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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남규2024-05-08 15:30:40

[JIFF 데일리] "피는 물보다 진하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거야> 관람 후기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거야>

 

[JIFF 데일리] "피는 물보다 진하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거야> 관람 후기 




 

제목 :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거야

 

원제 : Humanist Vampire Seeking Consenting Suicidal Person

 

감독 : 아리안 루이세이즈

 

장르 : 멜로/로멘스, 코미디, 공포, 판타지

 

러닝타임 : 92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출연진 : 사라 몽페티, 펠릭스 안토인 베나르, 소피 카디예 등

 

시놉시스 : 인간을 죽이고 싶지 않은 마음 약한 뱀파이어 소녀사샤사는 게 별로 재미없는 외톨이 소년좋은 일엔 기꺼이 죽을 수 있는은 흔쾌히사샤의 일용할 양식이 되기로 한다. 막상 죽이려니 미안한사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 주기로 하는데...

 

 



 

25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하기 앞서 보고 싶은 영화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긴 제목의 이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심지어 뱀파이어라는 소재와 창의적인 휴머니스트라는 이질적인 두 가치관의 만남이 직관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개막작을 포함해 내가 신청한 16개의 영화 중에서 가장 큰 기대를 주었다고도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동안의 피곤함을 죽여버릴(?) 정도로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비슷한 소재로 렛미인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관람해도 즐거울 순한맛 렛미인이었죠. 의외로 5, 가정의 달인 지금 가장 가정 친화적인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판타지, 가상의 세상, 호러 등 국내 웹툰, 영화, 문화계에는 이미 넘쳐 흐를 정도로 많은 창작물이 넘쳐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국내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괜찮습니다. 어딘가 익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지만, 호불호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귀엽게 다가오는 영화도 있습니다. 오히려 파묘라는 오컬트 영화가 불러온 높은 파도에 몸을 싣고 관람하기 딱 좋은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비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살점과 피를 탐하는 뱀파이어가 주인공인데 갑자기 비건을 언급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 샤샤는 어릴 적 자신의 생일 파티에 찾아온 광대를 잡아먹는 가족의 모습을 보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갖습니다. 70년이 지난 시점에도 샤샤는 인간을 잡아먹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죠. 사람이 육류를 단절하는 이유 중 하나인 무차별적인 도축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인간의 피를 마셔야만 살 수 있는 샤샤에게 있어서 인간 사냥을 못하는 것은 미래 생존과 직결합니다. 부모님은 점점 나이를 드시고, 점점 자립해야만 하는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죠. 이 지점에서 본 작품은 미시적인 관점, ‘사춘기와 성장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성인이 되기 직전, 혼란스러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영화는 이라는 인간 소년을 등장시킵니다. 극심한 우울증에 자살까지 고민하는 폴은 우연한 계기로 뱀파이어 샤샤를 만납니다. 둘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신체적인 변화, 자기 삶에 대한 비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오지 않던 송곳니가 자라기 시작함과 동시에 인간의 피에 대한 갈망이 점점 더 커지는 샤샤는 절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념과 삶의 대치로 힘들어합니다. 영화 중간에 이런 대사가 샤샤의 내적 상황을 시사하죠. “내가 살아 있으면 나쁜 짓을 저질러야 해요. 하지만 전 그러기 정말 싫어요.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아요본능과 마음의 갈등은 폴도 마찬가지입니다. 폴은 누군가에게 화를 낸 적이 없을 것이 분명한 소극적인 소년입니다. 그의 성격과 소심한 말투 때문에 이미 학교와 아르바이트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죠.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감정의 표현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 폴은 오히려 극단적인 선택을 매번 생각합니다. 그저 평범하게 조용히 살아가고 싶은, 꿈도 명예도 소원도 없는 폴에게는 삶 자체가 무거운 족쇄이자 탈출구 없는 미로이죠. 이렇게 영화는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 소년의 흔들리기 쉬운 심리 상태를 명확하게 표현합니다.

 

 



 

가장 처음부터 본 작품은 이번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영화라고 소개했습니다. 피는 마시지만 인간을 죽이고 싶지 않은 소녀 뱀파이어 샤샤를 가족은 아빠를 제외하고 전부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샤샤의 아빠는 자기 딸에게 정신적인 충격과 두려움을 주고 싶지 않아 합니다. 하지만 샤샤는 든든한 아빠의 지원도 시간이 흐르며 늘어나는 주름에 버거워합니다. 또 샤샤와 반대로 성인 남성 두 명은 거뜬하게 해치우는 전형적인 괴물인 사촌은 가정 내 샤샤의 존재감을 더더욱 줄여버리죠. 이 대목에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가족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특히 막내라면 더 많은 공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완성형 상태인 가정에 찾아온 마지막 자식은 알 수 없는 소외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거기다 샤샤처럼 남들과 달리 평범하지 않은 특성이 있다면 기시감은 깊어질 겁니다. 영화를 자세히 바라보시면 재밌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샤샤의 어두운 상황과 달리 가족은 절대 그녀를 버리거나 외톨이로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계속해서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거나 용기를 돋우기 위한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설령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하거나 잔인한 행동을 가족에게 일으켜도 그녀의 곁은 떠나지 않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하죠? 인간을 죽이지 못하는 샤샤에게 있어서 피를 공급하고 걱정해 주는 것은 다른 이도 아니고 바로 가족이었죠.

 

 

 

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시선은 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폴은 어머니 홀로 키우고 있는 아들이었죠. 심지어 전형적인 미국 드라마 속 비운의 어머니처럼 병원에서 간호사로 늦게까지 일하는 시간이 많은 분이죠. 폴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에 앞서 엄마에게 전하는 편지를 정성을 다해 써놓으며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부모의 존재 여부를 떠나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응원해주고 어떤 결정도 지지해주는 투닥거리기 일수인 것이 가족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제 제가 왜 이 영화를 5월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영화라고 설명하는지 이해가 가실까요?

 

 



 

영화 초반 생일 선물로 피아노를 선물 받은 샤샤는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았음에도 뛰어난 실력을 선보입니다. 샤샤는 천성적으로 음악의 재능을 갖고 있는 것이죠. 폴은 어릴 때부터 돌 수집을 좋아하는 소년이었습니다. 돌의 종류를 유창하게 설명하는 부분에서 그의 열정을 느꼈죠. 이처럼 영화는 계속해서 선천적인 재능과 흥미에 대해 집중해서 설명합니다. 비견 샤샤와 폴뿐만 아니라, 주요 등장인물의 행동과 성격을 살펴보면 그들만의 특징을 갖고 있죠. 누군가는 머리가 길며 힘이 세기도, 어떤 이는 어려서 부터 광고 모델로 발탁할 만큼 외모가 아름답기도 하죠. 영화가 귀엽게 느껴진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능이란 바구니에서 무엇을 꺼낼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이 얼마나 작고 연약한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인간을 죽이지 못하는 뱀파이어에게 피아노 치는 능력은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돌 수집은 10대에게는 흥미롭거나 인기 많은 취미 생활은 아니죠.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진심을 다하는 건 좋다고 영화는 설명합니다. 나아가 폴과 샤샤가 함께 평상시 이루지 못한 상상 속 행태를 하나하나 직접 실현하며 재능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야기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송곳니가 나오지 않는 샤샤와 따돌림 당하는 소심쟁이 폴이 어떻게 두번째 재능, 성장을 하는지는 상영관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추천합니다.

 

 

 

작품 속 뱀파이어에게는 몇 가지 규칙이 존재합니다. 피를 제외하고 인간의 음식을 먹으면 죽는다는 것. 햇빛을 맞으면 쪼그라들고, 십자가나 교회와 관련된 물건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것. 마지막으로 물려도 죽지 않으면 뱀파이어로 부활한다는 것입니다. 영화 내내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감성이 흘러 넘칩니다. 그런 와중에 부활에 대한 시선은 죽음이 필연적이라고 설명합니다. 뱀파이어에게 한 번 이상 물린 후 죽지 않으면 평생 햇볕에 나갈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반대로 물리고 끝까지 피를 흘리거나 빼앗기면 죽는 것이죠. 여하튼 피를 흘려야만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것, 그것은 인간인 우리 모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혈액 색깔이 눈에 보이기 쉬운 붉은색인 이유는 철분과 적혈구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지개의 가장 처음 색깔과 동일해지고 싶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경고이자 생명에 대한 경이로운 갈망일까요? 영화는 샤샤의 배고픔과 생명의 존중에 대한 근원적이며 종교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는 것이죠.

 

 



 

결국 폴과 샤샤는 자신들만의 선택과 결정을 내립니다. 그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바보 같은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며 제가 청소년기 시절 느끼고 체험했던 일들을 다시 돌아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억척스럽거나 그걸 왜 그렇게 하는지 의문인 결정도 많았습니다. 허술한 선택이나 취향은 실수를 만들거나 오해를 일으키기도 했죠. 때론 샤샤와 폴처럼 선택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며 후회하거나 두려워하기도 했습니다. 좀 더 나은 미래, 좀 더 일반적인 정답이 존재했으니까요. 그럼에도 샤샤와 폴은 누군가 설명해 주는 이질적인 삶을 살려고 하지 않습니다. 제목 그대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존재가 되고자 방황합니다. 저 자신이 내린 무수히 많은 결정은 지금 전주에서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존재가 되는 멀고도 가까운 길이었습니다. 영화는 어둡지만 결코 혼자서 그 길을 걷지 않는다고 말해줍니다. 뱀파이어처럼 낮에는 밖을 나가지 않고, 외톨이처럼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이 두려운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양선생의 영화 리뷰 [링크]

 

 

 

작성자 . 양남규

출처 . 씨네랩, 네이버 영화 포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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