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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2024-03-13 19:14:22

함께여서 고마웠어

로봇 드림(2024)

*이 글에는 결말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로봇 드림> 줄거리

 

 

외로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은 평생을 가지고 살아갈 감정이다. 사람이 넘쳐흐르는 도시에 살지만 '나'는 혼자이기에 어느 순간에는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도그 역시 사람들 가득한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은 마음 보여줄 사람 하나 없이 혼자 살아가고 있다. 그의 표정은 무엇을 하던 무상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료하게 티비를 보며 밥을 먹던 도그는 친구가 되어줄 로봇 광고를 보게 된다. 로봇을 기다리고 그를 받아다 조립하는 내내 도그는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

 

 

무덤에서 부활하는 좀비같이 일어난 로봇은 이내 도그를 바라보며 방긋 웃는다. 이들의 미래는 환한 로봇의 표정처럼 밝을 것만 같다. 그리고 실제로 도그는 그간 혼자 해오던 것들을 로봇과 나누며 다른 이와 함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충만함을 느낀다. 로봇의 해맑은 미소와 도그의 살랑이는 꼬리를 보고 있으면 나도 그들과 함께 즐기는 것처럼 행복해진다. 늘 로봇과 함께이기에 이제 도그에게 외로움이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별은 갑자기 닥쳐오고 로봇과 도그는 강제로 헤어짐의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순간부터 마냥 귀엽기만 했던 영화는 무섭도록 쓸쓸해지고 로봇과 함께이기에 다정했던 세상은 다시 차가워진다. 로봇과 도그는 각자의 방식으로 잠깐의 이별을 견디기 시작한다.

 

 

로봇은 해변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계속해서 꿈을 꾼다. 꿈속에서 로봇은 여전히 행복하며 언제나 도그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의 꿈은 언제나 차디찬 현실로 끝이 난다. 단순히 도그를 보지 못하던 꿈은 점점 도그가 자신을 잊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투영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로봇은 항상 희망을 갖는다. 끝이 절망적이라도 다시 꾼 그의 꿈은 언제나 희망적이다. 도그와 함께 봤던 영화 <오즈의 마법사> 속 세상에 들어가기도 하고 도그와 함께 춤을 췄던 곡인 'September'는 항상 로봇의 콧노래로 나온다. 이렇게 로봇의 세상은 도그로 가득하고 그렇기에 제발 그들의 재회가 빠르게 이루어지기만을 두 손 모아 바라게 된다.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도그는 로봇을 만나러 갈 6월 전까지 나름대로 다른 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사실 정말 로봇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나에게 맞추며 놀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다. 다들 각자의 삶이 있기에 도그의 새로운 인연은 늘 이별도 공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도그는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던 자신의 동반자 로봇을 계속해서 그리워한다. 그는 개장날이 되자 곧바로 해변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로봇은 없다. 끝까지 함께 일 줄 알았던 로봇과도 영영 이별인 것이다. 

 

 



세상에는 정해진 이별 공식이 존재한다. 이별은 슬픈 것이고 떠난 이를 그리워하며 재회의 순간만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물론 헤어짐은 눈물을 동반하고 미련은 늘 우리를 과거에 붙든다. 그렇지만 이별은 끝이 아니기에 우리는 이후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도그는 새로운 동반자 로봇을 찾는다. 그는 다시금 자신의 모든 것을 새로운 로봇과 나누며 외로움을 지우고 행복을 느낀다. 로봇 역시 새로운 이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받는다. 로봇은 또다른 곳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세상을 새롭게 넓혀나간다.

무 자르듯 이전과 이후가 딱 나눠진 이별은 없다. 도그와 로봇은 해변에서 바다에 들어가려는 자신의 새로운 동반자를 다급하게 막고, 기억을 잃었지만 자신의 애창곡에 'September'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서로의 흔적을 가진 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가끔 재회를 꿈꾸거나 서로를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서로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돌아보며 새로운 동반자와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다른 공간에서 함께 췄던 춤을 추는 로봇과 도그의 모습이 그들의 미래를 즐겁게 상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로봇 드림>에는 대사 한 줄 없지만 우리가 그들이 느낀 외로움, 설렘, 행복 등을 느꼈듯이 로봇과 도그도 얼굴 한번 마주하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그런 이별 후에도 서로가 행복하리라는 생각을 가지며 살아갈 것이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로봇 드림>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작성자 .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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