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04-01 23:59:03
예술은 길고,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듣고 있었기에 들리지 않았다.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Ryuichi Sakamoto | Opus, 2023
감독: 네오 소라
예술은 길고,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첫인상은 ‘무성 영화 같다’였다. 피아노 선율이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시선은 류이치 사카모토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특히 카메라가 그의 얼굴과 정교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비출 때면 더욱 들리지 않았다. 듣고 있었기에 들리지 않았다. 그의 연주에 빠져들수록 영화는 숨죽였고 그 결과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누구나 빠져들고 마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인물의 표정과 행동이 유일한 언어가 되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무성 영화처럼, 류이치 사카모토의 언어는 본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마침내 관객의 ‘무엇’이 되었다.
무엇, 시작은 류이치 사카모토란 단 한 사람의 얘기다. 그만이 할 수 있는 말들은 영화 끝에 다다른 관객에게 각자 보관해 왔던 ‘나’만의 사적인 기억을 들추게 한다.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 없듯, 기꺼이 따르고 마는 이 감정적 동요는 그의 내밀하고 친밀한 연주와 계속 함께 흘러간다. 물론 화면 속엔 피아노와 연주자 그리고 악보가 전부다. 드라마 장르가 가진 기승전결 형식의 이야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상영시간의 99%가 그의 연주로 채워져 있고, 대사 분량은 1분도 채 되지 않는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열렬한 팬이 아닌 이상 20곡 전부를 알기란 쉽지 않은데, 자막(곡명)도 생략되어 있다. 그러나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관객을 불편하게 하거나 난처하게 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영화의 일반적인 요소를 과감히 생략해 조금 낯설 뿐이다.
이 작품의 가치는 작곡가의 이름만큼이나 유명한 곡보다,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행위에 있다.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는 그의 라스트 댄스와 곡과 곡 사이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짧지만 버릴 수 없는 공백. 그것은 피아노 연주란, 눈에 보이는 외적인 행위가 아닌 비워진 화면 속에서 파생된 내적 파동의 결과물이다. 듣고 있었기에 들리지 않아, 직접 느낄 수밖에 없는 진동은 견고하고 세심할수록 더 깊고, 더 격렬하게 퍼지며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내면에 닿는다.
공백과 진동. 내겐 바람의 건축가 유동룡(이타미 준)의 대표 건축물 중 하나인 '풍 미술관'으로 걸어 들어간 순간과 이어졌다. 벽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과 햇빛. 마치 한 줄기 바람이 미세하게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와 커튼을 잔잔하게 펄럭이는 장면을 오랫동안 보는 것 같았다. 계속 바라보며 간직하고 싶다가, 일순간 자기 자신에게 한없이 솔직해지고 싶은, 신비롭고도 한편으론 무척이나 고마운 순간. 그의 연주에서 풍 미술관으로 연결되는 흐름은 내겐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내게 아주 긴 내적 환호를 불러일으켰으며, 피아노 연주와 건축물에 담긴 그들만의 이야기와 세상을 바라보는 각각의 시선에서 예술이란 공통 언어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예술은 한 사람의 지극히 사적인 지점에서 탄생한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순식간에 불특정 다수의 심적 공간에 스며든다. 예술의 진정한 힘은 개인의 예술이 무수히 많은 개인에게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전달되는 것이며, 영향을 받았던 개인들이 각자 ‘자기 자신’이란 공간 안에 숨겨져 있던 작은 문을 발견하게 하는 것에 있다. 나를 온전히 바라보게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어루만지게 한다. 나아가 그 힘으로 나만의 예술을 만들어 내도록 격려하기도 한다. 어쩌면,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네오 소라 감독이 아버지가 아닌 예술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연주를 카메라에 담는 순간, 첫 관객이 되어 빚어낸 예술 작품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예술이 또 다른 개인의 예술로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힘.
더욱더 많은 이가 개인의 예술에 지극히 사적으로 동요했으면 좋겠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그의 예술은 길다, 모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Relative contents
-
- 사랑한다는 말보다 아름다운 인사 굿바이
※ 강력한 스포와 영화 설명이 있습니다. 보시지 않은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상영관에 단 3명이 있었다. 다들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는데, 영화가 끝나도 눈물을 훔치느라 아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감정을 오롯이 표출할 수 있었다. 영화관에 사람이 없었던 것은 그런 의미로도 참 좋았다.
눈길을 헤치며 자동차가 달린다. '이 일을 시작한지 2달..'이라는 말과 함께 다이고는 사장님과 어느 상가집으로 들어간다. 이들의 직업은 전문 납관도우미. 다이고는 말한다.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그리고 사장님이 제안한다. "한 번 해볼텐가"
"달렸어요..." 다이고가 말한다. 여성이지만 여성이 아니었고, 남성이지만 남성이 아니었던 사람. 그녀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그 녀석이 그렇게 하고 다닐때는 말도 하기 싫도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치장해 놓고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알겠더라구요, 아 저 모습을 하고 있어도 내 자식이구나... 고맙습니다."
눈물이 터져나왔다. 영화 시작부터 눈물을 쏟아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손수건을 챙겨가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이 영화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이고는 원래 첼리스트였다. '잘나가는'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케스트라 단원이었다. 늘 열심히 했고, 그가 1억 5천만엔을 빌려서 악기를 산 그 시점, 오케스트라가 해체된다. 오케스트라가 해체 위기라는 것을 그만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이다. 그의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 이 작품은 오랜 공백을 깬 히로스에 료쿄의 복귀작이다. 여전히 아름답다)
나같으면 다리몽둥이를 똑 분질러서 혼내줬겠지만 아름다운 미카는 이를 용서한다. 그리고 시골인 고향에 내려가고 싶다는 그의 말도 찬성해 준다.
이 둘을 시골로 내려가서 다이고의 어머니가 물려주신 집에서 살게된다.
원래는 카페였지만 어머니가 Bar로 만들었었고.. 이제는 그 어머니도 없는 집.
아마 다이고에게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한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겠지만, 원망하고 있는 아버지의 체취가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할것이다. 물론, 정말로 원망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다이고는 일자리를 찾는다. '초보자 우대, 여행 도우미' 관광업체인줄 알고 찾아갔던 그곳은 납관업체였다. 오타가 난거라면서 말하는 사장님이었다.
"여행 도우미가 아니라 '영원한 여행'도우미지. 오타지 오타."
사장은 얼렁뚱땅 면접을 보고 무조건 합격을 시키고, 월급도 높게 부르고, 일당도 준다. 일자리가 없는 다이고로서는 감지덕지였다. 여러모로 대책없는 다이고도 불만없이 일을 시작하게 된다. 미카한테는 비밀이었다.
다이고의 첫 번째 일은 납관과정 교육CD도우미. 물론 역할은 죽은 사람역이다. 다이고의 표정은 정말 다채롭다.
다이고가 맡은 두번째 일. 하지만 이건 어느때보다 힘든일이다.
바로 죽은지 오래된 시체를 만나는 일. 지켜보기만 하라는 사장님의 처음 말과는 다르게 시체를 옮기는 일을 도와야만 했고, 그는 먹은 음식들과 조우를 할수 밖에 없었다.
그는 페닉에 빠졌고, 버스를 탔는데 여학생들이 수근거린다.
"어디서 썩은 냄새 나는것 같아.. 저기 양복입은 아저씨.."
다이고는 황급히 내린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다녔던 그 목욕탕에 간다. 비누칠을 수십번을 하고, 냄새가 사라질때까지 벅벅 문지른다.
그가 닦아낸 것이 죽은자에 대한 미안함이었을까.. 아니면 그런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이었을까는 모를 일이지만 그는 깨끗이 닦아 낸다. 그리고 목욕탕집 아주머니와 오랜만에 만남을 하고, 친구와도 만난다.
다이고 친구의 어머니이자. 목욕탕 주인아주머니. 그녀는 1년치 눈물을 다 쏟게 만든 장본인이다.
아주머니는 미카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이고는 속이 깊은 아이야,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을 잘 안하니까.. 잘 보살펴줘야해. 지 아버지가 그렇게 집을 나가도 엄마 앞에서는 한번도 울지 않은 녀석인데.. 남탕에 혼자 들어가서 울더라고..."
속이 깊은 건지 미련한건지 그런 다이고가 나쁘지 않다. 다만, 괜시리 멍해 보이는 저 눈이 더 서글퍼 보였다.
목욕을 마친 부부는 술 마시러 가자고 하더니 술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러고보니 그 집이 Bar가 아니던가! 컵에 양주를 담고, 거기다가 데운 물을 넣었다. 청주를 데워먹는 다는 건 들었는데 이런 방식은 처음 봤다. 술을 먹고, 다이고가 어렸을때 쓰던 첼로로 연주를 듣고, 평화로운 밤이 지나가는 것 같다.
다이고가 새벽에 콜을 받아서 일을 하러 나간다. 미카는 다이고를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한다. 남편은 무슨일을 하는 걸까.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이고는 친구에게 "할일이 없어도 그런일을 하냐"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자 미카는 납관교육용 CD를 보고 있었다. 잠깐 한거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이 하는 일을 다 알아본 상태였고 친정에 가겠다고 일을 그만두면 데릴러 오라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다이고는 미카를 잡았지만 미카는 울며 말한다. "불결해."
나름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에게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그는 일을 그만 두려고 한다. 사장님에게 말하려고 사장님을 찾아간다.
"아내는 아직 안 돌아왔나? 밥도 안 먹었겠군. 먹고가게"
다이고가 올걸 알고 차려 놓은 것 처럼, 그 둘을 밥을 먹는다. 사장님은 아내를 꾸며서 납관 해준 것을 기점으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둘은 '복어 정자'를 먹는다.
"동물을 동물을 먹고 살지, 근데 식물을 그렇지 않아."
"맛있어, 미안하게도"
그만두겠다고 말하러간 다이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식사를 하고 나온다.
다이고는 아내가 없이도 다이고는 NK(납관)에서 콩짝콩짝 잘 산다. 잘 산게 잘 산건지는 모르겠지만 서도 그래도 잘 산다. 혼자 바게트 빵에 마요네즈 듬뿍(정말 듬뿍)이랑 회도 얹어서 먹고, 일도 잘 하면서 다닌다. 일이 얼마나 능숙해졌는지 모른다. 시간나면 사장님이 자신한테 "넌 이 일이 천직이야"라고 말한 둑에서 첼로도 켰다.
험난했던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때까지 그는 아내없이 버틴다. 아무래도 그는 아내와 일 둘다를 사랑한 것 같다. 그러다 아내가 돌아온다. 집에 돌아가는 문이 열려있고 아내가 부엌에 서 있다.
"청소 안하면서 사는구나? 역시 내가 없으면 안되네.."
"했어..가끔..."
"안한것 같은데?"
"두번했어..."
"가끔이 아니잖아"
그 둘에게 아이가 생겼다. 미카는 다이고에게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을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울린 전화벨...
"이럴 때 꼭 일을 하러나가야돼?" "목욕탕집 아주머니가 돌아가셨데...."
이때부터 미친듯이 펑펑 울었다. 그 전에도 "아내는 오늘 제가 본것중에 제일 예뻤습니다..." 등등도 울었지만.
설마설마 하던 때 이렇게 아주머니가 돌아가시고 아주머니의 납관은 다이고가 맡는다. 친구의 어머니이자 어쩌면 다이고의 정신적인 지주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분이었는데 장작을 나르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끝까지 일을 하다고 돌아가셨다.. 다이고가 납관(염)을 하는 것을 본 친구와 미카는 그를 인정하기로 한것 같았다.
미카가 쪼금 경솔하긴 했지만 그는 아주머니의 얼굴을 닦으면서 남편을 보고 웃었다. 이건 인정의 의미일 것이다. 아주머니는 화장을 했다. 화장터에는 위에서 목욕하고 계시는 단골 할아버지가 계신다. 그는 납골당 직원이었다. 아주머니의 아들이 마지막 모습을 지켜봐도 되냐고 하면서 할아버지 옆으로 다가간다..
"사람이라는게 직감이 있나봐.. 작년 크리스마스때 웃기지만 둘이서 케익도 사고 파티를 했어. 그때 나한테 그러더라고, 목욕탕 같이 운영할 생각이 없냐고 말이야. 불 짚이는 데는 내가 선수잖아. 난 죽음이 새로운 문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 난 문지기로서 그들을 안내해주는 거고."
불을 붙인다. "잘가"
생각해본다. 그 할아버지는 아주머니를 사랑했을 것이다. 궂이 사랑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애틋하지만.
화장터에서 나온 두사람이 화해아닌 화해를 한다.
"아버지가 알려준거야. 자신의 마음을 닮은 돌을 꼭 쥐고 상대방에게 주면.. 상대방을 그 마음을 읽는거지. 매끈한 돌을 받으면 안심을 하고 울퉁불퉁한 돌을 집으면 걱정을 하는거야...내 마음이 어떤 것 같아?"
"비밀"
미카가 집에 혼자 있는데, 전보가 온다. 다이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다이고는 미카에게 혼자 가라고 한다. 자식을 버리고 나간 아버지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었나보다.
그때 NK의 직원분이 다이고에게 부탁한다. 마지막 모습을 지켜봐달라며 울면서 부탁을 한다. 자신도 6살된 자식을 버리고 나왔다고, 그런데 찾아갈수 없다고.
"자식 버린 부모는 다 똑같군요!!"라며 다이고는 모진 말을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부탁한다. 뛰쳐나간 다이고 앞에 있는 미카, 도망치듯 걸어가지만 다이고는 다시 회사로 들어간다. 사장님은 차키를 던져주며 말한다.
"관 하나 골라가"
(내 추측컨데 이분은 다이고의 어머니의 술집에서 일을 하다가 다이고의 어머니가 죽고 여기서 일하게 된 듯하다. 결국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다이고 어머니의 염(납관)을 해준 사람을 사장님이라는 것. 인연은 끊을 수 없는 듯하다. 또 사설이지만 이분이 사용하는 다기세트는 탐난다)
다이고는 아버지의 시신을 보러간다. 달리고 달려서 또 간다. 다른 여자와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평생을 혼자 살았다고 한다. 아버지의 얼굴을 봤는데, 아버지인지 아닌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동네 장의사들이 왔다. 아버지를 씻기지도 염도 하지도 않고 함부로 관에 넣으려는 걸 보고 다이고는 화를 낸다.
"남편은 전문 납관사예요"
"이 사람의 인생은 뭐 였을까. 고작 상자하나만 남긴게 인생이었을까..."
다이고는 아버지의 손에서 자신이 준 돌맹이 편지를 찾는다. 그때 기억이 난다. 뭉툭하고 커다란 돌을 자신에게 건내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버지 면도를 해주면서 다이고는 그렇게 울었다. 살며시 울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이에게 그 돌맹이의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할아버지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영화는 그렇게 아버지와의 만남으로 끝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 영화는 결말이 흐지부지하고, 너무 잔잔해서 혹은 그냥 일상 같아서 싫다고들 한다.
네이버가니까 '행복한 장의사'랑 비교하기도 했던데 난 역시 이 영화 자체가 좋다. 다이고와 미카, 사장님과 직원, 동네 사람들, 풍경, 음악(음악감독이 '히사이시 조'인데 뭘 더 바랄 수 있을까?)
2008년 마지막에 내 기억에 남을 또 하나의 영화였다.
-
- 희망과 사랑을 전하고 싶었던 절망 속 이야기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더 웨일> 포스터 [출처: 씨네랩 제공]
힘든 삶의 단편을 비추는 영화
영화 <더 웨일>은 소수의 등장인물과 주인공인 찰리의 집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영화이다.
그리고 찰리의 마지막 일주일을 하루씩 보여주는 영화의 흐름은 그만큼 주인공의 삶에 깊이 들어가도록 만든다.
주인공 찰리는 9년 전 결혼한 아내와 8살 딸을 둔 채로 동성 애인과 사랑에 빠져서 가족을 떠난 인물이다.
영화가 시작하는 시점에 동성 애인은 세상을 떠났고 찰리는 그 충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더 웨일>은 최근 연인을 떠나보내고 실의에 빠져서 초고도비만에 다다른 찰리의 삶을 보여준다.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 역시 모두 찰리와 다른 방식으로 힘들게 이어지고 있는 삶들이다.
고혈압으로 목숨이 위태롭던 순간 우연히 찰리의 집에 방문한 토마스는 종말론을 주장하는 이단 교회의 선교사이다. 그리고 찰리가 9년만에 다시 연락한 찰리의 딸 엘리는 학교에서 낙제점을 받기 직전이며 삐뚤어진 학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 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초고도비만의 동성애자, 눈치없는 종말론자, 반항적인 SNS 중독의 비행청소년.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인물들을 가장 평범한 사람들로 등장시킨다. 사별한 주인공, 선한 마음으로 도우려는 이웃, 아빠와 갈등을 겪고 있는 딸. 이들의 삶은 다른 이유로 힘들고 영화는 힘든 삶을 살아내면서 서로 얽혀있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더 웨일> 스틸 컷(찰리, 토마스, 엘리) [출처: 씨네랩 제공]
가장 좋은 해결책 솔직함
영화에서 주인공 찰리는 대학에서 에세이를 가르치는 강사이다. 원격으로 강의를 하는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 카메라가 고장난 척 검은 화면으로 이야기한다.
이후 찰리는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딸에게 연락해서 자신이 모아둔 재산을 모두 줄테니 한번씩 들러서 에세이 쓰는 법을 배우라고 말하는데, 반항적인 딸에게 그가 제시하는 것은 딱 하나뿐이다. 솔직한 생각을 적을 것.
앞서 이야기 했던 인물들인 찰리, 토마스, 엘리는 모두 솔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찰리는 살이쪄서 거대해진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고, 토마스는 사실 교회에서 활동비를 훔쳐서 가출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으며, 엘리는 찰리에 대한 그리웠던 마음을 숨기고 있다.
영화는 이들이 숨기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드러내면서 그들을 솔직하게 만들고 그로인해 그들이 스스로 위안을 얻으며 스스로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가 현실적인 부분은 이들이 솔직함을 드러내는 계기가 자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찰리는 가르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매일 저녁 피자를 배달해주는 배달부에게도 절대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배달부는 단골 손님인 찰리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하거나 걱정을 하는 등 꽤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다 어느날 평소처럼 우편함 안에 있는 돈으로 계산을 하고 배달부가 돌아갔을 거라 생각해 밖으로 나온 찰리는 아직 계단에서 기다리던 배달부를 마주한다.
제 몸을 가누기도 힘들만큼 거대한 몸집으로 피자들 들고 들어가는 찰리를 본 배달부의 표정은 마치 괴물을 본 것만 같다. 이전까지 호의적이던 배달부의 태도는 찰리의 겉모습을 보는 순간 혐오로 가득하다.
솔직하게 드러난 자신의 모습이 불러온 결과를 본 찰리는 분노에 차서 집안에 있는 음식을 마구잡이로 입에 우겨넣고 급격한 폭식에 토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 분노는 스스로 드러낸 솔직함이 아닌 발가 벗겨진 것에 대한 공포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러고 그 분노는 홧김에 대학 학생들에게 같잖은 에세이는 때려 치우고 솔직하게 쓰라는 욕설 섞인 충고를 단체 메시지로 보내는 데에 이른다.
다음날 찰리의 솔직한 욕설 메시지에 정말 솔직한 답장을 보낸 몇몇 학생들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찰리는 감춰왔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후련하게 에세이 강사를 그만두게 된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해당 장면 이후에는 찰리가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던 장면은 더 이상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토마스의 경우도 완전한 타의에 의해서 가장 숨기고 싶던 것이 밝혀지고 의외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정직함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영화는 혐오스런 인물들을 통해서 사실 이들 역시 이렇게 된 힘든 과정이 있었고 이들이 자의든 타의든 솔직한 자신을 드러냈을 때 우리가 희망과 사랑으로 받아준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여러 인물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다.
<더 웨일> 스틸 컷 [출처: 씨네랩 제공]
희망과 사랑을 전하고 싶었던 절망 속 이야기
영화에서 찰리는 엘리에게 사랑을 전하려 한다. 찰리가 떠나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한 가지는 딸 엘리에게 스스로가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다.
찰리는 이전에도 종교가 삶의 전부였던 애인 앨런이 삶에 대한 의지를 잃었을 때 아낌없는 사랑으로 그 삶을 이어가도록 만들만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떠나면서 챙겨주지 못했던 딸 엘리에게 남아있는 긍정과 사랑을 전하는 것으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영화 속에서 가장 절망적이여야 하는 인물이 건네는 사랑을 우리는 영화 내내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는 조금 걸어다는 것 조차도 보조기구가 있어야 하지만 빠짐없이 창문 밖에 지나가는 새를 위해 과일을 놓아두는 사람이고, 자신의 애인을 파멸로 이끌었던 종교에서 선교사가 찾아와도 좋은 말을 건네는 사람이다.
스스로의 병원비를 아껴서 딸에게 미래에 바로 설 수 있는 희망을 건네고, 자신을 욕하는 딸의 SNS 문장에서 촌철살인의 글쓰기 실력을 칭찬한다. 이것이 삶을 놓은 사람이 보일 수 있는 태도인 것일까?
찰리의 고단했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끝이 그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조금 아쉬운 지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선택 역시도 큰 슬픔이 그를 덮친 것일 뿐 오로지 그의 탓이라 하기는 힘들다.
찰리는 이런 결정을 유일하게 도와주는 인물이 있는데, 하지만 이를 아는 보호자이자 전담 간호사이며 떠난 애인의 동생이던 리즈이다.
리즈는 다른 인물들과 좀 다른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떠나간 찰리의 애인이 리즈의 오빠이고 찰리와 함게 고통을 겪은 인물이다. 그 때문인지 리즈는 찰리를 가족처럼 돌봐주면서도 그가 폭식을 일삼는 것을 말리지 못한다. 아마 찰리가 긍정적임에도 삶을 떠나기로 한 것처럼 리즈 역시 살아가는 마음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는 찰리의 죽음을 암시하며 끝나지만 영화관을 나오면서 떠오른 인물은 리즈였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본다면 찰리가 영화 내내 잠겨있던 절망은 끝나지 않았다. 같은 절망을 겪은 리즈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찰리를 돌봐야 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영화가 끝나서 이후 그녀의 삶은 알 수 없지만 내심 그녀가 잘 견뎌주길 바라게 되는 결말이었다.
<더 웨일> 스틸 컷(리즈) [출처: 씨네랩 제공]
-
- 그렇게 우리는 어른으로 자란다
이번에도 '믿고 보는 픽사 애니메이션'이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다시 한번 힐링을 선사했다. 9년 만에 후속편으로 컴백할 만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는 13살이 되어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변화와 성장을 그린다. 그동안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을 담당해 왔던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이외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 등 낯선 감정들이 갑자기 들이닥친다.
1편에서 부모를 따라 고향인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를 떠나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오면서 낯선 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기쁨과 슬픔이 충돌하는 과정이 주류였다면, 이번에는 라일리가 다양해진 감정들과 함께 복잡 미묘한 시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보여준다.
기쁨은 라일리의 좋지 않은 기억들을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면서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자아를 형성하지만, 부정적 상황을 미리 대비하는 불안의 영향력에 라일리가 또 다른 힘을 발휘하면서 기쁨이 만든 자아는 빛을 잃어간다. 하지만 라일리에게 닥칠 수 있는 부정적 상황을 미리 대비했지만, 불안이 만든 자아는 열등감 가득한 '난 부족해'로 탄생해 위기에 빠뜨린다.
1편보다는 스토리 구조가 단순해지고 깊이가 얕아진 느낌이 들지만, '인사이드 아웃 2'가 전하는 진한 메시지는 전편 못지않게 강력하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주로 겪을 법한 신념의 형성부터 자존감, 불안감, 이기심, 욕심까지 아주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특히 불안이 일으키는 일련의 사건들은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감정 이야기로 확대해 불안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위로한다.
동시에 아름다운 동심을 잃지 않는다. 기쁨을 포함한 기본 감정들의 모험을 통해,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잃지 말아야 할 솔직한 감정들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으로 성장하는 라일리를 위해 모든 감정들이 손을 잡을 땐 '난 사랑받는 존재였어'라는 결론에 다다르며 울컥하게 만든다. '어른동화' 픽사의 저력이 여기서 느껴진다.
이번 편에서 새롭게 합류한 감정 캐릭터들과 라일리의 '비밀의 방'에 숨겨진 비밀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한다. 그중 비디오게임에서 튀어나온 랜스와 파우치는 웃음 신스틸러로 활약한다.
★★★☆
-
- 아프니까 청춘 아니고, 청춘시련
영화 <청춘시련> 포스터
청춘시련 (Terrorizers, 2022)
장르 : 대만, 멜로·로맨스 │ 감독 : 호위딩
출연 : 이목(유팡), 임백굉(밍량), 진정니(모니카), 임철희(장둥링)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러닝타임 : 127분아프니까 청춘 아니고, 청.춘.시.련
청춘이라는 단어는 왜 그리 힘든 단어랑 잘 어울릴까. 아프니까 청춘이었는데, 이번엔 ‘청춘시련’이다. 청춘들의 편린을 그려낸 대만의 한 영화 제목이다. 사실 포스터나 제목만 보고는 그저 그런 로맨스일 거라고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영화에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나온다. 이야기는 하나로 연결되지만, 주인공의 시점에 따라 옴니버스처럼 펼쳐지는 구성이다. 맨 처음 그려지는 이야기는 귀여운 외모의 여성 ‘유팡’과, 누가 봐도 착하고 건실하게 생긴 남성 ‘장둥링’의 로맨스다. 남자가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여성은 이에 넘어가고, 비 내리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로맨틱하게 키스하고, 미래를 도모하고..., 여기까지만 해도 이 영화는 그냥 일반적인 로맨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기차역에서 칼을 든 채 유팡을 향해 달려드는 남자로 인해 영화의 장르는 바뀌어버린다.
그 남자는 왜 칼을 들었을까
유팡을 향해 칼을 들고 달려든 남자는 ‘밍량’. 유팡과 함께 살던 동거인 남성이다. (동거‘남’이 아닌 정말 공간만 셰어 하는 동거‘인’이다) 영화 초반, 소극적이고 과묵하게 그려지는 밍량을 보고 “아, 유팡을 사랑했던 거구나. 그런데 장둥링한테 뺏겨서 화가 났구나. 그래서 칼을 들었구나”하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이유로 칼을 들어도 분명 미친놈이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하지만 영화는 시점을 꼬아, 이번엔 ‘모니카’라는 여성을 비춘다. 모니카는 진정한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무명배우다. 하지만 배우로 먹고사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고, 현실과 타협해 한 포르노 사이트에 배우로 출연을 하게 되었다. 운명은 장난과도 같았고, 그렇게나 영화배우로 이름을 알리고 싶었던 마음과는 달리, 사람들은 포르노에 나왔던 그녀를 무척이나 특별하게 기억한다. 야릇한 표정으로 자신을 유혹하는 듯한 모니카의 연기에 압도당한 팬들 중에는, 유팡을 향해 칼을 들고 달려들던 ‘밍량’도 있었다.
밍량은 포르노 사이트에서 보게 된 모니카에게 정말이지 홀딱 반했다. 그 이후 그녀를 마치 자신의 실제 여자 친구처럼 여기며 몰래 집에도 드나들고 온갖 비밀스러운 스토커 행세를 하고 다닌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 밍량은 왜 모니카가 아닌 유팡에게 칼을 휘두른 걸까.
진짜 로맨스는 여기에 있었다
다시 영화의 시점은 바뀌고, 이번엔 모니카와 유팡이 함께 등장한다. 모니카와 유팡은 극단에서 만난 사이다. 처음에는 서로를 응원하는 동성친구라고 생각했으나, 둘은 연인으로 서로를 사랑했다. 하지만 모니카는 배우로 먹고사는 일이 더 급했고, 여차저차 상황에 쫓겨 호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비극적으로 헤어져야만 했던 여성 커플의 로맨스 뒤로, 건실한 청년 장둥링이 등장한 거였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그제야 퍼즐이 후드득 맞춰진다. 영화 초반에는 조명되지 않아 전혀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고 나자, 같은 사건인데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유팡을 향해 칼을 휘두른 밍량은, 유팡을 사랑한 게 아니라 질투한 것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열렬히 사랑하는 가상 여자 친구 ‘모니카’와 사랑을 나누고 몸을 섞는 유팡이 증오스러웠던 것.
그래서 이 영화 뭔 내용인데? 누가 악역인데?
하나의 완벽한 서서를 알고 나자 영화는 괴기스럽기도 하고, 많이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이야기’라는 것의 본질적인 특성이 아닐까 싶었다. 이야기란 화자에 의해 조각나고 편집되는 것이 아니던가. 우리는 살면서, 한 사건이 당사자들에 의해 다르게 엇갈리는 것을 마주하곤 한다. 같은 사건인데도 A가 기억하는 것과 B가 기억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자신의 주관에 의해 어떤 부분은 거세되고, 어떤 부분은 과장된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결국 누구의 이야기를 듣느냐에 따라 색깔은 달라질 수밖에. 갱생이 불가한 미친 스토커로만 생각했던 ‘밍량’도 순수한 여고생 ‘키키’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구원해준 고마운 사람이 되고 만다. 이렇게 주관에 따라 극명하게 갈려버리는 서사를 보며 관객은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 지, 누가 나쁘고 누가 좋은 사람인지에 대해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그 시절은 그 자체로 혼란이고 시련이지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는 조금 불투명했으나,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대만의 청춘들이 한국의 청춘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그 시절은 누구나 뜨겁고 혼란스럽고 세상에서 제일 소란스러운 세계라는 것만은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제목 그대로, 청춘은 시련 그 자체다. 연인은 떠나가거나 배신하고, 정립되지 않은 자아는 불안으로 요동친다. 그 시기를 지나,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언제 처리할 것이냐가 제일 큰 소란이 된, 30대의 내 고요한 삶이 조금은 고맙게 느껴졌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가끔 뜨거운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프냐고 묻는다면 아니. 이렇게 영화를 통해 간접 체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
- 넷플릭스 영화 워크 잇 Work It 후기 / 댄스 영화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작품들을 찾아보다가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워크 잇>이다.
오랜만에 보는 유쾌한 하이틴 댄스 영화다.
댄스 영화는 한참 좋아했지만 한동안 보지 않고 있었던 장르이다.
<워크 잇>은 다른 댄스 영화와 비슷한 형태의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따라하는 뻔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주인공이 훈련을 통해서 실력을 향상하는 부분이나 특정 부분의 특기를 가진 멤버를 모아서 스페셜 팀을 구성하는 형태의 이야기는 댄스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방식이다.
하지만,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와 중간중간의 유머는 이야기의 전개를 예상하면서도 재미있다.
주인공의 춤 실력은 영화의 설정 그대로 그다지 훌륭하지 않지만 연기는 좋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Positive.1. 주인공인 모범생 퀸을 연기한 사브리나 카펜터의 연기가 좋다.
디즈니 채널 출신 답게 연기가 좋은데 춤을 못 추는 몸치 연기는 아주 그럴 듯하다.
과장되지 않으면서 진지한 듯 코믹한 연기도 웃음을 준다.
2.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특정 장면을 지루하게 가져가지 않는다.
3. 중간 중간의 유머가 과하지 않으면서 재미를 준다.
4. 춤을 배워가는 과정이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 유쾌하게 그려진다.
5. 줄리아드는 개성 있고 실력도 있고 독재적인 댄스 팀 리더를 잘 표현하고 있다.
팔다리가 길어서인지 춤추는 모습도 멋지다.
| Negative.
1. 댄스 영화임에도 주인공 팀의 댄스 안무는 조금 실망스럽다.
특히, 마지막 공연 장면은 우승팀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실망스러울 정도이다.
준우승한 팀의 안무가 차라리 낫다.
2. 마지막에 줄리아드가 갑자기 변한 것은 뜬금없다.
별다른 계기도 없고, 갑자기 성숙해졌다.
끝까지 악해야 통쾌함이 있을 텐데, 갑자기 모두가 착하게, 모두가 잘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3.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인 퀸을 끝까지 도와주는 재스는 비현실적으로 착하다.
줄리아드가 목표인 댄서이면서도 퀸을 위해 최고의 댄스팀을 나와 미래가 불확실한 팀에 합류한다.
퀸이 자기 때문에 만들어진 팀을 버리고 자신을 위해 돌아섰다가 돌아왔을 때도 다시 도와준다.
4. 운전 못하는 퀸이 운전하는 장면은 그다지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5. 새로 구성한 댄스 팀 멤버들의 역할과 비중이 너무 적다.
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댄스 대회 이야기이지만, 팀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 총평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하게 볼 수 있는 댄스영화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줄거리를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끌어가고 있다.
워크 잇 평점 7.0 (작품 7, 재미 7)
 ̄
워크 잇 예고편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네레이드 제이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걸즈 앤 판처 최종장 - 4DX의 기술적인 혁신으로'만' 주목할만한 영화
-
필자는 개인적으로 4DX를 좋아하는 편이다. 1회차로는 그닥 어울리지 않지만, N차 관람을 할 때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4DX 여부에 따라 영화의 몰입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수준의 영화도 존재한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은 제작사가 철저하게 관여해서 4DX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퀄리티가 좋은 편이다. 이번에 리뷰할 "걸즈 앤 판처 최종장"도 이런 경우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타겟층은 확실하다. 전형적인 재패니메이션 캐릭터를 내세워 오타쿠층을 노린 것과, 탱크, 전함 등 밀리터리 요소들을 이용해 일명 "밀덕"들을 노린 작품이다. 일반적인 대중에게(필자를 포함한) 매니악한 요소들은 다 모아둔데다가, 본 작품 역시 TVA 애니메이션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작품이다보니, 이미 원작을 보았고 전체적인 내용을 이미 감상 및 이해하였다는 전제하에 진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로서의 독립성은 매우 낮다고 평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필자도 기본적인 영화 스토리를 보고 "아니 3학년 한 명이 유급당하는 거 가지고 왜 전교생이 나서서 도와주는거지? 라는 의심이 들었을 정도니. 사실 애초에 전차를 이용한 가상의 무도 전차도(戦車道)가 여자로서의 소양이라 여겨지는 세계관이라는 것 부터가 일반적인 관객들에게는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당연하다. 독립적인 서사가 아닌 원작과 전작 극장판을 봐야 이해가 간다는 점에서 본 영화의 입문 난이도와 더불어 영화로서의 독립성에 대해서는 혹평을 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4DX 기술 활용의 혁신". 2017년에 나온 극장판의 경우에는 필자는 보지 않았지만 그 당시 4DX가 매우 호평이었다고 알고 있다. 왜냐하면 상술하였듯이 대부분의 4DX는 제작 후에 효과를 이식하는 방식인데, 이 작품은 철저하게 관여해서 제작하였기 때문이다. 즉, 애초에 이 영화의 본질은 4DX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스토리의 특성상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전차 전투씬이기 때문에, 훌륭한 효과들이 지속적으로 알차게 나온다. 전차포의 포격, 전차의 궤도 움직임, 심지어 비와 눈, 번개와 같은 기상 효과까지. 4DX 효과의 대부분을 경험해볼 수 있다. 아주 기본적인 설정만 알고 등장인물이 누가 누군지 모르는 필자 마저도 몰입해서 봤을 정도로 4DX 효과의 힘이 정말 강력하게 발휘된다. 영화의 자체적인 작품성이라면 몰라도 4DX 영화가 어떠한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
-
- 디즈니 악녀 크루엘라, 패션계를 접수하다!
101달마시안을 새롭게 재해석한 디즈니 영화 크루엘라가 상영중이죠.
엠마 스톤이 크루엘라 역을 맡아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요.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려서 너무 멋지고 또 이상하게도 보이기도 해요.
과거 영화와는 다르게 악녀의 길을 가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조금은 다른 길을 가려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크루엘라의 머리가 흑과 백으로 딱 나뉘어 있는 것처럼 기묘하게 균형감이 살아있는 영화에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 하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 영화 <탑건 : 매버릭> 숨멎 극찬 리뷰 30초 예고편
"당신의 숨을 멎게 만들 영화" 톰 크루즈 영화 사상 최고 오프닝 X 압도적 북미 박스오피스 1위 ✈️ 6월 22일, #항공액션 신드롬 속으로 ㄱㅂㅈㄱ!
-
- 영화 <슈퍼문> 메인 예고편
어느 날 갑자기 머리에 뿔이 생긴 10살 소년 건우는 숲의 지킴이가 된다.
그러던 중 동물들을 마구 사냥하는 밀렵꾼과
세상을 지배하려는 좀비 호랑이가 나타나 숲은 위기에 빠진다.
동물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아름다운 한반도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건우와 친구들은 숲을 구할 열쇠가 있는 슈퍼문을 향해 모험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