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4-15 11:36:44
4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포'바오가 <파묘> 밀어냄

오랜기간 사랑받아온 애니메이션 <쿵푸팬더>가 8년만의 신작 <쿵푸팬더4>로 돌아왔습니다.
<파묘>는 장기흥행을 멈추고 2위로 내려왔는데요. 이번주 박스오피스 함께해요



[국내박스오피스]

<쿵푸팬더4>는 지난 주말 40만여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영화는 3편 이후 8년 만에 나온 신작으로, 용의 전사로 거듭나 포가 스승 마스터 시푸의 명에 따라 새로운 후계자를 찾아 나서면서 겪는 모험을 그렸습니다. <파묘>는 12만여 명을 동원하며 2위, 일본 멜로 영화 <남은 인생 10년>은 5만여 명을 모아 3위에 올랐습니다.
[북미박스오피스]

미국 독립영화사 A24가 제작과 배급을 맡은 <시빌 워>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모종의 이유로 내전이 벌어진 미국 사회의 전시 상황을 종군기자의 시점에서 담으며 커스틴 던스트를 비롯하여 와그너 모라, 스티븐 맥킨리 헨더슨, 케일리 스패니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엑스 마키나>로 알려진 알렉스 가랜드가 연출을 맡았으며 제작비 5,000만 달러가 들어간 A24의 역대 최고 제작비라고 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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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습하면서도 독특했던 5년만의 '봉준호스러운' 금의환향
예술은 자기만의 색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노란색에도 개나리 노란색이 있고, 연노랑색이 있고, 진한 노란색이 있듯, 같은 계열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디테일과 각종 포인트들을 통해서 각 분야의 예술과 그 안에서 예술을 행하는 예술가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찾고, 만들어나간다. 영화예술을 현 시대의 예술이 선사할 수 있는 최정점의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영화예술만큼 그 색깔이 진한 예술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디테일, 구도, 연결 이음새의 모양, 세트를 만들 때에나 CG처리를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려 할 때 등 형언하기 힘들만큼 많은 부분들에서 영화예술가들, 특히 감독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연구하고, 탐구하고, 제작하여 이 점을 의식하든, 무의식적이었든, 본인이 만들어낸 예술품에 자연스레 녹여들게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감독님 중 항상 1순위로 꼽히는 감독님 중 한 분이신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론, 감독론, 그만의 색깔은 결코 따라하기도, 흉내내기도 쉽지 않아 보이고, 감독님 스스로도 그게 본인의 무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군다나 이런 뚜렷하면서 미학적인 색깔에 새로운 터치를 가미하게 된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영화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의 특장점들만을 모아 그만의 색깔을 표출해낸 작품이면서 동시에 그가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또다른 어떤 색깔을 통해 표현해내려 하는지, 또 그걸 통해 어떠한 이야기를 어떠한 식으로 풀어내려 하는지 예고편을 보여주는 것같기도 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 구조와 "미키"의 물아일체(物我一體)
영화 <미키 17>은 기본적으로 소설 원작 '미키 7'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같은 이야기, 같은 등장인물들을 두고 있지만, 봉준호 감독님만의 색다른 이야기와 영화적으로 추가한 캐릭터들을 통해 감독 본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추가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어떠한 걸까? 죽는 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러한 질문들을 지속적으로 영화 내에서 인물들의 입과 대사, 행동을 통해서도 표현하지만, 가장 특이한 점은 이를 영화적 구조, 연출적 방법을 통해서도 그러하다는 점이다. 영화는 시작함과 동시에 주인공인 "미키 17"이 크레바스로 떨어져 기절했다가 다시 깬 상황을 보여준다. 이윽고 "미키 17"을 구하러 와준 줄만 알았던 친구 "티모"가 화염방사기만 챙긴 후 '넌 다시 재생하면 되잖아'라는 말을 전한 후 버리고 떠나기 전 '죽는 것은 어떤 기분이야?'라고 질문한다. 인상적인 건, 이 지점부터 "미키 17"의 목소리가 나레이션, 보이스 오버되고, 영화적 구조는 루핑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쩌다가 "미키 17"이 재생형 인간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과거사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이는 영화의 종반부, 버튼을 눌러 재생장치를 폭파시키 전 일종의 트라우마가 상기되듯 다시 한번 루핑되어 과거의 시간대로 돌아가 니플하임 총사령관 "마샬"의 아내 "일파"를 만나게 되는 씬에서 반복된다.
영화는 루핑을 통해 영화 자체에 순환적 구조를 취하게 되는데, 이는 마치 주인공 "미키 17"이 죽음 이후 재생되는 삶, 반복되는 삶을 영화적으로도 구조화한 것처럼 보인다. 더불어, 그런 순환적인 구조를 영화의 극초반부와 극후반부에만 배치해두고, 정작 본 이야기에서 영화는 순환을 그리 사용하지 않는다. 어쩌면 영화는 "미키"의 죽음이 가볍게 처리되고, 소비되는 극초반부와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죽음을 맞닥뜨린 "미키"의 이야기를 다룬 본 이야기에 극명한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이를 구조적으로도 표출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 또 하나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바로 보이스 오버이다. 봉준호 감독님의 이전 필모그래피를 보게 되면 본 작품만큼 보이스 오버를 빈번히 사용한 작품이 또 없다. 이런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 데에는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성에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영화 <기생충>에서의 주인공인 '기택 가족'을 영화는 주로 비추고, 그들이 겪는 이야기를 통해서 서사를 풀어나가지만 결코 그들의 이야기가 오로지 영화의 메시지가 되지는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 그들이 행하는 행동들, 겪게 된 순간들로 무언가 다른 메시지를 함축시키고, 관객들은 이를 통해 세 가족 간의 복잡한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그 메시지를 찾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영화 <기생충>의 기본 틀이다. 영화 <미키 17>은 그와는 달리, 오로지 "미키"라는 인물이 그동안 겪어왔던 시련들과 아픔들을 비추고, 사건을 헤쳐나가면서 결국 성장하게 된 일련의 과정을 관객들에게 직접 보여줌으로써 보다 주관적이고, 1인칭 시점스러운 관점에서 인물에게 이입할 수 있는 틀을 가지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시시각각 이야기의 배경사를 알려주고, 본인의 과거 이야기를 관객에게 소개하듯 들려오는 보이스 오버는 관객을 인물에게 몰입시켜 "미키"리는 인물이 변하게 되는 과정을 온전히 느끼게 한다.
- '봉준호'식 블랙코미디로 사회를 꿰뚫다.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를 솔직히 셀 수 없지만 그 중에서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블랙 코미디'이다.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 세계를 보게 되면 한번쯤은 어느 포인트에서라도 웃게 하고,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통해 관객들을 즐겁게 하지만 동시에 그를 통해서 사회적 통념을 꿰뚫게 하고, 유머가 지속되다 순간 바뀌어버리는 상황 속에서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에게도 영화의 메시지와 질문을 반문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은 봉준호 감독님만의 영화적 센스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영화 <미키 17>은 이전 필모들과는 굉장히 다르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작품이고, 또한 특유의 재치와 유머에 사랑스러움까지 입혀져 이전 작품들에선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의 감정까지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결코 이런 점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우리 사회를 직시하게 하고, 마치 현 상황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지금 당장 우리가 겪고 있는 시대적 문제, 형언할 수 없는 혐오와 차별의 시대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이 바로 이번 작품, 영화 <미키 17>이었다.
영화는 초반부와 중반부 심지어 후반부까지 "미키"에게 죽는 것은 어떠한 의미인지 물어보는 인물들을 마치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관객에게 이 질문에 대해 결코 잊지 말라는 듯하는 것처럼 들린다. 물론 그들 중에선 진심으로 그 감정이 궁금해서 일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대부분 이 점을 통해 "미키"를 비꼬기 위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생각해볼 점은 "미키"가 익스펜더블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맞지마 익스펜더블을 만든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지구에서의 상황이 채무로 인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었어서 다른 선택을 하기 힘들었기에 내린 결론이었지만, 남들이 기피했던 익스펜더블을 선택했고, 극한직업이라는 사실까지도 알았지만 결론적으로 다른 이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먼저 해주는 개척자이면서 희생자이고, 영웅이기도 한 인물이 바로 "미키"이다. 그를 추대하고, 영웅처럼 모시지는 못할 망정 그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어차피 다시 재생되기 때문에 처분해도 된다는 이유로 그를 무시하고, 매몰시키고, 버리는 행위들을 "미키"에게 일삼는 장면들이 빈번히 등장하는데, 이 점이 영화를 관람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새로운 곳을 개척하고, 이주 지역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너무도 필요했기에 그 역할을 만들었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역할로서 따가운 시선을 받는 직업을 택한 사람마저 무시하고, 천대하고, 끝까지 실험용 쥐로서 사용하려는 영화 속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이는 영화에서만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지금도 그러한 인식과 시선으로 인해 우리를 위해 험한 일까지 도맡아 고생해주는 이들에게 오히려 무시하고,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끔 한다.
영화 <미키 17> 속 "미키"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이 바로 니플하임 총사령관 "마샬"과 그의 아내 "일파"이다. 리더십도 없고, 본인의 자유의지로 무엇을 하려는 듯한 생각도 없어보이는 "마샬"과 그를 뒤에서 조종하고, "미키"와의 식사 중 고통에 몸부림칠 때에도 본인의 카펫의 보존만이 중요했던 "일파"는 어찌보면 니플하임 행성 개척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젯거리로 보인다. 쓸데없이 큰 돌을 가져와서 하는 거라곤 돌 안에 이름을 새겨 기념을 하자는 얼토당토않은 행사를 개최하고, 탐사 중 동료가 눈 앞에서 죽은 대원들에게, 특히 "미키"에게 '너가 죽었어야지.'라는 말을 일삼으며, 심지어 대원 중 한 명인 "카이"에게 끔찍한 제안까지 건네는 "마샬"은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최악의 리더의 표본이면서 동시에 그런 그의 죽음은 그런 리더의 말로는 이러함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어쩌면 작품 속 "마샬"보다도 "일파"가 더 중요해보인다. 그러한 데에는 그들이 대화를 하거나 "마샬"이 무언가 연설을 하던 와중에도 "일파"가 자료를 주거나 연설 내용을 바꾸고, 바꾸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그녀가 '소스'에 극도로 집착한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그토록 소스에 집착했던 이유, 이를 영화에 연출한 이유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일파"는 소스를 첨가하는 건 그 행위 자체로 본인들의 고결성을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저히 사람이 먹는 것이라고 말하기 힘든 음식을 제공받아 먹는 대원들과 달리 신선한 과일, 신선한 육류로 만든 무언가를 먹으면서, 심지어 소스까지 더해먹는 본인들은 평범한 그들과는 다른 무언가의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건, 다른 무언가로 존재하고 싶고, 군림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 소스를 첨가하는 이들이, 정말 남들과는 다른, 그래서 차별받고 무시받는 "미키"를 더 가세해서 무시하고, 멸시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그녀 자체가 소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음식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맛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신선한 원재료들로 만들어진 디쉬 위에 올려간 소스는 맛을 증폭시키고, 배하긴 하지만 그 자체로 음식이라고 표현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일파"의 과거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등장하지 않았지만 사실 "일파"라는 인물은 남편인 "마샬"이 니플하임의 총사령관이 아니었다면, 혹은 "마샬"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그토록 무시하는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보통의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마샬"을 뒤에서 조종하고, 종속시켜 스스로의 뜻을 풀어나가려 하지만 정작 구속되고, 종속되어있는 것은 본인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하는 "일파"는 원재료와 디쉬의 메인에서 벗어나지 못해 메인을 더 밝게 비춰줄 수 밖에 없는 소스에 불과하다.
니플하임에 이주하여 정착하게 된 지구에서 온 인간들. 맞닥뜨린 불명의 존재에게 그들은 '벌레'를 뜻하는 "크리퍼"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마치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으로 도착하여 이미 정착해있던 원주민들에게 본인 마음대로 '인디언'이라고 명명한 것처럼 말이다. 인간을 해하려고도, 침범하려고도, 위해를 가하려하지도 않았던 "크리퍼"들은 미지의 존재에 그저 놀라 공포에 휩싸인 인간들에 의해 공격받아 한 마리가 죽게 된다. 이런 상황은 물론 영화적으로 연출된 상황이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모두 우리가 역사적으로 꽤 반복해왔던 일들이다. 영화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우리가 외계인인 상태에서 이미 정착해있던 원주민들, 토착민들에게 외계인이라는 별칭을 부여하게 되는 우리의 습관, 이는 인간의 오만함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이 인간의 오만함을 비판하려고 하는 것인지, "마샬"의 행동, 그가 내리는 어리석은 지령들, 사람들의 "크리퍼"에 대한 인식들에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사 속에도 깨알같이 이를 녹여내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재밌는 건 작중 시점이 2054년이라는 점 그리고 인간 재생장치가 개발된 시점이라는 걸 감안하고 본다면 우주선 내부나 니플하임 속 개발 상황이 굉장히 최첨단이고, 하이 테크놀로지스러운 분위기를 취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않고, 노출 콘크리트 카페와 같이 배관이 그대로 들어나고, 각종 가스들이 여러 군데에서 분출되는 배경을 보여주어어 스스로를 굉장히 우아하고, 고결하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의 그 오만함을 깨뜨리는 또 다른 독특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 반복되는 죽음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가 되어 성장하다.
16번의 죽음을 맞은 "미키". 어느날 기계의 오류인지, 과학자들의 실수인지 살아있는 상태에서 또 하나의 본인이 복제되어 "미키 17"과 "미키 18"이 공존하게 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카이"가 죽는 것은 어떤 느낌이냐고 물었을 때, 이에 대해 "미키 17"이 죽는 것이 아직도 두렵다고 말하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시간이나 목숨이나, 삶이나, 죽음 등을 뒤바꿀 수 있는 여타 영화들에선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그 반복되는 상황을 또 한번 맞닥뜨리게 되는 것들에 대해 그리 두려움을 느끼지 않거나 두려움을 느껴도 내색하거나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영화 <미키 17>에서의 주인공 "미키"는 반복되는 죽음, 16번째의 죽음이 이어졌음에도 아직까지도 죽음이 두렵다고 말하는 장면은 마치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라는 점에 대해 영화가 직접 답을 해주는 것만 같았다.
영화 <미키 17>이 SF의 장르를 띄는 특징을 제외하고, 다른 어떤 장르를 차용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성장 영화'의 장르를 띄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나 영화 <보이후드>처럼 성장 영화가 서사의 주를 잡고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작품을 전부 보고난 후면 영화가 성장 영화의 한 축을 서고 있음을, "미키"라는 인물이 성장했음을 그리고 최초에 영화가 타이틀을 보여줄 때 '미키 17~19'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종반부에서 '미키 반즈'로 변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사고로 인해 "미키 17"과 "미키 18"은 공존하게 되었고, 이 둘은 '멀티플' 상태에 놓여지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미키 17"의 온순하고, 착하면서 다소 멍청한 성격과는 달리 "미키 18"은 다혈질에 항상 화가 나있는 성격을 가졌다. 영화가 성장 영화적 특성을 지닌다는 특징은 "미키 17"과 "미키 18"의 성격 차이 그리고 그 성격 차이가 결국 서로 융화되어 변하게 되었다는 결론에서 드러난다. 항상 누군가를 '죽일 것이다.'라고 말하는 "미키 18"의 최초 살해 타겟은 바로 "미키 17"이었다. 당연히 멀티플 상황이 발생하면 누구 하나는 죽어야 둘 다 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에 있어 "미키 17"은 늘 겪는 죽음이라 괴롭고, 공포스럽지만 이에 순응할 줄 알았으나 인상적인 대사 하나를 던지게 된다. '이번에 죽으면 정말 죽는 것만 같다.' 동일 인물이고, 두 인물 모두 하나의 몸에서 재생되어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지만 "미키 17"이 죽는다면 "미키 17"으로서의 재생이 이루어지지 않고 현실에 남겨져 있는 "미키 18"이 그 삶을 이어나간다는 사실은 굉장히 복잡하면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서로를 죽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던 와중 "미키 17"이 "마샬"에게 받은 수모를 듣던 "미키 18"은 "마샬"을 죽이자는 결론에 도달하여 죽이려 다가가는데, 이 지점으로부터 영화의 변화가 시작된다. 계속해서 서로를 죽이려 하고, 서로의 존재를 탓하던 둘은 결국 서로에게 공감하고, 서로의 존재에 위안이 생겨 서로의 공통된 타겟인 "마샬"을 죽여야 되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는 이러한 인물의 관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각 인물의 성격마저 변하여 결국 성장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미키 17"과 "미키 18"은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인물처럼 비춰지게 되고, 외양만 같지 사실은 다른 인물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미키 17"의 고통을 다혈질적이고, 욱하는 성격의 "미키 18"이 공감하고, 위안하려는 모습, "미키 18"의 분노서린 성격을 억제하여 그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이 한 몸 바치려 하는 쭈굴이었던 "미키 17"의 변화가 이어진다. 이는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 격발하게 된다. "마샬"은 급기야 "크리처"들과 전쟁을 펼치려 했고, 이를 저지하여 세상을 구하러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키 17"과 "미키 18"은 밖으로 향한다. 각종 사투를 벌이다 스스로를 영웅 추대하러 나온 "마샬"을 죽이러 "미키 18"은 달려가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그때 버튼 한 개만 누르면 "마샬"을 죽이는 동시에 본인도 함께 죽을 수 있는 상황과 부딪히다. 잠시 죽음에 망설이던 찰나, 그는 "미키 17"을 쳐다보고 버튼을 눌러 그를 희생해 세상을 구하게 된다. 늘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혈안되었던 "미키 18"이 결국엔 자신의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그 삶이 마무리되는 장면 은 "미키 18"이라는 인물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면서 동시에 "미키 17"에게도 변화의 또 다른 밑거름이 되어준다.
"미키"의 여자친구이자 작중 가장 강단있고, 리더십이 있는 "나샤"가 위원장이 되어 더이상의 익스펜더블은 존재하지 않음을, "미키"도 익스펜더블로서의 무시와 멸시에서 벗어나 인간들을 구한 영웅임을 선포했다. 재생장치 폭파 버튼을 손에 쥐고 있던 "미키"는 빨간색 버튼을 보고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는 어릴 적 본인이 빨간색 버튼을 잘못 눌러서 엄마가 사고로 죽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느 누가 생각해도 억지라고 하겠지만 "미키"만큼은 너무도 이에 대해 진지해서 아직도 트라우마에 빠져있다. 생각에 잠긴 "미키"는 다시 과거 시간대로 돌아가 재생장치 앞에 서 있다. 그곳엔 소문으로 자살했다고 했던 "일파"가 있었고, 폭발로 사망한 "마셜"이 재생되고 있었다. "일파"는 그에게 너무도 심한 모욕서린 말들을 내뱉었고, 그녀의 손으로 붉은 피들이 모여 버튼의 형상을 띄게 되었다. 그녀는 본인의 특제 소스이니 한번 먹어보라고 전한다. 아마 그녀는 "미키"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건 모두 "미키"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트라우마들이 모여 만들어진 허구의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키 18"을 만나 세상을 구하고, 희생을 배우고, 다름을 알아가며, 본인에게 주어진 마지막 삶에 기쁨을 알게 된 "미키"는 "미키 18"에게 배운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버튼을 눌러 재생장치를 폭파시킨다. 영화는 최종장에 이르러 "미키"라는 인물이 어떤 식으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성장하게 되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주면서 결론을 짓고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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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생일인 배우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0월 20일, 바로 오늘! 오늘이 바로 생일인 배우 분들이 여럿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오늘 생일인 배우가 나온 드라마 혹은 영화를 추천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오늘 생일인 배우가 나온
드라마 혹은 영화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이지현 배우, <안녕, 드라큘라>
ⓒ JTBC
synopsis
이대로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마음이 한없이 약해질 때
마음 깊숙한 곳에 묻어둔 문제들이 날카롭게 이빨을 드러내고
나를 물어뜯고 흔들어 대는 밤.
이처럼 각자 마음 깊숙한 곳에 묻어둔 문제를 드라큘라에 한 번 비유해봅시다.
긴긴밤, 우리가 이 강력한 드라큘라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cine pick!
퀴어 드라마로 성 정체성으로 인해 부모와 갈등하는 내용을 주로 다루는 JTBC 단편 드라마이다.
허성태 배우 <오징어 게임>
ⓒ IMDb
synopsis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cine pick!
백상예술대상, 골든 글로브 시상식, 에미상 등 국내외 유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상을 휩쓴 <오징어 게임>.
허성태 배우 역시 <오징어 게임>을 통해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에이판 스타 어워즈에서 수상했다.
허성태 배우 <범죄도시>
ⓒ 네이버 영화
synopsis
주먹으로 도시의 평화를 유지해온 형사 마석도와 반장 전일만이 이끄는 강력반은
신흥 범죄조직의 악랄한 보스 장첸과 그의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화끈한 소탕 작전을 세운다.
cine pick!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에서 <범죄도시>로 영화부문 남자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허성태 배우.
"내 누군지 아니?"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현봉식 배우 < D.P>
ⓒ 현봉식 배우 인스타그램
synopsis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
cine pick!
한국 군대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현실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은 <D.P.>.
디렉터스컷 어워즈, 백상예술대상, 청룡시리즈어워즈 등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했다.
하윤경 배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호두앤유ent
synopsis
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
cine pick!
많은 이들에게 하윤경 배우의 입덕 드라마로 꼽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하윤경 배우의 섬세한 연기를 볼 수 있는 드라마이다.
하윤경 배우 <경아의 딸>
ⓒ 네이버 영화
synopsis
홀로 살아가는 경아에게 힘이 되어주는 유일한 존재인
딸 연수는 독립한 뒤로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헤어진 남자친구가 유출한 동영상 하나에 연수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버리고
이 사건은 잔잔했던 모녀의 삶에 걷잡을 수 없는 파동을 일으키는데…
cine pick!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 받으며 연출력을 인정 받은 <경아의 딸>.
하윤경 배우의 강점인 감정의 섬세한 연기 표현을 엿볼 수 있으며,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에 몰입감을 선사한다.
서신애 배우 <여왕의 교실>
ⓒ MBC
synopsis
이 ‘레전드급 마녀’에 맞선 ‘명랑반장’ 심하나와 6학년 3반 친구들의 고군분투 도전기.
단순한 학교 이야기를 넘어선 예측불허 에피소드들 속에서 진정한 가르침과 배움,
그리고 행복의 가치가 무엇인지 어른들에게 되묻는 2013년, 우리들의 이야기.
cine pick!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여왕의 교실>은 당시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특히 삽입곡인 초록비와 드라마 속 대사들이 주는 감동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드라마이다.
서신애 배우 <지붕 뚫고 하이킥>
ⓒ 옛드: MBC 레전드 드라마
synopsis
서울로 상경한 두 자매가 성북동 순재네 집 식모로 입주하게 되면서 이 집 식구들과 벌이는 유쾌한 에피소드를 담은 시트콤이다.
cine pick!
서신애 배우가 아역상을 수상했던 작품 <지붕 뚫고 하이킥>.
수많은 명대사와 명장면을 탄생 시켰으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조회수가 오르는 작품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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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고 보는 소지섭 투자 예술영화들
한국 영화계를 다채롭게 해주는 예술, 독립 영화들.
그 중심에는 소지섭 배우가 있는데요.
작품성이 높은 해외작품에 자비를 들여
수입 배급해오는것으로 유명하죠.
벌써 작품수가 30편이 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소지섭의 회사 51k에서 공동제공을 맡은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가 오는 5월 15일
개봉합니다.
제 79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전설적인 사진작가 낸 골딘의 삶, 예술, 투쟁, 그리고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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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는 어디 도망 안 가요
“파리는 어디 도망 안가요”
서둘러 파리에 가야 한다는 앤에게 자크가 말한다.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여유가 없을 때면 문득 이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의 대사이다.
영화 제작자로 성공한 남편 마이클을 따라 칸에 온 앤은 귀가 아파서 다음 행선지인 부다페스트를 포기하고 파리로 가기로 한다. 마이클의 지인인 자크도 파리까지 갈 일이 있다고 하며, 앤을 데려다 주기로 하고, 그렇게 칸에서 차로 7시간 거리인 파리까지 함께 가게 되는데…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닌 여정을 여행으로 만드는 이야기는 감독인 엘레노어 코폴라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남편의 지인과 가는 7시간의 긴 여정은 상상만으로도 부담스럽다. 빨리 달려 목적지에 도착해 쉬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을 것 같다. 앤도 그렇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크는 자꾸만 샛길로 빠진다. 예정에도 없던 기나긴 식사와 와이너리 투어, 낡은 자동차가 멈추는 상황에서도 피크닉을 즐긴다. “마네 그림 속에 있는 척하죠. 풀밭 위의 점심” 같은 피크닉이라니. 어떤 상황에서도 낭만의 순간을 발견하는 사람의 태도에 영화를 보는 나도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그 웃음에 마음이 행복함으로 조금씩 물들기 시작한다.
영화는 프랑스의 아름다운 풍경 속을 달린다. 프로방스를 거쳐 리옹을 지나 부르고뉴를 들러 파리로 가기까지 프랑스 관광청에서 만든 홍보 영상에 스토리를 입힌 것처럼 생 빅투아르 산, 엑상프로방스, 라벤더, 가르수도교, 오벨리스크, 비엔 리옹 뒤미에르 박물관, 베즐리에 성 막달레나 대성당, 폴보퀴즈 시장…
가 본 곳을 추억하고 가고 싶은 곳을 찬찬히 들여다 보게 만들며, 그 여행에서 영혼을 달래줄 음식을 먹고, 마네와 르누아르의 그림속에 있는 것 처럼 순간을 즐기고,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보며 인생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이 영화는 중년의 사랑이나, 불륜에 대한 이야기 일수도 있다.
하지만…나는 이 영화에서 행복과 자아에 대한 질문이 더 크게 다왔다. 사람은 저마다 살아온 여정이 다르기에 현재 가지고 있는 가치관도 다르고 추구하는 이상향도 다르다.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삶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 특히 내가 나를 얼마나 알고 사랑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오늘은 자크가 앤에게 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자
뭐가 당신을 꿈꾸게 하죠?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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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가짜고 이 세상도 가짜라고? 영화 <프리 가이>
영화 <프리가이> 포스터
프리 가이(Free Guy, 2021)
장르 : 미국, 액션
감독 : 숀 레비 │ 각본 : 맷 리버맨, 자크 펜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가이), 조디 코머(밀리), 타이카 와이 티티(앙투안) 외
등급 : 12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5분
안녕 난 ‘가이’라고 해, 사실 난 가짜야.
그런 생각을 자주 했었다. 화려하고 멋진 이들로 넘쳐나는 이 시대에 어쩌면 나는 조연이 아닐까 하는. 아니 어쩌면 단역, 혹은 엑스트라는 아닐까. 예쁘고 멋있고 운동 잘하고 돈도 잘 버는, 누가 봐도 주인공 같은 사람들 밑을 잔잔하게 깔아주는 그런 존재.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되는 소심함의 굴레에 빠지게 되고 만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영화 <프리 가이>는 게임 속 가상 세계에 살고 있는 게임 캐릭터 ‘가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실재하는 사람도 아니고 게임 속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니. 황당하지만 그가 살고 있는 게임 속 세상 ‘프리 시티’는 더 가관이다.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가상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오픈월드 게임 ‘프리 시티’에서는, 플레이어가 절도나 화재 등 범죄를 통해 레벨업을 하기 때문에 늘 사건 사고 투성이다. 이웃을 밀치고, 은행강도가 빈번히 발생하고, 건물은 붕괴되며, 누구나 총을 들고 돌아다닌다. 물론 자기가 게임 캐릭터인 줄도 모르는 ‘가이’는 자신이 발붙인 이 험한 세상이 가상 세계라는 것 역시 모르지만.
내가 배경이라고? 누구 맘대로?
쳇바퀴처럼 굴러가던 게임 속 세상에서, 어느 날 ‘가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여성 ‘밀리’를 마주친 것이다. ‘밀리’에 홀려버린 ‘가이’는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 다니지만 그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전한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알고 보니 그녀는 현실에도 존재하는 실제 플레이어이며, ‘가이’는 가상 세계에 접속한 플레이어들을 위해 그저 사물처럼 존재하는 NPC(Non-Player Character), 즉 배경 캐릭터라는 것이다. 자신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가이는, 사실 자신이 사는 세상이 가짜인 데다, 심지어 자신도 플레이어가 아닌 프로그래밍 된 배경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충격에 휩싸인다. 그러나 문제는 더 있다. 이 게임을 만든 회사의 대표가 곧 이 게임 서버를 폐쇄할 거라는 사실이다. 그 말은 곧, ‘가이’의 세상이 사라짐을 의미했다.
난 히어로가 될 거야, 내 의지로.
사실 ‘가이’에게 이 충격적 사실을 전해준 플레이어 ‘밀리’는 최초에 이 게임의 모태를 만든 사람이었다. 그녀는 동업자와 함께 만든 게임의 소스를 도용당했고,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프리 시티’ 게임에 접속해왔던 것. 그러나 그 과정에서 NPC에 불과했던 캐릭터 ‘가이’가 프로그래밍을 벗어나 스스로 학습하여 인공지능으로 발달하는 놀라운 과정을 지켜보게 된 것이었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그러나 그 경이로움도 잠시, 어쨌거나 곧 게임 ‘프리 시티’는 폐쇄될 예정이다. ‘프리 시티’에는 ‘가이’ 뿐 아니라 수많은 NPC들이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사라지는 걸 볼 수 없었던 ‘밀리’는 ‘가이’를 일깨우고, 그렇게 ‘가이’는 결심한다. 수동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사라질 ‘프리 시티’를 구하는 히어로가 되기로!
사실 우린 어디든 갈 수 있는 걸요
게임 속 화려한 세상을 구현하던 초반부에서는 사실 이 영화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현란한 장면들에 쉽게 피로를 느끼는 탓이다. 그러나 ‘가이’가 자신이 살던 세상을 지키고 선량한 배경 캐릭터들을 구하기로 결심하면서부터 그 따뜻함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렸다. 철저히 프로그래밍 되어 주어진 일상만을 반복하는 NPC들에게 ‘가이’는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렇게 수동적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고, 늘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지만 카푸치노를 주문해도 되고, 저 바다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해도 되고,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 하고 싶은 건 뭐든 해도 될 권리가 당신들에게 있다고 말이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영화는 게임 속 세상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우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기 쉬우니까. 잘하는 사람에 치여서, 예쁘고 멋진 이들에 기가 눌려서, 아니면 주변에서 자꾸만 나의 평범함을 각인시켜서 등등, 우리도 아주 많은 이유로 기꺼이 NPC가 되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가이’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더 멀리 보지 못하고 의기소침해지려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아니 날 때부터 주인공이 어딨어! 우리 모두는 특별해! 그러니까 너의 삶을 성장시키고 확장해!”
여기는 누구나 주인공인 프리 라이프
마침내 ‘가이’가 수많은 배경 캐릭터들을 이끌고 새로운 세상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그들은 더 이상 플레이어들을 위한 배경으로 활용되지 않았다. 그들은 가고 싶은 곳에 갔고, 먹고 싶은 것을 먹었고, 학습하고 성장하고 확장하여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게임 세상은 훗날, 그 캐릭터들의 성장을 유저들이 지켜보는 형태의 게임 ‘프리 라이프’로 재탄생된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얼마나 멋진가! 누구도 백그라운드가 아닌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게임 세상이라니. (그렇다면 나는 하루에 하나씩 케이크를 먹는 소박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게임은 1도 모르지만 이 영화 재밌쩡
나는 사실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 한 번도 제대로 게임을 즐겨본 적이 없는지라, NPC니 오픈월드니 하는 용어에 대해 매우 취약했다. 그리고 아마도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게임과 담을 쌓고 살 가능성이 높겠다. 하지만 게임 속 세상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우리 현실과 연결이 가능한 따뜻한 이야기, 누구나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제한 없이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천명하는 이 이야기는 너무도 각별하게 느껴진다.
특히나 ‘가이’가 들려준 따스한 메시지는, 오래오래 간직했다가 쭈글해질 때마다 필히 꺼내보아야지 싶다. “너는 너라서 특별한 거야, 하고 싶은 거 다 해”
글쓰는 우두미
2022 주관적인 평론 ⓒ All rights reserved.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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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살아가는 건 머리보단 끈기라는 걸
누구나 진학하고 싶어하는 명문고에 진학했지만 명문고 안에서는 수학 9등급에 빛나는 지우. 그런 처참한 성적인 것도 서러워죽겠는데, 학교 담임은 지우의 미래를 걱정하는 척하며,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들어온 지우를 계속 학교에서 치워버리려고 한다. 최고 명문고인만큼 사교육도 당연시되는 이 곳에서 변변찮은 사교육 하나 받지 못해 성적이 바닥을 기는 바람에 지우의 자존감도 하루가 다르게 하락한다. 자존감이 하락한 사람에게 세상은 한없이 친절하질 않는데, 그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는 학교 경비 인민군도 있다. 그 인민군 때문에 지우의 녹록치 않은 학교 생활은 점점 꼬여만 가는데.......... 하지만 우연히 인민군이 수학 천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민군 아저씨에게 수학 과외를 요청하는데, 과연 지우는 인민군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수학 점수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1. 수학과 음악의 상관 관계
이 영화는 음악을 정말 적재적소에 잘 사용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수학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는데, 음악 악보는 사실 수학 공식이 담긴 그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수학을 깨쳐야 작곡을 할 때 용이하다. 음악을 좋아하던 북한 소년(리학성)이 수학의 길로 빠져들어간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수학을 공식으로만 외우고, 외운 공식에 숫자만 대입하면 되는 과목으로 이해했던 뼛 속 깊이 문과인 나에게 수학의 세계는 누군가에겐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일임을 깨닫게 했다. 영어는 알파벳으로 움직이는 말의 세계라면, 수학은 숫자로 움직이는 하나의 언어 체계인 것이다. 파이송도 똑같다. 파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숫자 배열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숫자 배열을 음으로 치환하면, 하나의 곡이 된다는 사실이 수학은 이과생에게는 언어 체계와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파이는 그저 단순히 숫자를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악보로 기능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왜 이과생들이 수학의 세계에 심취할 때, 눈이 반짝거리는지 알 것도 같았다.
파이송을 피아노로 치는 장면을 통해서 수학이 가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지만 북한에서의 리학성이 음악을 포기하고, 수학을 선택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왜 수많은 음악가들 중에서도 바흐를 좋아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단조로운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오히려 음악을 일종의 수학의 언어체계라고 이해한 리학성에게 그 단조로운 바흐의 음악은 조화로움을 끝을 달리는 음악이었을 것이다.
2. 수학과 인생은 머리가 아닌 끈기로 하는 것
이 영화의 메시지는 굉장히 단순하다. 수학 점수를 올리고 싶다면, 나는 머리가 나쁘다고 자책하고 있을 시간에 끝까지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고로 비단 수학 뿐만이 아니라 우리네의 인생은 머리로 사는 것이 아니라 끈기로 살아남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다.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야. 문제가 안풀릴 때, 화를 내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뭐가 이렇게 어렵담, 내일 다시 풀어봐야지 하는 용기가 필요한 거야. 문제가 안 풀린다고 머리 싸매지 말고, 내일 다시 풀어봐야 겠다고 생각하는 게 수학적 용기다. 용기를 내라."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대사였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대사였던 것 같은데, 마음 속에 남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수학적 용기를 어떤 단어로 치환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나름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수학적 용기를 인생에 비유한다면, 그것은 끈기일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끈기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걸 누가 모르는가.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네의 삶에서 우리는 끈기가 가진 위력을 무시하고, 몇 번 해봐서 안된다고 많은 것을 지레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난 학벌도 별로고, 얼굴도 안 예쁘고, 키도 별로 안 크고, 찌질한데다가 인기도 별로 없어."
이런 자기비하 중 단 하나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 모든 자기비하를 다 해본 사람이다. 나는 자기비하가 좀 심한 편이고, 자책도 많이 하는 편이며, 그 자책에 파묻혀 삶의 동력을 잃어 노력하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수많은 자책의 굴레 속에서 요즘 느끼는 바가 있었다. 단번에 결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하고, 나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게 될 때, 무너저 가는 중심을 어떻게든 붙잡고, 나의 길을 가다보면, 좋은 답이든 나쁜 답이든 생길 것이다. 그 답에 따라 인생을 다시 재구성하면 된다. 인생은 한 순간이 아니라 순간들을 모아놓은 필름이기 때문이다.
수학을 풀어내는 데에 필요한 것은 공식도 아닌, 좋은 머리도 아닌 끈기라면, 인생이라는 수학 퍼즐을 푸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도 결국 끈기일 것이다. 그래서 인생도 결국 수학 퍼즐같은 것이라서 리학성도 허구헌 날 스도쿠 퍼즐 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수학과도 같은 인생을 어떻게든 풀어보고자 하는 몸부림 같은 것이랄까. 내가 인생이라는 문제를 풀어가면서 부딪혔던 슬럼프를 기억하고, 그 슬럼프를 극복했던 과정을 기억한다면, 지금 당신의 인생에 닥친 두려움도 타파할 수 있지 않을까.
3. 총평
사실 독자분들께 위로를 건네는 것처럼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이 글은 나를 위한 글이다. 나는 지금 슬럼프를 겪고 있다. 슬럼프의 이유는 다르 사람들이 나에게 내리는 평가들로 촉발된 것은 맞지만 사실 그것보다 큰 문제는 그 평가들을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가는 내 행동의 미숙함, 어리숙함에서 비롯된 실수들 때문이다. 그래서 요새 내가 나에게 거는 주문은 "내가 이 미안함, 창피함을 기억하자. 그리고 다음에는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하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이런 메시지를 전해주는 영화를 보니, 영화 내용이 마음이 동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내 자존감의 하락이 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던 시기였기에 지우를 보면서 공감할 수 밖에 었었다. 그리고 지우에게 수학의 본질을 가르친 리학성에게서 인생은 단기 레이스가 아니라 장기 레이스라는 것을 배웠기에 기대 수명까지 산다면, 이제 삶의 절반도 안와본 내가 너무 오버액션이 가미된 자책과 절망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시 힘내서 앞으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클리셰와 클래식은 한 끗 차이"
특별하게 신기한 내용적 신선함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비주얼적으로 정말 화려한 영화도 아니었지만 평소에 실패 때문에 자책을 많이 하는 나같은 사람들, 자존감이 낮아서 살면서 안해도 될 실수들을 많이 저질러놓고, 머리 쥐어싸매는 사람들 등이 이 영화를 보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다분히 클리셰스럽지만 클리셰도 감정을 잘 만져줄 수 있으면, 그런 클리셰는 성공한 클리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클리셰는 부정적인 단어로 많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한 끗 차이로 클리셰는 클래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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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어보] 배경지식 리뷰:돌아온 이준익 감독,자산어보는 어떤 책인가?
#자산어보#이준익#정약전
극장 가시기 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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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댓글부대> 메인 예고편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가'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진실과 거짓 사이 임상진VS팀알렙, 진정한 승자는?!? [댓글부대] 메인 예고편 전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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