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10-04 21:07:44
조커: 폴리 아 되 | 형에게 맞서는 이란성 쌍둥이
<조커: 폴리 아 되>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상을 뒤흔든 고담시의 아이콘, 조커로 거듭난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그는 아캄 수용소에 갇힌 채 재판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간수 '재키'(브렌던 글리슨)의 권유로 참석하게 된 음악 치료에서 그는 운명의 그녀, '리 퀸젤'(레이디 가가)을 만난다. 짧은 대화만으로도 수많은 공통점을 찾아낸 두 남녀. 아서는 사랑을 속삭이는 그녀 덕분에 마음 한 편에 잠들어 있던 조커를 다시 한번 깨운다.
리와 함께 하는 삶을 위해 조커로서 당당히 재판에 출석한 아서. 변호인을 해임한 뒤 스스로를 변호하며 그는 법정을 자신의 코미디 쇼로 뒤바꾸려 한다. 그러나 조커의 계획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조커가 아닌 아서 플렉의 본모습을 알려주는 증언을 들으면서 조커로서의 삶이 과연 옳은지 고민에 빠진 것. 그렇게 그는 평범한 시민 아서 플렉으로 되돌아갈지, 아니면 고담시의 빌런 조커가 될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5년 전, 우리가 좋아했던 <조커>
조커.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잭 니콜슨, 히스 레저, 자레드 레토 같이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마피아, 무정부주의 테러리스트, 로맨티시스트 갱스터와 같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어 왔다. 그래서일까? 5년 전, 토드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가 만든 조커의 영향력은 새삼 놀라웠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반향이 거셌기 때문.
이유는 캐릭터의 해석과 작품의 구성에 있었다. 그는 단순한 가상의 캐릭터나 빌런이 아니었다. 사회 시스템과 체제의 부산물이었다. 정신질환자 아서 플렉은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었고, 계속해서 이어진 재수 없는 사건들에 의해 조커로 거듭났다.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붕괴되면 언제든 등장할 것 같은 현실감이 물씬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여기에 기존 히어로 영화의 문법이 더해지자 예상 못한 파급력이 터져 나왔다. 조커가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 위치에 서자, 선악의 구도가 전복되어 버렸다. 살인, 파괴, 혼돈의 악은 정당한 분노의 분출로 변모했다. 처벌과 질서의 선은 차별적인 사회의 불합리한 시스템을 상징하는 악으로 의미가 뒤틀렸다. 그 결과 <조커>의 엔딩은 기존의 상식, 질서, 금기를 부정하는 묘한 쾌감(혹은 불쾌감)으로 가득했다.
이 기묘한 고양 상태는 조커와 관객 사이에 독특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대부분의 관객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상에서 아서 플렉을 곤경에 빠트린 경제 불황, 빈부격차,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느끼며 살아간다. 조커로 변해가는 아서 플렉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조커의 광기에 감정이입할 수에 없는 이유다. 이는 그의 탄생 배경을 오독한 인셀 논란,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 같은 사회적 논쟁을 촉발시킨 힘이기도 하다.
아서 플렉과 조커, 조커와 아서 플렉
빌런과 관객 사이에 생긴 유대감과 정서적 고양 상태. 이는 5년 만에 나온 속편 <조커: 폴리 아 되>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했다. 속편인 만큼, 어떤 방향으로든 이 호랑이 위에 올라타야만 했으니까. 토드 필립스 감독은 이 과제에 전편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 1편이 아서 플렉의 시점에서 조커의 탄생을 보여줬듯이, 조커의 다음 이야기가 아니라 조커라는 상징의 후광에 대처하는 아서 플렉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이 접근법은 오프닝에서 천언된다. 전편 후반부를 압축한 듯한 짤막한 애니메이션에 조커 분장을 한 아서와 그에게 딸린 그림자가 등장한다. 아서는 옷과 분장을 훔치려는 그림자와 격하게 싸우지만, 끝내 그림자에게 모두 강탈당한다. 토크쇼에 출연한 그림자는 자기 멋대로 '머레이 프랭클린'을 죽이고, 경찰이 오자 그 죄를 아서에게 뒤집어 씌운다. 경찰에게 구타당하면서도 농담을 건네는 아서를 비추며 애니메이션은 끝난다.
<조커: 폴리 아 되>는 오프닝을 통해 다음 질문을 던진다. "아서 플렉과 조커는 동일인인가?" 영화의 구조와 구성도 이 질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전편의 연장선에서 이야기를 펼치는 것 같다가도 전편의 그림자와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새로운 캐릭터의 모습으로 등장한 전혀 다른 두 이야기가 서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긴장감을 산처럼 쌓는다.
단지 캐릭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장르적으로도 로직이 전혀 다른 뮤지컬과 법정 영화를 오가며 오프닝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그 끝은 전편과 사뭇 다른 방향처럼 보이는 결말로 귀결된다. 그렇기에 <조커: 폴리 아 되>는 속편인데도 동생보다는 이란성 쌍둥이 같다. 같은 유전자(접근법)를 가졌지만, 전혀 다른 외양(결말)으로 귀결되니까.
폴리 아 되, 광란의 뮤지컬
실제로도 <조커: 폴리 아 되>는 중반까지 전편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 중심에는 리 퀸젤이 있다. 의사 아버지를 두고 대학원까지 다닌 엘리트 여성. 하지만 조커의 광기에 매료된 그녀는 단지 그를 만나기 위해 아캄 수용소에 입원한다. 첫눈에 반한 조커와 함께 하는 삶을 꾸리기 위해서 아서 플렉을 계속 부추긴다. 그와 조커가 별개의 인격이 아니며, 조커야말로 그의 진정한 인격이고, 자신은 조커와 사랑에 빠졌다고 속삭이면서.
이 대목에서 등장한 뮤지컬은 1편 속 코미디쇼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코미디쇼는 차별당하고 주류에서 배제된 아서의 삶을 보여줬다. 뮤지컬은 그런 삶이 사랑을 찾아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들려준다. 병동에서 리를 만나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조커로서 그녀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상상을 멜로디와 가사에 응축해 보여준다.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는 조커의 읊조림과 레이디 가가의 가창력이 만나 노래의 울림은 더 극대화된다.
그렇기에 그들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는 '폴리 아 되', 곧 '공유정신병적 장애'라는 부제만큼 적절한 단어도 없다. 아서가 만들어낸 조커에 매료된 리. 그런 리의 희망과 상상을 토대로 더 커진 아서의 망상. 어느 한 사람에게 먼저 증상이 나타난 뒤 가까운 관계를 맺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병의 증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따라서 개봉 전 우려와 달리 뮤지컬 시퀀스는 되려 전편의 조커를 볼 수 있는 귀중한 순간이다. 그들이 수용소에 불을 지른 후 함께 노래하며 철문에 매달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법정에서 증인 심문을 듣던 조커의 갑작스러운 망상도 같은 맥락에서 충격적이다. 그를 심문하는 검사 '하비 덴트'(해리 로티)와 판사를 모두 때려죽이고, 법정을 점거한 뒤 노래하며 춤추는 그의 모습은 전편 결말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법정에서 벗겨진 조커의 분장
하지만 법정에서의 분량이 늘어나면서 <조커: 폴리 아 되>는 점차 예상을 벗어난다. 법정의 쟁점은 오프닝 애니메이션과 다르지 않다. 하비 덴트는 아서와 조커가 동일인이라며 유죄를 주장한다. 반면에 변호인은 조커라는 별도의 인격이 모든 범죄를 저질렀으니 아서는 무죄라고 주장한다. 법정이라는 일종의 거울 안에서 아서는 본래 본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마주할 기회를 잡는다.
재판 초반에는 변호인의 전략에 순응하던 아서. 하지만 환상 속에서 리 퀸젤과 펼친 뮤지컬 공연이 분기점이다. 뮤지컬 안에서 그는 처음으로 의미가 있는 사람이 되었고, 그토록 갈구했던 사랑과 관심을 마침내 찾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아서는 리의 말을 따라, 그녀가 원하는 조커로서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조커와 아서를 분리하려는 변호인을 해임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두 번째 분기점이 주어진다. 왜소증을 앓는 '개리'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괴롭힐 때 오직 아서만 자신을 동등하게 대했다고 증언한다. 그 증언을 들으면서 아서는 깨닫는다. 설령 조커가 되지 않아도 사랑을 받고, 나눠주고, 의미를 지닌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또 수용소에서 조커를 지지하던 환자가 간수에게 구타당해 사망하자 그는 조커라는 또 다른 자아의 의미에 관해 회의를 품는다.
마침내 아서는 답을 내린다. 조커는 허상이라고. 사랑과 관심을 갈구한 자신이 만든 존재일 뿐이라고. 따라서 6명을 죽인 자신은 유죄라고. 이 결정의 대가로 아서는 사랑도, 목숨도 잃는다. 아서가 아닌 조커를 사랑했던 리는 그를 떠나고, 병동에 있던 또 다른 조커의 지지자는 배신감을 이기지 못해 아서를 살해한다. 이러한 전개를 보면 <조커> 2부작이 사실은 <아서 플렉>이라는 한 작품을 구성한 게 아닌가 싶다.
조커는 죽지 않았다
그런데 조커와 아서 플렉을 분리시킨 <조커: 폴리 아 되>의 선택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더 있다. 결말을 곱씹다 보면 아서와 달리 조커는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조커를 포기한 아서를 대하는 주변인의 태도가 그 방증이다. 리는 그의 고백을 거절한 뒤 떠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는 자기가 원하는 조커 역할을 할 다른 누군가를 찾으면 그만이다. 세상이 조커에게 열광하는 가운데, 꼭 아서가 조커여야 할 필요는 없다.
아서 살해범도 마찬가지다. 조커의 열렬한 지지자인 그에게 아서와 조커는 동일인이 아니다. 오히려 아서가 세상에서 사라져야 그들이 원하는 조커가 생명력을 유지한다. 그 둘이 별개라면 아서의 결심과는 무관하게 조커가 존재할 수 있으니까. 조커라는 불이 이미 붙은 상황에서 아서라는 불쏘시개는 더 이상 가치가 없는 셈이다. 아서가 없는 세상에서는 누군가가 조커를 자칭하며 배트맨과 싸울지도 모를 일이니까.
즉, 조커라는 광기가 이미 아서의 손을 떠난 가운데 아서 플렉은 죽어도 조커라는 상징과 이미지는 그를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았다. 이 대목에서 부제 '폴리 아 되'는 이중적으로 읽힌다. 아서와 리의 관계뿐만 아니라, 조커와 조커의 지지자 간의 유대감을 설명하는 제목처럼도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아서 플렉이 조커를 포기하는 이야기인데도 <조커>라는 제목이 어색하지 않다.
동생이 아니라 쌍둥이였던 속편
물론 <조커: 폴리 아 되>는 실망스러워도 이상하지 않은 영화다. 예고편과 포스터를 비롯한 마케팅의 초점이 전부 빌런 '조커'와 '할리퀸'에게 맞췄으니 관객 입장에서는 속았다는 느낄 수 있다. 전편에서 탄생한 '조커'의 활약만 암시해 놓고, 정작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기를 거부하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보여줬으니 당연한 일이다.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뮤지컬 시퀀스도 과하게 삽입되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편을 부정하는 작품이라며 <조커: 폴리 아 되>를 비난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 비록 아서는 조커가 아닌 채로 죽었지만, 조커라는 상징이 지닌 의미만큼은 아서의 비참한 결말로부터 여전히 살아남아 있으니까.
이에 더해 1편과 2편이 동떨어져 있다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조커의 탄생을 아서의 시점에서 보여준 전편도, 아서의 몰락을 그려낸 속편도,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함으로부터 누구나 언제든 조커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조커: 폴리 아 되>는 형의 존재를 부정하는 동생보다는, 형과 동생이 대등하게 겨루는 이란성 쌍둥이 속편에 가까워 보인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역할을 다 한 불쏘시개는 불 타 사라지기 마련
Relative contents
-
- [JIMFF 데일리] ‘물 만난 영화’와 ‘바람난 음악’, 제천에서 만나다!
8월 11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열여덟 번째 축제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아무도 ‘물 만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막을 순 없었습니다. 영화인과 관람객은 모두 우비를 갖춰 입고, 제천 의림지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개막식을 한껏 즐겼습니다.
배우 진지희와 이충주의 사회로 성대한 영화 축제의 막을 올린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어떤 볼거리와 들을 거리로 영화인과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개막식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사진과 함께 살펴볼까요?
⊙ ⊙ ⊙
‘본래의 빠르기로’라는 뜻의 ‘a tempo’는 일상으로의 회복을 선언하는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슬로건입니다.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팬데믹을 끝내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의미가 담겼는데요. 사회를 맡은 배우 진지희는 영화제의 공식 트레일러 영상 상영이 끝나고 “가슴이 따뜻해진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공식 트레일러 영상의 메가폰은 영화감독 김병서가 잡았으며, 배우 이선균 등이 출연해 남다른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의미를 전했죠.
나비넥타이를 메고 등장한 김창규 제천 시장 겸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영화인, 관람객, 그리고 제천 시민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인사와 함께 “맛있고, 멋있고, 재밌고, 편한 제천을 즐겨달라"며 영화제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외교관 출신인 그는 “Welcome to Korea… and Jecheon!”이라는 영어 인사로 해외에서 찾아준 귀빈에게도 위트 있게 개막을 선언했습니다. 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역시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시간과 공간에서 삶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충전하라"는 말을 덧붙이며 영화 축제를 마음껏 즐기기를 당부했습니다.
개막식에서는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부활한 2022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자도 발표했습니다. 수상의 영예는 <위플래쉬>, <라라랜드>의 음악 감독으로 알려진 저스틴 허위츠에게 돌아갔죠. 그는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심혈을 기울여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으니 곧 있을 공연에 꼭 놀러 와달라”고 말했습니다. 음악 감독 저스틴 허위츠의 공연은 8월 13일 오후 8시 제천 비행장 무대에서 열립니다.
뮤지컬 배우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공유하는 유튜버 ‘뮤지컬하는 언니들’과 음악 감독 이성준은 저스틴 허위츠의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을 축하하며 멋진 라이브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제천에 울려 퍼지는 <라라랜드>의 삽입곡 ‘Another Day of Sun’과 ‘Someone in The Crowd’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묘한 기분을 선사했죠.
개막작 <소나타>의 트레일러 상영 이후 예고 없이 시작된 ‘월광 소나타' 연주가 모든 관람객의 시선을 끌기도 했는데요. 숨죽여 지켜보던 관람객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 위 연주자가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 <소나타>의 실제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의림지 무대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 소리가 울려 퍼졌죠.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개막작 <소나타> 상영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 ⊙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된 작품들은 8월 12일부터 제천 곳곳의 영화관과 이벤트 무대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개막식만큼 풍부하고 다채로운 재미로 가득한 제천에서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을 온몸으로 느껴보세요!
-
- 결핍이 낳은 거짓의 왕국
-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
애나 만들기 (Inventing ANNA, 2022)
채널 : 넷플릭스 시리즈, 9부작 완결 │ 장르 : 미국, 범죄·드라마
제작 : 숀다 라임스 │ 출연 : 줄리아 가너(애나), 애나 클럼스키(비비안), 아리안 모아이드(토드), 케이티 로우즈(레이첼) 외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
애나 델비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결핍은 양날의 칼 같다. 어떤 결핍은 인간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게 하지만, 어떤 결핍은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을 부정하도록 만들기도 하니까. <애나 만들기>의 ‘애나 델비’는 단연 후자의 경우다. 애나 델비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뉴욕에서 금수저 독일인 상속녀 행세를 하며 여러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일삼았던 실제 인물이다. 본명은 ‘애나 소로킨’. 금수저 상속녀는커녕 실제로는 트럭 운전수의 딸이었다. 사실상 무(無)수저에 가까웠던 애나는 어떻게 ‘찐’ 금수저들을 상대로 사기를 칠 수 있었을까. 그 일화를 하나씩 양파 까듯 살펴보는 것이 바로 이 드라마의 최대 재미 요소다.
애나는 사교계 유명인사들과 어울려 다니기에 손색없을 정도로 미술과 패션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다. 언변 또한 그에 못지않게 화려했으며 성격도 화통해서 인맥 넓히기에도 재능이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사기꾼의 삼박자를 완벽히 갖춘 셈.
애나는 그렇게 뉴욕 사교계를 발판으로 하여 조금씩 인맥을 넓혀나갔고, 사람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모두 그녀를 독일인 상속녀라고 믿었다. 그럴수록 애나는 대담해져, 나중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겠다며 은행을 상대로 200억 규모의 대출을 신청하게 되는데… 결국엔 은행이 대출을 거절하며 애나의 시대도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내로라하는 은행가와 기업인들 모두가 애나를 진짜 금수저라고 믿었다는 사실은 가히 놀라운 점이 아닐 수 없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
모두가, 애나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세상엔 왜 이런 캐릭터가 심심찮게 나타나는 걸까. 사람이 얼마나 결핍이 심하면 이토록 제 삶을 송두리째 꾸며내게 되는 걸까. 드라마는 그 화두를 시청자에게 던진다. 애나를 무작정 비난하거나 옹호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그녀가 당신들의 삶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를 스스로 살펴보라 말한다. 애나 델비는 두말할 것 없이 돈이면 다 되는 이 자본주의 시대의 슬픈 초상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으로만 치부하기에 애나의 이야기는 얼마나 다채롭던가. 애나의 이야기에는 실로 수많은 사람이 걸쳐져 있었다. 애나를 금수저라고 믿었던 각종 유명인사들. 그들이 애나를 곁에 둠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이익과, 그 배경에 깔린 저마다의 욕망은 참으로 다양했다. 애나를 거대한 사기꾼으로 만드는 데에 과연 그 수많은 사람들이 기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일례로 ‘레이첼’을 들어보자. 그녀는 애나의 사기행각을 맨 처음 세상에 드러나게 한 인물이자, 애나의 친구이기도 했던 여성이다. <베니티 페어>에 근무하던 레이첼은 애나와 어울려 다니며 자신 또한 얻은 것이 상당했다. 함께하는 동안 많은 비용을 애나가 지불했고, 때로는 옷도 얻어 입었으며, SNS에 자랑할 사진과 럭셔리 라이프와 인맥과 기타 등등을 상당 시간 애나가 제공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둘의 우정이 끝난 건 함께 떠난 모로코 여행에서였다. 그때 애나를 대신해 큰 여행비용을 레이첼이 결제했는데 그 돈을 애나가 갚지 않으면서 관계가 깨진 것이다. 레이첼은 실은 애나가 빈털터리였던데다 자신이 돈까지 낸 게 몹시 억울하고 빡이 쳤다. 그런데 그 말을 비틀자면, 레이첼에게 애나는 금수저일 때만 의미있는 친구라는 뜻이 아닐까.
사람들이 모든 순간 투명한 진심으로 인간관계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마음을 내 줄 수 있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금전 등의 이익 때문에 맺는 인간관계도 있을 테다. 그걸 죄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단순히 ‘애나 소로킨이라는 정신 나간 여자가 금수저 연기를 하다가 뽀록이 났다’라는 한 줄의 줄거리 이면에는, 애나와 다를 것 없는 욕망으로 꿈틀대는 인간들이 얼기설기 얽혀있음을 부정하기 힘들어 보인다. 애나가 물질의 결핍에 의해 사기꾼이 된 것처럼, 그들 역시 물질을 이유로 애나를 곁에 둔 사람들이니까. 서로가 서로를 욕망에 의해 관계한 것만큼은 분명하지 않은가.
실제 '애나 소로킨' (사진출처:연합뉴스)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다
애나는 여러 사기행각을 죄목으로 12년 형을 받고 복역하던 중, 2021년 가석방되었다. 그리고 이런 애나의 이야기는 넷플릭스가 32만 달러, 한화로 약 4억을 주고 사들여 현재의 드라마로 만들게 되었다고. 자신을 상품화해 이목을 끄는 그녀의 재주는 감히 높이 평가해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다. 이런 재능만큼은 애나가 가진 ‘진짜’가 아니었을까. 그 천부적 재능을, 거짓이 아니라 진실로 쌓아나갔다면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크고 작은 결핍이 있다. 누군가에겐 그게 돈이고, 명예고, 학업이고, 인맥일 뿐. 애나는 화려하고 부유한 척을 하자 사람들이 보여왔던 그 관심과 호의에 중독이 되었던 것 같다. 아버지를 트럭운전수라고 할 때보다 외교관이나 석유 재벌, 태양열에너지 사업가라고 할 때 보여왔을 사람들의 눈빛, 자신의 몸에 두른 옷이 초호화 명품일 때 사람들이 보내온 동경. 그런 것들이 보잘것없이 고달픈 자신의 현실을 잊게 했는지도 모른다. 뒤틀린 결핍이 낳은 4년의 가상 세계에서 애나는 행복했을까. 그녀로 인해 피해를 본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괘씸해 마지않아야겠지만, 한 인간으로서 안타까운 마음 또한 쉬이 접을 수는 없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
결국 중요한 건 사람, 존중
실제 일화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에는 이런 씬이 있다. 애나의 이야기를 기사로 썼던 기자가 교도소로 애나를 면회하러 갔을 때. 애나는 기자에게 ‘당신이 입은 옷은 싸구려’라며 무시하다가도, 기자의 손을 잡고 이렇게 묻는다. “면회, 또 올 거죠?” 그때의 애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녀는 결국 ‘사람’을 원했던 것이다. 수많은 부자 친구들을 거느렸지만, 모두가 그녀를 필요로 하고 동경했었지만, 번번이 얻을 수는 없었던 사람의 진짜 온기를. 삶에 있어 정말로 필요한 것은 그래서 돈이나 명예 따위가 아닌지도 모른다.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삶이라 해도, 누군가가 그 자체로 자신을 긍정하고 존중해준다면 사람은 괴물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무수저 트럭운전수의 딸 애나 소로킨을 긍정해주었더라면, 이 이야기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인스타그램 @woodumi
-
- 4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은 4월 셋째 주 주말 동안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
.
.
(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인기 시리즈 영화 <존 윅>의 개봉으로 전체 주말 관객 수가 105만 7천 명에 도달하였습니다. 지난 주말(86만 7천)과 비교했을 때 약 22%가량 증가하였습니다. <존 윅 4>의 개봉에 따라 <스즈메의 문단속>과 <리바운드>의 순위가 한 계단 하락하였습니다. 개봉 전 독특한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았던 <킬링 로맨스>는 개봉 첫 주말 4위에 진입하였습니다. 지난 주말에 아쉽게 6위를 차지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한 계단 상승하며 다시 한번 TOP 5에 진입하였습니다.
1. <존 윅 4>(NEW)
<존 윅 4>는 개봉 첫째 주 주말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입증하였습니다. <존 윅 4>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이번 편은 전편인 <존 윅 3>의 개봉 스코어를 넘어섰으며, 이로 인해 <존 윅 4>가 전편의 흥행 기록인 100만 명을 언제 넘어 설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존 윅 4>는 CGV 골든에그 95%, 롯데시네마 관람객 평점 9.3, 메가박스 실관람객 평점 8.9점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2. <스즈메의 문단속> (⬇︎1)
5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스즈메의 문단속>은 인기 시리즈 <존 윅 4>의 개봉에 따라 2위로 하락하였습니다. 영화는 400만 관객 돌파까지 최단 기록을 세워 놀라움을 자아냈으며, 현재 460만 관객까지 기록하였습니다. 영화는 국내 개봉 역대 일본 영화 TOP 1위까지 단숨에 석권하였다.
3. <리바운드>(⬇︎1)
<리바운드> 역시 한 계단 하락하여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리바운드>는 지난 15, 16일 이틀간 진행된 경기-서울 지역 무대인사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영화의 몰입도를 위해 배우들은 실제 선수 못지않는 개인 연습과 합숙 훈련을 진행하였고, 이는 실제 관객들이 느끼는 영화의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관객들의 N차 관람 인증 릴레이로 누적 관객 수를 얼마나 돌파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4. <킬링 로맨스> (NEW)
4월 3주 차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2013년 <남자사용설명서>로 주목받았던 이원석 감독의 신작 <킬링 로맨스>가 차지하였습니다. 개봉 전부터 독특한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반응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받았습니다.
5. <더 퍼스트 슬램덩크>(⬆1)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한 영화는 바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입니다. 4월 둘째 주에 아쉽게 6위를 차지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셋째 주에 한 계단 상승하여 TOP5 안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개봉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1위를 차지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2위를 차지한 <더 포프스 엑소시스트>는 <레미제라블> 자베르 역의 러셀 크로우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아직 국내 개봉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4위를 차지한 <렌필드>는 국내에서 19일 개봉 예정인 작품으로 배우 니콜라스 홀트가 출연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에어>는 나이키에 관한 영화로 국내에서는 8위를 차지하였지만, 북미에서는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
.
.
씨네픽의 4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심심할 때 보면 좋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추천
안녕하세요, 영소남입니다. 수많은 영화 장르 속에서도 유일하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 장르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누구나 다 즐겨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집에서 볼만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뭐 있을까 생각하다가 요즘 넷플릭스로 영화를 많이 보곤 하니까 오로지 넷플릭스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추천해보자! 하고 시작한 포스팅 글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영화가 없어서 당황했지만 이번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넷플릭스 관련 영화들을 자주 추천하는 글을 작성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할게요!
• 순서는 무작위로 나열하였습니다.
• 여러분이 생각하는 영화가 없을 수 있습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윌러비 가족, 2020
감독/ 크리스 피언 출연/ 윌 포트 등
이기적인 부모 아래, 세상과 동떨어져 살아온 네 아이의 이야기로 부모님에게 버림받은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기발한 생각을 떠올리며 영화가 흘러가는 넷플릭스 오리지날 애니메이션 영화 <윌러비 가족>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로이스 로리의 아동 소설 '무자비한 윌러비 가족'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유명한데요. 이 작품의 가장 큰 신선함은 부모로부터 관심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여서 부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아이들이 스스로 고아가 되어 새로운 부모를 찾아간다는 내용이 현실과는 반대로 다가오는 신선함이 있어서 영화를 더 흥미롭게 지켜 봤던 것 같습니다. 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싶었던 아이들의 여정의 끝은 어디일까요?
 ̄
작은 영웅, 2018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출연/ 오다기리 죠 등
여러분이 생각하는 '용기'란 무엇인가요? 내가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무언가를 해냈을 때?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냈을 때? 하나의 주제로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보면 다 다른 의미로 해석이 될 수 있는 말인데요. 이 작품에선 '용기'라는 주제로 총 3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근데 그림체가 뭔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맞습니다. 바로 <마루 밑 아리에티>와 <추억의 마니>, <메리와 마녀의 꽃> 등 우리가 아는 지브리 영화들의 감독이었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작품인데요. 오랜만에 영화 속에서 지브리 감성과 독특한 일상물을 볼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한 영화였습니다. 정말 간단하고 심심할 때 보기 딱 좋은 영화가 아닐까..!
 ̄
오버 더 문, 2020
감독/ 글렌 킨 출연/ 캐시 앵 등
사실 오늘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는 가장 실망스러웠던 영화에 속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눈여겨볼만 했던 영화 <오버 더 문>입니다. 영화 평들 중에 '디즈니, 픽사가 되고 싶었던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도전'이라는 말이 있는데 충분히 공감할만한 평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영화의 내용은 일찍 하늘나라로 간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페이 페이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로켓 만들기에 성공하면서 예상치 못한 모험을 떠나게 되는 내용을 그린 작품입니다. 정말 특별할 것 하나없는 전개 속에서 가장 큰 빛이 났던 부분은 풍부한 색감과 판타지적인 볼거리들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중국 스토리에 디즈니 픽사 감성을 뿌려 놓았달까요..?
 ̄
넥스트 젠, 2018
감독/ 조 크산더 출연/ 데이빗 크로스 등
"내게 가장 중요한건 너의 기억이야. 그걸 잃었을 땐 나도 아파", <오버 더 문>과 마찬가지로 중국 자본이 들어간 애니메이션 영화이지만 아웃사이더 소녀와 비밀 로봇의 특별한 우정 이야기로 심심할 때 가볍기 보기 좋은 애니메이션 영화이기에 넣어본 <넥스트 젠>이라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웃사이더 소녀와 비밀 로봇이 악당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지만 때로는 스릴 넘치는 모험이 기다리고 있고, 때로는 가슴 아픈 상처가 기다리고 있는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무언가 <빅 히어로>의 내용과 비슷해보이지만 그래도 클리셰 속에 나오는 이 영화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나름 괜찮았습니다.
 ̄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2020
감독/ 사토 준이치 출연/ 시다 미라이 등
순수함이 느껴지는 대사들, 예전에 즐겨 보았던 애니메이션들이 생각나는 OST와 영상미 등으로 영화의 장점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던 영화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입니다. 역시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고양이의 보은>이 떠오르는 줄거리와 시놉시스를 가지고 있지만 메세지에 더 중점적으로 영향이 있는 작품은 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타인의 감정을 생각하기 전에 스스로의 소중함을 먼저 알아야 타인의 감정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생각보다 청소년 기의 우리의 모습을 잘 풀어낸 작품이었으며 서정적인 분위기가 잘 나타내어 있어서 좋았던 영화입니다. 후반 부만 살짝 더 좋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
클라우스, 2019
감독/ 서지오 파블로스 출연/ J.K. 시몬스 등
사실 오늘의 포스팅을 작성한 이유도 바로 이 영화 때문입니다. 겨울에 무조건 봐야하는 크리스마스 애니메이션 영화 <클라우스>인데요. 우리가 아는 그 산타클로스는 어쩌다가 썰매를 타고 아이들을 위해 선물을 나누어주게 되었는지에 대한 산타의 탄생 이야기를 그려 우리의 동심을 되살려주는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나 홀로 집에>가 가장 유력했는데 이 작품을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네요. 그 만큼 작품성도 뛰어나고 교훈과 메세지도 숨겨져 있는 놀라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보시길..!!
 ̄
피노키오, 2021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론 펄먼 등
마지막 작품은 현재 공개된 작품이 아닌 올해 넷플릭스 단독 공개 예정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피노키오>입니다. 현재 공개된 정보로는 <피노키오> 이야기를 재해석 한 이야기로 피노키오가 사람이 된 후에도 여전히 못된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크리스토프 왈츠, 론 펄먼, 틸다 스윈튼, 이완 맥그리거 등 다양한 유명 헐리우드 배우들이 목소리 출연할 예정이라고 하죠. 뭔가 <코렐라인: 비밀의 문>처럼 어두운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이왕 이렇게 된거 진한 어두움이란 무엇이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만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영화가 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
지금까지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6편부터 마지막으로 올해 공개 예정인 <피노키오>까지 총 7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만나보았는데 재미있게 보셨나요? 이 외에도 <너의 계절은>, <니노쿠니> 등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있는데 이 두 작품은 호불호가 너무 갈려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궁금한 작품이 있다면 넷플릭스에서 지금 바로 시청할 수 있으니 참고 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어떤 장르의 넷플릭스 영화를 추천 및 소개 해드릴까요? 행복한 고민이군요..
* 본 콘텐츠는 블로거 영소남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리뷰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다른 선택을 해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의 형상은 언제나 만족스러울까? 지금 내 모습은 다른 갈림길을 택했던 수많은 다른 나와 비교해서 얼마나 괜찮은 삶인가? 마블에서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등장시켰던 것은 향후 전개될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였지만, 다중우주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영화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제목으로는 전개를 가늠하기조차 어렵고 설명은 최소한으로 줄인 영화다. 그렇지만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감정이 너울너울 파도를 친다. 이 상상력의 폭발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끈다.
1. 세탁소
에블린은 남편인 웨이먼드와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는 에블린과 웨이먼드가 세금 처리를 위해 영수증을 들고 직접 국세청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시작했던 세탁소는 다사다난했다. 업장을 운영하며 겪는 사건 사고들은 오전 시간만 하더라도 몇 건씩 발생했다. 세금 처리에 자잘한 실수들도 있었고, 소통을 원활하게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국세청 직원이 깐깐하게 군 것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영화에 드러나진 않지만 이런 과정이 단지 올해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세금 징수는 매년 있는 일이고 올해 무사히 신고를 마치고 나면 내년의 몫이 남아있다. 인생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 세금과 죽음이라고 하지 않던가.
세탁소에 맡겨진 옷은 죽음과 부활의 과정을 거친다. 옷을 맡기고 찾아가는 과정들, 매번 보는 단골의 모습들은 하나같이 반복적이다. 이러한 반복은 지극히 권태롭기도 하지만, 다르게 보면 매 순간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지만 우린 결코 매일매일이 똑같은 하루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시시때때로 무의식에 스며든다. 변화는 의식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사소하고 미세하다. 일상은 감정을 무뎌지게 한다. 가끔은 가족 간의 약속, 기념일, 의미 있고 중요한 대화도 일상에 무너진다. 그러니 가족회의를 소집하는 순간은 대개 정말로 중요한 대화들의 유통기한이 끝난 이후가 된다. 에블린과 조이의 관계도 그랬다. 크고 작은 오해들은 대화로 풀어낼 타이밍을 놓친 채로 일상 속에 숨겨진다.
2. 새해맞이 기념행사
세탁소에서는 새해맞이 기념행사를 연다. 가족끼리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을 초대해 다 같이 편하게 노는 자리다. 맛난 음식도 있고 분위기도 좋다. 올해는 세무처리 때문에 예년처럼 즐겁지만은 않지만 말이다. 매년 맞이하는 새해지만 우린 그 반복되는 순간을 기념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해 다시 1년 전의 그 자리로 돌아오면 우리의 삶도 다시 시작된다. 다시금 생일을 기다리고, 공휴일을 기대하고, 작심하고 3일을 버텨낼 의지를 얻는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이 우리의 일상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한히 지속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 인위적으로 반복되는 주기를 적어두는 것은 철저히 인간을 위한 일이다. 인간은 무한함을 견딜 수 없으니까. 때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어도 남은 삶이 유한하기에 우린 지금 이 날들을 기념해야만 한다.
기념일은 표지판 같은 역할이다. 올해는 얼마나 남았는지 돌아보고 무엇을 해왔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일상 속에 남겨진 날들에 의미를 덧붙이려는 노력은 그간의 과정에 대한 축하인 셈이다. 기념일의 좋은 점은 딱히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해내지 않더라도 날짜가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냥 그 시간에 그때에 있었기 때문에 기념일을 맞는다. 매년 반복되는 삶 속에서 권태에 빠지지 않으려면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히도 1월 1일에는 결심을 불태울 의지 또한 충전된다. 변화를 만들어낼 의지를 사랑하고 긍정해야 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꼭 인간만의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그 방식이 가장 인간다운 것이다.
3. 웨이먼드와 에블린
거대한 악에 맞서기 위한 선함은 물리력이 내포된 수단이 아닌 친절한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때때로 몰라서 지나치게 가혹해질 때가 있으니까. 싸움이 발생하는 와중에 혼란스러워하는 웨이먼드는 간절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외친다. 우리가 더 다정해져야 한다고 간절하게 소리친다. 내내 철없는 것처럼 굴었던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상황을 바꿔낸다. 몇 마디 진솔한 설명과 약간의 호의를 통해 마술처럼 분위기가 바뀐다. 웨이먼드는 특히나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혼란스러울 때는 다정해지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아주 사소한 일상 속의 웃음, 실없는 장난들과 대화. 애정이 만들어내는 관심은 세계를 바꾼다. 다정함에는 그런 힘이 있고 다른 세계의 웨이먼드는 그걸 '전략적 친절함'이라 말한다. 무언가를 무작정 교정하거나 구제하려는 시도보다 애정 어린 관찰과 소통이 해결에 적합할 때가 있다는 이야기다.
조부 투바키는 그런 일순간의 감정을 무상하다고 이야기한다. 전지전능한 위치에서 얻어낸 세계의 진리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주변 어느 것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극심하게 고통받았다. 가장 유능했기 때문에 한계를 넘어서게끔 자극하고 몰아붙였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에블린이 했던 말과 행동은 그녀를 위로한다. 이 세계의 딸이든 다른 세계의 거대한 악당 조부 투파키든. 궁극적인 공허와 허무를 이야기한들 크게 상관없었다.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여기 있고 싶다'는 답이면 충분했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 고속도로로 무작정 달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듯
잔인한 세상
고개를 숙인다. 어이구. 감사합니다. 오늘도 가장 기우는 바쁘다. 열일중인 기우. 가장의 책임감은 그런 것이다. 오늘도 사회생활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이 사회생활은 다른 것과는 좀 다르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장모님 댁에 가는 길인데, 지갑을 잃어버려서요. 혹시 2만 원만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집에 도착하면 바로 이체해 드리겠습니다." 돈을 빌리는 기우. 아니, 사실 기우는 돈을 구걸하고 있다. 지나가는 행인을 유심히 관찰해서 선해 보이는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카카오페이 쓰시죠?"라는 질문은 휴대전화가 안 된다는 말로 넘어간다. 또 "고향이 어디예요?"라고 묻는 질문에는 "마산"이라고 얼렁뚱땅 대답한다. 사기를 칠 거면 똑똑하게 쳐야 한다는 말이 저절로 생각난다. 하지만 기우와 지숙 가족에게 그런 건 없다. 생존은 당장 내일 걸려있는 문제기 때문에. 집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다. 옷은 당연히 없다. 의류수거함에서 아무거나 주워 입을 뿐이다. 당장 받은 2만 원으로 사는 건 컵라면이다. 짜파게티, 신라면, 뭐 그런 것들로 일상을 보내는 기우네 가족. 아내 지숙은 위태로운 일상 속에서 희망 없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눈앞에 있었는데. 영선은 꿈속에서 깨어난 것 같다. "아들! 그 옷 별로야. 엄마가 셔츠 사놨으니까 그거 입고 가." "아냐. 싫어. 나 이거 입고 갈래" "야! 어디가!" 영선은 아들이 떠난 집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분명히 다시 올 것이라고 믿었다. 없구나. 아니었구나.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 해주지 못했던 것이 해준 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렇게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소리 없이 우는 영선. 아들을 기억할 수 있는 돌산에 올라 먼 곳에 시선을 옮긴다. 눈을 감는다. 떠오르는 건 일 생각뿐이다. 가구점으로 출근하는 영선. 영선은 중고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CEO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나서는 영선. 한 휴게소에 도착했다. 어딘가에 앉아서 음식을 주문한다. 갑자기 어느 곳에서 따가운 눈빛이 느껴진다. 뭐지? 음식점 출구 유리문 앞에서 아이들이 눈 빠져라 영선을 구경하고 있었다. 뭐지? 아이들의 눈빛에 마음이 가는 영선.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차 문 앞으로 간다. 어떤 남자가 말을 걸었다. 머리는 길었고 수염도 제멋대로다. "선생님! 제가 사실 지갑을 잃어버려서요. 2만 원만 빌려주시면 집 간 다음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남자의 곁에는 아까 봤던 아이들이 있다. "아빠! 우리 배고파.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아. 쟤들 아무것도 못 먹었구나. 시선이 가는 영선. 남자의 손에 2만 원을 쥐어주고 5만 원까지 줬다. 계좌번호 필요 없어요. 애들 맛있는 거 먹여요. 그렇게 잊고 집으로 가는 차를 탄다. 다음번에 만날 거라고 생각 못 했다. 마음에 담아눴던 응어리를 남자에게 푼 것뿐이니까.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기우와 지숙 가족, 영선은 다시 만난다. 다시 고개를 드는 희망. 채워지지 않던 마음속 구멍에 조금이라도 닿을 것 같은 인연이다. 이 가족(들)의 행방은 어떻게 될까?
좋은 스타트
일단 영화 초반부가 훌륭했다. 기우가 지나가는 행인 아무나 붙잡는다. 근데 머리카락이 아주 길어서 눈앞을 찌른다. 또 의상도 여름에 입는 린넨 셋업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행인의 리액션을 카메라가 보여준다. '이거 뭐야'하는 눈빛. '빨리 드리고 오자'하는 말투까지. 이 가족의 과거 행적이 영화 후반부에 제시되기는 한다. 그런데 영화는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는다. '왜 알바를 안 구하고 저러고 있지?' '어떤 사연이 있어서 저럴까?'의 질문을 굳이 하지 않아도 깔끔한 설정으로 모든 이해를 구한다. 감독의 캐릭터 이해도가 빛난 부분이다.
또 라미란 배우가 맡은 영선 캐릭터도 적지 않은 분량을 줘야 하는 캐릭터다. 초중반부를 넘어서 극을 이끌어야 하는 인물이니 만큼 이 사람의 동기부여를 보여줘야 한다. 잠깐잠깐의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이 인물의 뒷배경을 보여주는 영화. 이 사람의 회한만큼이나 중요한 건 현재의 부부관계가 어떤가?라는 질문이다. 뻔해 보이지만 사실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영화의 개성을 부여한다. 이를 위해 라미란 배우가 연기를 엄-청 잘했다. 어떤 산에서 아들을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라미란 배우는 스크린관을 장악하며 왜 이 사람의 후의 행보가 합리적일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준다. 이 인물 영선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어두운 인물이다. 그동안의 세월 동안 아들을 잃었다는 미안함과 미련을 영화로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하지. 그러면 러닝타임이 한 6개월쯤 될 것이다. 감정적인 깊이가 느껴지는 건 전적으로 이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얼마나 이 감정을 드러낼 것인가? 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 산에서 슬퍼하는 장면, 살짝 어두워 보이는 내면, 중후반부 특정 인물과의 하이라이트 신까지 라미란 배우는 영화의 설득력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과제를 아주 잘 소화했다. 구체적으로 쓰자면, 영화 전체적으로 '굳이..?' 싶은 인물의 행보가 반복된다. 이 부분에 균열이 가면 영화의 전체적인 몰입감이 전부 떨어질 것이다. 이를 먼길로 안 돌아도 각본의 흐름과 연기로 구현한 감독의 똑똑함이 돋보였다.
이 사람이 이 정도였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두 배우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첫 번째는 정일우 배우다. 내 기억 속 정일우 배우는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연기하던 모습이 가장 마지막이다. 이 분이 드라마에서는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유지하며 경력을 이어간 것 같다. 솔직히 윤시윤 배우와 얼굴 헷갈렸다. 그 말은 즉슨 이 배우 얼굴을 오랜만에 봤다는 뜻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느꼈던 점은 앞으로 정일우 배우를 선명하게 기억할 것 같다는 것이다. 정일우 배우는 많은 분들이 좋아할 것 같은 연기를 보여줬다. 이 캐릭터의 특징은 아동학대를 가하는 사기범죄자라는 점과 극에서 보여주는 굉장히 큰 단점이다. 전자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 인물의 사기 행적이 절대 똑똑해서 벌이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그러려면 뭔가 엉성한 행동이나 표정이 돋보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일우 배우는 말투 하나하나 나사 빠진 느낌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부 이 인물의 행보는 이야기 전개에서 핵심 키포인트가 된다. 화려한 연기를 보여주며 이상한 후반부 전개에 기름을 붓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뭔가 마음에 안 들었던 이야기 전개지만 이 배우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조조할인 티켓 값이 충분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김슬기 배우다. 초반부. 이 배우는 말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가장 기우가 이끄는 가족이다. 지숙은 수동적인 입장에서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 게다가 가장 기우는 '어떤 특징'으로 인해 휘청거린다. 남편이 막 나가는 사기꾼이 되고 아이들이 끼니로 라면을 때워도 싫은 말 하나 안 하는 지숙. 이 지숙의 유약함은 초반부에 천천히 보여주다가 중반부가 되고 나서 특정 계기를 통해 변한다. 이 이후부터 세상의 따뜻한 손길에 감회 되며 안에 품고 있었던 단단한 내면을 세상에게 보여준다. 전반부의 연기를 후반부가 반박하는 듯한 퍼포먼스가 필요했다. 이 김슬기 배우는 중반부 이후부터, 소심하면서도 선한 내면으로 깊은 인간이자 어머니로서의 힘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지숙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중요성은 영화의 메시지와도 관련이 있다. 여기서 인물이 관객과 극 중 다른 캐릭터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영화의 몰입감이 떨어질 텐데, 이 배우는 모든 감정적인 비틀기를 설명하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글쓴이는 하이라이트 신에서 소름 돋았다.
넓고 탁 트인 감옥
영화의 중요한 소재 중 하나인 고속도로는 영화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간이다. 고속도로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이다. 당연히 자유롭다. 그런데 공간이 열려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자유를 느낄 리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기우 가족은 이 범주에 속한다. 사실 이 고속도로 휴게소가 마음에 안 들면 딴 데 가면 그만이다. 차비가 없어도 두 다리가 있으니 걸어갈 수 있다. 그렇게 위치를 자주 바꿀 수 있는 인물들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세팅은 인물들에게 갑갑함을 강조한다. '고속도로'에서만 먹고 잘 수 있다는 것이 인물이 처한 입장을 부각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물 내면에 속속들이 박혀있는 심리 묘사가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영선이 뭔가를 먹는데 기우의 아이들이 눈이 빠질 것 같이 쳐다본다. 이런 묘사는 이 인물들이 자유롭기 때문에 더 답답한 게 두드러지는 설정이다.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는 장면이 있다. 또 어떤 장면에는 드넓은 주차장에 텐트 하나 덩그러니 있다. 이런 공간 세팅이 가장 강화되는 부분은 기우 가족이 휴게실 화장실에서 무언가를 하는 장면이다. 이런 고속도로 휴게실이란 설정은 구걸이라는 행동을 묘사하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면까지 묘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공간의 대비는 영선의 가구점으로 치환된다. 영선의 가구점은 당연히 고속도로 휴게실보다 좁다. 또 한 장소에 중고 가구들도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뭔가 촘촘해 보인다. 또한 영선의 가구점의 어떤 공간에서 인물들이 굉장히 중요한 행동을 한다. 이 방도 그렇게 넓어 보이지 않는 곳이다. 그럼 당연히 답답해진다. 그러나 영화에서 고속도로 휴게실이 인물의 처지를 옥죄어오던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는 오히려 캐릭터들의 입장을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소재가 된다. 사람들이 어떤 공간에서 무얼 하는지를 보면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과도 닿아있다. 이런 좁고 넓음의 아이러니는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과도 닿아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혈연만큼이나 정서적인 유대감이 우리가 살면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두 가족의 대비되는 상황이나 이미지가 계속 반복되는데, 영화에서 이를 빼먹지 않고 본다면 쉽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닿지 않을까 하는 글쓴이의 생각이다.
그게 왜 거기서 나와
이렇게 좋은 점도 뚜렷한 영화지만 사실 아쉬운 부분이 더 크다. 일단 기우 캐릭터다. 이 기우 캐릭터는 특정 계기를 지점 찍고 1,2부로 나뉘었을 때, 첫 번째 장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1부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세팅은 좋았다. 겉으로 센 척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대놓고 약한 인물의 대사와 서사로 잘 넘어간다. 중반부가 된다. 이 인물은 캐릭터에게 응당 정해진 섭리를 따라가는 듯하다. 그런데 갑자기 이를 거부한다. 이 거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무리 영화라도 그렇지 좀 너무했다. 핍진성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런 문화예술매체에서, 아무리 가상의 세계라도 수용자가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에 대한 단어다. 이 핍진성이 아예 무너지는 정도였다. 그렇게 인물은 어떤 행동을 여러 장소에서 돌아다니면서 계속한다. 그런데 이를 제지하는 시도 자체가 없다. 영화에서 특정 집단이 무능력하게 묘사되는 건 흔한 클리셰지만 이 정도면 뻔한 정도를 넘어서 단체로 태업하나? 같은 느낌이다. 아니 그렇게 전반부에서 온갖 방식을 보여줬으면서 이런 건 그냥 넘어가면 어떡해?
이 인물의 서사가 영화의 흐름을 깨는 건 후반부에 특히 그렇다. 인물들의 사정이 변하면서 각자 입장을 보여주는 선택을 한다. 여기까지는 굉장히 합리적이다. 또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그렇게 영화가 같은 피만큼 끈끈한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았을 걸 괜히 사족을 붙인다. 영화 형식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신이 있다. 이 신에서 한 인물이 벌이는 모든 행동이 다 이상하다. 그냥 단지 그 이미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영화의 모든 이야기를 깔아뭉갠 것이다. 영화 사건의 인과관계도 어긋난다. 동선도 이상하다. 앞에서 썼던 핍진성의 측면에서도 아예 어긋난다. 영화 전개뿐만 아니라 주제적인 측면인 '유대감'이라는 것과도 잘 안 맞는다. 영화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볼 때 여러 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가지각색으로 갈리는 영화의 역할이지만 분명한 것은 기우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해야 우리 사회에 더 도움이 될까?라는 부분이다. 글쓴이는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생각해봤다. 이 기우 같은 사람이 우리 현대사회에 있을 때, 과연 이 영화의 방식이 합리적일까?를. 캐릭터를 가학적으로 사용한 것과는 다른 문제다. 정일우 배우의 호연으로 더 두드러지지 않았다 뿐이지 굉장히 과한 시선이 돋보였다.
가족의 의미를 되묻다
이 글을 쓰는 글쓴이나 독자분들이나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가 있을 것이다. 글쓴이도 있다. 오늘 특별한 초대장을 받은 것도 그 영향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또 그만큼 이 마음들을 베푸려고 한다. 반대 측면에서도 이를 바라볼 수 있다. 가족에게 굉장히 큰 상처를 받게 되면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특정 인물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게 된다. '영원한 인간관계는 없다'라는 말은 사실 내적으로 모순을 품고 있다. 그 마저도 영원한 명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관계에 대해 영화는 여러 번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가진 상처는 무엇인지. 이 상처가 나의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그 상처가 좀 더 나은 내가 되어 타인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따뜻한 손을 내민다는 것이 이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 약한 사람들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지. 영화는 두 가족을 병치시키며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에 김슬기, 라미란, 정일우, 백현진 네 배우의 뛰어난 호연으로 사람들을 몰입시킨다. 그러나 이 영화가 새롭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올해 개봉한 <브로커>에서도 상현, 동수 캐릭터의 인과응보가 철저했고, 소영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하면서 유사 가족으로서의 유대감을 묘사한 것이 기억에 선명하다. 이 뿐인가? <매그놀리아>의 OST를 차용해서 용서와 회한에 대해 다룬 것도 영리한 선택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브로커>가 과연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보여줬던 클래스를 볼 수 있는가? 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이상한 연기 디렉팅. 몇몇 지나치게 자극적인 대사들, 막내 동생은 영화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 까지 그가 <어느 가족>에서 우리가 봤던 인물 세팅이라고 볼 수 없는 그런 조악함이 영화에서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는 <브로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가학적인 캐릭터 세팅이 아니더라도 영화는 하고자 하는 말을 더 전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후반부를 들어내도 전체적인 흐름에 어떤 지장이 없었다.
-
- ? 18th #JIMFF 박영광 감독님 interview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낮은목소리 의 박영광 감독님 본격 탐구! ?♀️ #하이스트레인저
? JIMFF X HISTRANGER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HISTRANGER가 떴다!
JIMFF 공식 웹 데일리팀이 직접 취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을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한국경쟁 상영작 [낮은 목소리]의 박영광 감독님을
하이스트레인저 웹 데일리 팀이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8월 25일 대개봉!! ??
? 씨네픽쳐(스틸컷 퀴즈) 절찬리 진행중!! ?
? 씨네픽 큐큐(Quote Quiz) 절찬리 진행중!! ?
? 씨네픽 숏-퀴즈 절찬리 진행중!! ?
아이폰 다운로드 https://apps.apple.com/kr/app/%EC%94%...
안드로이드 다운로드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
#씨네픽 매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오픈
-
-
- 영화 <구독좋아요알림설정> 메인 예고편
10년차 듣보 크리에이터
무제한 핏빛 라이브 스트리밍 시작!100만 유투버를 꿈꾸며 장장 10년간 '커트의 세상'에 꾸준히 콘텐츠를 올려온 커트(@KurtsWorld96). 하지만 조회 수는 두 자릿수를 넘긴 이력이 없다. 그렇게 삶의 의미조차 희미해지던 그때, 확실하게 대박을 낼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바로 카풀 서비스를 운전하며 만나는 승객들과 특별한 라이브 소통 콘텐츠를 만드는 것. 지금부터 조회 수 떡상을 향해, 인생을 남김없이 갈아 넣은 욕망과 광기의 스트리밍이 시작된다.
너도 내가 궁금하잖아
살고 싶다면 잊지 말고, <구독좋아요알림설정>
-
- 웨이브 <라 브레아> 공식 예고편
어느 날 LA에 갑자기 생긴 미스터리의 싱크홀 때문에 헤어진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