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08 17:27:03
[JIFF 데일리] 물망초의 꽃말을 아세요?
<메이저 톤으로>

메이저 톤으로(The Major Tones)
잉그리드 포크로펙
Argentina, Spain | 2023 | 102min | DCP | Color | Fiction | Asian Premiere
겨울 방학의 어느 날, 열네 살의 아나는 어릴 적 사고로 팔에 이식한 금속판이 모스 부호로 된 이상한 메시지를 수신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나를 잊지 마세요.
Don’t forget me.
이름부터 잊지 말아달라는 하늘색 꽃, 물망초(勿忘草)의 꽃말이다.

‘방 천장의 별을 따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열네 살의 소녀, 야나. ‘엄마’가 끼어들 공간은 없어 보일 정도로 유달리 화목해 보이는 부녀 사이는 오늘도 “이상 전선 무”인 듯싶다. 어딘가로부터 수신한 소리를 그대로 내뱉는 주인공과 그 소리를 악보로 받아적는 친구 사이에도 불완전함은 느껴지지 않고, 소녀의 인생은 굴곡 없이 잘 흘러갈 듯하다.
이윽고, 주인공 야나의 팔에 난 큰 흉터가 ‘그렇지 않아’라고 “뚠-뚠” 소리치며 이 빈틈없는 공간에 균열을 내버린다.

어릴 적 사고로 팔에 이식한 금속판에서 모스부호일 수도, 노래일 수도 있는 신호를 수신한다는 이 판타지 영화롤 보는 내내 최근 개봉한 한국의 성장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같은 듯 다른 두 작품은 소녀와 모스부호라는 공통 소재를 전자는 한국의 ‘입시’를 통해, 후자는 사회적 이슈를 통해 풀어낸다.
잉그리드 포크로펙 감독은 GV에서 아르헨티나의 현실에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전통 판타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며, 동시에 한 여자아이의 성장 서사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이는 ‘야나’가 뛰어다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 안팎과 특히 열두 시가 넘은 야심한 밤에 ‘야나’에게 ‘시 경계는 건너지 않으니 내려서 걸어가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택시 기사의 말을 통해 매우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씁쓸한 현실 속 담담한 ‘야나’의 모습에서 어딘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는 <메이저 톤으로>는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기억하면서도 그 기억에 침몰되지 않고 간직하며 살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아간다.
그리고, 영화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대상을 거머쥐며 ‘잉그리드 포크로펙’ 감독이 있는 아르헨티나 영화계 역시 희망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5 BULL.T
9 Windmill
등 모스부호를 통해 알아낸 단어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의 끝은 영화가 아닌 ‘엔딩크레딧’에 있으니, 만약 이 작품이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면,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상영관 내에 불이 켜지더라도 자리를 지키고 엔딩크레딧 속 꽃말까지 감상하길 바란다.
국제경쟁 - <메이저 톤으로> -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스케쥴
2024.05.03(금) 17:00 | CGV전주고사 7관 (244) *GV
2024.05.06(월) 13:30 | CGV전주고사 7관 (527) *GV
2024.05.10(금) 13:30 | CGV전주고사 7관 (922)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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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사소한 것들 (2024)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 이처럼 사소한 것들 (2024)
감독: 팀 밀란츠
출연: 킬리언 머피, 에밀리 왓슨 등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98분
국가: 아일랜드
개봉일: 2024.12.11
빌 펄롱(킬리언 머피)은 석탄 사업을 운영하며 다섯 딸과 아내를 착실하게 부양하고, 직원들과 이웃에게 친절을 베풀 줄 아는 따뜻한 아버지이자, 남편, 이른바 좋은 어른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면, 가족들을 마주하기 전에 석탄을 나르느라 새카매진 손을 깨끗하게 씻는 세심함을 가졌고, 직원들의 식사를 풍족하게 챙겨주거나 길가에서 만난 이웃집 어린 학생에게 잔돈을 나눠줄 정도로 사려가 깊어 주변으로부터 잔걱정을 사기도 한다.
화목한 가정 속에서, 보통의 중산층 가정처럼 적당히 살림살이나 걱정하며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을 줄 알았던 빌. 하지만 현실의 비참함을 나타내는 듯한 장면들을 몇 차례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서, 그는 급격히 말수가 줄어들고 어딘가 불편해하는 듯한 모습을 계속 비친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수녀원에 들어가던 소녀, 추위에 떨며 음식을 찾아다니는 얇은 옷차림의 어린 남자 아이, 술 주정뱅이 부친으로부터 학대를 받는 딸 아이의 친구. 자꾸만 안타까운 순간들이 눈에 밟히고, 이는 새벽 같이 깨어난 그의 눈앞에 선연한 잔상으로 나타난다.
말 없이 사색에 잠긴 그가 회상하는 장면들은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이다. 빌의 어머니는 부유한 윌슨 부인의 집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미혼모였고, 윌슨 부인은 빌을 가족처럼 보살폈다. 어디까지나 주인댁에 얹혀사는 입장이었기에 어린 빌의 표정과 행동거지가 편안해 보이진 않았지만, 윌슨 부인도, 어머니와 함께 집안의 일을 돕던 하인 네드 아저씨도 어린 그에게 따뜻함을 베풀었다. 그의 어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나왔으나 아내인 아일린이 그에게 어려움을 모르고 살지 않았느냐고 언급한 것을 보면, 윌슨 부인은 빌이 성인이 될 때까지 그를 돌봐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빌이 이따금씩 어머니가 살아 계셨던 시점의 먼 과거를 떠올리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빌은 그때 그 수녀원에서 석탄 배달을 하던 중 눈물로 고통을 호소하는 소녀, 세라를 만난다. 임신한 몸으로 석탄 창고에 갇혀 있던 세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눈물이 맺힌 눈동자에는 고통 어린 진실이 숨어있는 듯했다. 세라를 데리고 수녀들을 찾아가 수녀원 구석구석을 둘러보게 된 빌은 오랜 시간 마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수녀원에 감춰진 이면을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엔딩에서 막달레나 세탁소로 밝혀진 이곳은 미혼모, 성매매 여성, 성폭행 피해자 등 성적 윤리에 어긋난 여성들을 데려와 강제 노동을 시키는 곳이었다. 감옥과도 같은 공간에 갇힌 채 바닥을 닦고, 세탁을 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노동에 동원되고 있는 수많은 소녀들.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어떠한 기쁨도, 행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녀원의 원장은 빌로 인해 이곳의 어두운 비밀이 밖으로 새어나갈까 걱정했다. 원장은 빌을 따뜻한 집무실로 안내해 극진히 대접하는 것은 물론, 세라에게 친절을 베풀 것이라는 행동들을 의도적으로 전시한다. 그리고는 크리스마스 편지와 함께 현금을 두둑이 챙겨주며 그에게 침묵을 암묵적으로 강요한다. 원장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었던 빌은 못 이기는 척 선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빌은 가난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풍족한 생활과도 거리가 먼 중산층의 가장이며, 그에게는 먹여 살려야 할 식구가 여섯이나 있다. 수녀원과 척을 졌다가는 학교를 다니는 딸들에게 피해가 갈 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마을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그의 사업 운영 역시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그의 아내와 가까운 지인들도 때로는 모르는 척 넘어가야 하는 일이 있다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빌을 타이른다. 하지만, 빌은 여전히 그 소녀를 구하고 싶다는 미련을 놓지 못한다.
빌은 자신의 손을 붙잡고 애원하던 소녀에게서 어머니를 떠올린다. (공교롭게도 어머니의 이름 또한 세라다.) 그의 어머니 또한 미혼모였고, 윌슨 부인 같은 선량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가족에게 버림 받은 채 이런 곳에서 강제 노동의 피해를 당할 수도 있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추위에 온몸을 부르르 떨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자신을 향해 구출을 빌었던 세라가 그의 어머니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빌은 더욱 소녀를 외면할 수 없었다. 타인이 내밀어 준 사소한 손길 덕분에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던 그이기에, 자신이 세라에게 베풀 수 있는 행위가 가진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빌은 소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건네기로 결심한다. 모두가 그녀의 고통을 외면했지만, 그만큼은 윌슨 부인과 네드 아저씨가 자신에게 그러했듯, 사소한 선의를 전해보기로 한다. 훗날 갈등을 불러올지도 모를 행동으로 인해 본인 앞에 힘든 나날들이 이어진다 할지라도, 그 작은 손길이 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 바꿔줄 수 있을 정도로 큰 힘을 갖고 있다는 걸 몸소 겪어 보았기에 현실 속 어른들의 사정은 뒷일로 미루기로 한다. 고통 속에 파묻힌 한 아이에게 빛이 들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면, 그 용기는 분명 가치있는 것일 테니까.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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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적절하고 선을 잘 탄 가족 영화 《담보》
작년 추석 무렵 제주도에서 봤던 영화 《담보》. ‘바퀴 달린 집’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김희원과 성동일이 하지원이랑 굉장히 친한 모습이어서 이 조합을 무엇일까 궁금했었는데 바로 영화 《담보》를 같이 찍으면서 친해진 것 같았다. 영화 《담보》는 추석과 같은 명절에 가족끼리 보기 좋았던 작품이었다.
영화 《담보》 시놉시스
1993년 인천, 거칠고 까칠한 사채업자 두석과 종배는 떼인 돈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를 담보로 맡게 된다. “담보가 무슨 뜻이에요?” 뜻도 모른 채 담보가 된 승이와 승이 엄마의 사정으로 아이의 입양까지 책임지게 된 두석과 종배. 하지만 부잣집으로 간 줄 알았던 승이가 엉뚱한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승이를 데려와 돌보게 된다.
예고 없이 찾아온 아이에게 인생을 담보 잡힌 두석과 종배. 빚 때문에 아저씨들에게 맡겨진 담보 승이. 두석, 종배, 승이 세 사람은 어느덧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 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알고 있었지만 눈물나는 스토리
영화를 보기 전부터 모든 스토리가 예상이 갔던 영화 《담보》.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에 크게 감동을 받지 못하지 않을까 우려를 하면서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영화 《담보》는 굉장히 선을 잘 탄 작품이었다.
이러한 신파가 많다는 것을 감독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뭔가 한 번에 일이 착착착 진행되기 보다는 한 두 번은 관계가 엇갈리게 배치하면서 적당한 긴장감을 보여주면서도 관객이 영화 속에서 바라는 감동포인트는 지켜주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중반 이후부터는 정말 눈물 주르륵 흘리면서 봤다. 전형적이긴 했지만 그 전형적인 것을 지루함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감동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스럽게 작품을 감상하고 나올 수 있었다.
김희원의 감초연기
하지원과 성동일이 영화 속에서 감동을 담당하는 역할이었다면 재미를 담당하는 역할은 김희원이었다. 극 중에서 같은 군대에서 복무를 하다가 제대한 성동일과 김희원.
약간 철없고 눈치없는 아이같은 김희원이 성동일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마다 내뱉은 뒷담화 같은 욕에 중독되어서 김희원이 클로즈업되거나 원샷을 받을 때마다 저 입에서 또 어떤 혼잣말이 나올까 내심 기대가 됐다.
그럴 때마다 찰진 욕과 상사에 대한 분노가 함께 표현됐지만 성동일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깨갱하며 다시 쭈굴 모드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가 가지고 있는 비굴함을 재밌게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추석영화
영화 《담보》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참 약아빠진 영화다.’였다. 신파라는 장르에 대해 굉장히 인색한 사람들 마저도 가족이 모이는 추석날이 되면 가족과 함께 다같이 가족극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주 그 시기를 적절하게 추석연휴로 개봉일자를 잡으시고, 내용도 남남이었던 세 사람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간의 정을 영화로 극대화를 시켜주시고~ 정말 타이밍 하나는 끝내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결론은 추천하는 작품이다. 물론 어디서나 한번씩 다 봤던 내용이지만 가족이 다 모였을 때 가족애를 더 강하게 느끼고 싶다면 영화 《담보》를 같이 보면서 함께 울고 재밌게 감상하는 방법도 좋을 듯 싶다.
너무나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내용으로 찾아온 아주 적절한 가족 신파 영화 《담보》. 신파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만족하고 충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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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사과의 무게
[SICFF] 사과의 무게
영화 <라스는 웃음버튼> 리뷰
감독] 에이릭 새터 스토르달
시놉시스] 11살 아만다는 새로 전학 온 다운증후군이 있는 라스를 특별히 돌봐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놀랍게도 아만다는 라스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지만, 친구들 사이에 속하기 위해 라스를 배신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아만다는 라스와 다른 친구들까지 모두 잃게 된다. 용서 받기 위해, 아만다는 용기내어 자신을 드러내고 진정한 자신이 되어야 한다
#스포일러 유의#
그의 시각으로 세상을 함께 바라보는 것
영화 라는 웃음버튼에서 아만다는 새로운 학기를 맞이해 고학년으로써 신입생과 짝꿍이 될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선생님으로부터 색다른 제안을 받는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라스라는 친구가 전학을 오는데 아만가가 짝꿍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처음에 아만다는 이 상황을 탐탁지 않아 한다. 또래 집단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이 시점에서 자신과 조금은 다른 라스가 자신의 짝꿍이 되었을 때 자신에게 벌어질 미래의 일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들 앞에서 라스의 짝꿍을 아만다라고 소개하며 아만다와 라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해리포터를 좋아하니 친해지기 쉬울 것 같다고 말해준다. 그렇게 서로 짝꿍이 된 라스와 아만다. 아만다는 라스에게 곁을 내주려 하지 않지만 라스는 천천히 아만다에게 다가간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집에서 같이 놀자며 집을 초대를 하고, 그곳에 라스의 아빠와 라스의 행복한 마법 놀이를 보며 아만다도 그들과 함께 즐겁게 어울리기 시작한다.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어버린 라스와 아만다. 아만다는 라스에게 마음의 문을 열면서 라스의 언어인 마법언어로 라스와 소통을 시작했고, 라스의 세계에서 라스의 시각으로 그와 함께 놀이를 시작한다. 영화 라스는 웃음버튼은 아만다와 라스가 친해지는 이 모습을 통해 우리가 누군가와 친해질 때 각자의 세계가 융합되어감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사과의 무게
서로에게 편안하고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존재가 된 라스와 아만다. 하지만 라스는 자신의 마법 언어를 학교에서도 사용하길 바랐고, 아만다와 이 과정에서 조금씩 부딪히게 된다. 아만다의 입장에서는 마법 언어가 학생들의 놀림을 받을 것이라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이 난 라스는 춤을 추다가 마법언어를 외쳐버리고, 흥분한 라스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만다는 어쩔 수 없이 자신 역시 마법언어를 쓰고 만다. 그래서 모두의 웃을 사버리게 되고, 이 보든 상황이 영상으로 녹화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완지라는 폐쇄형 블로그에 그동안 라스의 모습을 올리고 있었다. 사이버불링이 시작된 것이다. 아만다는 이를 알게 되자 선생님에게 말을 하겟다며 당장 그 블로그를 없애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들은 라스와 함께 노는 아만다의 사진과 영상을 게시하겟다며 협박을 한다. 또래집단으로부터의 배척이 무서웠던 아만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진과 영상을 그들에게 넘기게 되고, 결국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이 찍은 라스의 웃긴 사진이 공개되며 라스에게도, 학교의 모든 이들에게도 실망을 안기게 된다.
완전히 혼자가 되어버린 아만다. 그녀는 오랜시간 라스에게 전화도 하고, 집에도 직접 착아가지만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진심을 전할 방법은 라스의 언어로 라스의 방식대로 그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것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위해 일단 아만다의 오랜 친구들에게 찾아가 그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연극을 준비하고, 성탄제에서 라스가 만든 마법의 언어로 된 공연을 하면서 라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얼마나 진심 어린 사과가 중요한지 잘 보여주고 잇었다. 그저 말 뿐인 ‘미안해’가 아닌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그 표현의 방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잘못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무게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기에 사과의 무게를 알려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영화 라스는 웃음버튼은 어린 아만다의 진심어린 사과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고, 되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뻔뻔함에 부끄러운음 느끼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상영시간표>
2024. 9. 5. (목) 19:00 롯데시네마 은평 1관
2024. 9. 8. (일) 14:00 롯데시네마 은평 6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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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함과 익숙함으로 똘똘 뭉친 로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집, 회사, 집, 회사만 오가는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 그는 과자밖에 모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세상에서 가장 어려워한다. 어느 날, 염치없는 형 ‘석호’(차인표)의 부탁으로 대출 보증을 서 주기 위해 캐피탈사를 찾은 치호 앞에 세상 밝고 직진밖에 모르는 '일영'(김희선)이 나타난다.
밥친구를 핑계 삼아 매일 같이 일영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에 눈을 뜨기 시작한 치호.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 치는 형, 형의 도박 친구인 ‘은숙’(한선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제과회사 사장 ‘병훈’(진선규)도 치호의 삶에 끼어들기 시작하고, 쳇바퀴 같던 치호의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휩싸인다.
화려한 이름값과 흥미로운 결과물
23년 여름 시장의 마지막 주자인 <달짝지근해: 7510>(이하 <달짝지근해>)는 근래 극장에서 보기 힘든 로맨티 코미디다. 이 로코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은 역시나 이름값이다.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기 영역을 구축한 배우들이 한 데 모였다. 제작진도 화려하다. <완득이>, <증인>의 이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각본은 <스물>,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드림>의 이병헌 감독이 담당했다.
사실 배우와 제작진의 명성에 비해 <달짝지근해>의 완성도는 실망스럽다. 상업 영화, 팝콘 무비의 본분에는 충실하다. 가볍게 즐기기 충분한 영화인 것도 맞다. 다만 코미디는 올드하고, 로맨스는 익숙하다. <비공식작전>처럼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를 똑같이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전체 스토리를 풀어낼 때 완급조절도 부족하다. 즉, 이름값에 기대할 수 있는 신선함이나 새로움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달짝지근해>의 결과물은 아쉬움보다는 흥미를 유발한다. 조금만 뜯어봐도 정확히 의도한 타깃이 있고, 철저히 계획대로 만든 영화라는 티가 곳곳에서 나기 때문. 동시에 한 가지 의문도 같이 불러일으킨다. <달짝지근해>와 같은 접근법은 부진한 한국 영화를 회생시킬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요'다.
익숙한 코미디
<달짝지근해>는 웃긴 영화다. 코미디로서 강점이 확실하다. 곳곳에 포진한 아재 개그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뻔뻔하다. 슬랩스틱은 나름 효과적이다. 정우성과 같은 카메오가 출연하는 장면에서는 유머의 타율이 순간적으로 더 높아진다. 치호의 캐릭터도 아슬아슬하게 이용한다. 공개 코미디 프로에서 동네 바보 캐릭터를 활용하듯이 치호의 유치하면서도 순수한 면모를 웃음으로 바꿔낸다.
앞에서 웃기고 뒤에서 울리라는 기본 공식도 착실히 따른다. 웃음을 눈물로 전환하는 방식은 올드하다. 주인공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씩 있다. 그런데 그 사연이 전부 가족과 관련돼 있다. 교통사고로 엄마가 죽거나, 남편에게 버림받거나, 부모에게 버려지거나, 아빠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 이들은 즉각적으로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 낸다. 달리 말해 지극히 한국적인 코미디다.
배우들의 이미지도 코미디의 재료로 활용한다. 각 배우의 이미지에 맞는 임무를 제각기 맡긴다. 유해진의 코믹 생활 연기는 지나가는 행인과 말다툼하는 장면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김희선은 흥 많고 오지랖 넓은 엄마 역할에 안성맞춤이다. 철저히 도구적으로 활용되는 조연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차인표의 어딘가 모자란 조폭 연기, 한선화의 푼수 연기는 분위기를 띄우는데 딱이다.
의도한 올드함
이토록 익숙하고, 올드하고, 공식에 들어맞는 코미디는 일견 의아하다. 이한 감독, 이병헌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생각해 보면 너무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 철저히 레트로 감성을 의도한 소품과 아이디어 때문에 더 의심스럽다. 옛날 차나 통닭 장수 같은 옛날 사람들이 나오고, 스마트폰과 SNS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듯한 사랑의 세레나데 장면은 그 정수다.
하지만 몇몇 대목에서는 독특한 시도도 엿보인다. 이병헌 감독의 스타일이라는 게 보일 정도로 클리셰를 비트는 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넘어지는 여성을 남성이 받쳐주는 대신 몸을 피한다거나, 기절한 여성을 병원에 데려다주다가 자기도 같이 쓰러지는 식으로. 전체적인 틀을 바꾸는 대신 익숙한 프레임을 유지하되 세부적인 내용만 살짝 손보려는 지점이다.
이병헌만의 말맛도 살아있다. 약국에서 치호와 약사(염혜란)가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장면, 치호네 회사 회의 시간에서는 특유의 센스 있는 대사를 맛볼 수 있다. 치호의 형인 석호가 일영을 만나서 으름장 놓는 대목도 뻔한 대사를 어떻게든 피하려는 의지로 가득하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찾기 어려운 극장 상황과 이병헌의 이전 각본을 함께 고려하면, 한 가지 합리적인 추정을 할 수 있다. 이 올드한 코미디는 철저히 의도된 결과물이라는 것. <극한직업>의 대성공과 <멜로가 체질>의 상업적 실패 이후, 안정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 일례로 <드림> 역시 선 웃음, 후 감동이라는 공식에 충실했다. 즉, <달짝지근해>는 과거의 향수를 시대에 맞게 살려내려는 도전인 셈이다.
로맨스마저 올드하다
그런데 <달짝지근해>는 도전의 목적지를 잘못 정한 듯하다. 코미디뿐만 아니라 로맨스 파트에서도 비슷한 연출 스타일을 유지한 선택이 역효과를 낸다. 이는 <드림>과 유사한 문제다. 초중반부에 코미디를 잘 쌓아 올리다가 후반부에 급작스러운 감동 코드로 분위기를 깨버린다. 그 결과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하려는 시도는 무위에 그친다.
로맨스 파트는 정석대로 흘러간다.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고, 썸으로 발전하고, 연애를 시작하지만 외부 사정이 겹쳐서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진심이 전해지면서 재결합에 성공하고, 행복한 연애를 이어간다. <달짝지근해>의 문제는 진심을 확인하는 클라이맥스에 있다. 과자 전문가로 100분 토론에 나간 치호. 사회자는 그에게 주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그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대신 생방송에서 일영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물론 영화는 그다음 장면에서 여러 변주를 준다. 옛날 방식을 어떻게든 센스 있게 포장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다. 급하게 생방송을 끊은 PD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일영은 공개 고백을 한 발짝 늦게 접하고, 일영과 치호가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도 클리셰를 살짝 비틀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는 못한다. 공개 고백이 극 중 몇 안 되는 진중한 장면이다 보니 사족처럼 느껴지기 때문.
완급조절에 실패하다
이에 더해 공개 고백 장면은 은은하게 녹아 있던 따뜻한 메시지를 갑자기 수면 위로 끄집어내기도 한다. 이한 감독은 <달짝지근해>를 통해 “사람은 알고 보면 누구나 다 비슷하고, 또 동시에 모두가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달짝지근해>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 간의 로맨스를 보여준다. 어릴 적 교통사고를 당한 치호는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인처럼 묘사된다. 영일은 미혼모라서 어려움을 겪는다. 직장 상사가 집적 거리기도 하고, 혼자서 딸을 키우느라 힘겨워한다. 이때 영화는 치호를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순수한 사람으로, 영일을 쉽거나 문란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여성이자 엄마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로맨스를 통해서.
이러한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아서 문제다. 영일이 술자리나 다른 장소에서 모욕당하고, 치호가 주변인에게 살짝 무시당하는 장면에서나 언뜻 느껴질 정도다. 그러니 치호가 카메라에 대고 사람 한 명 한 명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하고 영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급작스럽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코미디에만 열중하다가 뒤늦게 로맨스 파트를 챙기려는 형국이다. 후반 추가 시간, 장신 공격수를 넣고 롱볼만 노리는 축구경기처럼. 이는 영화가 '착하다'는 인상을 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세련되지는 않은 이유다.
과연 이게 최선일까
사실 <달짝지근해>의 성적은 준수하다. 아직 손익분기점(165만 명)을 넘을 거라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일일 박스오피스 3위는 놓치지 않고 있다. 무거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오펜하이머>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틈새를 노린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달짝지근해>의 흥행은 한국 영화계의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손익 분기점은커녕 관객수 100만 명도 넘기기 어렵다 보니 익숙한 맛에 새로운 양념을 살짝 더해서 생존을 도모하는 전략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여름 영화 시장을 기점으로 레트로, 올드함이 한국 영화계의 돌파구가 됐다. 당장 <밀수>가 70년대 레트로 감성을 내세워 여름 시장 승자가 됐듯이.
다만 이 트렌드가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관객의 니즈 변화는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감지됐기 때문. 2019년에 흥행한 작품만 봐도 전통적이 흥행 공식을 따른 작품은 많지 않다. 외려 뭔가 하나 독특한 면이 있는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알라딘>, <기생충>, <엑시트>, <극한직업>처럼. 올해 <범죄도시 3>나 <엘리멘탈>도 마찬가지다. 중독적인 음악, 파격적인 스토리, 경쾌한 액션, 우직한 코미디처럼 뭐라도 특이점이 있는 영화에 관객은 반응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달짝지근해>의 접근법은 우려스럽다. 전략이 지나치게 근시안적이지 않나 싶다.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아직 변할 생각이 없다는 신호로 읽힐 여지가 다분하다. 즉, 익숙함을 유지하되 약간의 변주만 주겠다는 의도가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올드함이나 이름값에 비해 부족한 완성도보다. 설령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해도.
Poor 형편없음
영화의 완성도보다 걱정되는 의도와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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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욕심은 너구리를 인간으로 만든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도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총감독은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맡았고, 기획을 미야자키 하야오가 맡았다. 이 감독은 <추억은 방울방울>, <반딧불이의 묘> 등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굵직굵직한 작품을 디렉팅하였다.
원작의 제목은 平成狸合戰ポンポコ(헤이세이 너구리 전투, 폼포코)로 헤이세이 시대(1989년부터 2019년까지의 일본 연호) 폼포코 너구리들의 전투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헤이세이가 일본인의 연호였던 것처럼 폼포코도 너구리들의 연호였던 모양인데 '폼포코'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매우 궁금했다. 찾아보니 사전적으로는 북이나 부른 배를 두드리는 소리라고 한다. 둥둥 같은 소리 말이다. 애니메이션 안에서 흥이 많은 너구리와 음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너구리들을 잘 표현한 단어인 것 같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너구리나 여우는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존재로 비추어진다. 산업 혁명이 일어난 이후 온갖 개발들이 이뤄지면서 너구리들의 터전이 하나둘씩 사라지게 되었다.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너구리들은 변신술을 활용하여 자연(이라기보다는 터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원래 너구리도 두 무리로 나눠서 지내고 있었는데 '뉴타운 프로젝트'로 숲이 파괴되자 '인간 연구 5개년'을 추진하면서 일시적인 평화협정을 맺는다. 서로 싸워서 땅을 차지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전반적으로 개발로 인한 동물들의 터전이 훼손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너구리들의 성격처럼 유쾌하게 그려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원래 이런 류의 극은 ‘이런 갈등이 있었지만 서로 양보하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기 마련이다. 뭐 결론으로 보면 그렇게 끝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슷한 다른 작품과의 차이점은 결국 인간은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간을 놀라게 하기 위해 너구리들이 벌인 요괴 대작전은 그냥 축제처럼 보였고, 반성은 조금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너구리들은 그래도 살아야 했기 때문에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변신술을 사용해서 인간의 틈에 들어가서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금도 우리의 곁에 누군가는 너구리나 여우일지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에서 살고 있는 너구리가 있었고, 인간으로 살던 너구리가 자연에서 살고 있는 너구리의 틈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은 정말 짠한 마음이 든다. 왜 인간은 동물들의 터전을 이렇게까지 빼앗아야만 했던 것일까?
무엇이 너구리가 잊어가고 있던 변신술을 다시 공부하게 만든 것일까?
전지적 너구리 시점의 이 애니메이션의 초반에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 너구리 부족을 조롱하는 노래가 나온다.
다카나 숲은 오늘 없어졌다. 스즈가 숲은 내일 없어진다. 남은 너구리는 살 곳이 없다.
남은 너구리는 어디로 가나. 갈 곳이 없으면 나무아미타불
홍군이든 청군이든 어디든 져라. 패배한 너구리는 죽여버려라.
모두를 위해서 죽여야 해. 살아남아 봤자 소용이 없다. 너구리를 줄여라.
남은 너구리는 신중히 행동하여 새끼를 안 낳도록 해야 한다.
새끼를 낳아 봤자 소용없어. 너희가 살 숲이 없다!
조직이, 나라가, 지구가 망해가는데 인간들끼리 전쟁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래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너구리의 수는 적절했다. 인간처럼 과밀해서 문제가 생길 정도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심이 그들의 터전을 빼앗았기 때문에 주어진 은신처와 먹이에 맞춰서 개체 수를 조절하려 했던 것은 지극히 동물적이고 지극히 자연적인 행동이었다. 인간은 본인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혹은 밀집하게 되면서 자연이 망가지고 문제가 발생함을 알고 있음에도 '기술의 발전'을 앞에 두고 근본적인 해결은 뒤로 밀어내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굉장한 연출이 나온다. 이 부분은 썸네일로 제공되고 있는 것이 없어서 보여주지 못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실제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포클레인이 한쪽 산을 툭 퍼서 까내고 집을 짓고, 그나마 남겨 놓았던 반대쪽 산도 까서 집을 짓는다. 도쿄가 성장하면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 농지와 산림을 개발했다고 한다. 양쪽의 산이 파여서 가운데만 나무가 남은 산은 오히려 흉물스러운 느낌도 든다.
바로 뒤 장면에 "나무를 베고 산을 깎고 계곡을 메워서 논밭을 없애고 옛 농가를 부쉈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포클레인이 나뭇잎을 파먹는 것처럼 그려진다. 마치 나뭇잎을 벌레가 먹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의도로 표현을 한 것인지 감독님에게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무래도 인간은 벌레와 같은 취급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다. 아, 벌레를 비하한 말은 아니다.
부처님과 동자들이 도시에 누워서 흙장난을 치듯 손으로 산을 깎아내고 건물을 올리는 모습은 기괴한 느낌도 든다. 인간을 두루 살피시는 부처님이시기에 인간의 입장에 계신가 싶은 마음도 들지만 "인간들은 정말 대단하네요. 여태까지 우리 같은 동물인 줄 알았는데 이번 일로 부처 같은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라는 말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이해가 간다.
정말 그 옛날에는 강산이 바뀌는 데는 10년이 넘게 걸린다고 했다. 그만큼 자연이 변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고, 한낱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동네의 뒷산이 산에서 평지가 되는 데 채 한 달이 걸리지 않는다. 기술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너구리의 말처럼 인간도 동물에 불과한데 어째서 과도한 파괴를 일삼는 것인지, 어디서부터 자연에 대한 정복욕이 샘솟는 것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긴 하지만 인간의 자연에 대한 정복욕은 전국의 수많은, 전 세계의 수많은 '등산가'들에게서 보이는 것 같다. 개인의 성취욕으로서 산에 오르는 정도는 조금 이해하겠지만 올라가서 깃발을 꽂고, 나무에 산악회의 리본을 매달고 오는 행위는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1994년에 개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10년 뒤인 2005년에 개봉했다. 1995년쯤 우리나라의 상황이 일본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때 개봉되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 당시 우리나라도 수많은 개발이 이뤄지고 있었고, 그로 인한 자연훼손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었다. '경제활성화'라는 단어는 유령같이 아직도 살아 있어서 자연을 파괴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몇십 년째 경제를 활성화하려고 노력했는데 안 되는 거면 그건 올바른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은 경제활성화와 더불어 '지속 가능한'이라는 말과 '친환경'이라는 말을 참으로 많이 쓴다. 두 단어가 면죄부라도 되는 것처럼 붙이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다. 양쪽의 산이 깎여서 가운데만 남은 개발지를 두고 나무의 전체를 훼손하지 않았고, 산의 모양을 그대로 뒀으니 친환경이라 말하고 있고, 동물들의 숲에 인간이 왕래할 수 있도록 길을 내 뒀으니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들의 친환경과 지속가능에는 인간만 있으니 아직도 갈 길은 멀었다. 한국의 '그린 뉴딜'이 언급하기조차 창피한 이유이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따로 설명할 것도 없이 대놓고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훼손을 비판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전반적으로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답게 대놓고 혼내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돌려서 혼내주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시작된 지 채 7분이 되지 않아서 인간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뒤 너구리들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너구리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편한 삶의 대부분은 자연의 일부분을 빌려오고 그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얻어온 것이다. 정말로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것을 원한다면 이제 더 이상의 훼손을 동반한 개발은 그만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인간의 수보다 인간으로 변신한 너구리의 숫자가 더 많아지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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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주저앉은 진심 사이 찾아온 죄책감의 그림자.
매그너스 본 혼 감독이 연출한 <바늘을 든 소녀>는 제77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월드 시네마 섹션에서 상영된 영화이다. 연쇄살인마 다그마르 오베르뷔의 실제 사건을 각색한 작품으로 전쟁과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통과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군수 물품을 생산하는 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카롤리네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하루아침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남편이 전쟁터로 떠난 뒤 그의 소식은커녕 생사도 알 수 없었던 터라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남편의 죽음을 짐작했던 카롤리네는 공장 사장이 관심을 가지는 마음에 이끌려 사랑을 나눈다. 그 후 임신을 하게 된 카롤리네 지금보다 나은 삶을 꿈꾸지만 그녀의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져있던 그때, 카롤리네는 다그마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희망을 다시 찾아가는데...
자신이 겪은 것이 쾌락에 가까운지 고통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단의 순간, 비로소 자신만의 선택을 한다. 그 과정을 그리는 방식이 극단적이라 느낄 수 있지만 처음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비로소 상처를 공유하게 된 이들은 온전한 사랑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거듭 희망을 갖고 자신의 삶의 변화를 꿈꾸지만 그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으며 세상은 그녀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가져서는 안 될 것을 가진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죄책감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직 이 위기를 홀로 감당해야 했던 그녀의 선택을 감히 비난할 수 없다.
영화는 시대적 고통 속에서 개인이 내리는 선택과 그로 인한 비극을 깊이 있게 다룬다. 또, 전쟁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이 영화는 전쟁이 남긴 상흔을 섬세하게 드러내고 그 상흔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넘나들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묘사한다. 남성에게는 얼굴에 남은 상처를, 여성에게는 몸에 남은 상처를 보여주는 식이다. 용기와 결단, 사회적 억압과 개인적 비극이라는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공통점은 그 누구에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간성이 상실되는 시대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잔혹함과 그로 인한 고통이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여성으로서 느끼는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는 용기와 결단이 드러나는 부분이 명확히 그려져 좋았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죄책감을 딛고 용기를 내는 부분이 마음을 울린다. 그러나 돌아온 남편의 이야기와 그의 상처에 대해서도 좀 더 상세하게 다뤘다면 영화의 깊이가 더욱 풍부해졌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남편이 전쟁에서 돌아오면서 겪는 내적 갈등과 외적 상처는 단순히 전쟁의 피해자로서의 모습을 넘어 전후 사회에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연결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영화가 전개되며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은 다소 충격적이다. 초반부 다소 모호하게 표현되었던 부분은 후반부에 보여주지 않았던 것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온전히 들여다보기엔 다소 충격적인 모습이다. 마치 똑바로 현실을 바라보라며 바늘로 관객을 콕콕 찌르는 듯한 연출이 인상 깊었다. 잔잔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였다. 초반부와 후반부가 전혀 다른 반전이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 그만큼 에너지가 폭발적이지만 관객도 따라서 진이 빠지는 빠지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믿음은 양면적이면서도 모순적이다. 전쟁의 시작처럼, 모든 관계의 시작은 믿음과 신뢰지만 한 번에 무너지는 잔혹함은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다. 거듭 사람에 의해 배신을 당하면서도 계속해서 우리의 삶을 꾸려나가게 되는 것은 여전히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극은 마치 결말이 정해진 것처럼 당연하게 시작됐다. 그 이름을 미리 알려줘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참혹한 시대상을 담고 있으면서도 다소 잔잔한 흐름이다. 오히려 우울하기까지 하다. 초반에 기대했던 강렬함과는 거리가 먼 영화이지만 충격적인 장면이 잔잔하게 가슴을 후벼 판다. 시대가, 사회가, 그리고 개인이 분열되는 그 순간을 포착하는 작품이다.
영화 상영 정보
10월 3일 16:30 CGV 센텀시티 5관
10월 6일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10월 10일 20:00 CGV 센텀시티 7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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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파 배우 송요셉이 직접 푸는 단대 동문썰 (유지태, 조승우, 김준호)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영화 럭키부터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트란까지!
감초연기 전문가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했습니다
☑️ License of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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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ople Say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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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aradis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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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unn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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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Young lov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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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ummer - Julian Av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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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Need Someone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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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Fre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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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Palm Trees (feat. Joey Edwin)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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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Back To Summer - Nekz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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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Luvly - Joakim Karud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joakim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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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ay After Da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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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Blue Sk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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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Bay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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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Nu Island - Day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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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Road Trip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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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Relax - Peyr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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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Love Lif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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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Feel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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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plor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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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awn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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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건 매버릭, 실감나는 전투기 액션을 담다!
?Rabbitgumi 입니다!
탑건 매버릭이 개봉했습니다.
1986년에 1편이 나온 이후 30년이 넘게 지난 시점이죠.
톰 크루즈의 매력이 돋보였던 1편인데, 이번 2편에는 그 매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까요?
전투기 액션이 많이 담겼고 실제로 배우들도 전투기를 조종했다고 하죠.
여러가지 제약이 많았을텐데 과연 멋지게 담아냈을까요?
제가 영화가 어땠을지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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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쿠라우> 메인 예고편
미지의 땅 ‘바쿠라우’.
마을 족장 카르멜리타의 장례식 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총격으로 구멍 뚫린 물 수송 차량,
하늘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
마을 곳곳에서 시신까지 발견되며
주민들은 혼란에 빠지는데…
이곳에 절대 발 들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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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1차 예고편
모든 것은 악마가 시켰다!
1981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잔혹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악마가 살해하도록 시켰다고 주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다! 그리고 사건의 배후에는 악마에게 빙의된 소년이 있었는데…
초자연 현상 연구가 워렌 부부의 사건 파일 중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실화!
진실 혹은 거짓? 살인사건의 범인, 인간인가 악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