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4-05-19 16:55:12
평등한 사회라는 환상
-<더 에이트 쇼>
지난주 넷플릭스에 공개된 <더 에이트 쇼>는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것 같지만 차이가 있다. 특정 공간으로 삶의 패배자들을 몰아넣고 벌어지는 쇼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더 에이트 쇼>에서의 죽음은 곧 쇼가 끝나는 것이고, 등장인물들이 더 이상 그 쇼로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이다. 1층부터 8층까지를 등장인물들이 무작위로 부여받으며 시작되는 이 쇼는 우리 사회에 관해 꽤나 많은 메시지들을 보여주고 있다.
평등한 사회라는 환상
우린 계층 없는 평등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을 만들고, 최대한 공평하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시스템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노동자로, 어떤 사람들은 사업가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돈을 번다. 평등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그 시스템이 한참 돌아가고 나서 보면, 어느새 각자가 가진 돈은 모두 달라진다. 그리고 시간당 버는 돈의 양도 달라지고, 그 돈의 양에 따라 개개인이 가진 삶의 태도와 지위도 달라진다.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평등했던 사회는 점점 불평등한 사회가 되어간다.
<더 에이트 쇼>는 패배자 8명을 모아 특정 공간으로 넣는 순간부터 기존 사회에서의 직업, 계급, 자본 등의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다. 만약 기존에 부자였거나 힘이 있거나, 뛰어난 능력이 있었던 사람들이었어도 그 쇼의 공간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평등하다. 여기에 한 가지 무작위로 자신이 지낼 공간을 선택하게 한다. 그리고 그 방은 1층부터 8층까지 각 층마다 자리한다. 각 방은 1분이 지나면 특정 금액만큼 쌓인다. 그리고 쇼가 끝나면 그 금액을 현실로 받아갈 수 있다. 그 쇼가 이루어지는 공간에선 평등함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절망으로 가득한 8명이 모였다. 이들은 돈이 없거나,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별다른 힘이 없는 이들이다. 쇼의 주최자들은 이들의 옷을 똑같이 입히고, 똑같은 밥을 준다. 그리고 똑같은 노동을 하게 만들었다. 단 각 층의 방에 차별점을 두었다. 1분이 지나면 1층은 1만 원, 2층은 2만 원, 3층은 3만 원, 4층은 5만 원씩 올라가고 8층은 34만 원이 1분당 더해진다. 파보나치의 수열이라는 규칙을 통해 각 층마다 올라가는 금액을 한정했고, 방의 크기도 8층으로 갈수록 더 커지게 만들어두었다. 그러니까 그 쇼의 공간에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무작위로 정해져 있는 불평등을 만들어둔 것이다.
사실 이 설정은 우리가 사회에 태어나 얻게 된 자신의 가족이 가진 지위나 자본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태어나서 가지게 된 배경환경은 나에게 우연히 주어진 것이다. 그걸 다시 바꿀 수는 없다. 그냥 주어진 것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 규칙에 적응해서 그냥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더 에이트 쇼>가 보여주는 쇼는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점점 커지는 불평등
다른 모든 것이 평등하지만, 그 공간에 처음 부여받은 부의 조건이 다르다. 모두가 신사 같은 젠틀함으로 관계를 시작하고 서로를 돌봐주지만, 맨꼭대기 층인 8층이 가진 힘이 그 평등함에 균열을 가한다. 8층에는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방이다. 그리고 하루 한 번씩 제공되는 물과 도시락 10개가 그 방에 최초로 배달된다. 방 안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아래층으로 내려줘야 모두가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마치 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의 설정처럼 위에서 먹고 남은 음식이 밑에 내려가는 구조다. 그래서 층이 높을수록 더 많은 걸 가지게 된다.
꼭대기 층의 주인인 8층(천우희)은 예측불가능한 인물이다. 그가 다른 사람의 어떤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자 방문을 걸어 잠그고 식량을 내려보내지 않는다. 그 때문에 다른 층의 사람들은 생사를 위협받게 된다. 그리고 방 안에서 해결하던 대변과 소변 봉투도 아래로 내려온다. 결국 최하층인 1층(배성우)이 그걸 도맡아 처리하지만, 위층에서 내려오는 부담을 아래층이 계속 나눠서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방 안에서 원하는 물건을 인터폰으로 주문할 수 있는데, 지불해야 할 가격은 실제 금액의 100배 수준이다. 이건 결국 기존에 자본이 많았던 사람들에겐 더 많은 편리함을 누릴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8층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춘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에서 이 과정은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8층은 여왕이 되고, 그렇게 됨으로써 아래층 사람들은 기본적인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물과 음식을 제공받는다. 이 쇼의 기본 룰에 누군가 죽음을 당하면 쇼가 끝난다. 그러니까 8층을 죽인다는 것은 모두가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을 끝내버리는 것이다. 마치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이 기업이나 사회의 우두머리를 끝장내면 모두가 돈을 벌 수 없는 혼란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이 쇼는 누군가의 비위를 맞춤으로서 이미 만들어진 계층 사회가 계속 지속되게 만든다.
착취로 이어지는 쇼
이 쇼에서 시간은 꽤 중요하다. 공용공간에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전광판이 있다. 전광판의 시간이 0이 되면 쇼는 끝나고 각자 방에 있는 전광판에 적힌 금액만 가져 나갈 수 있다. 그래서 참여자들은 그 시간을 늘리려고 최대한 애쓴다. 맨 처음 하는 것은 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8층은 다른 사람들에게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오면 시간이 늘어난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몇 번하자 시간이 늘어난다. 이후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시간을 늘리는 노동을 시작한다.
노동 과정도 재밌다. 매일 모두가 하기 힘드니 4명씩 번갈아 가며 하기도 하고, 장애가 있는 1층을 도와 대신 노동을 하기도 한다. 그런 힘든 과정 이후 분란이 생기고 팀이 갈라진다. 계단 노동 이후엔 시간을 늘리는 행위가 무언가 재미있는 상황을 보여줘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된 사람들은 장기자랑부터 다양한 게임을 하기 시작하게 된다. 이것이 중요한 전환점이다. 노동이 재미로 대체되어 버리게 되는 것인데, 애초에 노동은 모두가 같이 시작했지만 마지막엔 누군가를 위해 1층에서 4층까지의 인원이 대신 노동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러니까 착취가 시작된 것이다.
노동 행위가 게임이라는 행위로 대체되면서 재미로 게임을 하던 사람들은 점점 더 잔혹하거나 선정성을 높여간다. 그리고 결국에는 폭력과 착취의 영역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각 층의 사람들은 서로를 속이고 배신을 한다. 7층(박정민)이 대표적이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머리가 좋고 상황판단이 좋은 엘리트로 보였던 그가 8층과 6층(박해준)의 지배행위에 협력하면서 1층, 2층(이주영), 3층(류준열)이 속한 집단은 계속 가학적인 게임에 참여해 폭력을 당한다. 7층은 이 시리즈에서 강남 좌파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7층은 가진 것이 많은 것에 비해 하층인 1-4층의 편을 많이 들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시리즈에서 7층이 누구 편에 서는지가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돈과 판단력을 가진 7층의 선택이 무엇인지에 따라 시리즈 내내 이야기의 온도를 차갑게 하기도 하고 뜨겁게 하기도 한다.
독재에 이어지는 혁명
이 시리즈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3층이다. 가장 평범하고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이면서, 겁도 많고 가진 능력도 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생각을 독백으로 관객에게 던진다. 즉, 관객이 3층의 입장과 거의 비슷하게 눈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 이야기 안에서 3층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았다. 그저 당하고 또 당할 뿐이다. 하지만 최상위 계층인 8층을 시작으로 7층, 6층에 의한 독재가 시작되면서 그는 계속 방법을 생각하고 생각한다. 3층이 끝까지 중심 화자인 건, 그가 절망 속에서도 계속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선하고,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안다. 작은 욕심을 부릴 때도 다른 사람을 걱정한다. 마치 밟아도 일어나는 민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리즈의 이야기가 후반부로 달려가면 점점 독재의 경향성이 짙어진다. 8층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 모두에게 고문까지 하는 지경까지 간다. 이 잔혹무도한 독재는 결국 혁명을 부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3층과 같은 힘없는 민초, 그리고 그를 돕는 여러 사람들. 그들이 부른 혁명이 후반부를 장식한다.
그 혁명은 화려하지 않다.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잔혹한 쇼를 어떤 방식으로든 끝을 낸다. 더 잔혹한 행위들이 나오고 같은 편을 배신하는 반전들은 쇼의 시간을 늘리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결국 쇼는 끝이 난다. 단지, 그것을 혁명이라고 부를 만큼 시원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인원들은 다시 사회로 돌아가야 하고 어쩌면 그 불평등함을 그저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 에이트 쇼>를 다 보고 나서 시원함이 느껴지지 않는 건, 그것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불평등해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미 높은 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이고, 높은 계층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더럽고 어려운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민주적이고 평등을 내세우고 있는 정치인들과 상위계층들은 표를 얻기 위해 좋은 말들로 나쁜 행위들을 포장한다. 보이지 않는 착취와 고문은 계속 이어진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쇼를 끝낼 수 있는 건, 결국은 평범한 민초들일 것이다.
이 시리즈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관상>, <더킹>, <비상선언> 연출 이후 이 시리즈를 만들었다. 잘 짜인 미장센과 독특한 카메라 워크 그리고 화면의 비율을 늘리고 줄이면서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쇼의 축소판을 만들어냈다. 사회적인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고, 시청률에 매몰되어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대중매체의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시리즈다. 또한 설정뿐 아니라 각 캐릭터에 대한 해석도 각기 다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배우들 모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나 8층 역할을 맡은 천우희는 예측 불가능한 캐릭터가 얼마나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박정민, 류준열, 박해준, 이주영, 이열음, 배성우, 문정희 배우들 모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연기를 보여준다.
한 번 시작하면 단숨에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달려갈 수 있는 시리즈다.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고, 담긴 메시지도 다층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징어 게임> 이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최근 한국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사회적이고, 다층적이고, 흥미로운 시리즈가 등장했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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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터널스> 인간을 사랑한 신들이 그려내는 마블의 미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주의 창조자인 셀레스티얼 아리솀의 명령을 받아 지구로 향하는 열 명의 이터널스. 그들은 팀의 리더인 '에이잭(셀마 헤이액)'의 지시에 따라 인류 역사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되,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의 존재 데비안츠를 무찌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인간에게 신으로까지 여겨지지만 마지막 데비안츠를 제거한 각자 살아가기로 결정한 이터널스. 그러던 어느 날, 런던에서 '스프라이트(리아 맥휴)'와 함께 지내던 '세르시(젬마 찬)'는 남자친구 '데인(키트 해링턴)'과의 데이트 중 수백 년 만에 나타난 데비안츠를 만난다. 때마침 나타난 '이카리스(리차드 매든)'와 함께 간신히 데비안츠를 따돌린 세르시는 에이잭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 흩어진 옛 동료 '킨고(쿠마일 난지아니)', '길가메시(마동석)', '테나(안젤리나 졸리)', '드루이그(배리 케오간)',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마카리(로런 리들로프)'를 찾아 나서고, 예상치 못한 진실과 음모를 마주한다.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석권한 클로이 자오 감독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은 <이터널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유머의 소재로도 사용되었고 캐릭터의 이름과 능력에서부터 드러난 그리스 신화와의 유사성이었다. 예를 들어 테나와 세르시는 각각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와 오디세우스의 부하를 돼지로 만든 마녀 키르케를 연상시킨다. 이카리스는 태양 가까이 날다가 떨어진 다이달로스의 아들 이카로스의, 파스토스는 대장장이와 기술의 신인 헤파이스토스의, 마카리는 전령과 도둑의 신인 헤르메스의 로마식 이름인 머큐리의 변형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 신의 이름과 능력으로 대표되는 외적 유사성이 <이터널스>에서 신화가 느껴지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신화 속 신과 인간의 관계가 작중 이터널스의 서사 중심에 위치한 듯 보이는 게 더 큰 이유다. 그리고 이는 <이터널스>의 마블스럽지만 또 마블답지 않은 장단점을 낳은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과 인간의 관계는 그들의 차이에 의해 규정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죽어야만 하는 존재이고, 신은 불멸의 존재다. 또한 인간은 태어나서 성장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다가 늙어 죽지만, 신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다. 즉, 인간에게는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고 신에게는 없다. 하지만 바로 이 유한한 시간 때문에 인간의 삶에는 신이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죽지 않는 신들의 삶에는 간절한 소망과 기대, 패배와 몰락, 위대한 승리와 성취와 같은 가치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반면에 항상 시간이 부족한 인간은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마지막처럼 살아야 하기에 이들의 삶은 빛난다.
동시에 인간은 신들조차 깨지 못하는 굴레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갖는다. 바로 자유의지다. 신화 속 신은 운명에 메여 있다. 제우스마저도 더 강한 신이 등장해 자신을 왕좌에서 끌어내릴 것이라는 예언에 전전긍긍하고, 죽어야만 하는 운명인 아킬레우스를 살려달라는 테티스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운명의 결과를 바꾸지는 못해도, 최소한 그 운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킬레우스는 그리스에 남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자의로 트로이 전쟁에 나선다. 스스로를 테배에서 추방한 오이디푸스는 “그것은 아폴론이었소, 아폴론이오, 친구여. 나의 불행을, 불행을, 나의 고통을 완성한 것은. 하지만 눈을 직접 찌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가련한 나 자신이었소.”라고 외친다. 오디세우스도 칼립소와 신으로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집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한다.
그래서 신화 속 신은 자신들에게 없는 소질을 지닌 인간을 부러워한다. 영화 <트로이> 속 아킬레우스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은 반드시 죽어야 하기에 치열하게 살아야 하고, 그런 이유로 인간은 신보다 아름다우며,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멸의 신들은 인간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유한함과 그 유한함 덕분에 가능한 인간의 자유 및 진보와 발전을 향한 열망을 사랑하며, 더 나아가 그런 인간들을 보호해주려고 한다. 프로메테우스가 더 높은 신에게 영원히 고통받는 한이 있더라도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고 아테나가 포기를 모르는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보호했듯이. 이처럼 인간이 신을 우러러본다는 통념과 다른 신과 인간의 관계성이야말로 <이터널스>가 보여주려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터널스가 셀레스티얼의 명령을 받고 지구에 와서 데비안츠로부터 인류 문명을 지켜낸 것까지 보여준 후, 영화의 시선은 이터널스의 분열과 갈등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신에게 주어진 한계로 인한 이터널스 개개인의 고통이 위치한다. 몇몇은 수천 년 동안 존재해야 하는 무한함의 무게에 짓눌린다. 예를 들어 동료들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홀로 지키던 이카리스는 점점 내적으로 곪아가고, 자신의 선택이 초래한 결과에 좌절한다. 테나 역시 오랜 시간 쌓아왔던 수많은 기억과 감정의 급류에 쓸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한다. 또 몇몇은 신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절망한다. 드루이그는 철저히 셀레스티얼에게 종속해야 하는 상황이 자유의지가 있는 인간보다 못하다고 자조하며 이터널스로서의 삶에 의문을 품는다. 영원히 아이의 모습으로 지내야 하는 스프라이트는 성인으로서 사랑을 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한다.
이러한 고통으로부터 이터널스는 인간에 대한 부러움과 희망을 발견한다. 특히 한계를 뛰어넘는 힘에 주목한다. 길가메시는 무한한 삶에 지쳐가는 동료들에게 인간이 자신들의 유한함을 뛰어넘는 기억, 곧 신화와 영화 같은 기록이라는 기억을 만들었듯이 결코 스스로의 정체성과 기억을 잊지 말라고 충고한다.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된 히로시마를 보며 인간에게 질려버렸던 파스토스는 가족을 이루고 살면서 아픔을 치유하고 사랑의 힘에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보기로 마음먹는다. 에이잭 역시 타노스로 인해 파괴된 우주, 그 가혹한 운명마저도 되돌려 놓는 인간들의 자유의지에 희망을 걸어보자며 다른 이터널스를 설득한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인류에게서 보았고, 그 소질을 부러워하고, 또 원하면서 인간을 믿는다. 이렇게 층층이 쌓인 감정은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한다. 세르시와 데인 사이의 에로스적 사랑부터 더 나아가 훨씬 넓은 범주인 인류애까지 확장되는 사랑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 사랑은 이터널스가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와 명령까지 거슬러가며 진정으로 인간과 지구의 보호자가 되는 계기이자 힘이 되며, 관객의 입장에서는 초월적 존재에게 공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가 된다. 이처럼 신과 인간의 관계성, 초월적 존재가 지극히 인간적 존재에 가까워지는 과정과 선택, 인간에 대한 신의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이터널스>는 마블 영화로서는 낯설 정도로 서정적이고 신화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터널스 개개인의 이야기가 어디까지나 마블 세계관의 부속품을 지향하는 <이터널스> 전체 콘셉트와 충돌하면서 괴리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이터널스>에서 마블스러운 대목이라면 지구보다 큰 셀레스티얼이 직접 등장하거나 우주와 이터널스의 기원에 대한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는 것, 더 나아가 블랙 나이트라는 새로운 영웅과 지구 외의 행성에서 활동하는 이터널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장면 등을 꼽을 수 있다. 즉, <이터널스>는 <샹치>에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페이즈 4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마블 세계관의 기원을 밝히며, 새로운 캐릭터들을 소개하면서 배경을 우주적 차원으로 확대한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이터널스>가 내포한 불협화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중심 플롯은 우주적 존재인 이터널스를 지상의 존재인 인간의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이야기인데, 정작 그 배경은 어떤 마블 영화보다도 깊고 넓은 차원으로 뻗어나가면서 서로 충돌한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들의 서사에 집중하면 세계관을 확장하는 여러 작업 때문에 인물들의 내밀하고 짙은 감정선이 느껴지려는 찰나에 영화가 끊기는 듯 느껴지고, 피상적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마블의 큰 그림 중 일부로 이 작품을 접하면 작중 발생하는 사건의 스케일에 어울리지 않게 이터널스의 이야기가 소소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이는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연출력마저 애매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물론 각 장면의 연출은 기대했던 대로다. 자연의 풍광을 담거나 거대한 스케일의 우주를 보여주는 장면의 임팩트는 여전히 인상적이다. 영상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외로움 혹은 절망과 맞서야 하는 이터널스 멤버들의 감정선까지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기에 더욱 그렇다. 호주의 광활한 광야를 배경으로 세르시나 테나를 카메라에 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다만 앞서 지적한 문제로 인해 떼어놓고 보면 좋은 각각의 장면이 막상 하나로 조화되지는 못하다 보니 그 감흥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사실 MCU라는 거대한 서사시 안에서 각각의 작품이 독립된 영화보다는 하나의 부품처럼 느껴지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터널스>에서는 그 둘 간의 갈등과 긴장이 유달리 강하게 느껴진다.
이에 더해 작품 자체의 완성도나 구조에서도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마블 작품의 고질병인 빌런의 문제가 다시 도진 듯 보인다. 지금껏 마블 영화는 가시적으로 드러난 악역과 흑막에 숨은 악역이라는 이중 장치를 자주 활용해 왔다. 그런데 이 경우 전작인 <샹치>에서 볼 수 있듯이 흑막 속 빌런이 드러남과 동시에 먼저 등장한 빌런의 위치나 존재감이 애매해지는 단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터널스>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빌런인 데비안츠의 존재감과 위치는 흑막이 밝혀지는 순간 급격히 흔들리고, 그들은 그저 반전을 위한 도구로서 소비되는 데 그치고 만다. 이터널스와 데비안츠의 마지막 승부에서 별다른 긴장감이나 비장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덤이다.
현재와 고대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조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수천 년의 시간을 오가는 대담한 작법은 바빌론의 공중정원이나 이슈타르 문, 테노치티틀란의 피라미드라는 스펙터클을 보여주기는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전반적인 서사가 지나치게 얇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자아낸다. 각각의 인물이 경험하는 내적인 고민과 갈등이 중심이 되어야 할 영화에서 필요한 에피소드만 단편적으로 취사선택한 나머지 인물들의 동기나 이유에 공감하기 어렵고, 작위적인 느낌만 남는 것이다. 또한 세르시와 이카리스, 혹은 테나와 길가메시처럼 짝을 이루는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를 부각하려는 영화의 잦은 시도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결과도 낳는다. 애초에 다소 복잡한 영화의 구성 자체가 자오 감독의 장점과 어긋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자오 감독의 장점은 간결한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감정선을 화면에 담긴 공간과 풍광에 담아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각 캐릭터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기 어려운 데는 영화가 마지막 순간까지 다양성이라는 콘셉트를 유지한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보인다. 이 시도는 10명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상황에서도 각각의 캐릭터를 명확히 제시하고, 그 안에서 동성애, 장애, 인종과 같은 정지척 올바름의 요소가 캐릭터의 정체성으로 비교적 자연스럽게 녹여낼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미 영화가 과거와 현재, 지구와 우주를 오가는 상황에서 전체적인 구심점 역할을 할 만한 인물까지 제시되지 않은 결과 전체적으로 산만한 인상을 피할 길은 없다.
<이터널스>가 매력이 없는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혹평을 받아야 할 작품 같지도 않다. 자오 감독의 영상미가 주는 웅장함은 살아있으며, 마블 팬의 입장에서는 두 개의 쿠키영상을 포함해 더 많은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고 기대감을 끌어올릴 구석이 많은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한쪽에서 멀티버스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 다른 한쪽에서는 더 깊고 넓은 우주를 탐험할 것이라는 기대를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또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이터널스가 합을 맞춰 만드는 액션의 앙상블도 눈을 즐겁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종합되었을 때 스튜디오의 의도와 감독의 장점이 조화되지 않은 채 상이한 지향점이 충돌하면서 만들어 낸 애매모호함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실 하나하나는 아름답지만 정작 그 실이 종횡으로 모두 흩어져 무슨 그림을 그리는지 알기 어려운 태피스트리와 다를 게 없다. 그 결과 <이터널스>는 어떤 이유든 간에 마블답지 않으면서도 마블스러운 혼란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다. 결국 <이터널스>는 마동석의 출연 등으로 큰 관심을 모은 것에 비해 비교적 조용히 다음 주자인 스파이더맨에게 바통을 넘기는 데 그치고 만다.
P(Poor, 형편없는)
감독, 기획, 콘셉트, 플롯과 연출까지 잘못된 만남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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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해진 한국 로맨스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스포일러 포함
달짝지근해: 7510
23.08.15 개봉
코미디, 12세 관람가
한국, 119분
감독: 이한
출연: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등
유해진 배우가 로맨스에 도전을!?
게다가 상대 배우가 김희선 님이다?
형은 이것까지 성공하면 진짜 다 한 거야...
라는 나영석 피디님의 말씀이 있으셨는데
로맨스 진짜 잘 어울리세요 ㅋㅋ
전체적인 분위기가 엽기적인 그녀 40대 버전 같더라구요
그나저나 제목이 왜 '달짝지근해:7510'일까 했는데
유해진 님 캐릭터 이름이 치호(75)고
김희선 님 캐릭터 이름이 일영(10)이었어요
근데 이름을 그렇게 지을 정도로 의미 있는 건간 모르겠더라구요
김희선 님 남편 이름은 이육구(269)던데 그냥 코믹 요소인가,,
아 근데 보고 있으면 카메오 라인업 진짜 대박이에요
일개 커플로 임시완, 고아성 님이 나오시고
개짧게 나왔다 죽는 역할로 정우성 님이 나오시고
코믹스러운 장면만 맡는 약국 직원이 염혜란 님이시고...
외에도 그냥 카메라에 비추는 얼굴마다 아는 얼굴이에요
아마 감독님의 필모가 대단하신 만큼......
다들 우정 출연을 해 주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런 B급 코미디 영화는
사실 볼 때 기대하고 보는 마음이 크지 않잖아요?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추석 시즌에 나왔으면 잘 팔렸겠다 싶은... 가족 영화랄까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웃기는 건 아니지만
사소한 말장난이 웃기고
무엇보다 유해진 님이 대사 치는 실력이 좋으시니까
평범한 대사도 웃기게 보이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많이 본 듯한 구성이 아니라서 좋아요
보통 석호가 정말 죽일 만큼 나쁜 놈이라서
끝끝내 일영에게 나쁜 짓을 한다~ 가 마무리일 법한데
원랜 정말 착한 형이었고 마지막엔 회개도 했더라고요
병훈과 은숙도 처음엔 치호, 일영 커플을 방해하려 했지만
단 10초 만에 서로에게 반해 아름다운 커플이 되었고요
주인공을 크게 방해하는 인물이 없는 게 이 영화의 특징이에요
그냥 커플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OST가 나오는 방식이 굉장히 특이해요
치호와 일영의 옆에서 어느 커플이 프러포즈를 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치호와 일영의 뒤로 라이브가 깔리고
와중에도 둘이 서로 고백하는 멘트를 엿듣느라
커플 둘이 힐끗거리는 게 웃음 포인트 ㅋㅋ
다만 아쉬웠던 점이 있냐 하면
은근한 범죄 미화가 있었다는 점이에요
"너한테 나쁜 짓을 할 생각은 아니었어
그냥 너희 엄마한테 시비 걸 생각으로 찾아갔던 건데
네가 먼저 날 때리고 협박하고 (생략)"
이게 주거 침입을 한 사람의 대사입니다
심지어 길에서 일영의 미성년자 딸을 발견하고
그 뒤를 밟아 닫히는 문을 잡아 멋대로 들어간 건데요
실제로 혼자 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범죄가 일어나는 중인데
대중 문화에서 이런 식으로 미화해 버린다면......
범죄자들에게 변명할 거리를 주는 것밖에 안 되지 않을까요?
또또 아쉬웠던 건 일영의 남편 등장이 허무했다는 것?
뭐 나쁜 놈이라 죽이고 싶다느니 뱀 사냥을 다닌다느니
겁이란 겁은 온통 줘 놓고서
자기가 잡았던 뱀한테 물려 교통사고를 내고 사망해요
등장한 지 약... 2분 만에......
그 남편 역할 맡으신 분이 정우성 배우님이신데
그냥,, 특별 출연 시키고 싶어서 어떻게든 끼워맞춘 느낌
아무래도 이런 장르의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기 아깝잖아요
저는 쿠폰을 잘 잡아서 4,000원에 봤어요 ㅎㅎ,,,
VOD로 나왔을 때 봐도 늦지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특전 주는 것도 없어서 다들 잘 안 가시는 것 같더라고요
*스토리: 3/5점
*연출: 3/5점
*영상미: 2/5점
*연기: 5/5점
*OST: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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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주차 최신 씨네 뉴스 1호
📮 6월 2주차 씨네뉴스가 도착했습니다!
📢 조여정, 이창동 감독 신작 <가능한 사랑>출연!
<기생충> 이후 또 한 번 거장과 손잡은 조여정!
전도연·설경구·조인성과 함께, 이창동 감독의 7년 만의 복귀작
<가능한 사랑>에 합류하며 '국대급 배우'의 행보를 이어갑니다.
이 라인업, 기대 안 할 수 없죠…🔥
🗞️
❶ 조여정, 이창동 감독의 7년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출연
❷ 조던 필 제작 공포 영화 <HIM>, 9월 극장 개봉, 티저 공개
❸ <아노라> 유리 보리소프, A24 신작 <Dennis> 주연 확정
❹ 크리스 에반스, <어벤져스: 둠스데이> 불참 관련 심정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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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나의 조국은 홀로코스트의 방관자
어느 유대인의 삶
A Jewish Life
Cast
감독: 롤란트 슈로트호퍼, 크리스티안 케머, 플로리안 위겐세이머, 크리스티안 크로네스
출연: 마르코 파인골드
Synopsis
<어느 유대인의 삶>은 마르코 파인골드의 삶에서 일어난 사건과 우여곡절을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대를 살았던 그의 생존을 묘사했다. 마르코 파인골드가 나치 정권 때 겪었던 모든 경험은 현재 그의 존재를 정의하고, 영화는 파인골드가 자신의 삶에 대한 인식 및 그 인식이 현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린 작품이다. (출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Review
2016년, <어느 독일인의 삶>이라는 작품으로 105세 할머니 브룬힐데 홈셀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던 네 명의 영화감독이 이번에는 105세 할아버지 마르코 파인골드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 할머니, 할아버지는 평범하신 분들이 아닙니다. 홈셀 할머니는 나치 선전장관의 개인 비서였고, 파인골드 할아버지는 홀로코스트의 생존 유대인이죠. <어느 유대인의 삶>은 전작과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졌으나, 절대 같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마르코 파인골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 ⊙ ⊙
히틀러, 그리고 나의 조국을 고발합니다
마르코 파인골드는 히틀러와 나치를 고발하며 한평생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화살은 오직 히틀러와 나치만을 향하지 않습니다. 그가 분노의 화살을 겨눈 또 다른 과녁은 바로 그의 조국 오스트리아입니다.
마르코 파인골드는 수많은 오스트리아 빈의 시민들이 히틀러와 나치 군인을 환대하려고 헬덴 광장에 모인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오랜 타국 생활로 유대인의 티를 감출 수 있었던 그는 광장 한복판에서 믿지 못할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했죠. 그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자국의 유대인 척결에 앞장섰다고 비판합니다. 히틀러가 오스트리아에 발 들인지 고작 하루 만에 존경받는 의사는 더러운 유대인이 되었고, 유대인과 결혼한 비유대인은 가정을 깨버렸죠. 마르코 파인골드는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네 곳의 수용소를 거쳐 기적적으로 해방을 맞이했으나, 두 번 다시 오스트리아 빈에 발 붙이지 못했습니다. 입국을 거부 당했거든요. 이러한 치욕적인 대접은 72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마르코 파인골드를 분노하게 했습니다.
합병의 과정에서도, 탈나치화의 과정에서도 조국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유대인들. 마르코 파인골드는 주름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진 지난 시간을 회고하며, 침묵을 택한 조국의 민낯을 밝힙니다. 105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도 그는 매우 정정합니다. 아직 이생을 떠나기엔 이르다는 듯이 말이죠. 그는 지금도 과거를 미화하고 부인하는 사람들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습니다. 진실을 오도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마르코 파인골드는 생을 끝마칠 수 없습니다. 매일 과거와 만나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라도, 그는 끊임없이 이야기할 것입니다.
당시 오스트리아의 상황은 벼랑 끝에 내몰린 것과 같았다고 합니다. 실업률은 하늘을 찌르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넘쳐났죠. 히틀러가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일자리와 음식을 약속했다고는 하나, 어떻게 같은 나라 사람을 한순간에 배신할 수 있을까요? 이런 비극적 역사의 속살이 드러날 때면, 분노가 차오르면서도 ‘과연 나라면 달랐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에 다다라 슬퍼지곤 합니다.
⊙ ⊙ ⊙
흑백의 화면 속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
<어느 유대인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르코 파인골드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연극배우의 독백 같기도,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 같기도 하죠. 깊은 주름을 강조하는 흑백의 화면은 세월을 시각화하고, 카메라는 지난날을 떠올리는 그를 있는 그대로 담아냅니다. 정면에서, 측면에서, 가까이서, 멀리서. 변주되는 것은 오직 촬영 구도뿐입니다. 관객은 비극을 떠안고 살아온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죠.
파인골드 할아버지의 옛 이야기에는 ‘비극’으로 뭉뚱그려지는 역사를 직접 겪은 한 인간이 실질적으로 마주하는 고통들이 묻어있습니다. 독백 사이사이에 삽입된 뉴스 자료, 현장 영상 등의 아카이브 푸티지는 마르코 파인골드 개인의 이야기가 역사의 일면이라는 걸 알려주지만, 슬프게도 역사의 이면에는 결국 개인만이 남습니다.
생사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가족의 소식을 이야기하며, 그는 없음(nothing)과 함께하는 고통 속에 산다고 고백합니다. 굶주림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수단인지도 담담하게 이야기하죠. 수용소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던 날들의 절망도 털어놓습니다. <어느 유대인의 삶>의 촬영 방식은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의 격동성과는 달리 한없이 고요합니다. 이야기에 힘을 더하기 위해 연출진이 선택한 독특한 방법이죠.
⊙ ⊙ ⊙
그의 말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방관자였습니다. 히틀러에게 협조하며 홀로코스트라는 살인 사업에 동조했고, 고국으로의 복귀를 막아버림으로써 생존자를 방치했죠. 21세기지만, 여전히 전쟁이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우리나라는 언제든지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휴전국이고요. 파인골드 할아버지는 시민적 용기가 조직되었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유대인의 삶>을 통해 시대의 풍파 속에서도 가장 인간다운 선택을 하는, 더욱더 용기 있는 시민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겨봅니다.
Schedule in DMZ docs
2022.09.23(금)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101호 10:30
2022.09.27(화) 메가박스 백석점 2관 13:30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 09월 22일 -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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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주 최신개봉영화
2022년 3월 1주 개봉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The Batman , 2022
수학에서 발견하는 인생이야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감동 드라마 입니다.
‘수알못’ 관객들도 영화가 주는 감동과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일상 곳곳의 수학을 친숙하게 표현해냈으며,
경제부 기자 출신 각본가부터 물리학 교수까지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 최민식이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기대를 더 하고 있습니다.
250 대 1 경쟁률 뚫고 발탁된 김동휘와 독보적 스크린 장악력 선보인 박병은과
박해준, 빛나는 신예 조윤서까지 환상적인 배우들의 신선한 케미스트리도 빠질수 없는 관점포인트 입니다.
인생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수학의 즐거움을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
첫번째 추천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입니다.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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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 The Batman , 2022
새로운 배트맨의 탄생
영화 '더 배트맨'은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해 온 배트맨이자
고담 최고 부를 가지고 있는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알프 DC 확장 유니버스와는 연결되지 않는 독자적인 스토리로 다시 탄생을 합니다.
이번에 나오는 새 배트맨 영화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청춘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을 맡고,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를 연출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맷 리브스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 관객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1980~1990년대 배우 마이클 키턴, 2000년대 크리스천 베일,
2010년대 벤 애플렉에 이어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의 주인공이 된거죠
더 강력하고 무자비한 배트맨으로 새롭게 돌아온
두번째 추천영화 "더 배트맨" 입니다.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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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라이트 Blacklight , 2020
액션장인 리암 니슨의 신작
영화 "블랙 라이트"는 언더커버 요원들을 관리하는 FBI 비공식 스페셜 요원 트래비스가 조직의 추악하고 충격적인 비밀을 폭로하는 끝장 액션 영화입니다.
"블랙 라이트"는 ‘타임 투게더’, ‘어니스트 씨프’ 등의 작품을 연출한 마크 윌리엄스 감독의 신작입니다.
액션 히어로로 회춘한 리암 니슨이 ‘어니스트 씨프’에 이어 마크 윌리엄스 감독과 연이어 호흡을 맞추게 됐죠.
역시나 액션장인 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맨몸 액션과 쉴 틈 없는 총격전은 물론,
도로 위 거침없는 추격전까지 다양하고 강도 높은 액션이 러닝 타임 내내 펼쳐질 예정입니다.
'분노의 질주: 홉스&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의 베테랑 제작진과 힘을 합쳐
카체이싱부터 맨몸 액션까지 다양한 액션 연기를 보여주는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블랙 라이트" 입니다.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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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 Sophie′s world ,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초청작
신예 이제한 감독의 첫 장편영화
영화 "소피의 세계"는 일상처럼 여행을 보낸 ‘소피’, 여행처럼 일상을 보낸 ‘수영’과 ‘종구’, 2년 전 그들이 함께한 나흘의 기록을 담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여행자 ‘소피’의 블로그를 우연히 발견한 호스트 ‘수영’이 2년 전의 기록과 기억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리는데요.
서로 다른 자리에서 과거를 바라보며 기록과 기억이 뒤엉키고 풀어지는 스토리 입니다.
"소피의 세계"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섬세한 연출력과 따뜻한 정서로 주목받은 영화입니다.
지나간 과거의 기억들을 다시 바라봤을 때 발견되는 작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소피의 세계" 입니다.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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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레이더스 Night Raiders ,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초청작
신예 이제한 감독의 첫 장편영화
전쟁으로 도시가 모두 폐허가 된 2043년,
국가는 얼마 남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공적인 자산 취급하며 애국을 세뇌시키는 군대식 공공학교 ‘아카데미’로 차출해가고,
인간병기로 만들어 다시는 부모와 만날 수 없게 하죠
숲에 은신하며 딸 ‘와시즈’를 지키던 엄마 ‘니스카’는 덫에 걸려 다리를 크게 다친 딸에게 약 하나 제대로 구해줄 수 없게 되자
온전한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아이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고 이별을 택합니다
전쟁 이후, 개인이 낳은 아이를 국가가 독점적으로 관리한다는 전쟁 이후의 독특한 설정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스릴러
"나이트 레이더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 제4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초청과
2022 캐나다 스크린 어워즈 11개 부문 노미네이트 대기록을 달성 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뜨거운 화제작!
다섯번째 추천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입니다.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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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온사인으로 감정 극대화한 영화
네온사인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화들!
영화에서 '네온사인'은 퇴폐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그리거나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등장인물의 감정상태를 나타내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하죠.
강렬한 네온불빛으로 채워낸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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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가 훨씬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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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겨울왕국 2'를 소개합니다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저의 가장 큰 힘이 됩니다!
※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3.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 연락처
adonai0919@gmail.com
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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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라이> 메인 예고편
불미스러운 일로 고향을 떠났던 '에런'은 친구 '루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루크' 유가족의 요청으로 사건을 파헤치던 '에런'은 여자친구였던 '엘리'의 죽음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묻혀있던 두 개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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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디 브로커> 메인 예고편
미국 약물 중독 치료시설의 충격적인 실체가 드러난다!
마약에 찌들어 범죄를 일삼던 '유타'는 자신의 삶에 지쳐가던 찰나 마약 중독 치료 센터를 알선해 주는 '우드'를 만난다.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치료 센터에서 마약을 끊은 '유타'는 '우드'와 함께 일을 하게 되고, 이곳이 마약 중독자를 치료해주는 척하며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뒤로는 마약을 알선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제 마약 중독자로 재테크하라!