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04-04 09:25:10
비키퍼 | '존 윅'을 꿈꿨지만 닿지 못한 양봉업자
<비키퍼>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떤 정보기관도 당해낼 수 없고, 법 위에 있는 비밀 기관 '비키퍼'. 비키퍼의 전설이 된 요원 '애덤 클레이'(제이슨 스타뎀)는 기관의 눈을 피해 한적한 시골에서 양봉가로 살아간다. 유일한 이웃이자 친구인 엘로이즈하고만 교류하면서 그는 조용한 은퇴를 즐긴다. 어느 날, 엘로이즈는 컴퓨터를 사용하던 중 의문의 전화를 받는다. 그녀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농간에 당해 전재산을 잃고, 그 충격으로 자살한다.
이에 애덤은 그녀의 복수를 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이 속한 IT 기업과 CEO인 '데릭'(조시 허처슨)을 쫓기 시작한다. 애덤의 정체를 눈치챈 데릭의 조언자 '월리스'(제레미 아이언스)는 전력을 다해 애덤을 막으려 한다. 한편, 엘로이즈의 딸이자 FBI 요원인 '자넷'(미니 드라이버)도 수사에 착수하면서 데릭의 악행은 비로소 전모가 드러난다.
이번 무림 고수는 무엇이 다를까
액션 스릴러 영화의 서사에는 이데아, 곧 이상향이 하나 존재하는 듯하다. 조용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전설적인 킬러. 그는 개인적인 이유로 다시 활동에 나서고, 그의 존재와 위상을 미처 알지 못하는 애송이들을 무자비하게 해치우며, 복수를 향해 막힘없이 나아간다. <존 윅>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액션 영화가 차용하는 익숙한 이야기다.
<퓨리>,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이름을 알린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신작 <비키퍼>도 마찬가지다.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비밀 기관 '비키퍼'와 그 조직에서 은퇴한 요원 애덤 클레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액션 유니버스를 꿈꾼다. 특히 4편을 끝으로 자리를 비운 <존 윅> 시리즈의 빈자리를 정조준한다.
그러니 <비키퍼>의 당면 과제는 명확하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흥미롭게도 <비키퍼>는 이 지점에서 예상외로 성공했고 의외로 실패했다. 미국 사회의 일면을 드러내는 드라마 파트가 기대 이상의 쾌감을 가져다준다. 반면에 영화의 중심축이어야 할 액션은 정작 실망스럽다. 그 결과 <비키퍼>는 북미에서의 준수한 흥행 성적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영화다.
시의성이 돋보이는 야심
<비키퍼>는 야심은 남다르다. 미국 사회에서 시의성이 두드러지는 범죄 이슈를 겨냥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사적 제재가 메인 플롯이기에 미국의 <시민덕희>라고 할 수도 있다. 이는 <비키퍼>가 제작비 4,000만 달러로 북미에서만 6,500만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한 이유이기도 하다.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이기 때문. 2022년 이후 미국인 중 15%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을 정도다.
단순히 범죄 조직만 소탕하는 데서 그치지 않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비키퍼>는 빌런을 단순 범죄자가 아니라 IT 기업가, 미국 대통령 및 CIA 출신 관료 등으로 설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의 피해를 해결하지 못하는 미국 사회 시스템적의 모순을 폭로한다. 그렇기에 <비키퍼>에는 겉보기와는 다른 재미와 매력이 있다.
IT 기업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통해 막대한 범죄 수익을 창출한다. 이 수익의 일부는 미국 정치계로 흘러 들어가서 기업의 보호막이 되어준다. 그리고 CIA를 비롯한 정부 관료는 이 카르텔을 은폐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애덤 클레이는 기업과 정치권력의 카르텔을 화끈한 액션으로 처단하며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의 울분을 풀어준다. 범죄 이슈와 기득권을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시각을 일부 맛볼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조준을 잘못했다
그러나 <비키퍼>는 일관성이 부족하다. 마지막까지 대상을 지속적으로 조준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정치, 경제 권력과 사회 시스템의 모순과 폐해를 겨냥하는 듯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대신 눈에 보이는 증상만 도려내고 만다. 장르적으로 본격적인 사회 고발 영화보다는 액션 영화 범주 안에만 남으려 하기 때문.
그러다 보니 소재도 굳이 깊숙이 다루는 대신 손쉬운 방식을 택한다. 선과 악을 확실하게 구분한 뒤, '시스템을 바로잡는 자'라는 설정이 무색하게 단순한 권선징악 구도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데릭은 순수 악으로, 월리스는 줏대 없는 변절자로, 미국 대통령인 데릭의 어머니는 무능하나 최소한 상식적인 인물로 묘사한다. 애덤은 앞의 두 명만 확실하게 제거하고, 자넷과 FBI는 애덤의 속뜻을 파악한 뒤 은연중에 그를 도와준다.
준수하지만 킥은 없는 액션
단순한 스토리텔링은 액션에도 피해를 준다. 물론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은 여전히 호쾌하다. 빠르고 간결하며 데이비드 에이어 작품답게 잔혹하다. 적의 신체를 사정없이 절단하며 비키퍼 요원다운 위용을 드러낸다. 침투라는 모티브를 반복하는 액션 연출도 눈길을 끈다. 애덤은 경호원이나 FBI가 방어막을 치고 있어도 엘리베이터나 스케이트보드를 이용해 어떻게든 목표물에 접근해 낸다.
다만 시리즈를 지탱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 이는 <존 윅>과의 결정적인 차이다. <존 윅>은 다양한 스타일의 액션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건짓수(총+주짓수)라 불리는 특유의 사실적인 액션 스타일을 관객에게 각인시켰다. 언제나 확인 사살을 잊지 않는, 할리우드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개성을 강조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고, 이는 시리즈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반면에 <비키퍼>는 그런 대목이 없다. <비키퍼>라는 영화를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 통쾌하고 짜릿하지만, 그 이상의 플러스알파는 찾아볼 수 없다. 그 결과 후반부로 갈수록 액션의 자극은 약해지고, 단점만 부각된다. 자연히 후반부로 갈수록 자극이 약해진다. 일례로 특정 각도가 반복되거나, 일부 스턴트가 맞기 위해서 기다리는 등의 몇몇 디테일한 아쉬움이 점점 눈에 자주 띈다.
<존 윅>의 아류작?
결국 <비키퍼>는 <존 윅>의 아류작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나름대로의 변주는 한계에 부딪히고, 차별화된 정체성도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존 윅>의 영향력만 더 부각되기 때문. 비밀 결사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액션 세계관, 애덤을 모르는 젊은 빌런과 두려움에 떠는 늙은 보호자 등을 보면 <존 윅> 1편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존 윅>만큼의 개연성이나 설득력을 갖추지도 못했다. 존 윅은 개 한 마리 때문에 수십 명을 죽였다. 하지만 그에게 개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다. 개는 단순한 애완견이 아니라, 살인을 하지 않고 아내와 함께하는 평화로운 삶 그 자체를 상징했다.
반면에 애덤이 엘로이즈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이 난리를 치는 이유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비키퍼에서 은퇴한 그에게 엘로이즈는 친절한 이웃이자 유일한 친구였다. 하지만 그 관계의 깊이나 중요성은 존 윅의 서사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애덤의 집요함은 설득력이 없다. 영화는 이 간극을 위해 ‘시스템을 바로잡는 자’라는 설정을 강조하지만, 이는 설명조 대사만 도드라지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처럼 <비키퍼>는 <존 윅>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데 끝내 실패한다. 물론 여전히 킬링 타임 영화로는 소구력이 있다. 돌비시네마처럼 음향이 좋은 극장에서 본다면 액션에 푹 빠진 채 105분을 보낼 수도 있다. 단지, <존 윅>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야심에 비해 완성도가 퍽 아쉬울 따름이다.
Poor 형편없음
이데아에 닿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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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스러운 반골들의 체제 전복기
친구들과 '우리는 왜 반골 성향의 사람들에게 끌리는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반골'은 어떤 권력이나 권위에 순응하거나 따르지 않고 저항하는 기골, 혹은 그런 기개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정의만 봐도 반골이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질서에 맞서는 용기, 뚜렷한 신념과 가치관, 기존의 틀을 뒤흔드는 태도. 이 모든 것이 반골을 특별하게 만들지요.
그래서일까요, 수많은 이야기 속에도 반골은 대체로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저는 대부분의 반골 이야기에 마음이 가지만, 그중에서도 '이건 반골의 이야기야!'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그러한 기운을 품고 있는 영화를 특히 좋아합니다. 이 영화도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체 속에 담긴 반골들의 이야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멜로디 소동>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멜로디 소동>은 2025년 6월 11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멜로디 소동
Ernest & Celestine: A Trip to Gibberitia
Summary
세상의 편견을 뛰어넘은 절친, 음악가 곰 ‘어네스트’와 꼬마 생쥐 ‘셀레스틴’. 둘은 ‘어네스트’의 망가진 바이올린을 고치러 그의 고향 ‘샤라비’로 향한다. 오랜만에 찾은 거리에는 음악이 금지되어 침묵만이 흐르고 ‘어네스트’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는데… 사라진 멜로디를 되찾기 위한 ‘곰’과 ‘생쥐’의 특별한 우정이 다시 시작된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장-클리스토페 로저, 줄리엔 청
때론 지배적인 게 우스울 때도 있지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멜로디 소동>은 2012년에 개봉한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의 후속작입니다. 1편이 편견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였다면, 2편은 권위, 체제, 그리고 질서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어네스트'의 바이올린이 망가지자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이를 고칠 수 있다는 악기상을 만나러 고향 '샤라비'로 떠납니다. 음악이 살아 숨 쉬는 도시였던 '샤라비'는 명성과 달리 고요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거리의 음악가는 오직 박자만으로 승부하는, 기이한 한 음 연주를 뽐낼 뿐이죠. 모스부호 뺨치는 음악에 분개한 '어네스트'가 반도네온으로 신나는 멜로디를 연주하자 경찰들이 달려들어 그를 체포해 버립니다. 알고 보니 이 도시는 법으로 음악의 멜로디를 금지된 상태였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음악 되찾기 운동을 펼치고, '어네스트'와 '셀레스틴'도 이에 동참합니다.
이 도시에는 멜로디가 금지된 것 외에도 우스운 법들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부부가 이혼하면 집을 케이크 자르듯이 반으로 쪼개 산다거나, 길거리의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면 누구든지 '그대로 멈춰라'를 해야 한다거나, 자식은 반드시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아야 하는 것들이었죠. 우리 사회에도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공동체의 안정을 영위하기 위한 만들어진 법, 제도, 관습 안에 이처럼 우스운 것들이 껴 있습니다. 아무리 우스워도 다들 따르기에 그대로 따르는 것들이지요.
그중 하나로 과격하고 지저분한 한국의 페미니즘 갈등과 젠더 논쟁들이 떠올랐습니다. 때때로 '페미니즘'과 '페미'라는 말이 금기어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현실이 우습게 느껴지곤 합니다. 멜로디가 금지된 탓에 한 가지 음으로만 '띠- 띠-' 연주하는 음악가들의 모습에 실소가 픽 터지는 것처럼요. 하지만 '샤라비'의 시민들은 그 모스부호 멜로디를 기꺼이 즐기는 모습으로 관객을 더 어이없게 만들지요. 우리나라의 페미니즘도 딱 그러한 국면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을 제거하려는 시도가 우습고 어이없는 와중에, 어쩐지 그 시도가 먹혀드는 상황 말입니다.
이번에 치러진 제21대 대선도 돌이켜 보면 우습습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보가 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양당에서 여성 공약을 물밑으로 숨겼습니다. 아무리 후보들의 성향이 전체적으로 보수화되었다고 해도, 우스운 현실에 터지는 실소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음악이 살아 숨 쉬던 도시에서 멜로디가 사라진 도시가 된 '샤라비'와 다를 바가 없지요. 물론,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이 살아 숨 쉬었던 적도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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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를 전복하는 건 어쩌면 극단주의자
다시 영화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셀레스틴'은 '샤라비'에 와서야 고향 방문을 마뜩잖게 여기던 '어네스트'의 속마음을 알게 됩니다. '샤라비'의 법에 따르면, 아들은 아버지의 직업을 따라야 했는데요. 음악을 하고 싶었던 '어네스트'는 판사가 되기 직전에 고향을 도망쳐 나왔습니다. 멜로디를 금지하는 법은 바로 '어네스트'의 반항에 분노한 판사 아빠의 독단에서 비롯된 것이었죠. '아들이 판사가 되지 못할 바엔 아들을 망쳐 놓은 음악을 없애버리겠다'라는 심보였습니다.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세상을 안타깝게 여긴 것도 잠시, 우리나라라고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에 다시금 봉착했습니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긴 했으나, 오늘날의 대한민국 부모들은 부자의 가치관을 세습하는 형태로 아이들의 직업을 좌지우지하려 하니까요. 지위, 위신, 재력과 같은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돈이 많은 직업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피력합니다. 오죽하면 어린아이들의 꿈이 '건물주'일까요. 실제로 제 주위에는 의대에 가기 위해서 초등학생 때부터 준비하던 엄친딸(엄마 친구 딸)도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과연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대를 준비하는 것인지, 매번 의구심이 들었지요.
모두에게는 태생적인 재능이 있고, 자라나면서 생겨나는 관심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두 가지 사이에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반골들의 눈에는 그저 우습게만 보이는 관습의 테두리 안에서, 그 두 가지를 꾹꾹 누르며 살다 보면 어떻게 될까요? '어네스트'의 판사 아빠처럼, 직업의 세습을 따르기 위해 음악을 금지해 버렸으나, 음악에 대한 재능과 관심으로 죄인(음악가)들에게 압수한 악기를 몰래 모아두는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마는 겁니다.
음악이 금지된 끝에 직업의 세습이 무너진 도시 '샤랴비'. 문득 어떠한 체제의 전복은 극도로 치우친 사람('어네스트'의 판사 아빠)의 극단적인 어떠한 선택(음악을 없애버림)에 의한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또한 참 우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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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편을 보지 못한 채로 2편을 보았습니다. 곰과 생쥐의 '친해지길 바라' 여정을 먼저 보았더라면 이 영화의 매력이 배가 되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이왕이면 순서대로 보시기를 추천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2편이 단독 영화로서 매력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저항적인 평을 썼지만, 보기 껄끄러울 정도로 메시지가 그득하거나 뾰족한 영화도 절대 아닙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인데도 이런 반골이 느껴지니, 잘 만든 영화라 이야기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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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드 90' 리뷰
형제가 있는 집에서 pc는 결코 개인적이지 못하다. 연령대가 엇비슷할수록 더 그렇다. 게임을 하더라도 언제나 순번을 정해야 했고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싸움이 나는 건 다반사였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좋으나 싫으나 죽어라고 서로 놀았어야 했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우선은 모르면 어울릴 수가 없는 것들이 생겼다. 그 나이대 애들이 그렇다. 사랑해서 좋아하기보다는 어울리기 위해 좋아하게 된다. 조금씩 아는 게 늘어나면 기존의 자신과 구분 짓기 시작한다. 자신을 버린다. 멋있어지려는 노력은 좋아했던 것들에서 멀어지려는 노력이었다. 애들에게 멋이란 건 인정 욕구니까.
여기 스티비도 크게 다르진 않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이랑은 또래처럼 놀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스티비는 계속 외로웠고, 우연히 가게 앞에서 스케이트 보드 트릭을 연습하는 동네 형들을 마주친다. 콘크리트 바닥을 밀고 나아가는 바퀴의 둔탁한 파열음, 공중에서 머무는 몇 초, 그 모든 과정이 멋있었다. 어떻게 멋있는 줄 아냐면 간단하다. 뭐든 주변에 또래 무리가 있으면 멋있는 일이 된다. 그런 이유로 어쨌거나 스티비는 보드가 필요했다. 절대로 거래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에게 손을 내밀게 될 정도로 원했던 물건이었다. 설령 한참 써서 낡아빠진 보드여도 상관없었다. 그걸로 입장권은 끊은 셈이었다.
물론 그 정도 수준으로 부족했던 건 사실이었고 그 무리에 끼고 싶어서 스티비는 나름의 일탈을 저지른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해야 하는 행동들에는 항상 결과가 따랐다. 무리에 끼려면 인정이 필요했다. '할 수 있다'는 인정이 아니라 '해냈다'는 데서 오는 인정. 무리에 어울리기 위해서는 테스트가 필요했다. 인정할 수 있는 사람만 받아들였다. 별명을 얻고 나서 스티비는 도전했고 받아들여진다. 그냥 같이 노는 친구에서 더 나아가서 온전히 받아들여진다. 아이의 시선에서 미지의 영역에 있는 건 대부분 일탈의 경계다. 스티비는 땡볕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무리에 깊게 들어간다.
화면은 금기나 경계의 물건, 사람을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그 시선이 손쉽게 평가하거나 재단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고정된 카메라는 선을 넘나드는 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배운 바가 있고 그 시절을 지나온 이들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카메라는 그렇게 향수를 되살려낸다. 90년대를 지나온 아이들의 피부에 각인된 경험들.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하고 부딪혀 깨졌던 추억이다. 개중에는 일탈의 경험도 있다. '4학년' 형이 만들었던 홈비디오는 그런 조각난 과정을 한 편의 영상으로 멋지게 다듬어낸다. 보드를 타고 자유롭게 선을 타고 넘었던 시간을 그들의 시선에서 보여준다.
스티비와 아이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었다. 소년스러움이 드러나는 모습부터 슬픔을 간직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기로에 서있는 모습까지 모두다 기억에 남는다. 있을 법한 인물들을 무리에 집어넣고 자연스럽게 다듬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별명으로 호명되는 애들, 특정한 역할을 하는 애들, 개개의 가정사까지 그 환경이 무척 핍진했다. 보드를 타면서 친구들은 다 같이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동선을 가로막는 건 어른의 시선이었다. 아이들 사이에는 위-아래가 없었고 모두들 좌우가 아니라 전후로 움직였다. 실은 아이들이 자라나는 방향도 그들의 눈높이에서는 그렇지 않을까? 멈춰 서거나 나아가는 쪽으로.
모든 걸 구독하는 현대인의 삶과 다르게 90년대의 미덕은 소유에 있었다. 세상은 가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손쉽게 나뉘었다. 그때의 아이들이 모두 그 값어치를 이해했던 건 아니었다. 그 물건들은 그냥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사랑하게 된다. 또래들이 전부 가지고 있어서 사야 했던 물건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디지바이스 다마고치가 그랬고, 4학년 때는 BB탄총으로 넘어갔다. 조르고 졸라서 샀던 물건이 몇 번 쓰지도 못해 고장 났을 때는 정말 아찔했다. 그 총을 쓰지 못한다는 아쉬움보다도 이렇게 빨리 고장 냈느냐고 혼날까 봐 전전긍긍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무리에 끼고 싶어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렸을 때 비로소 사춘기의 초입에 들어섰던 것 같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미드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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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네마테크KOFA 발굴 복원전 라인업
시네마테크KOFA가 2008년 5월 8일 개관한 이래로 한국영상자료원이 발굴, 수집한 영화와
국내외에서 복원한 예술 영화들을 선보이는 '발굴 복원전'이 올해도 개최됩니다!
데이비드 린치, 발 킬머처럼 근래 작고한 영화인들을 기리는 ‘인 메모리엄’ 섹션,
벨기에 왕립 아카이브에서 복원한 해리 퀴멜 감독의 <말페르튀이>가 상영되는 ‘해외 복원’ 섹션 등
다채롭게 준비된 복원전을 만나보세요.
평소에 보기 어려운 영화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다니,
더욱 놓칠 수 없겠죠!
*article, image @koreanfilm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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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존'이 다른 '직쏘' 보다 더 마음에 들어
생명 연장의 꿈
이 영화의 주인공은 ‘직쏘’ 존 크레이머(토빈 벨)이다. 1편에서의 살인극이 있고 시간이 좀 지났다. 존에게 문제가 생겼다. 바로 몸 상태다. 사실 존은 며칠 전에 암 진단을 받았다. 흔들리는 존. 병세를 치료할 길이 없다는 생각에 좌절한다. 좌절은 곧 분노로 바뀐다. 항암 치료를 받던 도중 환자들의 물건을 훔치는 간호사를 목격한 존. 이 간호사를 납치해 살인 게임에 초대할까 싶었지만 간호사가 물건을 다시 돌려놓자 ‘하지 말아야지’ 싶었다. 이런 존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든다. 바로 존의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페데르손 프로젝트’? 홀린 듯 프로젝트로 향하는 존. 실제로 암을 치유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믿었다. 돈을 보내는 존. 입금은 곧 초대장을 부른다. 항암치료에 나선 존. 하지만 이 치료는 뭔가 이상하다. 이내 존의 분노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최소화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중 첫 번째는 불필요한 것들은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이 영화의 플롯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쏘우’ 시리즈는 오랫동안 혹평을 들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 내적인 것을 신경 쓰는 게 아닌 잔혹한 살인 쇼에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시리즈의 팬이 아닌 관객들은 영화의 의미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아무래도 잔혹한 모습을 즐기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쏘우 X>는 시리즈가 가진 전형성을 탈피하기 위해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는 다 쳐냈다. 대신 직쏘를 중심으로 인물들이 행동하게끔 서사를 간편하게 재구성했다. 이 덕분에 명분 없는 살인 게임을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 또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직쏘의 상대역은 시리즈가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토대를 맞이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억지로 직쏘의 인간관계를 서서히 넓히는 것에서 시리즈의 한계를 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쏘우’ 시리즈의 전통을 잃은 것은 아니다. 본작에서도 역시 눈 똑바로 뜨고 보기엔 어려운 장면들이 몇 있다. 이런 고어 묘사를 보기 어려워하는 분들은 눈 꽉 감고 극장에 가시길 바란다. 이렇게 <쏘우 X>는 전작들의 핵심은 바꿨지만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남겼다.
공간 활용
이 영화의 강점으로 뽑을 수 있는 부분은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2부에서의 공간 구성이 흥미롭다. 원래 호러라는 장르 자체가 공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이행한 것이 <쏘우> 1편이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이끌고, 그 사이에 누워있는 인물 셋의 모습이 영화를 상징하는 구도 중 하나다. <쏘우 X> 본 작은 이를 성실하게 구현한다. 어떤 점에서? 바로 인물의 리액션에 집중한 것이 큰 효과가 있었다. 서로의 상황을 각자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활용해서 장르적인 쾌감을 높였다. 그리고 방 안에 있는 온갖 지형지물들을 활용한 흔적도 보인다. 이게 시리즈가 10편씩이나 나왔기 때문에 이제 살인 트랩이 진부해질 때도 됐다. 영화는 이것을 의식한 듯 인물의 밀도로 호러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는 올해 9월 개봉했던 <잠>과는 대조되는 측면이 있다. <잠>은 집이라는 공간 특성을 활용했다. 윗집과 아랫집의 대비, 이 방과 저 방에 살고 있는 캐릭터들을 영화 안으로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쏘우 X>는 이런 ‘여러 군데 공간 활용하기’라는 방식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딱 한 곳만 메인 무대로 삼았다. 발상의 전환으로 다른 호러 영화와의 차이점을 둔 것이다.
호불호가 갈릴 듯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갈 것 같은 요소는 주인공 직쏘의 설정이다. 원래 직쏘는 궤변을 늘어놓는 캐릭터였다. 왜? 직쏘는 시리즈 내내 ‘너희들은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사람들을 처형한다. 문제는 이 세계관에 등장하는 그 어떤 사람도 직쏘에게 살인 게임을 시킨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직쏘가 이상한 논리로 민간인을 죽였던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7편에서 이에 대해 비판하는 여론이 대다수였다. 영화가 ‘게임과 별 상관없는 사람은 죽이지 않는다’는 기본 룰을 어긴 것이다. 이 이유로 직쏘라는 인물의 감정선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단점은 치명적이다. ‘쏘우’ 시리즈가 무엇인가. 바로 직쏘가 벌이는 살인 게임이 핵심인 시리즈 아니었나? 관객이 직쏘에게 감정이입을 못하게 되면 영화 자체에 흥미가 떨어진다. 지금 스크린 앞에서 보이는 신체절단 대환장 살인파티가 아무 의미 없다면 이 끔찍한 광경을 굳이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단의 혹평이 당연한 것이다.
이 영화는 시리즈물의 공식화를 피하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직쏘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부여한 것이다. 시놉시스에서도 읽을 수 있는 부분인데, 직쏘가 무려 사기를 당했다. 영화는 이에 따라 직쏘 입장에서 여러 감정선을 추가했다. 이 감정선에 쉽게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살인 게임에 당위성이 생긴다. 영화가 친절하게 이야기에 몰입까지 시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영화 후반부에서도 빛을 발한다. 원래 이 ‘쏘우’ 시리즈 공통점 중 하나는 강박적인 반전이었다. ‘알고 보니 누가 누구 제자였대!’식의 플롯 전복하기가 ‘쏘우’ 시리즈에서 전통처럼 이어진 것이다. 본작 <쏘우 X>에서는 다행히 ‘누가 누구 제자였대’ 식의 전개가 나오지 않는다. 전작들에 비해 전적으로 현실적인 전개가 이어지는데, 인물에게 깊은 감정선을 넣은 선택이 이야기에 개성을 부여한 좋은 선택이 된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이 승부수 때문에 주인공 직쏘의 캐릭터에 대해 아쉽다고 느낄 관객 분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쏘우 X>은 시리즈물이다. 전작의 전통을 승계하지 않으면 사실 시리즈의 팬 입장에서 차기작을 기다린 보람이 없다. 직쏘가 정의의 사도인 척을 하는 거지 실제로 그런 인물은 아니기 때문에 거리감을 느낄 관객도 있을 법하다. 어떤 관객들은 이를 단점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사람 죽이는 것 말고 이야기 내적인 것 집중한 탓에 우리가 아는 ‘쏘우’ 시리즈의 쾌감과는 좀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이질감도 느껴진다. 이 부분은 직쏘의 조수 캐릭터에게 특히 더 강하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두 인물을 이렇게 설정해서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두 인물에게 이런 면모가 없었더라면 진부한 살인 게임을 또 보는 꼴이기 때문이다.
여전한 것들
시리즈에서 승부수를 둔 영화다 하더라도 분명히 단점은 있다. 우선 후반부 전개다. 사실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이 후반부를 위해 종속됐다고 해도 봐도 무방하다. 대표적으로 직쏘가 초반부에 만나는 사람들은 후반부를 대놓고 암시한다. 직쏘의 관점에서 이 인물들이 어떤 의미인지를 더 설득시켰다면, 감정선이 깊었더라면 후반부의 전개가 더 입체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또 이 인물의 서사를 아주 조금만 더 줘도 큰 문제가 없었다. 서사가 부족하니까 이 사람의 존재가 이야기 내내 에 전제조건처럼 깔리는 것이 체감이 잘 된다. ‘이렇게 쉽게?’ 싶은 것이다. 또 후반부로 넘어가서 이 인물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간단하다. 소위 말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측면이 어느 정도는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앞에서 쓴 바와 마찬가지로 이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몇 장면이 있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 듯싶다. 애매하게 ‘예상 못한 반전’을 추구하는 것보다 빌런의 악함을 강조해서 두 인물의 대결구도를 강조했어도 재밌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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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기대작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 <비상선언>의 개봉부터
수많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주원 주연의 <카터>의 공개까지!!
그럼 8월 첫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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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비상선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40분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개봉: 2022.08.03
배급: (주) 쇼박스
줄거리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 앞에 선 사람들 각각의 감정과 드라마를 담고 있다.
관전 포인트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모두 출연하는 <비상선언>은 칸 영화제에서 호평 세례를 받은 작품이다.
영화에서 한재림 감독이 중점을 둔 건 바로 '사실감'이다. 이를 위해 360도 회전하는 비행기 세트를 구현하고,
짐벌을 이용해 움직임을 주며 촬영하는 등 사실적이게 찍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소전쟁 리틀스타워즈 2021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9분
감독: 야마구치 스스무
출연: 윤아영, 김정아, 이현주 등
개봉: 2022.08.03
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줄거리
여름방학 어느 날, 진구가 주운 작은 로켓 안에서 손바닥만 한 우주인 ‘파피’가 나타난다!
우주의 머나먼 곳에 있는 작은 별 ‘피리카’의 대통령인 그는 반란군에게서 도망쳐 지구에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너무 작은 ‘파피’의 사이즈에 당황하던 도라에몽과 진구는 비밀도구 ‘스몰 라이트’로 작아져서함께 놀며 친구가 된다. 그러나 고래 형태의 우주전함이 ‘파피’를 붙잡기 위해 지구에 나타나 이들을 공격하고,
모두를 끌어들인 것에 책임감을 느낀 ‘파피’는 홀로 반란군에 맞서고자 하는데…관전 포인트
도라에몽의 41번째 시리즈인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소전쟁 리틀스타워즈>은
국내에서 공개하지 않은 도라에몽 시리즈 중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전쟁>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어린이부터 어른이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OTT 공개 예정작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 | 미국 | 120분
감독: 존 추
출연: 콘스탄스 우, 헨리 골딩, 양자경 등
공개: 2022.08.03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뉴요커 레이첼은 남자친구 닉의 절친 결혼식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향한다.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한다는 설렘도 잠시, 닉의 가족을 만난다는 사실이 걱정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닉이
싱가포르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결혼 후보 1순위 신랑감이었던 것.
레이첼은 사교계 명사들의 질투와 더불어 본인을 영 탐탁지 않아하는 닉의 어머니의 타겟이 되는데…
관전 포인트
<스텝 업> 시리즈, <나우 유 씨 미 2>, 그리고 최근 <인 더 하이츠>의 연출을 맡았던 존 추 감독의 작품. 제24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코미디 영화상을 수상했으며,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1%를 차지했다.
버즈 라이트이어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5분
감독: 앤거스 맥클레인
출연: 크리스 에반스, 타이카 와이티티 등
공개: 2022.08.03
스트리밍: 디즈니+
줄거리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탈출 시키기 위한 ‘버즈’와 그의 정예 부대 요원들의 운명을 건 미션 수행을 그린 작품
관전 포인트
<토이스토리>의 인기 캐릭터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를 담아냈고, '저그'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나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크리스 에반스가 보이스 캐스트로 참여하여 기대감을 높였다.
카터
ⓒ 넷플릭스
개요: 액션 | 한국 | 133분
감독: 정병길
출연: 주원 등
공개: 2022.08.05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리얼 타임 액션.관전 포인트
<악녀>의 정별길 감독이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 <카터>는 한층 더 커진 스케일로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원 배우의 가장 강렬한 변신을 선보일 것으로 보여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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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뇨 아빠가 인간이었을 때 직업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자타공인 '지브리 스튜디오' 혹은 '미야자키 하야오' 덕후다. 일본 방송에 지브리 매니아로 두 번이나 방송에 나간 적도 있다.
영상을 보면서 환경을 생각하게 된 것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클지도 모른다.
<벼랑 위의 포뇨>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에 4년 만에 들고 온 신작이었다. 은퇴한다고 했었는데 새로운 작품이 나온 것도 기대되었지만 이번에는 어떤 내용으로, 어떤 캐릭터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달해 줄까 매우 기대가 되었다.
포뇨를 본 뒤, 어른을 위한 동화를 기대하고 있었던 팬과 평론가들에게는 실망감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나는 그가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이 든 것은 귀여운 포뇨와 소스케 때문이 아니라 포뇨의 아빠 때문이었다.
<벼랑 위의 포뇨>는 호기심이 어마어마한 물고기 소녀 포뇨가 육지의 소년 소스케를 만나면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마 인어공주를 재해석하여, 혹은 모티브로 하여 만든 이야기일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 역시 다른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과거로의 회귀', '자연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가 기본으로 깔려 있었다. 그 깔려있는 스토리는 포뇨의 아빠가 끌어가고 있다. 포뇨의 아빠라고 부르고 있지만 엄연히 '후지모토'라는 이름이 있으니 이제부터는 그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리뷰라고 하지만 상상에 기반한 소설이라고 봐도 무관할 것 같다. 후지모토는 인간이었다. 아니, 아직까지 바닷속에서 편하게 숨을 쉬지 못하는 인간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류애를 잃고 바다와 지구를 캄브리아기로 돌리기 위해 생명의 물을 모으고 있다. 인간인 소스케를
좋아하는 딸 포뇨가 육지로 가는 것을 극구 반대하는 그는 딸바보, 극성 아빠라며 수많은 욕을 먹었지만 그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해주는 이는 없었다. 애니메이션에서 포뇨의 등장은 쓰레기가 가득한 바다로부터 시작한다. 인간들은 바다에 쓰레기를 마구 버렸고 그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배는 그물을 이용해 바다의 바닥을 긁어낸다. 쓰레기만 치우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다 보니 바다의 생물들은 쓰레기 때문에 피해를 받고,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서도 또 피해를 받는다. 인간으로 인해 자연이 얼마나 더러워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후지모토가 육지로 올라갔을 때 깨끗한 물을 주위에 뿌리는 행동이나(물론 제초제로 오해받았지만) 소스케와 차를 타고 가는 포뇨를 따라가면서 바닷속의 쓰레기에 계속 맞는 모습으로도 확인할 수도 있다. 후지모토가 더러워진 모래와 뻘에 질색팔색 하는 것은 덤이다.
후지모토가 말하길 그는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그는 언제부터 인간이길 포기했고, 언제 바다의 여신을 만나 사랑에 빠졌을까? 정말 사랑에 빠진 것일까? 이는 그는 말한 것으로 조금은 추론해 볼 수 있다.
"인간의 물과 공기는 더럽고 인간은 어리석은 생물이다. 인간은 바다에서 생명을 빼앗아 갈 뿐이다."
"나도 한때는 인간이었고, 인간을 그만두기 위해 얼마나 노력..."
아마도 그는 어느 사건으로 인해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 사건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바다의 여신과도 만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으로 인해 죽을 위기였으나 바다의 여신이 구해줬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포뇨의 현재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바다의 여신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했을 때는 그는 떨린다며 혼잣말을 했다. 그 떨림은 과연 설렘이었을까? 아니면 두려움이었을까? 이 의문 역시 그가 바다의 여신을 만났을 때 그녀의 손길이 그에게 닿았을 때 확신 쪽으로 가까워졌다. 그 모습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기보다는 두려움 혹은 경이로움에 옴짝달싹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바닥에 떨어진 생명의 물을 먹으러 바다 생물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 그는 바다의 결계로 인해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걱정한다. 후지모토는 인간이 망하거나 죽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균형을 이루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인간이 너무 우점해 있고, 그로 인해서 다른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이 바다에서 생명을 빼앗아 간 것이 원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가 지구를 캄브리아기로 되돌리기 위해 생명의 물을 모아놓는 우물의 방의 번호는 1907이다. 1907년은 환경운동의 역사에 한 축인 '레이첼 카슨'이 태어난 해이다. 방 안에 있는 병에 쓰인 숫자인 1957년에는 영국에서 처음 시작한 민간 환경운동 단체인 '시빅 트러스트'가 만들어졌고, 세계기상기구가 주관하여 체계적으로 오존량을 관측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병의 숫자인 1871년은 찰스 다윈은 식물학자이자 자연주의자 친구인 조셉 달톤 후커에게 진화론의 가설을 편지에 써서 보낸 해이면서 '인간의 유래'라는 책을 출판한 해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가 있는 것인지 후지모토가 언제부터 인간이 아니게 된 것인지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이 오래되었다면 후지모토는 환경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이 있던 해의 생명의 물을 소중히 모아 놓았을 것이다.
결국 후지모토도 아버지이기는 한 것인지 자녀인 포뇨의 성장 과정을 논의하기 위해 바다의 여신을 만난다. 포뇨가 소스케의 피와 오랜 시간 모아놓은 생명의 물을 먹어서 파워업되었다고도 알린다. 5살의 사리 분별 못 하는 않는 어린아이에게 무서운 무기를 맡긴 것 같은 말 그대로 긴급상황이다.
하지만 바다의 여신은 딸과 인간들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마법의 힘이 가득 차 있고, 데본기의 바다로 돌아간 것 같다며 그 상황을 즐기고 좋아한다. 만약에 후지모토가 바다의 여신을 사랑해서 오로지 그 이유로 생명의 물을 모으고 있었다면 여신의 이 한 마디는 뿌듯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포뇨를 걱정한다. 인간이 싫다면서도 '브륀힐트'라는 딸의 이름을 놔두고 소스케가 지어준 이름인 '포뇨'를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을 보면 그의 성격을 알 만도 하다. 후지모토는 세계의 멸망을 걱정한다. 실제로 인류애를 잃은 것이라면 그는 세계의 멸망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딸 덕분에 그 멸망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걸 바라지 않았다. 다만 사람으로 인해 훼손된 자연이 그 옛날 과거로 돌아갔으면 하고 있었다.
딸이 사랑을 얻는 것에 실패해서 죽을까 봐 걱정하는 것도 후지모토다. 엄마인 바다의 여신은 '원래 물거품이었는데 뭐'라면서 아주 쿨하게 실패해도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무리 남은 자식이 많더라도 오래된 마법에 자식의 생사를 결정하도록 하는 건 너무 매정한 엄마다.
소스케와 포뇨를 약속의 장소로 데리고 가려고 할 때도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토키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은 속아서 갔다고 했지만 후지모토는 그냥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회유책을 썼을 뿐이었다. 그리고 할머니들의 다리가 나아서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이동하는데 더 편했기 때문에 그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데 머리 좀 길고, 스모키 화장을 했고, 화려한 옷을 입고 귀걸이를 했다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한 후지모토는 가엽기까지 하다. 그리고 요놈 딸내미 아무리 남자 친구가 좋아도 그렇지 아빠한테 물이나 뱉고 있으니 약간의 무력은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없었다. 지구에 가까이 온 달 때문에 지구의 중력은 달라졌고, 쓰나미가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 포뇨 자체가 쓰나미라는 해석이 많다.
결국 소스케의 사랑이 포뇨를 지켰다. 그리고 지구와 세계를 지키게 되었다. 후지모토는 인간의 소스케의 배를 찾아주고, 인간이 소스케에게 악수를 청한다. 지상의 공기와 땅을 더러워하던 그인데 정말 큰 변화이다. 인간이길 포기하기까지 꽤 많은 노력을 들였다는 그이기 때문에 사실 안타깝기도 하다. 그는 쓰나미 즉 자연재해로 인해 자연의 위대함과 두려움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을 것이고 과거로의 회귀가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간들의 삶의 회복을 위해 '급진주의자'라고 볼 수 있는 후지모토는 한발 물러섰다. 딸의 행복을 위한 아빠의 마음이었을 수도 있으나 남편을 부르는 리사의 오른쪽에 보이는 산에 꽂힌 송전탑을 보면서 생태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마냥 해피엔딩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캄브리아기로 바꾸려고 했었는데, 그보다 이후 시대인 데본기로 바뀌어도 인간이 살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안 후지모토는 다른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미루어 짐작건대 후지모토는 환경운동가였던지, 생물학자였던지, 역사학자였을 것이다. '별의 중력장 붕괴 제2단계' 같은 걸 얘기하는 걸 보면 과학자였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그가 인류애를 잃고 지구와 바다를 과거로 회귀시키고 싶게 된 사건은 결국 알지 못한다. 사실 지금의 행보와는 전혀 상관없는 과거를 가지고 있고, 바다의 여신이 심심할까 봐 혹은 자신의 마력을 높이기 위해 후지모토에게 일거리를 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보니 그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지 바다의 여신을 만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생각보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인간들 중에도 그와 같은 마음으로 자연과 인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후지모토도 겪어봐서 알겠지만 환경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으면 가족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만큼 의외로 외로운 싸움이기 때문이다.
후지모토를 포함한 이 온 세상 환경운동가들, 힘내시고 평화가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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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영화 후기 / 매즈 미켈슨 주연 / 덴마크 영화 / 영화제목이 갱단 이름이었다니.. ^^;;;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작남의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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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챔피언> 예고편
<오베라는 남자><12번째 솔저>제작진의 감동전쟁실화
노르웨이 복싱 챔피언 브라우데.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베르그수용소에 끌려간 그의 앞에 더 큰 위기가 찾아온다.
48시간 내로 오슬로의 모든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로 강제 이송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브라우데의 가족 모두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챔피언의 감동 생존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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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특송> 캐릭터 예고편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
어쩌다 맡게 된 반송 불가 수하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까지!
경찰과 국정원의 타겟이 되어
도심 한복판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데…
NO브레이크! FULL엑셀!
성공률 100% 특송 전문 드라이버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