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4-15 11:36:44
4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포'바오가 <파묘> 밀어냄

오랜기간 사랑받아온 애니메이션 <쿵푸팬더>가 8년만의 신작 <쿵푸팬더4>로 돌아왔습니다.
<파묘>는 장기흥행을 멈추고 2위로 내려왔는데요. 이번주 박스오피스 함께해요



[국내박스오피스]

<쿵푸팬더4>는 지난 주말 40만여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영화는 3편 이후 8년 만에 나온 신작으로, 용의 전사로 거듭나 포가 스승 마스터 시푸의 명에 따라 새로운 후계자를 찾아 나서면서 겪는 모험을 그렸습니다. <파묘>는 12만여 명을 동원하며 2위, 일본 멜로 영화 <남은 인생 10년>은 5만여 명을 모아 3위에 올랐습니다.
[북미박스오피스]

미국 독립영화사 A24가 제작과 배급을 맡은 <시빌 워>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모종의 이유로 내전이 벌어진 미국 사회의 전시 상황을 종군기자의 시점에서 담으며 커스틴 던스트를 비롯하여 와그너 모라, 스티븐 맥킨리 헨더슨, 케일리 스패니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엑스 마키나>로 알려진 알렉스 가랜드가 연출을 맡았으며 제작비 5,000만 달러가 들어간 A24의 역대 최고 제작비라고 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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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래디에이터 2 | 로마의 꿈에 짓눌린 검투사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가 이끄는 로마군의 침공으로 인해 아내 '아리샷'(유발 고넨)을 잃고, 노예 검투사로 팔려간 '루시우스'(폴 메스칼). 아카시우스를 향한 분노를 원동력 삼아 검투장에서 본인의 능력을 증명하며 명성을 쌓은 그는 자기 실력을 알아본 노예 검투사 상인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와 계약을 맺는다. 마크리누스는 루시우스의 복수를 돕고, 루시우스는 황제가 되려는 마크리누스의 칼이 되어 주기로.
한편 쌍둥이 황제 ‘게타’(조셉 퀸)와 ‘카라칼라’(프레드 헤킨저)의 폭압과 잔인한 정복욕에 환멸을 느낀 아카시우스는 자기 휘하의 군대를 동원해 반란을 계획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딸이자 아내인 '루실라'(코니 닐슨)를 비롯한 원로원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로마의 영웅이었던 ‘막시무스’(러셀 크로우)의 유지, ‘로마의 꿈’을 실현하려는 것.
하지만 루시우스의 복수, 마크리누스의 음모, 아카시우스와 루실라의 반란은 이내 새 전환점에 접어든다. 콜로세움에 입성한 루시우스가 사실 막시무스와 루실라 사이의 아들이었다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기 때문.
리들리 스콧만 몰랐던 매력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주연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 제58회 골든글로브상 드라마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영국 아카데미상 작품상.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가 수상한 상들이다. 화려한 수상 내역에 비해 <글래디에이터>의 이야기는 사실 특별하지 않다. '한 나라의 영웅이 정치적으로 몰락해 노예 취급을 받다가 멋지게 재기한다.' 한국 사극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클리셰다.
그렇지만 <글래디에이터>는 캐릭터, 주제, 비주얼이라는 삼박자를 딱 맞추면서 클리셰를 깨버렸다. 검투사로 몰락하고도 황제에 대적하는,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영웅 막시무스의 매력은 독보적이었다. 로마 공화정을 현대 민주주의에 빗대어 개인적인 원한을 갚으려는 복수극을 자유를 향한 사투로 치환한 스토리텔링, 고대 로마의 분위기를 재현한 볼거리는 뻔한 전개마저 잊게 할 감동을 불어넣었다.
안타깝게도, 정작 리들리 스콧 감독은 <글래디에이터>의 매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듯 보인다. 20년이 지나서 제작된 속편, <글래디에이터 2>는 전작의 일부만 계승하는 데서 그쳤기 때문. <글래디에이터 2>는 '로마의 꿈'으로 대변되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메시지에만 집착했다. 막시무스처럼 극을 주도할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그 결과 전편의 감동을 재현해내지 못했다. 전편 못지않은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로마의 꿈'에 충실한 속편
사실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래디에이터 2>의 서사는 예측가능했다. 전편과의 연결고리이자, 리들리 스콧 표 시대극의 공통분모이기 때문이다. 당장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와 콤모두스가 갈등을 빚은 계기에는 '로마의 꿈'이 있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로마 제국을 공화정으로 복원하려 했고, 막시무스를 후계자로 삼고자 했다. 이는 콤모두스가 아버지를 살해한 뒤 황제로 즉위한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글래디에이터 2>의 의도도 마찬가지다. 콤모두스가 죽은 후 로마 제국의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쌍둥이 황제는 로마 시민의 자유나 공화정을 보호하거나 추구하는 대신 검투 경기와 정복 전쟁에만 열중했기 때문. 이러한 배경에서 <글래디에이터 2>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마지막 혈통이자 막시무스와 루실라의 아들인 루시우스가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르며 '로마의 꿈'을 이루는 검투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한다.
이는 지극히 리들리 스콧다운 시대극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사극은 항상 자기만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역사를 펼쳐 보이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 <글래디에이터> 뿐만 아니라, <킹덤 오브 헤븐>, <로빈 후드>,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나폴레옹>에 이르기까지 리들리 스콧은 현대인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해석하며 일관되게 통상적인 이미지를 파괴해 왔다. 역사 왜곡 논란에서도 불구하고 그의 시대극이 꾸준히 사랑받은 이유였다.
정작 꿈을 꿀 사람이 없다
하지만 <글래디에이터 2>는 전편의 감동을 살리지도, 리들리 스콧의 장점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전편과 달리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는 나머지 이야기가 메시지에 짓눌렸기 때문. 1편의 감동이 단지 메시지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 정도로 <글래디에이터 2>에서는 악역인 마크리누스를 빼면 특징이나 동기가 명확한 캐릭터를 보기 어렵고, 막시무스처럼 극을 주도하는 인물도 없다.
주인공 루시우스를 보자. 그에게는 출생의 비밀을 비롯해 주인공으로서 필요한 모든 조건이 주어져 있다. 문제는 그에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 일례로 그가 아내의 복수를 다짐하는 계기는 전형적이다. 로마군과의 전투 중 아내가 사망했다는 것 외에 그와 아내의 관계가 얼마나 깊거나 소중했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막시무스가 가족의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극명하다.
그가 로마에서 검투사들을 이끌어 반란을 주도하는 장면에서도 전율이나 감동은 느끼기 어렵다. 그가 검투사들의 지도자가 된 과정, 검투사들이 그에게 동조하는 이유를 안 보여줬기 때문. 전투나 검투장에서 루시우스가 막시무스처럼 존경받을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와 검투사들이 유대감을 갖는 명확한 계기도 없다. 의사 '라비'(알렉산더 카림) 외에 루시우스가 다른 검투사와 개인적으로 교류하는 장면이 없으므로.
즉, 루시우스에게서는 어떤 생동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단지 공화정과 민주주의라는 '로마의 꿈'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도구에 불과하니까. 그가 대의를 추구하는 명분 역시 단지 태어날 때부터 고귀했던 그의 혈통에서 비롯되는 듯 보인다. 그 결과 루시우스의 모든 선택과 행적에서는 감동을 느낄 수 없다. 그가 두 황제에게 반기를 들어도, 사적인 복수 대신 대신 대의를 선택해도, 카리스마나 비장미가 전해지지 않는다.
꿈꾸지 않은 악역만 빛나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로마의 꿈'이라는 대의를 지지하든 안 하든 개개인의 동기나 매력을 알 수 있는 캐릭터가 거의 없다. 아카시우스 장군이 대표적이다. 그는 어찌 보면 전편의 막시무스와 같은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황제에게 대항했다가 역모죄를 뒤집어쓰고 검투사가 되었기 때문. 그와 동시에 차별점도 명확하다. 루시우스의 개인적인 원수이자, 그의 성장을 도와주는 조력자라는 이중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으니까.
그런데 <글래디에이터 2>는 이러한 특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아카시우스라는 캐릭터가 파편적으로 제시된 나머지 그의 행적을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 그가 황제에게 환멸을 느끼고, 공화정을 복원하기 위해 반란을 꾀하며, 모든 권력과 지위를 버릴 정도로 아내 루실라에게 충성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결국 핵심 인물 중 하나인데도 아카시우스는 등장할 때마다 영화 전개를 뚝뚝 끊는다는 인상을 남긴다.
마크리누스가 유일한 예외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노예였던 그는 힘으로써 '로마의 꿈'을 짓밟고 로마의 권력자가 되어 복수하려 한다. 막시무스나 루시우스에게 검투장이 '로마의 꿈'이는 이상향을 실현하는 성소라면, 그에게 검투장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현실을 확인하는 장소인 셈이다. 이처럼 동기와 서사가 확실하다 보니 마크리누스의 음모가 본격화되는 순간부터 영화에는 비로소 활력이 돈다.
고질병마저 재발하다
이처럼 대부분의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메시지를 위해 도구적으로 소비되어 버린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글래디에이터 2>는 서로 다른 두 영화를 합친 작품이나 다름없기 때문. 영화는 크게 둘로 나뉜다. 검투사로 전락한 루시우스가 아카시우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성공해 나가는 이야기가 전반부다. 한편 아카시우스의 죽음을 목격한 루시우스가 로마의 영웅으로 거듭나기로 결심하면서 마크리누스와 대적하는 내용이 후반부다.
사실 두 이야기는 각각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하다. 그러나 <글래디에이터 2>는 애초에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럴 경우 본래 의도대로 결말을 낼 수 없기 때문. 혈통을 제외하면 루시우스는 로마의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한 인물이다. 따라서 그를 로마의 구원자로 만들려면 로마의 장군이었던 막시무스와는 달리 부가적인 접점이 필요했다. 전편보다 다룰 사건도 많아지고, 이야기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캐릭터의 감정선을 세심히 조명할 여유가 없으니 템포는 빨라지고, 로마 공화정의 부활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개연성도 일부 희생되어야만 했다. 리들리 스콧의 고질병이 재발한 셈이다. <킹덤 오브 헤븐>을 비롯해 그의 영화는 극장판과 감독판의 완성도 차이가 크기로 유명하다. 분량상 편집된 장면이 삽입된 감독판의 개연성과 완성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글래더에이터 2>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공허하게 화려하다
결과적으로는 화려한 볼거리마저 빛이 바랜다. 물론 <글래디에이터> 시리즈에 바라는 장면은 확실히 등장한다. 원숭이나 코뿔소를 탄 검투사와 사투를 벌이는 검투장 시퀀스의 박진감은 전편 못지않다. 해전이라는 콘셉트도 신선하다. 해안 도시를 포위한 채 벌이는 해상전, 콜로세움 안에서 살라미스 해전을 재현하는 검투 시퀀스는 육상 전투가 주를 이뤘던 전편의 액션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글래디에이터 2>의 액션은 공허하다. 상술한 문제가 액션 시퀀스에도 반영된 나머지 서사의 방점을 찍는 역할을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액션이 갑자기 시작돼서 급하게 마무리된다. 흐름이 빠르다 보니까 한 시퀀스 내에서도 어떤 사건이 발생했고, 각 인물의 감정선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루시우스와 아카시우스의 검투 장면만 봐도 루시우스가 아카시우스에게 설득당하는 과정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이에 더해 각 인물의 동기나 당위성이 부족하니 볼거리가 일차원적으로 화려하다. 황제 친위대와 아카시우스의 군대가 로마 가도에서 전투태세를 갖추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루시우스가 공화정의 부활을 알리는 연설을 할 때 양 군대가 그에게 열렬히 호응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애초에 루시우스라는 캐릭터에게 그 정도의 설득력이 없다 보니 그의 연설은 공허하고, 김 빠지는 결말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흔히 '에픽'이라고 부르는 시대극이 많이 제작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래디에이터 2>는 가뭄 끝 단비와 같은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편의 연장선상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만큼 24년 만의 속편은 전편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글래디에이터 2>는 전편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 부실한 속편이었다.
Poor 형편없음
전편에 기대는 대신 완전히 새 판을 짰다면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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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특별한 '퍼스널 서비스'
-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 이 소리는 영화를 보다가 제 입에서 가끔 튀어나오는 놀라움의 소리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동양인이라 서양권 배우들의 얼굴을 잘 분간하지 못하는 탓도 있겠습니다만, 특출난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 핑계를 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르고 보면 소름 돋고, 알고 봐도 믿기지 않는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들이 존재하는 걸 저더러 어쩌란 말입니까.배우 엠마 톰슨은 바로 그런 배우 중 한 명입니다. 저는 아직도 명예를 위해서라면 어떤 악독한 일도 마다하지 않던 <크루엘라>의 '남작 부인'과 남편의 외도를 알아차리고 숨죽여 눈물 훔치던 <러브 액츄얼리>의 '캐런'이 모두 엠마 톰슨이라는 걸 믿을 수 없습니다.<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엠마 톰슨의 또 다른 연기 변신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40년 연기 인생에 처음으로 노출 연기에 도전했습니다. 여성의 몸과 섹스, 그리고 아주 특별한 ‘퍼스널 서비스’에 관한 영화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7월 26일(화)에 진행된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2022년 8월 11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Good Luck to You, Lio Grande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성적 욕구가 적거나 없는 존재로 살아갑니다. 남성이 성적 욕구의 해소가 필수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것과는 정반대죠. 그런데 성적 욕구가 적거나 없는 여성이 과연 표준일까요? 아마 지구에는 성적 욕구를 억누르며 살아가는 여성, 남성 위주의 섹스에 불만족한 여성, 하지만 섹스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입에 담지 않는 여성이 태반일 겁니다. 그러나 여성의 주체적 욕망은 끊임없이 지워져 왔죠.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주인공 '낸시'는 바로 그러한 여성들을 대표합니다. 60대가 될 때까지 자신의 욕망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마주해본 적 없는 인물이죠. 얼마나 오랫동안 정숙한 여성으로 살아왔는지, 그녀는 ‘만족스러운 섹스가 하고 싶다!’는 마음속 소리에 이끌려 사람을 불러놓고도 어찌할 줄 모릅니다.사람들은 모두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본성을 숨긴 채,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과 질서를 따르는 인격체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죠. ‘낸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의 본성은 만족스러운 섹스를 강렬히 원했지만, 학교에서 종교 교육을 가르쳤던 선생으로서의 페르소나가 이를 막아섰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의 전화를 한 번도 거절해본 적 없는 엄마지만, 그녀의 본성은 육아를 멍든 손톱처럼 불편한 일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그녀는 모릅니다. 어느 것이 본성이고, 어느 것이 가면인지요. 평생을 겹겹의 가면 뒤에 갇혀 살아온 그녀는 은밀한 욕망을 '나답지 않은 짓'이라 여기며 망설입니다.이런 '낸시'가 퍼스널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오'와 만나 내 것으로 생각했던 가면들과 조금씩 이별하기 시작합니다. ‘낸시’와 ‘리오’는 호텔 방에서 여성의 몸과 섹스에 관한 끝없는 대화를 나눕니다.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주제를 깊이 탐구한다는 면에서 이 영화는 연극과도 유사하죠. '리오'가 제공한 서비스는 육체적이면서 동시에 정신적입니다. '리오’와의 대화를 통해 내면의 목소리에 가까워지는 ‘낸시’의 모습은 심리 상담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리오’에게 몇 번의 퍼스널 서비스를 받은 그녀는 두꺼운 가면들을 벗어 던지고, 마침내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합니다. 여기에 황홀한 오르가슴은 덤이죠.⊙ ⊙ ⊙영화 후반부, 해방감과 자유를 얻은 '낸시'는 자신의 나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미소 짓습니다. '리오’는 '낸시'에게 실증적 섹시함이 느껴진다고 말하며 그녀의 몸을 있는 그대로 긍정합니다. 엠마 톰슨의 용기 있는 도전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60대 여성으로서 나체를 노출하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엠마 톰슨은 "자연스러운 내 몸을 보여준 것이 이 영화의 성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엠마 톰슨의 용기에 힘입어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적극적으로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바디 포지티브는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맞추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운동입니다. 사람은 모두 늙습니다. 여성의 몸도 당연히 늙죠. 그러나 이를 실증적 섹시함이라 표현하는 '리오'와 달리, 이 사회는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여성의 몸을 긍정하지 않습니다. 여성에게 드리워진 잣대는 유난히 뾰족하고 날카롭죠. 젊은 여성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마르면 마른 대로, 뚱뚱하면 뚱뚱한 대로, 심지어는 정상 체중이어도 비난을 들으니까요.<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바디 포지티브와 함께 성적 충족감이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섹스 포지티브(Sex Positive)도 함께 외칩니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여성들도 많아졌지만, 섹스 포지티브를 어려워하는 여성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남성들이 당연하게 누려온 섹스 포지티브가 여성들에겐 두꺼운 페르소나를 깨부수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 여성의 섹스 포지티브가 미디어에서 더 적극적으로 다뤄지길, 그래서 더 많은 여성이 내면의 목소리에 솔직하게 응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퍼스널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합니다. 본능적인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여기며, 그것이 가진 힘(섹스 포지티브)을 전파하는 사람이죠. 당신을 사서 쾌락을 위해 쓰는 게 불쾌하지 않으냐는 '낸시'의 말에 '리오'는 사람이 아니라 서비스를 사는 거라고 정정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모든 서비스는 다 돈을 내고 이용하지요. 하지만 성에 관련된 서비스만 유독 부정적인 인식이 강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이 작품은 성매매 종사자의 직업적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성매매의 아주 이상적인 일면만을 묘사하는 것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시선도 분명 필요합니다.은밀한 생각이 썩어 곪아버리기 전에 모두가 건강하게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어쩌면 영화 속 ‘낸시’의 말처럼 퍼스널 서비스가 공공 서비스로 자리 잡을지도 모릅니다. 뭐, 아직은 여성의 섹스 포지티브마저 남성들의 더 자유롭고 다채로운 섹스에 사용되는 씁쓸한 세상이지만요.Summary“난 느껴본 적 없어요, 누구와도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 없는 인생 6*년차 ‘낸시’. 남편과 아이들이 떠나고, 은퇴 후 혼자 남은 그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해보기로 결심한다. “이끌리는 대로 다 잊고 당신만 생각해요.” 낯선 호텔, 모든 게 자신 없는 ‘낸시’ 앞에 젊고 매력적인 ‘리오 그랜드’가 나타나고, 처음 경험하는 퍼스널 서비스는 예상치 못한 해방감을 선사하는데... (출처: 씨네21)Cast감독: 소피 하이드출연: 엠마 톰슨, 다릴 맥코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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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2022)> 리뷰
- 다니엘 콴 &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2022)>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없는 시간을 쥐어짜며 두 차례나 볼 만큼 좋았고, 처음 울었던 것과 똑같은 부분에서 눈물을 흘린 영화인데도 주변 사람들에게 제대로 추천하지 못했다. 물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곳곳에 등장한 매니악한 개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이 엄청난 영화를 고작 몇 마디의 말로 응축시키는 것이 참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더글라스 애덤스 식으로 요약하자면 '42'에 대한 영화라고 하겠지만.). 플롯을 설명하려 시도할 때마다 나는 항상 대단한 벽에 부딪혔다. 이 영화는 선형적이지도, 순환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끝나지 않는 하나의 그물망과 같은 영화이므로. 설명하자니 고난 그 자체이지만, 도무지 이야기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나는 오늘 감히 불가능한 일을 시도한다.영화의 주인공인 에블린 콴(양자경)은 일상에 지친 중년 여성이다. 남편 웨이먼드 콴(키 호이 콴)은 다정다감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은 영 떨어지고, 하나뿐인 딸 조이(스테파니 수)는 대학교를 중퇴한 후 동성 연인 베키(탤리 메델)와 함께 집을 나가 산다. 에블린의 아버지(제임스 홍)는 자신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에블린을 조금쯤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 보이는데, 콴 부부는 부유하고 여유롭게 살며 능력을 증명하긴커녕 세무조사로 인해 운영하는 코인세탁소마저 가압류 명령을 받을지도 모를 만큼 위태롭다. 설령 실망으로 가득하다 하더라도 에블린 자신이 거듭 선택하고 판단한 삶이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녹록지 않은 일상 속에서 피어날 듯 말 듯 한 상상력조차 에블린은 스스로 차단하며 삶에 책임을 지고자 한다. 그런데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다른 우주를 살던 알파 웨이먼드가 나타나 이렇게 속삭인 것이다. 거대한 악, 조부 투파키를 막아야만 해.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어.이미지 출처: IMDb가까운 사이가 친밀한 사이와 동의어가 아니라는 건 이미 영화 <레이디 버드(2017)>가 짚었더랬다. 사랑하지만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어색한 모녀, 그저 딸이 최고의 모습으로 살길 바라는 엄마 마리온(로리 멧칼프)을 떠올려보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에블린 역시 비슷한(그리고 한국인에게 너무도 익숙한) 캐릭터다. 메인 우주 속 에블린은 딸의 동성 연인을 할아버지에게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이미 상처 입어 뛰쳐나가는 딸에게 살쪘다는 말을 거침없이 꺼내는 부류의 엄마다. 그렇다면 에블린이 성공한 과학자였던 알파 우주에선 어땠을까? 그는 다중 우주를 넘나들 방법을 개발하던 도중 딸 조이의 정신을 산산이 조각낸다.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던 딸은 그렇게 모든 장소에, 모든 것을 경험하며,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초월적 존재 ‘조부 투파키’가 되었다. 그러니 사건의 진원지는 알파 우주가 틀림없다. 그런데 영화는 에블린이 성공한 과학자였던 알파 우주를 주요 무대로 삼지도 않고, 조부 투파키의 역사를 구구절절 풀지도 않는다. 알파 우주는 순전히 뒷전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누군가의 파멸을 낱낱이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파멸처럼 보이는 순간이라 하더라도 기실 완전한 끝은 아니라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 세계의 조이를 조부 투파키가 깃들 수 있는 그릇으로 보지 않고 제 딸로만 바라보는 에블린이 있는 한 낙관적인 희망은 유효하다. 지금까지 에블린이 딸을 사랑한 방식이 지극히도 좁은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 조이를 계속 상처입혔을지라도.흥미로운 건 알파 웨이먼드가 묘사한 조부 투파키와 실제 조부 투파키 사이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는 사실이다. 알파 웨이먼드는 조부가 목적도 욕망도 없이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부 투파키가 행하고자 한 건 세계를 멸망시키겠다는 악의에 가득 찬 시도가 아니었다. 조부 투파키는 영화 속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자신을 이해해줄 에블린을 찾고 있다고. 그렇다. 다중 우주라는 특수한 무대가 설정되어 있지만 에블린과 조이는 지상에 발붙인 다른 흔한 모녀와 같이, 정체성이 분리되지 않은 채 하나의 흉터에서 발을 구르는 퍽 평범한 사람들이었다.정체성을 공유한다고 표현하기야 했다지만, 에블린과 조이는 매우 다른 사람들이다. 세대는 물론이요, 사용하는 모국어나 성장한 문화적 환경 역시 판이하지 않은가. 그러나 동시에, 에블린과 조이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두 사람은 부모 앞에서 실패한 딸이라는 속성을 공유하고, 이 씨앗은 두 사람의 심연에 항시 똬리를 틀고 있다. 생각해보자. 알파 우주에서 조이가 분열된 까닭은 에블린이 진행한 실험 때문이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어머니에게서의 인정욕구를 간절히 바랐던 조이의 욕망에 기인하지 않았나. 하지만 두 사람의 욕망이 충돌하는 순간 알파 에블린은 목숨을 잃고 알파 조이는 조부 투파키로 각성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을 뿐 모녀 사이의 교착상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여러 우주를 전전하지만 조부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실패한다. 자신이 갈 수 있는 ‘모든 곳’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했음에도 상대는 변하지 않고 자신은 거부당한다는 결과패만 바라보게 된다. 실망은 축적되고 절망은 베이글을 통한 자기 파멸로 체현된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상실을 경험했음에도, 그러나, 조부는 여전히 에블린에게로 향한다. 어째서일까.이미지 출처: NY Times여기서 잠시 조부가 구현해낸 새카만 베이글에 관해 이야기 해 보자. 사실 베이글이 아니라 도넛이었어도 상관없다. 그 형태가 어떻든 조부가 말하고자 하는 건 변함없을 테니. 모든 것을 올려놓자 새카맣게 타버렸다는 베이글은 새하얗게 스러진 공허를 둘러싼 검은 한계이다. 조부가 외치는 것은 에블린과 함께 자신이 존속함으로써 계속되는 무의미한 세계를 멈추자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신의 기대, 새카맣게 타버린 가능성이자 한계를 없애달라는 절박한 요청이었을 것이다.박종천(2020)은 논문을 통해 현상적 불화의 한계에 갇힌 개인이 비가시적인 사랑과 배려를 통해 구원받는 영화적 양상에 관해 이야기한 바 있는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조이-에블린의 관계가 제법 유사해 보인다. 방금 언급한 조부의 베이글은 영화 속에서 몇 차례, 마치 거대한 눈동자처럼 연출되는데, 이는 알파 우주의 조이가 조부 투파키가 되던 순간 잃어버린 눈을 대체하는 듯하다. 하지만 제대로 시야를 확보하고 거리를 가늠하기 위해선 두 개의 눈이 필요하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조이의 여정은 자신이 잃어버린 남은 눈을 찾아 다니는 것일 테다. 영화는 조이가 잃어버린 다른 하나의 눈을 제시한다. 바로 에블린이 이마에 붙인 인형 눈이 그 해답이다. 에블린이 갖게 된 제3의 눈은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하므로.알파 웨이먼드는 여러 우주를 넘나들고, 이 우주의 에블린을 각성시키는 데에 큰 도움을 준 유능한 남자지만 조이를 이해하는 데엔 철저히 실패했었다. 하지만 여러 실망과 실패가 이끌었다는 우주의 웨이먼드는 조이를 아낌없이 포용한다. 그는 에블린에게 말한다. Be Kind. 유약해 보였던 웨이먼드의 굳건한 강령은 에블린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된다. 우주를 넘나드는 싸움을 통해서 해결할 수 없던 교착상태는 웨이먼드 식의 다정함으로 무너진다(사실 이 영화가 불교적 연기론을 상당수 차용한 듯 보이기에 웨이먼드의 대사는 자비를 보이라는 말에 가까우리라 보인다). 갈등이 커지기 직전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추자 세무관인 디어드리 보베어드라(제이미 리 커티스)를 포함한 많은 문제가 싱거우리만큼 부드럽게 해결된다.게다가 Be Kind라는 강령은 비단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충분히 적용된다. 무수한 우주를 유영한 에블린은 비로소 자기 자비를 실천하여 스스로를 구원한다–이는 너무도 어린 청년인 조이에겐 허락되지 않았던, 시간이 남긴 자산이다-. 자신이 열망한 이상향에선 오히려 세탁소를 운영하며 징그러울만큼 아등바등한 삶을 꿈꾸기도 하고, 시력을 잃는 끔찍한 사고는 성공의 발판이 되기도 하는 등, 삶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해 에블린의 시야가 확장되자 그가 평생 품고 살았던 한계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윽고 확장된 ‘모든 곳의 에블린이 가진 모든 것’이 ‘단 한 순간’으로 집중된다. 놀라우리만큼 파괴적인 가능성을 찰나에 집중시키자 에블린이 발견하는 건 단 한 가지다. 가장 순수한 감정. 그러하므로, 한 줌의 시간일지라도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길 거라는 에블린의 고백은 시간을 초월하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이런 제목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너와 여기서, 언제나.이미지 출처: Daily Sabah브라이언 헤어 & 버네사 우즈가 집필한 책 제목,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처럼, 친절은 우주를 막론하고 강력한 힘이다. 그런데 이 말을 꺼낸 건 우주를 한 번도 건넌 적 없는 웨이먼드였다. 그러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가 얼마나 낙관적인 영화인지 새삼스럽게 감탄하게 된다. 각자가 가진 단일한 정체성을 유동적인 정체성으로 변환하는 힘, 피를 나눈 모녀관계라 한들 완벽과 거리가 먼 미완의 관계로 남을 수 있음을 성숙한 자세로 선언하는 힘, 전 우주를 구하는 힘은 버스 점프를 익히지 못한 당신 역시 실천이 가능한 '친절, 다정, 자비, 그리고 공감'이란 테제다. 설령 우스꽝스러운 환경에 처해 있다 해도(핫도그 손을 가진 인류 진화 단계에 들어선 건 아닐 테니!)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가치이지 않은가. 아주, 아주 약간의 따뜻함만 있다면, 문제투성이인 삶조차 충분히 긍정함으로써 모두는 우주를 나를 그리고 당신을 구할 수 있다.<참고문헌>박종천 "불화와 화해의 영화적 변주곡" 국학연구 41 pp.493-535 (2020) : 493.양대종 "허무주의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 - 니체 철학을 중심으로" 철학탐구 35 pp.131-161 (2014) :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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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독한 트라우마도 나아지게 되는 날이 온다.
시놉시스
타쿠미 아사는 중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친척인 코다이 마키오가 후견인이 돼주고 타쿠미 아사와 같이 살게 된다. 비참한 심정을 앓게 된 타쿠미 아사에게 중학교 졸업식이 다가오고 자신의 단짝 친구가 그 비밀을 말하게 된다.
결국 중학교 졸업식을 마치지 못하고 달려 나온 타쿠미 아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부모님이 있었던 과거만 바라볼 뿐... 그런데 타쿠미 아사를 곁에서 위로해 주는 코다이 마키오의 뜻밖의 행동에 따뜻함을 느끼는데? 과연 타쿠미 아사와 코다이 마키오는 서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타쿠미 아사는 외로움과 초조함을 달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친척인 코다이 마키오에게 어른이 되는 법이 무엇일까 물어보기도 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단짝 친구가 동성애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밴드부 동아리에서 자신이 튀어 보이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그러나 자신은 많이 사랑받지 못한 존재라고 생각이 들은 타쿠미 아사는 코다이 마키오처럼 언제나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코다이 마키오도 자신의 언니인 타쿠미 아사의 엄마를 싫어했고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들이 치부가 되어 기억에 깊이 박혀버렸다.
사실 코다이 마키오는 베스트셀러 소설가였으며 정작 자신은 고양이도 키우지 못하는 형편이었지만 자신의 친척이자 언니의 딸인 타쿠미 아사를 후견인으로 받아들이면서 많은 변화를 얻는다. 예전의 코다이 마키오의 삶은 정돈이 안된 지저분한 방의 책상에서 소설을 적는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된 게 타쿠미 아사의 엄마이자 자신의 언니 때문인데 코다이 마키오가 어렸을 적에 모욕을 많이 받았고 중학생 때 쓴 각본 20장을 버렸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비하하는 말도 서슴지 않게 들었고 그럼으로 인해 크면서 악착같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 원동력이 지금의 소설가를 만들어준 게 아니었을까 싶다.
타쿠미 아사와 코다이 마키오의 관계는 초반에는 서먹했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좋아진다. 타쿠미 아사가 코다이 마키오의 동창 친구를 만나면서 요리 레시피도 배우고 어른이 되는 법도 차차 알게 된다. 또한 코다이 마키오의 전 남자친구에게도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차차 어른이 되어가는 타쿠미 아사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어른 아이처럼 행동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이른 나이에 잃은 타쿠미 아사는 트라우마를 이겨내려 친구 간의 관계도 더 생각했고 주위 사람들의 눈치도 덜 보려고 노력한다. 상처가 깊은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을 했던 타쿠미 아사의 태도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트라우마는 언제나 따라다니고 무섭다. 그걸 이겨내는 행동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큰 사고를 겪은 사람들은 과거에서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언제나 비가 내릴 수만도 없고 언제나 해가 뜰 수많은 없다. 인생이란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없는 미지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자도 이 영화를 보면서 과거의 상처를 긍정적으로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기도 얻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한줄평으로 남기자면?
트라우마의 싸움은 나 자신이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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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가 없는 봉준호의 세계
국내외를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한계가 없는 영화감독이자 한국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감독!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오는 2월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영화와 만나기 전, 필모그래피 정주행 어떠신가요?
여러분의 최애 영화도 알려주세요!
줄거리
조용한 중산층 아파트, 백수와 다름없는 시간강사 고윤주(이성재 분)는 개소리에 괜히 예민해져서 방바닥에 엎드려서 소리를 들어보고 천장에서 소리를 들어보려고 하지만 개소리의 진원지를 알지 못한다. 할 수 없이 평소대로 버려도 아무도 안주워갈 슬리퍼에 츄리닝을 입고 밖으로 나가 분리수거를 하고 터덜거리며 들어오던 중 바로 옆집 문앞에 서 있는 강아지를 발견한다. 윤주는 그 개를 납치, 지하실로 뛰기 시작한다.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지하실에 가둬버리는 윤주.
한편 아파트 경비실엔 경리 직원 박현남(배두나 분)이 있다. 그날도 지루하게 낱말맞추기나 하고 있는 현남에게 꼬마 슬기가 삔돌이를 찾는 전단을 가지고 온다. 온 동네에 전단을 붙이는 현남. 어쩌면 교수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안고 한잔한 윤주. 집에 돌아와 임신한 아내의 배에 대고 속삭이고 있는데,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린다. 급하게 달려나간 아파트 사방에 강아지 찾는 전단이 붙어있고 이렇게 써 있다. "특징: 성대수술로 짖지 못함". 그러나 지하실의 강아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신경질적인 목소리의 주인이 아래층에 사는 할머니의 강아지임을 알게 된 윤주는 호시탐탐 그 개를 노리는데.
점점 늘어가는 강아지 실종사건. 사건이 마구 번져 가는 듯 보이던 어느날, 친구 뚱녀에게 들은 현남은 망원경을 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건너편 옥상에서 한 사내가 개를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다. 용감한 시민상을 타서 텔레비젼에 출연하는 것이 꿈인 우리의 현남.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뚱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사내를 쫓기 시작하는데.
줄거리
1986년 경기도. 젊은 여인이 무참히 강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2개월 후, 비슷한 수법의 강간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일대는 연쇄살인이라는 생소한 범죄의 공포에 휩싸인다. 사건 발생지역에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고, 수사본부는 구희봉 반장(변희봉 분)을 필두로 지역토박이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과 조용구(김뢰하 분), 그리고 서울 시경에서 자원해 온 서태윤(김상경 분)이 배치된다. 육감으로 대표되는 박두만은 동네 양아치들을 족치며 자백을 강요하고, 서태윤은 사건 서류를 꼼꼼히 검토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지만,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은 처음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용의자가 검거되고 사건의 끝이 보일 듯 하더니, 매스컴이 몰려든 현장 검증에서 용의자가 범행 사실을 부인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구반장은 파면 당한다. 수사진이 아연실색할 정도로 범인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살해하거나 결박할 때도 모두 피해자가 착용했거나 사용하는 물품을 이용한다. 심지어 강간사 일 경우, 대부분 피살자의 몸에 떨어져 있기 마련인 범인의 음모 조차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다. 후임으로 신동철 반장(송재호 분)이 부임하면서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박두만은 현장에 털 한 오라기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 근처의 절과 목욕탕을 뒤지며 무모증인 사람을 찾아 나서고, 사건 파일을 검토하던 서태윤은 비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범행대상이라는 공통점을 밝혀낸다. 선제공격에 나선 형사들은 비오는 밤, 여경에게 빨간 옷을 입히고 함정 수사를 벌인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돌아오는 것은 또다른 여인의 끔찍한 사체.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다시 감추고 냄비처럼 들끊는 언론은 일선 형사들의 무능을 지적하면서 형사들을 더욱 강박증에 몰아넣는데.
줄거리
햇살 가득한 평화로운 한강 둔치 아버지(변희봉)가 운영하는 한강 매점, 늘어지게 낮잠 자던 강두(송강호)는 잠결에 들리는 ‘아빠’라는 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올해 중학생이 된 딸 현서(고아성)가 잔뜩 화가 나있다. 꺼내놓기도 창피한 오래된 핸드폰과, 학부모 참관 수업에 술 냄새 풍기며 온 삼촌(박해일)때문이다. 강두는 고민 끝에 비밀리에 모아 온 동전이 가득 담긴 컵라면 그릇을 꺼내 보인다. 그러나 현서는 시큰둥할 뿐, 막 시작된 고모(배두나)의 전국체전 양궁경기에 몰두해 버린다.
그곳에서 괴물이 나타났다. 한강 둔치로 오징어 배달을 나간 강두, 우연히 웅성웅성 모여있는 사람들 속에서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생전 보도 못한 무언가가 한강다리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마냥 신기해하며 핸드폰, 디카로 정신 없이 찍어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은 둔치 위로 올라와 사람들을 거침없이 깔아뭉개고, 무차별로 물어뜯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돌변하는 한강변. 강두도 뒤늦게 딸 현서를 데리고 정신 없이 도망가지만,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꼭 잡았던 현서의 손을 놓치고 만다. 그 순간 괴물은 기다렸다는 듯이 현서를 낚아채 유유히 한강으로 사라진다. 어딘가에 있을 현서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갑작스런 괴물의 출현으로 한강은 모두 폐쇄되고, 도시 전체는 마비된다. 하루아침에 집과 생계, 그리고 가장 소중한 현서까지 모든 것을 잃게 된 강두 가족… 돈도 없고 빽도 없는 그들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지만, 위험구역으로 선포된 한강 어딘가에 있을 현서를 찾아 나선다.
줄거리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엄마(김혜자 扮). 그녀에게 아들, 도준은 온 세상과 마찬가지다. 스물 여덟. 도준(원빈 扮).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을 못 하는 어수룩한 그는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며 엄마의 애간장을 태운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 당하고 어처구니없이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엄마. 하지만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 짓고 무능한 변호사는 돈만 밝힌다. 결국 아들을 구하기 위해 믿을 사람 하나 없이 범인을 찾아나선 엄마. 도준의 혐의가 굳어져 갈수록 엄마 또한 절박해져만 간다.
줄거리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칸. 열차 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17년 째,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긴 세월 준비해 온 폭동을 일으킨다.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장악, 꼬리칸을 해방시키고 마침내 기차 전체를 해방 시키기 위해 절대권력자 윌포드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질주하는 커티스와 꼬리칸 사람들. 그들 앞에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줄거리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에게 옥자는 10년 간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이다.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나타나 갑자기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가고, 할아버지(변희봉)의 만류에도 미자는 무작정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극비리에 옥자를 활용한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옥자를 이용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동물학자 ‘죠니’(제이크 질렌할), 옥자를 앞세워 또 다른 작전을 수행하려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까지. 각자의 이권을 둘러싸고 옥자를 차지하려는 탐욕스러운 세상에 맞서, 옥자를 구출하려는 미자의 여정은 더욱 험난해져 간다.
줄거리
전원백수로 살 길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시켜 준 고액 과외 자리는 모처럼 싹튼 고정수입의 희망이다.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사장(이선균) 집으로 향하는 기우.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도착하자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가 기우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줄거리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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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락을 잃고 난기류에 휘청거리는 '파일럿'
엄마 나 유퀴즈 나왔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남 조종사 한정우(조정석)다. 첫 장면은 인기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이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면 곧 성공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성공한 파일럿 한정우. 학생 시절부터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안정적인 비행을 보여준 한정우. 극적인 개인 서사와 잘생긴 외모로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인물이 되었다. 어디 가면 후배들이 잘생겼고 멋있다며 칭찬한다. 자기애가 흘러넘치는 한정우. 하지만 한정우에게 세상은 나 혼자만 사랑하기에 바쁘다. 자기 인생 사는 것에 바빠 아내와 아들이 원하는 게 뭔지는 무관심하다. 아내가 6개월 전에 그만둔 필라테스 이야기를 꺼내는 한정우. 한정우는 겉으로만 화려하지 타인에게 무관심한 인물이었다. 이 무관심이 화근이 되었다. 어떤 술자리에서 술에 취한 상사에 호응하기 위해 이상한 소리를 입 밖에 내는 한정우. 이 일은 녹취록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백수가 된 한정우. 먹고는 살아야 한다. 여러 항공사들에게 탈락의 고배를 마시다 묘수를 떠올린다. 여자만 뽑는 항공사에 부기장으로 지원하는 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다. 때마침 자기 회사가 여자 부기장을 뽑는다는 후배 현석(신승호)의 말에 뷰티 크리에이터 한정미(한선화)에게 여장하는 법을 묻는다. 먹고살기만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여장이, 일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한정우에게 들이닥친다.
요즘 10대들은 이거 알까
성별을 바꾼다는 소재가 한국의 영화/드라마가 그렇게 많았던 편은 아니었다. 글쓴이 같은 90년대 후반대생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커피프린스 1호점>이었다. 이 드라마가 상업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기획의도는 간단했다. 1) 남자 주인공이 재벌가 3세 2)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만난 운명 같은 사랑 3) 남장여자라는 사실이 들킬까 말까 하는 서스펜스다. 이 기획은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 보면 신선할 수밖에 없다. 성 정체성을 중심으로 이게 사랑일까/아닐까 긴장감을 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일단 사회적으로 트랜스젠더나 성소수자에 대한 담론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못했다. 은근히 금기를 건드리는 것이 이 남장여자의 등장이었다. 드라마 내적으로도 좋은 선택이었다. <궁>이나 <꽃보다 남자> 같은 것을 생각해 보면 일반적으로 만날 수 없는 사람들 왕궁과 재벌가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이 두 드라마처럼 서브 남/여주가 사랑에 훼방을 놓는 경우가 있었던 적은 있었어도 자기 내면에서 충돌하는 로맨스라니 획기적이지 않아? 사회적인 맥락으로나 드라마를 연출하는 방식으로나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은 것이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파일럿>은 <커피프린스 1호점>과 비슷하면서도 전적으로 다른 기획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파악하기 쉬운 특징이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 두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여장남자가 등장한다는 점 그 자체다. 여장남자는 곧 성별이 바뀐다는 의미다. 왜 남자로 바뀔까? 뭔가 욕망이 있다는 의미다. 주인공 한정우(조정석)는 사고 치고 야인이 된다. 야인도 돈을 벌어야 한다. 먹고살아야 하는 한정우. 파일럿 출신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살려 재취업을 노린다. 하지만 한정우는 사고도 사고지만 쉽지 않다. 왜? 여성이어야 취업이 쉬우니까. 이 한정우의 욕망이 여성할당제라는 시대적인 맥락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 영화를 이루는 기본 대전제가 시간적 배경에 근거하고 있으니 감독이 이 작품에 현대 한국사회를 담고자 했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이런 맥락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대사가 흥미롭다. 한정우가 처음 여장에 성공하고 난 다음 듣는 대사가 있다. “진짜 싸움 잘하게 생기셨네요”라는 점이다. 이 대사는 코미디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시대적인 맥락도 포함하고 있는 문장이기도 하다. 왜? 이 영화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무관심이다. 주인공 한정우가 자아에만 도취되어 주변 사람들과 세상들에게 무관심했다는 것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하다. 이 대사 ‘정말 싸움 잘하게 생기셨네요’는 타인에 대한 폭력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문장이다. 무관심으로 위기에 처한 인물에게 어떤 관심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중요한 인물 노문영(서재희) 역시 사회적인 맥락 한 축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의 강력한 스포일러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 부분은 작품의 기획의도를 살리는 좋은 선택이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구조적인 폭력이 1차원적으로 원인이 하나다라고 규정하면 영화의 허점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원인을 그렇게 규정하면 그 논리에 따라 캐릭터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단순함에서 벗어나 사회구조의 속성을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어떻게? 이 인물이 추구하는 방향이 영화가 지적하는 것에 큰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장 남자?
하지만 영화가 이런 주제의식을 살리는 대신 패착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 다른 축 하나. 코미디다. 어떤 장면은 영화의 코미디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이상한 부분이었다. 어떤 점에서? 영화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사회가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에 있어 정말 그 자체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인물들 간의 진정성이다. 특히 후반부를 보면 더 그렇다. 어떤 캐릭터 간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두 인물 간의 연대를 조롱한다. 내지는 한 캐릭터의 특성을 이상하게 조롱하기까지 한다. 화학적인 현상(?)이라 꼬르륵 허기지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점을 염두한다고 하더라도 굳이 여기까지 이상한 디테일을 표현할 이유는 없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 개인/구조적인 폭력을 구현한다고 표방하지만 정작 인물들의 연대는 우스꽝스럽게 조롱하니 영화 후반부가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떤 인물이 특정한 선택을 보여주는데 여기까지 가는 데 있어 영화의 태도가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이 <파일럿>의 인물들 중 사실상 제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윤슬기(이주명)도 핵심을 잘 살렸는가? 의 측면에서 의문이 든다. 위에서 언급한 <커피프린스 1호점> 같은 영화/드라마들이 성별 전환에 대해 다룰 때 가져오는 것은 '들킬지도 모른다'라는 서스펜스다. 이 슬기라는 캐릭터는 이 서스펜스에 심각하게 둔감하다. 가령 영화에서 한정미가 된 한정우와 윤슬기가 어디론가 향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에서 한정우는 약점을 쉽게 노출한다. 이렇게 쉽게 약점을 노출하는 한정우인데, 윤슬기는 이상할 정도로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한다. 하루종일 붙어 사는데 말이다. 차라리 이 장면(특정 장소에 가서 약점을 노출하는 신)이 없다면 한정우의 여장이 실제로 만나면 감쪽같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막상 또 그런 것도 아니라, 다른 인물들은 '몸 되게 좋으시네요'같은 대사들을 치는데 윤슬기만 유독 눈치를 못 챈다. 그리고 글쓴이는 이 윤슬기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납작한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느껴졌다. 이 인물이 입 밖으로 내는 대사들이 납득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글쓴이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보거나 들은 수많은 이야기들에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고 그들의 맥락도 충분히 내가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인물은 글쓴이가 보고 들은 사람들과 다르게 논지들은 매력이 없다. 왜? 사람으로서 입체적이지 않다. 별로 성장하지 않는 캐릭터다. 매력이 없다. 이 단점은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대치된다. 거시적인 것만 추구하는, 영화가 배격하는 태도와 전적으로 등치 되는 인물이다.
1 스트라이크 3 볼
이 영화에서 젠더갈등을 풍자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 중 하나인 설정 중 하나는 취업이다. 남자면 안되는데 여자니까 된다는 설정이 이 영화의 모든 해프닝의 시작이다. 그럼 그 취업 과정을 사실적으로 구현해야 이 영화가 조명하고 싶었던 한국사회의 병폐를 더 사실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영화가 강약조절을 실패한 단면이라고 생각했다. 기업이 보통 이런 식으로 사람을 뽑나? 코미디로 소화할 장면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가령 <육사오> 같은 영화는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계급에 관한 부분은 코미디로 활용하지 않았다. 이 <파일럿>은 이야기의 선을 넘어 생동감을 포기한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소재를 가져와서 현실감을 높이려고 둔 선택과는 전적으로 모순된다.
주인공 한정우의 행보도 영화가 챙기지 못한 부분이 많다. 글쓴이는 이 영화가 좀 더 유치해진다고 하더라도 더 직접적인 묘사가 들어갔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내면을 더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내면 묘사가 들어가야 할 장면 대신 여장한 한정우가 겪는 안 좋은 일들로 코미디를 보여준다. '영화'로서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선택을 고의적으로 골랐다. 심지어 더 나아가 이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과정을 보면 이 여성혐오라는 모티브랑 크게 관련이 없다. 그래서 영화가 여성혐오라는 모티브를 전시만 하고 끝난 듯하다. 앞서 언급한 <육사오>처럼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지 않고 코미디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파일럿>은 아니잖아? 이 영화는 코미디면서 한국사회의 모순을 보여줘야 한다. 그걸 영화 내내 보여주는데 그렇기만 했지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쾌남/녀 재질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조정석 배우는 극을 훌륭하게 이끌어나간다. 기괴하다고 느껴지기 쉬운 캐릭터의 비주얼도 특유의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로 소화한다. 또 연기도 '여자인 척하는 남자'의 디테일을 잘 살렸다. 대표적으로 목소리 톤으로 변화구를 두는 섬세한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캐릭터가 기쁨을 느끼는 장면이 이 인물에게 가장 중요한데 이 리액션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두근대는 긴장감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다른 주인공인 한선화 배우도 전형적이긴 하지만 코미디를 연기를 뻔뻔하게 소화했다. 조정석 배우의 한정우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여동생 한정미일 거라고 생각한다.
'웃을 수는 있'는 영화
글쓴이의 총평은 '난 안 웃었지만 사람들은 좋아할 것 같다'라는 영화다. 웃을만한 장면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웃지 않은 이유가 뭔지 영화를 보면서 하나하나 다 알 것 같았다. 입체적이지 않은 이야기와 인물들이 영화의 매력을 급감시킨 예라고 생각한다. 근데 글쓴이는 영화 오타쿠로서 이런저런 코미디에 익숙하다. 그래서 원초적으로 빡 웃기는 것에 무덤덤하다. 반대로 능청스럽게 웃기는 걸 좋아하다면 충분히 좋아할만한 영화가 <파일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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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의 보디가드2 -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 보기 전, "킬러의 보디가드"
결말포함 스토리 요약 그리고 영화 속 메시지, 속편 정보- 킬러의 보디가드 영화정보
감독: 패트릭 휴즈
제작: 마크 길, 데이나 골드버그, 매튜 오툴, 존 톰슨, 레스 웰던
각본: 톰 오코너
출연:라이언 레이놀즈, 새뮤얼 L. 잭슨 외
장르: 액션, 코미디
음악: 아틀리 외르바르손
제작사: 밀레니엄 픽처스, 크리스털 픽처스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 JNC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2017년 8월 18일 한국 2017년 8월 30일
상영 시간: 118분
제작비: $30,000,000
북미 박스오피스: $75,468,583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176,586,701 (최종)
대한민국 총 관객수: 1,721,757명 (최종)-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킬러의 보디가드2) 영화정보
장르: 액션, 코미디
감독: 패트릭 휴즈
각본: 톰 오코너
제작: 크리스타 캠벨, 라티 그로브맨, 매튜 오툴
주연: 라이언 레이놀즈, 새뮤얼 L. 잭슨, 셀마 헤이엑 외
촬영: 테리 스테이시
음악: 아틀리 외르바르손
제작사: 밀레니엄 미디어, 서밋 엔터테인먼트, 캠벨 그로브맨 필름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
개봉일 미국 2021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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