. 꽃다발을 받으며 명예 퇴직을 하게 되었을 때, “그 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의 의미로, 플랜75 상담원과의 첫 통화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통화에서 “마지막까지 신세 지게 되네요”로 차차 등장한다.
기초 일본어 회화에서 배우는 문장인데, 퇴직하면서 마지막으로 사물함을 깨끗이 닦고 감사 인사를 남기는 미치의 성격상 자연스러운 문장인데, 유독 귀에 툭 걸렸다. 생각해 보면 이 영화 속에서 스스로를 낮추는 단어들은 죄다 귀에 툭툭 걸렸다. 스스로에 대한 낮춤말이 존댓말 못지않게 발달한 일본어에서는 과히 이상할 게 없는 표현들인데, 왜 그 겸양의 표현들이 마음에 걸렸을까. 공적인 탈을 쓰고 무례한 죽음이 판을 치는 세상에 끝내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건 아닌지.

#우리는 얼마나 다를까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장애인에게도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문장만큼이나, 노인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말 또한 당연한 소리다. 너무 당연해서 흰소리처럼 느껴져야 하는, 힘주어 말할 필요 없는 문장이어야 한다. 당연히 노인은 ‘우리’와 ‘그들’로 나뉘는 개념이 아니어야 하며, 사람이니까 당연히 다르지 않다. 그 모습이 무너진 세상을 표현하면서도, 오히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인간의 면면을 비춘다.
미치와 직장 친구들의 대화, 그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보면 젊은 직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이 영화 속 젊은이들과 노인들은 여러 차례 같은 자리에 선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 기차 차단봉 앞에 잠시 서는 것은 미치도 히로무도 마찬가지다.

그런가 하면 플랜75로 사망한 노인들의 짐을 정리하고 물건을 털어 보는 마리아와 동료의 모습에서는, 누구라도 아우슈비츠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서로, 그리고 현실의 어떤 면과 끊임없이 공명하며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다르냐고.
비슷한 스토리라인을 담았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 <황혼의 반란>에서 주인공 프레드가 남겼던 말, “너도 언젠가 노인이 될 게다”는 문장이 그렇게 이 영화에서도 우리에게 파고든다. 플랜75는 노인들에게는 죽음을 선사하지만, 히로무와 요코를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는 더 큰 내상을 입히고 있음이 영화에 절절하게 드러난다.

이 영화 속 ‘플랜75’가 지향하는 것, 그리고 실제로 성과로 들이미는 것은 “경제적 파급 효과”다. 그건 정말 좋은 것일까? 어쩌면 그건 군더더기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부가 가치”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밭에서 “농작물 가격을 잘 쳐주지 않다” 수확할수록 손해가 나서 농작물을 갈아엎는데, 마트에서는 너무 비싸서 못 사먹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면, 이 ‘부가’된 것은 가치일까 군더더기일까. 그 군더더기를 만들기 위해 진짜 중요한 가치들을 버린다면, 그걸 어떻게 부가 가치라고 부를 수 있을까.
팔을 베고 식탁에 엎드린 미치가 이내 응시하는 어둠. 낮잠에서 깨어난 마리아가 같은 자세로 팔을 베고 응시하는 어둠. 그 시선 끝에, 절대 자구책이 될 수 없는 군더더기가 구더기처럼 우글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등에 이야기를 매달고
친구에게 몇 번씩 걸어도 도저히 가 닿지 않던 미치의 전화는, 역설적으로 플랜75 상담원과 연결되면서 그제야 전화기의 기능을 하기 시작한다. 비록 마음 주고받는 일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상담에 타이머로 시간 제한을 걸고 있고, 우리가 아는 가치들에 붙었던 이름(예컨대 “용기”)을 뒤죽박죽 섞어 쓰며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연결이지만… 그 연결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귀여운 하이파이브가 있고, 멜론 소다 아니 크림 소다의 추억이 있고, 지나간 시간이 한 결씩 곱게 펼쳐지고 겹쳐진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 역할로 단단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모든 등장인물을 품었던 바에쇼 치에코의 목소리로, 꼿꼿한 등으로 해주는 이야기들은 어쩐지 자꾸만 더 듣고 싶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히로무 삼촌의, 어쩐지 지친 듯한 등과 방에 놓인 물건들의 이야기도… 어쩐지 더 듣고 싶어서 슬퍼지는 기분이었다.

영화가 마지막에 가까워 갈수록, 어쩐지 나는 “생은 존엄이구나”라고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영화 속 ‘플랜75’ 광고에서는 “태어나는 건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는 순간은 선택할 수 있다”고 호기로운 광고를 하지만, 그 말이 오히려 깨달음을 준다. 태어남을 선택할 수 없었듯, 죽음도 선택할 수 없는 자리에 남겨두어야 맞겠구나.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을 만큼 두려운 것이지만, 그것이 생의 본질이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당신이 이 영화에서 무엇을 발견할지도 궁금하다. 하야카와 치에 감독의 말마따나, 계속해서 흑백의 명확한 답을 요구하는 세상이지만, 인간은 아주 복잡하고... 중요한 이야기들은 회색 지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플랜75' 식이 아닌 답을 찾아내려면, 이 영화가 던진 무거운 질문에 우리 각자의 답을 하나하나 꽃다발처럼 풍성하게 엮어내는 편이 좋을 테니까. 내가 이 영화에서 엿본 것은, 정말 너무 무거워서 좀처럼 쓰고 싶지 않은 단어라고 생각하면서도, 생의 존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 삶이 바닥을 쳐도 생은 존엄하다는 것이다.
그래. 어쩌면 삶의 어느 순간, 결기 어린 눈빛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때가 있을 것이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는 식의 부드럽고 달콤한 말로 로맨스 영화처럼 혹은 청춘 영화처럼 갈무리할 수 없는 엔딩이라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꼿꼿한 등으로 서서, 나의 노래를 한 소절 부르고 또 발걸음을 옮기면 그저 그뿐이다. 이 생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꼿꼿한 등에 이야기와 노래를 매달고 걷는 것뿐이다. 여전히, 저는 그게 많은 걸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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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아쉬운, 죽음 직전 킬러의 복수극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잘못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해진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벌어진 일 때문이기도 하다. 죄책감이 마음속에서 드러나게 되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 죄책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악행을 행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각자 지켜야 할 선을 정해놓고 그 선을 넘지 않으며 일을 진행하기도 한다. 어쩌면 개개인의 죄책감은 사회 전체의 도덕성 유지시키는 보이지 않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그 죄책감은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나오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일상에서는 아무 느낌을 가지지 못하다가 어떤 조건이 생기거나 자신의 기준을 넘어서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갑자기 마음속을 채우는 죄책감은 그것을 느끼는 당사자에게 고민을 선사한다. 그것이 자신이 속한 조직에 반하거나 더 나아가 조직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것이라면 더욱 그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을 택하기도 한다. 은퇴 혹은 퇴직, 여행 같은 것을 행하면서 자신 속에 자리 잡은 고민을 해결하고 다음에 가야 할 방향을 선택하기도 한다.
킬러에게 죄책감을 주며 시작하는 영화 <케이트>
지난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케이트>는 케이트(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가 죄책감을 느낀 그 시점부터 그의 마지막 결정까지를 담는다. 케이트는 청부살인 조직의 일원으로 의뢰를 받아 누군가를 암살하는 임무를 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배릭(우디 헤럴슨)에게 암살 교육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같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배릭은 일종의 팀장 역할을 하는데, 케이트와는 유사 부녀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 초반 그들은 일본 야쿠자 조직의 누군가를 암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암살 목표 옆에 그의 어린 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트는 조직의 압박에 방아쇠를 당겨 암살을 성공시킨다.
케이트의 죄책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아이가 있으면 암살을 보류한다는 조직의 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조직은 해당 시스템의 잘못은 묻어두고 케이트에게만 죄책감을 심어준다. 자신이 암살을 완료한 사람 옆에 울고 있는 어린 딸 아니(미쿠 패트리샤 마티네)의 모습은 케이트의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아 계속 그를 괴롭힌다. 어찌 보면 그 암살 시스템이 좀 더 나은 시스템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케이트가 가져다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스템은 그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케이트에게 모두 책임을 넘긴다.
영화 속 케이트는 자신의 팀장인 배릭에게 마지막 임무 완료 후에 은퇴를 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그 이후 임무 직전 누군가가 건넨 술을 마시고 방사능 물질 때문에 피폭을 당한다. 하루 뒤에 죽음을 맞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방사능 피폭에서 회복될 수 있는 기술은 영화 안에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영화 초반에 이미 주인공이 곧 죽음을 맞이할 거라는 것을 밝히고 영화를 전개하는 셈이다. 그 이후는 케이트가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 두목을 찾아서 죽이는 것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건파우더 밀크셰이크>와 비슷한 이야기, 캐릭터의 구도
케이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죄책감을 만들어낸 소녀 아니를 만나게 되고 같이 자신의 원수를 찾아내기 위해 애쓴다. 영화의 전반적인 구도와 캐릭터의 관계를 보면 얼마 전에 개봉한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건파우더 밀크셰이크> 속 주인공인 샘(카렌 길런)은 어떤 청부살인 조직의 일을 받아 살인을 하는 킬러다. 그리고 임무 수행 중 어떤 아이의 아빠를 죽인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를 보호한다. <케이트>에서도 케이트는 자신이 아빠를 죽인 아니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를 보호하려 애쓴다. 또한 케이트는 암살 조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복수를 하게 되는데 결국 그 끝엔 암살 조직과의 대결도 하게 된다. 두 영화 모두 여성이 조직에 대항하여 싸움을 벌인다는 점에서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두 영화의 캐릭터가 다른 점은 케이트를 움직이게 만든 건 온전히 죄책감이다. 그 죄책감이 현재의 상황을 만들었고 자신을 파멸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반면 샘을 움직이고 변화시킨 건 조직에 대한 반항심이 더 컸다. 그 이후에 죄책감과 복수심이 따라왔다. 영화 <케이트>는 시종일관 어둡고 진지하다. 액션의 강도도 굉장히 높아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케이트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는 사실적이고 직접적인 액션을 끝까지 보여주며 잔혹한 킬러의 모습을 보여준다. <건파우더 밀크셰이크>가 잔인한 액션이 이어짐에도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두 영화의 차이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케이트>의 액션은 꽤 훌륭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인물 간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가기는 어렵다. 죄책감 속에 복수를 강행하는 케이트의 모습은 점점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 쓰러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는데,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 특히나 결국에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관객에게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조금은 짜증 나게 느껴지게 한다. 또한 케이트와 아니가 만난 이후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두 사람이 별로 가까워질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없다. 영화 말미 케이트의 사과는 너무 갑작스럽게 내뱉어져서 관객들에게 어떤 감정도 주지 못한다.
케이트가 쫒는 두목 키지마(쿠니무라 준)의 변화도 당황스럽다. 그가 왜 영화 마지막 케이트와 같은 편에 서서 싸우는지에 대해 영화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뜻밖의 도움으로 목숨을 유지하는 케이트가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결국 자신이 평생 일한 암살 조직이다. 이미 우리가 많은 암살자 관련 영화에서 보아 왔던 복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는 깔끔한 영상으로 액션을 촬영해냈지만 스토리의 개연성과 캐릭터 간의 이상한 관계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주인공 케이트의 행동과 상황에 공감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화려한 영상과 액션에도 많이 아쉬운 이야기가 캐릭터
영화는 배경을 일본으로 함으로써 동양적인 이미지와 네온이 강조되는 거리의 모습 등으로 이미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실제로 한국 팝 음악이 나온다거나 일본의 음악이 배경으로 흐르고 일본어 대사들이 등장하며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그런 이국적인 영화의 배경은 이 영화의 강점이지만 나머지 부분은 실망스럽다. 주연을 맡은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만 고군분투할 뿐 악역이나 주변 인물들은 소품 정도로만 머무르며 영화의 틀을 만드는 것으로만 소비된다.
영화 <케이트>는 영화의 처음에 느꼈던 케이트의 죄책감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영화 속에서 케이트는 복수심으로 끝까지 달려가다가 갑작스럽게 자신의 죄책감에 대한 사과를 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 부분 역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으로 등장한 <건파우더 밀크셰이크>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샘과 아이의 관계를 영화 초반부터 만들면서 두 사람 자체의 서사와 관계를 만들어갈 시간을 만든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샘이 건네는 사과에는 진정성이 있다. 하지만 <케이트>는 주인공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고 하더라고 정작 그것이 화면 밖의 관객에게는 진심으로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케이트의 고군분투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공허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를 연출한 세드릭 니콜라스-트로얀 감독은 <헌츠맨: 윈터스 워>를 연출하며 장편 영화 연출 경력을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여러 장편 영화의 비주얼 효과를 담당했던 그는 <캐리비안의 해적:죽은 자는 말이 없다>,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같은 영화에서 비주얼 효과를 담당했다. 그가 최근에 연출한 <헌츠맨>과 <케이트> 역시 영화의 영상이나 효과 자체는 훌륭한 편이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구성이나 캐릭터, 이야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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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_씨네랩_결산보고서.zip
안녕하세요. 씨네랩 에디터 씨나병입니다. ?
오늘은 여러분께 2021년 씨네랩 연말결산 보고서를 가져왔어요!
아직 씨네랩을 모르시는 분들도, 씨네랩 유저분들도
씨네랩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2021년은 씨네랩이 생겨난 년도여서 더 애틋한 1년이었어요.
그럼 씨네랩 연말결산 보고서 보러 GO ✌?
1월 1일 씨네랩 1기 크리에이터 모집 및 체결
3월 1일 씨네랩 베타 서비스 오픈
4월 22일 씨네랩 크리에이터 인증서 발급
6월 22일~ 영화 <웬디>로 시작하여 약 16개의 영화 시사회 크리에이터 초청 진행
7월 15일 씨네랩 2기 크리에이터 모집 및 체결
10월 5일 씨네-뉴스 구독 서비스 시작
10월 29일 씨네랩 정식 론칭
11월 1일 영화 동아리 대항전 및 3차 크리에이터 체결
12월 14일~ 씨네랩 연구원 이벤트 진행 중
와~ 여러분들께 영화, 콘텐츠에 대한 보다 더 자세하고 친근하게 정보를 전달드리기 위하여
씨네랩이 2021년도 열심히 달려왔는데요.
씨네랩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이벤트를 통하여 여러분께 다가갈 예정이니,
2022년의 씨네랩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럼, 씨네랩의 꽃이자 씨네랩의 원동력인 약 200명의 크리에이터분들의
활약도 보러 가실까요?
씨네랩 최다 업로드상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 '민드레' 님 입니다!
무려 250개의 콘텐츠를 업로드 해주어 씨네랩을 꽉 채워주셨어요.
축하드립니다. ?
씨네랩 좋아요상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 'Reviewer_IN'님 입니다!
항상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주시어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게시물의 주인공입니다.
씨네랩 한줄평론가상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 'JW' 님 입니다!
씨네랩에는 [필름라이브러리] - [한줄평] 기능이 있는데요.
그 기능을 정말 잘 활용하신 분입니다!
가끔 저도 이분의 한줄평을 보고 영화를 볼지 말지 결정하기도 합니다. :)
씨네랩 유튜버상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 '영화보는건데'님 입니다!
씨네랩 크리에이터 분들 중에는 다양한 영화 유튜버분들이 계시는데요.
가장 많은 콘텐츠를 업로드해주시는 '영화보는건데'님이 상을 가져가셨어요!
이 외에도 많은 크리에이터분들이 2021년의 씨네랩을 채워주셨어요!
다음으로는 씨네랩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상을 준비했는데요.
바로 보러가실까요?
씨네랩 필름라이브러리에서 연출,영상미,연기,OST,스토리 부문에서
만점을 받은 영화는 총~~~ 9편입니다!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신분들은 씨네랩 필름라이브러리 Filte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다음은 씨네랩에는 항상 NEW 예고편이 업로드 되는데,
그 중에서도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예고편은
<보스 베이비 2> 파이널 예고편인데요.
저도 이 영화 정말 재밌게 봤어요~~ ??
2021년 씨네랩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앞으로 2022년에도 씨네랩에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제발~)
그럼 새해 복 미리 많이 받으시고,
2021년 씨네랩 연말 결산은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안녕~ ?
씨네랩 에디터 씨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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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소년과 초여름을 기다리는 어느 소녀의 이야기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스프링 블라썸>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스프링 블라썸>은 수수한 블라우스를 입고 광장을 배회하며 한 소년과 초여름을 기다리는 '수잔'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프랑스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랑에 빠진 수잔을 바라보다보면 어느덧 그녀의 마음에 동요되어 몽글몽글해진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수잔(수잔 랭동)'은 학교와 또래 친구들에게 재미를 못 느끼고 하루하루가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는 16살의 여자다.
거리와 광장을 배회하던 수잔은 우연히 한 극장 앞에서 '라파엘(아르노 발로아)'을 발견한다.
라파엘에게 첫 눈에 반한 수잔은 그가 연극배우라는 것을 알아챘고, 자꾸 그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수잔은 극장에 몰래 들어가서 그가 연극 연습을 하는 장면을 지켜보기도 하고, 부모님께 대뜸 연극 보러 갈 생각은 없냐고 질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라파엘이 빵에 딸기잼을 발라먹는 모습을 본 뒤 집에 돌아와서 엄마께 빵에 딸기잼을 발라달라고 하기도 한다.
어느 날은 고장난 스쿠터를 고치고 있는 라파엘의 모습을 발견하고 집에 돌아와 아빠께 고장난 스쿠터는 고칠 때 오래 걸리냐, 와 같은 질문도 한다.
또한, 아빠께 남자들은 치마 입은 것을 좋아하냐, 바지 입은 것을 좋아하냐, 라는 질문을 던진 뒤 아빠가 치마라고 대답하니까 바로 치마를 입고 라파엘을 만나러 가기도 한다.
항상 모든 시선은 그를 향해 있고, 부모님께 대뜸 그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고, 하지만 자세한 상황은 얼버무리고, 그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해보고.
모두 내가 한 번쯤은 겪어본 행동들이어서 수잔을 보며 그저 웃음이 났다.
그리고 수잔의 마음에 100% 공감이 되었다.
수잔의 서툴지만 또렷한 행동에서 그녀의 순수한 마음이 비춰져서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한편, 라파엘은 같은 연극을 계속 반복해서 하면서 점점 연기에 재미를 잃어가던 35살의 남자다.
그리고 연기하는 것을 잊어버릴까봐 항상 걱정하는 사람이다.
라파엘 역시 수잔에게 끌렸다. 그녀에게 호감을 가졌다.
어느 날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라파엘에게 수잔이 책을 들고 다가왔다.
그런 수잔을 보고 라파엘은 책을 좋아하냐,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먼저 말을 건넨다.
이때 수잔은 소설을 주로 읽지만 극작품도 좋아한다는 답을 한다.
극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함으로써 연극배우인 라파엘과의 공통점을 형성하려는 수잔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지만, 한편으로는 좋아하던 사람과 닮은 점이 많다는 사실을 어필하고 싶어하던 예전의 내 모습이 비춰져서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이 순간만큼은 정말 어딘가로 숨고 싶었다.
이후 라파엘은 수잔이 시킨 석류 레모네이드를 맛보더니 자신도 같은 음료를 하나 주문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함께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라파엘은 스쿠터를 가지고 수잔의 집에 왔다.
하지만 수잔은 아직 미성년자여서 부모님이 스쿠터를 못 타게 하시기 때문에 결국 라파엘은 이 스쿠터를 힘겹게 끌면서 다녔다.
이 영화는 이렇게 소소한 웃음포인트가 곳곳에 가득한 작품이다.
이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졌다.
특히나 수잔은 남자에게 큰 호감을 가졌지만, 35와 16이라는 큰 나이차라는 현실의 벽을 깨닫게 되었다.
이 감정이 북받칠 정도로 커진 어느 날, 수잔은 펑펑 울면서 엄마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너무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고, 그런데 그 남자와의 나이차가 너무 크다고.
엄마는 딸을 안아주며 조용히 그녀를 위로해준다.
이 장면을 보자마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마지막 즈음의 엘리오와 엄마의 장면이 떠올랐다.
첫사랑과 현실을 마주하고 처음으로 느껴보는 북받치는 감정들로 인해 펑펑 우는 아들을 조용히 위로해주는 엄마.
자식의 서툴지만 진심이었던 감정을 이해하고, 조용히 토닥여주는 엄마.
시간이 지난 뒤, 수잔의 뜨거운 감정과 짝사랑은 점점 식어갔다.
날 것 그대로였던 감정은 점점 그 뚜렷한 형태를 잃어갔다.
라파엘을 사랑하는 수잔의 감정은 자연스레 사그라들었고, 영화의 마지막, 항상 그의 근처를 배회하던 그녀는 그의 극장을 그저 바라본 뒤 자신의 길을 떠났다.
그런 영화가 있다.
독특한 전개나 색다른 내용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영화가 지닌 분위기 자체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런 작품.
이 영화가 바로 그렇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영화가 지닌 분위기만으로 관객을 홀리고, 관객을 설레게 하고, 살풋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또한, 러닝타임 내내 관객도 영화 속 공간에, 영화에 담긴 봄과 여름 사이에 있는 선선한 날씨의 순간에 살게끔 만든다.
이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나도 내가 좋아하는 셔츠나 블라우스를 입고 내 온마음을 줄 수 있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프랑스의 거리와 광장을 배회하는 경험을 했다.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 포인트는 바로 영화의 곳곳에 있는 뮤지컬 요소였다.
뮤지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처럼 수잔이 거리를 걷다 갑자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라파엘과 수잔이 극장에서 음악에 맞춰 조화롭게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그리고 라파엘이 수잔에게 자신의 헤드셋을 씌워준 뒤 같은 동작으로, 같은 호흡으로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처음에는 조금은 느닷없게 느껴져서 놀라기도 했지만,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오히려 영화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장면들로 인해 영화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더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수잔 랭동의 노래가 나오며 끝이 난다.
나는 봄과 여름 사이의 날씨였던, 기분 좋은 선선함이 가득한 날에 이 영화를 봤다.
리뷰를 쓰는 이 순간, 그 날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분위기와 딱 맞는 날씨에 이 영화를 관람하다니.
수잔은 자신을 한 소년과 초여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이 영화를 보다보니 어느덧 나도 초여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완연한 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이 낭만적인 영화를 꼭 관람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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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자신만의 블루스를 춘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우리들의 블루스 (2022)
편성 : tvN, 20부작 완결 │ 장르 : 한국, 드라마
연출 :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 │극본 : 노희경
출연 : 이병헌(동석), 이정은(은희), 김우빈(정준), 한지민(영옥), 고두심(춘희), 김혜자(옥동) 외
등급 : 15세 이상세 사람 이상이 추천하면 그건 봐야지
요즘 나는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드라마에 입덕하는 일이 잦다. 그중 하나가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였다. 이정은, 이병헌, 한지민을 비롯해 고두심과 김혜자 선생님까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라마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아, 배경이 푸른 섬 제주라는 것도. 내심 속으로는 ‘그 출연진을 가지고 재미없으면 말이 되나?’ 싶은 생각이 있었다. 어쨌거나 이 드라마를 본 주변 사람들이 그리도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하니 궁금해서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주변에 세 사람 이상이 추천하면 재밌다’는 나의 법칙이 이번에도 통했다. 인물별로 나누어 에피소드를 진행한 점이 특히 독특하고 좋았다. 그리하여 이 작품에 대한 리뷰도 인상 깊었던 인물을 추려 인물별로 진행해보려 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한수와 은희 : 다시 잘 살아볼 기회를 주어 고마워
멀대 같이 크고 잘생긴 한수. 서울 사는 한수. 차승원이 연기한 ‘한수’는 제주 사람이 보기엔 그런 존재다. 학창 시절부터 때깔이 달라 결국 서울에 가더니 은행 지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제주로 내려왔다. 평생을 제주에서 벗어나지 않은 토박이 동창들은 그런 한수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걸 모른다. 골프 유학을 떠난 딸을 뒷바라지하느라 한수의 재정상태는 거의 파산 직전이고, 그런 이유로 지쳐있는 아내와도 썩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인다. 그때 눈앞에 ‘은희’가 나타난다. 학생 땐 그저 자신을 좋아하는 귀여운 여학생쯤으로 여겼던 은희는, 현재 자산만 10억을 지닌 알부자다.
멀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었으나 빚만 늘고 있는 한수에게, 생선 대가리를 자르며 많은 것을 일군 은희는 참으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직업의 귀천은 무엇이고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걸까. 보이기 위한 삶과 진짜로 실속 있는 삶은 어떻게 다른 걸까.., 나도 보는 내내 생각했다. 조여 오는 궁핍한 상황에 은희에게 돈을 빌리려던 한수는, 은희가 카카오톡 기프티콘 쏘듯 보낸 2억을 결국 다시 돌려보낸다. 은희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때문도 있었지만, 어쩌면 정말로 ‘잘’ 살아보려는 의지였을 수도 있다.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정말로 만족스럽고 실속 있는 삶이 무엇인지 은희를 보고 배운 덕이다. 한수는 골프 유학을 접고 돌아온 딸과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그때 그 가족은 그제야 처음으로 행복해 보였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인권과 호식 : 절친에서 앙숙으로 그리고 다시 절친으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인권과 호식’을 꼽겠다. <범죄도시>에서 감초 같은 연기를 보인 배우 ‘박지환’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응급실 선생님으로 나왔던 배우 ‘최영준’이 각각 인권과 호식을 연기했다. 이들의 사연인 즉, 학창 시절부터 죽고 못 사는 친구지간이었으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철천지 원수 같은 사이가 되었는데, 서로 얼굴만 봐도 으르렁대던 그들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복병은 바로 자식들이다. 인권의 아들 ‘현’과 호식의 딸 ‘영주’가 서로 좋아해 고등학생 신분으로 임신을 하게 된 것.
아이를 지우고 서울대를 가겠다던 영주는 갈등 끝에 아이를 낳기로 하고, 산모와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현은 학업을 포기하고 중국집 배달부터 귤 따기까지 온갖 허드렛일을 하게 된다. 순대를 팔아 아들을 공부시키는 맛에 살던 인권의 마음은 무너지고, 마찬가지로 딸을 서울대에 보내 의사를 만들려던 호식도 망연자실한다.
그러나 별 것도 아닌 일을 계기로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던 인권과 호식은, 두 아이들을 매개로 하여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원래의 친구 사이로 돌아가는데..., 과연 그 과정 하나하나가 진국이고 눈물 버튼이다. 드문드문 현실적인 나의 뇌는 ‘과연 영주와 현은 아이를 낳아 끝까지 잘 살았을까?’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이내 인권과 호식을 보며 안심이 됐다. 엄마의 부재를 메꾸는 아버지의 사랑은 위대했고, 먼지를 털어낸 오래된 우정은 더 위대했으니.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정준과 영옥 : 어설픈 동정이나 위로 말고 정직함으로
한지민과 김우빈이 열연한 ‘정준’과 ‘영옥’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영옥은 육지에서 온 여자다. 서로 모든 걸 터놓고 지내는 제주 사람들과 달리, 좀처럼 자기 얘기를 꺼내지 않고 촐랑거리만 하는 영옥은, 같이 일하는 해녀들에게 눈엣가시다. 하지만 영옥이 그렇게 가벼운 것은 사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이었는데.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장애가 있는 쌍둥이 언니를 부양해야 했던 터라, 살아오면서 사람들로 인해 켜켜이 상처가 쌓여온 것이다. 많은 남자들이 달아났고, 고아나 장애라는 조건에 섣부른 동정이나 무례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차라리 말하지 않기와 무겁지 않음을 택했을 뿐이다. 영옥에게 호감을 느껴 다가온 정준 또한 영옥은 그런 이유로 밀어낸다. 어차피 너도 똑같고 날 떠나갈 테니, 상처받기 전에 내가 먼저 자르겠다는 심보.
하지만 연애도 통계학이고 경우의 수다. 열에 아홉이 떠나갔대도 묵직한 놈 한 놈쯤은 나타날 수 있는 법. 영옥에게는 그게 정준이 아니었을까. 가시 돋친 영옥이 “(장애 있는 우리 언니 보고) 많이 놀랐나 봐?”라고 물으면 정준은 “미안해”가 아니라, “나도 장애 있는 사람을 처음 보는 거라 당황할 수 있잖아. 천천히 적응하고 친해질게요”하는 식이다. 선 넘은 동정도, 무례함도 없이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를 이해하려는 정직함 만이 있다. 말없이 생선살을 발라 영옥의 밥 위에 올려주던 정준의 어머니도 그랬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런 거지 싶다. 투박한 날 것이더라도 과장 없이 오로지 이해하려는 그 마음을 ‘정직하게’ 보여줄 때, 사람의 마음은 열리는 게 아닐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제주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바다 같은 마음
왜 배경이 제주여야 했을까 하고 처음에 생각했다. 외계어 같은 사투리도 잘 못 알아듣겠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쉬이 이해하기 힘든 ‘오지랖’ 심한 정서도 너무 강한 탓에, 처음에는 거북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제주여야 했음을 머잖아 깨달았다.
‘선아(신민아)’는 우울증에 걸린 자신을 떠난 차가운 남편이 아닌, 만물상 하는 촌스런 제주 남자 ‘동석(이병헌)’의 오지랖에 치유를 하게 됐고, 남이 흉이라도 볼까 가면을 쓰고 다니던 영옥도 제주 남자인 정준을 통해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배웠다. 언제든 두 팔 벌려 안아줄 것 같은 제주 할망 ‘옥동(김혜자)’과 ‘춘희(고두심)’는 모든 이들의 엄마였다. 경쟁이나 물질만능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그곳 제주에는, 촌스럽지만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할 줄 아는 선한 마음들이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화해하며 끝나는 다소 진부한 결말이었음에도 이 이야기가 와닿는 건, 까끌해진 마음을 보듬는 따스한 인류애 때문일테다. 제주에서, 오지랖을 당하고 싶어진다.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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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여운을 남기는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들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눈 깜짝할 새에 또 한 주가 빠르게 지나가고 어느덧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이번 주말은 모두 어떻게 보낼 계획이신가요? 여러분의 고민을 줄여드리기 위해 씨네랩은 오늘도 재미있는 영화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미국의 천재적인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Charlie Kaufman)의 작품들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카우프만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유명인의 머릿속에 들어가는 통로를 발견하기도 하고(존 말코비치 되기), 세상 사람들 모두의 목소리가 똑같이 들려 괴로워하거나(아노말리사), 이별의 고통 때문에 기억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기도 합니다(이터널 선샤인). 카우프만의 매력은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그로부터 비롯된 자아의 분열을 그만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것인데요, 기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카우프만의 작품세계에 한번 빠져들고 나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어려우실 거랍니다.
찰리 카우프만은 누구?
ⓒ FILMMAGIC
먼저 찰리 카우프만에 대해 소개해 드릴게요. 카우프만은 원래 1990년대 초부터 후반까지 TV 코미디 시리즈와 시트콤 시리즈의 작가로 활동하다가, 1999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의 각본을 쓰며 전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창작자로 떠올랐습니다. 해당 작품으로 그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고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뒤이어 <어댑테이션>, <이터널 선샤인> 등의 각본 작업으로 꾸준히 사랑받던 카우프만은 2007년 <시네도키, 뉴욕>을 통해 드디어 감독으로 데뷔하는데요, 안타깝게도 비평가들의 극과 극을 달리는 상반된 평가, 열악한 극장 성적으로 인해 이후 영화 제작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쓰는 족족이 제작에 실패하는 고배를 마시던 카우프만은 감독 데뷔 8년 만인 2015년, 듀크 존슨과 함께 애니메이션 영화 <아노말리사>를 공동 연출하는 데 성공해 해당 작품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장편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후 카우프만은 2020년 장편소설 <Antkind>를 출간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통해 다시 한번 평론가들의 호평을 얻었습니다.
올해 1월 카우프만은 삼성이 기획한 'Filmed #withGalaxy'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갤럭시 스마트폰을 활용해 촬영한 단편영화 <자칼과 반딧불이>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영화와 관련된 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라이언 고슬링을 염두에 두고 쓴 각본이 있으며, 라이언 고슬링이 실제로 제작 및 출연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작이 무사히 성사되어 두 사람의 협업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영화팬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없겠네요 :)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들
존 말코비치 되기(1999)
Being John Malkovich
ⓒ Microsoft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존 쿠삭, 카메론 디아즈, 캐서린 키너, 존 말코비치 등
장르: 판타지, 코미디
러닝타임: 112분
불경기에 부르는 곳이 없는 인형술사 크레이그. 생계는 아내 로테에게 맡긴 채 거리에서 인형극을 하다가 행인에게 얻어맞는다. 절망에 빠져 새 일을 찾기로 한 크레이그는 어느 날 주특기인 손놀림으로 '레스터 회사'에 서류정리 사원으로 일자리를 얻게 된다. 회사는 뉴욕시의 한 빌딩인데 7과 1/2층(7층과 8층) 사이에 사무실이 위치하는 기괴한 곳이다. 첫날부터 동료 여직원 맥신에게 반하지만 그녀는 냉담하고, 낙심한 그는 어느 날 서류를 정리하다 사무실의 캐비닛 뒤에 숨겨진 문을 발견한다. 문을 열고 작은 통로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어둡고 습기 찬 터널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은 바로 배우 '존 말코비치'의 뇌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15분 동안 존 말코비치의 뇌 속에 머물 수 있고, 그의 감각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크레이그가 이 사실을 로테와 멕신에게 알리자 맥신은 통로를 이용해 돈을 벌려하고, 로테는 통로에 직접 들어가 해방감을 느낀다. 얼마 뒤 맥신이 말코비치를 유혹하러 갔다가 그 안의 로테와 사랑에 빠진 것을 알게 된 크레이그는 질투에 사로잡혀 로테를 집에 감금하고 말코비치 속으로 들어간다. 한편, 말코비치는 이상함을 느끼고 맥신의 뒤를 밟았다가 사람들이 돈을 내고 통로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분노하지만, 곧 머릿속을 점령한 크레이그에게 조종당하고 마는데...
자아의 성질과 영혼의 실존 말이야,
내가 과연 나일까? 말코비치가 말코비치일까?....
이 관문이 얼마나 골치 아픈 형이상학적 문제인지 모르겠어?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는 영화 <그녀>로도 유명한 스파이크 존즈가 연출, 찰리 카우프만이 각본을 쓴 1999년도 영화입니다. 인형을 조종하는 남자가 우연히 배우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 판타지로, 이루지 못한 꿈과 욕망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려는 남자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카우프만이 시나리오를 완성했을 당시에 할리우드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내용은 기발하지만 영화로 만들기 어렵다'라며 제작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에게 시나리오가 닿았고, 코폴라가 자신의 사위였던 스파이크 존즈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며 두 사람의 협업이 시작되게 되었다네요. 두 사람은 이 영화로 제7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독특한 카메라 워킹 또한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현실의 인물들을 비출 때 일반적인 눈높이로 고정되어 있던 카메라가 주인공들이 말코비치의 몸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핸드헬드를 활용한 1인칭 시점 숏으로 바뀌어 관객들 역시 말코비치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어댑테이션(2002)
Adaptation.
ⓒ 네이버 영화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메릴 스트립, 크리스 쿠퍼, 틸다 스윈튼 등
장르: 드라마, 코미디
러닝타임: 114분
<존 말코비치 되기>로 명성을 얻은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니콜라스 케이지)은 괴짜 난초 수집가 존 라로쉬(크리스 쿠퍼)에 관한 저널리스트 수잔 올리안(메릴 스트립)의 논픽션 책 <난초도둑>을 각색하라는 주문을 받는다. 소심하고 사색적인 찰리는 각색이 풀리지 않자 신경쇠약을 일으키는데, 찰리의 경박한 쌍둥이 동생 도날드(니콜라스 케이지 1인 2역)는 시나리오 강좌에서 배운 상업영화 공식에 맞춰 써낸 스릴러 각본이 비싼 돈에 팔리는 쾌거를 올린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찰리는 경멸해 온 시나리오 강좌를 청강하고 원작자가 숨긴 진실을 찾기 위해 올리안과 라로쉬의 뒤를 밟는다.
머리카락을 자르자. 머리칼이 많은 척 남들을 속이면 안 돼...
비참하잖아. 그냥 자신감을 갖자. 여자들도 그런 거 좋아하지.
남자도 매력이 필요해. 살아 있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할 거 같아.
호르몬 때문인가. 그럴지도 몰라.
호르몬 불균형하거나 뇌에 문제가 있어서 불안이 생기는 거지.
치료받아야 해. 그런데 못생긴 건 어떻게 하지.
그건 치료도 안 될 텐데...<어댑테이션>은 <존 말코비치 되기>에 이어 스파이크 존즈와 찰리 카우프만이 다시 한번 손을 잡은 영화입니다. 수잔 올린의 소설 <난초도둑>을 각색한 작품으로, 찰리 카우프만은 이 작품을 통해 허구의 인물이자 자신과 똑같이 <존 말코비치 되기>로 명성을 얻은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책 <난초도둑>의 각색 작업 중 고뇌에 빠져 상상과 일상이 혼합되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내용이 모두 허구일까요?
찰리 카우프만이라는 각본가는 실재하고, <난초도둑>도 실재합니다. 게다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책의 원작자인 '수잔 올린', 난초 수집가 '존 라로쉬' 모두 실제 인물이죠. 그러나 영화 속 찰리 카우프만이 상상하고 쓴 것처럼 수잔과 존은 내연 관계였던 적이 없으며 카우프만의 쌍둥이 형제 도날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이렇듯 영화는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강박에 시달리는 찰리를 중심으로 진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창작의 고통 속에서 분열하는 시나리오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문학 작품 원작의 영화를 떠올렸을 때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의 독특한 접근이죠. 실제로 원작자 수잔 올린은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고 전하면서도 '삶과 집착'이라는 책의 주제에 충실함과 동시에 갈망, 실망과 같이 더욱 미묘한 부분들에 대한 통찰을 담은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해요.
영화 <어댑테이션>과 책 <난초도둑>에 등장하는 '유령 난초'는 정서경 작가가 쓴 한국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도 등장합니다. 너무나 다른 성격의 작품들이지만 인간의 욕망과 개인의 파멸, 성공, 갈등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할 지도 모르겠네요. 함께 감상하며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터널 선샤인(2005)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 네이버 영화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등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SF
러닝타임: 107분
조엘은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기억이 사라져 갈수록 조엘은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 행복한 기억들, 가슴속에 각인된 추억들을 지우기 싫어지기만 하는데... 당신을 지우면 이 아픔도 사라질까요?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제발 이 기억만큼은 남겨 주세요,
이것만큼은...<이터널 선샤인>은 만드는 영화마다 환상적이고 독특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미셸 공드리와 찰리 카우프만이 협업한 두 번째 작품입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은 뮤직비디오와 광고 연출로 먼저 주목을 받은 뒤 영화 <휴먼 네이처>로 영화감독 데뷔를 했는데요, <휴먼 네이처>가 찰리 카우프만과의 첫 번째 협업 프로젝트였으나 그리 좋은 평을 듣지 못했고, 두 번째로 함께한 작품인 <이터널 선샤인>이 두 사람 모두의 커리어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됩니다. 흥행과 비평 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었고,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공드리와 카우프만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됩니다.
제목인 '이터널 선샤인'은 영화에서 나오듯 알렉산더 포프의 시 'Eloisa to Abelard'의 한 구절인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무구한 마음의 영원한 햇빛)'에서 인용했다고 해요. 주연 배우로는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등이 출연했으며 전체적인 줄거리는 헤어진 뒤 서로의 기억을 삭제하지만 결국 또다시 사랑에 빠지고 마는 연인의 이야기입니다. 괴롭게 만드는 기억으로부터 도망치는 것, 망각하는 것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사랑에 관해서,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에 대해서 찰리 카우프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터널 선샤인>의 주인공 조엘은 연인이었던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던 중 결국 참지 못하고 제발 멈춰 달라고 애원하죠. 영화는 헤어진 연인을 완전히 잊고 싶기도 하고, 또 영원히 기억하고 싶기도 한, 연애가 끝난 뒤 복잡하게 꼬여버린 사람의 심리를 기괴하리만치 환상적인 영상미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냅니다. 반복되는 연애, 사랑, 실패. 그럼에도 눈물 나게 아름다웠던 그때의 우리를 기억한다면 그 지긋지긋한 인생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죠. <이터널 선샤인>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로 손꼽히며 개봉 이래 오랫동안 회자되는 로맨스 영화인 이유는 사랑을 경험해 본 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소재를 그 누구도 시도한 적 없었던 방식으로 아름답게 그려낸 찰리 카우프만의 글과 이를 뒷받침해 준 미셸 공드리의 뛰어난 연출력 덕분일 것입니다.
시네도키, 뉴욕(2008)
Synedoche, New York
ⓒ 네이버 영화
감독: 찰리 카우프만
출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캐서린 키너, 새디 골드스타인, 미셸 윌리엄스 등
장르: 드라마, 코미디
러닝타임: 123분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 연극연출가 케이든. 교외에서 지역 극장을 운영하는 그의 삶은 황량해 보인다. 화가인 아내 아델은 자신의 경력을 쌓고자 어린 딸 올리브를 데리고 그를 떠나버린다. 묘하게 솔직해서 마음이 끌리는 극장직원 헤이즐과의 새로운 관계는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의 무상함에 괴로워하던 그에게 거대한 연극무대를 올릴 일생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는 뉴욕의 창고에서 실물 크기의 도시를 만들어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극으로 올려 잔인하리만큼 정직하고, 진실된 인생을 그려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연극 속의 삶과 케이든의 실제 삶의 경계가 뒤엉키며 그가 맺은 모든 관계들은 한계에 다다르게 되는데…. 케이든은 과연 이 위대한 예술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어요.
그리고 이들 중 아무도 엑스트라는 없어요.
그들 모두는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삶을 살고 있어요.
그래서 그들 각자의 삶은 주목받아 마땅해요.<시네도키, 뉴욕>은 그간 각본 작업만 하던 찰리 카우프만의 감독 데뷔작인데요, 제6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첫 선을 보였고 이후 토론토, 시카고, 오스틴, 런던, 시체스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에 연이어 초청되며 평단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BBC 선정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20위에 랭크되었던 <시네도키, 뉴욕>은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난해하기로 손꼽히며, 그만큼 관객 평이 크게 갈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강박에 사로잡혀 사는 연극 연출가 '케이든'의 연극 그 자체인 삶과, 또 삶 그 자체인 연극을 소재로 했으며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사건들을 거치며 늙어가다가 끝내 죽음에 이르는 주인공 역할은 2014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안타깝게 사망한 명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맡았습니다.
영화의 제목 중 일부인 '시네도키 Synedoche'는 사물의 한 부분으로써 그 사물 전체를 가리키거나, 그 반대로 전체로써 부분을 가리켜 비유하는 것을 뜻하는 '제유'라고 합니다. 찰리 카우프만의 이야기가 자주 그러하듯, <시네도키, 뉴욕>에서도 현실과 극의 경계는 수없이 여러 번 허물어지고 시공간 역시 제멋대로 왜곡됩니다.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영화이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볼수록 의미가 남달라 지는 작품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요, 외로운 삶 속에서 끝없이 투쟁하는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노말리사(2015)
Anomalisa
ⓒ 네이버 영화
감독: 찰리 카우프만, 듀크 존슨
출연: 제니퍼 제이슨 리, 데이빗 듈리스, 톰 누난 등
장르: 애니메이션, 코미디, 판타지
러닝타임: 90분
남편이자 아빠 그리고 [고객을 어떻게 대할까]라는 저서로 존경받는 작가 '마이클 스톤'은 일상에 찌들어있다. 전문적인 고객서비스에 대한 연설을 위해 신시내티로 출장을 간 프레골리 호텔에서 마이클은 인생의 반려자가 될지도, 되지 않을지도 모를 제과회사 세일즈 담당자 '리사'를 만나면서 자포자기의 권태로운 삶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데...
인간이란 무엇일까요?
아픔은 무엇일까요?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나 사랑할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아노말리사>는 찰리 카우프만이 2005년에 썼던 희곡을 원작으로 만든 스톱 모션 방식의 성인 애니메이션 영화인데요,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극 중에서 주인공 '마이클'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같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병인 '프레골리 증후군'과 유사한 정신병을 앓고 있습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똑같은 남자 목소리로 들리는 것입니다. 아내와 아들도 있고 커리어적으로도 훌륭한 삶을 살고 있지만 더없이 외로운 마이클은 출장을 간 곳에서 우연히 다른 사람들과 다른 목소리를 가진 여자 '리사'를 만나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아노말리사>의 주인공은 찰리 카우프만의 손에서 탄생한 여러 캐릭터가 그러하듯 고독과 망상, 불안함에 빠져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끝까지 보고 나서의 감상이 관객마다 천차만별일 것으로 느껴지는 영화인데요, 찰리 카우프만의 다른 영화들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 역시 만족스럽게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매우 정교한 스톱모션 기술 또한 이 영화의 백미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만이 낼 수 있는 미묘한 분위기가 영화의 메시지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2020)
I'm Thinking of Ending Things
ⓒ Vulture
감독: 찰리 카우프만
출연: 제시 플레먼스, 제시 버클리, 토니 콜렛, 데이빗 듈리스 등
장르: 드라마, 공포, 스릴러
러닝타임: 134분
우리는 언제 만난 걸까. 언제까지 만나게 될까. 새로 사귄 남자 친구와 여행을 떠나는 여자. 그의 부모님이 사는 외딴 농장에 가는 길.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흔들린다.
자신의 죽음이 필연적임을 아는 동물은 인간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동물들은 현재에 산다.
인간은 그럴 수 없기에 희망을 발명한 거다.<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찰리 카우프만이 2020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스릴러 공포 영화입니다. 찰리 카우프만이 처음으로 호러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기도 하며, 캐나다 작가 '이언 리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시 플레먼스가 주인공 '제이크' 역을, 제시 버클리가 '제이크의 여자친구' 역을, 토니 콜렛과 데이비드 슐리스가 각각 '제이크의 부모님' 역을 맡아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소 찝찝할 수 있는 우울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주인공들은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대화를 나누고, 시간과 공간은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알 수 없게 뒤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에 다다르면 여자 주인공이 줄곧 읊조렸던 "이제 그만 끝낼까 해"의 의미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기이한 현상들의 전말이 밝혀집니다. 전개 방식 자체만으로도 영화적 성취가 큰 작품이며, 찰리 카우프만의 전매특허인 뒤틀린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제시 버클리와 제시 플레먼스, 그리고 정말 압도적인 토니 콜렛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렇게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 여섯 편을 만나 봤는데요, 어떠셨나요?
이미 카우프만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처음 접해보시는 분들께도 좋은 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재미있는 영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우리 다음에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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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영화로 태어날 수 없다지만...
제목만 봐선 손이 가지 않는 게 당연하다.
하물며, "종교"와 관련된 영화는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판별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눈길이 가는 데에는 주인공 "김대건 신부"를 맡은 "윤시윤"분을 비롯한 화려한 이름들과 얼굴들이다.
"안성기 - 김강우 - 이문식 - 이경영" 외에도 "윤경호 - 정유미" 등의 출연은 '이 영화의 매력이 뭔지?'를 되려 궁금하게 만든다.영화 <탄생>은 조선 최초 천주교 사제 "김대건 신부"의 전기 영화로 "어떻게, 사제가 되었는지?"부터 "순교"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1. 종교도 하나의 방식이었던...
해당 작품에서도 보이듯이 "왜, 천주교를 싫어할까?"에 대한 질문부터 해소되어야 영화 <탄생>이 좀 더 이해가 될 거다.
물론, 이에 있어 "모든 사람이 같다"라는 신분 제도가 무너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고대사부터 "종교"는 권력자들이 애용하는 통치 수단 중 하나이다.
흔히, "단군왕검"이라는 칭호부터 "제사장"과 "군주"를 합친 말이고 이후 "삼한"에서는 "천군(제사장)"이 다스리는 "소도"는 하나의 성역으로 작용했으니 '그 힘이 어느 정도였는지?'라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이를 왕과 소수의 기득권층에게 적용했으니 이외의 종교를 가져온다는 건. "반역"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영화 <탄생>이 선택하고 집중했어야만 했다는 말이다.2. 역시, 재밌게 만들기가...
먼저, 영화 <탄생>은 러닝 타임이 150분으로 일반 영화와 견주어도 상딩히, 많은 분량을 가졌다.
그럼에도, 쌓여지는 설명이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 이유에는 주인공 "김대건 신부"의 외적으로 벗어나지 않고, 그에게만 시점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전기"인 만큼 당연하게 생각하겠지만, 150분 내내 보자니 했던 말 똑같이 반복해 서사를 빼앗긴 다른 캐릭터들은 무미건조하게 말라간다.그래서, "왜?"라는 동기를 꺼내 관객들을 설득해야만 했다!
물론, "마음이 시켰다"라는 이유도 될 수 있지만 해당 종교인이 아닌 필자와 같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이 말은 "그냥"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에 "세도정치"로 인한 혼란한 '당시 조선의 상황과 맞물려 설명했다'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을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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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쟁이] 마블과 한국?! 마블이 한국을 사랑하는 이유는..??!?
안녕하세요! 마블쟁입니다.
그동안 모두 잘 지내셨나요? 정말 너무너무너무 오랜만에 영상을 올리게 되어서 너무 죄송합니다 ㅜㅜ 제가 최근에 본업에 너무너무 바빠서 영상을 만질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ㅠㅠ 이제부터는 다시 영상에 집중 해보려고요~
제가 없는동안 제 영상들을 좋아해주시고 구독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번 영상은 우리 한국과 마블의 관계에 대해서 조금 다루어 보았습니다! 즐겁게 시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여러 댓글이 초보 유튜버인 저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들이 시청자로써 제가 개선 해야될 점이나, 원하는 영상, 원하시는 점, 여러의견들을 내주시면 제가 다 읽어보고 좀 더 나은 유튜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상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2017. 10. 15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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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미지의 존재 캔디맨,캔디맨,캔디맨,캔디맨,,,
한 번만 더 부르면 그가 나타나게 되는데..
용기가 있다면 그의 이름을 불러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