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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유2024-04-11 11:14:14

개연성을 포기하고 개심을 택하다

<댓글부대>를 보고서

장강명작가의 원작인 <댓글부대>가 영화로 개봉했다. 기자출신의 저자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집필한 원작소설은 이명박정부의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다루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애초에 원작소설의 목적은 사회비판이었고, 이러한 소설을 영화화하기로 한 순간부터 이 작품의 숙명은 정해. 원작의 메시지를 잘 계승하되, 원작과는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영화 <댓글부대>는 그 목적에는 어느 정도는 부합하는 듯 보인다. 다만 현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비현실적인 개연성에 대해 어찌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몫인듯하다.


대기업 전의 비리를 터트린 사회부기자 임상진은 자신의 기사가 오보로 판명되어 정직이란 불명예를 얻는다. 심지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밈들이 끊이지 않고 재생산될 정도. 그런 그는 어느 날 그의 오보를 비롯하여 모든 것이 조작됐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영화 <댓글부대>는 앞서 말하였듯이 감독의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척이나 뚜렷한 편이다. 원작에서는 비중이 적었던 기자의 분량을 대폭 늘리면서 후반에 갈수록 심리스릴로 분한다. 영화는 과거를 플래시백 하여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지루함은 없다. 나도 모르게 극 중 임상진과 같은 청자가 되어 화자의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러닝타임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흐르기 때문이다. 극 중 배우들의 연기도 호연인지라 더욱 몰입이 되는데, 이러한 배우들의 노력과 스토리텔링을 이끌고 가는 힘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명확한 단점을 가진다. 바로 개연성이다.


얼레벌레 정신없이 영화 빠져들다가 결말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을 느끼고 나서 곰곰이 이 이영화에 대해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 영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모순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각각의 캐릭터는 어느 정도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편이지만 주인공 임상진기자는 폭주하다 들이받는 기차에 가깝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끝내 판단하지 못한 채 맺는 그의 심리적 갈등과 방황은 이 영화에 긴장감을 부여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개연성을 잃어버린다. 애초에 의문의 제보자의 신원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는 것부터 그의 직업이 과연 기자인지를 의심하게 하는데, 이는 원작의 저자가 실제로 기자출신인 것을 생각해 보면, 그리고 감독이 수많은 기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소 의문스럽다.

개연성에 구멍이 나있는 만큼 전개가 빠른 편이라 어찌 보면 감독의 의도적인 선택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는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대중의 폭력성만을 본다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과 별반 다를 것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다니는 각종 조롱글과 무분별하게 공유되는 허위사실들, 찬양과 혐오의 한 끝차이에서 판이 뒤집듯 바뀌는 여론의 가벼움 등은 실로 현실과 같다. 더불어 실제 실화(삼성 하이패스 방해전파사건, 담배 간접광고 등)를 통해 대중이 잊고 있었던 대기업의 횡포를 수면 위에 올린다. 것이 이 영화의 목적 중 하나였다면 성공했다.


결말에 대해서는 관객이 영화의 메시지를 받아들일지 혹은 작품자체로 보아 야할지에 대해 반응이 갈릴 것 같다. 필자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선택이지만, 이는 주인공 역시 휘둘리고 휘두르는 대중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결말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매우 분명하니 그 메시지가 전달된 것에 의의를 둔다면 이 영화는 대중적인 사회비판물이 될 것이고, 영화의 개연성과 작품성을 놓고 본다면 이 영화는 전개만을 목적으로 엉성하게 얽힌 개연성을 지닌 다소 부족한 작품이 될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에 대해선 관객의 선택에 달렸다. 어찌 되었건 이 영화를 통해 여론에 쉽게 휘둘렸던 자신이 떠오른다면 감독의 의도는 적중했다.

작성자 . 사서 유

출처 . https://brunch.co.kr/@librarianyu/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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